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반side.
회의는 그 이후로 사실상 강제 종료되어버렸다.
엘프들의 마을이 윙마스터 오르카라는 군단장에게 습격당한 것도 모자라 보관중이던 봉인석까지 강탈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마을에 서있던 신목이라는 것이 토막난데다 알 수 없는 저주에 걸려 말라 비틀어졌다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얼음에 갇힌 엘프들에게는 피해가 없었다지만 뮤네라는 엘프 아이가 납치되었기도 해서 여제님은 결계를 잃은 에우렐을 위해 기사단을 파견시켜주겠다고 약속해드렸다.
군단장들의 행적도 그럭저럭 확실해졌다.
"8백년이란 시간은 아마 힘과 군단을 회복하고, 정보를 숨기는데 쓰였을겁니다."
"무슨 정보요?"
"봉인석과 영웅, 군단장, 검은 마법사에 대한 것 말입니다."
숨긴것 치고는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알고 있던데. 그런 내 생각을 바로 읽으셨는지 나인하트 씨는 서류를 처리하며 이어 말하셨다.
"뭐, 그 시대를 직접 살았던 분들이 꽤 있어서 크게 의미는 없어졌지만요."
[그럼 군단장들은 8백년어치 뻘짓을 했다는 말?]
"아 그건 아닙니다."
미르의 말을 단번에 부정한 나인하트 씨는 한 차례 기지개를 켰다.
"일단 봉인석들의 행방이 지금도 오리무중이고…… 결정적으로 현재 남아있는 군단장들이 누구고, 어떤 상태인지 완전히 공백입니다."
"군단장들은 데몬 씨랑 구와르 씨가 다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옛 시간의 신관 아카이럼, 네크로멘서 힐라, 사자왕 반 레온, 윙마스터 스우와 오르카 그리고 프라이쉬츠. 현재 이쪽으로 전향한 데몬 씨와 구와르 씨, 이미 8백년 전 모종의 이유로 배신했던 파픈스타라는 여자와 구와르 씨를 죽이고 사라진 매그너스를 제외하면 남은 이들은 저렇다고 말했다.
"검은 마법사가 바보가 아니라면 어디서 인원을 충원했겠죠. 설마 과거 그 멤버 그대로겠습니까."
[봉인되어 있는데 어떻게?]
"거기까진 알 수 없지만 봉인되는 와중에도 영웅분들에게 저주를 뿌린 사람이니 어떻게든 했겠죠. 증거도 보이고요."
당장 마족 출신의 군단장이었던 데몬 씨가 이쪽으로 전향했음에도 처음 보는 형태의 마족 군단이 루디브리엄을 습격했다는 것은, 어쨌든 새로운 마족 군단장이 영입되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하셨다.
"빠진 인원만큼 보충됬다고 가정하면 4명,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대체 왜 세계를 멸망시키겠다는 사람을 따르는건지 모르겠네.]
"…… 죄송합니다. 그런 사람을 따라서."
여태껏 쥐죽은듯 조용히 있던 데몬 씨가 웅얼거렸다. 미르, 저분 여기 계셨다고. 너무 조용해서 까먹고 있었어 마스터. 나인하트 씨는 데몬 씨를 잠시 응시하다 말했다.
"사람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는 법이죠. 하물며 충성을 바치는만큼의 대가가 확실하게 돌아오는 주군이라면 나름 모시는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거 굉장히 위험한 수위의 발언인데.]
"군단장들이 충성한 이유를 들어보니 검은 마법사라는 양반, 다른건 몰라도 피드백은 확실해 보이잖아요?"
"그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영원한 젊음을 원한 이에게 불로를, 복수를 원하는 이에게 힘을, 즐거움을 원하는 이에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육체를. 그에 따른 대가도 있었다지만 어쨌든 군단장들은 그에게 충성함으로 원하는걸 즉시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혹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충성한 이도 있었다고.
'주군이 아니라 거의 물주인데 그거.'
이런 생각이 드는건 기분탓인가.
"아무튼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두 분을 따로 부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드디어 본론이다. 회의가 끝나며 사람들이 해산했지만 나와 데몬 씨는 어째선지 따로 불려 남았다. 나인하트 씨는 차분하게 물었다.
"두 분이 오르비스 탑 반파 사건을 근접거리에서 보신게 맞습니까?"
"아, 네."
"당시 탑 가까이를 지나고 있던건 맞지만 그때 탑은 이미 공격당한 후였습니다."
"그럼 질문을 바꾸도록 하죠. 그때 탑을 공격한 군단장을 목격했습니까?"
"누군가랑 싸우고 있던 사람을 보긴 했어요."
데몬 씨가 겨우 구했는데 치료가 끝나자마자 인사도 없이 휙 사라져버린 그 남자. 폭발을 뒤집어써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는 바람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일단 적은 아닌것 같았다. 만약 적이었으면 비행선에 타고있던 우리를 지키러 달려오지도 않았겠지.
"그는 군단장과 싸우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군단장이 누구인지는 알겠습니까?"
"육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황금색 빛줄기를 쏘아내는 군단장은 제가 아는한 한 명 뿐입니다."
프라이쉬츠. 데몬 씨와 구와르 씨가 군단장에 대해 알려줄때 들은 이름이 나왔다.
"솔직히, 그걸 보지 못했어도 이 시점에 오르비스 탑을 반파시킨다는 일을 저지를만한 사람은 그밖에 없습니다."
[그놈이 어떤 놈이길래 그래?]
"그는─."
데몬 씨는 잠시 말꼬리를 늘이며 생각에 잠기다 이내 말을 이었다.
"사이키커와는 다른 의미로, 착실하게 미친 사람입니다."
어째 만나고 싶지 않은 설명이다. 나인하트 씨는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쭉 질문을 하셨고, 그렇게 두분 사이에 대화가 오갔다.
"현재 메이플 월드 전역이 군단장들의 습격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에델슈타인만 혼자 조용한 상황입니다. 어째서인지는 둘 다 알고 계실겁니다."
"그야 물론."
"블랙윙에게 점령당해서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그리고 블랙윙은 현재 군단장 휘하의 조직으로 유력해보이는 상황이죠."
유력하다=사실상 확정이라 봐도 된다. 이번에 에우렐을 습격한 윙마스터 오르카에 대해서 예전에 팬텀 씨가 흘렸던 말도 있고, 결정적으로 데몬 씨가 블랙윙 아지트내에서 윙마스터를 만난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에델슈타인을 더이상 내버려 둘 수 없게 됬습니다."
"뭘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일단 데몬 당신은 현재 레지스탕스 소속이라고 하셨죠? 이번에 돌아가실때 그쪽에다 이 서신을 전해주세요."
"제가 거기 신세지고 있는건 맞지만 레지스탕스라 하기엔 좀─"
"당신 아니면 전달할 사람 없습니다. 그냥 해주시죠."
처음부터 시킬 생각이었구만 저 사람. 미르의 중얼거림에 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인하트 씨는 리린의 오빠야.
"어떻게든 레지스탕스 대표들까지 불러다 새로 회의를 열고, 제대로 된 메이플 연합을 만들어 현재 상황에 대처하자는게 여제님의 생각이시거든요. 하지만 과거 저희 에레브와 레지스탕스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오늘날까지 관계가 안좋은지라 접촉이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 알겠습니다. 지그문트에게 서신을 전달해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에반."
"네?"
나한테는 뭘 시키시려고? 그러나 나인하트 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의외였다.
"검호 님의 현재 행방에 대해 아는거 있습니까."
"스승님요?"
"오늘 회의에 오지 않은 영웅은 두 분. 괴도 팬텀과 검호 님입니다. 그나마 팬텀 씨는 최근에 블랙윙에 잠입했던걸 에반 당신이 봤다했고, 영웅분들의 말에 따르면 원래부터 단독행동을 즐겨했다 하니 크게 걱정은 안됩니다만 검호 님은 어째서인지 모르겠군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가 약 2년 전 마지막으로 스승님을 보았던 때를 나인하트 씨에게 말해드렸다. 오르비스에서 미네르바 여신님을 구한 이후 스승님은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여섯갈래 길, 그곳에 생겼던 포탈같은 것에 들어가 어딘가로 가버리셨다고.
"으음…… 그렇습니까."
"저도 그 뒤로는 만나지 못해서 지금 스승님이 어디에 계신지는 몰라요."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군요."
"뭐가요?"
나인하트 씨는 머리아픈듯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했다.
"당장 든 의문점만 해도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그분이 어떻게 거기 포탈이 있고, 그게 어디로 이어져있으며, 거기 상황은 또 어찌 알고 있는지가 걸리는데…… 뭐 들은거 없습니까?"
"아니요 전혀."
"곤란하군요. 지금 그 포탈의 상태에 대해서는……?"
"안그래도 예전에 찾아가본적이 있었는데, 그새 사라졌더라고요."
스승님은 금방 오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않오시는걸 보면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스승님을 지금까지 발목잡는 일이 존재하나? 그런게 있다면 군단장보다 그쪽이 더 문제일 것 같은데.
***
검호side.
아 X발.
"어머? 니가 소드댄서라고?"
"그렇, 습니다만."
내가 왜 여기서 저 여자한테 성희롱당하고 있는거지.
"오르카 그 꼬맹이한테 아까운 부하네."
"과찬이십니다."
"내가 빈말하는것 같아?"
입꼬리 부근에 일어나는 경련을 참는데 안간힘을 다 써야했다. 하도 웃을 일이 없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안면근육이 지금 이순간 이렇게까지 고마울수가. 안그랬으면 진작에 얼굴이 무지막지하게 구겨졌을 것이다.
"거기다 의외로 예쁘장한 얼굴이고."
'저 망할 아줌마가 뭐라는거야.'
길고 우아한 손가락이 턱을 당겼다. 어딜 건드리는거야 이 여자가! 살이 닿은 즉시 내질러지려는 주먹을 제자리에 고정시키기위해 내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는동안, 힐라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날 샅샅히 뜯어보았다.
이 상황에 이데아는 다른 급한 일이 있다며 - 군단장을 대면하는 일보다 더 급한 일이 뭐가 있는지 - 가버렸고, 겔리메르는 오르카 외의 실제 군단장을 보자마자 이 늙은이는 물러나겠다며 GG치며 줄행랑, 오르카는─
"그 빈약한 꼬맹이는 버리고 내 쪽에 와볼래?"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내 부하한테 손 떼 아줌마!"
"누구더러 아줌마라는거야 이 꼬맹이가?"
옆에서 신경질을 부리고 있다. 지금은 스우가 없는 관계로 현재 오르카는 군단장중 가장 약한 힐라보다 약해진 상태이기에 그녀를 쫓아낼 수도 없는 것이다. 아 젠장, 제발 둘 다 꺼지든가 날 여기서 나가게 해줘. 양 손에 꽃이 아니라 성게를 들고 있는 기분이라고.
거기다 애초에 생각할 가치도 없지만 그란디스의 일 이후로 바다에 이어서 언데드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겼기에 힐라의 군단은 내 정신건강에 심각하게 안좋을게 뻔해서 저 제안은 1초의 고민할 틈도 없이 기각이다. 좀비든 스켈레톤이든 하여튼 움직이는 시체를 보면 뇌의 스위치가 자동으로 셧다운 된다고.
아니 것보다 왜 댁이 나한테 추파를 던지고 있는건데?! 오르카한테 용건있어서 온거 아니었냐!
"유감이네. 하지만 언제든 찾아온다면 받아주겠어."
"감사합…… 니다."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한다는게 이렇게 하드한 난이도의 일일줄이야. 언제 씹었는지 모르는 입벽이 아리다.
"그래서 왜 온거야 힐라?"
"며칠 전에 에레브의 여제가 대륙 회의를 열었다는건 너도 알고있지?"
"당연히 알지."
"또 연합같은걸 만들 모양인가봐. 질리지도 않게."
힐라는 머리색보다 더 붉은 입술로 비웃음을 그려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느리게 속이 부글, 하고 끓었다. 지금은 일단 참자. 참아야 해.
"이번에도 오르카가 여제 죽이러 가야해?"
"아니. 현 시대의 에레브는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하니까 지금의 꼬맹이 너 혼자로는 당연히 무리."
"뭐얏!!"
"내가 틀린 말 했어?"
"이이……!"
왜 여자들의 캣파이트 사이에 내가 있는걸까. 존재감도 흐려진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몸 뺄까.
"그럼 왜 여기 온건데 이 아줌마야!"
"프라이쉬츠랑 아카이럼은 같이 그분 근처에서 뭘 꾸미느라 바쁘고, 반 레온 그 남자는 여전히 성에서 시체놀이하면서 칩거중. 머리에 피도 안마른 신입들은 이쪽 말을 들어먹지도 않고 개인행동중이니 소거법으로 남는게 너뿐이더라고."
아, 역시 콩가루 집단. 이 부분만은 수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구나.
"어쨌든 연합은 만들어질거고, 그건 위대한 그분이 하시는 일에 거치적거릴게 분명하니까. 만들어지는대로 바로 해산시킬거야."
"니가 어떻게? 약하잖아 너."
"시끄러. 그래도 지금의 너보단 강하거든 꼬맹아?"
"그쪽 부탁은 거절이야 아줌마. 아니, 할머니."
"닥쳐!!"
좋아. 그냥 여기서 나가자. 나는 최대한 소리없이 일어나려고 했다. 갑자기 힐라가 내 어깨를 붙잡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귀여운 아가. 날 도와주겠어?"
오 씨X 하느님 지금 제가 뭘 들은거죠. 세상의 귀여움이 다 뒈졌나.
"에레브의 책사가 하필 리엔 출신이라서 말이지. 내 노예들로는 거기 전력을 상대하기 힘드니 니 부하들을 빌려줘."
미쳤다고 그걸 들어주겠냐. 아무리 노바족들이라 해도 연합원들이 득시글거리는 에레브 한복판에 떨구는건 지나치게 위험하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다. 철통 방어를 자랑하는 에레브에 잠입할 수 있는.
"…… 어떻게 연합을 해산시킬 계획입니까."
"지금의 여제는 정통성이 흐려. 자질은 퍽 있는 모양이지만 8백년동안의 전쟁으로 여제의 혈통에 대한 족보가 다 찢겨나가서 자신의 혈통을 제대로 증명할 수 없거든."
그걸 파고드는거야.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지금 감옥에 있을 스우에게 빙의당한 팬텀이 떠올랐다. 저걸 망쳐놓을 놈이 그 꼴이 됬는데 어쩐다냐.
***
이데아side.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는 기묘한 법칙이 있다.
그가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봉인석을 회수할 무렵 에델슈타인의 레지스탕스들이 블랙윙의 연구소 하나를 습격했다. 때때로 있는 일이라 그냥 넘길수도 있었지만 이번에 습격받은 연구소는 겔리메르 박사가 윙마스터에게까지 비밀로 하면서 만든 연구소였고, 하필 그 안에 있던 것이 박사의 걸작 제네로이드 - 제논이었다는게 문제였다.
제논의 탈출에 겔리메르 박사는 안드로이드들을 풀어 회수하려 했지만, 대륙회의를 소집했던 에레브에서 전 지역이 소란스러운 와중에 혼자만 조용한 에델슈타인의 반응에 의구심을 품고 곧 찾아올 기미가 보였기에 그를 진정시킨다음 무작정 들쑤시지 말고 소수의 병력으로 수색해보라 말해두었다.
겨우 그걸 수습했다 싶었을때 예고도 없이 깨어난 군단장 중 한 명이 블랙윙 아지트에 찾아왔고, 큰 일 벌어지기 전에 검호에게 넘겼으니 이것도 나중에 해결될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포션 레시피를 팔겠다는겐가?"
"예."
나는 마법사 협회 회장 하인즈와 거래를 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당신들에게 이득이 되실텐데 굳이 이유를 묻는겁니까."
"그대의 행동이 납득되지 않아서 그렇다네. 이 시기에 자네들이 판매하는 포션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지 잘 알고있지 않은가."
알다마다. 지금 행동은 숫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에레브의 책사에게 돌아간 테이아가 우리의 자금줄이 포션과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릴거고 - 그녀가 일하던 곳이 포션 레시피쪽 부서였으니 - 그러면 당연히 자금줄을 끊으려 들거다. 단순히 그거면 다행이고 어디서 생산되는지까지 알아내면…… 루타비스의 존재가 들킬지도 모른다.
"사실 굉장히 아깝습니다. 하지만 저희 역시 어쩔 수 없거든요."
"무슨 일이 생긴겐가?"
"예."
하얀 고깔모자 아래의 주름투성이 눈가가 움직였다.
"이번에 몬스터들이 날뛰면서 저희 역시 크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럼……."
"기껏 가꾼 텃밭이랑 사람들이 다쳐서, 약속했던 수량도 다 드릴 수 없게 되었죠. 그리고 앞으로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레시피를 판다고?"
"원래부터 저희 포션의 공급량은 수요량을 못 따라갔습니다. 이참에 여러분들에게 파는 쪽이 정말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당장 필요한 돈은 다 벌었으니.
"지금 대륙의 상황이 혼란스러운만큼, 이득만 밝히고 있을 수 없잖아요?"
"…… 참으로 올곧은 마음가짐이로군."
"과찬의 말씀."
그리고 어차피, 말을 이었다.
"협회뿐만 아니라 마이스터 빌과 마가티아에도 똑같이 레시피를 팔기로 했거든요."
"허?"
"거절하신다면 두 집단과의 경쟁에서 밀리실겁니다. 몬스터들의 준동으로 포션의 수요가 급등한만큼 말이죠."
이걸로 벌 수 있는 돈은 여기까지가 마지막이니.
"어떻게 하실겁니까 하인즈님?"
"아까 한 말은 정정하겠네. 그대는 참으로 똑똑하군."
"감사합니다."
나는 계약서를 그에게 내밀었다. 침중한 눈으로 그것을 살펴본 그는 곧 깃펜으로 서명했고, 마력각인을 남겼다.
"대금은 곧 치뤄주겠네."
"빠른 시일내로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니할 사막으로 갔던 은월이 비행유적과 함께 나할의 봉인석을 가져옴으로 최종적으로 남은 봉인석은 하나가 되었다. 하늘섬 에레브. 여제가 기거하는 곳인건 물론, 머지않아 만들어질 연합의 중추가 될 곳이라 방어기능이 나날히 높아지고 있어 빠른 시일내에 틈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때 문밖에서 쿵쾅거리는 시끄러운 발소리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더니 누군가가 요란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스승님!!"
"무슨 소란이냐 엘윈."
"저, 큰일, 큰일이……."
하인즈는 '이 무슨 데자뷰인지'라는 영문모를 말을 하며 엘윈이란 곱슬머리 청년이 숨을 고르는걸 기다렸다.
"헤네시스에 있던 니가 왜 갑자기 여기로 온게냐. 설마 또 몬스터들이 습격해왔느냐?"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러니까……."
어째 하인즈의 눈치를 슬슬 보던 엘윈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실험을 하다가 차원의 벽에 구멍을 뚫어버렸습니다."
"뭬야아─?!"
정말 장난아니게 큰일이네.
========== 작품 후기 ==========
검호가 오르카와 힐라 사이에서 스트레스 받는동안 다른 방에선 검호의 의지에 따라 두 여자를 벌집으로 만들려는 검들을 나가지않게 하려고 노바족들이 진땀빼고 있었다고합니다.
험한 일들을 겪어 분위기가 살벌해져서 그렇지 검호는 얼굴만 놓고보면 귀족가의 도련님처럼 곱상한, 예쁘장해보이는 타입입니다.
@건전한독자 - 일단 2개정도 활약이 있을겁니다. 이데아와 책사 배틀, 블랙헤븐때 또 어딘가에서 활약 정도? 조연치고는 분량이 있는 편.
@Jaiha - 정주행 감사합니다(화끈화끈). 하나하나 답해드리자면,
1. 팔찌는 검호가 회수했고, 나중에 사용될겁니다.
2. 데미안이 루타비스를 습격할때쯤?
3. 온갖 일들이 다 있었어요. 이때 있었던 일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검호가 하마한테 뇌 필터링을 안거치고 마구 폭언을 해서 울려버리고, 하마는 그런 검호를 멱살잡아 패려다 너무 무거워서(몸무게가 100kg을 거뜬히 넘는고로) 놓쳐 돌부리에 머리를 박게하는 등. 이외에 도둑질, 고성방가, 음담패설, 과음으로 인한 구토... 등 둘 다 캐붕될만한 일은 다 했습니다.
4. 아예 안먹었습니다.
5. 아니요. 파픈스타는 더이상 출연하지 않을겁니다. 에필로그 기다려야 할걸요.
6. 네. 하지만 인게임과는 좀 다르게 할겁니다.
7. 조연치고는 분량이 있겠습니다.
@SourcesMoon - 그 무슨 공포스러운 말을.
@Sisre - 밝힌다기보단, 밝혀지겠죠.
@적현월 -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든 알아낼 수 밖에요.
@갓타치 - 프리드는 설정부터 먼치킨이라 여기저기 붙여도 잘 붙더라고요.
@리세니안 - 봉인석이 모두 시오버 밥으로 가게될테니 다른 해독제를 미리 준비할듯.
@Legendssj2 - 검호:줘도 안가져.
@레시코 - 사실 초반의 검호는 말이 굉장히 험해서(트립 초반은 아직 남고딩 물이 빠지지 않았으니) 이때를 봤을때 프리드는 좀 멘붕이 됬지만 날이 갈수록 개고생만 해서 안구에 습기가 찼다고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1. 검호의 지식범위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말그대로 '헛소리'였음.
2. 적아불문하고 다른 의미로 검호한테 꼬여들었을겁니다.
3. 네. 두어번 죽었다 살아나니 생겨나버림.
4. 아뇨. 결과적으로 빛의 초월자가 되었을겁니다...만, 지금같은 검은 마법사는 아니었을거에요.
5. 힘만 따지면 현재의 검호가, 경험의 면에선 라테일의 검호가 더 강해요. 그리고 라테일의 캐릭터들(요컨데 트립퍼의 원본들)은 가장 약한 이도 영웅보다 강합니다. 당시 라테일 세상이 워낙 막장이라.
@칼크래프트 - 히오메를 안거쳤지만 나름 영웅들 사이에서 자리잡아가는 중.
@Eluines - 네. 아직도... 머지않아 풀릴겁니다.
@익재공 - 구와르 의인화를 생각했지만 기괴한 생김새가 아이덴티티니 내버려둠.
@여행자구름 - 아뇨. 메이플월드에 남아있는건 검호에게 있어서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Blake117 - 그리고 그 날이 별로 머지 않았고요.
@x흑란x - 한줄 요약이 이미 나와있잖아요?
@리화앨리스 - 그에 대해선 나중에 본편에 나올겁니다.
@대어의예감 - 그러니 존재의 시간 되찾으려고 저리 검호를 돕고 있죠. 시오버라면 정말 손짓조차 없이 간단하게 존재의 시간을 돌려줄 수 있으니까요.
@Ratios - 군단장들을 누가 죽이게 하는지도 고민중.
@Dt월 - 그 전에 군단장들과 싸우는게 먼저.
@라그실 - 그건 좀 더 나중에 블랙헤븐쯤.
@노란우산s - 저때 가지고 있던 검은 본인의 화려한 검이 아니라 일반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날이 휘고 손잡이가 구겨졌다는 언급이 나오죠. 검호의 검은 파괴불가라서 절대 안부서집니다. 더불어 안면인식장애 마법은 눈앞에서 보고도 검호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하기위해 걸어둔겁니다.
@류동지 - 괜히 드래곤마스터가 아님.
@좀비라스 - 은월은 대폭 힐링이 됬습니다.
@신월의사신 - 어디가 재미있는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허공말뚝 - 거의 다 털렸다는게 함정.
@진달래X - 이미 엔딩이 정해져있습니다.
@육합 - 오르카나 스우나 끝은 절대로 좋지 않을겁니다.
@카한Kahan - 당시 사람이 아닌 지금 사람이기에 바로 드는 생각.
@책벌레씨 - 수정하는걸 깜빡했습니다.
@슈엘리안 - 일단 많이 써야해요... 진짜 많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