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호side.
엘리니아에 온 나는 일단은 하인즈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라니아를 맡기는 것도 있고, 과연 루미너스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야 했으니까. 그리고 가뜩이나 맛이 간 놈을 내가 건드려서 더 망가진게 아닌가 걱정되는 면도 적잖아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하인즈 할아버지가 날 반겼다.
"아아, 자네 왔는가? 마침 잘 왔네."
"무슨 일 있습니까."
설마 또 엘리넬때처럼 퀘스트를 넘기시려는건가.
"좀 전에 리엔 섬에서 연락이 왔다네."
젠장 진짜냐!! 아주 자연스럽게 엘리넬→ 골드비치→ 리에나 해협으로 진행되고 있잖아!
"얼마 전에 리엔 섬에다가 자네의 자료를 요청했는데, 왜 그런 자료를 요청했는지 물어서 사실대로 대답하니 그쪽 반응이 아주 열렬했네."
열렬하다니. 그 말에 순간 엘리넬의 어린 요정들이 생각났다. 책 속에서 툭 튀어나온듯한 인물을 보는듯한, 아니 그냥 연예인 빠돌이같은 그 눈! 거기다 리엔 섬은 아리에스덕에 마법 도시가 되었다해도, 대륙에 비해 영웅에 대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똑같을테니 저쪽에서 날 어떻게 볼지 안봐도 비디오였다. '영웅이 돌아왔으니 이제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말하던 리린의 모습이 뇌내 오버랩됬다.
"꼭 가야합니까."
"안가면 직접 잡으러 올지도 모르지. 리엔 섬은 마법사가 썩어 넘치는 곳이거든."
"…… 하아?"
나는 나도 모르는사이에 사생팬같은게 생긴거냐고 도끼병 환자도 아닌데 의심해야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저 할아버지가 이런 질나쁜 농담을 할 사람으로는 안보였다.
"마음은 알겠지만 참게. 그쪽에서 자네에게 심한 짓같은걸 하지는 않을테니까."
심한 짓이라니, 뭐 어디 극렬 빠순이처럼 옷같은걸 훔쳐간답니까? 그러면 곤란한데. 이거 내 단벌의상…… 은 아니고. 이제 연극용이긴 해도 여벌 옷 2개가 생기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 짓을 저지르면 그냥 아스카 타고 도망칠거야.
"다만 좀 번거로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네."
역시 리에나 해협쪽 일 떠넘기려는거냐! 빙하가 녹았네 마녀가 있네 하면서 중간에 일들이 좀 꼬여서 그렇지 결과적으로 말하면 전부 블랙윙들때문에 생긴 일이잖……!
아 맞다 블랙윙! 스우와 오르카 그리고 대머리 매드 사이언티스트 겔리메르에다가 나중에 블랙헤븐까지─ 젠장 이거까지 하는건 무리야. 레지스탕스나 시그너스 여제쪽에다 정보 찔러넣든가 해야지. 내 몸은 하나라고.
블랙윙 하니까 봉인석이 덩달아 떠올랐다. 왜 세피로트 그놈은 봉인석을 모아오라고 했지? 궁금하면 질문 3개의 답을 찾으라고 했는데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봉인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있는 나로서는 그것들을 빼돌려 그란디스로 들고가야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가겠나?"
사람을 앞에 두고 딴생각 중이던 나를 깨워준 하인즈 할아버지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이런…… 그래, 가는 김에 블랙윙이 하고있는 일을 제대로 망쳐두자. 에반한테 그놈들 보면 무조건 마법 갈기라고 가르쳐두고.
"그럼 지금 당장 리엔 섬으로─"
"잠깐만요. 제가 잠시 할 일이 있는데, 좀 나중에 가겠습니다."
위험했다. 눈 훤히 뜨고 납치당할뻔했어. 게임에서는 바로바로 퀘스트해야하는 곳으로 보내주니 정말 좋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는 오버시어가 한 짓의 마이너 버전이나 다름없다고.
"리엔 섬에 들어가는건 꽤 힘들거네."
"아스카가 있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됬네. 다만 너무 늦으면 안될걸세."
어째서 내가 듣도보도 못한 생판 남에게 끌려갈 위기에 처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하여튼 오늘내일 안으로 가기만 하면 되겠지. 아스카 타면 아무리 느려도 1시간 안에 도착할테니까.
"아, 하나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무엇이 궁금한가?"
"어둠의 길로 빠진 마법사를 원래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흐음……?"
순간 넓은 모자 챙과 주름살 아래에 감춰져있던 하인즈 할아버지의 눈이 보였던 것 같다.
"그건 왜 묻는가?"
"제 동료 중 하나가 그쪽으로 물들어버렸습니다."
"동료? 아니 잠깐, 자네말고 다른 영웅들이 이 세상에 있는겐가?"
한 명 빼고 나머지 전부 있습니다. 아직 다 깨어나진 않았지만 하여튼 있는건 맞다.
"나중에 다 깨어날겁니다. 그보다 제가 아까 물어본 것에 대한 답을……."
"아아, 그거에 대한거라면 딱히 해줄 말이 없네. 어둠의 힘이 홀린 마법사를 원래대로 되돌리는건 정말 어렵거든. 외부에서 가하는 자극은 사실상 소용없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본인의 생각을 고쳐야 하는거니까. 그것이 무척 어렵지만."
"그렇습니까."
막상 들어보니 진짜 허무하네. 연륜있는 대마법사가 직접 하신 말씀이니 - 거기다 가물가물하지만 하인즈 할아버지의 설정중에 옛날에 어둠의 길로 갔다가 되돌아왔다는 것도 있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무려 경험담일테니 진짜 저거말고 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어서 더 속이 쓰렸다.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만약 그가 엘리니아에 찾아온다면 좀 봐주십시오. 가뜩이나 어둠때문에 맛이 갔는데 아까전에 머리를 세게 때려서 더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습니다."
"머리…… 를 때렸다고?"
"폭발 소리가 들려서 가봤는데 숲을 태워먹고 미친듯이 웃고있더군요. 그걸 보고 눈이 돌아가서 머리를 나무에 쳐박아버렸습니다."
차라리 배를 걷어차는 쪽이 나았으려나. 아 그러면 장 파열 됬을수도 있잖아? 다 떠나서 그때 나는 그냥 빡 돈 상태였는데 어딜 패야 데미지가 제일 적을지 일일이 생각할 시간이 있었을리가 없다. 그냥 달려들어서 손에 잡히는걸 찍어버린 거였으니까.
내 막장 행동이 어이없었는지 입을 벌리고 계시던 하인즈 할아버지는 한 박자 늦게 말씀하셨다.
"흠흠, 어쨌든 자네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알겠네. 나중에 그가 올때를 대비해두지."
"감사합니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래도 해야겠지. 눈앞에 있는 것들부터 해나가면 분명 나중에 잘 될거야…… 그렇게 되길 바래야지. 질문들의 답을 찾고, 어디의 것이든 봉인석 하나를 구해서 그란디스로 간 다음에 파픈스타랑 만나자. 그리고 그년이 어디에 봉인되어 있는지 알아내고.
'아, 근데 에반 부모님은 뭐라고 설득하지.'
코앞의 일조차 난항이었지만.
***
에반side.
스승님이 대마법사 하인즈라는 사람에게 간 사이, 나는 소녀를 엘리니아의 요정 주민에게 사정을 설명해 맡겼다. 유에씨도 있었지만 그 사람은 말주변이 정말 없었다.
마을 중앙의 도서관은 스승님이 들어가자마자 굳게 닫혀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알 수 없었고, 시간도 남았겠다 나는 유에씨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스승님은 어떤 사람이에요?"
"…… 그걸 왜 나한테 묻는거지?"
"사실 여태까지 쭉 궁금했던건데 물어볼 기회가 없었고, 왠지 물어봐도 잘 대답해주실 것 같지 않아보였거든요. 유에씨는 스승님의 동료라고 하셨는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같이 했을거 아니에요. 아니라면 유에씨가 보는 스승님이 어떤 사람인지라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유에씨는 침음을 흘리며 길게 생각에 잠겼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영웅이라 불리던 우리중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정의롭고 바른 사람이지."
"스승님이 영웅이라고 불리셨다고요?"
"동료들 사이에서 겉돌고 있었고, 같이 행동하기보단 드래곤을 타고 대륙 여기저기를 다니며 단독행동을 주로 했었지만 놈들의 공습에서 사람들을 구한 횟수로는 그가 제일 많을거다."
역시 굉장한 사람이었구나 스승님. 그런데 하나 걸리는게 있다.
"지금 메이플 월드는 평화롭고, 스승님같은 영웅이 있다는걸 전 처음 알았는데요?"
"그렇겠지."
"혹시 저~멀리 대륙쪽에서 활약하셨어요?"
"대체로 거기서 움직였지. 아무래도 리프레나 니할 사막쪽에 사람이 많았으니까."
"…… 거기 사람이 많아요? 그, 사막에 무슨 왕국이 있다는건 책에서 봐서 알고 있었지만 리프레에 사람이 많다는건 처음 듣는데요."
내가 잘못 알고있는건가? 유에씨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니가 알고 있는게 맞다. 지금은 그런 모양이군."
"옛날에는 사람이 많았어요?"
"많았지. 메이플 월드에서 사람 많은 곳을 꼽으라면 첫 손에 꼽힐정도로."
유에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거기에 사람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곳의 주민은 인간이 아니고, 숫자도 결코 많지 않다고 했는데. 상당히 옛날의 일이라고 보기에 스승님이나 유에씨의 나이가 그정도로 많아보이지 않는다. 설령 두 사람이 희대의 동안이라 해도 절대로 50이 안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검은 마법사와 그 휘하의 군단장이라 불리는 이들을 주로 상대했다."
"검은 마법사요?"
"들어봤나?"
"아침에 스승님 짐 정리하다가 우연히 이걸 봤는데…… 여기 보세요!"
나는 스승님이 내게 맡긴 가방을 뒤적여 빼곡히 글이 써져있는 나뭇잎 묶음을 꺼내 유에씨에게 보여드렸다. 유에씨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것을 받고는 천천히 눈을 굴려 글을 읽어내리다가─갑자기 확 허리를 접으셨다가 머리를 무릎에 빡! 박아버렸다.
"유, 유에씨? 괜찮으세요?"
"…!……!!……!"
이마가 상당히 아픈지 그의 몸이 전기에 감전된것처럼 경련하고 있었다. 힐링이라도 쓰려고 지팡이를 막 들때 갑자기 유에씨가 확 일어나며 마구 웃음을 터뜨리셨다.
"프, 하하하! 아하하─!"
"유에씨? 왜 갑자기 웃으시는거에요? 이게 그렇게 웃겨요?"
"팬텀, 팬텀이 군단장한테 뭘 훔친, 훔다고, 거기다 프리드가 메르세데스랑 같이 있는게 추, 축복……!"
그와중에 루미너스는 묘하게 비슷하다며 통곡인지 흐느낌인지 모르는 말을 하며 유에씨는 얼굴이 새빨개져 숨이 넘어가도록 한참을 웃으셨다. 나중에 가선 웃다가 거하게 사레들려서 토할듯이 캘록거리는 모습에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 혹여 볼까봐 주위를 둘러봐야했다. 우리가 앉아있는 곳이 대도서관의 입구가 아니었다면 땅을 굴러다녔을지도 모른다. 웃음소리가 멎은 뒤에도 그의 몸이 간혈적으로 떨렸다.
"다 웃으셨어요?"
"이걸 누가 썼는지 알고 있나?"
"저도 몰라요. 스승님의 가방 안에 들어있던거거든요."
"누가 썼는지 몰라도 상상력이 정말 굉장하군."
"그정도에요?"
"무슨 생각하면서 이런 글을 썼는지 꼭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비꼬는건지 칭찬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나도 궁금하긴 했지만.
"그, 아까 말했던 동료라는 분들이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에요?"
"그래."
영웅이라 불렸다고 했는데 전부 처음보는 이름뿐이었다. 그렇다고 유에씨의 말을 거짓말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진지했고, 그가 이런 거짓말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보자마자 한참을 웃었던 대본을 찬찬히 다시 쓸어내렸다. 이번에는 웃음기가 많이 가셨고, 꽤나 조심스러운 손길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진지하게 보았다.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긴 했지만 아까처럼 격하지 않았다. 친한 사람이 나오는 글을 보는건 어떤 느낌일까? 그것이 함께 싸워온 동료라면?
유에씨가 말한 군단장이란 존재들과 영웅으로 불렸다는 말은 솔직히 여태껏 한 번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들어본적이 없어서 믿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연극 대본까지 있는걸 보면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알고있는 확실한 사실인 것 같다.
'근데 왜 저렇게 약하신거지?'
정말 실례지만 유에씨는 나보다 약하다.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 매직 가드로 몸을 보호하면서 미르랑 같이 마법 몇 개를 섞어서 공격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영웅이라 불릴정도면 엄청 강해야하는거 아닌가? 거기다 이상하게도 저 대본에서 유에씨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후자의 경우 대본이 제 3장의 것밖에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지만 힘에 대해서는 뭔가 설명이 필요하다.
그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유에씨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대본을 내게 주었다.
"보여줘서 고맙다."
"제게 고마워 하실 필요는 없는데…… 그보다 어디 가시게요?"
"나도 내 할 일이 있으니까. 그에게 먼저 간다고 대신 전해주길 바란다."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느닷없이 앞머리가 모두 뒤로 넘어갈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닥치더니, 유에씨의 몸이 날개가 달린것처럼 엘리니아의 울창한 나무사이를 빠르게 가로지르며 날아가는게 저 멀리 보였다.
[우와! 저 사람 정령을 다루나봐 마스터!]
"으아아…… 방금 처음 알았어."
[그런데 결국 스승에 대해서는 별로 못 알아냈네.]
"그렇게 됬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본들을 정리해 다시 읽어보았다. 대사가 꽤 격양되어 있지만 상당히 잘 쓴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웃으실 이유가 있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료들이 나와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잠시 후 닫혀있던 대도서관의 문이 열리며 스승님이 나오셨고, 유에씨가 먼저 갔다고 전하자마자 굉장히 당황하셨다. 혼자 어디 보내면 안되는 사람이라나? 이후 스승님은 엘리니아 인근을 다 뒤지셨지만 결국 유에씨를 못 찾았다. 굉장히 낙담하시더라.
스승님은 이제 리엔 섬이라는 곳에 갈 건데 그 전에 내 부모님들을 설득해야한다며 헤네시스로 가자고 하셨고, 그렇게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한테 예고없이 1박 2일 집을 나온 것에 대한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덤으로 얻어맞은 등짝이 얼얼하다.
"─해서 제가 에반에게 드래곤 마스터로서의 소양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 길지는 않을거고, 위험한 일이 생기면 에반이 나서기 전에 제가 먼저 막을겁니다."
엄마는 몹시 날카로운 눈으로 미르를 노려보았다. '저 도마뱀이 드래곤이라니'라는 불신감 가득한 눈빛이었다.
"마법같은걸 배울 필요가 있나요?"
"에반은 마법사로서의 자질이 매우 뛰어납니다. 이미 저 애는 한 명의 마법사고요."
"꼭 당신과 여행을 떠나야 합니까?"
"저와 같이 간다고 해도 어머님이 이렇게 불안해 하시는데, 에반 혼자 가면 더 위험할겁니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건, 많은 걸 배우려면 많은 걸 봐야합니다."
그저 흔한 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엄마가 저렇게 굉장한 기세로 스승님을 몰아붙일줄은 몰랐다. 하지만 하나하나 돌아오는 반박에 엄마는 불독처럼 인상을 썼다.
"…… 에반. 너 꼭 저 사람이랑 가야겠어?"
"응! 스승님은 훌륭한 드래곤 마스터야. 아스카씨만 봐도 알 수 있는걸."
내 말에 엄마는 집 밖에 조용히 앉아있는 우리집보다 더 큰 아스카씨를 한 번 보았다가 다시 물었다.
"여행을 떠난다는건 굉장히 위험한거야. 모험가들중엔 사지 멀쩡하게 붙어있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헤네시스의 버섯조차 제대로 못 잡는 니가 어떻게─"
"지금은 내가 버섯보다 더 강해 엄마. 그리고, 난 훌륭한 드래곤 마스터가 되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무어라고 말하려던 엄마의 입이 몇 번이나 뻐끔거렸지만 어떤 단어도 만들지 못하고 닫혔다. 뾰족하게 서있던 날이 점점 뭉뚝하게 깎이더니 이내 흐려졌다.
다음 날 엄마는 여행을 허락해줬다.
***
검호side.
"저기 스승님."
"뭐지."
"예전에 리엔 섬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나도 여기 오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 이 사람들 왜이래요?"
사방에서 겨누어진 지팡이와 그 지팡이 끝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 전기, 얼음 외 기타등등 온갖가지 마법 그리고 주위를 빼곡하게 메운 마법진들을 보며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사생팬이 아니라 극렬 안티였나.
"내가 묻고싶다. 왜 이러는지."
야야야 지팡이 흔들지마! 마법진 돌리지마!
[마스터. 이 사람들 어쩔까?]
다시 우리 태우고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돌아가주라 아스카.
"모두 무기를 내리세요."
조용히, 그러나 듣지 못한 사람이 없는 그 목소리에 마법사들은 일제히 지팡이를 내리며 마법을 풀었다. 뭔 일인가 어안이 벙벙해질때 모세의 기적처럼 인파가 갈라지더니 한 소녀가 걸어왔다.
희귀하지만 낯익은 푸른색이 섞인 은발에, 파란 눈을 가진 소녀. 그러나 양처럼 순한 얼굴이었던 그때의 아리에스와는 달리 눈앞의 소녀는 유리가면을 쓴 것처럼 차디찼다.
"당신이 용의 전사, 검호입니까?"
누구냐 그거. 내가 검호인건 맞는데 앞쪽의 수식어가 엄청 걸리는데. 거기다 소녀의 뒤에 있는 저건─.
[오! 또 동족을 보네? 마스터 쟤도 우리처럼 드래곤 마스터야!]
"오닉스 드래곤이라는 종족 이렇게 흔했나요?"
"전혀 흔하지 않아."
나는 소녀의 뒤에 오연히 서있는 오닉스 드래곤을 보았다. 전체적으로 몸이 가늘고 길었으며, 뿔이나 날개의 형태로 날렵해 보였다. 뭐랄까, 비룡같다고 해야하나. 여태껏 봤던 오닉스 드래곤들하고는 또 다른 모습이다.
아리에스를 닮은 소녀를 천천히 살펴보려는데 갑자기 그녀의 지팡이가 튕기듯이 흔들리더니 쿠득,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뭔가가 날아왔다.
'…… 에.'
이거 뭐야 몰라 무서워 왜 갑자기 바닥에서 고드름이 창처럼 솟아올라온거야.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이 용의 전사, 검호입니까."
일단 이거부터 치운 다음에 물어보면 안되겠냐. 이 상태로 1mm만 움직이면 저게 내 눈을 후벼팔 것 같은데. 얼음에서 뿜어져나오는 한기에 안구가 어는듯한 느낌마저 들어 나는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않고 팔만 움직여 살짝 고드름을 움켜쥐어 한 발짝 물러서려했다. 그런데 고드름을 잡기 무섭게 파삭! 하며 얼음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공포탄같은거였냐 이거. 왜이렇게 강도가 약해? 아, 하기사 초면인 사람의 눈을 진심으로 찌르는 막나가는 짓을 저지를 리가 없…… 지?
"그렇다만."
이제부터 왜 우리가 리엔 섬에 오자마자 이런 무지막지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 3개를 50자 내로 말해!
쯧, 하는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쿨 100%에 데레 0%의 초 쿨데레같이 생긴 소녀의 입에서. 내가 잘못 들은건가 싶을때 뜬금없이 소녀가 각도기로 각 잡은것처럼 딱 90도로 깊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섬의 대표자 리린이 영웅님께 인사드립니다. 리엔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굉장히 공포스러운 행동이었다. 뒤에서 미르가 '와 태세변환 쩐다'는 말을 중얼거려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아직 초반부를 헤메고 있건만 왜 내 머리는 최후반부의 블랙헤븐 전투씬을 생각해내고 있는지... 그때까지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작중 파워밸런스에 대한 설정을 올렸는데 궁금하신 분은 보세요.
@sadgfdfh - 두루미의 흑역사는 이제 두고두고 기억되겠죠.
@좀비라스 - 이게 다 검마때문이야~
@핑구친구 - 하인즈는 루미너스가 중2하게 된것보다 무려 검호에게 머리를 쳐맞고도 무사한 루미너스의 두개골 강도에 더 놀랐다고 함.
@마유즈미 - 한대 더 때리면 위험할지도.
@나는 죽지 않았다 - 그리고 혼자서 떠났다가... 이하생략.
@Blake117 - 염동력으로 따지면 키네시스보다 사이키커가 더 우위인데.
@인테그레이션 - 그야 지금 은월은 자기가 동료들한테 잊혀졌다는걸 모르고, 검호는 유에라고 오래 불러서 지금도 유에라고 부르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
@비탄의과학자 - 그리고 덕수형 번역기 트레이너씨도 잊으면 안되죠.
@노란우산s - 은월이 웃을 수 있는건 이번화까지.
@라그실 - 갑자기 은월이 악역처럼 보임. 메르는 갑자기 오피스 레이디가 됬고.
@화뉴 - 엘리니아 방방곡곡에 알려질 루미의 중2함.
@karuma - 정확한 요약입니다.
@GoldMain - 검마 어둠이니까 그나마 살아있는거죠.
@허공말뚝 - 만능 대답이라 할 수 있죠.
@Sisre - 다른 사람은 몰라도 팬텀한테 들키면 진짜...
@루엔시르온 - 아주 피해다닐겁니다. 그러나 검호가 '어둠이 넘쳐흐른...'까지 말하기만 하면 지팡이로 패려들지도.
@Legendssj2 - 세레니티에서 안나오려 할지도 모름.
@이년아 - 완전히 숨길 수 없다는걸 알지만 그럼에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그런 일. 메르와 팬텀은... 어쩔 수 없이 알게 되겠죠.
@루서스 - 검호의 항마력은 낮으니 별 수 없지만서도.
@레시코 - 이불이 남아나지 않겠군요.
@매드래빗 - 그랬다가 진짜 누구 하나 죽을지도 모릅니다.
@Eluines - 아, 치다가 오타난 모양이네요.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는 최종본에서 수정되서 대부분 삐침머리가 없어졌어요. 루미너스 안테나는 그대로지만.
@대어의예감 - 제대로 봤습니다.
@칼크래프트 - 그리고 연극 대본을 본 은월은 빵 터짐.
@신의약속 - 강철로 충분한가?!
@적현월 - 검호는 그정도로 막나가지 않습니다.
@여행자구름 - 네, 모르죠. 차원의 도서관에 가야 알 수 있는 일. 아스카의 경우 아직 고민중입니다.
@Racine - 별 상관없지만 팬텀 자세가 마치 싱크로 소환할 것 같음(...)
@히드라면 - 제발 잊어달라고 애원할지도 모르죠.
@qkzks135 - 어디 갖다붙이든 다 말이 되는 검마!
@비야BiYa - 그래서 작중내에도 의상 변화를 반영할까 합니다. 수백년이 흘렀으니 대충 시대에 맞춰 새옷 입었다고 할까요.
@Ratios - 그보다 더 아프게 성게머리를 부르는게 어떠신지.
@넝기 - 좋긴한데 그거 구도나 자세가 블랙헤븐 스우와 트레이싱급으로 똑같아서...
@소라루 - 비어완:왜그럽니까 루미너스님? 루미너스:아무 말 하지마...
@salvere000 - 실제였어도 가능성이 있다는거.
@ReFrante - 차원의 도서관은 모험가들이 할겁니다.
@dbrleo1 - 악마날개보다 더 중2하다는 그 까마귀 날개!!
@Yoontlemin - 그런데 이미 캐릭터가 많아서 모험가까지 넣기엔 스토리가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스토리에 정식으로 나오기보단 외전이나 간간히 언급되는걸로 끝.
@심온 - 정신적으로 무르다는거죠. 자신의 힘을 완전히 끌어내는 법을 모르기도 하고.
@키하라스티카 - 모험가 애들이 하얀 마법사와 검호를 따로따로 보면 기분이 여러모로 복잡해질 겁니다.
@Buche - 은월 멘탈은 어떻게든 반드시 나가게 되있어요. 파픈쨩 죽음은 최대한 이쁘게 해볼게요.
@건전한독자 - 실제로 있는 대사라죠... 무려 하이퍼 스킬 쓸 때 외치는 음성.
@책벌레씨 - 다리미가 필요하다!
@그냥마법사 - 은월:연극 대사가 유일하게 좀 비슷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