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ril Fools' Day --> 만우절. 영문으로 하자면 April Fools' Day. 전 세계적으로 즐겁게 구라치고 낚시하며 노는 이 날, 작가 무차린다는 무슨 구라로 독자들을 낚을까 고민했다.
"……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이번 학기 장학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중한다고 공지올릴까."
"얌마. 그러면 아무리 만우절 구라라도 독자들이 욕해."
"선작이 수 백 단위로 떨어지는거 보고싶냐."
검호와 아이의 타박에 무차린다는 좌절했다.
"하지만 그 이상 임팩트있는 구라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임팩트만 있지 진짜 그거 믿고 눈물 흘리며 선삭할 독자는 뭐가 될지 생각을 해 병신아."
"3월 가는줄 모르고 덜컥 만우절 외전 쓰려고 하면 뭐 생각날리가 있나."
"ng외전은 2번이나 우려먹었단 말이야! 또 그거 쓰긴 싫어!"
작가가 좌절하든 말든 검호와 아이는 혀를 찰 뿐이었다. 두 사람은 주인공과 중요 조연! 스토리에서 잘릴 일만큼은 절대 없었기에 작가에게 개길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웅크린채로 한참 머리를 싸매고 있던 무차린다가 고개를 치켜들며 외쳤다.
"그래 그거다!!"
"뭔 쓸데없는 생각을 한거냐."
"오늘은 만우절! 구라치는 날! 그냥 다같이 뻥치는거나 쓰는거야! 거창하게 할 거 없어!"
"…… 아 그래. 난 미리 빠진다."
"나도 좀 빠질게."
"주인공이 어딜 빠져?!"
검호는 작가에게 붙들려 끌려갔다. 오늘은 좀 쉬게 해달라고 중얼거렸으나 당연히 무시당했다.
그리하여 검호입니DA에 출연했던 온갖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뭐야 이 급전개!!"
"어차피 이건 글이라서 니들 모으는데 한 문장이면 충분해."
"제 4의 벽 그만 좀 넘어!"
"그딴건 첫 줄부터 넘었다고! 자, 이제부터 너희들이 뭘 하면 좋을지 말하겠다! 똑똑히 잘 듣도록!"
난데없이 끌려온 등장인물들의 불평불만을 무시하며 작가는 말했다.
"무엇이든 좋으니까 독자님들에게 재밌는 거짓말을 각자 하나씩 해라!"
"진짜 저렇게 허접한걸로 가는거냐……."
"냅둬 마스터. 학기 초부터 과제들이 쏟아져서 작가 머리가 많이 맛이 갔어."
"안하는 놈은 앞으로 출연 없다!"
[우우우우우──!!]
미친. 검호의 중얼거림이 묻힐만큼 장내에는 험악한 야유소리로 가득 찼다.
"닥쳐! 작가는 나야! 니들 출연시키고 말고는 내가 정한다고! 가뜩이나 캐릭터들이 많아져서 등장빈도 조절하는게 얼마나 빡신데! 마침 군단장들도 깨어났겠다 이참에 대거 정리해버리는 수가 있어!"
"거기다 앞으로 더 넣거나 다시 등장시킬 캐릭터들까지 생각하면 그냥 키보드를 박살내고싶은 심정이겠지."
"심지어 쓰고 있는 노트북 자판 상태가 영 뭐해 ㅆ받침이 ㅅ으로 자주 나와 은근히 거슬린다나. 아, 만약 향후 본편에서 이런 오타들을 발견하면 코멘으로 제보 좀─"
"딴소리 하지말고 너희도 거짓말 해!!"
검호와 아스카는 하? 반문했다.
"거짓말이고 나발이고 어차피 넌 우리 절대 못 자르잖아."
"주인공 없이 굴러가는 소설이 어디 있어?"
"흥! 그래. 니들 콤비는 절대로 못 자르지. 하지만!"
작가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제발 죽게 해달라고 애원할만큼 본편에서 굴릴 수는 있어!!"
"…… 아 XX."
"마스터 진정, 진정해."
"놔 아스카. 저 망할 작가를 조지고 이 웃기지도 않는 외전을 다음 줄에서 끝내겠어."
"그랬다간 다음 편도 안나와. 이걸 봐주는 독자들을 생각해달라고."
아스카는 버서커 드라이브와 광폭 스킬이 동시에 켜지려는 검호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결국 두 사람은 작가와 함께 거짓말 평가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향후 본편 출연률을 사수하기 위해 거짓말을 쥐어짜냈고, 잠시 후 그 결실들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데몬이었다.
"음…… 사실 제 머리는 생머리가 아니라 매일 아침마다 고데기로 편겁니다."
"아 진짜?"
"원래는 반곱슬머립니다. 어머니도 그랬으니까요. 슬슬 이것도 귀찮으니 조만간 스트레이트 파마를 할까 합니다."
"좀 그럴싸하네."
출연률을 확보한 데몬은 잘하셨어요 데몬님! 이라고 외치는 마스테마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물러났다.
다음 차례인 루미너스는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하나 한숨을 내쉰 다음 말했다.
"내 왼쪽 빨간 눈은 진짜가 아니라 컬러렌즈다."
"엥?"
"그런데 하도 오래 썼더니 이쪽 눈만 충혈되서 빼도 될 것 같다."
"진부하네."
"…… 이렇게 해서까지 출연률을 올려야 하다니."
"좋아 다음."
간만에 나온 카이저는 숨을 들이쉬며 외쳤다.
"저는 사실 티어가 아니라 이데아님을 좋아합니다!!"
"어이 잠깐만?!"
"전 연상 쿨계 취향이에요!"
예상치못한 일격에 이데아와 티어-엔젤릭 버스터는 나란히 벙쪘다.
"너, 너, 너어어어─! 카일 너 거기서!!"
"…… 출연률보다 생존률을 걱정해야겠군 저놈은."
검호는 얼어버린 이데아와 도망치는 카이저를 쫓아가는 엔젤릭버스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카이저의 다음 순서인 팬텀은 카지노 딜러처럼 카드를 쫘라락 섞으며 말했다.
"이것들 사실 크로우 카드야."
"어이!!"
"하나 봉인해제 해서 보여줄까?"
케인을 흡사 비둘기 머리같은 지팡이로 바꿔보인 것을 본 검호가 외쳤다.
"하지마! 그리고 요즘 애들은 크로우 카드가 뭔지도 몰라!"
"그럼 다른걸로 할게. 내가 쓰는 카드들은 각 마을 잡화점에서 산 걸 코팅해다가 던지는 거야."
"코팅지가 방탄이냐."
팬텀은 가볍게 어깨를 으슥여보였다. 이제 다음 사람?
메르세데스는 엘프 특유의 길쭉한 양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거 탈착 가능이야."
"…… 응?"
"잘때는 불편해서 떼낸 상태로 자."
"상상하니까 엄청 골룸해지는데."
"그렇게치면 머리 위에 솟은 동물귀도 마찬가지잖아? 가뜩이나 일러스트 바뀌면서 귀걸이까지 하게 됬는데 무거워서 죽을 맛이라고."
다음 타자인 은월은 조금 우울하게 말했다.
"존재의 시간을 잃은 이후 투명화 스킬을 쓸 수 있게 됬다."
"어…… 도저히 축하한다고 말하면 안될 것 같네."
"당연히 거짓말인데 왜 믿는거냐."
"왠지 그럴싸했어."
그 말에 은월은 스르륵 자리에서 사라졌다. 야 잠깐만! 진짜로 쓸 수 있는거였냐!
외전이기에 원래 몸으로 나온 스우가 뚱하게 말했다.
"저는 사실 여잡니다."
"아 그래."
"…… 반응이 너무 시큰둥한거 아니에요?"
"넌 실제 게임에서 어느 날 여자로 성별이 바뀌어도 위화감이 없으니까."
아니 대체 어떤 남자애가 사이하이 삭스에 핫팬츠를 착용하냐고. 처음 스우가 등장했을때 몇몇 사람들은 보이쉬한 여자애로 착각했었다니 말 다했지.
"심지어 너 블랙헤븐때는 하의실종 패션으로 나오잖아."
"실종은 아닙니다! 겉옷 안쪽에 입고 있어요! 아마도……."
"겔리메르가 그쪽 취향이라 않입힌건 아니겠지?"
설마. 오싹한 가정이 떠올라버렸다. 스우놈도 마찬가지인지 창백한 안색이었다.
"만약 제네로이드화 끝났을때 진짜 하의실종당하면 하다못해 당신이 핫팬츠라도 입혀주세요 제발."
"내가 왜?"
"쓸데없이 현실적인 이 작가가 싸우는 와중의 판치라를 묘사하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젠장 상상해버렸어. 내 눈 아니, 내 뇌. 검호는 결국 스우 놈에게 옷을 입혀주기로 약속해버렸다. 한편 저쪽에서 루티와 쑥덕거리던 제논이 다가오더니 기계적으로 말했다.
"제 몸 안에는 커피 포트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현실성이 없잖아 있지만 믿긴 힘든데."
"겔리메르 박사님은 연구하면서 밤을 새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일일이 커피를 타기 힘들어서 그냥 제 몸에 커피 포트를 설치하셨거든요."
사실이면 진짜 쓸때 없는 기능이다. 얘 전투병기라며?
"지금 여기서 하나 뽑아드릴수도 있습니다. 입이랑 코로 나오긴 하지만."
"그건 커피가 아니라 다른 의미의 코렁탕이잖아!"
그때 카일을 홈씬 두들겨패고 마침내 돌아온 엔젤릭 버스터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전 사실 남자에요!!"
""에엑?!""
"그건 무리수잖아! 그리고 그거 이미 스우가 써먹었어!"
"거기다 오토코노코인 스우하고 달리 엔버 넌 흉부쪽에 그……."
"아이돌 컨셉을 위해 뽕 넣은 거에요! 그리고 이제부터 전 매그너스와 사귀기로 했어요!"
"원조교제잖아! 누가 저거 좀 말려!"
아수라장이 된 장내를 가라앉히는데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간신히 상황이 정리된 뒤, 이걸 계속 해야하나 회의감이 들 무렵 에반이 번쩍 손을 들며 물었다.
"이번엔 제 차례죠?"
"그래."
"에에, 그럼……."
에반은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루미너스 씨와 팬텀 씨는 사실 연인 사이에요!"
"뭣?!"
"그게 무슨 소리야 꼬맹이!!"
"꼭 저와 관련된 거짓말을 해라는 법은 없었잖아요?"
확실히 그런 조건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거짓말이라도 그건 용납할 수 없다!"
"거기다 왜 하필 저 샌님이야! 저놈은 여자조차 아니잖아!"
둘의 열렬한 반발에 에반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야 두 분이 엄청 사이가 나쁘시니까요."
"그건 또 무슨 엉터리 논리……."
팬텀과 루미너스는 묘하게 웅성거리는 사람들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역시 그런거였나?"
"은근히 잘 어울리는것 같기도."
"어쩐지 서로 자주 부딪힌다 싶더니……."
"커플이라 싸우는거였어!"
쩍 벌어진 입에 주먹을 대여섯 개는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째선지 에반의 말은 거짓말로 치부되지 않고 상당히 일리있는 말로 취급받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이쪽 계통의 부정적인 소문이 더 잘 퍼진다더라고요."
"꼬맹이 니놈……!"
"저랑 싸우시게요?"
에반은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지팡이를 들어보였다.
"스오썬, 다오썬, 브레스. 어떤 순서로 날려드릴까요?"
현 메이플스토리 최고의 DPS 소유자의 패기는 매우 강력했다. 처음 출시되었을때 장에반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것을 생각하면 천지차이를 넘어 우주구급 차이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세 사람이 치고박고 싸우든 말든 또 말리기 귀찮아진 검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싸움터에서 몸을 뺐다.
"내가 없는 사이에 뭐가 어떻게 된건지 애가 아주 그냥……."
"저 애가 내 후계자야?"
"프리드?"
죽은 애는 또 왜 온거야. 딴에는 사망자라는 표시인지 머리에 천사링을 달고 있는 프리드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부활은 못하지만 그래도 업적이 많아서 이름은 꾸준히 언급된다고 일단 오긴 왔는데."
"거짓말은 준비했나?"
"응."
프리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 사실 3번쯤 결혼했어."
"푸웁─!!"
"중간중간에 양다리도 걸쳤고."
야 임마! 대마법사가 그래도 되는거냐?! 구라인건 알지만 대미지가 심해!
그리고 프리드가 날린 스트레이트 펀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라스트 보스가 등장했다.
[난장판이군.]
"…… 댁은 또 왜 온거지."
[어차피 군단장들은 언제 어떻게 처리될지 다 정해져 있지만 난 그래도 최종보스인데 결말 전에 내 출연률이나 높일까하고 왔다.]
"그런거 안해도 존재감 높잖아?"
망할 작가때문에 니놈한테 빠진 게이라고 오해받고 있다고. 상당히 짜증났는지 어둠이 물씬 피어오르고 있는 검은 마법사를 보며 검호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서 거짓말은?"
[음…….]
검은 마법사는 마른 고목같은 손으로 턱을 쓸다 말했다.
[나는 사실 너의 전생이다.]
"이고깽도 그렇게 설정 대충 짜지 않아 이 양반아!!"
[I am your father는 너무 유명해서 식상하지 않은가.]
"차라리 그거로 해!"
[근데 난 이미 다른 아들 있지 않나.]
그는 한참 에반과 싸우고 있는 루미너스를 가리켜보았다.
"아들이라기보단 분신 아니었나."
[그럼 그쪽 말대로 다른걸 해보지.]
검은 마법사는 하얀 마법사쪽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미관상 이쪽이 훨씬 더 낫네.
"사실 제 머리는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떡진겁니다."
"하?"
"연구하는데 머리 감을 시간이 어디있어요? 장발인 이유도 자르기 귀찮아서 냅두다보니 길어진 거에요."
"…… 내 반경 10m 밖으로 꺼져."
"왜 그럽니까? 어차피 거짓말인데."
검호는 바퀴벌레를 본 사람처럼 쭉 뒤로 몸을 빼며 말했다.
"그 크림 스파게티 얹은 것 같은 머리가 무스 바른게 아니라 떡진거였다고? 미친."
"잠깐만요 검호. 오늘은 만우절─."
"마스터한테서 떨어지라고 크림 스파게티!"
온몸을 던져 그의 접근을 막는 아스카의 행동에 하얀 마법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쨌든 이름있는 조연들은 모두 출연률을 확보해내는데 성공했고, 그외 기타등등은 별다른 상향없이 처음대로 밀고나가기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결국 이거 한 의미가 대체 뭐야?"
"없어. 개그 외전이 다 그렇지 뭐."
"아, 나도 거짓말 해도 돼 마스터?"
"하지마. 우리 파트 끝났어."
"…… 칫."
아스카와 검호는 결국 본편을 만들러 갔다.
========== 작품 후기 ==========
이 외전 안썼으면 진짜 연중 공지를 만우절 낚시용으로 올렸을거임. 레알.
다른 인물들(기타 군단장들과 트립퍼, 오버시어)의 거짓말도 쓰려고 했으나 과제가 밀려있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