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09화 (109/208)

<--  -->  에반side.

내가 가기로 한 '따개비', 그러니까 펭귄족이 관측소를 세운 빙하는 빙하관측본부와 가까이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몸조심하세요 마법사님!"

"네에……."

마법사인건 맞는데 마법사님이라고 불리니까 굉장히 낯간지러워. 얼굴이 홧홧 달아오르는걸 추위때문이라 생각하며 스승님께서 걸쳐주신 털망토 끝을 들고 걸었다. 나와 스승님의 키 차이는 머리 하나를 넘기기때문에 망토가 질질 끌려서 어쩔 수 없었다.

"어라? 어라라? 못보던 얼굴인데 누구십니까? 잘 보니까 저희 펭귄족도 아닌 것 같고……."

[일단 그 안경부터 닦고 다시 보는게 어때?]

"아, 예. 잠시만요."

관측소에 있던 펭귄족이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옷에 쓱쓱 닦아낸다음 다시 쓰고 우리를 보았다.

"으음, 죄송합니다. 제가 맨날 하늘만 쳐다보았더니 되려 땅에 있는 걸 잘 못 보게 됬습니다. 얼핏 보기에 인간이 아닌것처럼 보였거든요. 뭔 검은 털같은걸 두르고 있어서……."

"그랬나요?"

"예에. 어쨌거나 소개가 늦었습니다. 제 이름은 푸스케, 펭귄족의 연구원입니다. 이곳에서 빙하가 사라지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이런저런 관측을 하고 있죠."

[어떤 관측?]

"제가 하는 관측은 아까도 말했지만 하늘 그리고 바람의 변화 등등입니다. 오랫동안 집중하면서 해야하는건데…… 요 최근에 빙하가 녹으면서 이상한 몬스터들이 나타나 도저히 관측을 할 수가 없게 됬습니다."

"무슨 몬스터들이 나타났나요?"

"저어~기 헤네시스? 라는 곳 주변에서 나타난다는 골렘 비슷한 놈들이요. 여기 사는 몬스터들은 추운 곳에 적응한 놈들 아니면 바다 속의 몬스터인데, 아무래도 좀 부자연스럽죠. 제 생각에 그 놈들, 마녀가 소환한게 아닐까 합니다."

나는 미르를 보았다. 골렘의 사원은 몇 번 지나간 적이 있었고, 스톤 골렘류도 본 적 있다. 그런게 여기 나타났다고?

"몬스터가 나타난 이후로 관측을 전혀 하지 못하셨어요?"

"사실상 그렇죠. 돌덩어리다 보니 지치지도 않는지 시도때도없이 습격해와서는, 그나마 한 자료마저 날아갈뻔 했습니다."

곤란하네. 스승님께선 관측소의 관측자료들을 보고, 마녀에게 찾아가보자고 하셨는데.

"그럼 제가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올게요. 그때까지 관측자료를 정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린 용사님! 몬스터들은 섬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있습니다!"

쿨럭. 사레 들릴뻔했다.

[우와우와! 저 펭귄이 마스터더러 용사래!]

"고작 몬스터 좀 정리하는건데 용사라니……."

[영웅까지 정말 머지않았어 마스터!]

"진짜 그렇게 불리면 난 견디지 못할거야 미르."

[왜애─?]

나는 불만이 많아보이는 얼굴인 미르에게 설명하지 않고 나는 곧바로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푸스케씨의 말대로 그리 깊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몬스터들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짙은 갈색과 푸른색의 돌들로 이루어진 온갖 형태의 골렘들이 눈속에서 일어나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한 것이다.

[좋아 마스터! 이런 골렘따위 싹~ 쓸어버리는 거야!]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미르."

돌덩어리니까 뇌전 마법은 안통할거고, 불 마법은 가뜩이나 빙하가 녹고 있는중이라서 사용 금지. 땅 마법은 처음부터 제외. 결국 남는건…….

"내가 얼음을 만들테니까 넌 크게 바람을 일으켜줘."

[간단한 일이지!]

마침 널린게 눈과 얼음이니까.

내가 마법으로 일대의 한기를 끌어모으는 사이, 미르는 폐가 빵빵하게 숨을 들이켰다. 천천히 벽처럼 빠져나갈 틈없이 일대를 틀어막으며 우리를 압박하는 골렘들과의 거리가 아슬아슬할정도로 좁혀졌을때, 쥐고 있는 지팡이에 서리가 내려앉을정도로 집중된 한기를 집어던졌다.

[돌은 돌답게 땅에 박혀 있으라고!]

미르가 압축된 공기 폭탄을 뿜어내며 크게 날개짓했다. 한기 덩어리와 세찬 바람이 뒤엉키며 일순 '쿠득'하는 뭔가가 얼어붙는듯한 소리가 나더니 두 마법이 합쳐진 허공에서 비처럼 얼음 창과 화살이 쏟아지며 골렘들을 난자했다. 제대로 맞지않고 빗나간 것도 카가가각─! 거리며 골렘의 표면을 무지막지하게 깎아내려 타격을 확실하게 주었지만…… 나는 그걸 볼 수 없었다.

"미르! 방패, 방패!"

[이거 어떻게 마법 나갈지 몰랐던거야 마스터?!]

"대충 강해질건 알았는데 이럴줄은 몰랐지!"

심지어 중간에 멈출 수도 없었다. 나는 간발의 차로 매직 가드와 미르의 방어막을 합쳐서 겨우 몸을 지켜냈고, 살인적인 빗줄기가 겨우 멎었을때 일대에 빼곡하게 꽂힌 얼음창을 보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 다음에 이 마법 쓸때는 잘 보고 써야겠다."

[어쨌든 강력하긴 하네. 골렘들을 다 쓸었어.]

"그렇긴한데 막아내느라 마력을 너무 많이 써서 또 나타나면 처리하기가 힘들어질거야."

[그럼 내가 막아줄게 마스터!]

쑥쑥 자라 며칠전과 비교하면 배는 더 커진 - 그러나 여전히 나보다 작은 미르의 말을 믿는건 퍽 힘들었다. 아스카씨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보다는 커야 그 말을 믿든말든 하지. 말 자체는 정말 고마웠지만.

[그런데 이건 대체 어디서 나타났을까?]

"글쎄. 푸스케씨의 말대로 마녀가 소환했을지도 모르지. 그보다 또 골렘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주의를─"

"꺄아아……!"

꽤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더 생각할것도 없이 나는 곧바로 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갔다.

[목소리로 봐서 여자인것 같아 마스터!]

"어째서 여기에 우리말고 사람이 있는거지?"

[일단 구하고나서 물어보자.]

잠깐잠깐 미르 왜 니가 나보다 앞서가는거야!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달려서야 겨우 미르를 따라잡았을때 우리는 가파른 절벽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절벽의 끄트머리, 밝은 옥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떨어질락 말락한 위치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오지 마, 오지마!"

왜 자살행위같은 짓을 하고있나 의문이 들었는데 순식간에 답을 알 수 있었다. 여자의 앞에 아까 보았던 골렘들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마스터! 저 여자를 구해야돼!]

"아까 마력을 많이 써서 무리인데……."

거기다 뛰어오면서 체력까지 바닥이다. 이 상황에선 무슨 마법을 써야하지? 바람 마법을 쓸 줄은 알지만 사람을 띄우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미르는 사람을 태워서 날기엔 좀 작다. 내가 직접 받으려고 갔다간 나는 깔려서 척추 나가기 딱 좋고, 저 여자도 무사하지 못할텐데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아!"

복잡하게 생각할거 없었다.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절벽 아래로 눈을 한가득 모았다.

골렘이 한걸음 옮길때마다 당장이라도 부서질듯이 절벽 가장자리에 금이 갔다. 나는 곧바로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뛰어내리세요!"

절망에 일그러져 울먹이던 그녀의 눈이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고 크게 뜨였다. 그녀는 더 볼 것도 없이 눈더미 위로 뛰어내렸다.

***

아란side.

'혹등고래'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관측소를 찾았다. 그곳에는 이상하게 단 한 명만 있었고, 어째선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아…… 오셨군요. 본부에서 들으셨겠지만 제 이름은 알베쉬입니다. 알비올라와는 남매지간이고, 이곳 제2관측소를 책임지고 있죠. "

관측본부에서 봤던 어떤 말라뮤트족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진짜 남매지간이었나? 대화할 틈도 없이 바로 와서 방금 처음 알았다.

"내 이름은 아란! 여기 혹등고래를 담당하게 됬어. 먼저 상황이 어떤지 알려줄래?"

"길게 설명할 필요 없는 분같아 좋군요. 그런데 혼자 오셨습니까?"

"나 하나면 충분해."

알베쉬는 조금 못미덥다는 눈으로 날 보다 입을 열었다.

"…… 뭐, 지금 리에나 해협에서 생기고 있는 일이 어떤지는 이미 알고 계실겁니다. 빙하 여기저기에서 몬스터가 나타나 관측도 조사도 힘든 상황이죠. 특히 저희 말라뮤트족의 빙하는 끔찍합니다."

"그렇게 많이 녹았어?"

"아뇨. '혹등고래'는 다른 빙하에 비해서 큰 편이라 아직 괜찮습니다."

"나타난 몬스터가 너무 많아?"

"그것도 아닙니다. 바로 옆의 '따개비'에 비하면 양호합니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라는거야?"

알베쉬는 크게 한숨을 내쉰 다음 말했다.

"악취가 너무 심합니다."

"악취? 냄새말이야?"

킁킁, 숨을 좀 들이쉬자 뭔가 걸리는게 있긴 했다. 약간 역겨우면서 톡 쏘는게 마치…….

"프리드의 실험실에서 가끔 맡아지던거랑 비슷하네."

"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냄새가 왜?"

"저희 말라뮤트족은 후각이 뛰어납니다."

아 이런. 그때서야 감이 잡혔다.

"이곳 '혹등고래'에 나타난 몬스터들은 굉장한 악취를 풍깁니다. 정말이지, 살다살다 이렇게 지독한것이 있을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여기서 일하던 다른 동족들도 이 악취때문에 전부 다른 곳으로 가버려서, 지금 저밖에 안남았습니다."

"그정도야? 별로 심하지 않은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겁니다. 이 이상으로 가까이 가면 아주 속이 뒤집힐정도에요."

이상하게 마스크를 왜 쓰고있나 했는데 그래서였나.

"상황이 이러니 관측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아란님, 부디 저 안쪽의 몬스터들을 처리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야 물론이지! 어떤 놈들인지 아는대로 말해봐봐."

"악취때문에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망원경으로 먼 발치에서 봤는데…… 물컹거리는 놈들이었습니다."

"물컹거린다고?"

슬라임계열인가. 골렘과 함께 마법으로 양산해내기 쉬운 타입이다. 역시 그 바바라가 범인인건가?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그렇게 보일 단서들이 많았다.

"어째서 이 추운 날씨에 안어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출렁이고 물컹거리는 놈들입니다. 주의하세요."

"걱정마. 슬라임이라고 못 베는건 아니니까."

고작 슬라임따위에게 공격이 막히면 영웅 타이틀 떼야지.

혹시 모른다며 알베쉬가 내게 마스크 하나를 쥐어주었다. 그가 말라뮤트족이라 악취에 과민반응하는건 알겠는데 나한테까지 이런걸 줄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다 그냥 받기로 했다.

…… 3분 후 나는 알베쉬가 준 마스크를 쓴채로 확실하게 코도 막게 휴지도 달라고 할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이게 대체 뭐야아~!'

질척질척한 땅과 코를 테러하는 악취. 거기다 계속 냄새를 맡고 있자니 머리가 좀 띵했다. 저 망할 슬라임들 대체 뭘로 만들어져 있는거지? 단순히 점성있는 액체라고 보기엔 굉장히 탁한데다 악취가 정말 범상치 않았다. 구체적으로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독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땅을 검게 오염시키며 슬라임 무리들이 꿀렁꿀렁 다가왔고, 나는 한기를 일으켜 땅을 굳힌 다음 발을 구르며 냉기를 휘감은 폴암을 크게 휘둘렀다.

"환경파괴 작작하라고 이것들아!!"

냉기에 얼어붙은 독성 슬라임을 폴암으로 쪼갠다음 곧바로 발길질을 해 얼음덩어리째 박살냈다.

'우선은 한 놈.'

폴암의 무게추로 뒤에서 덮치려는 놈을 얼려 관통해 부수고, 땅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놈을 주먹질로 으깼다. 발바닥이 푹 꺼지는 땅이 불편하다만 사막에서도 싸웠는데 진흙탕따위가 방해가 될까보냐.

싸우는 도중에는 딴생각을 하면 안되지만 지금 들고 있는 폴암이 마하가 아닌게 아쉬웠다. 얼음에서 깨어난 이후로 왜 자신을 못 들 정도로 약해졌냐며 틱틱 쏘아붙이면서도 아쉬워하던 그가 지금 모습을 봤다면 퍽 좋아했을텐데.

차가운 도끼날이 독성 슬라임을 깨부수길 한참, 인근의 슬라임들을 모두 정리한 후에야 나는 오염된 일대를 차근차근 둘러볼 수 있었다.

"이건……?"

유독 시커멓게 변색된 눈과 얼음 사이에 엄청난 수의 금속 통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 통에 무엇이 담겼었는지 모르겠지만, 통마다 사람 머리만하게 새겨져있는 해골 무늬는 통안에 있던 것이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니라고 강렬하게 알렸다. 거기다 통안에 묻어있는 끈적한 액체들은 좀 전에 그 슬라임들과 같은─ 아니, 그 슬라임들이 들어있던 통이 분명했다.

나는 녹색과 검은색 통을 챙긴다음 관측소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

검호side.

물개족의 통수는 내게 다른 의미로 굉장한 충격을 주었다. 그건 처음 이 세계에 왔을때 메이플 월드라는걸 알았던 것만큼 무지막지한 쇼크였다. 메이플 월드가 현실이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진짜라는 것을 깨달은건 오래됬지만 그럼에도 머리 한 구석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그림은 변하지 않았을거야.'

라고, 말이다.

그럴리가 있나. 아리에스 한 명을 살렸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리엔이 내가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 된걸 두 눈으로 봤음에도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하다니. 여기의 사람들은 게임속의 NPC가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살아있고, 각자의 생각이 있고, 그에따라 행동한다.

그걸 알고있음에도 나는 물개족이 누명을 쓴 것이 아니라 진짜 배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인게임에서 그들은 철저히 피해자였으니까.

[저놈이 감히……! 마스터! 당장 부술게!]

"아니, 부수지마."

[뭐? 어째서?]

무턱대로 저걸 박살내면 바닷물이 콸콸 쏟아져서 여기가 수몰될테니까─ 라는 말을 삼켰다. 아스카라면 그 상황에서도 나를 구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알아낼 것이 있으니까.

"왜 물개족이 배신했는지, 여기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야하니까."

저놈이 정말 나를 처리할거면 해저동굴째로 무너뜨려서 압사시키는게 더 빠르고 편했을 것이다. 마침 리에나 해협의 빙하들이 모두 녹고있다는 적절한 핑곗거리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입구만 부쉈다는건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 물개족의 일처리가 미숙한거였으면 할 말 없지만.

아스카는 막힌 입구를 노려보다 내 어깨에 올라탔다.

[마스터. 만약 이 안에서 다른 물개족들이 공격해온다면 어쩔거야? 냅둘거야?]

"적당히 쥐어박아줄테니까 걱정마."

적이라고 막 죽일만큼 사이코패스는 아니라고. 군단장이나 검은 마법사급의 악당이라면 진지하게 고려를 해야겠지만 물개족의 죄질은 어쩌면 블랙윙에게 손잡아 리에나 해협의 빙하를 녹인것, 일테니까.

통수를 맞긴 했지만 - 배신감이 든다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넘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내가 직접 그놈들의 심장을 카와이하게 썰어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최소한의 사정을 들어주고 다 붙잡아서 리엔이나 다른 두 종족에게 넘겨야지.

동굴 안쪽으로 걸어들어갈수록 시위는 어두워졌고, 빛나는 수정과 알 수 없는 벌레들이 내는 작은 빛만이 겨우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다 술렁거리는 인기척이 들렸을때 아스카가 흑안개를 훅 뿜어 내 몸을 감쌌다.

"위쪽에서 소리가 났어!"

"그 망할 마녀가 나선건가?"

"그럴리가? 폐기물에 오염된 바다때문에 제 집에서 틀어박혀 결계치느라 꼼짝도 못하고 있을텐데."

떠들면서 올라가는 검은 제복을 입은 놈들의 대화에 나는 적어도 한가지는 알았다.

블랙윙 진짜 뭣같네. 어울리지도 않는 물개모자를 쓴 놈들을 검집으로 후려쳐서 기절시킨다음 대충 뭉쳐다가 바위 기둥 뒤에 던져놓았다.

[바바라라는 마녀도 피해자였네.]

"만약 그 사람도 물개족같았으면 곤란했겠지."

아무래도 노인을 때리는건 영 양심이 찔리니까. 하지만 아카이럼은 제외.

눈으로 직접 블랙윙을 보니 그래도 이자식들이 나쁜놈인건 변하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았다. 일단 이놈들이 관여되었다는 증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절시킨 놈들 중 한 놈의 제복을 벗겼다만…… 아스카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야 나 취향 이상하지 않아! 지극히 정상이라고!

[내려가서 직접 확인할거야 마스터?]

"그래야지."

원래 알던 내용은 물개족이 통수친 시점에서 다 쓸모없어졌고, 실제 진상을 알아야 하니까.

[옷은 내가 지키고 있을게.]

"어, 응?"

[직접 변장해서 적들 사이에 숨어든다니, 위험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지. 마스터라면 분명 해낼거야!]

…… 뭐라는거야 얘가!!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거야!

항변하려고 했는데 끙끙거리며 막 깨어나려는 블랙윙 조직원A와 B의 면상에 꼬리를 갈겨 다시 기절시키는 아스카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제복으로 갈아입고 유치찬란한 물개모자까지 푹 써서 최대한 얼굴을 감췄다. 나나, 난 무섭지 않아. 블랙윙 소굴보다 수틀린 아스카가 더 무서우니까!

학교 교복만큼이나 움직이는데 불편한 제복을 입고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을때 또다시 대화가 들려왔다.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순조롭죠 뭐. 멍청한 새대가리랑 개새끼가 뭘 알겠습니까."

대화를 하고 있는 이들은 노인에 가까운 나이든 남자와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홍수를 이루는 이였다.

"좀 있으면 이 일도 끝나니 신중을 가하도록."

"물론입죠! 조금만 더하면 바다가 넓어지는거 확실하죠?"

"그야 당연하지."

"헤헤…… 그 망할 새들이랑 개들이 사라진다니 정말 기쁘군요. 드디어 저희 물개족이 이 리에나 해협을 차지할 수 있겠습니다."

"그게 거래의 내용이였으니까."

아 저 슬라임 대가리가. 바다가 넓어진다고 물개족한테 유리하겠냐! 생태계가 맛이 가고 있다고!

"그나저나 펭귄족이 리엔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던데 어떻게 됬지."

"걱정마세요! 아까 연락이 왔는데 고작 3명 왔답니다. 심지어 그중에 마법사는 한 명 뿐이고, 그나마도 완전 어린애라 하더라고요. 저희따위 아무래도 좋다고 간접적으로 알린 셈이죠."

그중 둘이 영웅이다 이 멍청아.

"'범고래'를 다 해체하는데로 우리는 떠날거다. 그동안 아랫것들 입 관리나 잘하도록."

"아휴 무슨 걱정을~"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지."

대체 저 늙은이가 누군지 보기 위해 나는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친교의 의미로 줬던 인형을 어떻게 했지."

"아 그거요? 웬만한 사람들은 다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가지고 있죠."

물개족이 옷 안에서 물개를 본따 만든 인형을 꺼내보였다. 그런데 어째…… 탐욕스러운 얼굴로 보인다만.

…… 인형하니까 블랙윙의 어떤 놈이 생각나는데 내 기분탓이냐.

========== 작품 후기 ==========

기분탓 아님.

@이년아 - 2D니까 대충 물개라고 칩시다.

@핑구친구 - 정작 아스카를 가장 적극적으로 자가용으로 쓰는 검호는 안장따위 않씀. 너무 커서 안장이 의미없으므로.

@레시코 - 이유를 알게됬으니 정상참작?

@Sisre - 리에나 해협은 최근? 컨텐츠니까 모르실수도 있음.

@로젤란스 - 다른 둘의 모에속성이 너무 강하다.

@루엔시르온 - 배신한건 맞는데 그게 좀 유도된거.

@적현월 - 동굴 무너지면 검호도 망해요.

@노란우산s -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네모네'에 가기로 했는데, 물개족이 배신할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아서 통수맞은거.

@루서스 - 과연 제 독자님들입니다!

@karuma - 검호는 블랙윙과 많이 엮을 예정임.

@소라루 - 백경이라고 할까 했는데 한자는 생소해서 모비딕으로 바꿨건만 이 드립을 치시다니! 빵 터졌음.

@칼크래프트 - 키가 머리 하나분으로 차이나서 진짜 아빠옷 입은것처럼 됨.

@좀비라스 - 나중에 에반은 자가용이 얼마나 편한지 알게됨.

@대어의예감 - 옛날에 쓴 외전을 보세요.

@책벌레씨 - 에? 심쿵할만한 부분이 있었나요?

@류동지 - 성별불명의 낭자애? 입니다. 아스카의 성별은 아스카라고 예전에 말했음.

@Eluines - ?? 그게 심쿵되는 부분인가요?

@넝기 - 그리고 리린은 이 에피소드 이후 호쾌하게 가출을 합니다.

@kyh0408 - 그래도 영혼이 이어졌으니 좀 얇아져도 됨.

@건전한독자 - 리린 프렌즈에서 양갈래였나요.

@Racine - 진짜 물개들이었으니 변장을 할 필요 없음. 블랙윙들을 숨겨주는 역할.

@심온 - 증거 확보를 위해 당장 나가지 않고 들어갔다가 사건의 전말을 알게됩니다. 님 코멘에서 프란시스 나온거 보고 소름 좀 돋았었음.

@qkzks135 - 아주 약간의 참작은 해줍시다.

@소르니아 - 모험가중에 남자가 2명인데요?

@여행자구름 - 그보다 블랙윙에게 명복을 빕시다.

@Legendssj22 - 박살내면 ㅈ되는걸 알아서 안부숨.

@키하라스티카 - 빙하를 진짜 쪼개버릴 수 있지만 자연파괴 해결하려고 왔는데 본인이 파괴하면 안되잖아요.

@Blake117 - 거기까진 무리.

@허공말뚝 - 검호:잠깐 어째선지 너무 추워! 소름이…….

@Yoontlemin - 페어리퀸 말입니다. 프리드의 집을 지키고 있는.

@상상력자 - 무턱대로 다 박살낼정도로 바보가 아니에요 검호는.

@ReFrante - 물개고기 포식 기회는 놓쳤지만 그건 다음에...?

@리아카에린 - 켄타가 영웅즈, 특히 검호의 팬이라 사인 하나와 안장을 교환하는건 어떨까요.

@신의약속 - 바다는 잠깐 가능함.

@Ratios - 베테랑 전사 둘에 잠재력 최상의 마법사. 오메...

@적월식 - 비행선이 아스카의 몸통박치기에 떨어지지 않을까요.

@식어버린코코아 - 그래서 처음 아란과 에반이 패치된 아래 수많은 이들이 켄타를 저주했다고 했다는 전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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