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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호입니DA-10화 (10/208)

<-- 숲 그리고 숲 -->  검호side.

아, 할 일이 없어.

며칠동안 골방에 틀어박혀있던 하얀 마법사가 갑자기 나와서 한다는 말이 '여러분들 도와드리겠습니다'였는데, 이놈이 벌써 타락했나싶어서 쫄았는데 그건아니었고 뭐랄까─ 대오각성했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래서 그놈이 한 일이…… 엘린 숲 전체에 결계를 설치하는 거였다.

내가 천년만년 이 숲에 있을것도 아니고, 언제 또 사냥꾼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며 그는  숲에 결계를 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페어리들은 말할것도 없이 대 찬성이었고 - 아니 오히려 부탁하고 싶었단다 - 나도 나쁘지 않아서 찬성하긴 했는데 이렇게 될줄이야.

참고로 숲 전체에 결계 핵을 배치한건 나였다. 좀 걸으면 헥헥거리는 법사와 언제 납치당할지 모르는 페어리들에게 시키면 뭔 일이 생길지 몰라서 그런건데…… 이걸 해버리면 난 나중에 뭘 할까같은 고민은 대체 왜 안했지. 나 바본가?

뭘 기준으로 한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요정에게 해를 끼칠만한 이들을 모두 출입금지시키는 결계가 쳐진 덕에 사냥꾼들에 대한 위험은 완전히 사라졌고, 난 잉여가 된지 일주일이 되었을때 결심했다.

이제 나가자. 현상금이고 나발이고 여기 계속 있다간 눈총맞다 죽을것 같아. 여왕님 시선이 무섭다고! 어차피 딱히 가지고 있는 짐도 없고 - 하얀 마법사한테 받은 돌들은 아는 페어리들 다 줬다 - 있는건 몸뚱이뿐이니 날래날래 가도 상관없다. 아 그러고보니 나 한 달동안 계속 같은 옷만 입었네? 젠장 나가면 옷부터 사야겠다.

"뭐하고 계세요 검호?"

"이제 떠날까 한다."

"예에─?!"

뭔 반응이 그렇게 격해? 내가 가는게 그렇게 좋냐?

"가가, 갑자기 왜그러세요?"

"더이상 여기엔 내가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 계속 있어봤자 뭐 달라지는건 없잖아.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면 뭘 좀 알아내야하는데 하얀 마법사는 빛마법 전공이라 별 쓸모 없고.

나는 검을 똑바로 차고 이제는 신경쓰기를 관둔 털망토를 대충 털어 두른 다음 예전에 처음 용병들과 할아버지에게서 갈취한 금품을 챙겼다.

"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당장 가지 마세요!"

아마란스는 그대로 어딘가를 향해 쌩하니 날아가버렸다. 뭐야 뭘 또 부탁하려는거야? 나는 그 자리에 서있기만 하기엔 좀 그래서 하얀 마법사에게 받은 지도를 꺼내 펼쳐보았다.

아직 검은 마법사가 출현하지 않은 현재, 빅토리아 아일랜드 - 엘린 숲은 오시리아 대륙 그중에서 미나르숲 북서부쪽에 붙어있다. 숲에서 벗어나 며칠 걸으면 리프레에 도착할 수 있단 말이다. 그리고 리프레엔 인간의 상당수가 살고있다 하니 잘하면 현실 세계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간절하게, 필사적으로 현실 세계에 가고싶지는 않다. 반드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해야할까. 난데없이 게임 캐릭터가 되서 게임 속으로 들어와서 상당히 놀랐지만,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생기겠냐고. 가볍게 여행정도는 해보고 싶다고. 돌아가봤자 학교에서 내내 공부하고 집에 와서 게임하고 자고의 반복이잖아.

아 물론 그 여행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게 내가 한시라도 빨리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하는 이유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내 렙이 대충 100에서 110사이인 것 같으니까 리프레 초반까진 어느정도 괜찮잖아?

하얀 마법사의 말로는 나한테 현상금을 건 이들은 아리안트 왕국쪽의 귀족이니 그쪽을 좀 피해가면 괜찮을거라고 했고.

"헥, 헤엑……! 검호, 잠시 절 따라와주세요."

"무슨일이지."

"저희가 줄게 있어요."

수당…… 이라도 주려는 건가? 그럼 좋을텐데. 느리게 날아가는 그녀를 따라 간 곳엔 영역의 페어리가 전부 모인 양 총천연색의 날개들이 눈앞에 어지러졌다. 컬러풀도 정도가 있지. 거기다 시끌시끌하기까지 해 - 페어리들의 목소리 톤은 높다 - 귀가 따가웠다.

그리고 여왕님이 나타나시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제 떠나려는건가?"

"그렇다."

"계속 있어도 별 상관없는데, 꼭 갈 생각인가?"

있어봤자 여왕님한테 굴림당하는 것 밖에 없잖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님은 아쉬운듯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보았다.

"어째서지?"

"희망을 찾아볼 생각이다."

부모님이 걱정하고 있겠지 분명. 그러니 빨리 돌아가야한다.

"…… 알았다. 그것이 그대의 선택이라면 존중하지. 그렇다면 이것을 받아다오."

여왕님의 보좌관과 다른 페어리들이 들고 있던 인간에게 맞는 사이즈의 가방이 내 앞에 내려왔다. 엥? 갑자기 왠 가방?

"여행에 미숙해보이는 그대에게 도움이 될만한것들을 나름 준비했으니 받아두도록. 그리고 그대가 우리를 위해 한 헌신에 대한 답례 역시."

갑자기 여왕님에게서 후광이 막 보인다. 입 싹 닦으실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고맙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한 종족의 여왕 맞구나.

페어리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숲을 나가는 길에 어쩐지 초췌해보이는 - 그래도 여전히 잘생긴 - 하얀 마법사를 만났다. 일부러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나?

"메이플 월드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입니다. 직선 경로로만 알려주는게 흠이지만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겁니다."

손 꼭 잡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왠지 내가 저놈 손을 꺾어버릴것 같아 그만둬야했다. 그는 뭔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갑자기 진행중이던 연구를 모조리 갈아엎어 다시 시작해서인지 상태가 꽤 안좋아보였다. 이제 얼마 안남은건가? 다음에 페어리들을 만나면 모두 몬스터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만악의 근원을 지금이라도 처리해야하는게 아닌가 했지만 어쩐지 형형하게 빛나는 눈때문에 마주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배웅을 받은 나는 엘린 숲에서 벗어나 미나르 숲으로 향했다.

***

아마란스side.

"가버렸네요……."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이렇게 급박하게, 얼치기식으로 배웅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언젠가 갈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가다니.

"많이 아쉬운 모양이구나 아마란스."

"그게─ 네, 좀 그래요 여왕님."

벼락떨어지듯이 확 모여들었던 페어리들의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갔고, 몇몇 페어리들이 자리에 나아 아쉬움을 곱씹고 있었다. 여왕님은 완드에 마법으로 냉기를 뿌리게한 다음 머리를 짚으셨다.

"나도 그가 그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구나. 결계가 설치되어 그가 할 일이 사라지긴 했지만, 몇 년을 있는다 해도 괜찮았을텐데……."

하얀 마법사의 결계가 설치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전까지 숲의 요정들을 지키기위해 분투한것은 다름아닌 검호였다. 인간을 싫어한다고는 해도, 은인까지 몰라볼정도로 그들은 막돼먹지 않았다.

갑자기 가버린다는 소식에 답례품과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손잡히는대로 가방에 쑤셔넣었는데 그런 것에 감사를 표하고 간 그에게 오히려 사과하고싶은 심정이었다. 미리 알았으면 좀 더 제대로 준비했을텐데.

"그런데요 여왕님, 그 답례품이란게 무엇이죠?"

"아 그거말이냐?"

여왕님은 빙긋 웃으며 말씀하셨다.

"요 몇 달동안 만든 옷이다."

그 대답에 순간 내가 페어리가 아니라 구렁이인가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턱이 이렇게 떡 벌어질리 없으니까.

옷이라니! 그것도 여왕님이 직접 만드신 옷이라니! 정말로 신뢰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 고작해야 손수건정도인데 무려 옷을 만들어서 드리다니 이 무슨?!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는 내게 여왕님은 마저 말씀하셨다.

"명망높은 요정 기사에게 그 정도 선물은 줘야지. 거기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그…… 렇기는 하죠."

무슨 이유에서인지 찢어지지도, 더러워지지도 않았지만 달랑 옷 한 벌만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그에게 다른 옷이란 것은 분명 필요한 것이리라. 아 잠깐만 그런데 여왕님은 대체 언제 옷을 만드신거지? 내 생각을 읽으신듯 여왕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야 그가 사냥꾼들을 쫓아내기 위해 갔을때지. 결계가 완성된날 겨우 끝났었단다. 일부러 바깥으로 보내며 시간을 짜낸게 참 다행이었어. 이렇게 시간을 맞춘걸 보면 말이지."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시고는 여왕님은 처소로 돌아가셨다.

나는 잠시동안 그곳에 있다가 내 집으로 돌아와 투명하게 빛나는 원석을 한참동안 보며 그를 도와주었던, 그와 했던 대화들을 하나 둘 떠올려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그를 잊지 못할 것 같다.

***

???side.

노을이 내려왔다. 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갔고, 나는 버섯을 따는 것을 그만두고 빨리 집으로 향했다. 엄마랑 동생이 걱정할거야.

걸음을 바삐하는 와중에 나는 주위를 살폈다. 보는 사람이 없다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부스럭!

반사적으로 팔을 들었다. 이곳은 마을이긴 하지만 외곽, 갑자기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상할건 없다. 들썩이는 수풀을 보며 나는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싸울 준비를 한 내 앞에 수풀이 갈라지며 누군가 나타났다.

"후!"

몬스터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진짜 직선 경로만 알려주다니…… 융통성이란게 없군."

둥근 판을 들고 인상을 쓰며 중얼거린 그는 한 박자 늦게 나를 보고는 물었다.

"넌 누구지?"

나나 데미안과는 다른 느낌의 붉은 눈을 마주본순간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데몬.

그의 얼굴이 더더욱 찡그려진것은 어째서일까?

========== 작품 후기 ==========

주인공은 산넘어 산.

아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라테일을 운영하는 회사 액토즈(Actoz)의 철자를 뒤집으면…… 거기다 액토즈를 한글로 치면…… 술먹고 이름 지었나.

뭔 일이 생겼길래 선작수랑 코멘수가 급증했죠?

@뭉글이 - 만렙입니다. 고로 밸런스를 위해 상향 패치는 거의 안할거구요. 그리고 주인공이 받은것도 꽤 중요한겁니다.

@soul이별 - 왠지 주인공이라면 검든 호구라 해도 크게 이상하지는…… 소시민적이다보니 거절을 잘 못하긴 하지만 싫은거나 본인 기준에서 하기싫은것, 하지 말아야할것은 바로 거절합니다.

@로젤란스 - 양쪽에게 중요한겁니다.

@가디즈 - 전 타락안한다고 안했는데요?

@히야풀버스터 - 그리고 주인공은 도피라는 이름의 방랑을 시작하겠죠.

@아리사토미나토 - 어째서 제 대답에서 호구라는 결론에 도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의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른 소설을 보시면 됩니다.

@vbk - 쓰는쪽은 은근히 어려워서 애먹습니다. 보는거랑 쓰는건 전혀 다른거에요.

@darkdestiny - 아하하 아마란스가 저걸 어디서 얻었는지 다시 보시면 무엇이 될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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