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74화 (74/208)

<--  -->  파픈스타side.

"…… 에?"

나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으며 눈앞의 사람을 보았다.

누가봐도 곱게 늙으신 노부인께서 메이플 월드의 마법사나 들법한 독특한 모양의 - 코스프레용으로 쓸법한 - 지팡이로 한가득 쌓여있는 쓰레기를 태우고 계셨다.

"호호, 들켜버렸구먼."

들켰다고 말은 하는데 정말 한가로운 목소리라 무심코 아무렇지않게 넘길뻔했다.

"이 밤에 불 마법은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 사람을 헤치는 쓰레기는 재도 남기지 않고 태워야한다네."

그 말에 나는 번뜩 눈을 뜨고 할머니가 태우고 있는 것들을 다시 보았다. 상당히 많이 타버려 재 형태를 알 수 없었지만 이건…….

"몬스터?"

"알아보는가? 역시 처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모양인가보군."

윽. 나는 할머니를 찬찬히 다시 흝어보았다. 동양인의 골격에서 거리가 좀 있는 서양인에 가까운 얼굴, 쭉 뻗은 마법사 지팡이에 보란듯이 쓰고 있는 마법. 거기다 그녀의 옆에 서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 그러나 결코 노쇠함보다는 강인함이 느껴지는 노신사까지.

어쩐지 낯설지 않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본거지?

"머리굴리는 소리 다 들리네. 그렇게 경계하지 말게나. 그저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외면하지 못해 버리는 소일거리를 하는 할미일 뿐이니까."

"…… 대체 당신은 누구죠? 분명 여기는─"

"마법이 없는 세계지."

다 알고 있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가볍게 찍어 불을 훅 꺼버리고는 몬스터의 재를 비닐봉투에 넣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 차원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만나는 마법사일테니, 이것도 인연인데 늦었지만 잠시 우리집에 오겠나?"

나는 잠시 망설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럼 바로 가세."

할머니가 내 손을 붙잡으신 순간, 풍경이 물결치며 곧바로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텔레포트…… 하지만 내가 쓰는것과는 달리 굉장히 숙련된거였다. 공원에서 어느 집의 정원으로 순식간에 이동된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 집에 들어섰다. 굳이 집안으로 이동하지 않은 이유는 신발때문인가.

"아후라. 차는 내가 만들겠네."

"이런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으니 앉아서 좀 쉬게."

"에잉, 날 얼마나 노땅취급하는겐가. 난 아직 정정하네."

아후라 라고 불린 노신사는 대답하지않고 곧장 부엌에 들어가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젓고는 지팡이를 문가의 우산꽂이에 꽂아두고 나를 거실로 안내했다.

"처자도 메이플 월드에서 왔는가?"

"네."

"거참 굉장한 우연이구먼."

엄밀히 따지면 원래 세계→ 메이플 월드→ 프렌즈스토리 지만 어쨌든 메이플 월드에서 온건 맞으니.

"나도 거기서 왔다네.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한 실험을 하다가 여기 뚝 떨어져버렸지."

"할머니는 대체 누구세요?"

차원 이동에 대한 것을 쉽게 입에 담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일리 없다.

"여기서는 화남(花枏), 이라고 불리고 있고…… 메이플 월드에서 플로우라 라는 이름이었다네."

잠깐 저 이름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서 들어본거지? 뭔가 떠오를듯 말듯하다.

"리프레 제일의 마법사라고 불렸었지. 뭐, 손주한테 그 이름을 물려줬지만."

"아아!"

생각났다! 이 할머니는 분명……!

"프리드의 할머니?"

"호오, 내 손주를 아는가?"

"그야 아주 유명한 영웅이니까요."

영웅즈의 리더나 다름없는 그의 유일한 가족관계가 눈앞의 플로우라 할머니라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어째 할머니나 손자나 이렇게 먼치킨일 수 있는지. 전 리프레 제일의 마법사라했지만 어느날 실종되서 그냥 넘겼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차원 이동 마법이라는걸 써서 여기 있는걸 보니 과연 프리드의 재능은 이쪽에서 온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웅이라…… 지금 메이플 월드에 무슨 일이 벌어진겐가."

손자의 자랑스러움을 내보이기보다 그가 영웅이 되는데 필수적으로 있어야하는 세계를 위협하는 거대한 악의 존재를 묻는 그녀의 모습에서 과연 진짜 마법사는 다르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나는 그녀에게 적당히 설명하려고 했으나 벽에 걸린 시계를 본 순간 몸이 굳었다.

"늦었잖아!"

아, 생각해보니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데! 빨리 검호를 찾아야 한다고!

"응? 무슨 일 있나?"

"죄송합니다 할머니! 한시라도 빨리 검호를 찾아야 해서─"

"검호라면 왜 그, 검은 장발에 눈 빨갛고 검을 매우 잘 쓰는 청년을 말하는건가?"

나는 곧바로 뛰쳐나가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를…… 아세요?"

"알고말고. 그가 오닉스 드래곤과 계약하는 순간을 눈앞에서 봤었으니까. 내가 여태껏 본 계약중에서 첫손에 꼽힐만큼 굉장한 계약이었지."

"아니, 그, 지금 그가 어디있는지 아세요? 그러니까 메이플 월드말고 이 차원에서요."

할머니는 이마의 주름이 깊어지도록 생각에 잠기셨다.

"글쎄…… 비슷한 사람이라면 알고 있네."

"어디있어요? 지금 신분은 뭐죠?"

"진정하게 처자. 일단 차 한잔 마시고 마저 얘기해주겠네."

말이 끝나면서 노신사께서 차를 내왔다. 나는 곧장 찻잔을 들어다 마법으로 훅 식힌다음 차를 원샷했다.

"당장 얘기해주세요. 한시가 급해요."

"…… 거 성질이 정말 급한 처자구먼. 일단 얘기해주겠네. 그러니까 보자…… 내가 처음 이 차원에 떨어졌을때였지. 그때 나는 너무도 낯선 풍경과 메이플 월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었네. 오닉스 드래곤인 아후라를 사람들의 눈에서 숨겨야했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이 노구를 끌고다녀야 했지. 그렇게 고생하면서 다닐때 뭘 잘못먹은것처럼 이상하게 생긴 아이들이 날 빙 둘러싸지 않나? 그때……."

나는 다른 찻잔 하나를 들어 곧바로 들이켰다.

"아뜨! 으, 제발 빨리요.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요."

"내 차는 벌칙이 아니다."

옆에서 들어온 지적을 곧장 귓등으로 넘겼다. 할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으셨다.

"이런이런…… 그때 어떤 청년이 나타나서 날 도와줬다네.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그 애들을 쫓아내고 나보고 괜찮냐고 물어봤지. 정말 놀랐다네. 생면부지의 나를 도운것도 그랬지만, 내가 아는 그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똑같이 생겼었거든. 놀랍게도 그 청년의 이름도 검호였지."

"그는 지금 어디 있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그때 입고 있던 옷이 교복이라는걸 알았네. 사립 영재학교라는 곳의 교복이었지. 지금도 거기 학생이라네."

"감사합니다 할머니!"

뒤도 돌아보지않고 곧바로 텔레포트를 써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근데 사립 영재학교라니. 처음 왔을때 봤던 거기아니야? 젠장 완전히 빙 돌아가는 꼴이네. 아무튼 확실하게 알았으니 이제 제대로 하자.

그렇게 나는 곧바로 사립 영재학교로 가려 했으나, 지금 시간상 그가 있을리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기숙사로 돌아갔다.

***

검호side.

"…… 왜 회장이 여기 있는거야."

"지나가다가 들렀어."

나는 불신의 눈으로 눈앞의 남학생-우리 학교의 학생회장을 보았다.

용모, 지능, 재력, 인기등등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온갖 조건을 모조리 충족하고 있는 어디 인터넷 소설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듯한, 현실의 불합리함의 결정체나 다름없는 우리의 회장씨는 두둥실 떠오른 상태에서 사뿐히 땅으로 내려왔다.

"그러는 넌 여기서 뭘 한거야?"

"청소를 했을뿐이다."

별 그지같이 먼지들과 사투를 벌였지. 왜 그놈들은 사라져도 더럽게 사라지냐고. 우리반 교실도 아닌데 청소해야했잖아. 마음같아선 먼지고 나발이고 그냥 가고싶었는데 그러기엔 양심이 찔렸다. 죽어라 구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잡은게 나라서.

"아무래도 그 청소, 더 해야할것 같은데."

뭬야? 도와주지도 못할망정 부려먹는거냐? 권력남용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우당탕거며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아놔.

"학교를 더럽히는 놈들이 또 나타난것 같거든."

알면 니가 좀 치워. 나같은 민간인한테 일 시키지 말고. 일반인에 비해서 힘이 좀 세다는것 말고는 별 능력따위 없는 나하고는 달리 넌 온갖 초능력이 있잖아. 보면 볼수록 메리 수 캐릭터같은 회장에게서 고개를 돌린 나는 좀 휘어진 빗자루를 움켜쥐었다. 무기대용으로 쓸게 이거밖에 없는게 뭐람. 하다못해 빠따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빠루면 더 좋고.

그래도 저 사기캐 회장이 있으니 괜찮으려나. 나도 괴력같은거 말고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동생놈처럼 손가락 까딱 안하고 숙제 다 할 수 있을거 아니야. 얼마나 편해.

나는 회장의 뒤로 슬쩍 빠져서 여차하면 저놈 들쳐메고 도망칠 길을 찾았다. 오밤중에 진짜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네.

소리가 들린 교실의 문을 회장이 염동력으로 아 먼지괴물들을 만렙캐가 슬라임 학살하듯이 일방적으로 정리해나갔고, 나는 중간중간에 날아다니는 놈을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때려잡았다. 이건 좀 약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때 갑자기 회장이 머리를 감싸쥐며 쓰러졌다.

"갑자기 왜그러는─?!"

내 몸이, 교실에 있던 책상과 의자, 책들이 일제히 공중에 떠올랐다. 이거 회장 능력인데 왜이래?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붕 떠있는지라 몸을 가누는것조차 제대로 안됬다.

'저건 또 뭐지?'

창밖에 뭔가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또 그 먼지괴물인가? 솔직히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급한대로 들고있던 빗자루를 그것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쨍그랑~!

"악!!"

좋아 맞았다! 거기다 내 몸을 띄우고 있던 회장의 능력도 풀렸다. 나는 곧바로 반쯤 기절한 회장을 부축해 밖으로 뛰어나왔다. 맞은 것을 확인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이쪽이 더 급했다.

이후 나는 회장을 들고 얘네 집에 찾아가 맡겼다. 참으로 판타지틱한 밤이었다.

그리고 결국 숙제는 다 못했다. 젠장.

========== 작품 후기 ==========

재회일줄 알았습니까? 유감! 하지만 단서는 확실하게 얻었습니다.

@대어의예감 - 그리고 여러모로 굉장한 운도.

@karuma - 이피아와 함께 고아원을 운영중인 원장님~이라는 설정을 생각했습니다. 가난하기까지 하면 메이플 월드와 싱크로율이 더 높아지겠군요.

@Sisre - 그리고 더스트들은 키네시스와 검호에게 학살당함.

@여행자구름 - 무의식적으로 한국적인 이름을 지어야한다 생각했으니 주변인 이름만 봐도 한국적인 이름이 아예 없음.

@라그실 - 위문공연 가려고 한답니다.

@루서스 - 난리나겠죠. 일단 충격먹을 사람이 한둘이 아닐텐데.

@적현월 - 의외로 나중에 직업군인이 될지도 모름. 메이플 월드에서 군단장이었으니.

@Ratios - 정말 죄송합니다 못 봤어요. 리코멘해야하는 양이 많아서 못봤습니다.

@적월식 - 그리고 검호라는 이름값했습니다.

@패러디좋아 - 네. 적당히 우기면 현실에도 있을법한 이름이라서.

@예리카 - 의외로 군인체질일지도.

@ReFrante - 그리고 역시나 활약을 해줍니다.

@아토상자 - 검호는 어떤 상태이든 굴러야해요. 저도 검호 구르는거 쓰니까 마음이 막 편해지는거있죠?

@레시코 - 의외로 나이차는 많이 안납니다. 검호가 고등학생때 파픈은 대학생이었으니까요.

@Novel알케미스트 - 데몬은 데미안과 어머니의 면회를 기다립니다.

@Eluines - 괴도키드로 알바뛰고 있다고 해요 쉿!

@Blake117 - 네. 여기서는 남매입니다.

@Buche - 파픈스타에서 그냥 파픈이 될듯.

@소라루 - 아뇨. 플로우라 할머니셨습니다.

@책벌레씨 - 그리고 슬슬 제 주변의 애들이 군대를... 다음 학기에 군대가는 애가 있습니다. 애도.

@토토토미 - 안만났습니다. 사실 시간대가 좀 엇갈려있었음.

@칼크래프트 - 만렙이 몽둥이 들었다고 뎀지가 약해지진 않아요.

@노란우산s - 다 그런건 아닐겁니다. 호크아이, 이카르트, 미하일은 고등학생이잖아요? 대신 데미안이라는 고등학생인 동생이 있는 데몬은 나이차가 어느정도 있을테니 군대에 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뿐.

@좌절거북이 - 마침 어떤 독자분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서 넣은 드립입니다. 평소에도 좀 하고있던 생각이었지만.

@허공말둑 - 가 아닙니다!

@로레리루라 - 사실 스킬 쓴게 아니라 막 팬겁니다. 그걸로도 더스트는 한 방 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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