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호side.
처음 듣도보도 못한 거지같은(으득!) 캐릭이 되어 메이플 세계에 떨궈졌을때 난 간절히 신을 찾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검은 마법사 - 현 시점의 하얀 마법사를 엘린 숲에서 만났을때도 제발 저놈 좀 어떻게 해달라고 빌어봤지만 역시나 응답이 없었다.
리프레에 다다를즈음 데몬을 만났을때는 포기했다.
그리고 지금, 프리드를 눈앞에 둔 나는 신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저기……?"
"실례했다. 검호다."
사실 날 여기다 떨군 신은 카오스 신인가. 이젠 악의마저 느껴진다. 나는 애한테 화를 낼 수는 없어 필사적으로 꾹꾹 화를 눌렀다. 요즘 참는 일만 계속하네 아오! 몬스터한테 화풀이하기엔 그놈들 죽이는 것도 또 다른 스트레스라 그럴 수 없다.
속으로 열심히 이를 갈며 어째선지 굳어버린 프리드를 툭툭쳐서 정신차리게 했다. 아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쓴 모양이다. 이 얼굴은 평소엔 곱상하기만 하다가 인상을 쓰면 사람들이 죄다 멈칫하는게 찌푸린 모습이 엄청 더러운 모양이다. 내가 거울로 봤을땐 별로 안그래보였는데 사람마다 다른 모양이지.
"이제 들어오게. 마법사의 집이라 좀 더럽긴 하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을걸세."
"실례하겠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에 들어간 집은 뭐랄까…… 여러가지로 난잡했다. 책꽂이에 꽂힌 책보다 빠져나와 구석에 쌓이거나 어딘가에 펼쳐져 놓여있는게 더 많았고, 책상엔 이름도 모르는 온갖 실험도구가, 천장에는 새끼줄에 묶인 여러종류의 말린 마법초, 몬스터 시체로 추정되는 것들도 간간히 보여 뭔가 아스트랄한 느낌을 줬다. 그나마 난 예전에 하얀 마법사의 골방을 봤기에 이정도로 끝났지 일반인이었으면 비명을 질렀을지도.
마법사는 다 이런게 확실하다고 애써 스스로를 설득하며 나는 근처의 의자를 빼내 앉았다. 맞은편에는 이 기괴한 집의 주인이면서 전혀 안어울리는, 곱게 늙으신 노부인같은 플로우라 할머니가 앉은 상태로 마법으로 차를 타 내게 주었다.
"그래, 리프레엔 무슨 일로 왔나 젊은이? 만난것도 인연인데 내가 가능한거라면 어느정도 도와주겠네."
"찾고있는게 있습니다."
"무엇을?"
밖에 있던 프리드가 이제야 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나는 대답했다.
"이동 마법이 필요합니다."
"흐음…… 아후라의 도움을 빌려줄 수 있네."
"드래곤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진짜 온갖 패러디 소설에서는 밥먹듯이 나오는 자칭 신들은 왜 아직까지 안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앞에 나타난다면 일단 죽빵부터 갈기고 빨리 돌려보내달라고 말할거야!
근데 왜 갈 수 없다는 말에 기뻐하십니까 할머니?
"그럼 자네는 어떤 마법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리프레로 온건가? 자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동 마법의 종류는 하나가 아니네"
내 말에 할머니의 푸른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어째 기시감이─ 아 하얀 마법사가 배웅나왔을때 딱 저런 눈이었지! 거기다 분위기까지 비슷해졌다.
"일단 예시를 간단히 들어주겠네. 매개체를 통한 초장거리 이동마법, 역소환 마법, 위치 교환 마법, 가속 마법. 굵직하게 나눈것만 이정도인데 자세히 들어가면 두 자리 수는 너끈히 채우네. 무식하게 이동 마법이라 말하면 찾을 수 없네."
알았으니 부디 시선 좀 다른데로 치워주세면 안될까요 할머니. 마법사들은 죄다 어딘가 맛이 갔다는 편견이 생겨버릴 것 같단 말입니다. 나는 여기오면서 한 대략적인 추측을 말했다.
"차원이동 마법이 필요합니다."
2D에서 3D로 이동하는건 차원이동이잖아. 내 말에 할머니는 기가차는지 - 마법사이시니 내 말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잘 아리라 말하는 나도 이게 쉬운게 아니라는걸 아는데 - 입을 벌리셨다. 할머니, 틀니보입니다. 할머니 대신 프리드가 물었다.
"그런건 왜 필요하십니까?"
"쓸 때가 있으니까."
더 이상 여기 있다간 내 정신력이 못 버틸것 같다고! 다른 영웅이나 군단장 한 명이라도 더 만나면 멘붕올거야 분명.
아니 왜 하고많은 마법사중에 프리드의 할머니를 만난거냐고. 걔 가족이 있긴 했어? 아 물론 세상에 태어났으면 가족이 있는게 당연하지만 내가 빡치는건 왜 내가 공식 설정에서도 없던 너네 할머니를 만났느냐야. 속으로 궁시렁거릴때 정신을 차리신 할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셨다.
"미안하구먼 젊은이. 평행 세계를 관측하거나 힘을 끌어오는 종류의 마법은 있지만 그것뿐이지. 보아하니 젊은이가 찾는 마법은 아예 다른 차원으로 가는 마법일테지? 그런건 정말로 없다네."
…… 플로우라 할머니는 정말 미안하다는듯 말씀하셨다. 하아, 리프레 제일의 마법사가 말했으니 진짜겠지. 그래도 마법에 정말 기대를 많이 했건만. 초월자라도 찾아가야 하나.
지금 시점에 존재하고 있을 초월자는 시간의 초월자 호구여신 륀느와 생명의 초월자 로리로리 알리샤다. 빛의 초월자? 검마는 아직 탄생안했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았으니 빨리 튀어야 하는데. 알리샤는 어디있는지 대략은 알겠지만 어떻게 가는지는 모르겠고 - 땅 파라고? - 검마는 나같은게 부탁할수 있는게 아니니…… 군단장 취직을 고려할까 했다만 몬스터 죽이는데도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사람 죽이는걸 할 수 있을리 없고, 그걸 보는것도 무리므로 바로 기각.
결론은 륀느인가.
"어찌할텐가 젊은이?"
이분 오닉스 드래곤 계약자시지? 오면서 탔던 아후라는 참으로 크고 아름다웠으니 굳이 드라코로 변신하지 않아도 시간의 신전에 갈 수 있으리라.
"저를 시간의 신전에─."
말을 채 끝맺기 전, 우지끈!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난입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우리 세 사람이 에? 하고 있을때 - 몸 한정으로 나까지 포함해 전부 일반인이 아닌지라 위기감이 다소 둔했다 - 내 손을 '물었다'.
씨발 이거 뭐야?!
나는 0.1초의 망설임없이 검을 뽑아 드레이크 아니, 좀 전에 보았던 계약자가 없다는 오닉스 드래곤의 콧잔등을 검손잡이로 내려찍었다.
***
프리드side.
어째서인지 온몸이 얼어붙을정도로 불길한 오오라를 잔뜩 뿜으며 인상을 쓴 검호라 지칭한 남자는 할머니를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오한에 걸린 사람마냥 팔을 감싸며 몸을 떨었다.
마법사이긴 하지만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 없다며 할머니를 따라 여러 몬스터를 상대해본 적이 더러 있었고, 그 중엔 흉폭하거나 사나운 놈들도 있었고, 그런 놈들을 처음 정면으로 마주했을때 몸이 굳어서 위험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어떤 몬스터도 조금 전의 그 남자처럼 위험한 기세를 흘리지 않았다. 그놈들이 분출하는것은 야성과 본능에 따른 투기가 전부였지 저토록 정련된 검과 같은,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반드시 죽여버릴듯한 뭔가는 아니었단 말이다.
나는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할머니와 마주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조금전의 그 흉흉한 기세는 모두 거짓인것양.
"이동 마법이 필요합니다."
"흐음…… 아후라의 도움을 빌려줄 수 있네."
"드래곤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지? 아후라는 오닉스 드래곤중에서 가장 크고 강하다. 드래곤마저 갈 수 없다는 그의 말에 할머니는 오히려 흥미가 생기신 듯 하다.
"그럼 자네는 어떤 마법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리프레로 온건가? 자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동 마법의 종류는 하나가 아니네. 일단 예시를 간단히 들어주겠네. 매개체를 통한 초장거리 이동마법, 역소환 마법, 위치 교환 마법, 가속 마법. 굵직하게 나눈것만 이정도인데 자세히 들어가면 두 자리 수는 너끈히 채우네. 무식하게 이동 마법이라 말하면 찾을 수 없네."
아 할머니……. 마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할머니는 엄청 들떠서 어느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남자의 코앞까지 가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말하면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은 못 알아들어요.
그러나 그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로 덤덤히 답했다.
"차원이동 마법이 필요합니다."
맙소사. 지금 저 남자가 뭐라 한거야? 마법을 조금이라도 배운 이라면 그가 한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바로 알았으리라. 마법사가 건들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어려운 세 가지가 바로 시간, 공간, 생명이다. 차원은 그 중 두 가지를 한꺼번에 포함하며, 이동 마법은 생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저 남자는 어렵기로는 예티가 발레리나가 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것을 요구한 것이다.
나는 할머니 대신 물었다.
"그런건 왜 필요하십니까?"
"쓸 때가 있으니까."
다소 쓸쓸한 기색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대답이 돌아왔다. 차원이동 마법을 대체 어디에 쓰겠다는거지? 그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정신을 차리신 할머니께서 대답하셨다.
"미안하구먼 젊은이. 평행 세계를 관측하거나 힘을 끌어오는 종류의 마법은 있지만 그것뿐이지. 보아하니 젊은이가 찾는 마법은 아예 다른 차원으로 가는 마법일테지? 그런건 정말로 없다네."
할머니의 말에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표정을 읽기 힘들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무척이나 심각한 고민을 하고있는 것만은 확실해보였다. 이윽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살짝 좁혀진 눈썹이 펴졌다.
"어찌할텐가 젊은이?"
"저를 시간의 신전에─."
그리고 문이 부서졌다.
나와 할머니는 갑자기 무언가가 난입했다는 사실보다 난입한 것의 정체에 더 놀라버렸다. 조금 전에 로아가 데려간 그 오닉스 드래곤 아이였으니까!
이윽고 그 아이가 남자의 손을 물어버린것과 남자가 아이의 머리를 검으로 후려찍은 과정이 아이의 난입보다 더 빠르게 이루어져, 잠깐동안 대체 뭔 일이 일어났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
나는 전사계열이다. 직업이 뭔지는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칼들고 싸우는걸 그나마 좀 해봐서 익숙함이라는게 생기고 있는 생초짜 검사지만 하여튼 전사계열이란 말이다.
…… 게임 보정 어디갔냐. 전사가 법사를 겸하는게 말이 돼?! 듀얼 클래스에 대해 설명 좀 해달란 말이야 죽일놈의 신새끼야!!
"당신은 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아 그건 나도 궁금한데.]
갑자기 푸득푸득 살찐 비만도마뱀은 닥쳐. 그냥 아무도 말하지 마.
집에 돌아가고 싶어! 다 때려치우고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 작품 후기 ==========
제가 아니라 독자분들이 작가하시면 될 것 같아요.
참고로 주인공이 죽이고싶은 신은 저임ㅋ
@뭉글이 - …… 예언자이십니까. 이 글 스토리를 다 잡아주시네.
@바이휴런 - 좋았어 중립만세 회색만세다!
@로젤란스 - 여론은 중립으로!
@칼크래프트 - 알아보시라고 일부러 넣은 표현입니다. 주인공에게도 자가용이 필요합니다.
@히야풀버스터 - 프리드는 초월자가 아닌데요? 존나세 먼치킨인건 맞지만.
@chlwoals - 안그래도 은월은 불쌍한 놈인데 진짜 존재까지 사라지게 하는건 아니죠…….
@arays - 아, 잠깐 끌렸다. 근데 그러면 은월이 너무 안습이라.
@가면광대 - 엘린 숲에서 실험하다 뭔가를 깨닫고 평온의숲으로 ㄱㄱ중.
@소설조으다5 - 후기가 길어져서 그런가봅니다. 고로 2일에 한 편 연재로 전환을……!
@유풍낙화 - 이게 선작이 800이라니, 감격스럽습니다. 생각없이 지른건데 말이죠. 코멘 감사합니다.
@화뉴 - 남은 플래그는 몇개냐!
@ReFrante - 시간상 불가능한 이도 있고(루미너스) 지나친 이도 있습니다(메르세데스).
@허공말뚝 - 그건 쓰는 제가 무리.
@vbk - 아 이모티콘 귀엽네요. 죄송하지만 용량은 쉬이 안 늘어나더라구요.
@Blake117 - 공식설정으로는 언급이 없지만 내용 진행을 위해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