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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호입니DA-63화 (63/208)

<--  -->  검호side.

여러모로 충격적인 일들이 지나간 이후, 프리드가 말하길 리프레의 봉인석은 좀 나중에 만든다고 한다. 의식을 하느라 무리해서 지친 상태인데다 준비해야할게 많다나. 그대로 말을 받아들이면 될텐데 왜 내 머리는 괴상하게 해석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시간이 남은 고로 나는 검이나 휘두를까 했는데 리프레까지 왔으니 간만에…….

"어머, 또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데몬을 마주칠 위험을 감수해야하는게 좀 그렇지만 그래도 한 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와버렸다.

"결계는 문제 없습니까."

"물론요. 몬스터는 얼씬도 하지 않는답니다."

"아저씨 오늘도 자고 가실거에요?"

"오늘은 아니다."

그리고 날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 아직 20대라고!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잠시 걱정되서 와봤습니다."

"고마워라~ 들어와서 차 한잔 하고 가세요."

역시나 데몬의 어머님의 좋은 분이시다. 올때마다 정신적으로 힐링받는 느낌이야. 두 아드님이 현재 그리고 나중에 굉장한 문제덩어리가 되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 정상적이신 분이셔.

[마스터 나 잠깐만 갔다올게.]

"빨리 갔다와."

[늦진 않을거야.]

그렇게 몬스터 정리 겸 식사를 하러 아스카는 휙 날아갔다. 데미안은 날아가는 아스카의 모습을 한참 올려다보았다.

"우와아……."

"뭐가 그렇게 놀랍지?"

"있잖아요 아저씨, 아저씨는 정말 강한 사람이죠? 얼마 전에 영웅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거기 아저씨에 대한 것도 있었어요!"

결국 걔들 꼬봉이나 엑스트라로 끼워졌구나 내가. 하는 일도 없는데 따라다니니 병풍으로 끝나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별로 강하지 않다."

사실 메이플 월드 평균으로 보면 그럭저럭 강할지도 모른다. 근데 싸우는 상대가 군단장에 몬스터 대군, 경험 많은 트립퍼, 검은 마법사인데 그정도 힘으로는 잽도 안되잖아! 심지어 내 옆에 있는 놈들은 영웅이라고! 이 뭔 기적의 세대 사이에 그림자씨도 아니고.

"아저씨.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되요?"

그러니까 난 별로 안강하다고. 거기다 어쩐지 예전에 데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때 대충 대답해준 결과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거기다 얘 나중에 군단장 되잖아. 데몬이 그 꼴 보면 자기 과거의 중2했던 흑역사를 다시 보는 기분이지 않을까.

"왜 강해지려고 하는거지."

"그…… 엄마를 지키고 싶어서요!"

뭐래 얘가. 구체적인 설정은 기억 안나지만 다른 이유였던걸로 아는데. 아니면 좀 바뀐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뚱하게 데미안을 보고 있었는데 애가 우물쭈물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사실은…… 저 형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뭐?"

"같은 혼혈이지만 전 약해서 형에게 도움만 받고, 형이 하는 일에 걸림돌만 되고…… 전 형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강해져서 형 옆에 나란히 서고 싶어요."

어차피 나중에 너 형보다 강해지거든? 그 뭐냐 마기가 폭주해서 날개있는 마족급으로 강해지는걸로 아는데 그 계기가…… 어머니의 죽음이었지.

아. 데미안이 군단장이 된다는건, 얘 어머니가 이 애의 눈앞에서 죽어야 한다는 뜻이구나. 그건 좀 너무하잖아. 이 스토리 짠 작가 누구야 대체. 나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내가 얘한테 뭐라고 해서 저 생각이 쉽게 바뀔 것 같지가 않다. 데몬이 직접 말하면 모를까. 거기다 직접 말한다해도 그걸 그대로 믿을지도 의문이고.

"왜 니가 형한테 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원작 스토리를 박살내게될지도 모르지만 그런거 알게 뭐야. 어차피 많이 박살났는데.

"그거야─ 전 힘이 없어서 형한테 아무 도움같은걸 못 주니까요. 항상 약해서 당하고 있는 절 형이 구해줬고……."

"그리고?"

"형은 엄청 강해져서 대단한걸 하러 갔는데 전 여기에 있기만 하고……."

나중에 그 잘난 형은 힘이란 힘은 다 빨려서 레벨 10이 되어 연합에 들어가서도 영웅들에게 눈총받으며 니가 군단장이 된것도 모르고 - 막판에 다 가서야 알게되지만 - 검은 마법사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만.

"니 형이 니가 방해가 된다고 말한적이 있나?"

"그, 그런 적은!"

"그럼 니가 형한테 물어봤나. 너가 걸림돌이 되지 않냐고."

"없어요! 그런걸 물어볼리가……."

"그럼 어떻게 형이 널 방해물로 여긴다고 생각하지?"

나는 말주변이 너무 없는지라 막 말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적잖아 들지만 이런방식 외에 어떻게 얘한테 이런걸 알려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건……."

"니 형은 널 방해물로 생각하지 않아. 거치적거린다고 느끼지도 않고."

가족이 있는 곳에서만큼은 내가 등돌린채 누워있어도 공격하지 않고, 식탁에서 마주보고 앉아있어도 가만히 있는 놈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아무렇지않게 죽이면서 제 가족만큼은 끔찍히 여기는게 아이러니했지만 어쨌든 그놈의 가족사랑만큼은 인정해야한다.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물어봤어요?"

"그런건 안물어봐도 알 수 있다."

나는 데미안의 잡초같은 머리에 손을 올렸다.

"널 보면 항상 웃고 있잖아."

정작 말하는 나는 내 동생을 볼때마다 웃기는커녕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안나서 더 그랬는데, 사소한 걸로 싸우고, 때리고, 부모님한테 이르는 그런 일이 고등학생이 되서도 일상처럼 이어졌다. 그래도 돌아가면 동생놈을 보고 웃어줄 수 있을까.

"정말로 널 방해물로 생각하면, 웃을리가 없어."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정신나간 놈처럼 다른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니가 여기서, 어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기때문에 그놈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낼 수 있는거야."

그걸 알고 있는 나지만, 데몬의 약점이나 다름없는 이들을 해치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그런 짓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사람들에게서 내 동생이랑 엄마를 보고있기 때문일까.

"아저씨 말…… 진짜죠?"

"의심되면 직접 생각해봐라. 니가 사랑하는 형이 과연 널 짐이라고 생각할만한 사람인지."

만약 그렇다고 대답하면 난 좆망하는거고. 모든 형제가 사이좋은건 아니잖아. 서로서로 브라콤인 형제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것 같냐고. 그건 환상종이나 다름없어!

얘들이 게임스토리 짜는 작가가 그렇게 설정 안해놨으면 매일 아침마다 서로 욕질하면서 한바탕 싸울지 누가 알아. 그 옷 내꺼라고 내놔 이 박쥐날개야! 닥쳐 오늘 시내에서 여친만날거라서 이거 입을거라고 이 잡초대가리야! 오늘은 나한테 양보해! 가 됬다면…… 음 여기에다 부엌에서 날아오는 둘다 그만 떠들고 내려와서 밥이나 먹어! 라는 어머님의 말이 곁들여진다면 지극히 평범한 형제로군.

멍청한 얼굴로 서있던 데미안은 휘청휘청 걸어서 방에 들어가 날 불안케 했고, 그 사이 데몬의 어머님은 차를 들고 나오셨다. 아니 왜 이제서야.

"호호, 좀 늦어서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사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내 잘못이 크지 뭐. 식탁 맞은편에 앉으신 데몬의 어머님이 머뭇거리시며 말씀하셨다.

"저기 혹시─."

"예?"

"제 아들 데몬이 요즘 뭘 하는지 알고 있나요?"

푸웁! 입에 머금고 있던 찻물을 거하게 뿜을뻔했다. 그랬으면 쫓겨났겠지.

아니 이분 평범한 사람 아니었나? 그래도 두 군단장 어머니라고 독심술같은게 있으신겁니까?!

"묘하게 잘 아시는것 같아서……."

니할 사막에서 매그너스랑 세트로 덤벼서 미친듯이 발버둥치며 싸웠습니다. 사막이라 모래때문에 계속 균형도 못잡고 어어어 하다가 아드님 허리를 썰어버렸는데, 그 대가인지 걔 셉터로 가슴 쳐맞아서 그쪽 갈비뼈 모두 나가는 줄 알았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세상을 바꾸겠다며 나갔는데 뭘 하는지 모르겠고…… 그래도 가끔씩 올때마다 엄청 좋아보이는 옷이라던지, 마족 부하같은게 따라와서 뭔가 굉장한게 된건 확실한데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검은 마법사의 가장 충성스러운 오른팔이 되서 도시단위로 사람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리프레 공습때 가족을 다 잃어 여태껏 모신 검은 마법사를 통수칠 예정이죠.

"……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 이상 자세한 대답은 도저히 못하겠다.

"만나보셨나요?"

만날때마다 서로서로 넝마조각이 될정도로 싸웁니다. 사실 넝마가 되는건 나고, 그놈은 옷만 좀 잘릴뿐이지. 그래도 군단장이라 돈은 많은지 매번 옷이 원상복귀되더라.

"어쩌다가 가끔씩 만납니다. 메이플 월드를 다 돌아다니다보니."

진짜 메이플 월드 전체를 돌고있는데 왜 항상 군단장을 만나는걸까. 세계는 분명 넓은데 왜이리 좁게 느껴지는지.

"그러세요? 그렇다면 다음에 만날때 저 대신 말 좀 전해주실 수 있나요?"

"예? 예……."

데몬의 어머님은 찻잔을 잡고있던 내 손을 감싸며 말했다.

"밥 잘 먹고, 잠 제때제때 자고, 몸 깨끗이 하고, 적당히 운동도 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렴."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도 일상적이고 소박한 말들이 가슴 깊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부탁드립니다."

"…… 알겠습니다."

진짜 이분만은 꼭 살려드려야지.

바깥에 어느새 돌아온 아스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

데미안side.

"엄마."

"응? 왜그러니?"

"내가 약해서 곤란했던 적 있으세요? 짐처럼 여겨졌다든가……."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폭 안았다.

"그럴리가 있겠니. 데미안은 사랑하는 아들인걸. 힘이 강하든 약하든 그런건 아무 상관없단다."

"형도…… 그렇겠죠?"

"물론이지. 데몬도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몸을 감싸는 온기에 마음이 놓였다.

"아저씨 나중에 다시 오겠죠?"

"왠지 그럴 것 같구나."

어느새 드래곤은 보이지않을만큼 멀리 날아가버렸다.

"자 데미안. 슬슬 마당쪽에 빨래 걷어와주겠니?"

"네 엄마!"

해가 저물어갔다. 오늘 저녁은 무엇일지 기대된다.

========== 작품 후기 ==========

데몬과 데미안이 평범한 형제였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을 것 같네.

@Novel알케미스트 - 사이다보다 콜라가 더 좋은데.

@대어의예감 - 만약 검호가 죽으면 제일 먼저 이성이 끊어져 미쳐날뛸듯.

@씨뮬 - 아뇨 그럴리가요. 그런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걸 독자분들 코멘으로 알았는데요.

@ReFrante - 그냥 전 프리드가 연상의 군주 포스의 여자와 함께 있는걸 쓰고 싶었을뿐입니다.

@라그실 - 외전편이라서 그래요. NG모음이 공식이 아닌것처럼요.

@적현월 - 에? 그런 설정이 있었어요?

@Ratios - 이제 요새같은 둥지를 만들면 되겠군.

@뭉글이 - 아뇨아뇨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걸 님 코멘으로 막 알았다고요! 절 음란마귀로 몰지 마세요! ... 진짜로요.

@여기돈까스요 - 아스카의 성별은 아스카입니다.

@넝기 - 레이드까지 써야하는 전 그야말로 죽을맛.

@레시코 - 아뇨 본인 몸 크기가 여러모로 불편하다는걸 슬슬 실감중이라서 그래요.

@Eluines - 건물 높이나 숲 높이를 고려해서 높이조절하니까 문제 없습니다.

@바이휴런 - 그래서 연애가 없죠. 히로인도 스토리상 필요한 여캐일뿐이고.

@좌절거북이 - 자장가라도 불러주면 잠들려냐.

@예리카 - 그리고 거짓말처럼 완결까지 변신하지 않았다고 한다.

@Blake117 - 아니 왜 폭탄을?!

@jwh - 근데 그 이전에 글 안에서의 검호는 무지무지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설정이라... 인기는 고사하고 가까이 가는 여캐가 드뭄.

@Sisre - 지금 몸은 일을 수행하기위해 최적화된 가짜 몸에 불과해서 돌아가면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리가 없죠.

@karuma - 그보다는 파픈스타를 제끼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히로인 자리를 차지하겠죠.

@sjdjabqh - 이때를 위해 뿌린 말이다!

@아토상자 - 그래서 만났습니다. 멘탈 힐링받음.

@브룬 - 영웅중에서 프리드 혼자 죽는건 게임 스토리내에서의 이야기입니다.

@Buche - 파픈스타 병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초안 중에서 파픈스타가 병도 안나았는데 병실에서 낑낑 걸어나와 검호 만나러 갔다가 병이 악화되어 죽는 전개가 있었습니다.

@책벌레씨 - 자자 빨리 살아나세요.

@건전한독자 - 하지만 이것마저도 음란마귀를 쓰고 보는 분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는데...

@칼크래프트 - 그야 작가가 저니까요. 이피아 왕비님의 선례가 있잖아요?

@허공말뚝 - 아스카의 성별은 아스카이며, 인간화 예정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소라루 - 우시는 이유는 대체?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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