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22화 (22/208)

<--  -->  검호side.

무릉을 목적지로 정한 이유는 별거 없었다.

일단 메이플스토리에서 무릉만큼은 본 스토리에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관련이 없었다. 미스틱 게이트라든지 하는게 좀 있었을뿐이지 영웅이나 군단장 그 외 인물들과 딱히 엮여있지 않았다. 저어~기 이웃동네의 판다리아하고는 비슷하면서도 딴판이었지만 그렇기에 마음놓고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여튼 일단 무릉에 가서 스킬을 본격적으로 연습해볼 계획이다.

여태껏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던 스킬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한 번 써보았고, 내 스킬이 그거 딸랑 하나뿐일리 없다. 그래야한다. 신선같은거엔 전혀 관심없지만 연습장소로는 괜찮을거라는 판단을 했기에 거기를 목적지로 정했다.

그 개…… 오버시어의 말을 다 믿기엔 좀 그랬지만, 유일하게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단서다. 초월자들의 힘을 대체 어떻게 모으라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강해지고봐야하는거 아닌가.

'니 몸은 내가 줄 수 있던 것들 중에서 육체 능력만은 순위권에 드는거야.어이없이 죽지말라고 일부러 튼튼한걸 줬다고.'

얼굴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절로 이가 갈렸지만 어떻게든 기억을 떠올려 오버시어가 했던 말을 생각해냈다. 그래, 몸만은 진짜 튼튼한걸 줬다고 했지. 그리고 육체 능력도 좋은거라고 했다. 그 육체 능력이라는게 힘이나 속도만 말하는게 아니리라. 구체적으로 어떤것들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마스터어…….]

"뭐지."

[잠깐 내려가서 쉬면 안돼? 나 슬슬 힘들다구.]

예전에 게임 맵으로 보았던 메이플 월드를 떠올려보았다. 시간의 신전에서 무릉도원까지 거리는…… 에델슈타인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멀다.

"알았어. 대신 제대로 착지해."

[응!]

아스카의 기쁜 목소리의 대답에 어딘가 가슴 한 쪽이 알 수 없는 색이 되었다.

이 놈도 살아있는 생명체다. npc같은게 아닌, 심장이 뛰고 생각을 하는 분명하게 살아있는 존재다.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닌 현실이고, 게임 보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몬스터를 죽이면 아이템이 뜨는게 아니라 시체만 남고, 스킬을 쓰려면 그에따른 방법을 알고 연습해서 숙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은, 죽음 역시 진짜라는 뜻이다.

운명의 수레바퀴같은건 당연히 없겠지…… 예전에 웹툰에서 아카이럼이 시간의 초월자도 죽은 자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하! 내가 살던 곳도 아닌,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완전 다른 세상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앞으로 해야하는 일은 또 어떻고? 다른건 몰라도 초월자와 대면해야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호구여신 륀느도 일대 지역의 시간을 통째로 멈추는 짓이 가능하고, 겉과 속 모두 로리인 알리샤도 해저에 탑을 짓고 그 속에 생태계를 만드는게 가능하며, 검은 마법사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말 그대로 '초월적인' 업적이 가능한 이들과 어떻게든 맞닥뜨려야 한다는 거다. 그란디스까지 생각하면…… 아 씨발.

반사적으로 욕지꺼리를 내뱉으려는 순간, 으슬으슬한 추위에 나는 털망토를 바로 둘렀다.

[마스터 도착했어!]

펑펑 쏟아지는 눈과 흙이 거의 보이지않는 땅. 저번에 보았던 데몬의 집이 더 호화롭다 생각될정도로 허름한 집들이 쭉 이어진 거리에 나는 여기가 달동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대신 천 혹은 가죽으로 막아둔 창문에 뽁뽁 뚫린 구멍으로 여러 눈깔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 가까운 집에 다가가 노크라도 해보려는 순간.

"누구냐!!"

철컥이는 금속 발소리와 함께 병사 몇몇이 뛰어왔다. 그런데 어…… 상당히 허름했다. 상점에서 몇 메소 주고 살 수 있을 초보자용 갑옷이 더 나을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패잔병 무리인 줄 알았다.

그들은 다소 녹쓴 창날을 적당히 굵은 나뭇가지를 꺾어다 대충 만들었을 창대에다 끈으로 묶은 창을 내게 겨누었다. 죄송합니다만 공포감보다 안쓰러움만 듭니다.

[마스터, 공격할거야?]

"아니."

그럼 내가 완전 악당이잖아. 그래야할 이유도 없고. 나는 그들 앞에 나서며 말했다.

"모험자, 검호입니다. 여행 도중 용건이 있어 잠시 이곳에 왔습니다."

"웃기지마라! 그딴 거짓말에 속을 것 같으냐!"

내 말에 금 간 투구를 쓴 병사가 외쳤다.

"우리 왕국에 뭐 볼게 있다고 모험자가 오겠냐!"

…… 신종 자학개그인가.

***

???side.

내가 다스리는 왕국은 무척이나 가난한 곳으로 - 과거형이 아니다 - 거의 매일 눈이 내려 땅이 척박해 농사조차 제대로 짓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있고, 비록 물질적으로는 빈곤할지언정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곳이다.

그렇기에 모험자는 고사하고 상인조차 정기적으로 식량을 거래하는 상단을 제외하면 오지 않는 이곳에 외부인이란 실로 이례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왕이시여! 수상한 자를 잡아왔습니다!"

끌려온 - 이라기보단 잡혀줬다는 느낌의 매우 곱상한 얼굴의 남자가 병사들에게 묶여 내 앞에 왔다.

"우리 왕국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 저게 거짓말의 근거라는 사실이 다소 씁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진 것 없는 왕국에 뭣하러 모험자가 오겠는가.

"이 남자와 같이 있던 거대 도마뱀은 사슬로 묶어놓았습니다."

[아 그거 별로 의미없는데? 밧줄로 묶어도 그것보다 낫겠다.]

알현실의 창 밖으로 드래곤의 머리가 올라왔……?!

"아스카 그냥 얌전히 있어."

[왜 잡혀준거야 마스터? 사실대로 말해도 안들어먹는 것들인데.]

"그렇다고 그게 공격해야하는 이유는 못 돼."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드래곤과 계약해 그 힘을 빌린다는 이들. 드래곤 마스터. 그리고 그들과 계약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건까지.

"밧줄을 풀어라!"

"예, 예? 왕이시여 이 자는─."

나는 우물쭈물하는 병사를 기다리지않고 단숨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묶고 있는 밧줄을 검으로 내려쳐 끊었다. 그의 손등엔 아까 보았던 드래곤의 얼굴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문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 병사들의 무례를 사과하겠네."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용서해주겠나?"

"당연히."

이어서 나는 병사들에게 명령해 드래곤에게 묶여있을 사슬 역시 풀라고 했다. 드래곤을 제대로 붙잡으려면 최소한 특수한 마법이 걸린 사슬을 동원해야 한다. 일반 사슬따위로는 어림도 없다. 그럼에도 도망치거나 난동부리지 않은것은 그들이 악한 이들이 아니란 뜻. 아니, 일단 드래곤과 계약하려면 최소한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

"무슨 일로 이 왕국에 왔는지 말해주겠나."

[아까 병사가 말했잖아. 볼 일이 있어서 왔어.]

그러고보니 병사가 그런 말을 했다. 진짜로 볼 일이 있어서 왔단 말인가? 이 왕국에? 남자는 드래곤을 잠시 보고는 말했다.

"……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쉬기 위해 온겁니다. 실례지만 잠시 머물다 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과연 이런 이유로군. 하기사 이런게 아니면 뭣하러 모험자 그것도 드래곤 마스터가 이 왕국에 오겠냐만.

"실례지만 폐하의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렇게 거창하게 부를 필요 없네. 나는 그저 작고 가난한 소국의 왕일뿐이니까."

나는 무심코 급하게 검으로 끊은 밧줄 조각을 보았다. 이걸 다시 사려면 또 돈이…….

"반 레온이네."

그럼에도 그는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당당한 걸음으로 나갔다.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가 두 자루의 화려한 검을 차고 있는 것을, 조금 전에 보았던 그의 손이 얼굴과 맞지 않게 몹시 거칠고 단단했다는 것을 알았다.

***

그래 포기하자. 어차피 살면서 한 두 번은 만날 운명이었던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 반 레온의 기구하기짝에 없는 결말이 생각나서 안구에 습기가 차려 했지만, 허리를 깊이 숙이고 바로 몸을 돌려 나감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감췄다.

이전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테지만, 지금도 그래야하나? 오면서 보았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허름한 갑옷을 입은 병사와 이방인인 나를 낯설어하면서도 걱정하던 사람들이.

[마스터 내일 바로 출발할거야?]

"글쎄…… 어쩔까."

[오늘 푹 쉬면 난 바로 그 산들을 넘어갈 수 있어 마스터!]

지금이 어느 시기인지는 잘 모른다. 검은 마법사가 지금쯤 탄생했을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건 반 레온의 왕국이 멸망하는건 적어도 검은 마법사가 어느정도 활동해 반(反) 검은 마법사 연합이 만들어진 이후라는 거다.

그렇다면 최소한 지금은 괜찮다.

"그럼 내일 가자."

[알았어 마스터. 잘 자.]

나는 벽난로에 장작을 더 밀어넣으며 이불과 털망토를 목끝까지 끌어올렸다.

========== 작품 후기 ==========

엘나스의 왕국하면 저기밖에 생각안남.

이전엔 그냥 넘어갔지만 현실이란걸 안 주인공은 행동에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이제 주인공이 아스카를 제대로 부릅니다. 이전까지는 도마뱀 혹은 놈이라고 했죠.

@가면광대 - 오버시어도 오버시어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이건 외전에서 쓰도록 하죠.

@kama27 - 후반에요. 아직 자기 스킬이 뭐 있는지도 모르는데.

@덱스트린 - 오버시어가 그런 말을 한건 이제 정신 좀 차리고 행동해라는 뜻입니다. 아주 거짓말도 아니었구요. 독자분들과 얘기는 안할겁니다. 데드풀도 아니고.

@좌절거북이 - 그러거나 말거나 주인공에게는 그저 욕나오는 년.

@유풍낙화 - 위, 위험한데요 이거.

@뭉글이 - 주 무기는 이도류고 뭐 보조로 대검같은거 쓰는?

@ch3ng - 만약 검호가 소드 댄서처럼 이기어검을 쓴다면 그 이유는 양 팔을 다쳐서일겁니다.

@ReFrante - 현재 오버시어는 그럴 상황조차 못 됩니다. 시간의 오버시어인데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것부터 막장인거죠.

@Eluines - 검호 스킬중엔 버서커 모드같은것도 있다죠.

@chlwals - 자기도 모르게 광폭화.

@hakuya - 제대로 보신거 맞습니다.

@vbk - 초월자를 모으는게 아니라 초월자의 힘을 모아서 어찌어찌 봉인을 풀어야 돌아갈 수 있습니다.

@책벌레씨 - 오버시어의 사정은 외전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darkdestiny - 현재 주인공은 오버시어를 떠올리는것만으로도 빡쳐서 걔가 한 말은 중요한거 빼고 제대로 생각도 안하고 있음. 일단 본인이 튼튼하다는 것 정도만 기억.

@torando - 현재 주인공이 기억하는 것 1. 튼튼하다 2. 스킬이 더 있다 정도입니다. 주의사항은 대강 기억해둠.

@칼크래프트 - 주인공 상황이 나빠질때마다 아스카의 상황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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