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픈스타side.
군단장들이 모두 모이는 경우는 드물다. 항상 누군가가 어디로 습격, 점령을 하러 갔거나, 이전 전투에서 - 대체로 영웅이나 검호 - 입은 부상을 치료중이거나, 그냥 회의에 나가기 싫어서 불참하거나 - 군단장들의 조직력은 약하다 - 대개 이런저런 이유로 다 모이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어떤 사유가 있든간에 전원이 모이는 경우가 있다.
[모두 모인건가.]
"""예."""
나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몸을 낮췄다. 끓어오르는듯한 혹은 얼어붙는듯한 판이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감히 마주볼 수 없는 어둠만이 들어찬 로브 속의 눈을 피했다.
극도로 개인주의가 만연한 군단장들이 다 모이는때. 그것은 검은 마법사가 직접 그들을 소집했을 때다.
[현재 상황은 어떻지.]
"엘나스 지방은 점령 완료. 니할 사막은 아스완을 거점으로 상당부분 차지하는데 성공했으며, 오르비스는 점령하지는 못했지만 더이상 정거장을 쓸 수 없도록 막아두었습니다. 루디브리엄은 결계를 쳐서 버티고 있지만 실제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리고……."
"중요한게 빠졌군."
데몬의 말을 늙은이의 목소리가 끊어냈다.
"리프레는 어떻게 됬지."
"…… 가장 인간이 많은데다 그들과 우호적인 드래곤들의 숫자도 많아서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다른 곳들의 점령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감히 위대한 분의 뜻에 반항하는 놈들이 모두 거기로 모이는 시간만 벌어주지 않았나."
아카이럼의 말에 데몬은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이제 막 들어오신데다 뒤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이래라저래라 훈수만 두던 분에게 들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어린애 말만 듣고 여태껏 움직이다니. 제대로된 책사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건가."
과연 군단장 최악의 관계답다. 눈앞에 검은 마법사가 있는데도 으르렁거리는 둘을 보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프로 팀킬러 아카이럼과 적어도 현 시점에선 검은 마법사의 광신도인 데몬. 극과 극인데 한 바퀴 뱅 돌아서 똑 닮은 모습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책사란 작자와 오른팔&최강의 군단장이라는 작자가 내부에서 서로 물어뜯기 바쁜데 일이 제대로 될리가 있나.
"그쯤하지."
찰그락거리는 작은 금속음들이 울리며 특유의 무거운 굽 소리가 다가오는게 들렸다.
젠장 일 아주 제대로 되겠네. 무슨 수를 써서든 제 입맛대로 반드시 일을 밀어붙이는 놈이 있으니.
[영웅이란 놈들에 대해 들어봤겠지.]
"보잘것 없는 놈들입니다. 위대하신 분이 하는 대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금방 치우겠습니다."
"얼마전에 그 보잘것 없는 놈들에게 당해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떨어져나갈뻔한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데몬은 눈빛이 물리력을 가진다면 일찌감치 아카이럼의 빈약한 몸을 마디마디로 박살내고 뱀은 잡아다 토막낸다음 술로 담가버릴 기세로 그를 노려보았다.
"근시일내에 그들 혹은 그들의 세력을 완전히 없앤다. 그것이 현 시점의 목표다."
"직접적으로 이끄는 것을 포함해, 그들에게 조력해주는 모든 조직을 말한다. 오닉스 드래곤, 연합과 같은 것들 말이지."
그렇게 나오겠다 이건가. 영웅의 개개인은 강력하지만 그 활동 범위나 할 수 있는 일, 여파등은 사실 꽤 국소적이니까. 큰 일을 하려면 그에 따른 큰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이라는 것은 개인의 힘뿐만 아니라 조직의 힘이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다. 괜히 검은 마법사가 군단장이라는 부하를 두고 그 아래에 별개로 군단을 또 만들었겠냐고.
"가장 거치적거리는 것들은 없앴으니 다음 목표는─ 에우렐이다."
"엘프들말이야? 걔들은 가만히 있잖아?"
"활동하지 않는다해도 언제든지 전투가 가능한 집단은 일찌감치 배제해야하니까."
미친놈. 이젠 하다하다……!
[그러므로─ 리프레를 습격하도록.]
순간 귓가에 '이렇게 된 이상 일본을 공격한다'라는 말이 들린 것 같았다.
***
검호side.
데몬의 어머님에게서 멘탈을 힐링받고 기분좋게 돌아온 나는 그 힐링이 아무 의미없게 곧바로 달밤에 아란이랑 강제 대련을 했다. 아스카한테 힐을 받았음에도 후유증으로 뼈와 근육이 사이좋게 비명을 질러대서 그날 밤은 완전히 설쳐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고인드립의 여왕인 힐라가 갑자기 해골병사들을 이끌고 리프레 동부쪽을 공격해 아란과 유에가 바로 나섰으며, 이후 북부쪽에 윙 마스터와 반 레온이 습격해 팬텀과 메르세데스, 프리드가 갔다. 몸상태가 이 모양 이 꼴이라 내가 가야하면 어쩌나했는데 다행히 내 차례까진 오지 않았다…… 고 생각했다.
"또 당신이군요."
그러게 말이야. 보통 능력자 배틀물에서 비슷한 힘을 가진 놈들끼리 맞붙는거 아니었나? 원X스라든지 페어X 테일이라든지 하여튼 그런데서 자주 나오잖아.
왜 내 상대가 또 너냐고. 군단장 최강이 그렇게 할 일 없는거냐. 거기다 쟤 하나만 있는것도 아니야.
[우리는 우리의 일만 하면 된다. 물러서지 말도록.]
"잘 알고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그분의 명을 따르는게 제 일이니까요."
[어차피 쓰러뜨릴 필요까진 없으니.]
난 쓰러뜨릴 가치도 없다는거야?! 살 수 있어서 기쁘긴한데 가슴 한쪽으로 찝찝하다.
구와르와 데몬. 각자 방어와 공격이라는 측면에서 군단장 최고의 실력을 보유한 - 내 체감상 군단장은 그냥 전부 먼치킨이라 누구든 상대하기 버겁지만 - 둘을 나 혼자서 상대해야한다는 초유의 사태에 눈물조차 안나왔다. 그저 굵고 짧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뿐. 길어져봤자 더 많이 쳐맞을뿐이고, 며칠동안 골골거리는건 항상 나니까. 하하하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네.
뭔가 다른의미로 침착해져버린 나는 그때서야 데몬이 얼굴을 검은 천같은걸로 감아서 가리고 있는것을 알았다.
"…… 왜 가린거지?"
"당신이 신경쓸게 아닙니다."
아 실수. 무심코 생각한걸 그대로 말해버렸다. 근데 진짜 왜 얼굴을 가린거지. 어느 영웅이든 딱 본 순간 저놈이 데몬인걸 바로 알 수 있을텐데…… 어 잠깐만, 여기 리프레잖아? 쟤 엄마랑 동생이 있는.
"보이고 싶지 않은건가."
"그 입 다무십시오!"
저거 좀 바보아니야? 자기 가족한테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악명높은 군단장이 된 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저런 어린애 변장같은 걸 했다고?
뭔가 속이 뒤틀렸다. 나는 검을 뽑으며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를 했다. 아스카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태세를 갖추었다.
"그러고보니, 전해줄 말이 있었지."
"뭡니까."
막 생각났다. 이렇게 바로 만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났으니 한 글자라도 잊기전에 전해줘야겠다.
"'밥 잘 먹고, 잠 제때제때 자고, 몸 깨끗이 하고, 적당히 운동도 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렴'이라고, 너의 어머니가 대신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콰앙──!
굉음이 울리며 트럭에 치인것처럼 내 몸이 뒤로 날아갔다.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긴 했는데 막은 의미없이 전혀 충격을 상쇄시키지 못하고 그저 양 팔의 뼈가 조각조각난듯 아팠다. 아스카가 내가 날아가는걸 보고 '마스터!'라 외치며 마법으로 받아줘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어디 나무나 바위에 쳐박혀서 척추까지 아작날뻔했다. 그랬으면 신체 어딘가가 마비됬겠지.
"당신……!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한겁니까!!"
그냥 말 대신 전해준건데 왜 사람을 죽이려드는거야! 완전히 눈이 뒤집힌 데몬이 죽자살자 공격하는 모습에 나는 질겁하며 막지도 못하고 피해다녔다. 포스에 휘감긴 셉터가 한 번 내쳐질때마다 땅이 뒤집히고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들이 장작이외의 용도로는 절대로 쓸 수 없을만큼 처참하게 박살났다.
"그래도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어째서!"
얘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조금 움직이는것만으로도 수십개의 바늘로 쿡쿡 찌르는듯한 통증이 밀려오는 팔을 힘겹게 들어 데몬의 셉터를 겨우 막아냈다. 그대로 쳐내려고 했는데 검이 셉터의 아래로 휘어진 장식에 끼여서 안빠진다 망할.
"무슨 말을 하는거냐."
"어떻게 검호 당신이 제 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겁니까!"
"……."
얘 상상력이 생각보다 굉장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뭘 어째야 그걸 유언으로 착각─ 할만하다? 어, 잠깐만 의외로 유언같아? 심지어 어디 소용돌이 만화의 붉은머리 인주력씨의 유언하고 비슷해? 어버버 당황한사이 데몬은 셉터에 포스를 둘러 칼모양으로 바꿨다.
"절대로 살려보내지 않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말 할 시간을 좀 줘! 그거 아니라고!
데몬의 발밑에서 검푸른 포스? 오오라? 같은게 진득하게 피어오르더니 그의 몸에 스며들었다. 저거 설마…… 거기다 날개 가장자리에 화려한 무늬같은게 잠시 떠올랐다가 몸 주위에 검은 구체가 2개 만들어져 빙글빙글 돌았다. 시뻘겋게 물든 그의 눈을 본 순간 오직 세 글자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망했다.
***
데몬side.
우리들은 그분이 하시는 일을 영웅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시선을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이 빅토리아 반도에서 먼 리프레 북부, 동부쪽으로 유인했고, 나와 구와르는 만약 알아채더라도 가지 못하도록 중간에서 막는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또 당신이군요."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나. 하필이면 가장 강하고 상대하기 힘든 그가. 하도 많이 싸우다보니 이제는 반사적으로 몸을 긴장시키며 금방이라도 싸울 준비를 해버린다. 그런 나를 보고 옆에 있던 구와르가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일만 하면 된다. 물러서지 말도록.]
…… 그렇지. 그게 과연 쉽게 될까 의문이지만. 나는 부스트 버프를 걸며 그에게 답했다.
"잘 알고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그분의 명을 따르는게 제 일이니까요."
[어차피 쓰러뜨릴 필요까진 없으니.]
불가능하다는걸 나나 그나 알고있다. 혼자라도 버거운데 지금 검호의 뒤엔 당장이라도 날아올라 온갖 마법들을 난사할 오닉스 드래곤까지 있다.
그는 그런 우리를 보더니 희미하게 웃고는 뜬금없는 말을 했다.
"왜 가린거지?"
"당신이 신경쓸게 아닙니다."
나는 얼굴을 감춘 천의 매듭을 확인하며 대꾸했다. 여기는 리프레, 가족들은 중앙이 아닌 남부쪽에 있다 해도 만에 하나 여기에 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감추는쪽이 낫다고 생각해 가렸을뿐이다.
"보이고 싶지 않은건가."
"그 입 다무십시오!"
"그러고보니, 전해줄 말이 있었지."
"…… 뭡니까."
내 말따위 전혀 신경쓰지않고 제 할 말만 한 그는 검을 뽑으며 이어 말했다.
"'밥 잘 먹고, 잠 제때제때 자고, 몸 깨끗이 하고, 적당히 운동도 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렴'."
순간 발을 삐끗할뻔했다. 듣는 것만으로 가슴속이 따뜻해지는 자상한 말들이었지만, 적어도 저것을 그가 나한테 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나 의아함이 들려 할때─.
그의 말 끝에 붙은 몇 단어가.
"이라고."
머리속을 무참히 찢어발겼다.
"너의 어머니가 대신 말을 전해달라 했다."
말의 뜻을 해석하기도 전에 이미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에게 곧장 뛰어간 나는 어떤 스킬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난폭한 일격을 날렸고, 귀를 찢는 폭음이 울리며 그가 뒤로 쏘아지듯이 날아갔다. 나조차도 생각없이 날린거였는데 그 찰나를 포착해내 검으로 막아내고, 마법으로 충격을 줄여 데미지는 전혀 없어보였지만.
"당신……!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한겁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내 공격을 아무렇지않게 전부 피해낼뿐. 이런식으로 공격해봤자 통하지 않는다는건 알고있지만 도저히 이성을 다잡을수가 없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포스때문에 스킬은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투로(鬪路)는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지 오래. 하지만 그렇다해도 저렇게 태연한 얼굴로, 옷자락조차 닿지 않다니……!
"그래도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어째서!"
"무슨 말을 하는거냐."
그의 정의를 믿었는데.
"어떻게 검호 당신이 제 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겁니까!"
"……."
가늘게 뜬 붉은 눈이 날카롭게 나를 직시하며 말했다. 그게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온 니놈이 할 말이냐고. 그래, 무수히 많은 이들을 죽인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어이없이 보일 수 밖에 없는걸 안다. 그래도, 그래도─.
"절대로 살려보내지 않겠습니다."
심장이 어느때보다 빠르게 뛰는데 반대로 숨은 느려졌다. 심연에서 퍼올린 것처럼 어디선가 끝모를 힘이 용솟음치는게 신경을 타고 선명히 느껴졌다.
그가 무어라 말하려는게 보였지만 듣고싶지 않았다. 아니, 머리가 너무 과열되서 들리지 않는건가? 지금 당장 이 감정과 힘을 쏟아내지 않으면 - 어머니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죽어버리세요."
진득한 포스에 휘감긴 셉터와 그의 쌍검이 부딪히며 파괴적인 충격파에 땅이 들썩였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손이 덜덜 떨렸지만 결코 놓을 수 없다.
"대체 무슨 생각을─"
"당신의 말은 듣고싶지 않습니다."
나는 셉터로 바닥을 세게 내리찍었다. 그런 나를 본 검호의 몸이 움찔 떨리는가 싶더니 뭔가를 눈치채고 곧바로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 단숨에 뒤로 몸을 뺐고, 그가 있던 일대에 수많은 검붉은 가시들이 솟구쳤다.
무슨 공격이 올지 모르면서도 피하다니, 굉장하군요. 하지만 제가 애꿎은 허공만 들쑤시는걸로 끝낼리 있겠습니까. 나는 하늘로 날아올라 셉터를 휘감은 포스를 가시들 사이에 날렸다.
포스를 빨아들인 가시의 표면이 쩍, 갈라지더니 고온의 불길이 터져나왔다. 일제히 폭발한 가시나무의 숲들 사이에서 그가 방어막을 두른채 빠져나오는게 보였다. 아아, 그 드래곤이 있었지.
"구와르."
[알았다. 다만 나라도 그것을 상대로는 시간벌이밖에 못하는걸 알아라.]
"그거라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손잡이에 금이 가도록 셉터를 세게 움켜쥐었다.
****
검호side.
나 살려!! 뭐야 데몬한테 이런 스킬도 있었던거야?! 아님 스킬 섞는게 가능한거? 젠장 현실이니까 가능한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건 진짜 사기잖아! 데레기라고 부르는 자식을 꼬치구이로 만들 기세라고!
말을 하려고해도 할 틈이 존재하지 않아 공격들을 막아내고 피하는데 모든 힘을 다 써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협받은 생존본능은 용케도 데몬의 공격만큼은 제대로 보이게해 - 말 그대로 '보이기만' 할 뿐이다. 피하는건 별개다 - 어떻게든 대응을 하지만…….
"언제까지 쫄래쫄래 도망만 칠겁니까!"
그럼 널 상대로 정면승부를 하라는거냐! 그건 미친짓이야! 가뜩이나 어제 아란이랑 대련한 후유증으로 온몸에 근육통 비슷한게 생긴 상태인데 죽자살자 달려드는 너랑 정면승부하면 진짜로 아작날게 분명하다고!
아스카한테 헬프를 때리고싶어도 지금 걔는 구와르와 정령vs마법이라는 초 판타지 대전을 펼치고 있어서 도저히 방해할 수 없다.
"왜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는거지."
내가 그렇게 잘못 말한 건가. 말에 오해할 여지가 있었던 건 맞지만 내 인성이 얼마나 안 좋게 보인 거지.
"그럼 다른 사람이 했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아니 애초에 안죽었어! 잘 살아계셔! 어제 덕담까지 들었다고!
그러나 데몬은 으득─ 이를 갈며 - 유독 송곳니가 뾰족하게 보였다 - 금방이라도 날 잘근잘근 씹어버릴듯이 말했다.
"그들은 제 모든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고있는 것도 오직 제 가족을 위해서라고요! 그걸 당신이 없애버렸으니, 당신을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아 잠깐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심하게. 뭐지 이 불편한 기분은?
"…… 가족을 위해서라고?"
"예.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이 일을 할 리가─"
"그럼 당장 군단장 때려치워."
젠장. 내가 말하고도 좀 미친 것 같지만, 도저히 말하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다. 핏물이 흘러넘칠 것처럼 붉게 물든 데몬의 눈이 흔들리는게 보였다. 나는 너무 아파서 되려 통증이 잘 느껴지지않는 다리를 끌다시피 움직여 놈에게 뛰어갔다.
아까부터 계속 불편하던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다.
난 저놈이 미친듯이 부러웠던 거다.
"정말로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으면, 군단장 때려치우고 그렇게 소중하다는 가족한테 가버리란 말이야!"
놈의 셉터를 검으로 힘껏 내려치자 손잡이 부분이 박살났다. 충격때문에 쓰러진 놈의 옆에 검을 박아넣고 멱살을 잡아들며 나는 외쳤다.
"가서 니 어머니한테 효도나 해! 동생 놀아주기나 하라고! 왜 군단장따위가 되서 애꿎은 사람들을 쳐죽이고 있냐고!"
사실, 질투에 가까웠을 그건 아마.
"넌 언제든 집에 돌아갈 수 있잖아!!"
눈앞이 흐려져 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당황하고 있는지,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보인 것은 하나.
『검은 마법사가 에우렐을 노리고 있어.』
…… 빌어먹게도 절망적인 사실뿐이었다.
도망치는 데몬과 구와르를 쫓지도 못하고 망연히 서있던 나는, 영웅들이 돌아올무렵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 사실을 알린다음 황급히 아스카를 타고 빅토리아 반도쪽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어제 사촌 돌잔치에 제사까지 겹쳐서 못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검호의 목표는 한결같습니다. 집에 돌아가는거에요.
@라그실 - 그려주시는분 정말 금손임... 전 그림 진짜 못 그리는데.
@Novel알케미스트 - 저번에 투표로 결과가 정해진걸로 아는데요?
@Alcamine - 이분 저를 너무 잘 아시네.
@소라루 - 예전에 여러분들이 코멘으로 어떻게하는게 좋을지 물어보니까 ~~하게 해달라고 해서 결과가 정해진걸로 기억하는데...
@화뉴 - 제가 그런 희망찬 내용으로 쓸리가 없잖아요?
@sonage - 제가 생각한 결과를 보시면 좀 콩가루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루서스 - 저건 말그대로 게임이니까 사이가 좋은거임.
@karuma - 그리고 검호가 바라는건 그런 일상이죠.
@그냥마법사 - 착각계라서 그런 훈훈한 말도 유언이 되는게 함정.
@뭉글이 - 이미 솔로인데요.
@ReFrante - 데몬과 다른 군단장들의 시점에서 검호는 1:1로는 도저히 이길 가망성이 보이지않는 적입니다.
@좌절거북이 - 그리고 이 글의 장르는 착각계.
@백서련 - 이미 결과는 정해졌습니다.
@칼크래프트 - 아뇨 걱정할건 다른 사람의 생사입니다.
@적현월 - 음, 당연히 보통의 섬과 대륙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하지만 중간에 설정 바꾸기 귀찮으니 그대로 밀고가도록 하죠.
@tony4523 - 오? 역시 어딜가든 이런 분이 꼭 있으시죠. 아주 좋소!
@Blake117 - 웰던으로 끝날까...(덜덜덜)
@여행자구름 - 그건 저 말고 검호한테 말하세요.
@레시코 - 그냥 흔한 형제들 얘기죠. 싸우고, 싸우고, 싸우는.
@Racine - 아니 왜 다 죽일거라 생각하시는거지 하하.
@Ratios - 어허 뭘 생각하시는겁니까!
@Eluines - 아스카는 배고파서 주변의 몬스터로 먹방 좀 찍고 옴.
@패러디좋아 - 음? 행복? 그게 모에요오~? 작가는 그런거 몰라요.
@넝기 - 그런데 이 글에선 세계수가 광속 리타이어한지 오래.
@건전한독자 - 어머니는 위대함.
@Pote - 꼽은 플래그는 회수하자는 주의야!
@Sisre - 그리고 검호는 열폭해버림.
@토토토미 - 사실 게임 스토리에서 데몬 어머니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두 아들이 살리느니 뭐니하면서 난리쳤죠. 죽어서도 눈 편히 못 감으셨을듯.
@아토상자 - 아들내미들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면 어머니는 진짜 통곡하실듯.
@책벌레씨 - 소박하면서도 와닿는 말을 쓰는건 힘들더라고요.
@허공말뚝 - 하지만 데미안은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