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46화 (46/208)

<--  -->  검호side.

어째 리프레에 올때마다 시간의 신전에 들르는것 같다. 이게 다 일만 떠넘겨두고 자세한 방법을 말해주지 않은 그년때문이다. 하다못해 이쪽에서 연락을 보낼 수 있는 수단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도 안해주니 번거롭게 매번 찾아가야하잖아.

"…… 속 울렁거려."

[그래도 오늘 기류는 꽤 괜찮았어 마스터.]

"니가 말하는 괜찮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거기다 시간의 신전에 가는 길은 어찌나 험한지. 오면서 아스카가 곡예비행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토하지 않은게 용할정도였다.

저번과 저저번때와는 달리 이번엔 착실하게 신전 방명록까지 작성한 나는 신관의 정식 허가를 받고 그들의 안내에 따라 후회의 길에 들어섰다. 올때마다 생각하는건데 여기 진짜 춥다. 털망토로 빈틈없이 몸을 감싼 나는 살얼음을 바삭바삭 밟으며 길을 걸었다.

일전에 부쉈던 얼음기둥들은 거짓말처럼 원상복귀되어 있었다. 초보 조각가가 막 깎아 대충 형상을 만든것처럼 대략 소녀의 형태를 하고있는 얼음상이 날 보고 끼기긱 움직였다.

「왔…… 네.」

"꼴이 말이 아니군."

「어쩔, 수 없는걸. 힘이, 없, 으니까.」

푸슬푸슬 떨어지는 얼음가루와 부정확한 움직임은 일전에 보았던것보다 더 기괴해서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내가 앞으로 어째야 하는지 말해줘. 솔직히 지금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서 뭘 해야할지, 아니 할 수 있는게 있기나 한지 의문이라고."

겨우 봉인에서 풀린 생명의 오버시어는 행방불명, 검은 마법사는 봉인 불가능. 이걸 어쩔 수 있는게 있기나한건지 모르겠다. 키긱! 고개를 갸웃거리며 난 소리에 나는 순간 흠칫했다.

「검은, 마법사가, 왜 문제야? 」

"알리샤를 그 생명의 오버시어가 먹어버렸다고. 영웅들은 물론 당연히 나도 그걸 상대할 수 있을리 없잖아."

「왜?」

…… 아니 이건 내가 여태 한 설명을 뭘로 들은거야? 청각에 문제있냐?

「죽이진, 못, 해도, 상대, 할 수단은, 이미 줬잖아.」

"뭐?"

「정, 힘들면, 그 아이를, 찾아가면 되고.」

"생명의 오버시어? 그놈은 어디있는지 모른다고!"

「아…… 뭐, 찾아도 별로, 도와, 줄 것, 같지는 않지만.」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쩍! 얼음상의 얼굴로 추정되는 부위에 금이 갔다. 미소랍시고 지은것 같은데 공포감만 더해졌다. 어디 유령의 집 오브제인거야 이거.

「그 애는, 무관심해. 지성, 체들이 망하든, 흥하든, 신경쓰, 지 않아.」

"왜?!"

「관, 심이 없으니까, 모두, 에게 평등한거야. 모든 생명, 들에게 똑같이, 푸대접하, 는거지.」

"아 그놈 가치관은 모르겠고 어쨌든 그게 좋은 소식은 아니잖아!"

「세계, 에 대한, 원한은 똑같아. 소소, 한, 도움은 받을,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래서 걔가 어디 있는데?"

「몰라.」

"아 야─!!"

제일 중요한걸 모르면 어쩌란거야!

「메이, 플 월드는, 내 영역이, 아니, 라서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저번에 말, 안했나?」

"했을까보냐! 했어도 만날때마다 빡쳐서 돌아버리기 직전까지 갔는데 그런걸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어쨌, 든 그 애, 가 메이플, 월드에 있는, 것만은, 확실해. 다른 세계로, 갔, 으면 알았을, 테니까.」

저게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부탁인데 하나라도 희소식을 말해주면 안될까."

「유감, 이네. 앞으로, 넌, 여기에 와도, 날, 볼 수, 없을거야.」

"에……?"

농담으로라도 저년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만나지 못하게 되면 심각하게 곤란해지는건 내쪽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는 지표가 사라지니까.

「신전은, 이제, 그의 손에, 들어갔으니까.」

"잠깐 설마─!"

「이곳, 출신의 군단장이, 있었지.」

얼음상이 산산히 부서졌다. 힘이 다해서라기보단 뭔가가 그녀를 방해했다는 느낌. 나는 멍청하게 굳어있다 황급히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렸다.

알 수 없는 것에 쫓기는 기분을 생생히 느끼며 후회의 길을 질주한 나는 참으로 한심하게도 방향을 잘못 잡는 대 실수를 저질러고, 이는 메이플 월드에서 저지른 무수한 실수중 세 손가락에 꼽힐 아니, 그걸 넘어서 그냥 가장 멍청한 짓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었다.

살얼음이 깔린 바닥에서 어느순간 후끈한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기둥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는걸 보았을땐 이미 많이 늦은 상태였다.

과거의 길 끝, 신관과 수호병조차 보이지 않는 깊숙한 그곳에서 나는 메이플 월드에서 가장 보고싶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버렸다.

[반가운 사람이 왔군.]

그저 보는것만으로 눈이 아파왔다. 고개를 숙이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그대로 쩍 굳어있었다.

"아는 사람이십니까?"

[그동안 만나고 싶은 이였지. 잠시 물러가도록.]

"알겠습니다."

여신 빠돌이에서 검마 빠돌이로 취향을 갈아탄 영감님은 뱀눈초리로 날 보고는 가버렸다. 아 잠깐만잠깐만 나도 좀 데려가주세요! 노예처럼 끌고가도 좋으니까 이 상황에서 날 좀 끌어내달라고!

그렇게 나는 검은 마법사와 단독으로 대면하는 정신나간 상황에 맞닥드리게 되었다.

…… 살아돌아갈 수 있을까.

***

검은 마법사side.

무엇때문에 이렇게 됬는가.

궁극의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알았을 때인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보았을 때인가?

초월자가 된 순간인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 남자와의 만남이 변화의 계기였다는 사실이다.

엘린 숲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때와 똑같은 모습과 기도로 남자-검호는 내 앞에 서있었다. 나를 보며 크게 뜬 붉은 눈에 담긴 것은 공포보다는 경악에 더 가까웠다.

[이 모습은 익숙치 않겠군.]

신전을 물들이는 어둠이 한점으로 빨려들어가며 초월자가 되면서 변화한 육신에 거짓된 상을 붙여넣었다. 한때 누구에게나 칭송받았던 외모쪽이 그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이었으니 이번만은 그때로 돌아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검호."

"……."

그는 대답대신 잔뜩 인상을 썼다.

"언젠가 부하들을 시켜 찾으려고 했습니다만, 설마 직접 와줄줄은 몰랐습니다."

"……."

"당신에게 하고싶은 말이 꽤 많았으니까요."

"……."

묵묵무답으로 일관했지만 그는 사람의 얼굴이 어디까지 일그러질 수 있는지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합니까?"

"하고싶은 말이 뭐지."

그는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론만 말하라는 그의 종용에 살짝 짜증이 치미면서도, 그는 원래 저런 이임을 새삼 깨달았다.

"저는 궁극의 빛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신의 도시를 재현할 수 있는 지혜를 추구했습니다."

그것은 무지했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

"그런데 당신이 말했었죠. 설령 제가 그 지혜를 얻는다해도, 그것을 올바르게 쓸 수는 없을거라고."

이상만을 쫒고 있을 때 비로소 현실을 직시한 순간.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 세상을 신의 도시로 만들 수 없다면, 신의 도시에 세상을 보내버리면 된다고."

"…… 미친."

욕지꺼리를 내뱉는 모습에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사람들을 모아 연구를 시작했고, 궁극의 빛과 그곳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았습니다. 밝은 빛은 짙은 어둠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진리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발을 들였었죠."

그리고 깨달았다.

"궁극의 빛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궁극의 어둠만이 있을뿐."

"그게 어쨌다는거지."

"어째서일까요?"

최후의 의문이 남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왜 저는 이런 초월자가 되야했을까요?"

누구보다도 빛을 깊게 이해했던 자신이 어둠이 되야했던 이유. 이 세상에 궁극의 빛이 존재하지않는 이유.

답은 하나다.

"이 세상은 이미 멸망했기 때문입니다."

"…… 뭐?"

"오래전에 죽어버린 세상에, 빛이 존재할리 없죠."

모든 노력이 의미없는 것이 되었을때, 비로소 해야하는 일을 알았다.

"그렇기에 저는 세상에 다시 빛을 가져올겁니다. 시체 위에 세워진 지금의 세상을 부숨으로서."

멸망한 세계의 잔해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을 치우고 제대로된 완전한 세계를 만드는것. 그것이 저가 어둠이 되어야하는 이유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처음으로 나의 확고부동한 생각을 부수어줌으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준 이에게.

"당신도 동참해주시겠습니까."

"거절하지."

생각이란걸 했나 의문이 들정도로 빠른 즉답이 돌아왔다. 결코 바꿀 수 없는 의지를 품은 말이었기에 더이상의 가장은 의미없었고, 나는 눈앞의 '적'에게 물었다.

[…… 어째서지.]

"그게 사람을 죽여야하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하니까."

[예전과 달라졌군. 그리고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과거 그의 검 아래에서 지켜지던 것은 억울하게 핍박받던 페어리였다. 그리고 현재엔 세계의 모든 사람이 그 대상이 되었다. 정의도 신념도 아닌, 부당한 이유로 죽임당해선 안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초월자를 적으로 돌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나를 앞에 두고 정면에서 거스르는 말을 하는 그는 조금의 굽힘도, 꺾임도 없었다. 그 사실이 감탄스러우면서도 유감스러웠다.

[나중에 또 보도록 하지. 검호.]

어떤 상황에서든 결코 포기하지 않을 강적의 존재를 나는 다시 머리속에 새겨두었다.

***

아하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뭔가 굉장한걸 넘어 박수치고 싶을정도로 정신나간 것들을 엄청 보고 들은것 같은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네? 하하하.

내 딸리는 뇌로는 이해는 고사하고 받아들이기도 힘든 그놈의 장대한 헛소리중 유일하게 공감 가능했던건 단 하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은 이미 멸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 이 세상은 옛날옛적에 이미 멸망했던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어디 틈새지옥의 시궁창 꼴이 되어있는거지!

"당신도 동참해주시겠습니까."

"거절하지."

사실상 본능적으로 대답해버렸을때 직후 내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다. 내가 내 무덤을 파고 관짝까지 만들어 직접 들어가는구나.

[…… 어째서지.]

와나 심장이……! 검마가 하마로 뾰로롱 되는것도 넋이 나간채로 봤는데 반대의 경우엔 가출한 영혼이 그대로 영영 오지않아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몸에 안좋다. 나는 최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빼고 그의 화를 건드리지 않을법한 단어들을 신중히 골라 말해야했다. 차라리 생각해본다고 할걸!

"그게 사람을 죽여야하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하니까."

[예전과 달라졌군. 그리고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예나 지금이나 허접하다는 건가 아니면 예전보다 딸린다는 건가. 어느쪽이든 우울한 평가다.

[나중에 또 보도록 하지. 검호.]

안돼 싫어. 죽을때까지 보고싶지 않아.

결국 신전 기둥에 기대 웅크려서 울었다. 내 인생 왜 이따위지.

========== 작품 후기 ==========

검마가 한 세계는 이미 멸망했다~ 는 말은 단어 뜻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이 말은 오버시어가 왜 세계에게 봉인당해 힘을 뜯겼는지도 연관있습니다.

데몬 어머니는 살리기로 결정~꺄하하!

@지상아래h - 그런 외전은 아직 생각해본적 없는데... 흐음, 써볼까?

@여기돈까스요 - 검호의 쌍검은 절대 내구도가 안떨어지는, 현실적으로 진짜 사기인 무기인데요?

@Dt월 - 히익-! 살려드릴게요!

@레시코 - 스스로의 언어구사능력에 한탄했음.

@카게노이츠와리 - 이 글에 연애대상으로서의 히로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히로인은 있을지언정.

@대어의예감 - 파픈스타는 현실의 불치병으로 사망 플래그가 있죠. 그 외에 2개쯤 더 있고.

@바이휴런 - 트립퍼 사이에서도 상성이란게 있고, 주인공은 프라이쉬츠랑 상성이 안좋음. 더러운 원딜.

@하렘love - 아니요. 일단 죽여놓고 다음에 부활시키느냐 마느냐, 죽인다면 과정을 어떻게 비트냐의 문제임.

@Blake117 - 살리기로 했으니 이제 어떻게 죽일지가 고민인데...

@니들이야자를알아 - 살려드릴게요~

@엘자스칼렛 - 절 죽이시면 다음편을 못 볼텐데요?

@유풍낙화 - 일단 죽이고 나중에 부활시키기로 결정!

@로렐라인 - 보통의 결계가 군단장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군요.

@Eluines - 바꾸기 귀찮으므로 그대로ㄱㄱ

@DerFreischutz - 어머니대신 데미안을 죽일까 잠시 망설였었음.

@Racine - 대신 과정이 좀 뒤틀리겠죠.

@적현월 - 그래도 살해당하는것 보다 늙어죽는 쪽이 더 낫지 않음?

@신령각 - 살리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여행자구름 - ... 어우 이쪽은 이쪽대로 잔인한데요?

@허공말뚝 - 아스카 없었으면 어디서 객사했어도 이상하지 않음.

@ReFrante - 따지고보면 데몬의 군단장시절은 2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니까 인생 진짜 파란만장했던거죠.

@소라루 - 살릴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때까지 연재 할거고요.

@올블랙메인쿤 - 이분 저보다 더하시네요... 그럴 생각까진 없습니다.

@stbstream - 이피아 왕비님의 경우 당시 사자왕의 성 환경상 충분히 있을 수 있던 일을 만든것뿐입니다.

@가디즈 - 에,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lte23 - 살리기로 결정! 됬습니다.

@NGNL - 에, 석화요? 시체훼손은 당연히 해야죠?

@큐냥이 - 거기다 전사직이라 튼튼하고 힘쎄죠.

@Ratios - 암만 좋다 설명해도 당사자한테는 별로일 수 있죠.

@칼크래프트 - 거기다 파픈스타는 물마법사이기도 하죠! 이게 꽤 유용함.

@zeli - 그 반대로 몸만 죽일까 고민중.

@좌절거북이 - 그정도는 안갈겁니다.

@나가군 - 살리기로 결정났으니 이제 누구 손에 죽일지 생각중임.

@책벌레씨 - 오늘 검호는 차라리 데몬이 나았다고 생각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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