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군단장은 그러지 않아! --> ※후기 용량이 좀 있습니다.
검호side.
무릉에서 지낸지 몇 년이 흘렀다.
…… 존나 허접하기 짝에 없는 설명이지만 진짜 이것뿐인걸. 중요한건 내가 실사판 메이플 월드에 떨어진지 몇 년이 지나버렸단 소리야. 울고싶다. 아 사실 쪽팔리지만 가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었어.
무릉에서 만나는 인간은 괴물딱지처럼 강한 여아란뿐이고, 눈돌리면 보이는건 이족보행 인간 코스프레 팬더밖에 없잖아. 그나마 아스카는 나한테 맞은 뒤로는 좀 얌전해져서 어쩌다가 속으로 쌓아놓은 불평같은걸 말하기도 했지만 그것뿐이고.
엄마랑 아빠가 보고싶다. 고등학생이고 대학생이고 중년이고, 나이가 몇 살을 먹든 부모님 보고싶은건 이상한게 아니잖아. 심지어 동생놈도 보고 싶다. 초등학생 이후로 싸가지가 바가지가 되서 안해준 껴안기를 종일 할 수 있을것 같아.
개념과 상식을 어디 알뜰장터에서 떨이로 판매해버린 오버시어는 어쩌다 갑자기 튀어나와 의미불명의 말만 해댔다. 씨부려대는 말의 반 이상을 못 알아먹겠는데 어쩌라는거야.
그나마 알아들은 3년 전 말이라는게─.
「검은 마법사가 탄생했어.」
"…… 씨발."
평소처럼 예술적인 헛소리나 할 것이지.
「최대한 힘이 갖춰지는대로 움직여줘.」
"검은 마법사가 활동을 시작하는데엔 텀이 꽤 있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하지만 이번엔 달라.」
"뭐가?"
나는 그녀의 말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데 시간이 걸린 것은 그의 수족이 되어줄 이들을 구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됬기 때문이야.」
"군단장들 말이야?"
「그래.」
물에 비쳐진 그녀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하지만 이번엔 그들을 매우 쉽게 구할거야.」
"무리잖아 그거."
일단 내가 아는 데몬만 해도 몇 년이 지난 지금 고작해야 고딩쯤밖에 안됬을텐데? 마족의 성장 속도가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인간과 동일하다면 말이다.
「니가 아는 것과 실제 진행되는 사건의 시간대는 거의 같지만 그 공백은 의미없어. 그걸 메꿀 이들이 있으니까.」
"참 편한 능력이네. 예지는."
시간의 오버시어답게 미래 예지만큼은 칼같이 정확하게 하고 있으면서 왜 행동을 안하는거야 이 무능력자는.
「…… 넌 강하니까 그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을거야. 그 정도로 강한 몸이니까. 오닉스 드래곤까지 있으니 쉽게 지지 않겠지. 그래도 방심하지 마.」
"대체 그 공백을 메꾼다는 놈들이 누군데?"
그년은 푹 고개를 숙였다. 참고로 이 대야 수 십 번이나 바꾼 거다. 저년때문에 빡쳐서 뒤집고 박살낸게 한 두번이 아니거든.
「내 실수들.」
그러니까 그딴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육하원칙 몰라? 하다못해 인상착의라도 말해 이 답답한 년아. 그때 나는 속으로 온갖 쌍욕을 했었고 언제나처럼 갑자기 그년이 물에서 사라진 이후로 또 대야를 쪼갰다.
하여튼 3년 전에 검은 마법사가 탄생했고, 나는 아란과의 대련 횟수를 소폭 늘려 스킬 사용에 좀 더 익숙해져야했다. 아 젠장 슬슬 발로도 검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아. 처음엔 검의 ㄱ도 몰랐는데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든 한다고, 진짜 어떻게든 검을 휘두르는 나 자신을 보니 신기한걸 넘어서 인간이란 종 자체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아란은 그런 나를 비웃듯 답이 안나오게 쎄졌지 젠장. 미래의 영웅이 아니라 지금 영웅으로 뛰어도 되겠다.
참고로 아란은 작년에 뭔 신개념 수행을 한답시고 무릉과 엘나스 지역을 가르는 산맥에 뛰어들어 가더니 저번 달에 돌아왔다. 새빨간 보석 2개를 전리품 마냥 챙겨왔더라. 맨손으로 광산이라도 만들고 왔나? 왠지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고 아란이라면.
"대장옹! 제 무기를 만들어주세요!"
산에 갔다오더니 4차 전직을 넘어 5차 전직이라도 한 것 같은 아란은 이후 나와 부딪히는 족족 폴암을 완전히 박살내버려 -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하다 - 아예 전용 무기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아…… 뭐가 나올지 너무 잘 알 것 같아.
대장옹은 폴암을 만들면서 참고 좀 하겠다며 내 쌍검중 하나를 잠시 빌려갔었는데 한다는 말이 '시간이 멈춘 무기'라나? 시간의 오버시어가 손 댄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하기사 저 아란의 괴물같은 힘으로 휘둘러진 폴암을 몇 번이나 정면에서 받았는데 금도 안가는 걸 보면 보통 무기일리가 없다만.
나는 마하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오랜만에 짐을 싸서 떠날 준비를 했다.
[마스터 이번엔 어디로 갈 거야?]
"흐음……."
아무리 스킬에 능숙해졌어도 검은 마법사와 바로 부딪히는 건 자살 행위다. 그럼 남은건 알리샤 하나뿐. 하지만 얘는 어디있는지 모르니. 더 시드에 대한 건 알고 있지만 지금 시점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메이플 월드 전역을 모두 들쑤셔야 겨우 행방을 찾을 수 있을까? 시간의 신전에 거하는 륀느나 사방팔방에 피해를 입히는 검마와는 달리 알리샤는 단서 자체가 없다.
그렇다면 당장 할 수 있는건 나중에 생길 검은 마법사의 수족을 잘라내두는 건가.
어차피 결과적으로 검은 마법사와 싸울게 될 거고, 누가 어디 있는지 대략이나마 알고 있으니 손봐두는게 좋겠지. 몇몇은 말에는 자신없지만 어떻게든 설득하면 군단장이 되는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반대로 죽여야 할지도 모르지만. 최대한 그건 피해보자.
"엘나스는 아직까진 괜찮을테니까…… 가까운 아스완으로 가자."
[거긴 어디야?]
"니할 사막. 여기서 남서쪽으로 가면 돼."
어차피 나침반 쓸거지만. 갈수록 이거 메이플 맵의 길찾기랑 비슷한 것 같단 말이야. 나는 간만에 나침반을 사용했고, 오랜만에 쓴 사실이 무색하게 나침반은 잘 돌아가며 아스완의 방향을 가리켰다.
"가자."
[응 마스터!]
최대한 빨리 일 처리하고 반드시 집에 돌아가고 만다. 물론 그 전에 오버시어년한테 면상에 전력으로 죽빵 좀 갈기고.
그런데 가려는 도중 갑자기 아란이 고함을 지르며 내 이름을 불러 쫄았다. 아스카를 재촉해서 속도를 높이는 바람에 속이 울렁거렸지만 후회하진 않아!
***
아란side.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느릿하게 공중에 떠오르는 드래곤을 본 나는 순간 멈칫했다가 그가 타고 있는 것을 겨우 알았다. 떠나는 것이다.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검호오오오오──!"
알게모르게 처음 봤을때보다 더 커진 오닉스 드래곤은 날개짓 한 번에 엄청난 먼지바람을 일으켰고, 내 목소리는 거의 묻혀버렸다.
결국 오닉스 드래곤은 그 덩치로 날아가는 거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파열음과 함께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뭐야 이게……."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조도 뭣도 없는 갑작스럽게 가버렸다. 아, 아직 한 번도 못 이겼는데. 무기가 다 만들어지면 꼭 싸워보려고 했단 말이야!
그는 수련을 위해 무릉에 왔다고 하지만 그것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스킬은 이미 완숙되어 있었으니까. 가장 많이 그와 부딪힌 내가 장담할 수 있다. 계약자의 힘에 비례해 강해진다는 오닉스 드래곤이 조금 커지긴 했지만 그건 육체적 힘이 아니라 정신적 힘때문에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람의 힘이라는게 꼭 물리적인 것만을 뜻하는게 아니니까.
"아쉽느냐?"
천천히 걸어오신 무한님을 보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란. 너는 그와 싸워 이겨 그를 짓밟기를 원하느냐?"
"아니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처음 그때부터 그와의 대련을 계속 바랬지만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 왜 그와 계속 싸우느냐?"
무한님의 말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 같은 곳에 서고 싶어서입니다."
순수한 투쟁심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존경심이 다소 섞인─ 그래, 내가 도달하지 못한 어딘가에 다다른 이의 뒤를 쫓고 있는 것 같은,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가능할거다."
"네!"
"그는 떠났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처음 만났을때처럼."
며칠 후 나는 오랜만에 무릉 도장에 도전했고, 신기록을 세웠다.
한 달 후에 나만의 무기 마하가 만들어졌고, 그로부터 좀 더 시간이 지나 나 역시 무릉을 떠나 사람들을 돕기 위해 메이플 월드 곳곳을 다녔으며 그러다 영웅이라 불리는 집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
보통 메이플을 하는 유저 입장에서 군단장은 뭐, 이런저런 이벤트나 레이드 보스로서의 안습성 - 스우제외 - 그리고 다소의 외모지상주의와 캐릭터성으로 상당히 호의적이다 못해 호구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긴 현실판이잖아?
[이건 대체……! 대체 뭐야 마스터?!]
군단장 중 힐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이길 수 없어.' 당시의 힐라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늙어가는 걸 싫어하는건 알겠지만 사람이 늙지 않고 살 수 있는게 가능할 리 없잖아. 나도 고등학생 되면서 엄마가 점점 흰머리 나고 주름살 생기는 걸 보고 엄마가 나이를 먹은 것에 안타까웠지만 히스테릭한 반응은 안보였다고. 지극히 당연한거니까!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검은 마법사에게 아스완을 바쳤다. 예전에 위키에서 힐라가 군단장이 된 사유를 보고 제일 어이없다 생각하며 콧웃음같은 걸 쳤었다.
나는 검을 꽉 잡았다.
"아스카…… 난 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봐."
그 빌어먹을 년이 한 장대한 헛소리 중에 옳은게 하나 있다면 그건 '이 세상은 현실이다'는 것이다. 아란의 폴암과 부딪힐때마다 느낀 아찔한 고통은 거짓이 아니고, 팬더들의 소소한 친절 역시 거짓이 아니다. 모두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의 군단장은 캐릭터가 아닌 현실이다. 그들이 앞으로 할, 이미 한 짓은 대륙 단위의 대학살에 불과하다.
발치에 놓여있던 두개골을 들어올렸다. 두 손에 다 들어왔다. 전문지식따위 없지만 이게 어린 아이의 것이란건 확실하다.
"탐지 마법."
[알았어 마스터.]
금빛 파동이 여러차례 퍼졌다. 이미 폐허가 되어 귀곡성같은 바람만 부는 아스완을 휩쓴 파동은 지상까지 그 손을 뻗쳤다.
[지상에서 좀 떨어진 곳에 다수의 언데드가 있어.]
"거기로 순간이동 해."
손에서 떨어진 작은 두개골이 산산히 부서져 먼지로 화해 흩어졌다. 지금의 나라면 초월자는 몰라도 군단장급은 어떻게든 상대 가능할것이다.
아. 사람을 죽이는건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정말 끔찍하고 하고싶지 않은 것이지만, 이번만큼은 해야할 것 같아.
========== 작품 후기 ==========
현실판 군단장은 그저…….
주인공이 무릉에서 지낸(스킵된) 시간은 최소 5년 이상.
다음주에 쓰려고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올리고 있네요. 구차하게 보이시겠지만 코멘 좀 주세요...
외전 리코멘은#
+)표현 수정.
@chwoals - 외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모종의 이유가 상당히 안습.
@적현월 - 현재는 어떻게든 사용 가능.
@lSool - 거긴 과잉 전력인데요?
@ReFrante - 아니나 다를까 배드엔딩 투성이.
@소설조으다5 - 중립 고려중입니다. 영웅이 되기엔 좀 바쁨.
@karuma - 힐러는 생각중인 사람 있습니다.
@허공말뚝 - 대정답! 진심으로 묻습니다만 예언자입니까?
@로젤란스 -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퀘스트 진행 실패죠.
@유풍낙화 - 현 시점에서요? 무력 절대치만 따지면 아스카와 함께라면 하드스우 솔플 클리어 가능.
@hakuya - 아스카는 온리 마스터입니다.
@칼크래프트 - 따지고보면 둘 다죠.
@대어의예감 - 재밌으시다니 감사합니다! 추천 잘 받았고, 라테일은 뭐랄까 사냥보다 코디에 더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하하.
@Racine - 전부는 아니지만요.
@덱스트린 - 거기는 이미 인력이 넘친답니다.
@Eluines - 슬슬 착각계가 아니게 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착각할 거리는 있습니다.
@백양귀비 - 인력이 충분하답니다.
@책벌레씨 - 빅뱅 전 단골 레퍼토리.
@가면광대 - 그냥 오버시어가 다 흑막.
@Cool Boy - 더 따지고 보면 오닉스 드래곤은 동반자에 해당되지만요.
@좌절거북이 - 네 외전의 후기의 요악을 보시면 됩니다.
@darkdestiny - 이제 힐과 서폿만 있으면 돼! 실은 둘 다 할 줄 알지만.
@디아카인즈 - 유감스럽게도 아란은 아닙니다.
@ch3ng - 어떤 스킬을 광역기로 바꾸죠 뭐.
#Mightydark - 그래서 모리안에 비유했죠.
#유풍낙화 -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군요.
#아리사토미나토 - 쓰고자 하면 20kb까지 갈 것 같은데 오리지널 스토리를 그렇게 길게 쓰면 욕먹을 것 같아서 필요한 부분만 잘라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해하시는데 방해가 되신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하이토큰 - 일단 빛의 오버시어가 그 유용한 패를 버릴 것 같지 않잖아요? 시간의 오버시어 대신 돌려보내줄만큼 착한 놈도 아니구요.
#Abraham - 트립퍼간의 무력 순위에서 주인공은 2위입니다. 1위는 첫번째 트립퍼.
#책벌레씨 - 살고자 한 발버둥에 다소 납득되는 분노죠. 방식이 문제지만.
#로젤란스 - 가장 큰 문제는 저 두 개 말고 진짜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칼크래프트 - 사실 트립퍼중에 안불쌍한 놈이 있겠냐만은.
#ReFrante - 세계의 사정은 좀 어이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허공말뚝 - 시간의 오버시어는 앞쪽에서 힘을 많이 써서 진짜 마지막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