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9화 (19/208)

<--  -->  검호side.

나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어떻게든 진정할 수 있었고, 그때서야 격납고에서 놈을 빼냈다. 들어갈때는 오지게 안들어가지더니 나갈때는 더하다. 기어코 입구를 박살내버려 머리가 띵했지만 다행히 하프링들의 자비로 수리비는 물러주지 않았다. 큰 드래곤과 계약을 맺은 드래곤 마스터들은 종종 이런 사고를 일으켜서 그렇다나. 문짝 수리는 물론 건물 수리자체에 노하우까지 생겼단다.

이후 나는 하프링 항해사들에게 시간의 신전에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그들은 하늘나무 꼭대기에 있다는 용 조련술사 타카라에게 가보라고 대답해주었다.

"시간의 신전? 잘 왔네. 거기까지 가려면 비행선으로는 무리거든. 바로 내가 쓰는 마법을 통해서만 갈 수 있어."

그 뭐더냐, 타카라란 놈이 원래 리프레 정거장에 있던 늙은 하프링이나 크로스 헌터 퀘할때 봤던 놈도 아닌 듣도보도 못한 놈이었지만 세상에 변신 마법 쓰는 놈이 한 둘도 아니고 - 블랙윙에도 있는데 뭐 - 플로우라 할머니라는 설정에 없던 인물을 이미 만나본터라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놀란건 이놈이 다음 한 말쪽이었다.

"드라코 변신 시간당 100만 메소야."

뭐 이 씨발아?

타카라는 뚱한 얼굴로 말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설마 내가 공짜로 해줄리 없잖아. 내가 쓰는게 아니라 남한테 걸어주는, 거기다 용족 계열 변신은 마력이 엄청 든다고."

거기다 시간의 신전으로 가는 항로까지 머리에 각인시켜야하는데 공짜로 다 해줄리가 없잖아. 죄다 맞는 말인데 어째 장난아니게 짜증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100만 메소는 폭리라고!

"싫으면 말든가."

아…… 때리면 안되나 저놈.

"참고로 시간의 신전까지 날아가는데 넉넉하게 3시간이야."

야이 새끼야 뭔 마법 한 번 쓰는데 300만 메소를 쳐먹는거냐!

"그리고 다른 변신 마법사중에서 나만큼 잘 쓰는 사람은 없어. 날아가다가 갑자기 인간으로 돌아와서 지상으로 다이빙하고싶지 않으면 잘 생각해보는게 좋을거야."

좋아, 이걸로 확실해졌어. 이놈이 쌍놈이라는게!

부글거리며 끓는 속을 애써 달래던 나는 고개를 돌려 부들부들 떠는 - 필히 비웃고 있을 - 타카라인지 카라인지 하는 놈을 뭐라 설득해서 돈을 깎을까 고민해보았다. 어떻게 생각해봐도 저 시간당 100만 메소는 폭리란 말이지.

그렇게 고민하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나무 아래쪽에 있던 도마뱀놈이 쭉 목을 내밀며 말했다.

[마스터! 내가 신전 데려다줄 수 있어!]

시끄러 내가 어제 너 탔다가 완전히 골로 갈뻔했거든? 니놈 비늘을 벗겨버릴 기세로 꽉 잡지 않았으면 추락사했어 임마. 그런데 널 타고 거기까지 가라고? 장난하냐! 웅크려서 끅끅 웃다못해 눈물까지 찔끔했는지 붉어진 눈가를 북북 닦으며 고개를 든 악덕상인은 비웃는 기색이 역력한 투로 말했다.

"…… 뭐야 당신 드래곤 마스터였어? 심지어 오닉스 드래곤?"

닥쳐 드래곤 마스터가 아니라 사기계약 피해자일뿐이야.

그래서 난 저 도마뱀을 본 하프링들의 왜 쟤를 안타고 용 조련술사를 찾냐는 물음에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아마 그놈들도 상상 못했겠지. 오닉스 드래곤과 이딴 날치기 계약이 가능하다는게.

"어제 일 기억하고 있을텐데."

[그, 그래도 마스터! 이번엔 잘할 수 있다고!]

니가 퍽이나. 불신가득한 눈으로 놈을 쏘아본 나는 다시 악덕상인을 보았다.

"드래곤 마스터면 내가 마법 쓸 필요 없겠네. 잘 가!"

야 임마!!

나는 반 강제적으로 하늘나무 꼭대기에서 쫓겨나가시피 내려와야했다.

***

아스카side.

밤새 익힌 마법을 뽐냈음에도 마스터는 별 반응 없었다. 좀 놀란것 같긴 했지만 딱 그것뿐. 아니, 어쩌면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이렇게 강해진건 순전히 계약자인 마스터의 강함덕이니까. 그런 본인과 계약한 오닉스 드래곤이 약할거라고 처음부터 생각조차 안했을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는데 아무 말이나 해주지…….

어기적어기적 좁은 방에서 나오다가 결국 입구를 부숴버렸다. 마스터한테 또 한 대 맞았다. 부서진 입구를 보고 인상을 쓰고있는 마스터한테서 보이지않는 오오라같은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걸 느꼈는지 하프링들이 달려와 물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처세술 좋네.

이후 마스터는 하프링들에게 시간의 신전에 가는 법을 물었다. 그들이 말하길 그곳까지 가는 하늘길은 너무 높고, 추우며, 바람마저 사나워 비행선을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극소수의 몇몇 하프링들 - 용 조련술사들이 쓸 수 있다는 용족 변신술이 필요하다고 알려주었다.

"알았다. 알려줘서 고맙다."

"그런데 왜 굳이 용 조련술사를 찾는겁니까? 보아하니 드래곤 마스터인것 같은데."

"드래곤 마스터는 굳이 용족으로 변신하지 않아도 될텐데요? 드래곤을 타고 가면 되잖아요."

그랬다. 나와 계약한 마스터라면 굳이 용 조련술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허나 그 말에 마스터는 날 보고는…….

"그리 미덥지 않는 놈이라서."

그 말에 살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마스터가, 날 믿지 않아. 숨이 막혔다. 세상에 존재하는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중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오닉스 드래곤과 그 계약자인데, 이런 사소한 일에도 마스터는 날 믿지 않고 있었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계약의 과정자체가 상징을 이용한 꼼수, 즉 사기나 다름없이 이루어졌다. 우리의 계약에 마스터의 동의는 없었다. 오히려 지금처럼 불신했으면 했지.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실을 겨우 깨달은 나는 리프레 정거장 - 하늘나무의 꼭대기에 올라가 용 조련술사를 찾아간 마스터를 기다리며 한참 생각했다. 어떻게해야 마스터한테 신뢰받을 수 있을까? 골몰히 생각하는 와중에 나무 위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간의 신전? 잘 왔네. 거기까지 가려면 비행선으로는 무리거든. 바로 내가 쓰는 마법을 통해서만 갈 수 있어."

마스터가 꼭대기에 도착한 모양이다. 계약하면서 얻은 힘은 오감또한 발달시켰기에 이런 거리는 코앞이나 다름없다.

"드라코 변신 시간당 100만 메소야."

…… 물가는 잘모르겠지만 저게 정상적인 가격이 아닌것만은 확실했다. 마스터의 기운이 점점 예리해지는게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둔해빠진 하프링 마법사는 태연히 말을 이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설마 내가 공짜로 해줄리 없잖아. 내가 쓰는게 아니라 남한테 걸어주는, 거기다 용족 계열 변신은 마력이 엄청 든다고. 싫으면 말든가."

좀 위험할지도. 마스터가 누군가를 죽이는건 한 번도 못봤지만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일대 학살이 가능한, 이름 그대로 '검호'니까.

"참고로 시간의 신전까지 날아가는데 넉넉하게 3시간이야. 그리고 다른 변신 마법사중에서 나만큼 잘 쓰는 사람은 없어. 날아가다가 갑자기 인간으로 돌아와서 지상으로 다이빙하고싶지 않으면 잘 생각해보는게 좋을거야."

아…… 어쩐지 저 하프링의 위치를 알려주던 다른 하프링들의 얼굴이 좋지않더니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금방이라도 검을 뽑아들것같은 마스터의 흉흉한 기세에 나는 몸을 일으켜 목을 쭉 뻗었다.

[마스터! 내가 신전 데려다줄 수 있어!]

겨우 보인 하늘 나무 꼭대기에는 용 조련술사로 추측되는 하프링이 마스터의 기세에 벌벌 떨고있는 모습과 함께 인상을 쓴 마스터가 있었다. 다행히 검은 아직 뽑지 않았다.

"…… 뭐야 당신 드래곤 마스터였어? 심지어 오닉스 드래곤?"

떨면서 결국 울었는지 하프링은 잔뜩 붉어진 눈가에 콧물까지 흐르고 있었다. 급하게 닦았지만 똑똑히 봤다. 분명 어이없을테지. 나처럼 큰 오닉스 드래곤과 계약한 드래곤 마스터가 용 조련사를 찾는다는 생각자체를 못했을것이다. 억울하기도 할 것 같다.

마스터는 약간 고개를 돌려 말했다.

"어제 일 기억하고 있을텐데."

실수한건 맞지만 그때는 착륙지점을 몰라서 그랬던거야! 그러니까 이번엔 믿어줘!

[그, 그래도 마스터! 이번엔 잘할 수 있다고!]

"드래곤 마스터면 내가 마법 쓸 필요 없겠네. 잘 가!"

내 대답에 하프링은 가게에서 난리를 피우는 진상손님을 쫓아내듯이 말했고 결국 마스터는 어떻게봐도 불만이 하늘을 후벼파다못해 대기권을 관통할기세로 충만한 얼굴로 하늘 나무에서 내려와야겠다.

결국 또 맞았다. 이후 마스터는 그 하프링을 다시 찾아갔지만 마스터에게 잔뜩 겁을 먹은 그 하프링은 끝끝내 마스터를 거부했고, 마스터는 날 타고 시간의 신전에 가기로 했다.

***

[괜찮아 마스터! 이번엔 잘할거니까.]

시끄러 니 신용은 시작부터 마이너스였어. 나는 불안불안한 얼굴로 놈의 등에 올라탔다.

[이거 쓰면 되는거지?]

푸른 빛이 둥글고 얇은 막처럼 퍼져 내 주위를 감쌌다. 놈이 책에서 보고 있힌 마법중에 있던 실드 마법이다. 이걸로 안심해도 되…… 지?

[그런데 마스터, 시간의 신전은 어느쪽이야?]

아…… 그러게.

그러고보니 어제 그 악덕상인이 한 말중에 드라코 변신 마법을 걸어주는 것과 함께 시간의 신전으로 가는 항로도 머릿속에 넣어준다고 말했었는데. 달리 말하면 마법을 써서 머리에 넣어줘야 할만큼 복잡하다는 뜻 아닌가? - 아니면 단순히 드라코로 변신했을때는 지도를 못 든다던가 하는 이유일수도 있고 - 그 생각에 겨우 미치자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젠장 나 왜 여기까지 생각 못한거야.

그러다 놈의 뿔에 걸어놓은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나는 가방을 열어 하마놈이 준 나침반을 꺼내어 그것을 들고 말했다.

"시간의 신전."

나침반의 바닥이 반짝반짝거리더니 뭔가 여러 풍경같은게 쓱 지나갔고, 바늘이 휙휙 돌아가다 어딘가로 딱 고정되었다. 이 방향으로 일직선.

"저쪽으로 가."

[알았어 마스터! 꽉 잡아~]

실드 마법으로 날아갈때 얼굴을 할퀴는 바람은 막는다지만 중력까지는 못 막으므로 나는 놈의 뿔을 단단히 붙잡았다.

직후 그놈은 롤러코스터의 속력과 비교했다간 하는 놈의 귓방망이를 갈겨버리고 싶을만큼 빠른 속도로 구름 위까지 '발사'되었고, 나는 고소공포증을 가지기 충분하다못해 넘치는 트라우마를 선사받았다.

========== 작품 후기 ==========

다행히 나침반은 안떨어뜨렸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시간의 신전엔 또 주인공을 멘붕에 빠뜨릴 인물이 있죠.

@소멸의카잔 - 현재로서는 절대적으로 무리입니다. 변신 마법을 모름.

@가면광대 - 이것은 쌍방착각물!

@darkdestiny - 몇 개 있지만 검호한테는 별 도움이 안됨. 감정에 따라 발동되는것도 있고 인위적으로 발동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ReFrante - 이미 그런 상황이에요.

@DIO루가 - 대정답! 찰지게 번역된 욕설을 간간히 참고중입니다.

@바이휴런 - 저는 메이플할때 스공에 신경안쓰고 해서 뭐라 대답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전력을 다하면 확실하게 초월자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으며 작정하고 스킬을 쓰면 지도를 다시 그려야하는 정도의 강함입니다.

@Blake117 - 곧 싫어할거에요.

@로젤란스 - 생각해보니 메이플에 정상인이 없어……!

@osok - 일단 외모로 반은 먹고 들어가죠.

@vbk - 인간화 자체를 사실상 무리로 잡고있는데 이루어질까 모르겠네요.

@유풍낙화 - 어째서 어른을 원하는 이는 없는가!

@Eluines - 갈수록 바빠져서 일일연재가 힘듭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무산은 아니더라도 검호+아스카가 어느 한쪽을 편드는순간 힘의 균형이 와장창! 되서 전투 소강까지는 가능.

@책벌레씨 - 어째 반발이 많네요. 인간화는 취소할까.

@종말군 - 아직 제가 확정하지 않았으므로 남자와 여자사이의 무언가입니다〈

@칼크래프트 - 현 시점에선 정답.

@둠즈 - 그건 안해요. 저도 싫거든요.

@mmo0522 - 어떻게 수 백년 뒤로 보낼지 이미 정해졌습니다. 봉인은 아니에요.

@히야풀버스터 - 중요한건 성별이 아니라 겉보기 나이. 여태까지 잘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은 애는 안팹니다.

@허공말뚝 - 결혼안해도 평생 따라올텐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