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리드side.
오닉스 드래곤과 계약을 한 이들은 대체로 강력한 마법사인 경우가 많다. 이는 계약시 소모되는 상당량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대체로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간간히 있다.
허나 계약자의 직업이나 종족이 무엇이든간에, 계약자는 계약한 오닉스 드래곤이나 본인, 둘 중 하나가 죽는 그날까지 함께할 동반자임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계약을 통해 서로의 영혼을 연결함으로 힘과 정신을 함께 성장시켜가는, 진정한 의미의 동반자라는 것을 말이다.
…… 이 사실이 과연 저 남자에게도 해당되는가의 여부는 제껴두기로 했다. 이는 모든 오닉스 드래곤의 계약자들에게 주지시키는 사실이지만, 살면서 내가 본 계약들 중에서 가장 사기같은 계약의 당사자에게 이걸 말했다간 무슨 불똥이 튈지 모르겠다.
[너무하잖아 마스터~ 그래도 앞으로 함께할 사이인데 이럴수 있어?]
"다물어."
[엄청 까칠하네. 왜 하는 말이 죄다 입 다물라는것 밖에 없는거야? 아 맞다 마스터! 내 이름 궁금하지 않아? 이 몸의 자랑스러운 이름은 말이지─]
오닉스 드래곤의 성향은 계약자- 마스터와 어느정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 둘은 대체 어디가 비슷한건지 알 수 없다. 수다스러운데다 마이페이스 그 자체인 저 드래곤이 어떻게 저 남자와 계약이 된거지? 오닉스 드래곤과 마스터 사이의 성격적 상관 관계에 대해 다시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는것 같다.
"이제 끝났구먼."
"이쪽도 끝났어요 할머니."
무너진 천장과 벽을 겨우 어느정도 고친 나와 할머니는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음에도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이보게 젊은이."
"예."
"사기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된 계약이네. 무르기엔 이미 늦었고, 그냥 앞으로 같이할 수 밖에 없네."
조금 전에 긍정의 대답을 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한 것일뿐, 여전히 이 엉터리 계약에 불만이 많은 그는 바로 인상을 썼다. 당연했다.
"저는 이걸 원한적 없습니다."
"그렇겠지. 여태 많은 오닉스 드래곤의 계약을 보았지만 모두 확실하게 서로 동의했기에 이루어진거였네.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 하지만 지금 전례없는 계약이 벌어졌고, 그에대한 대책은 유감스럽게도 없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이런 것밖에 없다네. 미안하네."
"정말 죄송합니다."
깊이 고개를 숙인 할머니와 관리부실로 온 로아를 한동안 바라보던 그는 수다스럽게 떠들다 어느순간 말을 멈춘 드래곤을 보았다.
말이 너무 많이해서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저 아이 - 이제는 아이라 부를 수 없는 드래곤은 아후라만큼 거대했지만 그 외양은 판이하게 달랐다. 위협적으로 위로 솟은 여러쌍의 뿔과 치고박고 싸우는데 적합해보이는 근육질의 몸, 날카로운 발톱, 커다란 방패를 이은듯한 검은 광택의 비늘들과 크고 튼튼한 날개까지. 계약자가 마법사가 아닌 검사라서 저렇게 자란걸까.
[으으음…… 화났어 마스터?]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미안미안~ 이번이 아니었으면 난 영영 마스터를 구할 기회가 없었을거라고. 뭐랄까, 마스터를 놓치면 다음 계약의 기회가 오지않을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나도 꽤 급했어. 관리자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 절박했다고.]
드래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계약은 단순히 서로 동의만 해서 되는게 아니다. 계약자에게 드래곤 마스터로서의 자질이 존재해야 그것이 성립된다. 저 남자에게도 그 자질이 있었기에 이런 엉터리 계약이 이루어진거지, 만약 없었으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사나운 표정으로 검집을 휘둘러 드래곤을 또 쳤고, 드래곤은 아프다고 징징거렸다.
"본래 마스터와 드래곤은 계약 후 서로를 알아가며 성장하지만…… 아마 자네들은 타협을 더 많이 하게될거네."
계약자쪽의 힘이 너무 막강해 오닉스 드래곤의 성장이 급격히 이루어졌고, 아마 이상의 성장은 사실상 없을것이다. 남은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인데 계약자체가 날치기인지라 드래곤쪽이 맞아죽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일단 계약으로 얻은 힘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겠네. 보통은 기초적인 마법이 쓰인 마법서를 준다만 젊은이 자네는……."
"전 검으로 충분합니다."
그는 검호라 자칭했던 이답게 마법을 거절했다. 그런데 맞고 잠시 조용해졌던 드래곤이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듯 말했다.
[그럼 그거 나주라 마스터!]
빠각─ 골 빠개지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의 머리가 땅에 쳐박혔다.
안죽었…… 지? 순간 확실하게 죽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움직이는 동체는 살아있음을 주장했다. 어쩐지 들리지 않았건만 남자가 혀를 찬 것 같았다.
"마법서, 주실 수 있습니까."
"무, 물론이네."
"그거면 저놈도 잠깐이지만 조용해지겠죠."
어쩐지 저 둘의 관계는 삶의 동반자라기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조련사와 동물쪽이 아닐까싶었다.
할머니께서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가방안에 예전에 내가 봤었던 여러 기초, 심화 마법서를 가득 넣어 그에게 주었고, 그는 가방을 멘 뒤 또 기절한 오닉스 드래곤의 꼬리를 잡고 질질 끌면서 리프레쪽으로 가버렸다.
***
검호side.
[너무하잖아 마스터~ 그래도 앞으로 함께할 사이인데 이럴수 있어?]
나는 능청스럽게 말하는 비만도마뱀에게 말했다.
"다물어."
[엄청 까칠하네. 왜 하는 말이 죄다 입 다물라는것 밖에 없는거야? 아 맞다 마스터! 내 이름 궁금하지 않아? 이 몸의 자랑스러운 이름은 말이지─]
궁금하지 않아 새꺄.
플로우라 할머니의 집을 무너뜨린 저자식은 시종일관 시끄럽게 떠들어댔고, 가뜩이나 사기계약에 걸려 폭발직전의 과부하가 된 나의 뇌에 기름을 쏟아부었다.
"이보게 젊은이."
집을 고치는게 어느정도 끝나셨는지 할머니께서 지치신 얼굴로 나를 불렀다.
"예."
"사기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된 계약이네. 무르기엔 이미 늦었고, 그냥 앞으로 같이할 수 밖에 없네."
…… 좀 희망적인 말 해주시면 안될까요. 더이상은 버티기 힘듭니다만. 나는 쥐어짜듯이 말했다.
"저는 이걸 원한적 없습니다."
사기나 다름없는 아니, 사기 그 자체인 계약이다. 계약을 무효로 한 순간 저것이 미치고, 이내 죽는다는 극단적인 결말만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서 바로 어떻게든 없던걸로 돌려버렸을 것이다. 할머니는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시는듯, 한 자 한 자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그렇겠지. 여태 많은 오닉스 드래곤의 계약을 보았지만 모두 확실하게 서로 동의했기에 이루어진거였네.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 하지만 지금 전례없는 계약이 벌어졌고, 그에대한 대책은 유감스럽게도 없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이런 것밖에 없다네. 미안하네."
"정말 죄송합니다."
관리부실로 이 오닉스 드래곤이 탈출하게 만든 로아인지 루아인지 하는 하프링이 할머니와 함께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아…… 이러면 더 화낼 수 없다고. 나만 나쁜놈 되잖아. 잠깐이지만 좀 조용히 있던 자식이 물었다.
[으으음…… 화났어 마스터?]
이 새끼는 병신인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미안미안~ 이번이 아니었으면 난 영영 마스터를 구할 기회가 없었을거라고. 뭐랄까, 마스터를 놓치면 다음 계약의 기회가 오지않을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나도 꽤 급했어. 관리자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 절박했다고.]
이자식은 개소리를 왜이렇게 예술적으로 하는거지. 니가 아무리 절박하다고 이런 초특급 민폐를 끼쳐도 되는건 아니거든? 최소한 내 의사는 물어보라고! 물론 물어봤다고 승낙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생각의 여지는 콩알만큼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놈을 한 대 더 팼다. 아파 마스터! 닥쳐.
"본래 마스터와 드래곤은 계약 후 서로를 알아가며 성장하지만…… 아마 자네들은 타협을 더 많이 하게될거네."
할머니의 말씀에 나는 지금이라도 계약을 물러야하나 심각하게 내적갈등에 휩싸였다.
"일단 계약으로 얻은 힘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겠네. 보통은 기초적인 마법이 쓰인 마법서를 주겠다만 젊은이 자네는……."
"전 검으로 충분합니다."
정확히는 검만으로도 벅차다. 간신히 손에 조금씩 익고 있는데 이 와중에 마법까지 익히는건 무리. 내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다. 거기다 하이브리드 컨셉으로 나와 우주파괴병기가 되었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된 놈이 있었지 아마?
[그럼 그거 나주라 마스터!]
이젠 뇌를 거치지 않고 척수반사적으로 드래곤의 머리를 힘껏 내려쳐 좀 자라라고 땅에 심어준 나는 할머니께 물었다.
"마법서, 주실 수 있습니까."
"무, 물론이네."
"그거면 저놈도 잠깐이지만 조용해지겠죠."
목구멍에 쑤셔박으면 말이지.
더이상 할머니께 폐를 끼칠 수 없고, 프리드를 계속 보는것도 피폐해진 정신에 좋지않아 나는 드래곤의 꼬리를 잡고 그대로 리프레를 향했다. 짜증나지만 시간의 신전은 잠시 미뤄야했다.
***
[마스터어~]
나는 당연히 검을 들었다. 그러자 드래곤은 식겁한 표정으로 빠르게 팔로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아 잠깐만 마스터! 나 말 좀 하자!]
"시끄러. 넌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
[이번엔 중요한거야!]
산 중턱, 중간에 일어난 드래곤이 다시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 이제보니 드럽게 튼튼한 놈이었구나.
[내 이름을 알려줄게.]
"필요없다. 그러니까 다물어."
[이름을 모르면 날 뭐라고 부르게?]
"비만도마뱀."
[에에엑─?! 그게 뭐야! 나한테는 아스카라는 멋진 이름이 있어!!]
알게뭐야 씨발.
[저 밑에 마을로 가고있는거 맞지 마스터?]
"그래."
[데려다줄게!]
뭐 야 잠깐만!!
나를 제 등에 휘리릭 올려버린 도마뱀자식은 그대로 날개를 쫙 펼치며 순식간에 날아올라 위로 솟구쳤다.
이 씹지랄의 제왕같은 놈아! 이 위엔 안전벨트같은거 없다고오오오오──!!
나는 고작 며칠안되는 꿈자리때문에 좀 전에 이자식을 죽이지 않은 것을 격렬히 후회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몬스터를 죽이는데도 거부감을 갖는다는걸 생각하면 살의를 솟구치게 한건 진짜로 대단한거.
아스카 탈때 안전벨트가 없는게 문제인데 그럼 아후라를 탔을땐 어쨌냐고요? 플로우라 할머니께서 실드 마법을 쓰셔서 바람 다 막아주셨죠 당연히.
@뭉글이 - 그런데 마땅히 바꿀 사람이─ 으으음. 그리고 주인공은 당연히 장수할겁니다.
@hakuya - 주인공은 (본인이 모르더라도)능력만은 진짜인데 다른 착각계중엔 능력이 없는데 있다고 착각받는 부류가 많습니다. 이런경우 언제 들킬까 긴장감까지 더해져서 존잼.
@osok - 라테일 검호 일러스트입니다.
@유풍낙화 - 저는 쟤가 여자라고 않정했습니다.
@낭류 - 에우렐은 엘린 숲을 나오면서 지나쳐버렸음.
@로젤란스 - 무분별한 ts빔은 그거대로 문제임.
@사선류 - 어느쪽이든 검호는 두들겨팰거라는거.
@종말군 - 적절한 비유닷!
@화뉴 - 글쎄요. 주인공 입장에선 그저 씹X끼인데요.
@darkdestiny - 아직은 첩첩산중이지만요!
@히야풀버스터 - 초월자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것과 초월자의 공격을 막는 것은 좀 다른 얘기입니다.
@사이나99 - 그리고 주인공은 유일한 기회를 날려버렸죠.
@칼크래프트 - 양쪽다 마법 고자라는게 문제.
@허공말뚝 - 에이 그놈하고는 비교하지 맙시다. 이쪽은 (보는쪽이)유쾌하잖아요?
@ReFrante - 대화가 안통해요.
@가면광대 - 폭주기관차같은 놈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