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45화 (45/208)

<--  -->  파픈스타side.

정말로 어이없었지만, 그는 여태껏 스스로의 직업을 모르고 있었다. 그 오버시어가 기가 차는걸 넘어 폭발할정도로 답답하다는건 알았지만 이런 기초적인것마저 알려주지 않았을줄은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의 직업이 평타 콤보위주로 싸우는 직업인 검호라는거고, 말인즉슨 그의 전법은 직업을 알기 전이나 후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안되는 스킬들도 다 쓸줄 알고있었고, 이미 그의 검술은 여기에 트립되기 전까지 싸움을 해본 적 없는 현대인이라 믿을 수 없을만큼 뛰어났으니까. 라테일에서 검호는 키워본적 없어서 그에게 더 말해줄 것도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희소식으로, 알리샤가 사라진건 생명의 오버시어가 풀려났기 때문이란걸 알았다.

오버시어와 초월자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만큼 아득하다. 막 봉인에서 벗어나 힘은 많이 모자라겠지만, 생명의 오버시어가 자유로워졌다는건 어쩌면 검은 마법사에게서 힘을 가져오는건 물론 영웅까지 갈 필요없이 바로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거다.

"앞으로 어쩔거야?"

"…… 찾아야지."

"역시 그렇지?"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봉인에서 풀려나자마자 행방불명된 생명의 오버시어를 찾는것. 그것이 첫번째 과제다.

"난 이제 가볼게."

"군단장으로 남을건가?"

"그래야지. 갑자기 사라지면 의심받을테니까. 그쪽도 위험해질수도 있고."

내가 어디로 왜 갔는지 자력으로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 최소한 2명은 있으니,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만약 둘 중 한 명이라도 검호의 존재와 목적을 안다면 그를 죽이기위해 망설임없이 나설것이다.

"싫지만 당분간은 군단장 행세를 해야지. 그래도 내 나름대로 도와줄게."

나는 인벤토리에서 푸른 수정구를 하나 꺼내 그에게 주었다.

"어느 도시나 나라가 습격받을걸 알게되면 그걸로 미리 연락할게. 그외 중요한 사안같은것도 그걸로 메세지 보내놓을테니까 틈틈히 봐둬."

"알았다."

그는 배낭에 통신용 수정구를 넣었다. 우리와는 달리 검호 캐릭터에 빙의된걸 빼면 어떤 특전도 받지 못한 그는, 그렇기에 누구보다 이 세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었다. 만약 사이키커가 그처럼 몸만 덜렁 이 세계로 떨어졌다면 그렇게 미치진 않았겠지…….

"여러모로 고마웠어. 이만갈게."

나는 귀환서를 찢었다. 기분나쁜 붉은빛이 몸을 휘감으며 나는 본거지로 돌아왔다.

***

검호side.

와나 이 직업 처음부터 이렇게 구렸던거냐?

파픈스타의 설명을 다 들은 내가 한 생각은, 안그래도 앞날이 깜깜했는데 이제 진짜 보이지가 않는다는 거다. 일단 이 직업자체가 너무 거지같아서 더 욕을 하려고 해도 할 욕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거기다 알리샤가 죽어서 검은 마법사는 봉인시킬 수도 없고, 그 말인즉 시간의 오버시어도 풀어줄 수 없으며 나아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땐 그저 허탈했다. 젠장 지금이라도 그냥 군단장이나 될까.

"앞으로 어쩔거야?"

하하하 그러게 앞으로 진짜 어쩌지. 자살할까? 죽으면 영혼이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잖아?

"…… 찾아야지."

"역시 그렇지?"

내 반드시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렇게 결심한 순간 그녀가 일어나며 말했다.

"난 이제 가볼게."

에? 이렇게 끝? 당신 나 계속 도와주는거 아니었습니까? 겨우 이 지옥같은 세상에 좀 믿어볼만한 사람이 나타났다 생각했는데 아까와는 다른 언행불일치의 행동을 하려하니 난 당황해버렸다.

"군단장으로 남을건가?"

"그래야지. 갑자기 사라지면 의심받을테니까. 그쪽도 위험해질수도 있고."

그녀의 배려심에 눈물이 날뻔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그래! 아직 이 세상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싫지만 당분간은 군단장 행세를 해야지. 그래도 내 나름대로 도와줄게."

파픈스타의 손 위에 갑자기 푸른 수정구슬이 뿅 나타났다. 참으로 불공평한 인벤토리 시스템이 그녀에게 있었다. 그년은 이 그지같은 직업말고 저런거나 줄것이지.

"어느 도시나 나라가 습격받을걸 알게되면 그걸로 미리 연락할게. 그외 중요한 사안같은것도 그걸로 메세지 보내놓을테니까 틈틈히 봐둬."

"알았다."

어디가 습격받는거 알면 거긴 얼씬도 하지 말아야지. 재빨리 도망치고 프리드나 영웅들한테 열려줘서 대신 처리하게 해야겠다.

"여러모로 고마웠어. 이만갈게."

알 수 없는 귀환서를 쓰며 사라진 그녀의 빈자리를 보던 나는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이제 갔어 마스터?]

"그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다행이야!]

그렇지. 이 답이 안나오는 세상에서 한 명이나마 아군이 생겼다는건 더 말하기 입아픈 호재다. 군단장들의 움직임을 알 수 있게 된것도 굉장한 일이다.

'일단 시간의 신전에 가서 현 상황에 대해 말해보고 뭘 해야할지 들어야겠지…….'

아카이럼이 이미 군단장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막막하기 짝에 없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답을 줄 수 있는건 그년뿐이니까.

'아, 감사인사 하러가야지.'

나는 빈 냄비를 부엌에서 씻은다음 아스카에게 물어 데몬의 어머님이 어디에 사시는지 알아내 그곳으로 갔다. 며칠동안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주신 분이니 가기전에 인사를 해둘 생각이었다.

…… 그리고 나는 내가 불행의 여신에게 몹시 총애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데몬side.

군단장이 되고난 이후 가족들에게 거의 찾아가지 못했다. 리프레의 정찰임무가 내려졌을때 기회다 싶어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어째서 그의 드래곤이 여기 있는거지?

[에…… 너네 집이었구나.]

떨떠름한 얼굴의 오닉스 드래곤이 말했다. 저것이 여기 있다는건 그 역시 이곳에 있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니 그는 예전에 우리 집에 머문적이 있었고, 데미안이랑 어머니와도 안면이 있었다. 몇 년만이라 해도 그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으니 그가 찾아왔을때 별다른 의심없이 문을 열어줬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했을때 나는 이미 오닉스 드래곤을 제치고 문을 부술듯이 열어젖히고 있었다.

"어머니!! 데미안!!"

"데몬? 데몬이니? 무슨 일 있니?"

"형!"

부엌에서 걸어나오시는 어머니와 방 한쪽에서 총총 뛰어나온 데미안을 보고 나는 주저앉을뻔했다. 무사했다. 몇 초만에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기분을 느껴서인지 잠깐사이에 이마랑 손바닥엔 식은땀이 한가득이었다.

"오늘 정말 좋은 날이구나~ 반가운 사람들이 다 오고."

"…… 사람'들'이요?"

어머니의 말에서 이쩐지 걸리는 부분을 짚은 순간, 부엌에서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남자치고는 예쁘장하지만 결코 나약해보이지 않는 얼굴에 잘 벼려진 검과 같은 기세를 품은 남자. 검호, 그였다. 반사적으로 셉터를 뽑으려는 순간 이상한것들이 눈에 보였다.

'…… 왜 앞치마를?'

거기다 거품묻은 고무장갑에 머리까지 묶고 흰 두건을 쓰고 있는 이유는 대체…….

"설거지 끝났습니다."

"어머, 고마워요."

"별거아닙니다."

"데몬도 왔겠다 오늘 저녁은 힘 좀 써야겠는데~ 자고 갈거지 데몬?"

"아, 예, 예……."

"저기 데몬, 오랜만에 왔는데 미안하지만 방이 모자라니까 오늘 검호씨랑 같이 잘 수 있니?"

"……?!"

잠깐만요 어머니─!!

"안되니?"

"아, 뇨. 괜찮, 습니다."

나는 웃으며 손을 꽉 쥐었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 그는 어머니나 데미안과 같이 잔다는말인데 그건 절대로 안된다.

살기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조금의 표정변화 없이 아무렇지않게 두건을 풀고 앞치마를 벗어 정리하기만 했다. 이후 오랜만에 집에 와서 가족끼리 다같이 저녁을 먹었지만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와 간신히 얘기할 수 있게된건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이 되서였다.

"…… 왜 저희 집에 온겁니까."

"너희 어머니께 감사드릴 일이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서 등을 돌린채 누워있는 그를 보았다. 어릴때 보았던 달빛에 반짝이는 신기한 잠옷차림에 검도 차고있지 않은 그는 무방비해보였다. 당장 공격하면─ 나는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맨손의 그라도 이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리프레도 안전하지 않다는건 아나."

"저희는 아직 리프레를 직접적으로 공격한적 없습니다."

"대신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지."

"하지만 이 주변은……."

"아스카가 정리했다."

입이 다물어졌다. 어째서? 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온갖 추측들이 떠올랐지만 금방 정리하고, 복잡한 눈으로 그를 보며 망설이다 말했다.

"…… 감사합니다."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왜 그는 어머니와 데미안을 노리지 않은거지? 나를 알고 있다면 가족들을 인질로 잡는게 제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그는 분명 알고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지켜주다니. 무슨 저의를 가지고 있는거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 알고있나."

"예."

뜬금없었지만 그가 괜히 저런 말을 하는게 아니리라. 그런데 저 말을 한다는건 그도 결국 속칭 영웅이라 불리는 어줍잖은 정의감을 가진 이들과 같은 부류란건가. 그건 조금 안타깝군.

"그거 헛소리다."

"예…… 예?"

"힘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아. 힘은 그냥 힘일 뿐이야."

뭔가 예상에서 빗나간 말에 나는 당황했다. 허나 이어진 말에 피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대신 그 힘으로 저지른 일엔 분명 책임이 따르지."

나는 그의 등을 한참 응시했다. 저것이 어머니와 데미안을 노리지 않은 이유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군단장인 나의 가족이라고 같은 취급을 하지 않은건, 그의 기준에서 어머니와 데미안은 그저 '민간인'이기 때문이란 것을, 동시에 그에게 있어 내 가족들을 건드린다는건 죄없는 이들을 핍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사용해야하는 때와 대상을 확고하게 정해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의 가족들은 무사했다.

"너는 니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게 될거다."

"이미 각오하고 시작한 일입니다."

"네가?"

등만 보이고 있던 그가 슬쩍 고개만 돌려 나를 보았다. 속을 알기 힘들었던 고요한 붉은 눈이 약간의 한심함을 띄고 있었다.

화가나서 무어라 대답하려 했지만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고, 이불까지 푹 덮으며 그대로 자버렸다.

…… 방심인지 실력에 대한 자신감인지. 압도적인 가능성으로 후자겠지만 나는 허탈한 얼굴로 그를 보다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

이놈의 입이 만악의 근원이구나. 왜 다 된 밥에 몸소 연탄재를 뿌리냐고?!  속으로 벤 파커 삼촌과 스파이더맨에게 사과하며 듣기 그럴싸하게 들리는 번지르르한 말을 지어낸게 무색하게 산통 다 깰뻔했다.

나중에 저놈 어머니도 죽고 - 살리기위해 노력하겠지만 - 데미안은 신 군단장이 되는데 뭐 각오했다는 말이 너무 어이없어서 반사적으로 반문했다가 요단강 익스프레스 탑승직전까지 갔잖아. 덕분에 심장이 아주 쫄깃해졌다.

'…… 잠이 안와아아아─!'

아니 바로 뒤에 데몬이 있는데 어떻게 잠이 올 수 있겠냐고!

결국 토끼눈이 되도록 밤새다가 새벽에 해 뜨는거 보자마자 바로 날랐다. 거기 아카이럼이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게 더 급했다.

========== 작품 후기 ==========

데몬 어머니를 살릴까 죽일까...

@Sisre - 그런데 알아도 변하는게 없다는것이 함정.

@유풍낙화 - 검호라도 안해본 게임은 모를 수밖에 없어요.

@그냥마법사 - 이노시스입니다아~ 그리고 제 글에서 히로인=연애대상이 아니라 스토리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여성캐이므로 연애는 사실상 뭐...

@sjdjabqh - 아스카는 드래곤일때가 제일 좋습니다.

@Blake117 - 거기다 어느쪽이든 고인드립 예정이라.

@예리카 - 직업을 알았지만 앞으로의 현실도 안 주인공.

@osok - 비슷합니다. 이유는 좀 다르겠지만.

@대어의예감 - 파픈스타는 나중에 중요한 일 두어개를 할거거든요.

@뭉글이 - 아 제가 글을 잘못 해석해서... 죄송합니다. 당연히 본편 시간대도 갑니다!

@여행자구름 - 살릴까요?(웃음)

@Dt월 - 직업특성상 평타가 스킬만큼 강한고로.

@니들이야자를알아 - 그래서 주인공은 한 번 싸우고난 뒤마다 심적으로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죠.

@적현월 - 예전에 어떤분 코멘에 답한적 있지만, 만약 주인공이 어검술을 쓴다면 그건 팔을 못쓰게된 상황이 되서 입니다.

@karuma - 그전에 살릴지 죽일지 고민중입니다.

@torando - 알았으나 변한게 없다!

@swardart - 고작 3명인데 영웅이나 군단장보다 더 쎄보임.

@Racine - 요즘 키네시스 키우는중이라 연재주기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간만에 메이플 잡았는데 재밌어!

@Kianato - 스킬 몰라서 아주 ㅈ됬겠죠.

@레티오네 - 주인공은 동생이 라테일할때 롤할거니까 내려오라고 하던 평범한 고딩임.

@Ratios - 신직업 나와서 다시 잡으려다 메이플쪽 신직업을 잡았음.

@화뉴 - 트립퍼는 모두 약속된 사망플래그가 있습니다. 아 뭐 그렇다고요.

@wjasjvh - 빼먹을게 있으므로 아직은 군단장. 바로 나오는 것보다 내부스파이로 남는게 여러모로 도움되니까요.

@허공말뚝 -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맹.

@소라루 - 심지어 주인공은 콤보를 모름...

@검은샤프 - 작품소개에 라테일 검호라고 써져있는데요?

@Eluines - 죽일까 죽인다음 살릴까...

@칼크래프트 - 주인공의 생존률은 의외로 낮습니다. 예전에 꼽아둔 사망플래그를 회수해야해서...

@책벌레씨 - 이쪽의 경우 죽인다음 부활을 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

@ReFrante - 파픈스타가 보기에 기초적인 말도 안통하는 놈인데 부탁이라는게 될 것 같지 않다- 였거든요. 걷는게 안되는데 어떻게 뛸 수 있겠냐고. 근데 오버시어는 그게 되는 놈들이었다는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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