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반side.
그 싸움 이후 나는 레지스탕스들의 비밀 지하기지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데몬 씨에게 신분 보증을 받아 겨우 의심을 푼 사람들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리엔 섬에서 왔다고?"
"네……."
"이렇게 어린 아이를 잠입시키다니, 살벌한 곳이군."
"그럭저럭 능력이 있으니까 보냈겠지. 얘가 우리 마법사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데?"
"그, 그 정도는 아니에요."
재규어를 타던 궁수, 벨 씨가 씩 웃으며 갑자기 내 볼을 잡아당겼다. 아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대충 마력만 봐도 헨리테보다 많아보이는데."
"리엔의 마법사하고 날 비교하면 안되잖아."
"에이~ 쪽팔리면서."
"저기, 아픈데 이제 좀 놔주시면……!"
"아 미안."
볼이 늘어난 것 같아. 얼얼한 뺨을 문지를때 데몬 씨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 혼자서 온겁니까?"
"혼자 오긴 왔는데 여기서 팬텀 씨를 만났었어요."
"팬텀을─ 말입니까?"
말을 길게 늘이는 데몬 씨의 눈이 싸해졌다. 그러고보니 팬텀 씨랑 데몬 씨 상당히 안맞았지 참. 오르비스에서 만나자마자 꽤 거칠게 부딪혔었다.
[하지만 광산 안에서 헤어졌어.]
"나온 뒤로는 아직 만나지 못해서 무슨 일이 생겼을지……."
"다른 놈은 몰라도 그 놈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옛날부터 도망치고 숨는데엔 제일이었던 놈이니까요."
"역시 그렇겠죠?"
사실 내가 팬텀 씨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지. 과거에 이름높은 괴도이자 영웅이었던 분인데 자기 처신정도는 나보다 훨씬 잘할 것이다. 어쩌면 벌써 탈출해서 돌아가셨을지도.
"뭔가 알아낸건 있습니까냥?"
냥……? 여러모로 굉장한 말에 고개를 뚜루루 내려보니 데몬 씨의 옆에 있는지도 몰랐던 고양이귀 머리띠를 한 창백한 피부색의 어린 여자애가 있었다.
"설마 얘도 레지스탕스인건 아니죠?"
"아닙니다. 사정이 있어 제가 돌보고 있는 애입니다."
[혹시 페도─]
"거기까지만 해 미르."
왜 얘는 도발이나 시비를 숨쉬듯이 거는거냐고.
"에, 저, 그, 제가 알아낸건 딱히 없어요. 뭔가 해보려고는 했는데 그 전에 잠입했다는게 들켜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쫓겨났거든요."
"생각보다 무능하다냥."
[복도가 메워질정도로 사람들이 개떼같이 몰려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거기다 그 사람 엄청 강했고……."
솔직히 나인하트 씨의 오닉스 드래곤 여자가 아니었으면 여기 이렇게 못 있었겠지.
"그 사람? 누구를 만난겁니까?"
"블랙윙의 간부라도 만났어?"
"간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강한 사람이었어요. 여러 정령들을 부렸는데 그거때문에 미르가 다쳤었거든요."
[어째서 그런 사람이 정령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어. 정령은 심성이 좋지않은 사람은 안돕는데.]
"아뇨. 그건 아닙니다."
데몬 씨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성향 자체가 악이거나 미친 정령들도 있거든요."
[어디서 봤다는 투다?]
"…… 보긴 봤죠."
옛날에 꽤 자주. 어디 먼 곳을 바라보는 데몬 씨의 눈이 참 후회막심해보였다. 스승님의 적이었던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동안 조용히 있었던 조련사 옷차림의 여자, 지그문트 씨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쨌든 넌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군? 벨, 빅토리아 아일랜드 편으로 택배붙일 준비를─"
"아, 그건 아닌데요."
"너 알아낸거 있어?!"
"방금 없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알아낸거야?"
"꽤 하는구나 너!"
어째 다들 반응이 격했다. 블랙윙을 적대시하는만큼 그들에 대해 하나라도 많이 알아야 한다지만 이건 좀.
"제, 제가 알아낸건 아니고 저처럼 숨어들어온 사람이 가져가라면서 준게 좀……."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나?"
어쩌지. 리린한테 먼저 보고해야할 것들인데. 내가 망설이고 있는걸 본 지그문트 씨가 빠르게 말했다.
"만약 알려주면 널 빅토리아 아일랜드까지 안전하게 보내주지."
[마스터를 택배로 보내서?]
"…… 그건 아니고."
앞쪽의 침묵은 뭐죠 지그문트 씨.
"미리 말하는데, 에델슈타인에서는 귀환서를 써서 다른 대륙으로 갈 수 없어."
"잠깐 그거 정말이에요?!"
[그래서 아까 빅토리아 아일랜드 귀환서가 안됬구나?]
리린이 불량품 준 줄 알았는데! 하긴 아무리 리린이라도 공과 사는 철저했으니까.
"블랙윙 놈들이 에델슈타인 귀환서랑 가까운 마을로 가는 귀환서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못 쓰도록 방해장 마법을 쳤습니다. 몰랐습니까?"
"방금 처음 들었어요……."
"만약 그런걸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면 옛저녁에 다른 곳으로 갔지냥."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마스터를 보내주겠다는거야?]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데몬 씨도 어찌어찌 오르비스까지 나오셨으니까 방법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럼 나중에 제가 받은 정보들을 확인한 다음에 여러분에게 도움될만한 것들을 몇 개 알려드릴게요."
"몇─개?"
"저도 아직 안본데다가 리린의 허락없이 막 알려주면 안되서……."
"그 리린이라는 사람이 소년의 상사야?"
[일단 윗사람인건 맞지.]
사회적 지위로 보면 말이지. 리엔 섬의 대표인 리린하고 거기 얹혀사는 나의 신분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
"소년도 소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는거네."
"통신마법으로 연락해보고 허락을 받는다면 될지도─"
"일정 거리 이상의 원거리 통신 마법은 불가능합니다."
나는 블랙윙 놈들을 빡빡한 통제에 헛웃음을 흘렸다.
"별 수 없지. 그러면 가능한 한 중요한 것을 좀 알려줘."
다행히 레지스탕스 사람들은 막 화내진 않았다. 뭐랄까, 이걸로 감지덕지해 보인다고 해야할까? 얼마나 보안이 철저했던거야 블랙윙 놈들.
잠시 후 나는 돌아갈때까지 머물게된 지하기지의 어느 방에서 옷 안쪽에 숨겨두었던 종이뭉치를 꺼내 겨우 그것을 읽어보았다.
***
검호side.
무릉. 메이플 월드의 온갖 지역중에서 인지도로 따지면 아쿠아리움과 함께 뒤에서 1, 2위를 다투는 지역.
스토리는 물론 사냥터로서도 인기가 거의 없어 매크로들만 돌아다니는 이 지역은 과거 그 특징때문에 멋모르고 갔다가 아란을 만나 실컷 피만 보며 뼈빠지게 스킬을 수련했던, 여러모로 안좋은 기억만 잔뜩 있는 곳이다.
……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차라리 더 편했던 것 같지만.
"안개진 해제 준비 완료됬습니다."
"시작해라."
아란 스토리에서 무릉의 봉인석은 하여튼 꽤 허술하게 보관되어 있었는데 - 기억은 잘 안나지만 - 실제로는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가장 보안이 허술하다 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실제로는 잘못 들어가면 아사직전까지 헤메는 안개의 도술이 펼쳐져있다.
8백년이 흐르면서 거의 다 풀려버렸지만. 걷혀가는 안개를 보며 카이저가 말했다.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보관상태군요."
그래서 여기로 왔지.
"아마 저게 뭔지 여기 사람들은 다 잊어버렸을거다."
수 백년 동안 망할 스우놈이 한 맹활약들로 말이지.
"사람들이 오기전에 끝내라."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근처의 팬더들이 올까봐 사람 물리는 마법까지 쓰고, 그림자 무사에게 무공이랑 노공, 도공에게 도전장을 보내 무릉에서 좀 떨어진 곳에 싸우게 했으니 안심…… 해도 되려나. 계획을 세워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거의 없어서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 심정과는 별개로 안개는 한 점 남김없이 걷혔고, 봉인석이 보관된 사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늙은 팬더와 함께.
"…… 무공!"
"흐음, 혹시나 했는데 불청객들이 잔뜩 왔군 그래."
젠장 역시 생각대로 될리가 없지. 안개진을 해제하기 위해 흩어졌던 노바족 마법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었고, 카이저 역시 대검을 뽑았다.
"죽이지 말고 제압해라."
"날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나?"
안되도 어떻게든 해야하는 일이라서 말이지. 살인은 당연히 안되니까 넘기고, 죽는 사람이 생기면 단숨에 주목도가 높아진다.
금방이라도 제 노쇠하고 작은 몸을 난자할 것 같은 무기들에게 둘러쌓인 무공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한 채로 뒷짐을 지기만 했다.
"자네들은 누군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창과 웡에게 우리와 싸우라고 한게 자네인가?"
검은 털에 둘러쌓인 눈과 마주쳤다. 창과 웡, 그림자 무사로 합체하는 팬더들.
"…… 그렇습니다만."
"이 사당안에 있는게 무엇인지 아는가?"
대답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고, 해야 할 일이 많다.
시간이 없어. 늦으면 팬텀이 스우한테 뭔 꼴을 당할지 몰라.
"알려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무공은 뒷짐을 풀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오게."
그리고 색색의 마법들이 쏘아졌다.
***
무공side.
거참 기운찬 이들이군. 마법을 피해내기 무섭게 내려쳐진 대검의 기세가 퍽 매서웠다.
"어째서 자네같은 이들이 여기 온겐가?"
"말해줄 이유는 없다!"
꼬박꼬박 대답하는걸 보면 그렇게 나빠보이지도 않는데 말이야.
마법과 저가 날리는 검기가 부딪혀 되려 상쇄되는걸 본 붉은 갑옷의 청년은 공격을 중지하라고 외쳤고,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 대신 온갖 방해 마법들을 펼쳤다.
"허, 손발이 아주 잘맞는구먼. 좋은 부하들이야."
대답대신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비룡 형태의 푸른 검기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요즘 세상에 저 정도로 뛰어난 검이라니.
몸을 죄는 끈끈한 밧줄들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 거기다 기력을 쇠하게하는 주술…… 바깥 말로 소위 디버프라 부르는 것들이 줄줄이 제 몸에 걸리며 검기의 폭풍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편법따위가 통할 것 같은가!"
기합으로 주술들을 끊어내며 날아드는 청년의 대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비껴냈다.
"무, 뭔 늙은이가……!"
"원래 늙은 생강이 맵다네."
강하고 빠른 검이다. 제 나이대의 검사중에서 제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그것 뿐. 너무 정직해서 그 궤적이 훤히 보인다.
"자네, 이화접목이라고 아나?"
돌진하는 청년의 힘을 막지않고 부드럽게 흘리며, 그대로 그의 손목을 잡아 몸을 들어올려 허공에서 한 바퀴 돌린 다음 쿵! 땅에 메다꽂았다.
"카이저님!!"
"호? 자네 이름이 카이저였나?"
"…… 아."
그의 이름을 외쳤던 마법사가 제 입을 가리며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주변 마법사들에게서 쏘아지는 시선이 제법 매서웠다.
그러는 사이 땅에 파묻혔던 청년이 벌써 끙, 신음을 내며 대검을 짚고 일어났다. 튼튼하지고. 기초 훈련이 참 잘되어 있어.
"다시 묻겠네. 자네들은 누군가?"
"대답할 수 없습니다."
"나도 눈이 있네. 자네들은 이런 도둑질에 어울리는 이들이 아니야. 마법과 검 모두 훌륭하지만 어두운 일을 하기엔 전혀 적합하지 않아."
흙투성이 얼굴이 찌푸려졌다.
"늙은이의 연륜을 얕보지 말게나 청년."
저들이 왜 사당 안에 보관중인 물건을 노리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이유는 알아야 했다.
"……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시간을 끌어라."
마법사들의 뒤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하고 있던, 그러나 이 무리의 우두머리일 것이 분명한 남자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하아아아─!"
청년은 기합을 내지르며 주홍색 불꽃을 온 몸에 휘감았고, 잠시 후 불꽃이 사그라들었지만 오히려 더 시선을 잡아끄는, 용을 형상화한 듯한 형태의 곳곳에 금테를 두른 매우 화려한 붉은색의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허……."
"제압은 포기하겠습니다. 전력으로 가도록 하죠."
대검과 비슷한 형태의 검들이 타오르며 청년의 등 뒤로 떠올랐다.
이거 참.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구먼!"
억눌렀던 힘을 방출하자 응축시켜놓은 근육이 구름처럼 부풀어올랐고, 상의가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변한 제 모습에 당황했는지 청년의 검끝이 흔들렸다.
"아아, 많이 늦었지만 특별히 알려주겠네. 나는 지고의 수련의 탑, 무릉도장의 마지막 층을 담당하고 있다네."
요즘 젊은이들이 거기까지 올라오지 못해 한가하지만.
"바깥 말로 하자면 소위 '라스트 보스'일세."
떨어져 있는 검은 옷의 지휘관이 미미하게 찡그리는 것이 보였다.
***
검호side.
현실 보정이 너무 과하잖아아아아─!! 무공이 너무 쎄!! 늙은 생강이 아니라 할리피뇨 고추잖아 저거!
진짜 저거 뭐냐고?! 헌터X헌터의 비스케냐? 아니 그거보다 더하잖아! 거의 헐크급이야! 이 세계의 질량 보존의 법칙은 어디로 간겁니까아! 잘 생각해보니 마법이 있다는 시점에서 옛저녁에 휴지통에 쳐박혔을 것 같지만.
무릉에 대해 몇 달동안 정보를 모았지만 무공에 대한 정보는 어이없을정도로 적어서 그림자 무사를 시켜 밖으로 보낸거였는데…… 저 팬더 양반이 무릉도장에서 거의 안나와서 주변 사람들이 아는게 있어야지. 무릉도장은 인게임에서 여러번 패치되어 실제 무공의 강함이 어떤지 제대로 예측할 수도 없어 카이저를 데려왔건만 그마저도 부족해 보인다.
"소드댄서님. 이 틈에 봉인석을 가져오는게……."
지금 나더러 헐크와 건담의 격전지 한복판을 가로지르라는 거냐. 가능하다면 거절하고 싶은데 다른 마법사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무공에게 디버프를 거는데 바빴다. 나 말고는 할만한 사람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무공은 정말 머리까지 피가 돌았는지 사당이고 나발이고 신경쓰지않고 카이저하고 싸우는데 정신이 팔려있어 보였다.
"…… 다녀오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팔만 멀쩡했으면 이런 상황이라도 보신정도는 할 수 있었을텐데. 익힌지 2년도 채 안되는 어검술과 격투기 소양이 나쁜건 아니다만 영 미덥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저 둘의 싸움이 끝날때까지 손놓고 있을 수도 없고.
다시 말하지만, 시간이 없어.
'시작부터 이러면 다음 지역에선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무릉이 제일 쉬울거라 생각했는데 쉬운게 이정도면 하드 난이도일게 뻔한 에레브와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는 뭔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사방으로 튀는 검기 파편과 자갈들을 검을 조종해 쳐내며 사당 앞에 착지하자 땅이 뒤흔들릴정도로 격한 싸움의 충격파에 입이 바싹 말라왔다. 무사히 끝내고 돌아가면 이데아한테 앞으로의 작전 점검 다시 해달라고 해야지 진짜─
"어딜 까마귀처럼 기웃거리는가!"
무공이 쏜 에네르기파…… 가 아니라 장풍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와 식겁하며 검으로 가른 나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사당문을 열어젖혔다.
큼직한 석판에 떡하니 박혀있는 복숭아 모양의 보석. 무릉을 대표하는 물건은 선도(仙桃)였다.
"한눈 팔지 마시죠!"
전신을 주먹찜질당해 숨을 헐떡이던 카이저가 수 자루의 검을 떨어뜨려 일제히 폭파시켰다. 그러나 폭발을 뒤집어썼음에도 연기를 뚫고 탱크처럼 나에게 달려드는 무공의 무지막지한 맷집에 경악했다. 저거 어디가 늙은이야!
"일단 죄송합니다."
다리를 벌려 몸을 낮춰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피하고, 대신 박살난 사당의 파편들을 어깨에 걸쳐두었던 겉옷을 휘둘러 쳐냈다.
"봉인석은, 저희가 가져가겠습니다."
다리뼈를 작살낼 힘을 실어 차서야 자세가 무너졌고, 이어서 목뼈를 부술기세로 팔꿈치를 내리찍어서야 겨우 무공을 기절시킬 수 있었다.
…… 어쩌다 내가 노인공경이 아니라 노인공격을 하게 됬는지. 생각해보니까 메이플 월드 온 첫날부터 그랬던 것 같지만.
"이제, 끝나셨습니까?"
"최대한 빨리 일대의 전투흔적 지우고, 이 사람 기억도 지워라. 그리고 카이저 넌……."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신창이가 된 카이저를 보니 죄책감이 물씬 들었다.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마법을 쓰다 지쳐 늘어진 노바족 마법사들이나 발치의 기절한 무공까지.
이 짓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해야하지.
"포션 마시고 빨리 몸 추슬러라."
"알겠습니다."
봉인석 회수는 이제 막 시작일뿐인데 마냥 속이 쓰렸다.
========== 작품 후기 ==========
블랙윙 전력이 늘어난만큼 봉인석 보안도 레벨 업됬습니다.
@반월유화 - 재밌으시다니 다행입니다.
@qkzks135 - 둘은 틈만 보인다면 서로에게 칼빵을 놓을 그런 관계니까요.
@E토 - 늦어서 죄송합니다.
@크리잔 - 라테일 스토리는 암울하죠.
@마서 - 이런저런 것에서 무리하다가 낫는게 늦어짐.
@Sisre - 그리고 은월은 또 다른 곳에서 봉인석 회수중.
@카한Kahan - 일단 올해 안에 완결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어의예감 - 빡돌면 앗 하는사이에 갈기갈기 찢겨졌겠죠.
@루엔시르온 - 본인은 스스로의 변화를 그리 좋게보지 않습니다. 블랙윙에 익숙해져서 좋을건 없으니까요.
@건전한독자 - 여기의 검호는 주인공보정을 받고 있으니...
@노란우산s - 군단장, 모험가, 연합 등등 쓸게 많아서 머리 아픕니다. 검호가 아니라 스우가 제네로이드화 되고 있다는거.
@ㅇㅇ군 - 파픈은 좋은 곳 갔어요.
@Ratios - 사실 검호도 기회만 잡히면 오르카를 죽일 계획이라는걸 생각하면 뭐... 오르카의 미래는 스우 못지않게 암울함.
@심온 - 외전 보세요.
@여행자구름 - 스우가 검호에게 하는 말의 반은 도발이고 나머지 반은 정보를 얻기위한 떠보기입니다. 현재 스우는 검호의 현 목표(봉인석 모으기)는 알고 있지만 왜? 그런지는 모릅니다. 그걸 알기위해 이런저런 말을 거는거.
@좀비라스 - 유명하지 않다고 했지 약하다고는...
@ReFrante - 하도 구르다보니 검호의 머릿속에 '골절=아프고 불편하지만 생명의 위험은 없음'이 되버렸음...
@케르닉 - 둘은 어둠의 정령, 타협도 설득도 불가능한 순수 악이라는 포지션입니다.
@흑접아 - 나중에 스우가 거대 사고를 칠겁니다.
@Blake117 - 진짜 스우 몸이었으면 사지절단 했겠죠.
@적현월 - 사지골절=괜찮은 제압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 마법과 포션이 범람하는 세계인고로.
@류동지 - 나중에 나인하트vs이데아라는 책사 대결을 생각중.
@이년아 - 아란은 아직 리엔에 있습니다. 세피로트는 매우 험난한 임무를 수행중. 프라이쉬츠는 나중에 세피로트와 어찌어찌 트립퍼 매치를 벌일 계획이 있고, 키네시스는... 일단 큰 역할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레시코 - 엮일 세력이 한둘이 아님.
@Eluines - 스우는 프로 어그로가 분명합니다.
@Yoontlemin - 겨우 돌아왔는데 자주 못 올려서 죄송합니다.
@올블랙메인쿤 - 저 왔어요~
@리아카에린 - 현재 검호는 내부의 적(스우), 외부의 적(연합, 레지스탕스, 모험가), 정체 들키면 돌변할 명목상 아군(군단장)들과 여러모로 피터지는 싸움중.
@라그실 - 한달이 참 빨리 가더군요... 내 방학.
@칼크래프트 - 이 글에서 스우는 자신의 능력을 가능한한 매우 위험하게 사용할겁니다.
@Yukilan - 매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허공말뚝 - 나으면 탈출하거나 뭔 일 치겠죠 당연히.
@창공의보석 - 휴재없이 쭉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darkdestiny - 한달이 빨리 가더라고요.
@밤일 - 혹은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자해하는 형태로 푹찍 할 수도 있고요.
@좌절거북이 - 여기서 무릉은 그 인지도때문에 정보 구하기가 힘들고, 만렙에 가까운 히든 보스가 서식하는 곳.
@책벌레님 - 꾸준히 코멘 남겨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