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08화 (108/208)

<--  -->  아란side.

상자같은 것에 넣어져 마구 흔든다음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끝장나는 순간이동 승차감에 일행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안좋았다. 어지간해선 표정 변할 일이 없는 검호는 미간에 선명하게 주름이 잡혔고, 에반은 안색이 시허옇게 떠서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두 오닉스 드래곤은 차마 토할 수는 없었는지 입에 고이는대로 침을 뱉고 있었다.

"순간이동이란거 원래 이렇게 속이 뒤집히는거였나요……?"

"끄응…… 프리드가 몇 번 순간이동을 써줬지만 이런 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여러 사람을 보내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네."

폴암을 지팡이삼아 멀미때문에 휘청이는 몸을 일으켜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히 들이차면서 어질어질한 시야가 서서히 맑아졌다.

"못 걷겠으면 부축해줄까?"

"아뇨, 괜찮아요 누나."

손을 내밀까 했는데 에반은 스태프를 꽉 붙잡으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켰다. 잔뜩 눈살을 찌푸린 검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가 리에나 해협이 맞나?"

"아마 맞을거야. 예전에 리에나 해협에 가본 적이 있는데 풍광이 많이 비슷해."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리엔 섬은 마법 도시가 세워진곳 답지않게 상당히 자연 보존이 잘 되있는 축에 속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리엔의 마법사들은 지리적 위치와 더불어 섬의 혹독한 자연 환경이 자신들을 외부로부터 지켜주는 방패임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적설량과 강설량, 기온을 측정하는 부서까지 만들 정도였다.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8백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리엔 섬은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빽빽하게 세워진 건물과 바글바글한 마법사들은 제외하고, 어디까지나 자연 환경에만 한정한다면 말이다.

"아까 리린이 준 종이에 보니까 사건의 조사를 위해 빙하관측본부라는게 세워졌다고 했는데, 아마 그 근처에 보내졌을거야."

"저기 저거 말인가요?"

에반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파란 깃발이 꽂힌, 얼음 벽돌을 쌓아 만든 건물이 있었다. 우리는 즉시 관측본부로 추측되는 곳으로 향했다. 건물 가까이 가니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리엔에서 사람이 안온건가? 지원 요청을 보낸게 언젠데 대체…… 응? 당신들은?"

[펭귄이 말하고 있어 마스터!]

"미르. 실례야."

"당신이 지원 요청을 한 펭귄족의 대표인가?"

나는 부리밑에 검은 수염을 수북히 기르고 질긴 가죽 모자를 쓴 남자로 추정되는 펭귄족에게 물었다.

"…… 혹시 당신들이 리엔 섬에서 온 사람들입니까?"

"맞아. 리린이 우리를 보냈어."

"누가 마법사입니까?"

"아, 제가 마법사에요."

에반이 손을 들며 말하자 펭귄족 남성은 벙찐 얼굴로 부리를 벌렸다. 펭귄족이라 기본적인 이목구비 형태나 골격이 인간하고 많이 다름에도 인간처럼 표정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맙소사……!"

"상황이 어떤지 자세하게 알고싶다만, 좀 알려줄 수 있겠나."

"대체 리엔은 무슨 생각을 했길래 당신들만 보낸겁니까!!"

"무슨 문제있나."

펭귄족 남성과 가장 가까이 있어서 펄펄 끓는 주전자같은 고함을 정면에서 뒤집어쓴 검호의 미간에는 괭이로 간 것처럼 골이 깊게 파였다.

"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데 고작 3명만, 그중에 마법사는 저런 어린애 하나만 보낼 수 있는겁니까!!"

"워워~ 진정하라고. 우리로도 충분하니까."

"그 무슨 말도 안되는─"

"그래서 언제까지 소리만 지를거지."

오우, 좀 위험하네. 안그래도 서늘한 주위의 공기를 20도쯤 더 떨어뜨리는 저음에 나는 재빨리 그의 옆에 가서 어깨를 두들겼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나 그나 이런 종류의 일은 이골이 나 있으니까. 일단 안에 들어가서 설명부터 해주겠어?"

"끄응…… 알겠습니다."

날개로 따라오라고 손짓? 하는 펭귄족을 따라 우리는 빙하관측본부에 들어갔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건물에 처음 들어와보는지 건물 내부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에반과 미르를 보며 펭귄족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어서 탁자 위에 리에나 해협 일대의 지도를 펼쳤다.

"다소 늦었지만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푸탄, 펭귄이죠."

[마스터 나 좀 추워.]

"조금만 참아 미르."

"추우면 이거라도 걸치고 있어라."

썰렁하기 짝에 없는 자기소개에 도끼눈을 뜬 어린 용을 달래는 에반에게 걸치고 있던 털망토를 줌으로 입을 다물게 한 검호가 말했다.

"큼큼, 그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리에나 해협의 빙하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건 대략 반 년 전부터였습니다."

"반 년? 별로 길지 않잖아?"

"처음엔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자연적으로 부서지는 빙하도 있고, 빙산이 떠다니다 조각나는건 흔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몇 달간은 그렇게 넘겨버렸습니다."

"어쩌다가 빙하가 없어지는걸 알았어요?"

"해수면 높이가 점점 높아졌으니까."

리엔 섬이 아닌 빙하에 사는 물개족, 펭귄족, 말라뮤트족은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먹고, 그 주위에서 살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해수면 높이에 민감하다고 푸탄씨가 이어 말했다.

"동족의 몇몇 이들이 해수면이 높아졌다고 말하더군요. 물고기를 잡으려고 평소와 똑같은 곳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코앞에 바다가 있었다고요."

"그럼 그때쯤에 왜 그랬는지 알아봐야하지 않나요?"

"그러지 못했어. 시기가 시기였으니까."

"…… 여름이었나?"

"예. 그렇습니다."

이런. 타이밍이 안좋았던거다.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리엔 일대지만, 이곳에도 여름이란게 온다.

"해수면 높이가 확연히 높아진걸 알았을때는 여름 중후반 쯤이었습니다. 예전에 비해서 해수면이 좀 더 높아지긴 했지만, 왜 가끔 평균보다 좀 더 더울때가 있잖습니까? 다른때보다 빙하나 눈이 많이 녹아서 그렇게 된거라 지레 짐작해버렸죠. 다른 종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푸탄은 큼직한 빙하들과 관측소들이 위치한 곳을 동그라미 친 지도 위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러다 이걸 통해서야 예사 일이 아닌걸 알았습니다."

"이건?"

"저희들이 모비 딕, 이라고 부르던 빙하입니다."

푸탄이 가리킨 빙하는 이름대로 고래처럼 생긴 큰 빙하였다. 실제 크기는 모르지만 거의 섬만한 크기로 보였다.

"그런데 '부르던' 빙하라는 말은……?"

"지금 이 빙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심각하군. 나는 팔짱을 꼈다.

"이 빙하가 일주일도 채 되지않아 사라진걸 알았을때엔 굉장히 늦은 상태였죠. 여름이 다 지나가고 눈이 다시 내렸지만, 해수면은 낮아질 낌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나흘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다녔던 해안가가 흔적도 없이 바다에 가라앉았을때, 저희는 한시바삐 다른 종족들을 찾아가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다들 처참했죠."

집이, 살아가던 땅이 물에 잠기고 그나마 남은 땅마저도 위태로운 상태였다고 푸탄은 음울하게 말했다.

"사태파악을 하기위해 저희는 처음으로 손을 잡고 관측소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부터 알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건가."

"예에, 그렇습니다.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짐승처럼 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생각을 못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기온과 기상을 관측하고, 남아있는 빙하와 빙산들을 조사하기위해 외부의 사람도 불러봤습니다."

"저희 말고 사람을 불렀다고요?"

"리엔에만 마법사가 있는게 아니니까요.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마법사들이 득시글거리지만 그보다 리에나 해협에 살고 있는 마녀가 한 분 계셨으니 그분께 먼저 연락을 해봤는데……."

"그 마녀가 누구에요?"

푸탄은 수염을 파르르 떨며 지도의 한 가장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살고 있는 바바라, 라는 마녀가 있습니다. 리엔 섬 출신인데 괴팍하게 거기 안 살고 여기 사시는 분이죠. 뭔 인간이 저런 곳에 사나 했는데, 상황이 이러니 참 반갑더군요. 그래서 찾아갔는데─"

"결과만 말하면 안되나?"

검호가 푸탄의 말허리를 분질렀다. 설명이 좀 길긴 했다만.

"…… 문전박대 당했습니다. 빙하에 대형 결계를 치고 접근조차 못하게 했죠. 거기다 그때쯤부터 관측소를 세운 곳들 주변에서 몬스터들까지 출현해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럼 그 사람이 범인인건가요?"

"거기까진 모릅니다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죠."

"그럼 일단 요약부터 해보도록 하지."

검호는 한쪽 책상에 있던 종이 몇 장과 펜을 가져왔다.

"빙하가 없어지기 시작한건 반 년 전."

'반 년 전'이라는 단어가 첫머리에 쓰였다.

"해수면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빙하가 많이 녹고있는걸 알았다. 하지만 시기가 여름이라서 그냥 넘김."

'해수면↑', '여름'이라는 단어들이 이어 늘어졌다.

"그러다 여름이 끝날무렵 거대한 빙하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사라진걸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됨."

'모비 딕 실종'이라고 이어서 쓰여졌고.

"그때서야 세 종족이 모여 사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 관측소를 세우고 인근의 마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고, 몬스터까지 나타났다. 이상인가?"

"예. 그렇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빙하들은 뭐뭐가 있지?"

"큰 것들만 말씀드리자면 관측본부가 있는 이곳 '꽃새우'와 말라뮤트족이 사는 '혹등고래', 저희 종족이 사는 '따개비', 마녀 바바라가 살고 있는 '클리오네' 그리고 물개족들이 살고 있는 빙하 '아네모네'가 있습니다."

뭔가 추운 바다에 안사는 놈들 이름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에반은 지도안의 동그라미가 쳐져있는 것들과 마녀 바바라의 집이라고 X표시가 되어있는 부분까지 보고 난 뒤, 모비 딕의 근처에 있는 빙하를 짚으며 푸탄에게 물었다.

"여기 이것도 녹았나요?"

"그건 남아있긴한데, 저희 세 종족중 어느 종족도 살지 않는 곳입니다."

"어째서지."

"이름이 불길하거든요."

"이름?"

"그저 미신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그 빙하의 이름은 '범고래'입니다."

빙하들의 이름에 바다생물의 이름을 붙이는거야 흔한 일이다만, '범고래'라는 이름이 걸렸다. 분명 범고래의 또다른 이름이 오르카(Orca)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우연이겠지만 그 군단장이 떠올라버렸다.

"단순히 이름때문만이 아니라 그 빙하에는 식물이나 물고기도 거의 없어서 아무도 안갑니다. 먹을게 없으니까요. 저번에 그래도 일단 관측소를 세우려고 했었는데 몬스터때문에 여러모로 힘들어서 아직 못했습니다."

그는 종이에 빙하들의 이름을 썼다.

"그럼 이제 할 일을 해야겠군."

"무엇을 하실겁니까?"

"남은 빙하들의 조사하고 너희가 한 관측 자료도 봐야지. 그 마녀 바바라에게도 찾아가본 다음, 나중에 이 범고래라는 빙하에도 가볼거고. 에반 너는 '따개비'에, 아란은 '혹등고래'에, 나는 '아네모네'에 간다."

"네 스승님!"

"아 잠깐만요, 지금 정상운행이 가능한 배가 하나뿐입니다! 얼마전에 떠다니던 유빙에 배가 부딪혀서 가라앉았는데……."

"난 배를 타지 않을거다."

빙하관측본부 밖에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마스터, 이제 가면 되지?]

"지도 몇 개 더 있나."

"아, 예? 예!"

푸탄은 종이뭉치를 뒤져 지도를 가져와 검호에게 주었다. 그는 그것을 챙겨다가 곧바로 오닉스 드래곤을 타고 빠르게 날아갔다.

"…… 미르, 너도 빨리 아스카씨 만큼은 아니더라도 날 태울 수 있을정도로 크게 자랐으면 좋겠다."

[걱정마 마스터! 나도 좀 더 자라면 마스터를 태울 수 있을거야!]

"자자, 이제 우리도 출발해보자고. 따개비가 펭귄족 빙하, 혹등고래가 말라뮤트족 빙하 맞지?"

"그렇습니다."

"그럼 남은 배 하나로 우리를 거기 태워다줘."

"금방 데려다드리죠. 따냐! 빨리 준비하게!"

"명령대로 하십죠!"

줄무늬 두건을 쓴 물개족이 얼음을 미끄러지며 단숨에 해안가에 정박된 배애 올라타고는 우리에게 손짓했다.

"긴장할 필요없어 에반."

"네?"

"그가 위험할 리 없고, 니가 위험해질 일도 없을거야. 나는 물론이고."

그의 털망토를 두른 에반의 등을 가볍게 쳤다.

"자신감을 가져. 넌 한 명의 마법사, 그것도 드래곤 마스터잖아."

"…… 네!"

발갛게 상기된 뺨은 추위때문인지 알 수 없는 뭔가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소년이 웃는 모습은 퍽 보기좋았다.

배는 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나아갔다.

***

검호side.

사람이 많다는건 이럴때 좋구만.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없이 나누어져서 가면 되니까.

[왜 '아네모네'에 가기로 했어 마스터?]

"거기 뭔가가 있을 것 같아서."

[그럼 다같이 가면 되지 않아?]

"다른 곳도 혹시 모르잖아."

퀘스트상 물개족의 관측소가 있는 곳에 가죽을 뒤집어쓴 블랙윙 부하들이 있었으니까. 여기도 꼭 그럴거라는 보장은 없다만 - 마녀라고 누명을 쓴 바바라가 진짜 마녀가 된 마당에 - 그래도 가장 먼저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 첫번째로 가는게 당연하다. 괜히 시간만 주면 블랙윙들이 떠버리니까.

나는 지도와 개발새발 글씨를 쓴 종이를 번갈아 보았다. 퀘스트상에서는 그냥 넘어갔는데 빙하들에 이런 이름이 있는건 또 처음 알았다. 거기다 인게임에서 블랙윙이 숨어있던 빙하 이름이 범고래라니…… 범고래의 영어명이 오르카?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우연이라면 참 대단한 우연이다. 그런 생각을 할 무렵 아까부터 참았던 것이 기어코 입밖으로 터져나왔다.

"에취!"

[추워 마스터?]

"에반한테 털망토 벗어줘서 그래……."

그 털망토의 유일한 쓰임새가 그거였는데. 미르가 춥다해서 주긴 했는데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니 후회된다. 나는 팔을 감싸며 문질렀다.

[진작 좀 말하지.]

"엄청 진지하게 설명중인데 그런 말을 어떻게 해. 재채기를 했다간 분위기 다 깰 것 같았다고."

이어서 아스카는 나에게 일전에 리엔에 왔을때도 썼던 불그스름한 보온 결계를 쳐줬고, 그때서야 좀 나아졌다. 역시 마법은 범용성 최강인 것 같아.

아네모네 빙하의 위에 다다른 아스카는 천천히 내려오며 크기를 줄였고, 나는 심호흡을 하며 아스카의 등 위에서 뛰어내려 눈 위로 착지했다. 눈더미에 푹 발이 빠져서 충격이 훨씬 덜했다. 걸어서 나오는건 꽤 불편했지만.

물개 얼굴이 그려진 파란 깃발이 꽂힌 곳까지 가니, 망원경으로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는 물개족 하나가 보였다.

"응? 누구십니까?"

"리엔에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 협조해줄 수 있겠나."

"리엔…… 에서 말입니까?"

"그래."

"자자, 잠깐만요. 기다려주세요!"

어째 별 말 안했는데 물개족은 엄청 당황하다 들고있던 망원경을 떨어뜨린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눈이 많아서 깨지지는 않았다만 저거 왜 저런데?

[리엔 섬의 영향력이 굉장한 모양이네.]

"그러게."

인게임에서는 깡촌중의 깡촌이었는데. 내가 사람 하나 살렸다고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다. 나비효과가 너무 굉장하잖아! 리엔에 처음 왔을때 순식간에 몰려든 마법사와 높은 건물들에 엄청 놀랐었다. 심지어 리린이 사는 곳은 어디 호화 저택같은데다 리린은 완전 아가씨라서 꽤 당황했었다.

…… 그래도 성격만은 내가 알던대로 초 쿨데레 아가씨라 다행이라고 생각중이지만.

"여기, 부탁하신 관측자료입니다."

"이곳에서 관측하던게 뭐지."

"해수면과 수온입니다. 셋중에서 저희 물개족이 가장 물과 가깝다보니 이쪽 조사를 하게 됬죠."

"그리고?"

"어, 음, 이곳의 빙하만은 해저동굴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쪽 조사가 수월했습니다."

나는 물개족에게서 받은 종이를 뚫어져라 보고 또 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종이에 가득한 빽빽한 표와 기호, 온갖 선을 그리는 그래프를 읽어내는건 불가능했다. 예전에 시험칠때 이거 비슷한 표를 봤었지만 비교도 못할만큼 어렵다. 물개더러 머리 나쁘다고 한 자식이 누구야!

결국 나는 자료 읽기를 포기하고 바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 해저동굴이 어디 있지."

"…… 저희는 괜찮지만 인간한테는 꽤 위험한데 직접 가실겁니까?"

"난 어디있냐고 물었는데."

[안말하면 그냥 직접 찾아갈 수도 있어. 그냥 말해.]

물개족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우리에게 해저동굴이 어디있는지 앞장서서 안내해주었다. 물개족이야 그냥 헤엄치면 됬지만 나는 아스카가 마법으로 만든 거대 방울 안에 들어가서야 바다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족관의 해저터널보다 환상적인 풍경은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수영뿐만이 아니라 그냥 바다가 싫어!

그나저나 블랙윙들을 찾게되면 역시 생포를 해야겠지? 그 뭔 제독인지 뭔지하는 양반 잡아다가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여기서 한 일이 나중에 생긴 일의 복선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오래되서 다 까먹었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오래 지나지않아 우리는 해저 동굴 안쪽의 공기가 가득한 곳에 도착했다. 물개족은 동굴 한쪽으로 들어갔고, 나는 아스카와 함께 동굴 내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산호같은 모양의 작은 얼음 나무가 여기저기에 자라 있었고, 곳곳에는 수정처럼 투명한 얼음이 반짝이고 있었다. 기묘하게 깎여나간 돌기둥들이 늘어진 모양새가 퍽 볼만했다. 그렇게 이러저리 돌아다니다 뭔가가 발치에 턱 걸렸다.

"어?"

[마스터 이건…….]

나무 막대기치고는 너무 큰데? 기둥이라 보는게 맞다. 나무 기둥을 덮은 눈을 파헤치니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났다. 동시에 좀 전에 푸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유빙에 배가 부서져서 가라앉았는데'

순간 오한이 들었다. 왜 그 부서진 배가 눈더미에 감춰져서 여기 있는거지?

쿵!! 쿠릉! 콰르르르……!

[마스터, 입구가!]

아 씹. 망할.

무너져내리는 동굴 입구 너머로, 좀 전의 그 물개족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인게임에서는 누명이지면 여기서는 레알.

이 편 쓰면서 제일 시간 걸린 부분이 빙하 이름짓기(…) 였습니다. 뜬금없는 '아네모네'란 이름은 정확히는 'Sea Anemone'로, 말미잘을 뜻합니다.

@넝기 - 아가씨+쿨+츤+약간 덜렁이. 쿨과 츤이 공존하는 이유는 대외용 얼굴이 쿨이고 실상은 츤이라서.

@상상력자 - 세 번째 트립퍼를 세이버로 할까 프라이쉬츠로 할까 했지만 여캐를 또 넣기엔 성비가 안맞는데다 파픈스타를 위협시킬 히로인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마음껏 나쁜 짓 해줄 남캐가 필요해서 프라이쉬츠로 골랐었죠 하하.

@울트맨 - 그런 끼가 있지만 대체로 쿨입니다.

@루엔시르온 - 같은 오닉스 드래곤 계약자인데 왜 쟤가……! 란 느낌.

@로젤란스 - 하지만 인지도가 영 안좋죠. 오르카나 헬레나 등등에게 묻혔어...

@베이르타 - 할머니는 최소 다음, 다다음 화.

@dbrleo1 - 의외로 성격이 다른 리린에 대한 반응이 좋네요.

@nananana10 - 으음, 언젠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양갱어사 - 다음 챕터는 오르비스니까 그때 나올지도?

@검은샤프 - 팬텀은 너무 화려한 비주얼때문에 집중되는 시선을 좀 물리기 위해, 은월은 어떻게든 새로 갈아입히죠 뭐.

@루서스 - 미르는 아직 어려서 막말을 많이 합니다.

@패러디좋아 - 요컨데 관점의 차이란거죠.

@너른벌 - 연애 없어요. 히로인이 있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히로인이란 '스토리에 비중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과 연관된 여캐'입니다. 공략해야하는 대상이 아니란 말이죠. 거기다 이 글은 연애 넣으면 스토리 진행하는데 방해됩니다.

@노란우산s - 엘리니아에서 흑역사를 마구마구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걸 보는 하인즈는 수염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옛 흑역사를 떠올리고 있죠.

@Sisre - 마법사 된지 일주일이 채 안됬건만.

@Buche - 그보다 삽입할 곡을 어떻게 넣을지가 고민. 코멘란에 링크를 달아둘까.

@Blake117 - 아니나 다를까 해저동굴에 갇힘.

@Eluines - 다른 영웅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옷을 체인지~ 할겁니다. 검호는 위장? 을 위해 제복을 입겠군요.

@소르니아 - 그리고 리린은 섬에 짱박혀있기 싫어서 기어코 가출을 해 모험가 무리들을 만나는데...

@좀비라스 - 도마뱀은 드래곤을 비하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라죠.

@레시코 - 그때까지 연재가 될까 의문임. 일단 지금은 연중할 의사가 없습니다.

@siqva - 재미로 넣은건데 반응이 정말 열렬하네요.

@소라루 - 최소 200. 비공식적이지만 기사단장급.

@ReFrante - 어쩌면 검호와 마찬가지로 성격이 반대일지도 모르죠. 순해빠졌다거나, 성인(聖人)타입이거나.

@건전한독자 - 말로 안되니 마법으로 협박하는 그런 광경이 펼쳐짐.

@지나가는니트 - 이 글에서 리린은 인게임의 아리아와 약간 비슷한 속성. 자유를 꿈꾸는 아가씨? 라는 느낌?

@심온 - 그리고 진짜로 탈출해서 모험가 일행에 합류할지도.

@Ratios - 영웅즈들과 만날때마다 오해받을겁니다.

@화뉴 - 그렇게 세세한 설정은 아닙니다. 일단 내용을 납득시키기 위해 하나 둘 만든거니까요.

@허공말뚝 - 얼마 뒤, 나인하트는 리엔 섬으로부터 동생이 가출한 사실을 듣고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데...

@Yoontlemin - 은월은 아마란스 찾아갔습니다.

@신의약속 - ?!?! 쉿! 쉿!

@라그실 - 길어빠진 나인하트의 머리카락을 잡아채서 마구 당기면... 어이쿠.

@곰휴지 - 검마쪽 군단장들을 언제 어떻게 누가 격파하게 할까 고민중입니다.

@책벌레씨 - 자이로드롭이 브레이크 없이 떨어졌다고 비유할까 했지만 롤러코스터가 더 대중적이었던 관계로.

@여행자구름 - 아무래도 주말에는 평일처럼 수업이 없으니 풀로 쓸 수 있거든요.

@qkzks135 - 외관은 쿨! 속은 츤! 행동은 데레! 이것이 아가씨 속성!

@리아카에린 - 나인하트, 그래도 강한만큼 한 번은 크게 활약시켜줄겁니다. 한 번은 말이죠.

@SourcesMoon - 그런 무지막지한 짓을 검호가 할 리 없잖아요.

@dragoneel - 그리고 몸은 더 약해짐.

@Legendssj22 - 음, 설정 파괴라 생각되시겠지만 원래 2차 창작이란게 설정 파괴라서...

@적현월 - 아란은 리린에게서 새 옷과 새 코트를 받았습니다.

@칼크래프트 - 시그너스가 보는 앞에서 남매대전을 펼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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