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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놈이 노래방에 갔다니 집에서 롤이나 좀 할까 했는데 내일까지 해야할 숙제를 안들고 온 걸 알았다. 아 젠장. 하필 성격 뭣같은 쌤 숙제야.
결국 이 밤에 다시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냥 내일 아침에 부회장거나 회장걸 베낄까 했지만 걔들이 딱히 친하지도 않은 나한테 빌려줄 것 같진 않군.
아, 난 왜 집에서 가까운 학교 안가고 먼 학교에 가게 됐는지 모르겠다. 별 생각없이 지원서 넣었는데 갑자기 합격할게 뭐냐고. 면접도 좀 대충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동생 왈:닥치고 있으면 반은 갈 얼굴이라나. 하여튼 자전거를 타고 다시 학교에 온 나는 - 무심코 봤는데 정문 철창 하나가 찌그러져 있었다 - 경비 아저씨한테 사정을 설명해 교내로 들어왔다.
정말 다니는 내가 봐도 돈을 칠한 학교라니까. 빨리 챙기고 가자. 숙제 양도 많은데 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오늘은 늦게 자야할지도 모른다.
2층에 올라가 교실에 들어간 나는 바로 내 자리를 찾아 교과서랑 공책을 챙겼다.
"콜록…… 주번이 청소 제대로 안했나."
그냥 좀 걸었는데 어째선지 먼지가 심하게 풀풀 날렸다. 오늘 청소당번이 누구였지? 내일 좀 따져야겠다고 생각하며 교실을 나서려는 순간, 시커먼 뭔가가 교실 문을 막았다.
"어?"
어두워서 잘못봤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가면을 쓰고 먼지를 흩날리는 시커먼 생물체들이 형형하게 눈을 빛내며 이 교실에 쫙 깔려있는걸 안 순간, 그것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와 잠, 이거 뭐야?!'
우당탕거리며 책상과 의자가 쓰러졌고, 절로 기침이 나올정도로 먼지들이 교실에 비산했다. 갑자기 뭔 일이냐고 이거! 그 와중에 나는 교과서와 공책을 놓치지않게 꽉 잡은다음 바닥에 몸을 날려 그것들을 피했고, 직후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누가 귀찮아서 안넣어둔 것 같은 빗자루를 집어다 급히 나에게 날아든 놈의 얼굴을 힘껏 갈겼다.
"끼에엑!!"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놈은 그렇게 폭발하듯이 사라졌고, 엄청난 양의 먼지를 남겼다. 아 눈매워! 나올때도 더럽더니 사라질때도 뭐 이렇게 더러운거야! 콜록거리며 먼지를 좀 없애기 위해 손을 휘저었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다. 어째서냐?!
"…… 아."
잠시후 좀 먼지가 가라앉았을때 겨우 앞이 제대로 보였다. 득시글거렸던 정체불명의 먼지덩어리 괴물들은 모두 없어져 있었고, 대신 다른 의미로 눈물날만큼 장대한 양의 먼지만 교실에 남았다.
'이거 내가 치워야 하나.'
그냥 가면 안되겠지?
이 오밤중에 학교에 오고, 먼지 괴물한테 습격받고 - 뜬금없이 다 사라지긴 했지만 - 이젠 청소까지 해야 돼. 교실이나 나나 진짜 오늘 일진 더럽네. 그렇게 마침 빗자루도 들고있겠다 쓰레받기까지 하나 찾아낸 나는 그대로 청소를 했다. 하다하다 안되서 환기까지 했는데 진짜 끝이 없었다.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라는 말이 나올 무렵, 갑자기 옆 교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어째 영 좋지않은 기분이 드는데.
"꺅! 이게 뭐야!"
나같은 놈 한 명이 아니었던거냐!!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와 옆 교실로 갔다. 역시나 그 먼지덩어리 괴생명체가 한 쌍의 남녀학생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는데…… 뜬금없지만 묻고싶다. 왜 이런 밤에 이성의 학생들이 여기 있는거냐.
들고 있는건 빗자루와 쓰레받기인데 상대는 먼지괴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매치다. 것보다 난 저것들 못 쓰러뜨리는데 왜 무작정 뛰어온거지? 경비 아저씨라도 부르는…… 불러도 소용없을 것 같지만 나 혼자 덜렁 오는것보단 나을텐데.
"검호?"
나도 내 이름 아니까 멍청하게 놀라지만 말고 빨리 도망치기나 해란 말이야. 내가 어디 영웅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건 못 쓰러뜨린다고. 아깐 운 좋게 하나 없앴지만 그것뿐이다. 일반인에 비해 힘이 좀 세긴 하지만 저렇게 많은건 무리라고! 내가 어디 양판소의 이고깽도 아니고.
"뒤로 빠져라."
"아, 응!"
잠깐 왜 말끝나자마자 뒷문으로 몸을 쓕 빼내는거냐?! 내 말은 그게 아니었어! 대놓고 싸우는건 못해도 뒤에서 좀 거들어달라는 뜻이었다고! 그러나 여학생의 손을 잡고 도망쳐버린 놈은 다시 오지 않았다. 멀어져가는 발소리만이 저만치에서 들려올뿐.
…… 더러운 커플들. 먼지 괴물보다 저새퀴들이 더 더러워.
나는 결국 혼자 교실에서 먼지 구덩이속에서 먼지 괴물들과 구르며 그것들을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두들겨패가며 쓰러뜨렸다. 중간에 눈물도 좀 맺히긴 했지만 절대 내가 솔로라는게 슬퍼서가 아니다. 눈이 매워서다.
나중에 집에가면 다른건 모르겠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워를 해야겠다 생각하며 나왔을때.
"넌……?"
지금 여기서 볼 리 없는 사람과 마주쳤다.
***
파픈스타side.
밤이 되었다. 나는 기숙사 창문으로 밖에 나와 - 통금시간때문에 문이 닫혔다 - 학교에 숨어들어갔다. CCTV나 적외선을 이용한 관측 장비같은것도 있었는데 이건 마법으로 해결했다. 내 전직 특성상 물 마법 전문이다보니 수분을 이용한 빛 굴절과 온도 조작정도는 껌이니까.
학생부실에 들어가 학생기록부를 포함한 전교생의 인적사항이 있을법한 서류는 다 뒤졌다. 시간이 촉박해서 빠르게 넘기긴 했지만 정말 볼 수 있는건 다 봤다.
그리고 결과는─
"…… 없어?"
이 신수국제고등학교에, 검호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야말로 처참하기짝에 없는 결과에 나는 머리를 싸맸다. 프렌즈스토리 세계관이니 당연히 여기 있을줄 알았는데! 아악! 사이키커의 인적사항에 형제가 있다는 말도 보였지만 환생하면서 하나쯤 생겨도 이상하지 않으니 패스하고.
"아 잠깐만."
그러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메이플 월드에서 몇 년을 살아 결과적으로 나이 서른가까이 먹었으니 - 정말 슬프지만 - 검호도 비슷한 나이일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 어릴지도 모른다. 내 경우엔 이전 회차를 하면서 보낸 시간까지 더해야하니까. 하여튼 여기다 플러스 마이너스 5정도 오차가 있을거라 가정하고 그런 나이대의 남자들이 보통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
"구, 군대라도 가있나?"
그가 신수국제고등학교에 없다는 결과보다 더 암담한 답이 나왔다. 잠깐만 거기다 생명의 오버시아 걔가 여기로 날 보냈을때 떨어진 곳에서 가까운데 있을거라 했잖아? 설마 휴가라도 나와서 시내에 있는거였다면.
"젠장 여기있을때가 아니잖아!"
나는 서랍에 서류들을 대충 구겨넣고 곧바로 창문에서 뛰어내려 시내로 달려나갔다.
만약 진짜 그런거면 설득은 둘째치고 만나는 것부터 힘들다. 휴가기간 끝나서 복귀하기라도 하면 그걸로 게임 끝이라고!
높은 건물 옥상으로 한순간에 텔레포트해 시야 확장마법, 멀리보기 마법을 동시에 써서 시내 구석구석 애들이나 지나갈법한 골목길 하나하나까지 빠짐없이 살펴보았다. 머리가 아플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하며 그를 찾았다. 제발, 제발……!
"…… 저건 뭐지?"
그러다 극도로 뛰어나진 눈안에 뭔가가 보였다.
이 세상엔 있을 리 없는, 마력(mp)을 써야만 발해지는 마법의 빛.
"저게 왜 저기에……."
나는 방향와 거리를 확인하고, 곧바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 작품 후기 ==========
별 상관없는 말이지만, 프렌즈스토리에서 데몬슬레이어(npc)가 안나오는 이유는 나이상 군대에 가서 그런듯.
@디수 - 동생의 성별은 언급한적 없습니다. 그냥 동생이 있다고 했을뿐.
@래몽 - 사이키커의 이쪽 이름은 '사이'입니다. 거기다 님의 말대로 본인을 보면서 얘기했거든요.
@여기돈까스요 - 갑자기 현실적인 남매가 되었다. 연년생이기까지 하면 싱크로율 200%!!
@Dt월 - 사실 엮인다면 둘이 엮일수밖에 없거든요. 땜빵할 수 있는게 서로 뿐이라서.
@건전한독자 - 초안은 비슷했어요. 검호를 기준으로 여동생이 사이키커, 같은 반 아싸가 첫번째 트립퍼, 학원 선생님이 두번째 트립퍼, 옆집 형이 프라이쉬츠 그리고 사촌이 파픈스타 이런식으로. 근데 너무 막장이라 바로 설정 폐기.
@비야BiYa - 미래는 아무도 모르죠 하하하.
@라그실 - 파픈스타의 나중 모습이 보이는군요.
@대어의예감 - 라테일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기로 마음먹었을때 1순위가 얘였음.
@Blake117 - 파픈은 예뻐요. 그런데 속은 이미 나이 30에 가까운 아줌...(어디선가 날아온 얼음창에 꿰뚫렸다)
@넝기 - 들어가면 전국재패까지 앞으로 한걸음! 상태가 됨.
@소라루 - 이거보고 30화 다시 보면 기분 묘함.
@검은샤프 - 모두의 예상대로 검호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착각계.
@여행자구름 - 생명의 오버시어:처음부터 가까이 있다고 했건만.
@Buche - 어떻게 할까~요?
@노란우산s - 힘은 사실상 그대로고 본인도 힘이 세다는건 암. 단지 그것이 어디까지인지 모름.
@ReFrante - 원래 세계에서의 트립퍼들 신분은 비밀입니다. 파픈스타와 검호는 공개됬지만.
@책벌레씨 - 재등장한다고 했잖아요.
@허공말뚝 - 비중있게 등장시키기위해 남매로 엮었습니다!
@레시코 - 그건 모르죠. 사이키커의 몸은 박살났는데.
@적현월 - 파픈스타는 계속 삽질하고 또 삽질합니다.
@Sisre - 어째 사이키커는 프렌즈에서 비중이 더 높다?
@Ratios - 그 운명 만드는 놈들(오버시어)이 맛대가리가 갔는데 운명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마서 - 보다보면 알 수 있겠죠.
@적월식 - 그대로이지만 본인들은 그렇게 씹사기일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함. 그냥 남들에 비해 좀 힘이 세구나~ 초능력같은게 있구나~ 정도.
@Eluines - ???은 검호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칼크래프트 - 그랬으면 검호는 진짜 시간의 오버시어를 뒷통수치고 프라이쉬츠와 같은 루트를 탔겠죠.
@Racine - 아니나다를까 더스트와 싸우고 있음.
@아토상자 - 사이키커가 첫등장한 30화를 다시보면 이 전개에 대한 복선... 이라 말하긴 그런 말이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