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45화 (145/208)

<--  -->  에반side.

"─해서 놓쳤어요."

[그랬습니까.]

[정말 빠른놈이었어.]

[뭐, 지긴 했지만 1:1로 군단장과 싸운 실력자이니 에반 당신 혼자서 잡는건 무리였겠죠.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아……."

영상 마법 너머의 나인하트 씨는 단안경을 고쳐쓰며 물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음……."

[좀 어벙해보였지?]

"딱히 나쁜 사람같지는 않았어."

헤네시스에서 그에 대해 카밀라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며칠동안 자원봉사하고 있었댔고.

"길게 대화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엄청 강하다는걸 빼면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는 안 보였어요."

[마스터의 말을 돌리거나 속이려고 하긴 했지만.]

[그가 어떤 조직같은 것에 속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걸 생각하면 당연한 행동입니다. 오히려 에반 당신을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는게 놀랍군요.]

데몬 씨는 그가 '임무', '형씨'라는 단어를 말했었다고 했다. 이에 나인하트 씨는 오르비스탑 참사 당시 롯뜨 씨가 거기서 군단장과 싸운건 누군가에게 받은 임무이고, 그 누군가가 형씨라는 사람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8백년 전 사람도 아닌 롯뜨 씨가 군단장과 군단장이 습격할 장소를 알고 간다는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니까.

[아무튼 열심히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에반.]

"제가 뭘…… 그런데 이제 무얼하면 되죠?"

[흠? 딱히 해줄 일은 없습니만.]

"잠깐 뭐라고요?"

나인하트 씨의 믿을 수 없는 말에 입이 안다물어졌다.

[왜 놀라시는겁니까.]

"다, 당연히 다음 일을 해라고 할 줄 알았는데요."

[에반 당신은 제 부하가 아닌데 무슨 권리로 명령을 하겠습니까.]

리린은 엄청 부려먹던데.

[롯뜨라는 사람을 데려오라고 한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부탁이었습니다. 굳이 에반 당신이 해줬으면 하는게 있다면, 다음에 열릴 대륙회의때 늦지마세요.]

"아, 네."

[전 당분간 꽤 바쁘니 중요한게 아니면 연락하지 마시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그동안 하고싶었던걸 해보시죠.]

영상은 그렇게 꺼졌다. 내가 쓴 마법인데 저쪽에서 없애다니, 실력차가 얼마나 나는거지.

[그래서 뭐할거야 마스터?]

"글쎄……."

리린한테 부려먹혀질땐 빨리 쉬고싶다 생각했는데, 정작 시간이 나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인하트 씨는 하고싶은걸 하라고 하셨지만 딱히 하고싶은게─

"아. 오랜만에 집에 가봐야겠다."

[집?]

"얼마전까지 블랙윙 추적한다고 못 갔으니 엄마랑 아빠가 걱정하고 계실거야."

리엔에서 신세지게 된 이후로도 꼬박꼬박 연락은 하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직접 가본건 몇 주 전이니.

[오, 그럼 오랜만에 돼지통구이 먹겠네!]

"그 전에 엄마한테 잔소리 들을거야."

[힘내 마스터~]

엄마가 날 걱정하는거야 당연하다지만 잔소리는 정말 싫어어─ 내 우는 소리에도 미르는 곧 먹게될 돼지통구이에 정신이 팔렸는지 대답이 없었다. 계약한 날부터 생각하는거지만 정말 얘가 나와 영혼이 이어진게 맞을까.

내가 롯뜨 씨를 추적하다가 끝내 놓친 곳은 엘리니아 부근으로, 집까진 그리 멀지 않아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늘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높고 울창한 숲의 끝자락에 다다를즈음.

"후냐앗! 좀 천천히 가라냥!"

"이제 거의 다 왔어."

타닥! 갑자기 공중에서 두 사람이 떨어졌, 아니 착지했다.

한 명은 롯뜨 씨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은, 그러면서 군데군데 하얀 브릿지가 섞인 단발이 인상적인 고양이 눈매의 작은 여자애였고, 다른 한 명은 굉장히 특이한 올백머리에 옅은 회색 눈의 청년이였다.

"이쪽이 맞아?"

"맞다냥. 여기로 쭉 가면 헤네시스고, 그 근처에 돼지농장이 있다냥."

돼지농장?

[저거 마스터네 집 말하는거 같은데.]

"그러게."

나는 두 사람에게 걸어가며 그들의 대화를 좀 더 들었다.

"또 날아간다고냥?!"

"어차피 내가 거기 가는것도  염동력 훈련때문이잖아. 그러니 기왕이면 가면서도 훈련하는게 바람직하잖아?"

"그럴바엔 혼자가랴냥! 키네시스의 비행은 너무 위험하다냥!"

"슬슬 익숙해지고 있으니까 걱정마."

저 형 이름이 키네시스인 모양이네.

"그리고 네로 니가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가라는거야?"

"가까우니까 알아서 찾아가라냥! 그리고 내 이름은 네로가 아니라 넬라미디오넬루니아라고 몇 번이나 말했─"

"저기, 실례해도 될까요?"

실랑이를 벌이던 둘은 그제서야 나를 보았다.

"너는 누구냥?"

"제 이름은 에반이에요."

"에반?! 니가 그 에반이라고냥!!"

왜 저렇게 놀라지. 어째선지 네로라는 소녀는 고양이 귀나 꼬리가 달려있었으면 쭈뼛 섰을만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와 미르를 번갈아 보았다. 그런 소녀의 반응에 키네시스라고 불리던 형은 그녀에게 물었다.

"아는 애야?"

"요즘 엄~청 유명한'작은 영웅'이 이런 소년이라니……."

[진짜 영웅이라고 불리고 있구나 마스터!]

"그, 그러게."

유명하다는데 정작 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칭호에서 급격히 밀려오는 쪽팔림은 둘째치고, 왜 '작은' 영웅이야? 칭호에서까지 내 키가 작다는걸 알릴 필요는 없잖아.

"그런데 왜 우릴 부른거야?"

[두 사람은 헤네시스 근처의 돼지농장으로 가는거 맞지?]

"맞다냥."

"거기 무슨 일로 가는거에요?"

"그 농장이 이번 달까지 협회에 납품해주기로 한 돼지고기가 아직까지 않와서, 왜인가 싶었는데 최근들어서 몬스터가 마구 날뛰는바람에 아직 보내지 못했다네."

"그래서 우리가 그걸 가지러 가는거다냥!"

아. 저 두 사람 협회의 마법사들이었구나.

"그럼 저랑 같이가요."

"후냥?"

"어디있는지 알아?"

"그야 물론요! 거기 가야하는 참이기도 하고요."

마침 집에 가는 길이었으니까 길안내도 같이 하면 되겠다. 손님들이 있으면 엄마도 바로 잔소리 안하겠지. 내 속마음을 알았는지 미르가 작게 딴죽을 걸었다.

[마스터 점점 영악해지는 것 같아.]

"기왕이면 지혜로워졌다고 해주라 미르."

[지혜는 무슨, 잔꾀지.]

"미르 너 내편 맞아?"

[그야 물론.]

아무튼 그렇게 나는 키네시스 형과 네로 누나와 - 나보다 작은데 무려 '누나'였다 -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함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요?!"

"응. 어쩌다보니 이쪽으로 넘어오게 됬거든."

"차원의 벽 사건을 '어쩌다보니'로 요약하지 말라냥."

놀랍게도 키네시스 형은 메이플 월드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 왔다고 한다. 타 차원이라는게 존재하긴 했구나…… 마법을 점차 깊게 배우면서 다른 차원이 있다는걸 알긴 했지만 우리와 별로 다를게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줄은 몰랐다.

[낯선 세계에 온 것 치고는 꽤 적응한 것 같은데.]

"마법이라든지, 몬스터라든지 하는건 게임이나 만화로 많이 보기도 했고.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아주 없지는 않았으니까."

"냥? 니가 살던 세계에는 마법도 몬스터도 없는거 아니었냥?"

"그렇긴한데 최근들어서 먼지 괴물같은게 나오고, 화남 할머니라는 이곳에서 건너왔다는 마법사도 한 분 계시거든."

"그런 중요한건 좀 일찍 말하라냥!!"

네로 누나의 태클에 키네시스 형은 웃어넘길뿐이었다. 여유롭다고 해야할지 뻔뻔하다고 해야할지. 팬텀 씨가 생각나네.

"그래도 신기하긴 해. 뭐랄까, 게임 속에 들어온것 같다고 해야할까?"

"여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냥!"

"그런데 키네시스 형이 사는 세계는 어떤 곳이에요?"

키네시스 형은 흐음─ 고민하다 말했다.

"메이플 월드랑 차이점을 예로 들자면 아까 네로가 말한대로 마법이랑 몬스터 그리고 인간 외의 다른 이종족? 같은게 없는 곳이야."

[세상에 인간뿐이란 말이야?]

"그리고 과학이 엄청 발달해서 고층건물같은게 널려있어."

"건물이 얼마나 높은데요?"

"음, 대충 엘리니아의 나무들만큼?"

"우와아아……."

듣기만 해도 굉장하다. 직접 가보고 싶어!

"꿈 깨라냥. 지금 협회의 사람들이 무너진 차원의 벽이랑 균열들 보수하는데 전부 매달려 있으니까냥."

"그래도 가능하다면 구경해보고 싶네요."

"기회가 되면 와봐. 내가 직접 안내해줄게."

마침 시간 되는데 진짜 한 번 가봐? 하지만 키네시스 형이 당분간은 그쪽으로 못간다니 나 혼자 가도 미아만 되겠지. 그것도 차원 미아.

[것보다 이제 거의 도착했어 마스터.]

"아, 벌써 다 왔네."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내가 가깝다고 했잖냥."

어느새 우리는 농장의 간판이 보이는 곳까지 와있었다. 간판이 세워진 입구를 지나 농장에 들어설쯤엔 여기저기에서 꿀꿀거리는 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돼지들을 방목하면서 키우는구나."

"다 이렇게 키우지 않나요?"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야."

도시에서 이런 농장을 보는건 불가능하니까. 키네시스 형은 울타리 너머에서 땅을 뒹굴거나 걸어다니는 돼지들을 신기하다는듯이 보았다.

"농장에 왔지만 집에 가려면 좀 더 들어가야하니 따라와주세요."

"얼마나 걸리냥?"

"별로 안멀어요."

오랜만에 집에 와서 그런지 그 사이 달라진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울타리의 보수된 부분들, 새로 만들었는지 수북히 쌓여있는 건초더미, 고장났는지 한쪽 바퀴가 빠진 수레 등.

들뜬 기분으로 계속 걷고 있는도중 저편에서 무언가 달려오는게 보였다.

"뀌이이이!!"

"너 거기 서!"

저거 설마.

"거기 서란말이야 요놈아!"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새끼돼지와 그 뒤를 쫓는 사람은, 우리를 보고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 애 좀 잡아주세요!"

"알았어."

"알았다냥."

내가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전에 키네시스 형이 먼저 손가락을 까딱였고, 네로 누나의 마력이 확 퍼졌다.

새끼돼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힌 것처럼 공중에 뜬채로 빛의 끈에 묶였다.

"뀌이이? 뀌이!"

"하아, 하아아…… 드디어 잡았네 이 녀석!"

"다음부터는 놓치지 않게 조심하라냥."

"돼지가 꽤 빠르네."

"원래 빠른 애에요. 아무튼 잡아주셔서 고맙습니다─아?"

둥둥 뜬채로 눈을 깜빡이는 새끼돼지를 꼭 잡은 그는 그제서야 나를 보았다.

"에반?!"

"오랜만이야 유타 형."

"니가 어떻게?"

"겨우 시간이 나서 이렇게 왔,"

"엄마아아!! 에반이 왔어요오오!"

잠깐 형 나 아직 말 않끝났어! 그러나 유타 형은 돼지를 옆에 끼고 뒤도 돌아보지않고 집으로 뛰어갔다.

"아는 사람이야?"

"그야 제……."

"─에반!!"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이, 이 정도로 목소리를 키웠다는건 분명!

좀 전의 새끼돼지만큼 빠른, 그러나 그 기세는 새끼돼지가 아니라 파이어보어를 능가하며 전속력으로 달려나온 엄마가 날 짜부라뜨릴듯이 왁 껴안았다.

"이 녀석이! 왜 이렇게 늦게 온거야!"

"잠깐, 잠깐 엄마! 나 숨막혀!"

"시끄러! 늦으면 늦는다고 말을 해야지 왜 말도 없이 사람 걱정시키는거야?!"

나 그동안 엄청 바빴단 말이야! 에델슈타인까지 가서 블랙윙에 잠입하고, 거기 레지스탕스에게 신세지고, 오르비스 탑 참사에 휩쓸린 사람들 구조하고, 군단장들의 귀환에 몬스터들이 난동부려 그거 제압한 뒤에 대륙회의까지 가고 또─

하지만 그것들을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나를 꼭 안은채 울먹이시는 엄마가 정말로 울 것 같았으니까.

"정말이지……."

"죄송해요 엄마."

다음부터는 걱정 안시킬게요.

"에, 그러니까 이건 뭐다냥."

"여기가 에반이네 집이었다는 말이네."

[잔꾀가 소용없게 됬구나 마스터.]

시끄러워 미르.

"그런데 저 사람들은 누구니?"

"손님들이에요."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간만에 내가 왔는데 엄마 눈에 손님들이 보일리가 없었다.

키네시스 형과 네로 누나는 그제서야 엄마한테 다소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

세피로트side.

"그래서─ 정보는 정보대로 흘리고 어린 드래곤 마스터에게 쫓기다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까?"

"미안해."

눈보라가 쌩쌩 휘몰아치는듯한 이데아의 매서운 기세에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에반에게 엘리니아까지 쫓기던 나를 숨겨준게 때마침 협회 근처에 있던 이데아였으니까. 그녀는 한참 나를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미안해 이데아."

"됬습니다. 그래서 흘린 정보는 어떤것들이죠 성투사님."

"음, 오르비스 탑에서 군단장과 싸운게 나고, 그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대륙 회의때 전직 군단장들이 참여했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까지."

"……."

내 말을 들은 이데아가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겁에 질려서일리는 절대 아닐테고, 필히 내 바보짓에 급격히 몰려오는 깊은 빡침 때문일테지.

"당신, 정말이지 이게 무슨─!"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알면서 왜 그런 짓을 한거에요?!"

드물게 언성을 높힌 그녀는 마력까지 끌어올렸는지 노바족 특유의 세로동공이 열려있었다.

"어이 눈, 눈 변했어."

"시끄러워요! 어차피 이 주변엔 사람 않온다고요."

"그래도 좀 신경써. 혹시 모르잖아."

씩씩거리던 이데아는 들끓는 마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두통까지 오는듯 그녀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숨을 골랐고, 나는 형씨가 있는 쪽을 보았다.

"저 애는 누구야?"

"사이, 사이키커라더군요."

"어째 정상이 아닌걸로 보이는데."

머리는 산발이고 옷차림은 엉망진창에 뭣때문인지 손은 장갑을 끼운것처럼 붕대에 감겨있다. 거기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는 퉁퉁 부어있고, 형씨와 말하는 내내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으며 목소리까지 계속 더듬거려 도저히 정상은 아닌것 같다.

"무슨 정신병이라도 있어?"

"네."

"진짜냐……."

대충 찍었는데. 그새 마력을 진정시킨 그녀가 눈가를 덮은 손을 내리며 말했다.

"정신 안정을 위해 마법을 몇 번 썼는데, 기억 읽다가 토할뻔했습니다."

"대체 어땠길래?"

노바족의 얼음 마녀라고 불리는데다, 제른 다르모어의 스펙터 군단과의 전쟁을 치루며 볼거 못 볼거 다 본 이데아가 저리 말할정도면 진짜 심각하다는건데.

"다 설명하기 싫으니 간단히 요약하면, 그녀는 쭉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습니다."

"저런 애가? 잘못 읽은거 아니야?"

"사람은 겉으로만 보고 판단할 수 없잖습니까. 당신처럼 그저그런 사람이 무투가의 정점인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것처럼 말이죠."

"어이!!"

그래도 나 너희를 위해 몇 년동안 죽어라 싸워줬었는데 왜 그렇게 막 대하는거야! 형씨한테는 쩔쩔매면서!

"아무튼, 그녀의 몰골과 상태에 동정할지언정 그녀를 감싸진 마세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어."

말은 그랬지만 실제로는 무리일거다. 내 성격상 저런 사람을 방치할 수 없으니까.

"곧 근처에 훈련 간 키네시스와 네로가 돌아올테니 빨리 루타비스로 돌아가시죠. 당신에겐 다음 일이 있잖아요."

"오케이~"

"가다가 또 추적같은거 당하지 마시고요."

이데아는 내게 은신마법을 걸어주고는 어서 가라며 손짓했고, 나는 그렇게 루타비스로 향했다.

그렇게 협회 건물에서 벗어나 엘리니아 근처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가고있던 길 저편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와 나는 일단 발을 멈추고 나무줄기 뒤로 몸을 숨겼다. 혹시 또 모르니까.

"굉장하다냥! 이걸 다 드는데 무겁지않냥?"

"전혀. 이 정도는 가뿐하다고."

걸어오는 사람은 대충 10대 후반의 소년과 키가 작은 소녀였다. 실사로 보는건 처음이지만 메이플 지식이 있었기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쟤들이 그, 키네시스랑 네로였나?'

슬슬 온다더니 진짜네. 딱히 적대적인 포지션은 아니지만 더 이상 얼굴 팔려서 좋을건 없으니 다 지나갈때까지 숨어있자.

그나저나 염동력이라. 마법사들을 하도 많이 봐서 신기하지는 않았지만 꽤 편해보인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키네시스는 상당한 양의 짐들을 아무렇지않게 허공에 띄운채로 지친 기색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나무사이로 보이지 않을만큼 멀어졌을때, 다시 루타비스로 가기위해 막 몸을 일으킨 순간.

쿠웅─! 콰지지직──!

"에?"

갑자기 뭐야? 왜 나무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거냐고.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나무 하나가 쓰러지고 있었는데…… 왜 이쪽이야?! 나무 높이가 높이인만큼 저 멀리에서 쓰러졌는데 줄기가 여기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더 볼것도 없이 한쪽 팔을 휘둘러 줄기를 쳐낸 나는 은신 마법이 아직 유지중임을 확인하며 소리가 들린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왜 니가 여기 있는건데?!"

"뭐라고 지껄이는거냐!!"

응. 개판이다. 그냥 개판이야.

다른건 모르겠고 하얀 마법사의 유전자가 굉장하다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알았다. 새삼보니까 참 닮았네. 동일 인물로 착각할만큼.

…… 그냥 가던 길이나 가자.

========== 작품 후기 ==========

검호도 처음 루미너스 만났을때 하얀 마법사로 착각했었다죠.

@Jaiha - 아마란스도 나름 활약? 이라기엔 뭐하고 이런저런 일을 할 예정. 과거의 네임드들과 줄줄이 엮여있으니.

@키린이 - 무슨 일이 터질것 같다 싶으면 그거 맞답니다.

@슈델리안 -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마도사지망생 - 둘 다 연애감정따위 없는데다 검호는 파픈 온리.

@육합 - 예전에 올렸던 Q&A 참고하세요.

@Yoontlemin - 사이키커, 처음으로 검호가 죽인 사람입니다. 무려 참수당했음. 그리고 파푼스타가 아니라 파픈스타에요...! 윙마스터들은 당연히 대가를 치를겁니다.

@Eluines - 건방지다며 이데아가 손가락 뒤로 꺾을지도.

@Sisre - 애초에 지금까지, 지금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레시코 - 사이키커는 초반에 짧고 굵게 활약한 군단장입니다. 그 이유가 루디브리엄에서 검호가 신속하게 죽였기때문. 만약 살아있는 그녀를 보게되면 영웅들은 데몬이상으로 혐오스럽게 볼겁니다. 모두 그때 루디브리엄의 참상을 보았으므로.

@좀비라스 - 에? 플래그 없어요 없어.

@Blake117 - 검호:난 행정쪽 일이 싫어... 내 적성이 아니라고 이건.

@책벌레씨 - 그렇게 양호하지 않습니다.

@Ratios - 돌아왔다기보단 조금 나아진거.

@류동지 - 안아주지 않았습니다. 부탁을 들어줄거냐 말거냐란 뜻으로 손을 내밀었을뿐.

@Ascaron - 세피로트의 지능은 뛰어나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딱 평범한 수준. 에반쪽이 똑똑한겁니다.

@SourcesMoon -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루트만은 안쓸겁니다!!

@허공말뚝 - 일부러 안쓰러워 보이도록 쓰긴 했습니다(코쓱)

@마서 - 그래서 막대하지도, 저 이상 가까이 가지도 못함.

@적현월 - 그렇게 멍청하지도 않아요.

@socns - 앗, 죄송합니다. 43화입니다.

@Buche - 좀 늦게 쓴게 맞습니다. 이래저래 일이 많았거든요.

@갓타치 - 그동안의 일이나 본인 사연을 구구절절 얘기하는건 못하니 바로 용건 꺼냄.

@익재공 - 에반은 똑똑한 축에 듭니다. 인게임 스토리에서 블랙윙에게 이용당하긴 했지만 그건 아직 세상물정을 몰라 그랬고.

@건전한독자 - 세피로트는 검호와는 다른 의미로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칼크래프트 - 붙혀진다기보단 틀만 잡았다는 느낌.

@리아카에린 - 크리스티네 성소 지키던 여자 맞습니다. 그리고 론도는 판테온에 못 갔습니다. 디멘션 게이트가 숨겨진만큼 그란디스의 유무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

@대어의예감 - 딱히 비정상은 아닙니다.

@Legendssj2 - 조교라뇨! 여중생을?!

@ㅇㅇ군 - 걔 맞아요.

@ReFrante - 테이프로 붙인것도 아닙니다. 조각을 컵의 형태로 쌓아놓은 수준이에요.

@리세니안 - 그래도 에반은 이 글의 몇 없는 힐링 요소임. 편하게 쓸 수 있는고로.

@인리연찬 - 음, 사이키커에게 배정된 챕터도 2개정도 있으니 파픈급은 아니더라도 비중이 그럭저럭 있습니다.

@케르닉 - 반쯤 맞습니다.

@아루마라 - 당장 해야할 일을 알려준겁니다.

@노란우산s - 과제가 죽여줘요 아주...

@제레프 - 하이라이트는 아직 없지만 초점은 겨우 맞춰졌음.

@소라루 - 제정신이라기보단, 조금 사람답게 된거.

@카한Kahan - 근데 이게 나음. 다시 군단장같은거 되면 진짜 망하는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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