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호side.
나는 완전히 짜게 식은 얼굴로 영웅들을 보았다. 아 물론 영웅이 싫은건 아니야. 나 대신 검마랑 군단장들 처리해줄건데 왜 싫어해? 지금 내가 짜증나는건 왜 저것들이 일 다 끝나고나서야 왔냐는거다.
"무슨일이지."
"아 그게……."
말끝을 흐리는 모양새가 그래도 찔리긴 하나보지? 나는 프리드를 흘깃 보았다가 그대로 지나쳐 아스카에게 갔다. 삭신이 쑤시는걸 넘어 죽을맛이다.
"아스카. 힐링."
[난 힐셔틀이 아니라구 마스터어─.]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아스카는 힐을 퍼부어줬다. 비명을 지르던 근육과 뼈가 이제야 잠잠해졌다. 데몬 그놈은 진짜 힘을 얼마나 찍은거야? 셉터에 한 번 부딪힐때마다 뼈에 금이가는줄 알았다고. 어쩌면 진짜로 금이 갔었을지도 모른다. 괘씸한 반짝이놈이 물었다.
"다쳤었나?"
"어깨가 좀."
많이 맛이 갔지. 몇 번 돌려보고 완전히 멀쩡해진걸 알았다. 엄마가 어깨빠질때마다 아프다고 한걸 이제야 알겠어.
"그래서 무슨 일로 온거지."
"그, 오르비스를 도우러 왔어요."
그럼 좀 더 일찍와 임마. 앞으로도 도움을 받을 입장이니 화를 내기엔 뭐했지만 좀 빡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영웅들이 왔으니 계속 여기 있지 않아도 되겠지? 알리샤가 죽은게 내탓인것 같아서 계속 오르비스를 지키고 있었다만 - 사실 군단장이 올때마다 목숨걸고 발버둥치다 아스카나 루미너스가 막타치는게 대부분이었다. 쟤들 왔으니 이제 안심!
"그럼 내가 아니라 미네르바한테 가라."
"예에……?"
"이곳의 통치자는 그녀니까."
거기다 불쌍한 나한테 집이랑 먹을걸 제공해주신 고마운 분이기도 하고. 여기에 갓 왔을때 돈이 거의 다 떨어진 나와 아스카가 쫄쫄 굶는걸 보고 님프들 시켜서 밥을 주셨어.
"아, 알겠습니다."
어째서인지 놀란 얼굴인 프리드가 어디로 후다닥 갔다. 마법사인데 발 빠르네. 자리에 덩그라니 남은 아란과 메르세데스, 루미너스가 어색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 나는 빨리 자리를 뜨려고 했다. 방에 가서 침대에 퍼져있을거야!
"너는 누구지?"
…… 게임 스토리내의 천연스러운 모습은 어디다 버리셨습니까 여왕님. 나이를 거꾸로 드셨나요. 거기다 애써 눈을 피해서 의식하지 못했는데, 실물 메르세데스 엄청 예쁘다. 어지간한 연예인이나 모델 쌈싸먹어도 좋을만큼. 인간과는 다른 뾰족한 귀마저도 이상하다기보단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보일만큼 예뻐서, 그녀의 얼굴에 멍청하게 홀려있던 나는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검호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검호? 니가?"
나 방금 굉장히 바보같은 표정이었던 모양이다. 찡그린 얼굴도 예뻤지만 하여튼 메르세데스의 표정은 이상하게 영 좋지않다.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있던 아란이 말했다.
"아 저번에 내가 말했던 사람이 검호야! 기억하고 있어 메르세데스?"
"저번에 말한? 설마 무릉에서 매번 대련했다는……."
"그래애~! 괜찮은 놈이라니까."
나에대한 평가가 고작 '괜찮은 놈'이냐. 그렇게 아란과 뭐라고 계속 얘기하던 메르세데스가 날 빤─히 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영웅에 들어오지 않겠나?"
아스카 힐링 다시 좀 해줘. 고막인지 반고리관인지 달팽이관인지 하여튼 뭐가 잘못됬어.
***
메르세데스side.
에우렐을 습격했던 마족과 인간여자가 물러난뒤, 프리드는 불타고 무너진 에우렐을 재건하는데 도와줬다. 그리고 연합의 존재와 목적을 말해주었고, 나에게 영웅이 되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플로우라와의 인연도 있고, 결정적으로 그의 목적은 분명 선한 것이었기에 그의 손을 잡기로 했다.
그렇게 그와 메이플 월드 곳곳을 다니며 검은 마법사의 군단들과 싸웠다. 믿을 수 없게도 정령이 군단장으로 있는 것도 보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까지 싸우기도 했다. 아란을 만난건 좀 시간이 지난 뒤로, 커다란 폴암을 쓰는 전사에 대한 소문을 쫓다가 만나게 되었다.
수많은 몬스터를 죽이고, 그렇게 사람들을 도와주다보니 영웅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그러다 어떤 소문이 들렸다.
─오르비스가 검은 마법사의 군단의 침공을 받고 있다고.
님프들의 마을이라 가끔씩 교류가 있던 그곳이 지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알고있기에 빨리 가야했지만, 엘나스 지역에 뿌리를 내린 거대한 세계수가 하루아침에 사라져있어 갈 수 없었다. 그나마 프리드의 오닉스 드래곤, 아프리엔이 있어서 겨우 올 수 있었다.
"너희는 뭐지?"
은발의 마법사. 성스러운 빛의 마법을 사용하는 자임이 틀림없는 그는 사람들을 지키고있던 빛의 마법을 풀며 물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금 부담스럽지만 저희는 영웅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영웅……? 너희가?"
[어? 아란? 그리고 꼬맹이 넌 오랜만이네?]
"잠깐 당신은 설마? 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것이 늦을정도로 거대한 오닉스 드래곤의 말에 뭔가 분위기가 꼬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난잡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꼬인 것을 푼게 아닌, 가위로 매듭을 싹뚝 잘라내듯이.
"무슨일이지."
한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양 손에 붉은 검을 들고 있는 화려한 옷의 남자는 순간 성별을 착각할만큼 곱상했지만 여자로 보이진 않았다. 온몸에서 발산되는 날카로운 기세는 연약함과는 루디브리엄과 노환만큼 멀었다.
저 사람이, 오르비스의 영웅이란 말인가.
마족들의 습격에 결계안에서 움츠리고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만들었다. 어째선지 마족보다 그를 더 두려워하는걸로 보였다. 프리드도 그런 기색을 눈치챘는지 말끝을 흐렸다.
"아 그게……."
남자는 겨우 말을 하려던 그를 휙 지나치며 오닉스 드래곤에게 갔다.
"아스카. 힐링."
[난 힐셔틀이 아니라구 마스터어─.]
녹색빛이 남자의 몸에 쏟아졌다. 척 보기에도 상당한 실력의 치료마법에 감탄하는사이 빛의 마법사가 물었다.
"다쳤었나?"
"어깨가 좀. 그래서 무슨 일로 온거지."
"그, 오르비스를 도우러 왔어요."
무시당했음에도 꿋꿋이 대답한 프리드를 흘깃 본 그는 덤덤히 대답했다.
"그럼 내가 아니라 미네르바한테 가라."
"예에……?"
"이곳의 통치자는 그녀니까."
그의 매우 당연한걸 말한다는듯한 태도에 오히려 프리드쪽이 당황했다.
"아, 알겠습니다."
…… 영웅이라 추앙받지만, 오만하지 않다는건가. 수많은 군단장과 군단들을 패퇴시켜 도시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에도 도시의 통치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행동에 나는 감탄했다.
"너는 누구지?"
그의 이름이 궁금했다. 저런 힘과 인격을 가진 이라면 분명 큰 전력이 되어줄테니까. 고요한 붉은 눈이 한참 나를 응시했다.
"검호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검호? 니가?"
것보다 이름이 아니라 칭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살짝 생각을 뒤질때 아란이 갑자기 말했다.
"아 저번에 내가 말했던 사람이 검호야! 기억하고 있어 메르세데스?"
"저번에 말한? 설마 무릉에서 매번 대련했다는……."
"그래애~! 괜찮은 놈이라니까."
그러고보니 예전에 아란이 무릉이라는 곳에서 어떤 남자와 매일 대련을 하며 실력을 키웠었다는데 그 사람이…… 잠깐 저 남자가 아란이랑 매일 대련을 했어?!
다른건 몰라도 힘만큼은 최고인 그녀다. 아프리엔도 번쩍번쩍 들 수 있는 그녀와 싸울 수 있다는 시점에서 일반적인 인간의 카테고리에서 한참 먼 것이 분명하다. 그가 여태껏 오르비스를 지켜온것을 생각하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한참 이어진 아란의 호평일색인 말들에 나는 마침내 고민을 끝냈다.
"영웅에 들어오지 않겠나?"
"…… 거절한다."
에? 뭐라고?
***
side out.
본거지로 돌아온 데몬은 파픈스타가 기타줄을 튕기며 치료마법을 여러번 중첩해서야 겨우 몸을 추스를수 있는정도로 회복되었다.
"하! 자신만만하게 가더니 꼴이 말이 아닌데 애송이."
이상하게 양옆머리의 뿔중 한쪽의 뿔만 잘려나간 꼬리와 날개를 가진 남성이 다가오며 말했다.
"글쎄요. 그분께 면목이 없긴 하지만 당신에게 그런말을 듣고싶진 않습니다. 전 누구처럼 무기를 잃진 않았으니까요."
"이 애송이가……!"
검호의 일격에 대검이 산산조각나는 수모를 겪었던 남성, 매그너스가 으르렁거렸다. 짐승보다는 용이 연상되는 위협적인 울림이었지만 데몬은 아무렇지않은 얼굴로 파픈스타를 밀어내며 셉터를 들었다.
"해보시겠습니까."
"하 좋지! 그 인간놈 상대하기 전에 몸풀기쯤은 되겠지."
"허세가 굉장하군요."
"직접 부딪히고나서 울지마라 꼬마."
둘의 몸에서 투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현 군단장중에서 힘으로 세손가락에 꼽히는 무투파인 그들이기에 서로를 향한 호승심이란게 당연히 있었다. 기회가 없어서 눌러놓았을뿐.
허나 결국 두 사람이 맞붙는 일은 없었다.
흙과 돌, 기괴하게 꺾인 나무가 휘감긴 벽이 갑자기 쿠릉! 솟아오르며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는 하나뿐이다.
[그분의 허락없이 함부로 싸우지 마라.]
붉은 빛무리가 넘실거리는 거대한 암석질의 형상을 한 이-구와르가 나타나며 말했다.
"…… 알겠습니다."
"칫. 재미없군."
그분이라는 단어에 방금전까지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였던 데몬이 망설임없이 셉터를 다시 허리에 차는 모습에 매그너스는 혀를 찼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거야? 언제까지 도시하나에 매달려야 하냐고.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곳을 습격하는게 더 이득아니야?"
또각또각 굽소리와 함께 화려한 붉은 머리칼의 여성-힐라가 걸어오며 물었다.
"아무리 많은 지역을 손에 넣어도 교통의 요충지인 오르비스가 없으면 그것들을 하나로 이을 수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그분의 권능에 기대는 무례를 끼칠 수 없죠."
"그 괴물을 처리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뭐야 그게."
"당장은 순서를 미루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군단장이 한 번씩 나서봤지만 끄떡도 하지않은게 그 남자다. 확실한 방법도 없는데 무식하게 계속 병력을 들이박는건 의미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파픈스타씨. 그 쌍둥이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습니까."
"아마…… 루디브리엄쪽을 휘저으러 갔어."
"그녀는요?"
"같이 갔어."
루디브리엄은 망했군. 데몬은 작게 중얼거렸다.
"나머지 한 명은 어디에 있습니까."
"요즘 만들어지고있는 연합이라는 것에 훼방을 놓겠다는데 구체적으론 몰라."
장기임무로 나갔다는 마지막 한 명의 군단장은 데몬은 물론 대부분의 군단장들도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결론은 뭐냐 꼬맹아."
"…… 니할 사막과 엘나스 지역을 완전히 차지합니다. 엘나스가 제대로 확보되면 오르비스에 가는게 훨씬 쉬워질테니까요."
그렇게 암연이 끝났다.
***
???side.
순수한 호의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이 짓밟힌 순간 나는 그녀의 목을 조르기로 결심했다.
설령 증오의 불길에 내몸마저 타버린다해도, 반드시 그녀의 숨통을 끊어버리리라.
"엘나스의 소국 말입니까."
[예. 일단 왕국인만큼 제의대상이긴 한데 거기가 좀…… 많이 가난한 곳이라 합니다.]
나는 수정구 너머의 연합군 지휘관을 보았다.
[돈도 식량도 없다는데 진짜로 그러면 오히려 저희가 지원해줘야하는 판입니다. 여기는 그냥 넘겨도 괜찮지 않을까요? 얼마나 가난한지 그놈들도 여기는 안노릴것 같습니다.]
"…… 아니요. 지금 저희는 고양이손이라도 빌려야합니다. 일단 가보십시오."
[으음, 알겠습니다.]
수정구의 빛이 꺼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자에 벗어둔 붉은 코트를 입었다.
"아, 어디 갔었어요 프라이쉬츠?"
"동맹제의를 하러간 연합군쪽에서 보고가 올라와서 급히 받으러 갔었습니다. 자리를 비워 죄송합니다 여제님."
"괜찮아요. 그런데 어떻다고 하나요?"
"순조롭습니다. 최근들어 그놈들이 활개를 많이 쳐서 어느 왕국이든 꽤 급한 모양입니다"
"좋은 소식이지만…… 좀 슬프군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림으로 그린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제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하고 있으니 누구도 당신을 비난할 수 없을겁니다."
"…… 그런가요."
"예 그렇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들며 애써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어쩐지 들뜬 목소리로 물했다.
"아, 프라이쉬츠는 요즘 유명한 괴도 팬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괴도 팬텀, 말입니까."
"네!"
나는 그녀가 바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꽤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렇죠?"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그녀-여제 아리아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날 좀 도와줘요."
기꺼이 여제님.
당신은 사랑이나 빠져 계세요.
========== 작품 후기 ==========
프라이쉬츠가 기억 안나시는 분, 현재 아리아 여제의 호위이자 세 번째 트립퍼이며 군단장입니다.
@라그실 - 갱생 플래그를 세우기 힘듬.
@란유첸 - 처음엔 프라이쉬츠를 세이버로 생각했지만 전 성기사보다 총잡이를 더 좋아하는 고로.
@Novel알케미스트 - 아뇨 사실 그렇게 다친것도 아닙니다. 뼈 금도 조금밖에 안갔어요. 단지 고등학생때 겪을 일 없었던 통증을 연달아 겪으니 아파하는것 뿐입니다. 사랑니 빼면 세상에서 제일 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생각하듯이 말이죠. 다 떠나서 아프다아프다 해도 검호는 현재까지 진 적이 없어요.
@허공말뚝 - 주말이니 오늘 넘기고 내일 올리려한 저를 용서해주세요.
@Blake117 - 허허허 어째서일까요 선작수가 갑자기 400쯤 늘어난 이유는.
@좌절거북이 - 초월자를 제외한 인간중 최강자라는 시점에서 평범과는 거리가 멀죠.
@유풍낙화 - 아스카가 로리화하면 히로인의 비중이 안습해짐. 상하관계가 되서리.
@소라루 - 블러디 레이븐, 데몬 트레이스, 데스 드로우, 데빌 크라이입니다.
@클레리온 - 2명쯤 있지만 등장은 매우 늦을테니 그냥 기대하지 마세요.
@칼크래프트 - 검호:영웅은 무리야 진짜 무리무리무리 무리라고!!
@예리카 - 그리고 반 레온께 애도를.
@책벌레씨 - 시리어스라 했지 배드엔딩이라고는 안했어요.
@Eluines - 이, 이것은 구지가 레퀴엠!!
@닝겐노히페리온 - 다음편과 리코멘을 주고 쿨~ 하게 떠나겠소!
@야여요 - 여기 한 편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