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8화 (18/208)

<--  -->  검호side.

[마스터어─ 여기 너무 좁아!]

"시끄러워."

[솔직히 내 몸도 다 안들어가는 곳에 날 넣는건 좀 너무하지 않아? 날개도 못 펴고 꼬리가 꺾일것 같다고. 통조림에 들어간 것 같아.]

진짜 통조림으로 만들어버릴까 저놈.

저놈한테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리프레로 도착했을때 그대로 잡혀갈뻔했다. 일단 리프레 자체는 드래곤들과 공존을 이루는 곳이기에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놀라지 않았지만, 덩치만은 산만한 저놈이 정거장도 아닌 애들 노는 공터에 내려오는 바람에 하마터면 사람들이 다칠뻔했다.

어때 잘했지! 하는 얼굴의 도마뱀의 뒷통수를 자근자근 밟아준 나는 그들에게 사과한 다음 정거장의 위치를 물어 알아냈다. 그리고 그곳의 하프링들에게 양해를 구해 비행선 격납고에 저놈을 넣었다. 마음같아선 헛간같은 곳에 박아넣고싶은데 말이지. 하여튼 여관에 머무는건 꿈도 못 꾸고 포기해야했으며 항해사들이 잠시 머무는 숙소를 빌려야했다.

[나 심심해 마스터~ 뭐라도 좋으니까 아무 얘기라도 해주면 안돼?]

진짜 저거 죽이면 안돼? 어차피 나는 몬스터를 죽여도 꺼림칙함과 거부감만 있을뿐 '뭔가를 죽였다'는 느낌이 없도록 게임 보정이 환상적으로 되어있으니 저걸 죽여도 똑같을텐데.

그러나 검에 손을 대는게 꺼려진다. 그것이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뭔가를 죽이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인지, 아니면 그 사기 계약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마스터는 왜 리프레에 왔어?]

"그만 좀 떠들면 안되나."

[하지만 난 마스터에 대해 알고싶은데? 안물어보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거잖아.]

니놈같으면 술술 말해주겠냐. 난 내 손을 물어 사기 계약을 체결한 놈한테 자기 소개를 해줄만큼 대인배가 아니거든? 아니 솔직히, 하면 그쪽이 더 이상한놈 아니야? 그러나 나는 저놈의 입을 닥치게 만드는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 더럽게 튼튼해서 기절해도 금방 일어난다 - 자포자기하며 대꾸했다.

"…… 내일 시간이 되는대로 어떻게든 시간의 신전에 갈거다."

[시간의 신전? 거긴 왜 가려고?]

"륀느를 만나 물어볼게 있어."

[여신 이름을 막 부르네 마스터.]

"그건 여신이 아니야."

따지고보면 초월자는 반신이지 진짜 신은 아니니까. 진짜 신은 그들을 대리인으로 세운 오버시어쪽이다. 뭐, 어느쪽이든 내가 쪽도 못쓰고 발릴 씹 먼치킨인건 똑같지만. 호구여신 륀느도 루더스 호수의 시간을 통째로 멈추는 괴랄한 짓을 할 수 있으니.

[우와…… 굉장한 말이네 마스터. 그거 시간의 신관들이 들었으면 마스터한테 쌍욕을 했을지도 모르겠어.]

야야 원래 한 나라의 대통령도 그 자리에 없으면 온갖 새끼에 놈이 돼. 생각해보니 방금 내가 한 말은 시간의 신관 입장에선 신성모독이 되었겠군? 하기사 지금 메이플 월드에서 이런 설정들을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거겠다만.

[그럼 마스터, 륀느 여신한테 뭘 물어볼거야?]

"니가 알 필요 없어."

나는 저놈이 뭐라 또 떠들기전에 플로우라 할머니한테 받은 마법서가 든 가방째로 저놈 앞에다가 던져주었다.

[이게 뭐야 마스터?]

"마법서. 줄테니까 좀 조용히 해. 난 이제 잘거야."

[오, 오오오!! 마스터어어──! 진짜 가져왔어?! 고마워! 역시 아닌척해도 날 생각해주는거 맞구나!]

"헛소리 작작하고 이제 좀 닥쳐."

천장에서 푸슬푸슬 떨어지는 먼지에 저놈이 이 건물마저 무너뜨리는게 아닐까 심히 걱정되었다. 여긴 플로우라 할머니나 프리드가 없었고 - 즉 이 자리에서 바로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무너지면 내가 전부 수리비를 내야하는데 난 돈이 절대로 많지 않다.

[아아~ 사람들한테서 말로만 들었지 책으로 보는건 처음인데…… 마스터는 마법을 안쓰니까 내가 익혀서 대신 써줄게! 그럼 전사랑 마법사 콤비가 탄생하는거야!]

니가 퍽이나.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 표현이 이렇지 보이는건 뭔 철퇴가 돌아가는듯하다 - 제 발톱보다 작은 책을 어떻게든 용을 써서 펼친 놈이 눈꼽보다 작은 글씨를 데굴데굴 눈 굴려가며 읽는 모양새가 여러가지 의미로 공포스럽고 우스워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휴게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 나의 오판이 있다면 저놈은 어찌됬든 드래곤이라는 것과, 심지어 지식이 없을뿐이지 지혜는 나 이상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는 것이다.

***

아스카side.

저가 생각해도 사기같은 계약이었지만 그래도 마스터가 생겼다는 사실에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스터는 내가 무척이나 싫은지 시종일관 닥치라거나 입을 다물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우우, 나도 내가 잘못한건 알지만 그래도 계속 이러는건 상처라고. 검집으로 두들겨맞은 머리는 지금은 덜하지만 진짜로 아팠다. 예전이었다면 일격에 100% 사망이었을테지만 계약과 함께 얻은 힘은 그것을 아프다로 끝나게 만들만큼 강대했기에 상처하나 없었다. 역시 내 마스터야!

어떻게든 그래도 잘 보이려고 마스터를 마을에 데려다줬는데 엄청 화를 내며 날 밟았다. 자, 잠깐만 뿔 꺾지마! 그거 진짜 아파! 나중에 알았는데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아무대나 막 착륙하면 안되고 정거장이라는 곳에 착륙해야 한단다. 아 그런거였어? 화가 난 마스터가 반협박하듯이 사람들에게 물어 정거장이 어디있는지 알아 거기 창고? 에 날 걷어차가며 넣어버렸다.

[마스터어─ 여기 너무 좁아!]

"시끄러워."

매번 시끄럽데. 마스터가 내 기분이 되보라고! 날개를 구기듯이 접은데다 꼬리도 제대로 못 펴고, 허리는 디스크에 걸릴것 같단말이야. 목밖에 움직일 수 있는게 없어.

[솔직히 내 몸도 다 안들어가는 곳에 날 넣는건 좀 너무하지 않아? 날개도 못 펴고 꼬리가 꺾일것 같다고. 통조림에 들어간 것 같아.]

마스터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았다.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를 붉은 시선이 꽂히자 불편해서 계속 뒤척이던 몸이 굳었다. 마스터 진짜 무서워…… 나는 애써 두려움을 물렸다. 그, 그래도 마스터니까 날 죽이진 않겠…… 지?

[나 심심해 마스터~ 뭐라도 좋으니까 아무 얘기라도 해주면 안돼? 마스터는 왜 리프레에 왔어?]

"그만 좀 떠들면 안되나."

[하지만 난 마스터에 대해 알고싶은데? 안물어보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거잖아.]

검호라는 이름 말고는 마스터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걸? 심지어 물어봐도 대답 안해주잖아.

그런데 마스터는 처음으로 제대로된 대답을 해주었다.

"…… 내일 시간이 되는대로 어떻게든 시간의 신전에 갈거다."

와! 마스터가 내 질문에 드디어 답해줬어! 그런데 시간의 신전? 가끔씩 플로우라나 하프링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 알고있는 곳이었다. 저 하늘 위에 있다는 여신을 모시는 곳.

[시간의 신전? 거긴 왜 가려고?]

"륀느를 만나 물어볼게 있어."

[여신 이름을 막 부르네 마스터.]

그리고 마스터는 시큰둥한 얼굴로 당연한걸 사실을 말한다는듯이 말했다.

"그건 여신이 아니야."

에……?

시간의 여신 륀느에 대해서 많은것을 알고있지는 않지만, 그녀가 여신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알고있다. 그녀가 루더스 호수의 시간을 멈춘것은 그저 예시일뿐, 시간을 조종해 타인의 미래를 바꾸고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알아낼 수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마법사들이 끝자락조차 잡기 힘든 시간을 그토록 쉽게 다룬다는 것에서 신적인 존재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와…… 굉장한 말이네 마스터. 그거 시간의 신관들이 들었으면 마스터한테 쌍욕을 했을지도 모르겠어.]

모르는게 아니라 분명 했겠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스터가 한 말이니까 스무스하게 넘어가자고.

[그럼 마스터, 륀느 여신한테 뭘 물어볼거야?]

"니가 알 필요 없어."

그게 본론인데?! 하지만 더 이상 물어봤다간 또 머리를 때리겠지. 아무리 튼튼해도 맞는건 싫어. 때리는 사람이 마스터라서 더 상처라고. 그렇게 생각할때 갑자기 내 앞에 뭔 쪼매난 주머니가 떨어졌다.

[이게 뭐야 마스터?]

"마법서. 줄테니까 좀 조용히 해. 난 이제 잘거야."

뭐라고…… 마스터? 잠깐 마법서?! 진짜로? 그냥 말한건데 진짜 받아온거야!

[오, 오오오!! 마스터어어──! 진짜 가져왔어?! 고마워! 역시 아닌척해도 날 생각해주는거 맞구나!]

"헛소리 작작하고 이제 좀 닥쳐."

먼산을 보듯이 천장을 올려다보는 마스터의 모습에 다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진짜 좋아. 주체하지못하고 꼬리가 올라가 흔들렸다. 나는 제일 작은 발톱으로 주머니에서 조심조심 책을 꺼내 페이지를 넘겼다.

[아아~ 말로만 들었지 책으로 보는건 처음인데…… 마스터는 마법을 안쓰니까 내가 익혀서 대신 써줄게! 그럼 전사랑 마법사 콤비가 탄생하는거야!]

마스터는 대답하지않고 홱 몸을 돌려 방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에, 설마 부끄러운거? 이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데…… 뭐였지?

[아 그거다!]

마스터는 츤데레인거야!

조~오아! 열심히 마법을 익혀서 마스터를 기쁘게 하는거야! 그럼 좀 덜때릴거고, 나랑 좀 더 대화해줄거야. 응 분명 그럴거야!

어차피 졸리지도 않으니 밤새서 책을 보기로 했다.

***

[마스터마스터마스터! 이거 봐봐!!]

나는 하마터면 막 차고있던 검을 그대로 떨굴뻔했다. 놈의 들뜬 목소리에 천장이 들썩이며 우수수 떨어져내리는 먼지에 신경쓸 수 없었다. 태양계 행성 마냥 그놈의 주위에 빙글빙글 도는 얼음과 불, 번개, 흙 그리고 검고 흰 구체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려 했으니 놈의 목소리가 바로 답을 가르쳐 주었다.

[일단 여기 책에 있는건 전부 쓸 수 있게 됬어! 아직 응용은 못하지만 그래도 꽤 잘하게 됬다고~ 어때 마스터? 나 대단하지!]

…… 저자식이 나랑 비교하면 절대로 안되는 천재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이었다.

젠장 내가 저 민폐도마뱀보다 못했어.

========== 작품 후기 ==========

야 쟤가 어떻게 저렇게 쌔졌는데 그런 말을 하냐.

자가용 겸 마법 전력. 어째서 다속성 마법이 가능하냐고 물으신다면 에반의 경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화뉴 - 지름작이라 제대로 구상을 안하고 막 쓰다보니 독자분들 의견을 어느정도 반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길겁니다.

@히야풀버스터 - 히로인은 일단은 있긴한데 출연이 의심스럽습니다. 제가 로맨스 고자거든요.

@가면광대 - 20화내에 출연할거에요. 아마도.

@유풍낙화 - 오리캐냐 원작캐냐 그것이 문제로다.

@로젤란스 - 주인공은 왠지 은월을 봐도 그놈이 은월인지 모를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darkdestiny - 3번을 바꾸세요. 1:多를 하면 불리한 주인공을 위한 법사캐.

@tony4523 - 프렌즈스토리도 충분히 판타지입니다. 그런 고등학교 현실에 없어요.

@Blake117 - 겨우 이걸 난장판이라고 하시면 안되죠.

@바이휴런 - 좋아 독고다이로 확정!

@칼크래프트 - 영웅:저 사람이 영웅이라니? 군단장:저 사람이 군단장이라니!

@사이나99 - 그래도 나름 비중이 있습니다.

@종말군 - 고로 현재 아스카의 성별은 아스카.

@소설조으다5 - 당연한 말씀을.

@좌절거북이 - 아닌것같아도 마스터 위주로 생각합니다.

@허공말뚝 - 그리고 이번엔 좌절했다.

@Umbra000 - 아스카의 히로인화를 바라는 분이 의외로 있네요.

@torando - 일부러 중성적으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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