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26화 (26/208)

<--  -->  아란side.

오닉스 드래곤에 대한 것은 어렴풋이 풍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계약자의 힘에 비례해 강해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수 드래곤. 그렇기에 어지간한 건물보다 더 큰 오닉스 드래곤의 계약자인 그가 얼마나 강할지 제대로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는 대련을 시작한지 한 달이 다 되어도 마찬가지였는데, 간신히 몰아붙였다 싶으면 계속 새로운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초속의 발도술은 그의 힘의 일각에 불과했다. 피할 공간을 완벽하게 봉쇄하는 검격의 난무는 내 이해의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술이었으며, 궤도마저 다 보일정도로 느린데 결국 다 맞게된 묵직한 찌르기는 어떻게 파훼해야할지 갈피도 못잡고 있다.

그럼에도 그와의 대련은 분명 수련이 되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으며, 본래 수련시간은 정신수양 시간으로 대체했다. 수 시간의 수련보다 그와의 몇 분 되지않는 대련이 더 지치기도 하고.

하여튼, 그가 검호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데 이견따위 있을 수 없다는건 확실하며, 그런 그를 계약자로 두고있는 오닉스 드래곤의 강함 역시 굉장할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 그랬는데…….

[미안 마스터! 진짜 미안해! 제발 용서해줘!]

말 그대로 머리를 땅에 쳐박고 싹싹 빌고있는 오닉스 드래곤을 지긋이 내려다보던 검호는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듯이 검병을 꽉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빌고있는 모양새가 비굴하게까지 보여 말릴까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전에 보았던 그것은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것이었다.

신성계 마법임에도 이례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 제네시스. 허나 그 위력에 비례하는 무지막지한 마력 소모때문에 아무런 준비없이 혼자서 연사를 하려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하는 그 마법을 지형을 완전 소멸시킬때까지 남발한게 조금 전이다.

"어떻게 한거지."

[그, 그게 여기 주민들한테서 배운 도술을 마법진에 좀 섞어봤어. 효율성이 높아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인지 알려고 내가 알고있는 마법중에 제일 마력 소모가 심한 마법을 써본건데…….]

오 맙소사, 고작 그런 이유로? 검호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악인이 아니라면 외부인을 배척하지 않는 무릉이지만, 이번 일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 지도를 새로 그려야하는 수준의 마법을 자유롭게 난사할 수 있는 용과 그 주인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냅둔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뇌에 상식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면 절대 그러지 않는다.

즉 저 용이 한 짓은 '나를 추방해주세요'라는 시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무한님이 심상치않는 얼굴로 여기로 헐래벌떡 달려온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마스터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어…….]

드래곤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주위의 시선들에 시무룩한 얼굴로 웅얼거렸다. 검호는 그런 드래곤을 내려다보다 검을 들었다. 검집에서 뽑지 않고.

빠아악─!

[흐갸아아……!]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아, 알았…… 알았어 마스터.]

골통을 빠개다 못해 뇌진탕이 염려되는 일격을 맞았음에도 드래곤은 어찌어찌 고개를 끄덕였고 - 그게 아파서인지 긍정의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 검으로 내려친 부분을 이리저리 쓰다듬은 그는 무한님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같은 일은 없을겁니다."

…… 그랬다. 오닉스 드래곤은 수많은 드래곤 마스터를 두는 드래곤 중에서도 유별날 정도로 자신의 계약자 - 드래곤 마스터를 존중한다. 좀 전의 그 재앙 역시 그 존중의 다소 특이한 형태중 하나에 불과하며, 이는 계약자의 지적이나 부탁이라는 간단한 행위만으로 충분히 억제가 가능하다.

그는 이것을 눈앞에서 보여주었다. 약소한 - 객관적으로 전혀 약소하지 않았지만 - 체벌과 부탁(?)으로 말이다.

무한님은 그와 머리를 부여잡은 드래곤을 한동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알겠네."

이후 드래곤에게 도술을 가르쳐준 몇몇 팬더가 처벌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만, 그 정도가 미미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

검호side.

빅뱅 전 비숍 이야기는 들어보기만 했다. 그때의 메이플은 해본 적 없거든? 다만 노쿨 제네시스가 존나 씹사기 밸런스 브레이커였다는 것만은 아주 귀가 닳도록 들었다. 오죽하면 그 유명한 타락파워전사가 우주파괴병기 제논이 나왔을때 '그래도 옛날 비숍보다는 낫네요'라고 말했겠냐고.

그리고 나는 당시 비숍이 얼마나 지랄맞게 강했는지 실사판으로 볼 수 있었다.

…… 몰라 뭐야 저거 무서워. 산이 계곡이 되고, 계곡이 분지로 바뀌는 과정이 쓸데없이 잘 보였다. 잠시 후 그놈이 날아왔다.

[미안 마스터! 진짜 미안해! 제발 용서해줘!]

오닉스 드래곤이라는거, 마스터의 힘에 비례해서 강해지는 종족 아니었나? 난 존나 부실한데 얘는 뭐 이렇게 강한거야. 이쯤되면 덩치 큰 도마뱀이 아니라 언제든 날 씹어삼킬 수 있는 괴수로밖에 안보인다.

검을 잡고 있는 손이 떨렸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무서워……! 얘가 수틀려서 한 방 갈기면 나 바로 황천행 가잖아! 좀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평소에는 순한데 좀 굶으면 주인이라도 공격할 맹견같다.

지금이라도 계약 해제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울고싶었다.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저런 대량학살병기같은 놈까지 감당하는건 무리라고 진짜.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의미없는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한거지."

[그, 그게 여기 주민들한테서 배운 도술을 마법진에 좀 섞어봤어. 효율성이 높아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인지 알려고 내가 알고있는 마법중에 제일 마력 소모가 심한 마법을 써본건데…….]

아 그래 천재라는건 역시 급이 다르구나. 알아서 전혀 다른 기술을 합쳐서 뿅! 새로운 걸 만들고. 누구는 목숨걸고 영웅이랑 강제 대련을 해가며 겨우 스킬 몇 개 건지고 있는데.

비교체험 극과 극 찍고 있네 완전. 아아, 이제 카메라맨이랑 mc가 나와서 모두 프로그램이였다고 말하면 완벽하겠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어…….]

내가 뭘 바라는지 물어나보고 행동하지 그러냐. 그거 그냥 초대형 민폐라고. 사람들 눈 안보이냐? 나는 손의 비늘이 닳도록 빌고 있는 아스카를 보았다.

계약 해제하는 순간 저놈은 프리드 말대로 맛이 갈거고, 저런 마법을 난사하는 괴물을 나나 여기 팬더, 아직 영웅이 아닌 아란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으니…… 나는 검을 꽉 잡고 치켜올린 다음─ 힘껏 아스카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냥 맞고 기절해버려. 기왕이면 수많은 막장 드라마처럼 기억도 좀 날리고.

[흐갸아아……!]

그러나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눈이 뒤집히던 아스카는 어째서인지 기절하지 않았다. 와 씨발 잠깐만. 예전엔 이정도에 기절했었잖아. 나는 놈이 정신차리기 전에 황급히 말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아, 알았…… 알았어 마스터.]

만약 스테이터스같은게 있었다면 친밀도 다 날아갔겠네. 잔뜩 긴장하며 아스카의 머리를 쓰담쓰담한 나는 - 중간에 물리지 않을까 속으로 덜덜 떨었다 - 그닥 신경쓰지 못하고 있던 늙은 팬더를 겨우 보고 깊이 허리를 숙였다.

"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같은 일은 없을겁니다."

대신 더 심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초월자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놈부터 문제였어. 이 세상에 내 아군은 없는거냐.

"알았네."

늙은 팬더는 고개를 주억이고는 다른 팬더들과 함께 갔고, 아란은 갑자기 내 등을 퍽퍽 치며 척추를 박살냈 - 이 아니고 느닷없이 잘했다고 말했다. 대체 뭘? 사과한거?

***

보통 많은 소설의 주인공은 무슨 일이 터지면 어떤 징조같은걸 느낀다. 뭔가 번뜩! 하면서 어디를 보는 그런 장면을 매우 많이 봤을거다. 그러나 여긴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이고 - 게임이 차라리 나을텐데 - 그런 만화같은 일은 없다.

대신 만화를 넘어 어디 양판소같은 일이 벌어지지.

「5년 안에 검은 마법사가 탄생할거야.」

아 저 썅년이.

조건반사로 휘두른 검으로 그년의 얼굴이 비춰진 물을 한 번 갈랐으나 그것 뿐. 진짜로 '칼로 물베기'에 불과해서 그년에게 어떤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검은 마법사가 탄생하는 것과 메이플 월드가 지옥같이 변하는데엔 상당한 텀이 있으니 그때까지 알리샤를 찾아봐.」

"…… 니가 그냥 알려주지 그래."

「유감스럽지만 지금 이걸로도 충분히 힘들어. 내 영역은 시간이지 생명이 아닌데다, 결정적으로 내 본체가 있는 곳은 메이플 월드가 아니라 그란디스라서 여기 상황은 알고싶어도 무리거든. 저번엔 시간의 신전이라는 특수한 장소였기에 아바타까지 강림시킬 수 있었던거고.」

그렇게 무능하면 아주 그냥 접시물에 코박고 뒈져버려.

물 위에 떠오른 소녀의 상(像)이 계속 흔들렸다. 대야 그냥 엎어버릴까. 보는것만으로 빡치는데.

"차라리 나같은 사람 말고 다른 사람 시키지 그랬냐."

「시켰었어. 너 앞에 5명이나 있었지. 전부 실패했지만.」

…… 이게 말이야 똥이야. 그리고 실패? 그 사람들 어떻게 됬다는거야?

「다음은 없어. 니가 마지막이야.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이 세계에 끌어올만한 힘은 나한테 남아있지 않아.」

존나 암울하네.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소식 없냐? 나는 내 앞에 있었다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으나, 대야의 물이 갑자기 크게 출렁이더니 그년의 모습이 사라졌다.

끝까지 지 할 말만 하고 가 젠장.

결국 빡쳐서 대야를 엎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 외 트립퍼가 있긴 있었습니다. 전부 '모종의 사정'으로 줄줄이 실패했지만요.

아란이 언급한 주인공의 스킬:검의 난무 - 소울 블레이드, 묵직한 찌르기 - 광기의 포효.

이 편으로 초반부 끝입니다. 다음엔 외전 2개쯤? 쓰고 시간 스킵.

@뭉글이 - 너무 강화되서 오히려 무서워함.

@유풍낙화 - 레알 무쌍 가능하지만 1:1로는 여전히 검호가 우위.

@로젤란스 - 빅뱅 전 메이플을 얘기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칼크래프트 - 그래서 어떻게 됬나요?

@라그실 - 소설 설정상 제네시스의 쿨타임은 엄청난 마력 소모때문에 생기는건데 그 마력 소모를 팍삭 줄이니 쿨타임이 사라져버림.

@적현월 - 저도 잠시 잡았으나 다시 원래하던 게임으로...

@덱스트린 - 그땐 렙 올리기 참 힘들었다죠.

@Eluines - 걱정마세요 보정만 있으면 다 살 수 있어요!

@ch3ng - 음? 굿 아이디어?

@책벌레씨 - 미안 잊고있었다 은월.

@Astorey - 사실 진짜 사기인건 제네시스쪽이 아니라 그걸 가능케하는 톱니바퀴 마법진이지만.

@lSool - 점점 착각계가 아니게되는 것 같지만 기분탓입니다.

@ReFrante - 심지어 mp소모도 적어! 빅뱅 전 제네시스 소모 mp가 3000이 넘었는데 아스카가 쓰는건 300뿐이고 이중 60%를 회복.

@낭류 - 엘린 숲 나오면서 에우렐도 그냥 지나침.

@좌절거북이 - 넌 마법을 써라 난 검을 쓸테니.

@화뉴 - 검호로서는 좀 힘든 - 불가능한게 아닌 - 광역기를 대신 난사해줌.

@karuma - 요즘 좀 묻혀있었으니 강화 해줬음ㅋ

@허공말뚝 - 자칫하면 같이 무릉에서 영구 추방당할뻔 했답니다.

@그래이넥스 - 그리고 이건 진짜 사실이되는데...

@니면상이내면상이다 - 부하를 많이 부리는 군단장이 저 용을 싫어합니다.

@torando - 왕이라고 제일 쎄지는 않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