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자가용은 싫어! --> 프리드side.
오닉스 드래곤은 모든 종류의 드래곤중에서 가장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계약을 통한 성장. 다른 종족들과 계약을 맺음으로서 정신과 육체를 성장시키는 이 특성은 보편적인 드래곤들 이상의 힘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드레이크만한 힘과 지능을 평생 고착시키는, 양날의 검과 같은 특성이다.
계약을 맺는 방법은 까다로운듯 하지만 간단하다. 쌍방의 완전한 동의아래 영혼의 연결. 오직 그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소모되는 마력의 양이 의외로 많아서 양쪽 다 베스트 컨디션일 필요가 있었고, 이때문에 계약을 맺기전 오닉스 드래곤과 그 계약자는 몸상태를 좋게 만들어둬야 한다.
……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쌍방의 완전한 동의'란 무엇인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동의의 증거는 어떤 것인가?
나는 오늘 그 답을 알았다.
"설명할 수 있나."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이 나의 마스터가 됬어!]
천장을 무너뜨릴정도로 거대해진 오닉스 드래곤은 들뜬 목소리로 답했고, 남자는 검을 칼집에 씌운채로 후려갈김으로 대답했다.
행동으로 표현되는 동의의 증거. 그것은 '접촉'이다.
당신이 나에게 손을 대는 것을 허락합니다. 즉 나는 상대의 행동을 알고, 상대는 그에따라 행동함으로 이루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신뢰의 형태가 바로 동의의 증거인 것이다.
저 오닉스 드래곤은 남자의 손을 문다는 과격한 행동을 했고, 남자는 별다른 거부 없이 물려줬으므로 쌍방이 동의를 했음이 판명, 서로의 행동을 알고있었다는 뜻으로 확장 해석되어 계약이 되었다. 계약시 소모되는 마력의 경우 오닉스 드래곤측은 미리 준비를 한 것 같고, 남자의 경우…… 마침 마력이 소모되어도 문제없을정도로 베스트 컨디션 상태였던 듯 하다.
'이건 사기잖아!!'
여태껏 다른 사람과 오닉스 드래곤과의 계약을 여럿 지켜보았지만 이렇게 어이없는, 날치기같은 계약은 처음본다. 남자는 왁 인상을 쓰며 검집으로 한 번 더 오닉스 드래곤을 팼고, 할머니는 우리에게 다시 틀니를 구경시켜주셨다.
"야."
"예, 예에?"
"설명을 해봐라."
악력만으로 오닉스 드래곤의 입을 꽉 다물린 그는 금방이라도 폭발할것처럼 부글부글 끓는 용암같은 눈으로 날 노려보며 말했고 나는 그 즉시 내 추측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설명이 끝난뒤 그는 기어코 오닉스 드래곤의 턱을 걷어차 뒤로 넘어뜨려 기절시켰다. 대체 힘이 얼마나 쌘 거야?! 나는 그에게 다가가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이제 어떻게 하실거죠?"
"버려."
"네?"
"난 마법사가 아니야. 마법사가 될 생각도 없고. 이런 사기 계약에 동의한 기억따위 없어. 계약은 무효야."
그 말에 머릿속이 찬물을 부운것처럼 싸해졌다. 계약 무효. 오닉스 드래곤에게 있어 그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없다. 마스터의 죽음 외의 형태로 실행되는 계약 무효의 결과는─.
나는 다급히 외쳤다.
"자, 잠깐만요! 그것만큼은 참아주세요!"
그를 마주보는게 두렵다. 검호라고 자칭할만큼 강한 검사의 시선과 함께 따라오는 검의 숲이 쏟아지는듯한 기세에 금방이라도 난도질당해 죽을 것 같았지만, 나는 바닥까지 파헤쳐 끄집어낸 용기로 허리를 펴며 말했다.
"당신이 계약을 무효화한 순간 저 오닉스 드래곤은 미쳐버릴거에요. 일방적인 연결 절단의 결과는 그것밖에 없어요! 그건 안되요. 당신과의 계약으로 저토록 강해진 오닉스 드래곤이 미쳐버리면 수많은 피해가 생길거라구요! 그리고,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 아이가 미쳐버리는게?"
사기라고밖에 할 수 없었지만 계약은 계약이다. 분명 저 남자에게 저 오닉스 드래곤의 마스터로서의 자질이 존재하기는 했기에 그런 엉터리같은 계약이 성립된 것이다. 오히려 저 격렬한 거부 반응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성립되었으니 그의 마스터로서의 자질이 상당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주름진 미간에 골이 하나 더 파였고, 칼집에 들어있는 검은 철그럭거리며 금방이라도 뽑혀져 나와 기절한 오닉스 드래곤의 목을 쳐날려버릴 것 같았다.
죽음같은 침묵을 깨버린건 그의 혀차는 소리였다.
"…… 알았다."
그 말에 반사적으로 주저앉으며 나는 지팡이를 놓쳐버렸다. 어느새 손에 땀이 가득차 미끄러워져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위험천만한 계약은 다시는 없을거야.
***
검호side.
조건반사적으로 드레이크 아니, 오닉스 드래곤의 콧잔등을 내려찍은다음 걷어차서 떨어뜨린 나는 황급히 손을 확인했다. 상처는? 이빨이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겠지? 손등의 지렁이 춤추는 흔적같은 것을 보았을때 심하게 다친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 엥? 그럼 이건 뭐야?
생각하기 무섭게 지렁이 벨리댄스 그림이 번쩍번쩍 빛나더니 나동그라져있던 드레이크가 쑥쑥…… 잡초가 아니라 마치 전대물 악당들 전매특허인 거대화라도 사용한것처럼 엄청 커졌다. 당연히 천장이랑 벽은 무너졌고.
[워우! 마스터 좀 짱인데? 대체 얼마나 강한거야?]
뇌가 일하는걸 격렬히 거부하기 시작했다.
"설마 이거……."
[아 꼬맹아! 그동안 말하고 싶었는데, 넌 아직 어리니까 그렇게 사서 고생할 필요 없어! 또래 친구같은걸 만들어서 놀러다니는게 오히려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길이야.]
"잠깐 뭐? 아니 그것보다 너는 대체 그런걸 어떻게─."
[그야 난 계약을 못해서 지성이 없었을뿐이지 사는것 자체는 나름 오래 살았거든? 너네 할머니만큼은 살았어.]
아 그러니까.
[계약자를 얻는다는게 이런거였구나~ 오늘 아침부터 삘이 엄청 좋더니 과연 이래서였어! 미리 나가보길 정말 잘했다니까♪]
"그 말은 설마 너 아니, 당신은 알고 있었다는 뜻……."
[본 순간 감이 왔지! 이 사람이 내가 여태껏 기다려온, 내 마스터가 될 사람이라고! 그래서 앞뒤 가리지않고 바로 달려들었지~]
뇌세포의 엉덩이를 걷어차가며 나는 뚝뚝 끊겨져나간 생각을 잇기 시작했다.
붕붕 휘둘러지는 통나무보다 굵은 목에 천장의 파편이 후두둑 떨어졌고, 나는 그 중 하나를 맞았다. 하하하 통증이 없네 꿈인가 이거.
"당신은 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아, 그건 나도 궁금하다.]
그냥 다 닥쳐.
내 말에 둘은 침묵했고, 이 초유의 사태에 플로우라 할머니의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으셨나 심히 걱정이 들었지만 지금 내 상황이 저분 걱정할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손등의 지렁이 문신과 갑자기 커진 - 성장한 오닉스 드래곤, 프리드와 저 오닉스 드래곤의 대화…… 결론은 실로 간단했다. 다만 정말 믿기 싫을 뿐이다.
나는 제발 내가 내린 결론이 틀렸길 빌며 프리드에게 물었다.
"설명할 수 있나."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이 나의 마스터가 됬어!]
넌 닥쳐. 나는 들고있던 검으로 - 급해서 검집에서 뽑지 않은 상태로 - 한량같은 드래곤의 얼굴을 갈겼다.
허나 프리드는 어째선지 점점 경악하며 나와 드래곤을 보았고 - 저놈이 지금 표정으로 말해요를 하고 있는 줄 알았다 - 나는 기대가 꺾여나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꼈다.
"어이."
"예, 예에?"
"설명을 해봐라."
그렇게 바보같은 대답하지 말아주라. 너 20대 초중반에 검마도 봉인하고, 봉인석도 만들고 그 외 기타등등 업적도 세운 대마법사잖아! 아 지금은 그냥 많아봐야 중딩쯤으로밖에 안보이지만 그래도!
뭐라 말하려는 드래곤의 입을 손으로 막은 나는 간절히 프리드를 보았다.
"그게…… 일단 제 생각엔 두 분의 접촉이 계약의 매개가 된 것 같아요. 접촉이 무슨 계약의 매개가 되는가 싶으시겠는데, 접촉이 상징하는게 '쌍방의 동의'거든요. 서로의 신뢰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가장 기초적인 행위니까요. 하여튼 그래서 쌍방의 완전한 동의가 곧 계약으로 이어지는 오닉스 드래곤과의 계약이 체결된 것 같아요……."
뭐라 말하는건지 다 알아먹을 수 없었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나는 화풀이격으로 오닉스 드래곤의 턱을 걷어찼다. 덩치는 큰게 힘은 없는지 뒤로 넘어가 일어나질 않았지만 알 바 아니고, 중요한건.
씨발 이거 사기잖아.
"저…… 이제 어떻게 하실거죠?"
정말 몰라서 묻는거냐.
"버려."
"네?"
"난 마법사가 아니야. 마법사가 될 생각도 없고. 이런 사기 계약에 동의한 기억따위 없어. 계약은 무효야."
난 전사계열 직업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드래곤 마스터가 될 생각따윈 없다. 하물며 이런 쌩 사기 계약을 받아들일 것 같아?! 존나 짱짱 멋질것 같다고? 멋지고 자시고간에 나한테 지금 중요한건 륀느에게 찾아가 내가 돌아갈 방법 찾기지, 이런 골때리는 사기 계약같은거에 신경쓸 시간따위 없단 말이야!
나는 저것을 책임질 생각도, 그럴 자신도 없다.
"자, 잠깐만요! 그것만큼은 참아주세요!"
프리드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아 뭐야 진짜.
"당신이 계약을 무효화한 순간 저 오닉스 드래곤은 미쳐버릴거에요. 일방적인 연결 절단의 결과는 그것밖에 없어요! 그건 안되요. 당신과의 계약으로 저토록 강해진 오닉스 드래곤이 미쳐버리면 수많은 피해가 생길거라구요! 그리고,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 아이가 미쳐버리는게?"
…… 뭐 이런 똥덩어리같은. 그냥 둬도 문제고 떼어놔도 문제란 뜻이잖아. 오닉스 드래곤이라는게 그렇게 사방팔방에 민폐를 끼치는 종이였냐.
그런데 나하고 계약해서 강해졌다고? 그건 또 뭔 소리야. 지금 나같은거한테 차여서 여전히 기절중인 놈 안보이냐? 눈 대신 유리구슬 달려있는건 아니지? 현재 내 렙이 120 가량 되는걸로 추측된다만 이건 에반 10차 전직 미만이라고.
아, 내가 저걸 죽일수도 없고 떨어뜨릴 수도 없어. 검을 메만지며 나는 생각해보았다. 계약 무효 이후 저게 미치면 누군가 어떻게든 저놈을 죽일거고, 저게 만약 죽으면 근 몇 달 어쩌면 몇 년간 꿈자리가 사나울거다.
"쯧……."
나 왜 이렇게 힘들게 살고있는거지.
"알았다."
어이 프리드 너 왜 그렇게 눈에띄게 얼굴이 환해지는 거냐. 내가 뭘 어쩔거라 생각한거야.
========== 작품 후기 ==========
본문에 소개된 오닉스 드래곤에 대한 설정 - 영혼의 연결을 통한 계약, 성장을 제외한 모든게 오리지널 설정입니다.
언급은 안되있지만 저 오닉스 드래곤의 이름은 '아스카'입니다. 짓고보니 죄다 아 자 돌림이군요.
@가면광대 - 어디있는지 모르는데다 나중엔 반마족한테 납치까지 당하니까요.
@유풍낙화 - 루타비스를 알고는 있지만 지금 있는지도 모르는데다 구체적인 위치를 모르므로 fail.
@로젤란스 - 펫보다는 라이딩쪽.
@히야풀버스터 - 초월자중에 빈자리가 없어요.
@나란여자자갈치 - 이유는 본문에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좀 허접한 설명이지만요.
@darkdestiny - 유감스럽게도 주인공은 마법을 몰라요. 아는건 달려가서 칼질하는거뿐.
@복숭아맛 - 주인공이 검을 날려버리면 뭐가 남아요. 그냥 계속 쥐어줍시다.
@ReFrante - 스트레스성 탈모를 걱정해야하는 판.
@vbk - 진짜 그런 이모티콘 어디서 구합니까? 아 계속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칼크래프트 - 이용할 배짱이 없어요 주인공은.
@Blake117 - 당사자와 목격자 모두 사기라 증언한 계약.
@사이나99 - 절 조련하고싶으면 코멘을 잔뜩 주세요!
@그냥마법사 - 위치를 모릅니다.
@허공말뚝 - 그래도 이 글의 제목은 보신바와 같으므로…….
@뭉글이 - 젠장 누군가를 ts시켜야 하나. 이거 끌려!
@소설조으다5 - 3시간에 1편이 겨우 나옴 엉엉
@천혈룡 - 고려중인게 2명 있는데 진행 속도로 봤을때 등장이 매우 늦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