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49화 (149/208)

<--  -->  에반side.

대륙 회의 둘째 날이 밝았다.

"모두 좋은 밤 보내셨나요?"

여제님의 의례상 한 말에 대부분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키네시스 형만은 그러지 못했다. 이데아라는 사람이 블랙윙이었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었던지, 형은 어젯밤에 에레브 정원을 돌아다니다 뒤늦게 돌아와 잠을 설친 것이다.

생명의 은인이 악당이었다는 반전은 나도 당황스러운데 당사자는 얼마나 경악했을지. 하지만 놀란건 놀란거고, 지금은 이 회의에 집중해야 할텐데.

"오늘의 안건은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지난 달에 발생한 차원의 벽 사건에 대해섭니다. 하인즈 씨, 설명을."

"알겠습니다 여제님."

하인즈 할아버지와 수행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날 달, 내 수제자 중 한 명인 결계의 마법사 엘윈이 소환 마법 실험을 하다 차원의 벽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사고를 쳐버렸다네."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나……."

"뭘 어떻게 하면 그런 짓이 가능한겁니까?"

루미너스 씨와 나인하트 씨를 비롯해 회의장에 있던 한 실력 하는 마법사들이 죄다 당혹스러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만도 했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않아 - 거의 동시에 - 벽에 구멍이 뚫리며 이어진 이세계…… 여기 키네시스 군이 살던 세계에서 한 남자가 기폭제를 터뜨리며 차원의 벽을 제대로 무너뜨렸네."

"그 남자는 누구이며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한겁니까?"

"목적은 아직 모르지만, 그 남자의 인상착의는 여기 키네시스 군이 직접 보았다네."

키네시스 형이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이세계 대표 겸 차원의 벽 사건의 증인인 키네시스입니다. 그때의 일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일단 저희 세계에서 발생하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하는데, 괜찮습니까?"

"괜찮으니 계속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나인하트 씨의 허락에 키네시스 형은 말을 이었다.

"제가 살던 곳은 여기 메이플 월드와는 달리 몬스터나 마법같은게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최근들어서 어째서인지 먼지로 이루어진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저도 어째선지 초능력이 생기는 이상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 저는 제 친구와 같은 능력을 가진 아는 여동생과 함께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몬스터와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는 대목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확실히 놀랄만하지. 나도 저 말 들었을때 믿을 수 없었는데.

"먼지 괴물…… 일단 더스트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이 더스트들이 나타나기 전에 항상 누군가가 언제 어디서 그것들이 나타날지 암호 메세지로 만들어 넷에 뿌렸고, 저와 여동생은 제 친구가 그걸 해독해주면 더스트가 나타나는 장소로 가 그것을 처리했습니다."

"저기, 넷이란게 뭡니까?"

"인터넷의 약자로, 인터넷 프로토콜 스위트를 기반으로 해서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 인데 대충 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의 바다같은겁니다."

프, 프로토콜이 뭐지? 네트워크는 또 뭐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연달아 나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걸 본 키네시스 형이 빠르게 요약했다. 아공간에 만든 도서관같은건가?

"해커들은 그 메세지를 뿌린 W.M.을 예언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그건 범죄 예고였죠."

"메세지를 뿌린 사람이 몬스터를 만들었다 이말입니까?"

"사실상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먼지같은걸로는 제대로 된 생명을 만들 수 없는데……."

마가티아 대표 중 한 명인 제뉴미스트의 연금술사가 중얼거렸다.

"실제로 상대해본 제가 봐도 더스트는 꽤 조잡했습니다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것도 위협적입니다."

"그건 그렇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몬스터를 상대할 수 없으니."

"예. 아무튼 그 날도 암호 메세지가 퍼졌었고, 제 친구가 그걸 해독하는동안 저는 여동생과 초능력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키네시스 형과 함께 온 사람이 있었다는데 본 적이 없네. 정신병에 걸린 상태라 여러모로 위험해서 협회 밖으로 못나온다고 들었던게 생각났다.

"타이밍 안좋게 암호 해독이 끝난 순간 인근 지하철역에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났다고 방송이 퍼졌고, 저는 여동생, 사이와 함께 거기로 갔었습니다. 더스트가 출현한 적은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그렇게 대놓고 나타난 건 처음이라 그날 저녁 탑 뉴스가 정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어서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져버렸죠."

"뉴스는 또 뭡니까?"

"……."

뉴스란게 뭔지는 몰라도 키네시스 형, 어째 설명하기 귀찮다는 얼굴인데.

"사건과는 관계없는 부분이니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저와 사이는 지하철내에 나타난 더스트들을 처리하며 사람들을 구했고, 막 돌아가려고 할 무렵 일이 터졌죠."

형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분명 사람들을 다 구해 이제 비었다고 생각했는데 왠 하얀 남자가 저희쪽으로 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어째선지 제 머리가 부서질 것처럼 아파왔고, 결국 쓰러져버렸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남자가 무슨 힘을 써서 제 능력에 간섭했던 것 같습니다."

"능력에 간섭했다고요? 아까 당신의 세계엔 마법사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하지만 더스트나 초능력이 생긴 시점에서 그건 과거형입니다. 거기다…… 그 뒤에 그 놈이 제 능력을 폭주시켰으니 확실하죠."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너의 초능력이라는게 뭐야?"

아란 누나의 질문에 키네시스 형은 누나를 향해 손짓했다.

"오, 오우?"

"보시다시피 염동력입니다."

의자째로 붕 떠올랐던 아란 누나가 천천히 제자리에 내려졌다. 키네시스 형 컨디션이 안좋아보여서 조금 불안했는데, 의외로 또 크게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놈은 제 능력을 폭주시키기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쪽 세계에서 능력을 가진 최초의 인간', '당신이 바로 제가 찾던 기폭제'라고."

"잠시만요, 그 말인 즉─."

"예. 제가 이번 차원의 벽 사건의 기폭제가 되었던 사람입니다."

맙소사. 메이플 월드로 이동당한 수많은 이계인들 중에서 왜 하필 키네시스 형이 증인이자 대표가 되었나 궁금했는데 저런 뒷사정이 있을줄이야.

"그 남자의 목표에 대해서 들은게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저를 이용해서 차원의 벽을 무너뜨리고자 한건 확실했고, 더불어 '이쪽 세계'라는 말로 보아 저희쪽의 사람이 아닐거라는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인상착의는 어땠습니까?"

"가장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키네시스 형의 시선이 루미너스 씨에게 향했다. 형과 눈이 마주친 루미너스 씨는 인상을 쓰며 뭐라 말하기 직전, 형이 먼저 손가락을 들었다.

"저분을 굉장히 닮았습니다."

"엑?"

"저 사람은……."

"사실상 쌍둥이 수준으로 똑같은데, 차이점이라면 저분과는 달리 그 남자는 양 눈이 빨겠다는 것과, 정장을 입고있었다는 것 정도입니다."

"…… 니놈."

"두통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지만, 제 시력은 양 눈 2.5로 꽤 좋은 편이라 코앞의 사람을 착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시덥지않은 농담할 생각도 전혀 없고요."

형이 루미너스 씨를 만났었다는게 이런 뜻이었나? 아니, 어쩌면 범인과 루미너스 씨가 닮아서 싸움같은걸 했었을지도. 나인하트 씨가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을 지우며 물었다.

"잘못 본거 아닙니까?"

"전혀 아닙니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차원의 벽이 무너진 후의 여파에 대해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하인즈 협회장님."

"알겠네. 차원의 벽이 무너진 후, 저쪽 세계에선 기폭제가 터진 곳을 중심으로 매우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저쪽 세계의 사람들이 메이플 월드로 강제이동 당한 상태일세. 그 숫자가 굉장히 많고, 대부분 빅토리아 아일랜드 이곳저곳에 흩어지긴 했지만 오시리아 대륙에 간 사람들도 없잖아 있어 아직도 다 찾지 못한 상태네."

마침내 본론이 나온 차원의 벽 사건은, 내 상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이쪽으로 이동당했다는 이계인들의 총 인원 수는 어느정도입니까?"

"구체적으로는 모른다네."

"제가 살던 곳은 일단 서울이라고, 한 나라의 수도였습니다. 인구밀도가 꽤 높은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쪽에서 발생했단 말이죠. 더스트때문에 지하철이 멈추지않아 몇 정거장을 그냥 지나갔고,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이 XX역 근처일거라 가정하면……."

키네시스 형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뭐라 작게 중얼거렸다. 대충 들리는게 '싱크홀의 반지름', '저녁 무렵의 인구분포', '서울의 인구밀도'같은 말이었다.

"…… 대략 만 명은 확실하게 넘을겁니다."

회의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뭐라굽쇼?

"단순 계산만 하면 서울 인구밀도가 km당 16000명이 좀 넘고, 싱크홀은 전체 사진밖에 못봤지만 대충봐도 반지름이 1km는 되어보였으니 일차적으로 원 넓이 계산 공식에 대입해서 계산하면─"

"잠깐, 잠깐만요 키네시스군! 그 서울이라는 곳에 대체 몇 명이 살고있는겁니까?"

"약 1천만명 쯤 될걸요?"

빅토리아 아일랜드 총 인구수를 까마득히 넘는 숫자였다. 아니, 오시리아 대륙에 있는 지역 사람들 숫자를 다 더해야 저 숫자가 나올 것 같다.

[이세계는 사람들이 엄청 미어터지는 곳이었구나. 콩나물 시루보다 더하네.]

"거기다 저거 수도만의 인구라고. 나라 인구는 저것보다 더 많을게 분명한데."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에 얼어버린 회의장을, 하인즈 할아버지가 크게 헛기침을 하며 정적을 깨뜨렸다.

"큼! 큼! 일단 사건 발생 직후 우리 마법사 협회는 바로 사람들의 수색에 들어갔고, 현재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이동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구조해내 저쪽 세계로 돌려보냈네. 실제로 지금 메이플 월드에 남아있을 이계인들은 저것보다 훨씬 적을거네."

"그, 그러십니까."

"중요한건 오시리아 대륙이나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이계인들이네. 지금 협회의 실력있는 마법사들은 대부분 차원의 벽 수복 작업에 들어가있어 인력이 남아있지 않는 상태인데, 그들까지 구조할 여력이 협회엔 없네."

"이 부분은 각 지역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한 것 같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통의 때였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돕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강상태라고는 하나 지금 이 시기엔…….

"에델슈타인은 무리입니다. 만약 저희 대륙쪽에 이동된 이계인들이 있다면 저희가 해줄 수 있는건 이방인에 대한 블랙윙의 감시에서 그들을 감춰주는게 전부입니다."

"아리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데드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습격하고 있어서 나라 바깥을 나가는 것도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찾기위해 니할 사막을 모두 수색하는건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쉽게 손을 내밀어주지 못할텐데.

"마가티아도 동일합니다. 그래도 저희는 도시를 습격하는 사막의 몬스터들을 소탕하는건 순조로우니 수색에 나서는 이들을 지원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리프레도 무리일세. 최근 혼테일과 나인스피릿의 전쟁이 격해지고 있어서 우리 하프링들은 미나르 숲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네."

"지금 엘나스는 산맥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때문에 다른쪽에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하아, 역시나. 키네시스 형의 표정이 굉장히 안좋아졌다. 오시리아 대륙 지역들의 과반수가 고개를 저어버렸으니.

"죄송하지만 오르비스도 불가능합니다. 오르비스 탑이 반파되어 그걸 복구하는데 인력을 거의 다 쓰고있는 터라. 다만 발견된 이계인들을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보내는 일정도는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릉은 돕겠네. 이계인이든 이곳의 사람이든, 생명을 구하는게 마땅한 도리니까."

"루디브리엄도 돕겠습니다. 저희 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장난감이니 그 중 인간을 찾아내는건 꽤 쉬우니까요."

아주 없는건 아니라 다행이지만 겨우 두 지역이라니. 저걸론 턱없이 부족하다.

"저희 에레브 역시 돕겠습니다. 제 기사단의 대부분이 각 지역마다 파견된 상태이니, 수색작업도 겸하면 되겠죠."

"…… 감사합니다 여제님."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키네시스 군."

의도는 좋지만 저걸 할 시그너스 기사단원들은 왕창 죽어나가겠구나. 일이 하나 추가될때마다 피로는 2배이상 늘어나는데.

"리엔은 돕겠습니다. 저희는 포탈을 관리하고 있으니 지역에서 허가만 해주신다면 빠른 시일내에 마법사들을 파견해 구조 작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린이 자신있게 말했다. 리엔이 나선다면 그래도 꽤 빨리 구조할 수 있을거다.

이어진 회의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얼마의 돈을 써서 구조 작업을 시작하느냐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

아스카side.

[…… 갔어?]

"갔어."

하아! 꾹꾹 참았던 한숨이 그제서야 쏟아졌다. 광산 입구쪽의 감시 카메라 너머로 비춰지는 텅 빈 풍경과 세피로트와 연결된 통신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식은땀이 흘러내린 목덜미를 닦아냈다.

"장난아니게 위험해졌네 저놈."

[살벌한 자식이라고는 저번에 싸웠을때도 생각하긴 했지만, 뭘 어떻게해서 저 지경이 된거야 저놈?]

"나야 모르지. 아무튼 어디로 갔는지 마저 추적해줘."

[나 좀 쉬게해주라.]

"당신이 쉬면 저놈은 누가 막고?"

통신기 너머로 들려오는 앓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연락을 끊었다. 마스터랑 같은 전사계 트립퍼면서 엄살부리지 말라고.

세피로트에게서 한참 추적하고있던 프라이쉬츠가 느닷없이 에델슈타인으로 갔다고 연락때렸을땐 얼마나 놀랐는지, 그 놀람을 추스를새도 없이 나는 기지내에 남아있던 노바족들을 5분내로 싹 다 숨긴다는 미친 타임어택을 어떻게든 완료해야했다. 내가 스우 감시가 지루하다고 곧잘 투덜거리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고.

나는 한 번 더 바깥의 상황을 확인한 뒤 기지내 은신처로 피신한 노바족들에게 방송을 보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현재 위험 대상은 물러났음. 이제 돌아가도 됩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지금과 같이 갑작스럽게 위험 대상이 방문할 것을 대비해 경계 레벨을 한 단계 올립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현재 위험 대상은……."

힐라도 그렇고 저놈도 그렇고, 군단장들은 왜 예고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콩가루로만 보이잖아.

"결국 프라이쉬츠는 갔나보군요."

"왜? 구하러오지 않아서 실망했어?"

"그럴리가요. 그 사람이 지금 제 모습을 봤다면 영웅즈를 쉽게 처리할 수 있겠다며 아무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을겁니다."

"너희 동료 맞냐?"

"그 정도로 가깝지 않아요.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당신 마스터와 다른 영웅들의 사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 한 방에 이해됬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그것보다 더 안좋을지도."

적어도 그들은 서로를 등쳐먹을 생각은 안할테니.

"…… 너희 대체 어디까지 막장인거냐."

"확실히 우리가 좀 막나가긴 하지만, 당신들도 딱히 다를건 없잖아요?

그쪽 마스터는 악당에게 당한 동료를 구할 생각도 안하고 감옥에 가둬 감시중이면서. 스우의 말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거기다 그 책사 여자부터 흰머리 남자까지 하나같이 뒤로 꿍꿍이 있는걸로 보이고."

"여기에만 쳐박혀 있으면서 그런 말 하면 믿을 것 같냐?"

"당신은 제가 누구라고 생각해요?"

마스터의 발목을 잡는 망할 유령─까지 생각했다가 저놈의 본래 종족이 뭐였는지 퍼뜩 떠올랐다. 어둠의 정령.

"저는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 제가, 마음 속의 어둠을 알아채지 못할 것 같습니까?"

아. 그냥 씹어버리고 싶다. 그런데 또 마냥 허언으로 넘기기에 뭣한 주제야. 세피로트 놈이면 몰라도 이데아 얘기는 왜 나오냐고.

"뭘 하려고 나한테 미끼를 흔드는거야?"

"그렇게 보이나요? 저는 그저 조언해주는 것 뿐입니다. 나중에 예상치도 못한 때에 뒷통수맞지 말라고요. 구와르랑 데몬처럼."

"까고있네. 니가 우리한테 피해를 줬으면 줬지, 조언같은 도움되는 일을 할리가 없잖아."

"당신도 그들과 다를바 없습니다만?"

순간 정신줄이 끊어질뻔했다. 찰나지만 마력을 방출해서인지 방은 바닥이고 벽이고 할 것 없이 서리가 한가득 끼었고, 입김이 나올만큼 온도가 확 떨어졌다.

"…… 너 요즘 죽고싶냐? 저번에 마스터 앞에서 망발한 것도 그렇고, 수 백년동안 유령 상태로 돌아다니다보니 진짜 유령이 되고싶은거야?"

"그럴, 리가요."

나는 마법으로 방안의 온도를 다시 높였다. 그래도 주변에 지하수가 지나가지 않아서 이 정도로 끝났네. 수맥이 주변에 있었으면 더 큰일났을지도.

"정말이지 질릴정도로 한결같군요. 오닉스 드래곤이란."

"당연하잖아. 그게 우리 종족 특징인데."

다시 방안이 따뜻해졌음에도 입술이 다소 파란 상태인 팬텀의 몸을 보며 혀를 찼다. 또 실수해버렸다.

"억울하지도 않나봐요? 당신은."

"뭐가?"

"이렇게 열심히 마스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정작 그 마스터는 당신을 홀대시하고 있잖아요."

눈가가 씰룩였다.

"이게 뚫린 입이라고 아주 그냥 막─"

"대륙 회의라는 중대사에 차원의 벽 사건, 군단장들의 준동, 봉인석 회수까지. 이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데 그와 가장 가깝다는, 영혼이 이어져있는 당신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죠? 전력으로 따지면 당신이 지금 바깥에 있는 노바놈들보다 훨씬 더, 몇 배는 유능할텐데."

반사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여기있는건……!"

"아아 그래요. 바로 그 유능함과 그의 믿음때문에 여기있었죠. 당신은 여차하면 저를 제압하고, 최악의 사태에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대체 얼마나 신뢰받아야 군단장과 영웅을 동시에 관리할 권한을 얻을 수 있을지 저는 모르겠네요."

더이상 볼 것도 없다. 팬텀의 몸이고 나발이고 한대 갈겨서 저 입을 닥치게 해야겠어.

"그런데 결국 뒷전이 되버렸네요 당신. 불쌍하게도."

"이 악물어. 니놈을 크리스마스 트리로 만들어버릴거니까."

저놈 몸을 꿰어 장식할 고드름 침과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발갛게 달아오른 폭염구들이 한가득 만들어졌다.

"왜 이렇게 된것 같나요?"

"니놈들이 짜증나게 활개쳐서지. 망할 군단장들만 없었으면 마스터랑 대륙은 평화롭게 있을 수 있었다고."

"우리가 원인이라 생각합니까? 순진하게 정말로?"

푸슉! 몇몇 고드름 침이 구속복을 뚫고 놈의 살에 박혔다. 흰 옷 위에 붉은 점들이 번졌다. 폭염구까지 던질까 망설였지만 생각해보니 이건 데미지가 너무 크다. 화상은 치료하기 번거로운데.

"크…… 당신 스스로가 원인이라고는 생각 못하고 있군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러나 이어진 말들은 날카롭게 고막을 후벼팠다.

"너무 신뢰하고, 신뢰받고 있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잖아요 당신들."

무얼?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든 당연히 대답은 Yes. 그렇게 거절도 반문도 없이 쭉 지내다, 영혼이 이어졌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당신의 지금 몰골을 보세요.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안다고요? 그럼 그는요? 그는 당신에 대해 알아요?"

그 말에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라왔다.

"스스로 원하는걸 그에게 말한 적이 있긴해요 당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버려서, 이를 악물며 다시 들끓는 마력을 필사적으로 진정시켰다. 아직 상처를 회복시키지 않았다고. 한 방이라도 잘못 치면 죽여버리게 된다.

"아니. 그라는 존재를 떨어뜨려놓고 개인적으로 원하는게 있기는 합니까?"

내가, 원하는거?

"하핫! 불쌍하게도, 당신은 그 잘난 영혼의 계약때문에 그와 자신의 바램조차 분리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마치 잘 길들여져 순종적인 노예처럼 말이죠."

"…… 더이상 못 참아."

아무것도 모르는주제에, 마구 지껄여대고 있는 망할 유령자식이.

노예? 원하는게 없어? 웃기지마……! 나도 원하는게 있어! 바라는게 있다고! 마스터한테 말하지 않았을뿐이야!

내가, 내가 원하는건!

"쳐 뒈져버려."

변신 마법이 일부 풀리며,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팔을 휘둘러 놈을 갈겼다.

***

키네시스side.

회의가 끝났다. 결과는 최악은 아니지만 최악에서 두세 단계 위로 나은 정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지역들이 없잖아 있었지만 정작 오시리아 대륙의 지역 대부분이 불가능을 외쳤다. 그럴만도 했다. 하나하나 이유가 납득이 갔고, 자기들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와중에 누군가를 돕는건 정말 단순한 선의로는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이건…….

"저기, 키네시스 형."

"미안해 에반. 지금 누구랑 말할 기분이 아니야."

이래서는 사람들을 제때 다 구하지 못한다고. 차원의 벽 사건이 터진지 벌써 1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빅토리아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제대로된 구조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 메이플 월드 전체가 안좋은 상황에서, 나같은 초능력은 고사하고 싸움조차 몇 번 해본적 없을 평범한 민간인들이 몬스터들이 활보하는 곳에 툭 떨어지면 제대로 생존할 수 있을리가 없단 말이야!

몇몇 지역들에서 지원을 약속받기는 했다. 무릉, 루디브리엄, 리엔, 에레브. 적극적이진 않아도 보조하는 식으로 도움을 약속한 오르비스와 마가티아. 적지않은 숫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지리적 위치를 살펴보면 그런 말따위 쏙 들어간다.

대륙 구석에 위치한 무릉과 루더스 호수 위에 세워진 루디브리엄, 아예 하늘섬인 에레브와 오르비스. 대륙에서 아예 떨어져있는 리엔. 오시리아 대륙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리프레, 니할, 엘나스 중 손을 들어준건 니할의 마가티아 하나밖에 없다. 이마저도 보조 지원이고.

'이래서는…….'

뒤에서 뭐라고 말하는 에반의 말을 흘려넘기며 느리게 포탈에 몸을 실었다.

뒤엉킨 생각들을 정리하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것들을 추려냈다. 이 결과를 사이한테 알리고, 연합이 구조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나와 사이가 하루라도 빨리 나서는게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이가 있는 협회의 외진 건물로 향했다.

그래도 최근엔 많이 나아졌는지 철문이 많이 우그러져있지 않았다. 염동력으로 문을 열자 방 한쪽에 한가득 쌓인 쿠션더미가 들썩이더니 거기 파묻혀있던 사이가 확 몸을 일으켰다.

"키네시스 오빠 왔어?!"

"으응."

"회의 어땠어? 잘 끝났어?"

전혀. 그대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겨우 삼켰다. 생각해보면 전혀는 아니었지. 일단 연합의 지원은 확실히 받기로 했으니까.

"이계인 구조작업을 하는걸로 결정됬어."

"진짜? 다행이다~! 언제부터?"

"여러 지역에서 해야하는거라 예산편성이나 인력차출을 하는데 아마…… 아무리 적게 잡아도 몇 주는 걸린다네."

"엑."

이게 뚜껑열리는 이유다. 물론 나는 학생회장이란걸 하고있기에 실제로 조직을, 여러 사람들을 움직여 무언가를 실행하는게 하루아침에 후다닥 되는게 아니란걸 잘 알고있다. 그래, 알고있어. 알고있어서 따지지를 못해.

"그래서말인데 사이,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어떤거?"

"구조작업이 시작되기까지 퍽 오래걸리니까, 그 전에 먼저 나설까 하거든."

네로와 하인즈 할아버지가 분명 말리겠지만 그때까지 손놓고 구경만 하는건 무리다.

"알았어! 그런거면 당연히 도와야지!"

"그래…… 고마워 사이."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있는 소녀가 어째선지 인명구조에 이상할정도로 집착하고 있는건 원래 세계에 있었을때부터 익히 잘 알고있었다. 어쩌면 난 그것과 소녀의 강력한 힘을 이용하려는 걸지도 모른다.

거기다 그녀는 많이 호전되어 보이지만 여전히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상태. 엄연히 환자인 그녀를 필요하다며 끌고 나가는건 원칙적으로 절대 해선 안되는 짓이지만, 그런 그녀의 힘마저 필요할만큼 상황이 안좋다.

"문제는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되었냐인데……."

"협회에 물어보면 되지않아?"

"능력있는 마법사들은 죄다 차원의 벽 수복하는데 달라붙어 있어서, 빅토리아 아일랜드는 몰라도 오시리아 대륙쪽은 잘 모를걸."

그나마 수복작업도 더이상 무너지지않도록 고정하는 것만으로 벅차다 하고. 그마저 안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니 그만둘 수도 없다고 하인즈 할아버지가 회의때 말하셨다.

이래서 대륙에 있는 지역들의 지원을 받아야 했는데. 사이가 주춤주춤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저기 오빠. 나 정보같은거 잘 다루는 사람 아는데, 그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해볼까?"

"아는 사람이 있어?"

그래도 정신이 좀 나아져서 간호해주는 마법사랑 안면이라도 틔웠나?

"그게에─ 저쪽에서 먼저 안좋은 상황같은게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라고 했거든. 아마 부탁하면 들어줄거야."

"뛰어난 마법사야?"

"응. 굉장히."

생각해보니 사이의 간호를 맡을 수 있는 마법사들은 모두 뛰어난 이들이라고 네로한테 들었다. 약해서는 사이의 염동력에 한 대 맞고 뇌진탕이 오락가락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비록 악의 조직이었지만 이데아와 노바들은 굉장했었구나. 염동력 맞아가면서 얘를 여기까지 치료했으니까.

사이가 꺼낸 것은 짙은 녹색의 구깃구깃한 종이였다. 주소같은게 적혀있나?

"그러니까 같이 가자!"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내 팔을 확 잡아챈 소녀는 곧장 녹색 종이를 쫙 찢었고─ 새하얀 빛이 우리 둘을 감쌌다.

잠깐 이거 스크롤이었……?!

***

검호side.

비행 유적 쩐다. 완전 오파츠야. 고대문명 만만세라고. 프리드의 진짜 유산은 일기장이랑 이거였어!

"이거 나중에 저희가 가져가도 됩니까?"

"난 상관없는데 그걸 가져온건 유에니까 유에한테 물어봐라."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설득해야겠군요."

일이 끝나면 난 돌아갈거니까 비행 유적 소유권이 있어도 의미없다. 다만 이걸 가져온 유에에게 고맙다고 꼭 말해야지.

무려 순간이동이라니! 쓸때마다 마력이 꽤 많이 들긴하지만 무지막지한 기능이다. 덕분에 에레브에서 회의 끝나자마자 루타비스로 곧장 돌아올 수 있었다.

"대륙 회의 결과가 키네시스 군한테 안좋은 쪽으로 끝나버렸으니 저희가 포섭하기 꽤 편할겁니다."

"타인의 불행이 우리의 행복이라니, 기분나쁘군."

"현실적으로 지금의 대륙 상황상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든게 당연했습니다. 오히려, 지원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고 해야할까요."

이데아와 다른 노바족들은 녹화한 대륙 회의 영상에서 사람들의 발언과 진행 상황을 모두 적으며 회의록을 만들어갔다.

"구조작업을 한다지만, 준비기간이 상당할테니 키네시스 군의 성격상 그걸 기다리고있지 않겠죠. 아마 직접 나서려 할겁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 부분을 파고들면 됩니다. 저희에게는 디멘션 게이트와 대륙 곳곳에 배치시킨 정보원이 있으니 연합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계인 구조에 나설 수 있고, 실제로 이미 하고 있으니까요."

이데아는 차원의 벽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노바족들을 이끌며 프렌즈 월드 사람들 구조를 했었고, 리엔의 사람들이 나설쯤에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사실 구조 지역을 오시리아 대륙쪽으로 바꾸기 위한것도 있었다.

아무튼 초반에 대부분의 사람들을 구해내 싹 보낸지라 결과적으로 정작 메이플 월드 사람들은 이계인들이 엄청 많이 왔었다는 사실을 거의 모르게 되버렸지만.

"무슨 이동당한 사람들이 이쪽 세계로 건너온 저희보다 많은건지……."

"서울의 인구밀도는 굉장하니까."

정작 말하는 나도 원래 세계에서는 서울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검은 마법사가 왜 차원의 벽을 무너뜨렸냐입니다."

"일단 난 세계를 합치기 위해서로 추측한다만."

"그러니까 왜 세계를 합치려고 하는걸까, 이 말입니다."

"…… 합쳐진 세계들을 아우르는 초월자가 되려는게 아닐까."

놈의 1차 목표인 세계 멸망과 애써 연관지어 보자면 내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그 정도 예상이 한계였다.

"이미 그 자신을 제외하면 메이플 월드에 제대로된 초월자는 남아있지 않은데, 굳이 세계를 합쳐가면서 지금보다 더 큰 힘을 얻으려는거면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하게 있을겁니다."

"그렇겠지."

그 검은 마법사가 목적없이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지를리 없으니까.

"아니…… 정말 힘을 위해 세계를 합치려는게 맞긴 할까요?"

"그게 무슨 말이지?"

곰곰히 생각하던 이데아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한 노바족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이데아 님! 검호 님!"

"무슨 일입니까 클리앙."

"그 두 사람이 루타비스에 왔습니다!"

클리앙이 말한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니 벌써 왔어?!

이데아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가자 노바족들이 누군가에게서 거리를 벌리며 빙 둘러싸듯이 포위진을 갖추고 있는게 보였다. 포위되어 있는 두 사람은 꽤 화나보이면서 반쯤 어이없다는 표정의 소년과 그런 그에게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녀였다.

"오, 오빠?"

"사이. 혹시나 묻겠는데 너 도와준다던 사람이 설마 그,"

"대충 1달만이군요 키네시스 군."

그녀의 목소리에 완전히 굳어버린 키네시스와 시종일관 포커페이스인 이데아중 누가 더 조각상같을까 쓸데없는 의문이 들었다.

"여러분은 물러나주세요. 그들에게 위협할 필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노바족들은 병장기와 지팡이를 내렸지만,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럴만도 하지. 어려도 두 사람은 굉장한 초능력자니까.

"…… 여기는 어디야."

"심연의 뿌리[Root Abyss], 저희들의 거처입니다."

"설마 에델슈타인에 있다는 블랙윙 기지?"

"거기 아닙니다."

귀환서 하나로 가기엔 에델슈타인은 너무 멀지.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키네시스 군. 저희는 당신들에게 위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적진 한복판에 있는데 그런 말을 믿으라고?"

바닥이 들썩이며 땅 조각들이 일어났다. 방패로 쓰려는건가. 괜찮은 발상이지만 상대가 나쁜데.

"믿어야죠. 왜냐하면─"

왕벌의 날개짓같은 웅웅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빛나는 새하얀 뱀들이 느리게 허공을 유영했다. 아, 저 여자 별명은 얼음 마녀인데 정작 자주 쓰는 마법은 얼음과는 백만광년 떨어진 전격 마법이었지. 볼때마다 갭이 심해.

전격의 뱀들이 키네시스가 들어올린 방패에 닿을때마다 거친 스파크가 튀었다.

"정말 위해를 주고자 했으면 언제든 가능했으니까요."

"거기까지 해라 이데아. 정작 니가 위협하고 있잖아."

"사실을 주지시켜줬을 뿐입니다."

내 말에 그녀는 전격의 뱀을 없앴다. 분위기 어쩔거야? 이미 애들 다 놀랬잖아.

작게 혀를 차며 돌아보니, 잔뜩 긴장하고 있던 키네시스가 들고있던 바위들을 전부 떨어뜨리며 혼이 반쯤 빠져나온듯한 멍청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 검호? 아니, 아니 잠깐. 이번에도 그 시그너스랑 기사단장들처럼 그냥 닮은 사람?"

어째서 한 번에 알아보는건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까 땀차서 모자 벗었었지.

나는 당황하는 키네시스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랜만이네 회장."

그의 얼굴이 더더욱 멍청해졌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만났네요!

이번 챕터는 제목 그대로 폭풍! 연합이나 검호측이나 군단장이나 죄다 혼파망이 될 예정입니다.

@고양이선생님 - 예쁘든 말든 죽이기로 결심했으면 거의 재고하지 않는터라.

@좀비라스 -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c - 님의 말에 시그너스 무기를 진지하게 전기톱으로 고려했다가, 전기톱은 톱날에 뭐가 끼면 바로 고물이 되므로 아리아 여제님처럼 그냥 냉병기류로 결정했습니다.

@Sisre - 오르카는 대가를 톡톡히 치를겁니다.

@Blakecode - 사실 아리아 여제님을 스트롱하게 설정한 이유가 예전에 봤던 모 메이플 패러디 만화때문. 거기서 아리아 여제님이 파동권으로 팬텀에게 빙의한 스우를 쫓아버렸거든요.

@x흑란x - 아스카:내 비중은 나중에 폭발할거야!

@Blake117 - 칼대신 오함마나 청룡언월도는 어떨까.

@ReFrante - 아직 신수의 힘을 다 받아들이지 못해서 무리. 그리고 검호와 대면한 키네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터라 뻥─ 합니다.

@리세니안 - 감정 폭발해버렸음.

@리아카에린 - 시그너스는 아리아만큼 강해지지는 못할거임. 하지만 어찌어찌 아리아 vs 프라이쉬츠를 보고 뭔가 감명받을듯.

@칼크래프트 - 150화 외전은 챕터 하나를 통째로 압축해야해서...

@노란우산s - 그건 다다음화!

@루이레아 - 그리고 나온건 메이플쪽 5차전직.

@책벌레씨 - 어째서??

@익재공 - 아니요. 스우와 프라이쉬츠 둘 다 최악입니다.

@Jaiha - 나중에 사이키커 키네한테 좀 혼날듯.

@원나중독 - 사실 지형은 전통적인 전투력 측정기였죠.

@SourcesMoon - 그것만큼은 안된다니까요!

@ㅎr늘ㅂrㄷr - 8백년 전 사람인데다 동명이인 혹은 시그너스처럼 비슷한 사람일거라 생각했음.

@류동지 - 심지어 간부들도 오르카 버릴듯.

@Eluines - 아브락사스 타고 왔습니다.

@라그실 - 레이븐을 처음 만나는 식으로 쓸겁니다.

@땅콩양갱 - ts외전은 제 뇌내에서 아웃되었습니다.

@갓타치 - 이 커플 진짜 인기많구나.

@대어의예감 - 저도 자비심이 있어요... 에필로그쯤에 보여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Ratios - 동일한 존재입니다.

@Ascaron - 에델슈타인 폭★파.

@비탄의과학자 - 쓰는 전 전혀 안불쌍해보여서 마구마구 씁니다.

@적현월 - 그런데 정작 프라이쉬츠를 확실하게 죽이려면 트립퍼가 2명은 필요하다는게 함정. 백업 담당도 있어야하고.

@레시코 - 초반의 검호는 남고딩답게 욕을 참 많이 했었죠...

@크리잔 - 겔리메르가 좋아할만한 방식임.

@melsi - 그 외전은 쓰기 힘들어서리.

@심sym한노vel - 여기의 검호는 주인공(역)보정이 있으니 당연히 게임과 다르죠. 어쨌든 뜻하지않게 약팔이가 되었나보네요.

@슈엘리안 - 스우가 깐죽댄 끝에 아스카한테 얻어맞음.

@소라루 - 인게임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막 대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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