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G모음(2) --> (본편과 0.1g의 연관성도 없습니다.)
1. 작은 아리아 이야기.
옛날 옛날에, 에레브라는 하늘을 떠다니는 섬에 아리아라는 이름의 여제가 살았어요. 그녀는 언제나 메이플 월드의 안위를 걱정할만큼 고운 심성의 소녀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검은 마법사라는 엄청난 사람이 나타났어요! 군단장이라는 일곱 부하들을 거느린 그는 세계에 엄청난 위해를 끼쳤고, 그 모습을 보다못한 아리아 여제는 그들중 몇몇을 불러 협상을 시도해보았죠.
그런데 아뿔싸! 협상은 속임수였어요! 군단장 윙마스터의 목적은 아리아를 죽이는거였던거에요!
윙마스터의 공격에 빈사상태가 되버린 아리아는 사랑하는 괴도 팬텀을 떠올리며 애써 용기를 내 신수에게서 힘을 받아…….
"놓치지 않겠어요옷─!"
"꺄악!!"
"오르카!"
망할 윙마스터 연놈들의 배때지에 도끼창을 꽂아줬답니다.
"어딜가요 당신!!"
"흐끅!"
덤으로 자기를 통수 친 총잡이도 친히 참수해줬죠.
누구든 작은 아리아를 건드리면 ㅈ되는거에요.
아주 ㅈ되는거야.
"…… 아니 이렇게 끝나면 안되잖아?! 난 어떻게 하라고?"
"힘내라."
검호는 무쌍을 찍는 아리아를 보고 잔뜩 겁먹은 팬텀을 토닥토닥했다.
2. 책임... 인가?
넘실거리는 붉은 기류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어둠이 공기를 검게 물들였고,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그의 눈이 나를 보았다.
"나는 잘못을 했어."
[잘못이라?]
"예전에, 니가 하얀 마법사라 불리던 그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내 말에 화려한 소매아래로 고목나무처럼 말라붙어 뼈마디가 보이는 손이 움직이며 그의 턱을 쓸었다.
[그건 아니지. 지금의 나를 만든건 다름아닌 자네니까.]
그 말에 머리속의 끈이 뚝 끊어졌다. 내가 대체 뭘 했다고! 멋대로 과대해석한건 그쪽이잖……!
'검호씨. 저와 잠시 얘기좀…….'
'사양하지.'
내가 한건 없…….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차라도─'
'혼자 해라.'
열심히 피해다니긴 했는데.
'잠깐,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저랑 대화 좀 해요!'
'옷 놔라. 늘어난다.'
'나중에 고쳐드릴게요!'
'떨어져.'
…… 아, 너무 피해다녔나.
"혹시 계속 대화 거절해서 삐진건 아니겠─"
[닥쳐! 내가 얼마나 애걸복걸했는데 그걸 다 씹냐고! 니가 그렇게 잘났냐!]
"그건 대본에 그러라고 나왔던거였다고요!"
[촬영 끝난 이후로도 나 피해다녔잖아! 신입 배우주제에!]
역시 그거였냐!! 저 사람 왜 이딴 부분에서 섬세한거야! 중견 배우면서!
삐진 검마를 달래고 촬영을 재개하는건 수 시간 뒤 회식과 노래방 약속까지 잡은 후였다.
3.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다.
너무도 오랜만에 코끝에 닿은 메케케한 냄새.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정도로 솟아오른 건물들의 숲.
밤의 어둠을 몰아내는 색색의 네온사인과 멋진 야경을 연출해내는데 일조하는 건물들의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인공적인 차가운 빛들.
그리고 너무도 익숙한 옷을 입은 사람들의 물결까지.
"뭐야, 이거."
차가운 보도블럭에 주저앉은 파픈스타는 망연한 얼굴로 몇 년간 보았던 지하철 노선도를 올려다 보았다. 익숙한 색과 익숙한 역명들이 하나하나 망막에 틀어박혔다.
"우린 죽어야 돌아오는 거였어……?"
허망하기 짝에 없었다. 그렇게 해일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물결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버릴 것 같은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불빛이 반짝! 빛났다.
'이거 더 좋은거 아닌가?'
지구로 돌아왔고, 그도 여기로 돌아왔을거고, 심지어 지금 몸이 예전것보다 더 좋은데? 병에 안걸렸잖아? 뭣보다 튼튼하고.
"아니아니 잠깐만 있어봐……."
생각하면 할수록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외모도 지금이 더 예쁘고. 한참을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그녀의 머릿속에 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언제까지 퍼질러 앉아있을거냐? 그놈 안찾아?」
"…… 해."
「뭐?」
"안해! 그냥 여기 살래!"
「야 임마! 그게 뭔 소리야! 대본하고 다르잖아!」
그녀는 쿨하게 목소리를 무시하며 텔레파시의 근원인 목에 걸린 기타 피크를 호쾌하게 집어던졌다.
좋아! 새 인생 시작이다! 신분따위 마법으로 만들면 그만이야! 새로운 삶을 향한 의지로 충만한 그녀의 머리 위로 축복하듯이 보름달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4. 해피엔딩 해피엔딩.
리프레 공습 소식을 뒤늦게 들은 데몬은 서둘러 리프레 남부지역으로 갔으나 이미 모든게 늦어있었다.
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지나칠만큼 아무것도 없는 검은 땅. 그것이 전부였다. 하다못해 기둥 조각, 벽 파편조차 없었다.
"어머니…… 데미안……!"
그는 새카만 재만이 전부인 땅에 주저앉아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군단장따위 안하는건데, 하다못해 좀 더 빨리 군단장을 그만두는거였는데.
"검은 마법사……용서하지 않을겁니다!!"
[에? 난닷테?]
"……?!?!"
느닷없이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데몬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검마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어어어, 어어, 어째서?!"
[아니, 일단 상사로서 일이 잘되고 있는지 보러 나왔는데.]
입을 떡 벌린채 뻐끔거리는 데몬은 이어서 나타난 사람을 보고 더욱 당황했다.
"안녕 형!"
"데미안?! 너 살아 있었던거냐?"
"응! 거기다 나 힘도 각성해서 엄청 쎄졌어!"
"그, 그건 축하할 일이다만……."
확실히 동생이 살아있는데다 강해졌으니 기쁜 일이긴한데 꽤 당황스러웠다. 얘가 멀쩡하다면 어머니도 혹시……?
"감격스러운 형제 상봉은 끝난겐가?"
"아카이럼!"
"소리 지르지말게. 이 늙은이 심장 떨어지면 어쩔텐가."
"그래 데몬. 엄마는 너에게 나이든 분에게 고함치는 나쁜 습관같은거 가르친 적 없단다."
"어머니?!"
왜 아카이럼 옆에 어머니가?
"공습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급한대로 내가 구했네."
"엑……?"
"고맙게도 이 엄마를 구해줬단다. 감사해요 아카이럼씨."
"별말씀을."
충격과 공포의 장면에 어버버거리는 데몬에게 검마가 말했다.
[이참에 자네 동생도 군단장에 영입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안됩니다! 데미안에게 이런 일을 시킬 수는 없─"
[4대 보험이랑 학자금 지원, 성과급 도입에 369 보너스도 주겠네. 유급휴가도 5주정도 줄 수 있네.]
"─ 잘부탁합니다!!"
와 군단장 개꿀.
"…… 이렇게 되면 우린 신전 공략 어쩌란거야?"
"몰라. 알아서 해야지."
"좀도둑. 가서 신전 열쇠 좀 훔쳐와봐라."
"닥쳐 샌님."
검마 봉인난이도가 급상승했다.
5. 문짝 대참사
어차피 이게 마지막이라면, 하고싶은대로 하자.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검호는 문을 밀었다.
"…… 에?"
잠깐 안열려? 문틈에 뭐가 끼었나싶어서 쭉 흝어봐도 보이는건 없다. 인상을 쓰며 다시 힘껏 밀쳐낸 순간.
퍼엉─
문짝이 아라비안 나이트의 날으는 양탄자처럼 수평으로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다가…….
빠각!! 정확히 검은 마법사의 머리에 명중했다.
그 충격적인 장면에 현재의 방은 죽음같은 정적이 내려앉았고, 영웅들은 석상이 되어 문짝을 쳐맞은 검마만 응시하다 프리드가 겨우 입을 열었다.
"…… 구급차!! 당장 구급차 불러!!"
"왜 머리를 맞춘거야 이 양반아!"
"머리가 아니라 머리 옆이잖아! 대본 못 봤냐!"
"그걸 어떻게 조준해?! 솔직히 밖에서 이거 밀쳐내는게 쉬운건줄 알아?"
무대 밖에서 응급반이 뛰어와 다급하게 검마를 들 것에 실어나르려는 순간, 갑자기 천장이 무너졌다.
"이제 끝이다 검은 마법사!"
아까전의 참사를 능가한 대형 사고에 영웅들과 검호는 입을 다물었다. 응. 진짜 끝난 것 같아. 검마뿐만이 아니라 응급반까지 끝난걸로 보여.
병원비는 루미너스가 상당부분 부담했다고 한다.
6. 미친 척도 힘들다
엘리니아로 가고 있던 검호와 은월, 에반은 갑자기 들려온 폭음과 상당한 진동에 곧장 그 근원지를 향해 달렸다. 수풀을 헤치며 새카만 연기가 꾸역꾸역 올라오는 그곳에 도착한 순간 보인 것은─
흉하게 타버린 일대의 나무들과 반파되고 그을린 집, 까맣게 죽은 풀 위에 재를 뒤집어쓴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크, 하하! 하하하하─!"
미친듯이 웃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타오르는 붉은 눈, 탁한 검은색과 보라색에 물든 로브, 부서진 사슬 파편이 주위에 떠다니고 숨막히는 농도의 어둠을 흩뿌리는……
"하하하…… 켁! 콜록! 콜록! 물! 물 좀! 컥!"
"야 내 독백 아직 안끝났어!"
"니 대사 너무 길어! 컥, 계속 웃는게 얼마나 지치는데!"
광소 연기하다 사레들린 루미너스는 이후 2번의 ng를 더 터뜨리다 결국 은월 대사를 나레이션으로 깔아달라고 요청했다.
========== 작품 후기 ==========
설날 기념 외전을 쓰려 했으나 실패. 결국 소재 재탕.
본편은 이번 달 안에 올릴게요... 기대하시던게 아니라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