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32화 (32/208)

<--  -->  검호side.

생명의 초월자 세계수 - 알리샤가 검은 마법사 활동 시기에 뭘 했는가는 알 수 없다. 더 시드를 만든건 확실하지만 이건 한참 검은 마법사가 깽판쳤을때 얘기이며, 다만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웅들의 봉인 이전에 검은 마법사와 싸웠었다고 한다.

이때 힘을 너무 많이 소진해버려 세계수의 생명의 근원만 헬레나가 겨우 가져와 빅토리아 아일랜드에 뿌리를 내렸으며, 피난민들이 정착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하는데…… 타락한 에피네아 좀 처리해두지 그랬냐. 플레이어 없었으면 다 뒈졌을거 아니야.

특기할 점은 알리샤는 겉만 소녀가 아니라 그 속도 소녀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긴거나 행동하는거나 둘 다 얼라라고. 초월자 맞냐? 싶은데 예전에 그년이 한 말중에 생명의 오버시어는 어린 아이라 생명의 초월자도 그 영향을 받은것 같다고 했었다.

아무튼 결론은!

"넌 뭐야?"

[마스터…… 얘가 진짜 초월자 맞아?]

맞아. 차라리 코메같은 세계수였다면 좋았을텐데. 최소한 이미지상으로는 말이지.

미네르바의 말에 의하면 엘나스 지역과 오르비스를 잇는 나무 중간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한다. 아스카를 타고 위아래로 쭉 흝어본 끝에 그 구멍을 찾은 나는 나무 내부에 들어갔고,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풍성한 금발에 드릴 헤어가 참으로 돋보이는 전형적인 서양 인형같은 생김새의 소녀, 알리샤가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쓰며 한 말이 저거다. 그나마 있는 이미지마저 다 깨지는군.

"생명의 초월자 알리샤가 맞나?"

"알고 찾아온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솔직히 모르고 오는게 더 힘든 곳이기도 하고.

"당신이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왔다."

"내가? 너를?"

"그래."

뭐야 그 뉘앙스. 감히 너따위가~ 로 들리는데 기분탓이냐.

나는 처음 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요 몇 년간 쓴 적이 없어 있는지조차 까먹고 있던 팔찌를 내밀어 알리샤에게 내밀었다. 시간의 신전에서 그년이 만들어준건데 사용법은 알려주지도 않아서 어떻게 써야할지를 모른다 젠장.

"…… 이상한 물건이네."

초월자라 뭔가 알아챌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당연하다는듯이 내 기대를 꺾어버린 알리샤는 손안에서 팔찌를 휙휙 돌려보았다. 그래 디자인이 이상하긴 하지. 요상하게 꼬아져서 손목 돌리는데 진짜 거슬리더라. 그래서 그냥 벗어놓고 가방에 쳐박아놨었지.

"이걸로 뭘 하라는거야?"

"거기에 당신의 힘을 넣어주길 바란다."

"힘?"

구체적으로 어떻게하는지는 모르니까 방법은 묻지 말아줘. 아 그 이전에 거절하지도 말고! 나는 애써 바닥을 보았다.

그래도 초월자는 초월자인지 알리샤는 한 손에 팔찌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연두색 빛을 모았다. 마치 솜뭉치 안에다 반딧불이를 집어넣은 것 같은 빛덩어리는 팔찌에 박혀있던 투명한 보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저런식으로 하는거구나.

"이정도면 됬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찌를 돌려받았다. 상상이상으로 일이 쉽게 풀려 허탈하다못해 의심까지 된다. 하지만 곧 검은 마법사라는 초 하드 모드의 존재에 좌절했다. 그놈이 이렇게 순순히 해줄리가 없잖아…… 진짜 그놈은 어째야 하는거지?

"그럼 이만─."

"잠깐만 기다려!"

엑? 막 몸을 돌려 아스카에 타려는 나의 털망토를 난데없이 잡아당긴 알리샤를 보았다.

"나 심심한데 아무 얘기 좀 해줘."

"…… 하?"

"간만에 사람을 만나는거라구. 뭐든 좋으니까 아무거나 얘기해줘."

이건 또 뭔 거지같은 돌발 상황이냐. 밖에서 아스카가 '그냥 씹고 와줘 마스터'라고 말하는데 상대는 그래도 초월자다. 거기다 방금 받은것도 있고.

어린애마냥 칭얼거리고 있으나 어째서인지 나무 전체가 위협적으로 떨리고 있어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초월자나 오버시어나 아주 그냥……!!

***

알리샤side.

오르비스의 통치자인 미네르바에게 준 나무의 입구를 여는 권한이 갑자기 사용되었다. 무슨 일이지? 지혜의 여신답게 오르비스를 문제없이 굴리고 있는 그녀가 날 찾을 이유는 없을텐데.

그러나 나무 근처로 다가오는 이의 존재감에 나는 오고있는 이가 미네르바가 아님을 확실히 알았다.

"넌 뭐야?"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본 순간 나는 경악해버렸다.

어떻게 저런게 살아있을 수 있지? 필멸자라 믿겨지지 않을만큼 강대하나 너무 불안정하다. 드래곤과의 계약으로 받은 마력이 그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고하나, 저가 작정하고 공격하면 저 영혼과 육신의 고리를 매우 손쉽게 끊어버릴 수 있을만큼 위태롭다.

[마스터…… 얘가 진짜 초월자 맞아?]

"맞아."

드래곤 마스터, 그것도 오닉스 드래곤이다. 아마 저 균형이 유지되는 이유의 가장 큰 축이겠지. 그 외에 알 수 없는 힘이 허술하게 영혼과 육체를 잇는 고리가 되어 있다. 저 남자는 정상적인 생명체가 아니다.

"생명의 초월자 알리샤가 맞나?"

"알고 찾아온거 아니야?"

"당신이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왔다."

"내가? 너를?"

그 말에 그가 무엇때문에 나한테 왔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른것도 아니고 '생명'의 초월자인 나한테 왔다는건 저런 위험한 상태때문이겠지.

"그래."

나는 대체 저것을 어떻게 손봐야할지 고민했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어이없이 죽어버릴 확률이 높다. 아니 진짜 뭘 어째야 저렇게 될 수 있지? 보통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수록 영혼과 육체의 연결은 강해진다. 마법사든 전사든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런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상태다.

특별히 인간을 편드는건 아니지만 저런 사람을 두고 못 본 척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쓰려는 순간, 난데없이 그가 팔찌를 내밀었다. 수정 혹은 얼음으로 만든 것 같은, 뫼비우스의 띠같은 기이한 모양이 돋보이는 물건이었다.

"…… 이상한 물건이네."

모양뿐 아니라 그 기능도. 이건 대용량의 힘 저장, 방출 장치다. 날고긴다는 필멸자들의 힘을 비틀어 쥐어짜내 한 방울도 남김없이 부어도 이것의 바닥도 못 채울 것이다. 이건 나나 륀느, 그리고 얼마 전에 탄생한 불길하기 짝에 없는 빛의 초월자와 같은 초월자 전용 물건이다.

대체 이런걸 누가 만든거지? 아니, 누가 만들 수 있는 거지? 나는 물었다.

"이걸로 뭘 하라는거야?"

"거기에 당신의 힘을 넣어주길 바란다."

"힘?"

잠깐, 부탁한다는게 그거? 니 몸은?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는 강한 시선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속으로 한숨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그에겐 이 일이 그 자신의 몸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대충 힘을 들이마시는 입구로 추정되는 팔찌의 보석쪽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었다. 대륙 하나를 통째로 숲으로 뒤덮고도 남을만큼 말이다.

"이정도면 됬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팔찌를 찬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팔찌에 넣은 생명의 힘이 저절로 순환되며 그의 몸에 돌기 시작한 것이다. 맙소사, 저런거였어?

"그럼 이만─."

"잠깐만 기다려!"

이대로 보내주기엔 거슬리는게 너무 많다고! 매섭게 쏘아진 붉은 시선에 살짝 떨렸지는 나는 애써 말했다.

"나 심심한데 아무 얘기 좀 해줘."

"…… 하?"

"간만에 사람을 만나는거라구. 뭐든 좋으니까 아무거나 얘기해줘."

설마 목숨의 은인을 막대하는건 아니지?

"──해서 예전에 어떤 마법사들이 날 찾아왔었어. 하도 간절해서 대충 비밀 아지트 하나 만들어줬지."

"그래."

"난 시간의 초월자가 아니라서 거기 내부의 시간 흐름은 좀 이상하게 꼬였지만 그 정도는 알아서 감수하라고 했어."

"그래."

"그리고말이야, 또 얼마전에는……."

그런데 그에 대해 하나라도 알기 위해 대화를 청했으나 어찌된게 뒤로 갈수록 나만 계속 떠들게되었다. 저, 전사인데 교활해! 화법이 정말 교묘했다고!

결국 그가 가버린 뒤에야 내가 얻은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

프리드side.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제의 부름에 따라 도착한 에레브에서 나를 반긴 이는 경비병이 아닌 한 명의 시녀였다.

에레브. 하늘위에 떠있는, 지상과는 달리 성스럽고 푸르른 대지. 갈수록 피폐해지고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와중에 이곳만은 한결같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프리엔을 두고 시녀를 따라 에레브 깊은 곳까지 가던 나는 시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경비병이 없는겁니까?"

"여제님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으시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꽤 위험한데……."

하다못해 호위병력이라도 있는게 나을텐데. 아무리 에레브가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계속 이동하는 섬이라지만 누구나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그분이 당신을 부른겁니다. 대마법사 프리드."

시녀가 또박또박 힘있게 한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좀 과분한 칭호인데 그거. 할머니께서 아후라와 함께 갑자기 어딘가로 휙 가신 이후로 리프레 제일의 마법사 직위는 나에게로 넘어와버렸다. 이런저런 절차나 자격은 모두 갖췄다지만 갑작스러운 여제의 부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따뜻한 바람이 부는 정원이었다. 화려하기보다는 고운 색의 꽃이 만발한 그곳에 두 사람이 있었다.

길게 흔들리는 금색 실타래같은 머리카락, 눈에 띄지는 않으나 무엇보다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장신구들, 현기어린 푸른 눈의 여인. 필히 여제 아리아일 이겠지. 그리고─.

'…… 호위병은 필요없겠군.'

눈에 확 띄는 붉은 코트를 입은 연홍색 눈의 남자. 여제와 이야기하며 웃고있으나 금방이라도 그녀를 노리는 적이 나타나면 망설임없이 공격해버릴 것이다. 그만큼 저 남자는 주위에 대한 경계를 한시도 늦추지 않고 있다.

"여제님. 손님께서 도착했습니다."

"아, 어서오세요 프리드."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제님."

나는 여제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잠깐 물러나있어요 프라이쉬츠."

"…… 알겠습니다."

여제의 말에 따라 프라이쉬츠라 불린 남자는 정원 바깥쪽으로 나갔다.

이후 나는 그녀와 본격적인 대담을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팔찌의 부가기능은 나름대로 오버시어가 생각해서 준거지만 주인공은 그런거 모르고.

알리샤는 생명의 초월자이기에 륀느보다 더 많은걸 봤습니다만 애같은 성격&행동으로 아무것도 못 건짐.

... 부디 코멘을 남겨주세요...!(울먹)

@유풍낙화 - 나름대로 열심히 확인하는데 꼭 하나둘씩 맞춤법이 틀리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가면광대 - 마조와 사이코의 조합은 적의 입장이든 아군의 입장이든 좀 그렇습니다.

@대어의예감 - 연주자는 세계수에게 볼 일이 있었으나 그냥 패스했다고 합니다.

@허공말뚝 - 후천적으로 맛이 간 케이스라 손보기 더 까다로움.

@로젤란스 - 음…… 없군요. 그나마 군단장시절 데몬이 좀 양호하려나요?

@바이휴런 - 네. 못 이깁니다. 데미지를 줄 수단이 있을뿐이지 1:1로는 무리. 그만큼 초월자는 짱세요.

@그냥마법사 - 마조사이코는 울보짖었다!

@적현월 - 파픈스타입니다. 트립퍼는 거의 다 3차 전직캐들이거든요.

@칼크래프트 - 화를 내는 이유나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납득이 되지만 동조하기엔 좀 그렇죠.

@karuma - 인간의 가치관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큐베와 동일합니다. 거기다 외전보시면 아시겠지만 종족 자체가 정신장애가 있습니다.

@소설조으다5 - 제가 전투씬 고자라 자주 쓸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Racine - 목표는 동일합니다. 아니어도 빛의 오버시어가 그렇게 만들테죠.

@덱스트린 - 라테일, 그것도 캐릭만입니다. 제목 바꿀까요?

@디저터 - 언급은 안됬지만(일일이 쓸 수 없지만) 일정 시간마다 풀어놓고 알아서 몹 사냥해서 충당합니다. 몬스터는 고단백 식품이라고 하네요.

@책벌레씨 - 그래서 여기에서 사이키커는 휴머노이드형 상대한테선 우위를 점하기 쉽지만 그 외에는 영 별로라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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