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25화 (25/208)

<--  -->  아스카side.

마스터가 그 아란이라는 여자와 싸우는 나날이 쭉 이어졌다. 저 여자 참 대단하네. 어떻게 저렇게 매번 깨지면서 계속 도전할 수 있는거지? 저게 말로만 들어본 근성이라는 건가?

거기다 마스터가 강한건 알았지만 이렇게 눈으로 그 힘을 확인한건 처음이다. 저 아란이란 여자도 절대 약한건 아닐텐데 매번 털리고 있는걸 보니 어째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마스터에게 좀 적당히 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타박만 맞았다.

그렇게 마스터가 하루하루 수련을 할동안 - 솔직히 저렇게 강한데 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지만 - 나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마법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 하나 그림 하나 빼먹지 않고 몇 번이나 정독해보았고, 몇몇 팬더들이 사용한다는 도술이란 것도 배웠다. 대신 난 마법 가르쳐줬으니 공평하다구.

[마법진이라는건 효율이 상당히 나쁘구나…….]

"어디가요?"

[한 번에 하나밖에 못 쓰잖아.]

"도술도 그런데요?"

[그건 하급만 그렇고, 나중에 배우는 고급 도술은 서로 연계가 되서 하나로 쭉 이어진다고 말했잖아.]

첫 번째로 사용한 도술이 두 번째 사용하는 도술의 매개체가 된다든가, 효과를 증폭시킨다던가, 빈틈을 메꾸는 식으로 따로따로 떨어지지않고 연동되는 것이 도술의 특징이라고 어린 팬더- 소하(小夏)가 말했었다.

"그래도 마법진은 미리 준비만 해두면 원하는때 사용할 수 있으니까 유용하잖아요? 도술은 안그런데."

[그렇긴 한데…….]

"각자 장단점이 있으니까 각자 그때그때 필요한 순간에 쓰면 되지 않나요?"

나는 끙끙거리며 바닥에 나뭇가지로 마법진과 도술진을 쓱쓱 그렸다 지웠다 반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많이 불편해. 머리아프고.]

"그런가요?"

내 말에 소하는 날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이해하지 못했나싶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하나씩 사용하는건 쉽지만 두 개를 같이 사용하는건 지극히 어렵다는거야. 마치 왼손과 오른손으로 동시에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구.]

소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럼 다른 방식으로 쓰면 되잖아요?"

[어떻게?]

"아까 아수카 당신이 말한 것처럼 도술은 서로 연계해서 사용 가능해요. 처음 도술을 사용하고 그 뒤에 마법진을 쓰면……."

나는 소하의 발음을 정정하지않고 그녀가 그리는 그림을 보았다.

가운데 커다란 원이 하나. 양 옆에 그보다 작지만 역시 큰 원이 붙어있고, 자잘한 원들이 쭉 이어졌다. 거품덩어리같다.

"이런식으로 쓰는거에요."

[…… 미안. 이해를 못했어.]

"첫 번째 도술을 중심축으로 삼는거죠. 기력-마력을 소모해서 축을 돌리고, 주위에 붙은 마법진들을 차례대로 쭉 사용하면─."

그제서야 그녀가 그린 그림이 이해되었다.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건 내가 여태까지 한 고민들을 죄다 쓰레기로 만드는 혁신이었다. 심지어 이거 진짜 효율적이야!

[소하 너 천재구나.]

"예?"

사람없는데서 연습해보고 마스터한테 보여줘야지!

***

검호side.

무릉에 온지 어언 한 달. 그 시간동안 나는 공격 스킬 4개를 알았고 어느정도 숙달되었다. 안그럴수도 없는게 미친 여아란 왜이렇게 쌘거야?! 영웅중에서 보스딜 제일 구린걸로 알고 있었는데 구리긴 개뿔, 폴암무쌍이란게 뭔지 보여주고 있다.

상식적으로 저렇게 길이가 길고 무겁기까지 한 무기는 느린게 당연한데 아란은 그런 상식을 우걱우걱 씹어먹으며 음속돌파할 기세로 폴암을 휘둘렀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아서 악을 쓰며 피해야 했다.

"피하지 말라고 검호!"

미친 년아 안피하고 맞으면 죽는다고!! 난 이런 식으로 죽기 싫어!

멀리 있으면 컴뱃 스텝 밟아서 한큐에 가까이 왔기에 거리는 무의미했다. 때문에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반대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까지 접근해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며칠 전에야 안거지만, 나도 이동기가 있다!

선빵 필승! 한 번 뛰어오른 다음 허공에 만들어진 파란 해골 발판을 밟아 단숨에 아란 앞까지 날아오며, 속도를 실어 있는 힘껏 검을 내려쳤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아란한테 뎀지가 안박혀 어흐흑. 전사 계열임에도 부실한 방어력을 가진 나와는 달리 아란의 방어력은 그야말로 깡패였는데, 저번에 이렇게 공격했는데 기합 외치며 튕겨냈었다.

참고로 이후 나는 허공에 붕 뜬 상태로 어버버거리다 실수로 검을 놓쳐버려서 본능적으로 폴암을 발로 까서 날려버렸다. 살려면 뭔들 못해. 그런데 아란은 이거마저 자기 패배로 인정해서 결국 또 다음날 대련해야했다. 어째 갈수록 아스카는 힐 셔틀이 되는것 같아 미안해졌다.

"작작해라."

"웃, 기지 말라고……!"

솔직히 이제 너 선인이고 나발이고 그냥 전투광으로밖에 안보인다고. 또 그때처럼 날 튕겨내려는 아란에게서 슬쩍 한 걸음 물러나며 휘둘러진 폴암을 피했다. 땅에 내려꽂힌 도끼날이 모래에 빠진것처럼 깊숙히 박혔다. 미친 저걸 맞았으면 수직으로 쪼개졌겠네. 나는 예전에 봤던 모 애니의 밥순이가 바사카와 싸웠을 때처럼 폴암의 자루를 콱 밟았다.

"이제 그만하지."

다리가 끝장나게 아파…… 좀 전에 썼던 돌진기는 위력은 제끼고 그 후폭풍이 무시무시했다.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눈도 아픈게 전신이 그냥 쑤신다. 아란은 역시나 다친곳 하나 안보여서 또 내일 대련을 하게 될것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 사실 여자 심지어 나만한 또래한테 칼질하는건 좀 그렇다고. 양심이 어딘가 쿡쿡 찔려.

"알았어."

도끼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들어간 폴암을 가볍게 뽑아든 그녀는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쭉쭉 스트레칭을 했다. 역시 영웅은 나같은 짜가 전사하고는 차원이 다르구나.

오늘 아스카는 어디 있으려나? 요즘 보니까 어린 팬더들하고 노는 것 같던데. 같이 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도 잘 하는게 나 없어도 외로워보이지 않은것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숙박비 대신으로 하는 대련때문에 혼자두는 일이 많아서 걱정이 좀 됬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늘어지는 몸을 끌고 수련장을 막 나설때, 저 멀리 하늘에서 빛기둥이 떨어졌다.

"저건……!"

아스카 쟤는 왜 저러고 있는거지.

등 뒤로 쫘라락 늘어진 온갖 마법진은 그렇다치고 - 게임으로 치면 이미 4차 전직은 한 것 같으니까 - 방금 쓴 스킬은 내가 아는 그거인것 같은데 뭔가 이상하다. 왜냐하면─.

콰과과과과과광──!

살떨리는 굉음을 동반하며 황금의 기둥이 미친듯이 떨어지는 광경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갯수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가 떨어지고 다음 것이 떨어지는데 간격이 보이지 않았다.

제네시스 쿨타임 어디간거야.

나와 아란은 수련장 입구에서 한동안 벙찐 얼굴로 혼자서 레알 심판의 날-저지먼트을 찍는 아스카를 보았다.

***

아스카side.

소하의 말대로 마법과 도술을 합한 결과는 놀라웠다.

도술을 중심축 - 거대한 톱니바퀴로 삼고, 양 옆에 보조 마법진을 배치한 다음 자잘한 마법진을 덧붙였다. 열 개가 넘는 마법진이 도술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한꺼번에 발사되는 광경은 정말로 굉장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가장 거대하면서 중심에 해당하는 톱니바퀴만 돌리면 나머지는 알아서 돌아가며 발동되는 것이다. 필요한 마력은 중심의 톱니바퀴를 굴릴 정도면 충분, 내가 아는 마법중 가장 많은 마력을 소모하는 신성 마법 제네시스를 보조 톱니바퀴로 배치하니 이 방식이 굉장히 효율적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제네시스의 연사가 불가능한 이유는 위력과 비례하는 극심한 마력 소모때문인데, 이때 소모되는 마력은 어디까지나 '인간 기준으로' 심한거라서 매우 강한 마스터를 둔 오닉스 드래곤인 나는 좀 무리하면 열 발까지는 연사가 가능했다. 그런데 이 톱니바퀴 방식으로 사용하니 딜레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중심 톱니바퀴를 굴리는데 소모되는 마력이 제네시스 소모 마력의 반의 반도 안되므로.

[그래도 아깝단 말이지.]

해서 여기에 또 도술을 곁들였다.

사방으로 흩어진 기-마력을 모으는 일종의 회복용 도술을 톱니바퀴 중간에 배치함으로 정신없이 소모한 마력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 아직 도술은 미숙해서 60%정도밖에 안되지만 이게 어디야.

응! 이정도면 앞으로 마스터한테 많은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 요즘 마스터는 날 회복 마법용으로만 쓴단 말이지…… 나 올때쯤엔 알아서 거의 다 회복한 뒤면서. 덕분에 힐링 마법은 진짜 잘 쓰게 됬지만 그리 기쁘지 않다구. 마스터가 강해서 난 왠지 앞으로 나설 틈도 잘 없을것 같구.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마법진 돌리는걸 멈췄다. 일부러 인적 없고 요괴-몬스터만 있는 곳에다 실컷 마법을 쐈는데 결과가 상당히 처참했다. 몬스터 시체조차 안보인다.

[아…… 마스터한테 혼나겠다.]

오랜만에 또 머리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몸을 떨었다.

========== 작품 후기 ==========

이번엔 잠깐 묻혔던 아스카의 턴!

지금 아스카 마법 실력을 요약해 드리자면, 빅뱅 전 비숍마냥 제네시스 쿨타임 없이 난사가 가능한데 mp는 약 10분의 1정도만 까짐. 근데 그중에서 60%를 도로 회복함.

이번 편의 검호 스킬:트릭 블레이드(돌진기).

@가면광대 - 그리고 주인공의 멘탈은 그 전에 먼지가 되겠죠.

@Cool Boy - 스킬은 어느정도 알아냈지만 기쁘지가 않음.

@유풍낙화 - 이도류 이동술:말 그대로 이동술 멀리 뛰기. 전사의 회복:준수한 회복기. 크로스 블레이드:발도술. 광폭:물뎀 상승. 시력의 폭주:회피율, 명중률 상승.

@그냥마법사 - 주인공이 행복해서야 내용 진행이 되겠습니까.

@로젤란스 - 1:1 실력이 하늘높은줄 모르고 상승중.

@arays - 보스전 실력이 좋아지고 있지만 검호를 이기지는 못하고 있음.

@천궁사월 - 정작 쓰고있는 저는 스트라이더까지 하다 말았다죠.

@Eluines - 사기캐를 활용 못하는 주인공씨.

@라그실 - 이 모든 일은 작중 내 반년 안에 모두 일어났습니다.

@허공말뚝 - 짧고 간결한 요약 감사합니다.

@darkdestiny - 이번엔 영웅을 하나 더 만나볼까 합니다.

@책벌레씨 - 아무래도 아군은 없는것 같아(소근).

@karuma - 주인공 멘탈은 제네시스 맞고 승천할듯.

@좌절거북이 - 이제 아란은 사냥터의 제왕뿐 아니라 보스전도 잘한다!

@뭉글이 - 주인공은 만사 관두고 싶어하지만요.

@아르레나 - 첫코 ㅊㅊ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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