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27화 (27/208)

<-- 외전 - 제3의 무언가 -->  예로부터 의인화는 좋은 모에화의 방식 중 하나다. 의인화가 곧 모에화는 아니지만 동의어가 아닌가 생각될정도로 많이 쓰이는게 사실이거든?

요컨데 중요한건 이거다.

"마스터!"

여기 하렘 애니 속이었냐? 어디 하이브 시티 시궁창 속인 줄 알았는데.

내 위에 올라타 파닥거리고 있는 소년? 소녀? 어느쪽이야. 지금 이거 어디 라노벨 1화인지 누가 설명 좀 해줘. 이번만은 그 빌어먹을 년이 나와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스터 왜 그래?"

"…… 아스카냐."

"응!"

미친.

나 작아졌어! 라고 외치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보는 성별불명의 아스카의 어깨를 붙잡아 그대로 내 옆으로 치운다음 나는 양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거 뭐야 미친 왜 쟤가 저따위가 된거냐고. 어디 질나쁜 악몽이냐?

이 와중에 아스카는 셀프 원형탈모를 만들던 내 손을 머리에서 떼내려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나는 원폭맞은 꼴이 된 머릿속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아스카를 지긋이 보았다.

당연히 나보다 더 어려보이는 외모지만 인간이라기엔 어딘가 거리가 멀다. 노바족같다고 해야하나. 위로 휘어진 뿔, 꼬리, 작은 날개. 스탠다드한 모에화군. 지금 내 눈 우삼우삼해지지 않았을까. 아니 것보다 얘 남자야 여자야.

"너…… 왜 그렇게 된거냐."

"몰라! 일어나니까 이렇게 되서 마스터한테 와봤어."

어디 지름작 프롤로그냐. 나는 썩어가는 눈으로 뭐 좋다고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를 망연히 보았다.

마법? 마법인가? 그래 역시 마법이겠지. 그거말고는 가능성이 없어. 도술은 배우다 말았고 변신약은 애초에 모르니까. 근데 시발 쟤가 저렇게 나보다 줄어들면 난 앞으로 어쩌지? 나중에 검마랑 어떻게든 싸워야 하잖아! 거기다 제른 다르모어는?!

"뭐 이상한 마법같은거 쓴 적 없고?"

"없어 마스터!"

제발 있다고 해줘.

의인화 좋다고 지껄인 자식 당장 튀어나와. 입안의 옥수수를 털어버리고 유혈사태도 일으켜주겠어. 얘가 커지고 말고는 내 향후 목숨이랑 집에 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린 문제라고!

"마법은 사용 가능하냐."

"아까 써보니까 되던데? 보여줄까?"

"아니 그거면 됬어."

안도의 한숨이 쏟아졌다. 아 진짜……! 가뜩이나 요즘 그놈들때문에 스트레스인데! 어쨌든 가장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나는 아까부터 신경쓰였던 것을 물었다.

"너 남자냐 여자냐."

"응? 궁금해 마스터?"

"어."

현재 모에선에 피폭당한 아스카의 외모는 어느 한쪽이라 말하기 상당히 아리까리했다. 보이쉬한 여자애같기도 하고 곱상한 남자애같기도 하니까. 머리카락은 또 왜 어정쩡하게 길어서 헷갈리게 하는거야? 아스카는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벗어줄까?"

"윤리의식을 어느 밥에 비벼먹은거냐."

이 소설이 외전때문에 연재 끝나는 꼴 보고싶냐?

"어차피 상관없는데? 지금 난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구."

"…… 하?"

"애당초 드래곤은 생물학적으로 성별이 없어 마스터."

MORAGUYO? 아스카의 꼬리가 느긋하게 흔들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마스터. 내가 번식을 하기위해 그 엄청난 덩치로 같은 동족과 XX하면 그 인근이 초토화되지 않겠어? 모든 드래곤이 그런식으로 번식을 하면 XX를 할때마다 환경파괴를 일으켜서 결국 다른 사람들이 우릴 멸종시키지 않을까?"

자, 잠깐만 그런 말 어디서 배운거야! 그런 사실은 또 어디서 알았고!

"드래곤은 종족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오닉스 드래곤은 계약자를 둔 상태에서, 영혼의 일부를 떼어내고 그 조각을 대량의 마력으로 감싸 알을 만들어. 생물학적인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마법적인 행위를 통해서 후손을 만든다고. 그래서 성별이 없어."

"아프리엔은 여자인걸로 아는데."

"굳이 성별을 따지자면 그건 어디까지나 성향을 말하는거야. 남성형이나 여성형 뭐 이런 식으로."

"…… 넌 어느쪽이냐?"

아스카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난 마스터와 계약한지 얼마 안됬다고. 지성이 생긴지 몇 년 되지도 않았고, 그 시간은 성향이 한쪽으로 쏠리는데엔 한참 부족한 시간이야. 만약 어느 한쪽이 되었다면 이번에 모습이 변하는데 그쪽이 됬겠지."

갑자기 벌떡 일어난 아스카가 물었다.

"마스터는 내가 어느쪽에 됬으면 좋겠어? 여자? 남자?"

왜 묻는거냐. 무슨 의미야 그거.

"마스터가 원하는쪽이 되게 노력해볼게!"

"필요없어."

"아~! 마스터!!"

남자면 남자대로 문제고 여자면 여자대로 문제라고. 실제 성별이 아니라 성향이라지만 어느쪽이든 뭔가 걸려.

"그냥 지금 이대로 있던가."

내 말에 볼을 부풀리며 입술을 삐죽 내민 아스카는 꼬리를 빳빳이 세웠다. 젠장 저거 진짜 신경쓰여! 나는 확 꼬리를 붙잡았다.

"흐갸악─!"

"……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네."

"놔! 놓으라고 마스터! 당장 놔줘!"

"잠깐만 촉감이 좋아? 왜?"

그러나 결국 아스카가 가벼운 전기 마법으로 내 손을 한 대 쳐버린 사이 꼬리는 손에서 확 빠져나갔다. 아 의외로 말랑말랑했는데. 아직 손에 남아있는 촉감이 아쉬웠던 나는 아스카를 다시 보았다…… 가 그대로 굳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것 같은데다 막 되찾은 꼬리를 꼭 껴안은 아스카는 그대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잠깐 위험해, 위험하다고. 정신적으로 위험해! 내 속에 있는 뭔가가 깨질것 같아! 속지 마라, 저건 남자도 여자도 아닌데다 내 동생만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로우라 할머니급으로 나이가 많다고!

잠깐만 그러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오히려 뿅가죽─ 이 아니지! 미친 뭐야?!

"아스카 그, 미─."

콰앙──!!

눈앞에서 클레이모어가 터진 것 마냥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며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그러나 천장의 파편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 돌아왔다.]

다행이다. 진짜로 다행이야.

[마스터 어디 안다쳤어?]

"문제없어."

[집값 물어내야 하는거 아니야?]

"그건 괜찮아. 그리고 아스카."

[응?]

나는 아스카의 밑에서 기어나오며 말했다.

"앞으로 인간 변신 마법따위 쓰지마."

[쓸 줄 모르는데…… 알았어 마스터!]

평소에 다소 거치적거리기까지 했던 저 커다란 덩치가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드래곤의 성별에 대한 설정은 자작이지만 소설 내에서는 오피셜이라는거. 하여튼 고로 아스카의 성별은 아스카로 결정! 더 이상 묻지 말아주세요.

리코멘은 본편에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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