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34화 (34/208)

<--  -->  프리드side.

[어디로 가는거지 프리드?]

"엘린 숲. 정확히는 그 부근에 있는 엘프들의 거주지에."

[그곳에 니가 찾고있는 사람이 있나.]

"응. 내 예상이 맞다면."

여제 아리아와의 회담 이후 나는 즉시 움직이기로 했다. 검은 마법사에 의한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준비를 해야했다.

적어도 예전에는 국소적인 범위의 피해만 주던 검은 마법사가 아스완을 통째로 증발시킨 것을 시작으로 점점 피해의 범위가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시라도 그를 없애기 위해 힘을 합쳐야함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나라들은 손을 잡기는 고사하고 검은 마법사에게 피해를 입은 나라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기만 했다. 오랜시간동안 파인 감정의 골은 공공의 적이 나타났음에도 쉬이 메워지지 않았다.

그나마 여제 아리아가 여러 나라와 회담을 갖고 조금씩 힘을 합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지만 이쪽은 아직 기반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나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검은 마법사의 아래에 군단장이라는 이들이 있어요. 지금 세계 곳곳에 나타나 파괴를 일삼는 이들이 그들과 휘하의 군단들이죠. 부탁이에요. 제가 그를 막기 위해 힘을 모으는 동안 당신처럼 강한 사람들을 모아 그들을 막아주세요.'

군단장. 검은 마법사의 부하들중 가장 강한 이들. 그들이 누구인지, 몇 명이나 있는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존재여부만은 확실했다.

[도착했다.]

"고마워 아프리엔."

내려온 곳은 엘린 숲의 경계. 반투명한 빛의 장막에 둘러쌓인 그곳을 본 순간 마법사로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것을 만든 마법사가 누구인지 당장이라도 조사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들어갈 수 있겠나?]

"시도는 해봐야지. 그녀가 이 안에 있으니까."

[무리하지 마라.]

"걱정마."

나는 지팡이에 마력을 모으며 눈앞에 펼쳐진 빛의 결계와 유사한 결계를 만들어갔다. 저렇게 턱없이 거대한 결계를 깨는 것은 절대 무리인데다, 설령 한다고 해도 마법사답게 저질스러운 체력때문에 바로 쓰러지겠지.

"이제…… 됬다."

실타래처럼 풀려나온 마력이 마침내 숲의 결계와 대략 비슷한 구조의 결계가 되어 나와 아프리엔을 완전히 감쌌을때 나는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뎠다. 파직거리는 거부반응 없이 느리게 내가 만든 결계와 숲의 결계가 동화되며 합쳐졌다.

[그런데 엘프들의 거주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나?]

"일단 지도에 따르면 이쪽 방향에서 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하네."

[지하에 있단 말인가?]

"그건 아니고."

완만하게 숲 안으로 들어온 나는 아프리엔을 타고 숲을 나아갔다. 과거엔 사람이 길을 만들고 그곳을 걸었을지 모르겠지만, 인적이 끊긴지 몇 년이 지난 숲의 길따위 대자연이 집어삼킨지 오래인지라 내 키만한 풀로 뒤덮여 있었다.

"일단 그녀를 만나 설득해야지. 거절한다면 그 다음에 또 다른 사람을 찾고……."

[예상해둔 사람들이 있나보군.]

"많이는 없어. 그 군단장이라는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들을 상대할법한 강자들이 많지 않으니까."

엘프의 여왕 메르세데스에 대한 얘기는 과거 할머니한테 조금 들은게 있었기에 온 것이다. 만약 얘기대로의 심성을 가졌다면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미래는 시간의 여신이 아닌 이상 모르니까.

세상에 알려진 여러 강자들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그가 떠올랐다.

검호. 몇 년 전 오닉스 드래곤과 사기나 다름없는 계약을 맺었던 남자.

"…… 그 사람도 있었지."

모르긴 몰라도 그는 몇 년 전부터 지금의 나보다 더 강했고 지금쯤이면 더 강해져 있겠지? 그때 계약을 맺었던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오닉스 드래곤이 나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상하게 그 이후로 어딜가든 눈에 띌 그에 대한 행적을 알 수 없어 지금까지 잊고 있었지만 그라면…….

일단 찾으면 꼭 권유를 해봐야겠네.

그 외에 유명한 용병이나 요즘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름을 날리는 괴도 등이 떠오르고 있을 때, 갑자기 저편에서 폭음이 울렸다.

***

데몬side.

피까마귀가 휩쓴 자리의 초목이 말라붙으며 바스러져갔다. 나는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결국 거절하시는겁니까."

"니놈같은 마족따위가 있는 곳에 갈것 같냐!"

다소 흐트러진 차림의 아름다운 엘프 여인, 메르세데스가 두 개의 기묘한 형태의 석궁을 내게 겨누었다. 다른 엘프들 역시 일제히 화살을 메기며 활시위를 당겼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분의 위대한 이상에 동참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의 종족은 멸망할 것입니다."

"웃기는 소리!"

"처음부터 글러먹었는데 왜 시간낭비 하는거야 신참?"

"원래 기회는 세 번쯤 줘야하는 거니까요."

"이상하게 예의바른 놈이구나 너."

내 옆에 있던 상당히 짧은 제복의 소녀, 사이키커가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했다.

나는 그분께 받은 셉터를 휘둘렀다. 발밑에 깔린 어둠이 물에 푼 물감처럼 번졌고, 그 안에서 검붉은 구체가 일어날때 엘프들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정말 유감입니다."

파직, 금이 간 구체가 일제히 폭발하며 숲이 진동했다.

폭발 직전 날개를 포스로 강화해 몸을 감싼 나는 잠시 후 땅울림이 멎었을때 가볍게 날개짓을 해 연기를 쫒았다.

"의외로 한실력 하네?"

"…… 왜 안막은겁니까?"

"귀찮고, 별로 상관없어서. 좀 따갑기만 한 걸."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른데다 일부 타버린 사이키커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아 맙소사, 이래서 이 사람이 날 따라온다는 말에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거군. 어디서 나왔을지 모르는 포션을 쥔 그녀가 상처 부위에 대충 포션을 들이붓는 것을 보고 시선을 돌렸다.

폭발에 죽은 엘프들의 시체가 타며 역한 단백질 냄새가 났다. 메르세데스는─.

"역시 강하군요."

"이 박쥐 자식……!"

불과 물의 정령이 그녀의 주위를 냄돌며 보호막을 만들고 있었다. 과연 한 종족의 왕이라 이건가. 나는 포스로 몸을 강화하고, 셉터에도 포스를 둘러 그 형태를 바꿨다. 둔기에 가까운 셉터가 포스에 완전히 감싸져 검의 형상이 되었을때, 그대로 도약하며 정령의 보호막에 검을 내질러 그녀를 꿰뚫기 직전.

"브레스!!"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졌다.

한 발 늦게 반응했음에도 내 몸은 자석에 이끌리듯 뒤로 빠져 불덩이들을 피했다. 몸 주변에 전류가 튀기는 걸로 보아 뜻밖에도 사이키커가 손을 쓴 것이다.

검은 비늘에 뒤덮인 거대한 드래곤과 한 마법사가 내려왔다. 드래곤 마스터와 계약자인가? 조금 귀찮게 됬군.

"괜찮으십니까?!"

"문제 없, 큭……!"

복부를 움켜잡으며 반쯤 주저앉은 그녀를 젊은 마법사가 부축했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닿긴 한 모양이군. 나는 다시 셉터를 쥐며 포스를 끌어올렸다. 드래곤은 몰라도 저 마법사는 그리 튼튼해보이지 않으니 기회를 봐 한 방만 제대로 맞추면 충분할 것이다.

"이제 가자 신참."

"……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쟤들은 지금 건드리면 안되거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처리해도 돼."

"그분의 길에 방해가 됩니다."

"너 진짜 말 안듣는구나."

뜬금없이 헛소리를 하는 사이키커를 돌아보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가 양 팔로 내 허리를 감쌌다. 동시에 시야가 확 뒤집혀─.

뭐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꽂혔다.

***

검호side.

처음 가보는 곳에서 낯선 여자가 갑자기 나한테 관심을 보인다면 그것은 뭣 때문일까? 여기서 특기할 점은 난 살면서 애인따위 없고, 이성이 관심을 가져줄만한 구석따윈 쥐뿔도 없으며 여자는 재능넘치고 유능한 미녀다.

1. 사기꾼 2. 사기꾼 3. 사기꾼 4. 사기…….

젠장 하나밖에 없잖아!! 애초에 저런 미녀가 나한테 줄 호감이 있을것 같냐?! 있으면 그게 세계 멸망의 징조다!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도망쳐야 하는데 어디로 가지? 일단 아쿠아리움 가야하잖아? 지금 시대에 오르비스 탑도 없고 확인한 바로는 무릉 근처에 백초 마을도 없다고! 돌고래 택시따위 없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마법 써서 심해까지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서 가야할 판이라고!

"그렇게 하셔도 괜찮으십…… 니까."

"문제없어요!"

[나 진짜 큰데 나까지 할 수 있어?]

"다른건 몰라도 물마법만큼은 자신있어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대단하다! 그거 나 가르쳐줘!]

나 심해 한복판에서 장기 뜯기는건 아니겠지?

젠장 저 여자 왜 흥분한 것처럼 보이는 거지. 지금이라도 토껴야 하는데 아스카가 이쪽계열 물 마법을 잘 못써서 이 기회를 거절할 수가 없어! 제네시스는 뭔 슈팅게임 기체마냥 난사할 수 있으면서 왜 이건 못하는거야.

"버블버블!"

푸웁─! 잠깐만 사레들렸어. 저거 마치 파이어볼 쓸 때 주문을 동글동글 불꽃, 파이어볼! 이라고 하는 수준이잖아! 차마 대놓고 웃을 수 없어 필사적으로 입 가리고 고개를 돌린 가운데 무지개빛 비눗 방울같은 것이 엄청나게 크게 부풀며 아스카, 수상한 여자를 감쌌다.

우리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 작품 후기 ==========

사이키커(은)는 데몬에게 저먼 스플렉스를 시전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파픈스타:잘생겼다…….

전편은 다소 충동적으로 써서 그런지 쪽팔립니다... 들어갈 내용이었다지만 홧김에 휘갈겨 썼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코멘 보는데 좀 긴장했습니다.

@Noverl알케미스트 - 포기하면 편해…… 는 개뿔. 전혀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유풍낙화 - 전 트윈이 더 좋습니다!

@화뉴 - 생애 겪을 불행을 한방에!

@로젤란스 - 받은 게임 보정중 하나입니다.

@영이소 - 앞의 트립퍼들처럼 게임 보정을 받았다면 모를까(레벨은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않으니.

@그냥마법사 - 성공적으로 끝마치시길.

@허공말뚝 - 오늘의 착각은 다소 비참합니다.

@랏쿤 -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자체가 허무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앙금은 여전함.

@책벌레씨 - 그 말이 딱입니다.

@칼크래프트 - 대화가 안돼 설득이 안돼 협상도 안돼. 되는게 뭐야?

@적현월 - 이미 사망이 한차례 예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후새드.

@ch3ng - 예? 그런 개념 오버시어들한테 없습니다. 빛의 오버시어가 세계 멸망을 하려는건 오래된 감금+예정된 사망으로 인한 빡침이고 시간의 오버시어가 그것을 막는건 자신이 만든 세상, 생명체에 대한 애정때문입니다.

@디저터 -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그실 - 초반부엔 그냥 고딩이었다면 지금은 심적으로 고생을 많이해서 까칠해졌습니다.

@lte23 - 유감스럽게도 트립퍼들은 상대가 트립퍼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알아챌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트립퍼인지 모릅니다.

@darkdestiny - 정확히는 좀 구슬린거죠.

@그래이넥스 - 파픈스타는 특정 마법에 한해서 아스카와 어찌어찌 엇비슷합니다.

@낭류 - 나와봤자 썰릴테지만.

@karuma - 적어도 왜 저따위로 행동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어떻게든 알게 됬으므로. 납득은 했지만 이해는 여전히 무리.

@사선류 - 필력 저하로 받아들여주세요.

@하얀두개골 - 정확히는 머리에 든게 더 많음. 나이도 많고.

@둠즈 - 흠? 넣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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