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71화 (71/208)

<--  -->  파픈스타side

"우으……."

부스스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뭔가 색이나 무늬로 봤을때 어디 가정집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지.

"이제 일어났나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비벼 눈꼽 좀 떼내서 목소리가 들린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 왜 그런 얼굴이죠."

"아뇨. 갑자기 막 안심이 되서요."

사실 어제 그 학교를 보고도 살짝 긴가민가 했는데 눈앞의 여경을 본 순간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다. 여기는 내가 살았던 원래 세계가 아니다.

여경, 헬레나 경찰관이 - 어째선지 엘프가 없는 세계일텐데 귀가 뾰족했다 - 말했다.

"길가에서 노숙하고 있는 당신을 지나가는 학생이 발견하고 여기로 옮겨다줬어요. 여름이라 해도 새벽무렵에, 여자가 길에서 자고있는건 매우 위험할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다더군요."

"아."

어제 나는 뜻하지않게 반경 수 십미터의 - 어쩌면 수 백에서 킬로미터 범위까지 - 사람들을 모조리 스턴 상태로 만들어서 바로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일단 낮에 사람이 많으니 그때부터 활동하려고 잠자리를 찾다가 내가 빈털털이란 사실을 알고 - 메소가 없는건 아니지만 여긴 한국이다 - 그냥 인적없는 골목에서 잤건만 누가 지나가다 보고 경찰서에 옮겨다준 모양이다.

사실 이 몸은 마법사라해도 워낙 튼튼해서 까짓 새벽 추위따위에 입돌아갈 일도 없고, 누가 건드리면 일격에 박살낼 완력도 충분히 있어서 안심했는데 여기로 옮겨지는걸 전혀 눈치 못채다니. 좀 다르긴해도 한국이라 긴장이 풀려서 그랬나? 아니면 어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여기 당신 기타에요."

"감사합니다."

원래 세계에서도 경찰서는 발디딘적 없는데 이런 식으로 경찰서에 올 줄은 몰랐다. 나는 헬레나 경찰에게서 기타 케이스를 받아 어깨에 맸다.

"혹시 길거리 공연을 하세요?"

"예?"

"옷이 엄청 특이해서 묻는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갑자기 격렬한 쪽팔림이 몰려왔다. 메이플 월드에선 이런거 입어도 아무도 지적안했는데! 금은방같은데를 찾아 빨리 보석을 현금으로 바꾸든가 해야지 진짜. 인벤토리에 있는 다른 옷들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니 어떻게든 눈에 안띄는 옷을 구해야 한다.

"…… 아 뭐, 그렇죠."

사정이 안되면 해야될지도 모르지.

"혹시 이 근처에 옷가게가 있나요?"

"옷가게는 아니지만 교복점이 있고, 옷가게는 시내쪽으로 가면 많은─"

"거기가 어디죠?"

지금 나한텐 평범한 옷이 필요하다고! 젠장 새삼 이 옷이 원래 세계 기준으로 코스튬 플레이수준의 옷이라는걸 알았다. 양 다리의 니삭스 색이 짝짝이야! 그리고 교복점은 패스다. 난 원래 세계에서 대학생이었다고!

그렇게 나는 헬레나에게서 시내 방향과 그곳의 금은방 위치를 알아낸다음 바로 보석을 환전하고 - 가격을 후려치는게 눈에 보였지만 시간이 급해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가장 가까운 옷가게에 쳐들어가 옷들을 새로 샀고, 근처에 신발가게도 있어서 신발도 샀다.

"좋아! 이제 문제없어!"

과하게 풍성한 양갈래머리를 하나로 올려묶어서야 비로소 안심이 됬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적한 공원에 들어가 목걸이처럼 걸려있는 기타 피크를 쥐고 물었다.

"…… 있잖아, 그는 어디쯤에 있어?"

[몰라. 아마 니가 떨어진 곳에서 가까운데 있을거야.]

"시내 한복판이었다고 거긴."

[그의 현재 신분은 나도 몰라. 어쨌든 사람이 많은 곳 위주로 가봐.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다못해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알려줘! 얼굴도 모르면 찾을 수 없다고!"

[니가 아는거랑 별로 다르지 않을거야. 그는 바깥에서 왔으니 환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테니까. 어쩌면 기억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아,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진 마.]

현재 상황은 나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니까. 그럼 이만─ 이라며 통신을 끊으려는 아이를 붙잡았다.

"자, 잠깐만! 하나만 더 대답해줘! 지금 여긴 프렌즈스토리 세계관인것 같은데 내가 돌아가면 수 백년이 지나거나 뭐 그런거 아니야? 여기 시간대가 분명 검은 마법사 봉인 이후인걸로 아는데……."

[…… 하나하나 설명하면 진짜 긴데 니가 알아먹을 수 있게 요약해준다. 내가 한 일은 니가 찾는 그의 영혼이 존재하는 차원, 그리고 그 시간대까지 알아내서 축을 붙잡아 임의로 고정시키는 거야. 그래서 힘이 많이 든다고 했잖아!]

마지막의 고함에 귀가 얼얼했다.

[애당초 환생이라는건 다음 생에 무조건 미래의 존재가 되는게 아니야. 현생엔 인간이었지만 다음 생엔 몇 만년 전의 원시인으로 환생할 수도 있다고. 한 차원의 윤회 시스템이 그런데 다른 차원까지 엮여봐. 시간축이 다른건 기본이야. 수 백년밖에 차이 안나는게 오히려 다행이지. 지금 내가 하는건, 그 축을 일시적으로 당겨서 붙들어매는 거라고.]

오버시어라는거 진짜 치트다.

[돌아올때 수 백년이 지나있다는 그런 전개는 없어. 그런 일이 없도록 조정하는것도 내 일이라고. 알았으면 빨리 찾기나 해.]

뾰족하게 돋힌 아이의 목소리가 끊겼다.

"끄응…… 일단 사람 많은 곳부터 가보면 되는거지?"

일단 가까운 학교에 가보자.

신수국제고등학교. 그런 이름의 학교가 가까이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정말.

"고마워죠 김기사."

현실이라고 볼 수 없는.

"아! 내 손수건!"

누가 생각해냈는지 모르는 판타지틱한.

"어떡하죠 김기사님……? 제 손수건이 바람에 날아가버렸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까짓 거 200만원밖에 하지 않는데요. 새로 사시면 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무리 푼돈이라도 아껴야한다고 배웠는걸요."

…… 때려쳐 젠장.

"당신은?"

"너 거기서 좀 떨어져. 아저씨는 차 빼고."

나는 정체불명의 이유로 끓어오르는 화를 심호흡으로 진정시키고, 곧바로 저 위에 손수건이 걸려있는 나무에 540˚돌려차기를 갈겼다. 나무는 우드득 비명을 지르며 허리가 꺾여 땅에 고개를 쳐박았고, 나는 거치적거리는 나뭇가지를 뚝뚝 꺾어 안쪽에 있는 손수건을 집어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여자애한테 휙 던져주었다.

거지같은 현실. 재벌 2세까지 구현해둔거냐 넥슨.

***

???side.

이상하게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컴퓨터나 잠시 할까 했는데 그랬다간 동생이 한소리 또 할 것 같아서 산책 겸 밖으로 잠시 나왔는데…….

"뭐지?"

상당히 특이한 옷차림의 여자가 기타 케이스를 끌어안은채 자고 있었다. 어디 코믹 월드에서나 볼법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실제 용도보다는 장신구로 보이는 작은 모자와 각자 색이 다른 긴 양말이 유독 눈에 띄였다. 우와, 거기다 신고있는 신발 굽 장난 아니야. 저걸로 사람 발 밟았다간 발등 꺼질지도 모르겠다.

딱 본 순간 노숙자가 아닐까했는데, 기타 케이스를 보니 어쩌면 예술계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있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쪽 일에만 집중하다가 가난해진 사람들.

"…… 설마."

요즘 세상이 어떤데 그런 사람이 있겠어. 그쪽 일이 얼마나 벌이가 힘든데. 그냥 노숙자인데 종종 길거리 공연하면서 돈 버는 그런 사람이겠지. 나랑 별로 나이차도 안나보이는 여자가 벌써부터 길에 나앉은 모습에 좀 안쓰럽게 보이기도 했다. 아, 어쩌면 모텔 방을 못 구해서 그냥 길에서 자는걸지도? 여름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냥 가출한 여자일지도.

어쨌든, 그래도 여자가 이런데서 자는건 좀 위험하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가 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아직 등교하기까지 남았으니 괜찮겠네.

여자를 업은다음 기타 케이스를 한 손에 들고 가까운 헬레네 경찰관님이 근무하는 경찰서에 가서 그녀를 거기에 맡겼다.

집에 돌아가니 동생자식이 아침을 안줬다. 이유는 상 차리는데 안도와줘서란다.

결국 아침으로 컵라면을 먹었다. 망할 놈. 밥솥에 밥도 많이 없었는데 왜 다 먹은거냐고. 회장의 두발 자유화로 유지하는데 성공한 길게 기른 머리를 올려묶고 - 동생 왈, 두발 자유화 이전에 그래도 면상이 되니까 장발을 용서할 수 있다나 - 교복을 입은 나는 등교하러 갔다.

========== 작품 후기 ==========

이번 챕터는 다른 챕터에 비해 한 화 한 화 분량이 많이 적을겁니다 하하.

중요한 소식이 있어요. 월요일이 개강임. 히익!

@대어의예감 - 어쩐지 최근에 코멘이 좀 안보이셨는데 군인이셨습니까.

@Dowha - 검호는 정말 근처에 있었어요.

@마서 - 당연히 그대로 왔죠. 무능하면 일을 못하니까요.

@지나가던 일반인 - 초안에는 개초딩이었는데 얘까지 막장이면 파픈과 검호가 불쌍해서 설정 변경함.

@Sisre - 생명의 오버시어 입장에서 알리샤는 그냥 자기 힘덩어리에 불과하니까 의사따위 아무래도 상관없거든요.

@Ratios - 능력은 오버시어중에서 제일 확실할듯.

@유풍낙화 - 그나마 출현한 애들중에서 가장 개념이 있어보여서.

@AquaRuby - 정작 쓰는 전 프렌즈를 거의 안했다는거. 디멘션 게이트 쓰려고 프롤로그만 했다는게 함정.

@Eluines - 이렇게 된 이상 추석을 기다린다!

@화뉴 - 그렇게까지 좋아해주신다니...!

@Raseuna - 환생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외모는 거의 안변했다고 알려줌. 거기다 시간축 조정도 처음부터 하기때문에 힘이 많이 드는거.

@sjdjabqh - 현실 세계였으면 정말 비참했겠지.

@릿다르크 - 아뇨. 2차 트립된 세계가 프렌즈.

@허공말뚝 - 글쎄요. 과연 그렇게 쉬울까요.

@여행자구름 - 일단 찾아야 설득이 가능한데...

@노란우산s - 그건 아닙니다.

@적현월 - 프렌즈에서 데몬이 안나오는 이유는 군대가서랍니다.

@검은샤프 - 검호는 어디 있을까요오~?

@적월식 - 그대로 와서 마법이나 그런거 다 쓸 수 있음.

@Blake117 - 어떻게 전개되는지 예상해보세요!

@레시코 - 이번 챕터는 파픈스타의 챕터입니다. 매우 구를 예정.

@칼크래프트 - 공백 없다고 오버시어가 못 박음.

@mir미르 - 초안은 진짜 현실 세계라는 설정이었는데 그걸 바꾼 이유가 시기적절하게 나온 키네시스때문이라죠.

@하늘연꽃 - 그분이 어떻게 될지는... 그때까지 연재되면 밝혀지겠죠 하하!

@ReFrante - 공백은 다른식으로 메꿔질겁니다.

@Racine - 농담이 아니라는게 함정.

@karuma - 아 그 먼지새퀴들.

@soundname - 이번 챕터는 화당 분량이 짧을겁니다. 죄송합니다.

@패러디좋아 - 지금 시점에서 아냐고 물어본다면 yes입니다.

@ghfkdql - 네. 몇 년 저기서 살았죠. 현재 고교생.

@아토상자 - 사이키커도 있습니다. 다만 좀 충격과 공포의 형태로.

@소라루 - 전체적인 스토리는 잡혀있지만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네요.

@여기돈까스요 - 판타지틱한 스쿨 드라마를 생각했는데 더러운 현실에 좌절.

@siue - 검호도 종종 나올겁니다. 그래도 주인공인데.

@토토토미 - 현실 세계? 유감! 프렌즈 스토리였습니다!

@책벌레씨 - 그리고 생명의 오버시어는 다른 두 오버시어의 삽질 뒷수습을 했다고 한다.

@건전한독자 - 그래도 둘이 잘 싸우는건 시간의 오버시어가 엄청 강하게 만들어줘서니까... 그게 초월자급이 아니라는건 재쳐둡시다.

@Buche - 검호는 다른 의미로 고통받는중?

@크리잔 - 원래 세계로 간게 아니라 프렌즈로 트립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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