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 꿈의 자전 --> 프리드side.
리엔식으로는 백양, 본래의 이름은 아리에스라고 소개한 소녀에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사과였다.
결코 그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어 거절하는 것을 택한 나로 인해 오닉스 드래곤이란 종이 사실상 멸종해버렸고, 가진것 없는 소녀는 이 척박한 땅까지 밀려나 버렸으니까. 소녀는 내 사과를 받아줬지만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상당히 어두운 얼굴이었다.
"…… 이곳에 오신 이유가 무엇이죠?"
"메이플 월드 곳곳에 흩어진 동료를 찾기위해, 그리고 하나뿐인 친우가 잠들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서 왔어."
"친우라면……?"
[당신의 계약자라면 왕님을 말하는거야? 그분께 무슨 일이 생겼어?]
산양이 연상되는 둥글게 휘어진 뿔을 가진 오닉스 드래곤이 물었다. 아프리엔과 검호씨의 계약자가 아닌 오닉스 드래곤을 만나는게 실로 오랜만이라 웃고싶었지만 곧 떠오른 사실에 나는 우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저주를…… 나 대신 저주를 받았거든."
그 저주를 내린 이가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소녀와 오닉스 드래곤의 얼굴이 굳었다.
"원래는 나한테 내려진 저주인데, 그때 내 몸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그거에 당했다간 죽었을거래. 그래서 그가 내 저주를 가져갔는데……."
분명 나를 위한 것이었을게 분명한데, 마음 한쪽으로 차라리 내가 저주받는게 나았을거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그랬으면 이런 고독감에 잠길새도 없이 잠에 빠졌을테니까.
[만약 당신이 저주를 받았으면 왕님도 지금의 당신과 똑같은 심정이 됬을거야.]
"응?"
[우리는 원래 그렇잖아. 누가 더 아프지도, 덜 아프지도 않아. 계약을 맺은 순간 혼이 이어지잖아.]
유순한 눈매의 황금안이 머릿속을 꿰뚫어본듯 걱정으로 가득찼다.
"그래…… 그렇지."
"반대로 아프리엔님이 저주를 받았으면 당신은 그걸 스스로에게 옮겼을지도 모르죠."
소녀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처음부터 아프리엔이 저주를 받았다면? 그야 말할것도 없이 그걸 풀기위해 노력했을거다. 하다하다 안됬으면 나한테 옮겼겠지.
어느쪽이든 결국 똑같구나.
"그런데 아까 동료들─ 영웅님들을 찾으러 왔다고 하셨죠?"
"아, 응."
"제대로 찾아오셨어요. 며칠전에 영웅님들중 한 분이 이 섬에 왔으니까요."
그 말에 튕겨나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의 손을 붙잡았다.
"누구? 누가 여기에 왔어?! 것보다 '찾아' 왔다니, 모두 저주때문에 얼어붙은거 아니야?"
"자자, 잠깐만요!"
[아리한테서 떨어져!!]
채찍처럼 날아든 충격파에 정통으로 맞은 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했다. 허, 허리가…….
"리오! 무슨짓이야!"
[영웅이고 나발이고 저놈 위험해! 지 감정 조절도 못하는 자식이 뭔 대마법사야?]
"동료들 소식을 들었는데 놀라는게 당연하잖아! 저기, 괜찮으세요 프리드님?"
"힐링…… 부탁해도 될까."
마법사 특유의 약골체질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바닥을 구르고 벽에 얼굴을 박았는데 멀쩡하길 기대하는건 너무하잖아.
잠시 후 회복 마법 특유의 녹빛이 모여들었다.
"넌 이 추운 곳에서 용케 마법을 쓰는구나."
"프리드님은 여기서 마법을 못 쓰세요?"
"어느 순간부터 지팡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아프리엔을 여기까지 데려오지 못했거든."
리엔 섬 외곽에 얼어붙은 아프리엔을 두고오는데엔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말을 듣지않는 지팡이로 결계를 겨우겨우 설치하고, 리엔섬 원주민들이 사는 곳까지 걸어오다가 눈에 파묻혀 죽을뻔한걸 소녀가 구해줘서 간신히 살 수 있었지. 만약 못 만났으면 나 대신 저주를 가져간 아프리엔을 볼 면목도 없이 얼어죽었을 것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목재, 일부 금속재 지팡이가 고장난다는걸 떠올렸을땐 이미 한참 늦은 후였다. 물론 빈손으로도 마법을 못쓰는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팡이가 있을때에 비하면 시간이나 효율이 딸리는게 사실이다.
"아무튼 따라오세요. 영웅님이 있는곳에 데려다드릴게요."
"알았어."
소녀를 따라가면서 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자신이 리엔 섬에 오게 되었는지, 오닉스 드래곤이란 종이 모두 쓸려가던 그 대참사의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검호…… 씨가?"
"네. 그분께서 저를 구해지시고, 여기에 보내주셨어요."
"하지만 그런 말은 하신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그분은 적을 속이기 위해 아군까지 속이신 모양이네요."
그덕에 저도, 리오도 무사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소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분명 그때 자신의 선택은 오닉스 드래곤이란 종족의 미래를 위한거였다. 검은 마법사의 제의를 받아들인 순간 자아를 상실하고 영원히 노예가 되버릴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그 말을 지금 이 애한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군단장들에게 친인들을 모두 잃어버린 소녀에게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나?
"…… 그때 제가 본 군단장은 불하고는 다른 느낌의, 그러니까 마치 피를 뒤집어쓴 것 같은 붉은 갈기의 사자수인이었어요."
"반 레온."
"네, 그였죠. 어떻게든 살려고 마법을 썼는데, 제 마법으로는 반 레온은 고사하고 그가 소환해낸 몬스터들에게 흠집조차 안나더라고요."
소녀의 어깨가 처졌다. 끈적하게 달라붙어 몸을 옭아매는 무력감.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같이 있던 그분의 오닉스 드래곤 아스카님이 곧바로 마법을 써서 저희를 구해주셨어요. 그때 그분이 군단장을 쓰러뜨릴때 쓴 마법은 마치─ 신의 심판 같았죠."
그러고보니 그 오닉스 드래곤의 특기가 광역 마법 난사였지? 제네시스를 포함한 광범위를 일시에 날려버리는 마법을 연달아 쓰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신의 심판처럼 보여도 무리는 아니다.
"그때 저는 살아남긴 했지만 모두가 죽어버려서 도저히 계속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앞길이 너무 막막했거든요. 리오가 있었지만 순식간에 모두 잃어버려서……."
"안좋은 기억들을 굳이 떠올릴 필요 없어."
"아뇨, 아뇨. 이후가 중요하거든요. 검호님이 저에게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주셨어요. 그게 무척 중요한데…… 으음, 일단 영웅님부터 보여드리고 말씀해드릴게요."
소녀는 오닉스 드래곤을 밖에 두고 나를 얼음 동굴 안으로 안내했다. 희다못해 푸른 오래된 얼음 계단을 밟으며 점점 더 추운곳으로 내려가고 또 내려가며, 횃불대신 마법의 빛을 만들었다. 빛이 얼음에 난반사되어 주위가 무척 밝아졌다.
"그런데 여기 온 사람은 누구지?"
"폴암의 영웅, 아란님이에요."
"아란? 그녀가?"
부상때문에 작전에 참여하지 못한 그녀가 기어코 시간의 신전까지 왔다는 말을 루미너스한테서 들었을때 굉장히 놀랐었는데. 일어난지 얼마되지않아 저주에 걸리다니.
"그런데 아란님은 제 발로 여기에 오지 않았어요."
"뭐……?"
"여기 도착했을때 그분은 이미 얼음에 갇힌 상태였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대신 그분을 여기까지 옮겼죠."
마침내 계단이 끝났다.
사방이 온통 얼음뿐인데, 이상하게 이질적인 기운의 얼음 기둥이 작은 공동의 중앙에 우뚝 서있었다. 수정질처럼 투명한 벽 너머로 익숙한 이의 얼굴이 보였다.
극악한 저주에 걸린거라고 믿기지않을만큼 편안하게 잠들어있는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 니놈 왔냐.]
그리고 그녀를 이곳까지 옮긴 장본인일 거대한 폴암 마하 역시.
***
???side.
꿈을 꿨다.
그 꿈 속에선 누가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정도로 크고 튼튼한 사슬에 온몸이 휘감기고 꿰뚫린 잿빛 새가 난폭하게 날개짓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가 얼마나 반항하든 사슬은 끄떡도 하지 않았고, 지치고 상처입은 새는 사슬을 끊는걸 포기했는지 결국 움직임을 멈췄다.
아니, 멈췄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가까이 갈 수 없을만큼 역한 재냄새를 두른 새의 유일한 유채색 - 용광로나 마그마가 떠오를정도로 부글부글 끓는 붉은 눈과 마주친 순간 새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자신을 여기에 묶어둔 이를 향한 분노를 넘어선 증오가 여전히 이글거리고 있다는걸 깨달은 순간, 꿈이 깨졌다.
"…… 아."
"이제 일어났나."
고저가 거의 없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당신, 당신이 왜─?!"
"무슨 잠꼬대를 하는거지. 아직도 잠을 덜 깼나."
인상을 쓰며 말한 그는 잠자리를 이미 다 정리했는지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대륙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화려한 붉은 옷, 대개 이불의 용도로 쓰이는 긴 털망토, 실전적인 용도라기보단 그냥 장식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보석이 박힌 장갑을 꽉 낀 그는 머리장식을 다시 꽂았다.
"어떻게……."
"어제 밤샘 연구를 너무 많이 한 모양이군. 오늘내에 평온의 숲 안쪽까지 가야한다고 말한건 너 아니었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된다더니 아무래도 좋은가?"
"예, 예?"
"아침 준비할테니 빨리 씻기나 해라. 곧 그 다크서클로 줄넘기를 할 수 있겠군."
그가 휙 던진 수건과 비누를 간신히 받은 나는 허겁지겁 도망치듯이 냇가로 갔다. 자면서 붕 뜬 머리카락에 물칠을 하고, 뼛속 깊이 스며들정도로 차가운 물로 얼굴을 문질렀다.
흐르는 물에 비친 것은 분명 내 얼굴인데, 어딘가 낯설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나는 필사적으로 혼란스러운걸 넘어 뭔가가 전부 뒤집힌 머리속을 필사적으로 정리했다.
그가, 검호가 왜 내 옆에 있지? 왜 나와 여행을 하고 있는거지? 첫번째로 든 의문의 답은 생각외로 쉽게 떠올랐다.
아 그래. 엘린 숲에서 그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끝에 같이 여행을 가보자고 했지. 같은 인간을 불신하는 그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따라와보는게 어떠냐고 제의했고, 며칠의 고민끝에 그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가 엘린 숲에서 요정 기사로 행동한 기간이 길어 현상금이 걸린 아리안트가 있는 니할 사막 일대를 지날때엔 마법으로 얼굴을 숨겨야했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굉장히 서툴어서 꽤 애먹었다.
'그랬, 었지.'
하나둘 떠오르는 기억에 왜 이걸 떠올리지 못했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일어났다. 아무래도 요즘 너무 무리하게 일한 모양이다. 확실히 밤샘이 너무 잦았어.
"왔나."
다시 왔을때 자리에는 육포를 잘게 찢어 만든 스튜가 냄비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또 이겁니까……."
"싫으면 굶어라."
"아니 싫은건 아닌데 요 며칠동안 이것만 먹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요."
"어제 먹은건 다른거다."
"소고기냐 돼지고기냐의 차이밖에 없잖아요?! 1주일째 비프스튜만 먹는게 말이 됩니까!"
"다시 말하지만 먹기 싫으면 굶어라."
"~~!"
당연하지만 스튜가 아닌 선택지는 스튜가 되기 전의 육포밖에 없다. 아니면 실험재료로 챙겨온 콩을 먹던가.
"불만 있으면 니가 요리해라."
"…… 못 하는걸 뻔히 아시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
"너를 세기의 천재 마법사라고 추앙하는 놈들이 지금 이 꼴을 꼭 봐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력 없는 놈. 콧웃음치며 날린 말이 묵직한 석탄덩어리가 되어 날아와 뒷통수를 맞췄다. 고개가 푹 숙여졌다.
"전 배틀메이지가 아니라서 야영에 익숙하지 않단 말입니다."
"마법사 이전에 사람으로서 생활력이 0점이란 것에 반성해라. 밥 못만들어서 영양제 꽂아가며 실험에만 매진할 놈같으니."
실제로 그런적이 꽤 있어서 도저히 항변할 수 없었다. 나는 작게 웅얼거렸다.
"아니, 그래도 비프 스튜대신에 다른걸 만들수는 없습니까? 아까 냇가에 가보니까 물고기가 몇 놈 보였는데─"
"그럼 니가 잡아오지 그랬나."
지팡이는 뒀다가 국끓여 먹을건가? 아니면 이거 장작 대신인가? 신랄하기짝에 없는 독설에 나는 괜히 풍부한 어휘력을 가르쳐줬다고 후회했다.
엘린 숲에서도 느낀거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해버린다. 나의 이상을, 꿈을 들었을때도 그랬다.
'─ 그건 니놈 독선이 아닌가.'
'예?'
'혼란스러운 세상을 완전한 신의 도시로 만든다? 뜻은 좋다만 누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나?'
'아니 잠깐만요, 저는…….'
'나는 궁극의 빛이니 진리니 하는건 모르겠다만, 지금 니가 하는 행동은 자기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꿎은 사람 휩쓸리게 하는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근시일내에 포기해줬으면 한다.'
그건 니가 원하는거지, 다른 사람들 모두가 원하는게 아니니까. 그 말을 들었을때 뭔가가 부서져 나갔다. 사고의 틀이 깨진 것이다.
타인의 의사는 신경쓰지 않고 스스로의 욕망만으로 타인을 강제적으로 천국에 데려간다…… 이것이 악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 이후로 나는 목표를 바꿨다. 이상적인 세상은 만들지 못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정령이란 존재는 모두 그놈들같은건가."
"예? 아, 그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목표로 가고 있는 평온의 숲은, 꽤 오래전부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이름은 '평온'의 숲이지만 실상 악질적인 정령들때문에 오래전에 인적이 끊기고, 어둠에 적응한 몬스터들만이 살아가고 있는…… 무덤의 정적과도 같은 고요함때문에 평온의 숲이란 이름이 붙은 곳이니까.
"에피네아에게 듣기로는 대정령 구와르의 경우 상당히 온화한 성격이라 했으니까요. 아마 그곳의 정령은 환경상 어둠의 정령일 가능성이 큽니다."
"차이가 있나."
"아주 많죠. 본래 정령이란 존재는 자연 그 자체에서 태어나는 순수한 이들이라…… 만약 어둠의 정령인게 맞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따지기도 뭐합니다."
가장 차가운 밑바닥에서 태어나 어둠을 유발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어둠의 정령의 본능일테니까. 그나마 대화라도 되면 다행일텐데…….
"그러니까 어둠의 정령이 악한 일을 하는것은, 저희에게 있어서 숨의 쉬는것과 같은 당연한 일이란 말이죠."
"이해할 수 없군."
"종이 다르다는건 그런겁니다."
"아니, 그 말이 아니다."
"예?"
발걸음이 멈췄다. 어디선가 뭔가를 태웠는지 메마른 바람에 눈이 따가운 재가 실려왔다.
"내가 묻고싶은건."
세상은 모든 생기가 빨려나간 회색으로 물들었고.
"왜 니가 나를 죽였는가다."
눈앞에서 붉은색이 녹아내렸다.
「결국 그런 얼굴을 할거면서.」
꿈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었다.
***
핏덩어리. 본래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만큼 끔찍한 그것이 얼굴로 추정되는 부위를 흉측하게 뒤틀며 움직였다.
「사실 죽이고 싶지 않았던거 아니었나?」
"그는 내 적이었어!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고, 나를 죽이기 위해 검을 겨눈 적이었다고!"
「그리고 유일하게 너라는 사람을 제대로 본 놈이었지.」
몸이 크게 들썩였다. 그때, 나와 대화를 했어야 했다고 외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반대편에 서있는 완벽한 대착점.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세계 멸망을 시키려는 니놈과는 반대로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만 결국 모두를 구하는 그놈. 사실 죽이고 싶지 않았던걸로 안다만.」
"난, 나는……!"
「너도 그놈처럼 되고싶었던거 아니었나?」
그런 꿈을 꿨었다. 어느정도 희생이 있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짜 영웅이 된건 그였다.
「그래서 살려두고 싶었고, 죽여버렸지.」
이룰 수 없는 꿈을 대신 만들어가는 그를 보며 조금 대리만족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빅토리아 반도가 빅토리아 아일랜도가 되었던 그날 죽였던 이유는.
「내버려둘수록 니놈이 얼마나 추악한 놈인지 알아버리니까.」
영웅이 탄생하려면 그에 비견되는 악의 존재가 있어야한다. 그 악은 다름아닌 자신이었다.
「그가 살아돌아왔을때 기쁘지 않았나? 응?」
죽음을 건너서 돌아왔음에도, 변함없이 한결같음을 유지한 그 모습은 정말로 경이로웠고─ 구역질이 났다.
그라는 올곧기 짝에 없는 존재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뒤틀렸는지 생생히 알 수 있었으니까.
"…… 내가 어쩌길 바라는거야."
「응? 딱히 바라는건 없어.」
질척이던 핏덩어리는 둥글게 뭉쳐져 붉게 빛났다. 그래, 새의 눈처럼.
「하던 일이나 계속해.」
태양보다 밝고, 늪보다 더 음습한 그 눈에 띄인 순간 자신의 운명은 결정지어졌다.
========== 작품 후기 ==========
앞부분의 꿈은 만약 검호와 하마가 그때 제대로 대화했다면... 이라는 가정하의 상황입니다. 상당히 희망차죠.
이 외전으로 전반부가 끝났습니다.
@vestie - 그란디스와 메이플 월드의 시간 흐름은 다르므로 그정도는 아닙니다.
@qkzks135 - 크로스 뽜이어!
@패러디좋아 - 그리고 프리드는 리오(아리에스의 오닉스 드래곤)에게 맹렬한 견제를 받게됩니다.
@대어의예감 - 힘을 가져갔다고 해서 파워업을 예상하시는 분이 많으신데, 상처 치료하는데 쓰일거라 +- 제로입니다.
@소르니아 - 새로 출연할 트립퍼의 성격은 그렇게 나쁘진 않으므로 욕은 안할거에요.
@Blake117 -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분이 마구마구 상상하시면 됩니다.
@노란우산s - 으음, 그부분 스포는 자제하겠습니다.
@오하사 - 애초에 검호는 저주를 안받고 즉사기를 맞았어요. 대신 아스카가 즉사기 데미지의 일부를 받았고(그것땜에 기절했었죠) 이는 검호가 생명의 오버시어가 올때 목숨부지하고 있던 이유중 하나입니다.
@Sisre - 프리드는 진짜 혼자서 다 구를겁니다.
@karuma - 2부 스토리는 아직 짜는중.
@라그실 - 2번째가 나올겁니다. 전직 자원봉사자.
@Eluines - 딱 8백년은 아닐거고 그보다 단축될 순 있어요.
@화뉴 - 그래도 아리에스를 만났으니 조금 나으... 려나?
@BeyDun - 아뇨. 프리드는 이후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마을 세우는걸 도우다 만나게된 (아프리엔을 닮은)여자와 결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료들을 찾기위해 메이플 월드를 돌아다니며 집을 자주 비우다보니 부부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고, 결국 이혼하게 되며 이후 홀로 늙어가다 사망. 시신은 헬레나가 정리해줬다…… 는 설정으로 할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적현월 - 음 일단 트립퍼중엔 히어로가 없어요.
@여기돈까스요 - 위, 위험해!!
@핑구친구 - 어찌보면 프리드의 고생은 지금부터 시작임.
@로레리루라 - 긴 잠을 잤다가 깨어난듯한 느낌일테지만 마지막 기억이 기억인만큼...
@Ratios - 생명의 오버시어입니다. 북극에서 왔다든지 하는식으로 대략 언급됬는데 서술이 부족했던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책벌레씨 - 초기화? 일까요. 일단 완전복구는 가능하다고 작중 언급됨.
@Buche - 로 아이아스!! 누가 로 아이아스 좀 가져와!!
@브룬 - 오랜만에 검마의 시점?
@베이르타 - 예. 스토리상 히로인이죠.
@넝기 - 으음, 모험가 스토리를 한 번 정주행해야겠군요.
@여행자구름 - 알아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나인하트의 선조인 아리에스부터 검호를 기억하고 있으니 기록을 확실하게 할거거든요.
@arays - 실로 좀비같은 생존력.
@허공말뚝 - 공격이 너무 안좋았던겁니다. 통상기였으면 저지경까진 안갔음.
@레시코 - 아군으로 할까요? 파픈 등장이 늦어질테니.
@칼크래프트 - 일전엔 영혼관련으로 박살났다면 이번엔 몸이 박살났음.
@salvere000 - 음? 뭐가요?
@마서 - 초안의 개초딩이던 생명의 오버시어를 썼으면 욕을 바가지로 쳐먹었겠지...
@소라루 - 다 가져간게 아니라 상처 치료하기위해 필요한 힘, 몸의 구조상 기둥에 해된다는 부분을 가져간거임. 생명의 오버시어는 8백년쯤 걸려서 그걸 복구해주겠다고 한거고.
@우르키오라 쉬퍼 - 에? 약해진다고는 안했는데요?
@루서스 - 검이 왜 4개뿐입니까. 분할점검, 무단점검, 낚시점검, 은신점검, 상시점검(?)에 접속제한은 또 왜 빼먹으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