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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호입니DA-23화 (23/208)

<-- 스토리의 퀄리티는 인기와 비례한다 -->  검호side.

날이 밝는대로 나는 짐을 챙겨 나서려고 했으나 차가운 도시 남자(…) 반 레온은 그대로 내가 가는게 영 보기 그랬는지 간단한 먹을거리를 주었다. 받는내내 미안해서 죽는줄 알았다. 이거 받으면 성 안의 사람들 며칠동안 하루 두 끼 혹은 한 끼만 먹는거 아니야? 어떻게든 돈을 주려 해도 눈 반짝이면서도 거절하니 결국 머물렀던 방에 슬쩍 돈을 두고 왔다.

딱딱한 육포 혹은 훈제고기를 씹으며 나는 왜 무릉이 메이플스토리 본편과 별 연관이 없었는지 확실히 알았다.

산이 너무 험했다.

무릉과 엘나스 지역을 가로막고 있는 산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저토록 적대적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험악했다. 산의 경사면이 흡사 거인이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쪼개놓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발디딜 곳이 아예 보이지 않는 수직의 연속이었으니 말 다했다. 반 레온의 왕국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였어도 아스카가 없었으면 애초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마스터, 무릉은 어떤 곳이야?]

"…… 사람같은 팬더들이 사는 곳이지."

[팬더가 뭐야?]

"하얗고 까만데다 대나무만 먹는 곰."

[곰이 나무를 먹어? 그리고 대나무는 뭐야?]

"직접 봐."

왜 육해공 중에서 공군이 짱인지 알 것 같았다. 지형을 다 씹어먹고 가잖아. 무식할정도로 험준한 산맥을 넘어 안개를 가로지른 우리는 곳곳에 분홍색 꽃이 흐드러진, 내 입장에선 어디서 본 것 같은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저게 팬더라는 거야?]

"실물로 보면 그냥 판다렌이구만."

이족보행 판다라는게 3d로는 판다렌일 수 밖에 없구나. 게임에선 2d로는 어떻게든 귀엽게 묘사되었다만 역시 실사는 꿈도 자비도 없네. 나는 이동시 편리함과는 별개로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아스카의 비주얼에 굳어버린 그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미리 생각해둔 말을 하려고 했다.

"저희는─."

"그대는 모험자인가?"

웅성거리는 팬더들이 비켜서 만들어진 길로 늙은 판다 한 마리? 명? 이 걸어왔다. 그가 늙었다는걸 안건 팬더답지 않게 성성한 수염과 굽은 허리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옆에 있는 그것은 뭔가."

그것이라 지칭된 아스카는 인상을 썼다. 야 너 그러면 너 성깔 진짜 더러워보여. 인상 펴.

[나는 마스터의 하나뿐인…….]

"애완동물입니다."

[마스터어어어──!]

"그런가? 알겠네."

긍정하지말란 말이야 곰탱아! 아스카의 절규를 무시한 늙은 팬더는 따라오라고 말했다.

[난 애완동물이 아니야! 왜 그렇게 말한거야 마스터?!]

"아직도 니가 사기계약 맺은거 안잊었다."

[으…….]

결국 아스카는 궁시렁거리며 나를 따라왔다.

"제가 모험자인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네가 최초가 아니니까. 아주 가끔씩 강한 모험자가 여기까지 오곤 하네. 예전에도 한 전사가 왔었지."

그 정신나간 산들을 건너서 여기까지 오는 근성가이들은 누구야? 일단 드래곤 마스터라는게 흔한 직종은 절대 아니니 나처럼 날아오지는 않았으리라.

"우리는 외부인을 배척하지 않네. 그자가 악인만 아니라면 말이지. 자네는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왔나?"

"수련이 필요하다 생각해서입니다."

거창하게 수련이라 썼지만 스킬 연습이라 읽자. 어떻게든 발버둥쳐서 나한테 있는 스킬을 하나라도 더 알아볼 생각이니까. 그 뒤에 검은 마법사는 제끼고 알리샤부터 찾자. 진짜 검마는 답이 안나와. 아 근데 그럼 나 그란디스의 초월자들까지 만나러 가야하나? 거긴 제른 다르모어를 제외하면 누가 뭔지도 기억 안나는데?

"적절한 곳을 알려주겠네."

늙은 팬더가 멈춘 곳은 역시나 게임하면서 봤던…… 아 잠깐만 왜 여기야?

"무릉도장. 지고한 수련의 탑이지."

내 주변엔 왜 이렇게 노망나신 분이 많을까. 그냥 널널한 수련장으로 삼기 좋은 공터 하나만 줘도 되는데 어째서 굳이 이런곳에 밀어넣으시려는 겁니까. 여기 보스 러쉬 던전이잖수? 스킬이라고는 하나밖에 모르는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을 넣기엔 난이도가 너무 하드합니다만?

"그 용은 데리고 가면 안되네."

[우…… 마스터 열심히 해!]

야 왜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거야! 응원만 하지 말고 차라리 평소처럼 끈덕지게 달라붙으라고!

어떻게든 거절하려는 순간, 도장의 문이 열리며 상처투성이의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오면서 보았던 판다들이 아닌 인간이.

"응……? 와우~ 여기서 나 말고 다른 인간은 처음 보네? 당신은 누구야?"

나는 내 머리를 저주했다. 무릉이 스토리와 관련없기는 개뿔.

보란듯이 흔들리는 올려묶은 은발과 건강미 넘치는 갈색 피부, 여기저기 다쳤음에도 나약함이라고는 보이지않는 근육질의 여인이 털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시발 저놈 과거사는 스토리에서 거의 묻혔다고!!

***

아란side.

강해지기 위해 수련을 하던 나는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다. 혼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금 이상의 힘을 얻는건 역부족이다.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무엇을 위한 힘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을 돕기 위한 힘이라고 답할 수 있다. 세상은 너무도 혼란스럽다. 끝을 향해 치닫는, 마부없이 폭주하는 마차를 보는 것 같다. 내가 그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도울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 강해지기로 했다.

엘나스의 강줄기를 타고, 몇 개나 되는지 모르는 산을 넘어 간신히 도착한 곳은 엘나스 지역의 오래된 고문서에서나 언급되던 장소였다. 걸어다니며 말하는 이색(二色)의 곰과 신비로운 안개, 언제나 만개한 복숭아 꽃은 흡사 낙원을 연상케하는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신선이 되기 위해 왔나?"

이후 나는 무릉도원의 최연장자 무한(無限)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무엇을 위한 힘인가, 힘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배우며 수련에 매진했다.

지고한 수련의 탑 무릉도장. 그곳을 오를 자격이 생겼을때 정말로 기뻤다. 아직 반도 채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떨어졌지만 낙심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존재했기에.

그 날도 탑을 오르다 중간에서 떨어지고 나오던 중이었다. 아쉬웠다. 마지막에 눈만 제대로 떴으면 확실하게 공격을 피했을텐데. 이마가 찢어지면서 흐른 피를 닦아내며 나는 다음 기회를 다짐했다.

문을 열자 보인 것은 나의 스승 무한님 그리고 인간이었다.

"응……?"

인간이 여기에? 여기까지 오는데 걸었던 목숨의 갯수를 생각해낸 나는 저 사람이 범상치않은 이임을 알았다. 아니 다른 것보다 무한님이 직접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부터 평범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와우~ 여기서 나 말고 다른 인간은 처음 보네? 당신은 누구야?"

"…… 검호."

굉장한 이름이다. 정확히는 이름이라기보단 호칭이겠지만. 스스로 검호를 자청한 남자는 변화없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아, 이거 곤란한데. 방금 막 탑을 올라서 몸 상태가 안좋다고. 그런데 저 남자랑 어떻게든 싸우고 싶어! 선인의 수행을 하고 있는 나이지만 그 이전에 나는 분명 전사이기에 호승심이란게 존재한다. 날이 다 나간 폴암을 움켜쥐며 그를 보았을때 그의 손은 어느새 쌍검의 자루에 얹혀져 있었다.

"그만두거라 아란."

"…… 알겠습니다."

무한님의 무거운 목소리에 나는 폴암을 쥔 손에서 힘을 뺐다. 그러자 그때 하아, 하는 작지만 내 청각에 포착된 한숨 소리는 남자의 것이었다. 내리깐 눈에서 오만함이 보였다. 저게 진짜! 무시하는 거야?! 한 손으로 잡고있던 창자루를 손가락만으로 돌려 위로 확 올리며 그대로 그에게 도끼날을 내려쳤다.

카앙─!

분명 휘두른건 내가 먼저일텐데 그의 검이 더 빨랐다. 예식용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화려한 붉은 검이 정확히 깊게 이가 나간 도끼날 부분에 끼워졌다. 그대로 그가 손을 비틀자 까각거리는 괴로운 금속음과 함께 폴암을 뺄 수 없게 되었다.

실력의 우열은 명확했다.

"아란!"

"죄송, 합니다."

무한님의 호통에 나는 폴암을 놓았다. 그는 가벼운 손놀림으로 도끼날에서 검을 빼내 옆으로 치웠다.

[마스터 괜찮아?]

"힐링 쓸 수 있나."

[물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너무 거대한데다 검호의 존재감에 묻혀버린 검은 드래곤이 그곳에 있었다. 맙소사 드래곤이 왜 여기에…… 거기다 마스터? 드래곤 마스터란 말이야? 검사면서?

드래곤의 마법으로 추측되는 녹색 빛이 상처에 모여들며 빠른 속도로 아물어갔다. 남자쪽은 아예 그 빛이 보이지 않았다. 다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거기다 홧김에 무례를 끼쳤는데 이런 친절이라니, 나는 아직도 여전히 심신수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 오랜만에 사람을 봐서 조금 피가 끓었었거든."

"상관없다."

"무릉에 수련하기 위해 온거지? 사과의 뜻으로 도와줄게."

그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경쟁자는 좋은 수련 상대다.

***

미친 또 손목 나갈 뻔 했어! 심지어 어깨도 빠질 뻔 했다고! 뭔 놈의 여자 힘이 저렇게 장사인거야?! 아 물론 전사 계열 영웅이니 당연히 강하겠지만 저런 고철덩어리를 한 손으로 들고 손가락만으로 휘두르는건 사기잖아!

아스카의 힐링덕에 금방 나았지만 아픈건 아픈거다. 아, 난 회복기 없나. 팔퀴벌레도 아니니 당연히 없겠지만. 늙은 팬더한테 말해서 무릉도장은 나중에 쓰겠다했다. 지금은 무리, 절대 무리! 스킬은 쓰지도 못하면서 몸만 튼튼하면 그냥 좋은 샌드백이잖아! 그런데 미래의 영웅과 싸우라고?

아, 수련장이나 갈까…….

[마스터. 탑은 왜 안가?]

"지금은 안돼."

스킬없이 무릉도장 가라는 미친 말은 하지 마.

========== 작품 후기 ==========

검호의 공격스킬이 5개는 됬었나 몰라.

여아란, 원래는 털털한 누님성격이지만 지금은 좀 어려서 다혈질적인 면도 있음, 히로인 절대 아니니까 묻지 마세요.

@바이휴런 - 주인공쪽은 어떻게든 검마한테 데미지를 줄 수 있지만 방어력이 매우 구린 관계로…….

@아이시아스 - 저걸 구원 루트라고 해야할까요? 밀알만한 희망이라고 해야할까요.

@미친숟가락 - 저는 원작의 설정을 최대한 존중합니다.

@chlwoals - 웃으셔도 됩니다. 그런 개그에요.

@유풍낙화 - 어느쪽이든 위험해!!

@가면광대 - 정확한 감상이십니다.

@칼크래프트 - 그래서 돈을 좀 주고 감. 안그래도 가난한 왕국인데 마음씨가 좋아서 먹을것까지 받았으므로.

@ReFrante - 병사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농담이 아니에요.

@darkdestiny - 아직 몇 년 남았으니 적어도 지금 당장은 괜찮음. 주인공은 본인의 몸이 튼튼하다는 건 알았으니 역시나 스킬을 모르는 관계로 fail.

@Eluines - 라테일의 검호 일러스트입니다.

@히야풀버스터 - 가난한 왕국이기에 칠 수 있는 개그.

@허공말뚝 - 그리고 약속된 배드엔딩 플래그(?!).

@책벌레씨 - 그냥 잠깐 지나가는 사이지만요.

@덱스트린 - 편하지는 않습니다. 본인도 고생길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으므로.

@소설조으다5 - 첫코 ㅊㅊ 아직 초반부입니다. 최소한 검은 마법사가 탄생해야 중반부에 들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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