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몬side.
"리프레로 가는 길을 알고 있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소한 행동조차 저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때문에 불가능했다. 단순히 짓누르는것이 아닌, 예리한 칼을 목에 겨누고 있는 것 같은 기세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대체 저 사람은 누구지?
"…… 어이, 듣고 있나."
인상을 쓰던 그의 표정이 풀어지며 자연스레 기세 역시 사라졌다. 저도모르게 막혀있던 숨이 한꺼번에 입밖으로 쏟아져 거칠게 기침을 해야했다.
"설마 어디 아픈건가."
"콜록! 콜록! 아니, 아니요. 괜찮아요."
언제났는지 모를 식은땀에 뒷목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는 조금전까지 사람 하나 죽일듯한 기세를 뿜던 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간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살짝 걱정스러운 기색까지 감도는 남자의 얼굴은 놀랍게도 언뜻 여자로 착각할정도로 곱상했다.
"이제 괜찮나?"
"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겠는데 리프레로 가는 길을─."
"그 전에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당신은 누구죠? 왜 리프레로 가려는 거죠?"
반드시 알아야했다. 이토록 강한 사람이 누군지, 무슨 목적으로 리프레로 가려하는 건지. 혹여나 위험한 사람이라면 절대 마을로 가는 방법따위 알려주지 않을거다. 그곳에 어머니와 동생이 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일단 나는 검호─ 라고 불렸던 사람이다. 리프레로 가려는 이유는 찾고 있는게 있기때문이고. 답이 되었나."
"그 찾고 있는게 뭐죠?"
내 질문에 그는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반쯤 내리깔며 대답했다.
"내가 살던 곳…… 고향으로 돌아가는 법."
어처구니 없게도 그 말에 모든 의심이 풀려버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쓸쓸함과 간절함은 거짓이라 생각하기에 너무도 절절했기 때문이다.
"리프레로 가려면 한참 가야되요. 하루정도 밤을 새야할정도로 멀어요."
나와 가족들이 살고있는 곳도 리프레지만 엄밀히 따지면 리프레의 남부쪽. 인가(人家)가 드물고 정기적으로 토벌도 한다지만 몬스터도 간간히 나오는 곳이다. 저 사람이 가려고 하는 곳은 분명 리프레 중앙쪽이겠지. 그렇다면 진짜로 꼬박 하루가 걸린다.
내 대답에 그는 당황하며 저물어가는 해와 손에 든 둥근 판을 번갈아보더니 끙끙거리는 신음을 내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또 노숙은 곤란하…… 그렇다고 밤을 새서 가기엔 식량이……."
금방이라도 머리를 쥐어뜯을것처럼 깊게 고민에 빠져버린 그는 갑자기 알 수 없는 고뇌로 가득찬 시선으로 나를 빤~히 응시했다.
"너 혹시 이 주변에 살고 있나."
"그런…… 데요."
대답하기 무섭게 그는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박력넘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그가 물었다.
"미안하지만 너희 집에서 하루만 신세질 수 있겠나."
이후 알게된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집이 없는, 그러니까 사전적으로 노숙자라 정의된 이였다.
***
검호side.
소년의 대답에 나는 설마가 사람을 잡다 못해 오체분시당하는 기분을 느껴야했다. 아 씨발 검마다음엔 너냐?! 왜 너냐고! 왜 여기까지 와서 만난게 너냔 말이야!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완전 굳어버린 애한테 그럴 순 없었을뿐더러 그랬다간 내가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 같아 꾹 참아야 했다.
아 사실 삘이 오긴 했어. 딱 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게 박쥐날개에 붉은 미역머리, 해산물같은 퍼런 피부, 거참 잘도 새겼다싶은 눈가의 문신이었으니까. 여기까지 봤으면 삘이 오는게 당연하잖아. 근데 꼭 진짜일 필요는 없잖아! 세상에 마족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많은 놈들중에 너니.
"리프레로 가는 길을 알고 있나?"
속에서 들끓는 열불을 가라앉히며 최대한 용건만 말했다. 대답만 듣고 바로 갈거야! 더이상 원작캐랑 엮이기 싫어! 이미 검마만으로 내 라이프는 0이라고!
그러나 데몬은 내 간절한 바램을 가차없이 씹어버리며 묵묵무답으로 대응했다. 왜, 왜그러는 거야? 내가 그렇게 수상해 보이냐?! 나는 데몬 입장에서 본 나를 뇌내 재생해보았다. 갑자기 덤불을 헤치고 나타난 남자가 뭐라 중얼중얼거리다 길을 묻는 광경…… 음, 수상해! 젠장.
"…… 어이, 듣고 있나."
제발 무시하지 말아줘. 이 나침반만 믿고 걸었다가 넘은 바위산만 3개라고.
그런데 어째 데몬의 반응이 이상할정도로 없다. 어쩌면 하얀 마법사가 허당캐인것처럼 사실 데몬도 현실 보정으로 게임 설정상 없던 속성이 추가된건가. 예를들어 새가슴이라던가 병약이라던가. 설마 어디 아픈건가.
"콜록! 콜록! 아니, 아니요. 괜찮아요."
안괜찮아보여 짜샤!! 와씨 진짜로 병약 속성 획득한거냐! 돌연변이 만세가 아니고?! 그거 니 동생 속성이잖아!
데몬의 기침은 금방 멎었다. 설마 피토하는건 아니겠지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아 이젠 다른 원작캐 만나기 두려워.
"이제 괜찮나?"
"네."
정말로 괜찮은건지 나한테는 의학적 지식이란게 없어서 몰랐지만 일단 안색이 괜찮으니…… 가 아니고 그냥 퍼런피부인데 쟤 얼굴색보고 괜찮은지 어떤지 어떻게 알아 젠장.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겠는데 리프레로 가는 길을─."
"그 전에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당신은 누구죠? 왜 리프레로 가려는 거죠?"
갑자기 왜 내 신상정보를 물어보니. 아 물론 내가 좀 수상해보이는건 알겠는데 난 되도록 니 얼굴 오래보고싶지 않아.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서 침을 삼켜 다시 넘긴다음 나는 말했다.
"일단 나는 검호─"
이거 진짜 써야하나? 하고 잠시 고민했다. 쪽팔리지만 애니까 뜻은 모르겠지!
"─ 라고 불렸던 사람이다. 리프레로 가려는 이유는 찾고 있는게 있기때문이고. 답이 되었나."
"그 찾고 있는게 뭐죠?"
아 좀 그만 물어봐. 그걸로 부족하냐? 나는 꼬치꼬치 캐묻는 데몬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았다. 얘 어릴적엔 이런 애였나. 대체 성장환경이 어땠길래 커서 그 모양이…… 까지 생각했을때 이놈은 어린시절부터 20~30대에 이르는 시간이 죄다 유혈낭자하다는 사실이 떠올라버렸다. 아 이놈 불쌍한 놈이었지.
"내가 살던 곳…… 고향으로 돌아가는 법."
메이플 월드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치기어린 생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를 넘어 EoT로 가버렸다. 노숙만 일주일 넘게 하고 있다고! 자는 와중에 몹한테 습격받은 횟수만 5회째라 이젠 진짜 지긋지긋하다. 잠옷차림으로 죽자살자 칼춤 추는건 이제 사양이야!
어린 데몬은 내 대답에 잠깐 고민하더니 그제야 내가 바라는 - 그리고 바라지 않는 대답을 해주었다.
"리프레로 가려면 한참 가야되요. 하루정도 밤을 새야할정도로 멀어요."
왓더뻑…… 아 참자 참아! 리프레가 여기서 먼게 얘 잘못이 아니잖아! 하루 거리밖에 안남았다고! 그런데 달리 말하면 하루는 꼬박 가야할 정도로 멀다는 뜻인…… 아씨 어떻게 생각해도 욕밖에 안나오잖아!
나는 망할 나침반과 현재의 시간을 대략이나마 알려주는 저물어가는 태양을 번갈아보다 푹 고개를 숙이며 속마음을 음울하게 중얼중얼거렸다.
"또 노숙하기는 싫다고. 빌어먹을 도마뱀들 상대하는건 지긋지긋하단말이야. 그렇다고 밤을 새서 가기엔 식량도 이제 없다고. 뭣같은 새들이 날치기해간 양이 대체……."
반쯤 죽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을때 어째서인지 여전히 자리에 남아있던 데몬이 망막에 들어오며 갑자기 뇌가 풀가동되었다.
저놈은 지금 시기에 리프레 어딘가에 살고있고, 혼자 여기 와있다는건 근처에 집이 있다는 뜻이겠지? 얘네 가족중에 성격에 모난 사람은 없으니 어쩌면─.
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며 물었다.
"너 혹시 이 주변에 살고 있나."
"그런…… 데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벅차오르는 감격을 억누르며 나는 물었다.
"미안하지만 너희 집에서 하루만 신세질 수 있겠나."
안된다고 하면 너희 집앞에서 노숙해버릴거야!
그리고 날 받아주신 데몬의 어머니는 정말이지…… 성모 마리아 그 자체로 보였다.
========== 작품 후기 ==========
스킵되긴 했지만 주인공은 약 열흘정도의 시간만에 리프레 근처까지 왔습니다. 경치구경한다고 초반에 걸어다녔고 나중엔 등산을 몇 번이나 했음.
주인공의 어미가 ~나로 자주 끝나는 이유는 고압적인 말투가 아니라 걍 사투리입니다. 지방 출신이거든요. 추가:)하지만 검호가 되면서 목소리자체가 많이 낮아져 억양이 완전히 묻힘.
@카게요니 - 아마란스의 이름 유래는 꽃 이름입니다.
@그냥마법사 - 이게 20화도 안되서 코멘을 40개나 받을줄은 몰랐습니다 진짜로.
@앞이나뒤나 - 주인공의 직업으로 검호를 택한 이유가 평타위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주인공이 스킬이 안나오네? → 존나 구린 직업이구나 로 착각할 수 있거든요. 소댄으로 하면 반대로 뭔 능력이 있다는걸 쉽게 알 수 있잖아요?
@라이사토미나토 - …… 일단 제가 님을 오해하고 있던 것을 사과드리겠습니다. 맨 처음 코멘을 보고 제 글을 싫어하셔서 그런 코멘을 달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추천 감사합니다.
@가면광대 - 유감스럽게도 하루에 한 편이 버겁습니다.
@darkdestiny - 골고루 만날겁니다.
@소설조으다5 - 아직 어린애입니다. 청소년쯤?
@화뉴 - 과연 플래그 분쇄일까요 플래그 강화일까요(웃음)
@히야풀버스터 - 주인공은 햄보칼 수 없어!
@ReFrante - 정말 무식하게 직선으로 갔다가 5편 쯤 쓸 수 있을 고생을 다 했죠.
@크리잔 - 저도 이거 라테일이 아니라 확밀아 하다가 알았습니다. 무기에 애도를…….
@허공말뚝 - 주인공을 굴려야 글이 나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