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앞길은 모른다 --> 검호side.
생명의 오버시어를 찾기위해 나는 아스카를 타고 메이플 월드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 개싸가지는 생긴게 원체 특이했기에 딱 보면 바로 그놈인걸 알아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찾기는 개뿔.
메이플 월드가 얼마나 넓은데 거기서 사람 한 명 찾을 수 있겠냐고. 거기다 생각해보니 상대는 오버시어다. 봉인에서 갓 풀렸을때 과연 저게 생물체인지 의심이 되는 몸을 사람처럼 만드는걸 봤으면서도 기억하고있는 모습으로 찾으려 하다니.
…… 근데 그거말고 단서가 전혀 없잖아!
[마스터! 아래!]
거기다 어째서인지 어딜 가나 몬스터니 군단장이니 하는 것들이 튀어나와서 별 수 없이 싸우고 있다. 파픈스타가 꼬박꼬박 어디에 누가 침공하러 간다고 말해주는데 소식이 전달될때는 이미 거기 내가 와있거나, 혹은 침공중인데 내가 거기 가는 중이거나 대체로 둘 중 하나다.
나는 갑자기 아가리를 쩍 벌리는 땅에서 황급히 뒷걸음질쳐 자리에서 벗어났다. 기괴하게 자라나는 나무와 공중에 둥둥 뜨는 바위, 어딘가 뒤틀린 형태의 정령들이 주위에 몰려들었다.
아, 진짜 싫어.
[또 그대인가.]
내가 하고싶은 말이다 이것아. 나 이제 너희들이랑 엮이기 싫다고! 그리고 싸우는건 더 싫어!
붉은 오오라가 넘실거리는 바위덩어리- 구와르가 나타나며 말했다. 진짜 왜 어딜가나 이놈들이 나타나는거지. 어디의 성게머리처럼 불행해! 를 외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저놈들 이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막 공격한단 말이야!
"운이 없는거지."
아니 다 떠나서 평범하게 살던 내가 여기에 뚝 떨어져 말도 안되는 일을 떠맡은 시점에서 내 운은 바닥을 치는걸 넘어 지구 반대편을 뚫을 기세로 나날히 신기록을 갱신중이다. 나는 우울한 얼굴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래. 그렇게밖에 안보이는군.]
하다하다 군단장에게까지 동정받는거냐 나.
[─하기에 전력으로 가겠다.]
이보시오 군단장 양반!! 그게 무슨 말이오?! 채 놀라기도 전에 뒤틀린 정령들이 모여들며 주위의 땅과 나무를 빨아들이더니 점점 크기를 불렸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눈앞에 아스카보다 더 거대한 골렘 비스무리한게 만들어졌다.
[과연 그대가 언제까지 나약한 인간들을 지킬 수 있을지 보겠다.]
'…… 도망치고 싶은데.'
진심으로 그냥 여기서 내뺀다음 날래날래 도망치고 싶어. 근데 뒤에 마을이 있어. 며칠동안 머물면서 오버시어를 찾으려고 들렀던 마을이 있다고.
"아스카."
[알았어 마스터.]
마법으로 폭격 좀 시원하게 갈겨─ 달라고 말하려는 건데 너는 또 어딜 가냐고!
갑자기 마을로 홱 날아가버리는 아스카에게 아련하게 손을 뻗으려던 나는 내 상황을 알았다. 눈앞엔 골렘과 구와르, 뒤에는 마을. 하하하 총체적인 난국이네. 그나마 믿었던 아스카는 갑자기 딴곳으로 가버렸고.
나는 힘이 쭉 빠져나간 몸을 애써 다잡았다. 오기라든지, 반드시 사람을 지켜야한다든지 그런것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때문이었다.
도망칠데가 없어……!
죽기아니면 살기로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
프라이쉬츠side.
누군가 한 입 먹은듯한 달이 뜬 밤, 나는 그닥 의미없는 내 임무를 수행중이다.
"…… 니놈이냐."
"그 살벌한 거 좀 치워줄래? 어떻게 매번 올 때마다 똑같은 거야?"
"쯧."
나는 그에게 겨누었던 총구를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걸어나왔다.
"또 온 건가요 팬텀."
"내가 보고싶어서 마중나온거지?"
"아무리 찾아와도, 에레브의 보물은 넘겨주지 않을거에요."
"글쎄. 그건 두고 봐야할 일인데."
그건 자유를 바라던 소녀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결과였다. 하늘을 날던 새가 되고싶었으나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대신 새를 곁에 두고싶은 소원의 구체화한 것이다.
"그런데 황제님, 표정이 왜 그래?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
"흐음─ 글쎄요?"
여제의 웃음이 많아졌다.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있기에 확실하게 그것을 알 수 있다. 이유는 더 말할 필요 없지.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
"…… 검은 마법사의 군단장과 회담을 갖기로 했어요. 이곳 에레브에서."
웃음기를 잔뜩 머금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텐데."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바램을 중얼거리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나는 발코니 아래의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탈 게 많군.
빛으로 화했다가 장미로 변한 카드, 달빛에 빛나는 아름다운 미소 그리고 그녀를 위한 말.
"그렇게 우울한 표정만 지으면 빨리 늙는다? 당신은 웃는 얼굴이 제일 잘 어울려."
나는 두 사람만의 공간이 된 발코니에서 벗어났다. 이 몸이 된 이후로 모든 감각이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었기에 둘의 얘기가 다 들렸지만, 딱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었기에 모두 흘려넘겼다. 지금의 그가 영웅제의를 거절하는건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게 그의 심장을 후벼파겠지.
그녀는 아무 잘못이 없다. 유일한 잘못이라면 하필 이 시기에 메이플 월드의 황제라는 건가. 하지만 그건 잘못이라기보단 불행이라 할 수 있다. 어찌됐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테니까.
깊어진 밤이 다시 떠오를 무렵, 그가 나에게로 왔다.
"너, 황제님 호위지?"
"그렇다."
"그럼 그녀를 잘 지켜줘."
평소에 장난기가 어렸던 보라색 눈이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물들어있었다.
"알았다."
나한테 부탁하지 말고 직접 나서지 그러나.
잘난 영웅씨.
***
몇 없는 호위병들을 배치한 나는 무기를 점검했다. 나의 모든 것엔 그녀의 힘이 서려있었기에 점검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었지만, 적어도 이렇게 확인을 하면 마음이 가다듬어진다.
"이쪽입니다."
오랜만─ 이라며 인사하려던 오르카가 스우의 제지를 받고 손을 내렸다.
정원사가 정성으로 가꾼 길을 걸어 도착한 회담의 장소엔 그녀와 그녀를 지키기 위한 호위병, 신수까지 모두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 메이플 월드의 황제, 아리아입니다."
"헤, 니가?"
시작부터 예의따위 없는 반말에 호위병들이 움찔했지만 내가 보낸 눈짓에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상황은 순식간에 비극으로 치달았다.
"크아아악─!"
"여제님!"
바닥에 깔려있던 시커먼 어둠이 일며 눈 깜짝할 새에 호위병들을 꼬챙이처럼 꿰뚫어버렸다. 비명이나마 지를 수 있었던 이들조차 운이 좋았던 극 소수. 나는 살아남은 이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다. 탕탕거리는 소리가 묻힐 수 있었던건 그 사이에 쌍둥이 남매가 다른 호위병들을 죽이고 신수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꺄악!"
보이지않는 거인의 손에 맞은 듯 허공에 붕 떠서 날아가 나무에 쳐박힌 그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척추가 부서졌으려나. 죽었든 살았든 일어나진 못하겠군.
시시하고 또 시시한 촌극이 막을 내렸다.
"이봐요, 이봐요─ 아…… 살아있네요? 한 방에 죽기직전까지 갈 줄은 몰랐는데."
"진짜? 아직도 살아있어?"
나는 호위병들의 이마에 하나하나 총알을 박아 확인사살하며 말했다.
"일 끝났으면 빨리 가지. 더이 상 신경쓸 가치가 없으니까."
"여기서 띵가띵가 놀던 사람이 할 말이 아닌것 같습니다만."
"내 손으로 연합을 세우고 또 망가뜨렸는데 이 정도면 큰 공적 아닌가."
탕! 마력탄이 마지막 호위병의 투구를 뚫고 뇌에 구멍을 냈다.
"회담…… 은."
피끓는 목소리에 오르카와 스우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건 거짓말이었어. 널 끌어들이기 위한 명목일 뿐."
"당신이 하고자하는 일은 그분의 뜻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서요. 불필요한 짓은 안 하는게 좋았을텐데 말이죠."
"프라, 이 쉬츠…… 당신, 은?"
나는 총구에서 피어오른 연기를 훅 불었다.
"당신의 편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왜……?"
"딱히 원한이 있었던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하는 일에 당신의 죽음이 필요했던 것뿐. 아무튼 여태까지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연합은 잘 써먹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신뢰받는 사람의 말이기에 나의 말이 곧 여제의 말이라고 착각하는 무리들이 정말 많았다.
"그보다 얘, 얘! 너는 신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대응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냅둬라. 어차피 가망없으니 이제 돌아간다."
"하지만 이건 너무 약하잖아."
"상징에 불과한 여제한테 얼마나 많은걸 바라는 거지."
나는 그녀에게서 몸을 돌려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마지막으로 총을 허리춤에 찬 뒤 둘을 데리고 귀환하려고 했다. 그런데─
콰앙──!!
"…… 어?"
"스우!!"
느닷없는 굉음에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것이 뒤에서 들린 소리란 사실에 확 몸을 돌렸고, 그곳에선 내 상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기직전이었던 그녀가 일어나 있었다.
'대체 어떻게?'
피투성이의 그녀는 휘청거리며 검은 사슬에 포박당한 신수에게 다가가 이마의 보석을 짚었다.
"이런…… 모습, 팬텀이, 싫어할텐데."
금이 간 보석이 빛을 뿜으며 그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래도 황제는 황제란건가? 비장의 수라는게 존재했던 모양이다. 뭔지 모를것에 맞아 나가떨어진 스우가 오르카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고, 나는 다시 총을 들어 대응할 준비를 했다.
그녀가 보석에서 꺼낸 것은─ 할버드(halberd:도끼창) 였다.
"""에?"""
"하아아압──!!"
산을 쪼갤 기세로 휘둘러진 할버드가 땅을 내려친 순간, 섬의 일부가 조각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잠깐 당신 이런 사람 아니잖아!
========== 작품 후기 ==========
진 아리아 무쌍! 마법따위 약자와 여자들의 호신술일뿐! (아리아도 여자란건 넘어갑시다)
아, 저 내일 가족여행갑니다. 그동안 소설 안올라옴. 별로 오래가는건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tony4523 - 지적 정말 감사합니다. 바로 전 화의 설정오류는 수정했습니다.
@레시코 - 안등장할겁니다. 에필로그쯤 되면 나오려나.
@유풍낙화 - 보는 입장에서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죠.
@칼크래프트 - 이후 아리에스는 말빨이 굉장한 어느 학자와 결혼했다고 합니다.
@패러디좋아 - 음? 하나쯤 박살내드릴까요?
@karuma - 독설은 다른쪽 조상님 유전이랍니다.
@대어의예감 - 히로인의 조건은 여자라는 전제하에 스토리에서의 영향력, 스토리에서의 비중, 그리고 주인공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어야하는 겁니다.
@Sisre - 척박한 리엔에 번영을!
@lte23 - 가능은 했을겁니다. 그래도 엘나스때 나름 인연이 있어서 손속이 거칠진 않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죽였을거임.
@여기돈까스요 - 검호쪽이 압승임.
@Blake117 - 외모는 모계유전, 성격은 부계유전.
@적현월 - 아리에스의 남편쪽 성격이 개판이면 말이 됨.
@뭉글이 - 연합자체에 프라이쉬츠의 손이 닿아있으므로 처음부터 글렀음.
@Ratios - 현질을 강요받고 있는거다!
@ReFrante - 얼음 꽁꽁.
@Racine - 이 글은 처음부터 검호의 구름을 상정하고 쓰여졌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Eluines - 그리고 약속된 휴재... 는 농담이고 좀 놀러갔다 오겠습니다.
@여행자구름 - 그거에 대해 고민중인게, 1. 알려준다 2. 까먹고 안알려준다 어느쪽을 할까 생각중.
@핑구친구 - 어리니까 변할 가능성이 있음.
@천궁사월 - 일단 힘 자체가 이미 완성되어 있는고로 발전의 여지는 스킬의 숙련밖에 없음.
@허공말뚝 - 이쪽도 불쌍하신 분입니다.
@책벌레씨 - 조상님의 성격은 수백년이 지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
#뭉글이 - 너무 더웠습니다...
#대어의예감 - 정신이 메롱해질때마다 쓸게염.
#Racine - 그렇게 허무하게 완결짓진 않을겁니다.
#Eluines - ng외전에서 검호는 신입 배우, 하마는 이미 중년에 들어섰으면서 청년 연기가 가능한 원로 배우, 프리드는 얼굴이 되서 우연히 배역 하나 맡게된 스태프... 기타등등 설정이 있음.
#핑구친구 - 트립하면서 ts됬다, 원래부터 여자였다 중 어느쪽을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