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ide out.
이데아는 모든 계획이 결코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그녀가 노바족 제일의 책사라고 불리는 지금까지 경험해온 사실이었고, 언제나 최선책을 진행할 수 없을때를 대비해 여러 차선책들을 준비함으로 계획 실패에 대한 손해를 최대한 줄여왔다.
하지만─ 현재 틀어진 상황은 그녀의 예상을 넘어서버렸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스우 감시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라. 급한 일이 생겼다."
머지않아 힐라가 여제의 혈통을 시비로 에레브로 갈건데, 팬텀이 제대로 그녀의 작전을 망칠 수 있을지, 스우는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감시해야하는 제일 중요한 사람이 갑자기 몸을 빼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때만큼 에레브에 잠입할 적기는 없어서 봉인석 탈환 작전까지 동시에 진행해야하는데!
"아스카도 함께 갈테니 밖에 있는 세피로트를 불러와라."
"자, 잠깐만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금방이라도 터져나오려는 화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이데아를 보지도 않고 검호는 평소보다 낮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은 마법사가 봉인에서 풀려났다."
"…… 예?"
"그 자식이 날 불렀어. 당장 가야해."
그제서야 이데아는 검호의 붉은 눈이 어느때보다 조용히, 무엇보다 격렬하게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어 정신을 다잡으며 저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빠르게 계산했다. 일찍히 시간의 신전까지 가서 봉인식과 검은 마법사를 보고 온 세피로트의 말에 따르면 늦어도 한 달 안에 봉인이 깨질거라고 했었고, 지금은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으니─ 풀려나고도 남을 시간인 것이다.
어떻게 검호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초월자이니 무슨 방법이든 썼을거라 생각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자와 싸울 생각입니까? 당신 혼자서?"
제정신이냐고 쏘아붙일뻔했다.
그녀는 직접 검은 마법사를 본적 없었지만 그와 비슷한, 초월자의 힘을 흡수했던 또다른 초월자는 하나 알고있다. 시간의 초월자 크로니카의 힘을 빼앗고, 노바족과 오랜 시간동안 전쟁을 치뤘던 생명의 초월자 - 제른 다르모어. 지금은 오버시어에게 흡수되어 사라졌지만, 그때의 공포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떠오를만큼 선명했다.
그런 작자와 동급인 놈에게 혼자 가겠다고?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미친 짓이다. 그러한 뜻을 담은 이데아의 노골적인 시선에 검호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싸우게 될지 아닐지는 모른다."
루시드를 통해 모습을 비춘 검은 마법사는 다른 말 하지않고 그저 '나를 만나고 싶으면 조용한 곳으로 오라'고 했다. 그 '조용한 곳'이라는게 시간의 신전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으며 - 만약 시간의 신전이면 굳이 그런식으로 표현할리 없으니 - 정작 만났을때 무엇을 하게 될지는 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당장 분명한건 봉인에서 풀려난 검은 마법사를 만나러 가야한다는 것뿐. 제 꿈에까지 직접 나타났다는건 반드시 와라는 뜻밖에 안된다. 가지않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요약하자면 검은 마법사를 꼭 만나러 가야겠고, 가는데 혼자여야 되며, 그 장소가 어딘지도 모르는데다 뭘 하게될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이겁니까?"
"하나 다르다. 혼자는 아니고 아스카랑 간다."
"그게 그거이지 않습니까?! 말같지도 않는 소리하지 마십시오! 그런 놈에게 혼자 가봤자 개죽음밖에 더 당합니까!!"
"…… 이번엔 안죽고 살아돌아올거다."
검호의 말에 이데아는 기가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 비웃음과 헛웃음, 한숨 사이의 무언가를 내뱉었다.
"그 말, 장담하실 수 있습니까?"
"팔다리는 붙여서 돌아오도록 노력할테니 그만해라. 그리고 빨리 나 대신 스우 감시할 놈도 데려오고."
"당신과 드래곤을 빼면 인력이 안남습니다만."
"그러니까 세피로트를 불러오라는거다. 놈한테서 급하게 받아야할 물건도 있다."
이데아는 좀 전에 물어 너덜해진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 겨우 말을 내뱉었다.
"…… 알겠습니다. 그를 불러오도록 하죠."
일전에 갑작스럽게 에델슈타인 블랙윙 기지에 찾아왔다가 돌아간 프라이쉬츠는 현재 시간의 신전에 틀어박혀 두문불출중이라는 보고가 며칠째 올라오고 있었기에 가능한 대답이었다.
연락을 받은 세피로트는 얼마 지나지않아 돌아왔고, 프라이쉬츠 추적에 썼던 물건을 검호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스우의 감시역을 맡으려 했으나─ 통제불능의 변수가 움직여버렸다.
"야. 나 할 일 있으니까 잠깐 간다."
생명의 오버시어. 그란디스에서 제른 다르모어를 먹어치움으로 회복한 힘을 추스르고 있던 아이의 형상을 한 신이 아무런 예고없이 덜컥 이쪽으로 건너오며 한 말이 저거였다.
"뭘…… 하려고 이곳까지 오신거죠."
"그건 너희가 알 바 아니지."
이 말을 들은 이데아는 상대가 초월자와 비교도 안되는 오버시어라는걸 알면서도 달려들어 다른 노바족들이 온몸으로 그녀를 막아야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가 같잖다는 듯 콧웃음까지 쳐 기어코 광분해버린 그녀가 진정하는데엔 시간이 꽤 필요했다.
아이가 무엇을 하려고 메이플 월드에 왔는지는 모르나, 무엇이든간에 범상치않은 일일게 분명했다. 때문에 그것을 막지는 못할망정 알기는 해야했고, 사람을 붙일 필요가 있었는데 그 역할을 세피로트가 자청해버렸다.
"내가 따라갈게."
"예에……?"
"아니, 최소한 나 정도가 아니면 오버시어를 따라가기 힘들잖아. 형씨랑 드래곤이 있긴 한데 저 둘은 검은 마법사를 만나러 가야한다하고."
"자, 잠깐만요, 그러면 스우를 감시하는건─"
"은월 그 사람한테 시켜. 나보다 약하지만 영혼에 간섭하는 것에 한해서는 더 잘할테니까."
그렇게 1순위도, 2순위도 심지어 3순위조차 아니었던 이가 이번 작전의 중요직 중 하나를 맡게 되버렸다.
루디브리엄에서 퇴각중인 마족 군단을 감시하고 있던 은월은 그렇게 불려와 일련의 사건을 다 들었고, 한 치의 의심없이 무언가 잘못될 것을 직감했다.
***
에반side.
저 멀리서 한 여인이 사병들을 거느리며 에레브에 막 입성하는 광경에 나는 발코니 난간에 몸을 빼 그녀를 한참 보았다.
"저 사람이 군단장 힐라라고요?"
"그래."
루미너스 씨는 잔뜩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테이블에 흩어져있는 영웅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려진 군단장들의 초상화와 여인의 얼굴을 비교해보았다.
"이름이 같긴 하지만 완전 다르게 생겼는데요."
[인상부터 딴판이야.]
"저 여자가 8백년동안 치매 걸린게 아닌바에야 본모습으로 올리가 없지 않나. 100% 얼굴을 바꾼거다."
"하지만 마법을 쓰지 않았다는게 이미 밝혀졌잖아요."
입구에서부터 보안을 명목으로 수 차례 디스펠을 받는걸 여기서 봤는데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즉 저 얼굴이 진짜라는 말이다.
"그게 문제라는거다. 힐라인게 확실한데 물증이 없어."
"단순히 동명이인 아니에요?"
애초에 힐라라는 이름은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로, 니할 사막 일대에선 여자애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고 들었는데. 내 말에 루미너스 씨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 설마 저 여자가 진짜 여제의 후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냐."
"아, 그건 아니에요."
일단 저 여자가 수상하기 짝에 없다는건 확실하니까.
막 연합이 만들어지고 기사단들이 파견되며 시그너스 여제님이 신망을 얻어가는 이 시기에, 아리안트 한정이라고는 하나 직접 전선을 뛰어다니며 여제님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쌓은 여인이 여제의 혈통을 문제삼아 일어난건 누가 봐도 수상했으니까.
거기다 힐라라는 이름이 과거 자신이 살던 도시를 검은 마법사에게 팔아넘기고 그 대가로 불로는 받은 군단장 이름이라는걸 생각하면 더더욱. 저 여인이 인지도를 확보한 곳이 그 도시 - 아스완과 가까운 아리안트라는 것도 의미심장했다.
"하지만 심증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잖아요."
"그러니 청문회까지 저 여자가 군단장이라는 물증을 얻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결국 연합은 저 여자 하나때문에 발목이 잡히겠지."
"일단 저 사람이 군단장인건 확실한거죠?"
"저 여자가 힐라라는 사실에 내 마력을 모두 걸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력을 전부 걸다니, 아주 확신하고 계시구나. 루미너스 씨는 고개를 돌려 수많은 피요족과 에레브의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유유히 거처로 들어가는 여인을 뚫어져라 보았다.
"무슨 수를 썼는지 흑마력도 느껴지지 않아…… 8백년 동안 놀지 않았다는 건가."
"그, 힐라라는 군단장은 네크로멘서라고 하셨죠?"
"그렇다만."
"네크로멘서라면 아까 같이온 병사들이 언데드일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내 말에 루미너스 씨는 낮게 콧웃음치며 '그럴리가'라고 대꾸하셨다.
"저 병사들은 언데드가 아니다."
[응. 엄연히 산 사람들이야.]
"그, 그래?"
"거기다 정련된 기도와 행동거지로 봤을때 상당한 정예병들이다. 옛날에도 저 정도 수준의 병사는 드물었는데…… 어디서 저런 이들을 구해왔는지 모르겠군."
그 정도인가? 루미너스 씨가 그렇게 말할정도면 사실이겠지만 나는 잘 모르겠던데.
"단순히 실력있는 용병을 고용해서 갑옷만 입혀놓은거라면 걸음걸이부터 중구난방이었겠지. 하지만 행렬을 갖추고 통일된 움직임을 보인다는건 제대로된 훈련을 받았다는 뜻이다."
"멀쩡한 사람들이 군단장을 따르고 있다는 뜻이에요?"
"제정신이라면 그럴리 없지. 매료 마법같은 것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그 마녀는 그런쪽 마법에도 능통했으니까."
"하지만 힐라는 군단장 중에서도 약체라고 했잖아요."
네크로멘서인데다 여성이기까지 해 항상 뒤에서만 싸웠다고 들었는데. 루미너스 씨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군단장'중에서 약할뿐이지, 니가 그 마녀를 상대하면 장담컨데 5분도 못 버티고 언데드 군단의 일부가 될거다."
"……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아요."
"니 생각일뿐이지. 아무튼 결과적으로 저 여자에게서 직접적으로 변신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니 병사들에게서 뭔가 수상한 기색이 없는지 조사해야한다."
[매료 마법같은게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같은걸 말이지?]
"그래. 저렇게 전신 갑옷을 풀무장을 했다는건 좋게 말해서 준비가 철저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내놓고 다닐 수 없다는 뜻이니까."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여러가지 의미로)특별한 손님이라 별도의 숙소에 배정되었는데 거기 숨어들어가서 증거를 캐온다? 블랙윙에 잠입했을때만큼 빡셀게 분명했다.
"그 이전에 병사들도 저 여자와 함께 디스펠 세례를 받았는데, 정말 매료 마법에 홀린게 맞긴해요?"
"예시를 든것 뿐이다. 직접적인 마법이 아니더라도 약물이나 최면 등 사람 조종할 수 있는 수단은 많아."
확실히 그런 방법들도 있긴 하지. 그러나 무언가 놓치고 있는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뭘 놓친거지? 그걸 고민하고 있을때 루미너스 씨가 덜컥 말했다.
"에반 너는 어떻게든 저들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모아봐라."
"제, 제가요?"
"이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뭔 일이래? 루미너스 씨가 날 인정해주셨어?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들뜬 기분이 팍 가라앉았다.
"얼빵하게 생겼으니 꽤 방심하겠지."
"……."
역시나. 그럼 그렇지. 무뚝뚝한 얼굴로 태연하게 내 속을 후벼판 루미너스 씨는 테이블 위에 흩어진 군단장 초상화들을 정리했다.
"아, 그렇다고 너무 접근해서 이쪽 목적을 흘리지는 마라."
"안해요! 그리고 그렇게 걱정되시면 루미너스 씨가 직접 하세요!"
"나는 에레브의 책사를 도와주러 가야한다."
연합 일과 이번 청문회 준비로 죽어가고 있어. 평소에도 다크서클이 늘어져있던 나인하트 씨를 떠올리니 뭐라 태클걸 수 없었다.
그렇게 나와 미르는 덜렁 둘이서 청문회 전까지 힐라가 군단장이라는 물증을 찾으라는 특대 임무를 맡게 되버렸다. 이런건 기사단장이나 최소한 나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를 불러야하는거 아니냐고?!
"거기다 나오질 않으니 증거는 고사하고 관찰도 못 하겠어……."
[저 인간들 방에서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안나오는 걸까?]
"알면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겠어."
사우나라도 하는지 창문을 닫은건 물론 커튼까지 2중으로 쳐서 마법으로 시력을 강화해도 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생쥐를 사역마로 만들어서 몰래 넣을까 했지만 애초에 에레브 섬에 쥐같은건 없었다. 나중에 들으니 피요족들의 간식거리로 박멸당한지 오래라나.
식사를 갖다주는 하인으로 변장해서 슬쩍 안을 보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데려온 시녀들이 대신 가져가버렸고. 완전 철통 보안이잖아. 다른건 모르겠고 저들에게 뭔가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잘때 몰래 들어가볼까?]
"정 안되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
피곤해. 오늘 하루종일 저 사람들 주위만 빙빙 맴돌았는데 건진게 아무것도 없고. 이대로 돌아가봤자 루미너스 씨한테 한소리……를 들을 리 없겠네. '그래 니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눈빛만 보내실거야.
"아니 애초에 본인이 하면 될 것을 왜 나같은 어린애를 부려먹냐고. 인력이 없는것도 아니고 진짜 왜 나를……!"
[마스터가 제일 만만하게 보여서가 아닐까. 그 사람이 마스터는 얼빵해보인다고 했잖아.]
"…… 미르 넌 누구편이야?"
[당연히 마스터 편이지!]
얘 정말 나와 영혼이 이어진게 맞을까. 스승님의 아스카 씨 반이라도 닮았으면.
[오늘은 해가 졌으니까 이쯤하고 들어가는게 어때 마스터?]
"그래야겠네."
계속 여기 죽치고 있어봤자 뭐가 더 나올것 같지 않으니까. 흙 묻은 바지춤을 털며 일어난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덜터덜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힐라와 그녀의 사병들이 받은 숙소는 내가 머무는 건물과 꽤 떨어져있어 중간에 연무장을 가로질러가야 했는데, 그곳을 지나가다 인기척이 들려왔다.
"핫!"
기합성과 함께 휘둘러진 대검이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내가 전사가 아니라서 그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저 큰 검을 팔다리처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은 확실히 굉장해보였다.
연무장에 세워진 허수아비들을 몇 번의 검격으로 깨끗히 베어낸 남자는 땅에 대검을 꽂아두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 구경은 즐거웠습니까?"
"예에? 예?"
"당신이 여기로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었습니다. 에레브의 하인들은 이 시간까지 일하는겁니까."
아. 나 아직도 하인복 차림이지. 눈에 띄는 원래 복장보다는 이쪽이 의심을 덜 살것 같아서 계속 입고 있었는데 착각한 모양이다. 그에게 설명을 해주려했는데, 검술에 한눈팔려 들어오지 않았던 남자의 모습이 그제서야 어스름한 달빛에 보였다.
이질적인 붉은 머리와 낮은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 투구를 쓰고있지 않지만 부분부분 걸치고 있는 갑옷은 힐라의 사병들이 입고있던 그것과 같았다.
"아니요. 이제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에요."
"그렇습니까."
─간신히 온 기회다.
"형은 왜 이 시간에 혼자 훈련중이에요?"
"이제야 겨우 오늘 일이 끝나고 짬이 났거든요."
그 짬난 시간에 훈련하러 여기까지 나온걸 보면 저 남자는 아란 누나처럼 꽤나 무인 성향이 강한 모양이다. 루미너스 씨가 전사들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고 투덜거리던게 떠올랐다.
"일이 바쁘다지만 훈련을 게을리 할 순 없죠."
"아리안트의 성녀님을 호위하는 일이 그렇게 바쁜 일이에요?"
"…… 저는 제가 호위병중 하나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만."
남자의 둥글었던 눈매가 한순간에 날카로워지며 꽂아둔 대검을 뽑아들 준비를 했다. 심상치않은 기세와 함께 대검에서 붉은 아지랑이같은게 옅게 일어났다.
"아, 그, 전 에레브에서 형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이번에 온 성녀님의 사병 중 한 명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 나요? 기사단원 분들하고는 갑옷도 다르고 해서─."
"그랬습니까."
의심쩍은 시선이 거둬졌다. 위험했네. 남자는 돌아가려는듯 대검을 뽑아 검집에 넣고는 한쪽에 둔 투구를 집어들어 옆구리에 꼈다.
"좀 더 늦으면 밤공기가 서늘해질테니 얼른 돌아가세요."
"걱정해주시는건 고맙지만 전 튼튼해서 감기같은거에 안걸려요."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가 큽니다."
"윽!"
내 키가 그렇게 작아보이나. 롯뜨 씨한테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컸다고 들었는데. 키 얘기에 자동적으로 반쯤 썩은 표정을 지어졌는지 남자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거기다 이제 보니까 저 남자 어려보이는 얼굴하고는 반대로 꽤 크네. 데몬 씨 만큼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그, 그러는 형은 안자요?"
"저는 돌아간 뒤에 좀 더 일하고나서 잘겁니다."
"성녀님을 호위하는게 힘든가봐요."
"예에. 하지만 이번 청문회만 잘 되면 더이상 이런 식으로 고생하진 않겠죠."
그 청문회를 어떻게든 망쳐야하는 입장이라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열심히 해라고도 못해서 나는 애매한 표정으로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레브의 사람인 소년에겐 저희가 좋게 보일 수 없겠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 뒤면 달라질겁니다."
남자는 몸을 돌리며 숙소가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잔영이 순간적으로 보였던 것 같지만, 걸음걸이가 꽤 빨라 금방 어둠속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 뭔가 더 알 수 없게 되버렸어."
[그러게 말이야.]
수풀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미르가 다가왔다.
"루미너스 씨는 매료 마법이나 약물같은걸 써서 세뇌했을거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잖아."
명백히 이성이 있었고, 판단력이 흐리다거나 하는 기미도 않보였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삐끗했으면 바로 이쪽 의도가 들통났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평범한 대화도 꽤 잘 했고.
[저 사람만 그럴싸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은?]
"없어. 군단장 힐라의 능력이 그만큼 굉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왠지 그럴것 같지 않아."
어쩌면, 정말 어쩌면.
저들은 멀쩡한 이성으로 군단장 힐라의 말을 듣고있는게 아닐까.
***
카이저side.
내가 이 세계의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슬슬 걱정이 든다.
"여기 기술 격차가 왜 이렇게 심합니까?"
"나한테 물어봤자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나."
"처음 빅토리아 아일랜드를 봤을때부터 생각했던거지만 이곳의 지역별 기술 격차는 너무 심합니다."
섬 하나에 원시 부족과 농촌 사회, 이종족들과 공존하는 마법 사회, 치안이 영 안좋아보이는 뒷골목 사회가 뒤엉킨걸 보고 얼마나 경악했던가. 지금도 거긴 적응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슬리피우드는 또 어떻고.
팬텀과 스우를 동시에 감시하다 막 교대하고 쉬던 은월은 지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말해봤자 대답할 수 있는건 없다."
"예,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허망하게 뚫려서 저희쪽이 황당할 정도라고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곳 메이플 월드는 그란디스와는 달리 지역별 기술 격차가 심하다. 어딘가는 아직도 원시적인 도구를 쓰는 반면, 어딘가는 철제 건물을 올리고 있으며, 또 어딘가는 감정을 가진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낸다. 특히 맨 마지막은 완전 오버 테크놀러지다.
그리고 우리가 속한 집단의 것이기도 했고.
"어디는 초소형 홀로그램 영사기와 워프 게이트를 만들어내는데 어디는 감시 카메라조차 없다니, 이거 솔직히 사기잖아요?"
"우리 처음부터 사기치고 있지 않았나."
"예예 그랬죠. 그런데 이건 정말 불공평한 수준이라고요."
"나도 어이없으니까 그만 말해라."
그래 알고있다. 겔리메르 그 영감이 많이 재수없긴해도 과학에 한해서 메이플 월드 최고의 천재라는 것쯤은! 그런데 이건 진짜 너무하다고!
마법을 써서 위장할경우 에레브에 입성과 함께 책사에게 - 마법도시 리엔 출신이니 - 걸릴거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했다. 때문에 시작부터 디스펠을 비롯한 마법 해제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연구했고, 답은 지극히 심플했다. 아예 마법을 안쓰고 물리적으로 모습을 바꾸자! 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물론 진짜 얼굴을 갈아엎는 성형은 아니고, 염색에 렌즈까지 낀 다음 겔리메르의 기술중 하나인 광학미채와 홀로그램을 응용한 과학적 수단을 이용해 뿔과 꼬리, 날개를 숨겼다. 물론 그 기계들을 빌리는데 뒤에서 검호 그가 겔리메르와 한참 협상을 해야했지만.
"두 사람 모두 조용히 하지?"
""…… 예.""
가장 경악스러운건 저 마녀다.
군단장 힐라. 8백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라온 불로의 네크로멘서. 매우 뛰어난 흑마법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다른건 모르겠고 저건 흑마법마저 능가한 무언가다. 8백년동안 화장술만 연마했나.
어떻게! 고작! 화장만으로 얼굴 골격과 인상을 확 바꿀 수 있냐고! 눈앞에서 요염한 마녀가 청순가련 성녀가 되고, 또 솜과 천으로 몇 번 문지르는걸로 원상복귀되는 장면은 입이 떡 벌어질만큼 굉장했다. 심지어 그녀가 군단장인걸 알면서도 시녀역할로 온 몇몇 동족 여성들은 그 비법을 은근히 알고싶은 눈치였다.
'티어의 변신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제 소꿉친구의 스킬도 저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화장을 다 지우고 팩까지 붙이던 마녀는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 언제까지 있을거야? 잘거니까 나가."
"…… 알겠습니다."
어차피 불로니까 안티에이징따위 의미없을텐데~ 같은 생각을 하며 마녀의 방에서 나란히 쫓겨난 우리는 밤인사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자리로 갔다. 나야 이제 밤이니 마녀의 호위를 안해도 되지만, 은월은 팬텀과 스우의 감시를 해야했으니. 엔젤릭버스터와 교대인가.
숙소에서 나온 나는 방으로 돌아가지않고 인적없는 연무장을 찾았다. 요 며칠동안 마녀 호위만 하느라 - 실제로는 나보다 강한 여자인데 - 훈련을 하지 못했으니 본격적으로 일을 벌이기 전에 몸을 풀어둘 필요가 있었다.
시그너스 기사단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에레브였기에 숙소에서 떨어진 곳까지 왔음에도 괜찮은 연무장을 찾는데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앗!"
시작은 천천히, 점점 속도를 높혀가며 검술을 펼쳤다. 이번 일에 영예로운 수호자의 검 카이세리움을 들고싶지 않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대검을 가져왔고, 그것은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 오래 할 일은 아니라지만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발소리가 들려온건 그쯤이었다. 질질 끌리는, 피로한 이 특유의 걸음은 연무장 가까이 다가오다 뚝 멈췄다.
날 보아버린건가. 곤란하게 됬다 생각하며 허수아비들을 빠르게 베어내고 길게 숨을 골랐다.
"구경은 즐거웠습니까?"
"예에? 예?"
"당신이 여기로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인복을 입은 한 소년이 보였다. 꽤나 피곤해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인상의 아이였다.
"에레브의 하인들은 이 시간까지 일하는겁니까."
"…… 아니요. 이제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에요."
"그렇습니까."
저런 소년도 하인으로 일하는건가.
"형은 왜 이 시간에 혼자 훈련중이에요?"
"이제야 겨우 오늘 일이 끝나고 짬이 났거든요. 일이 바쁘다지만 훈련을 게을리 할 순 없죠."
"아리안트의 성녀님을 호위하는 일이 그렇게 바쁜 일이에요?"
자연스럽게 그렇다고 대답하려다 질문 자체가 심상치않은걸 깨달았다.
"저는 제가 호위병중 하나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만."
거기다 질문은 물론이고 잘 살펴보니 풍겨지는 마력이 상당히 짙다. 대충 짐작해도 어지간한 마법사 이상, 거기다 좀 전의 질문까지 볼때 보통의 하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나는 바닥에 꽂아두었던 대검을 잡으며 검기를 끌어올렸고, 그런 내 기세에 창백하게 질린 소년은 더듬더듬 말했다.
"아, 그, 전 에레브에서 형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이번에 온 성녀님의 사병 중 한 명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 나요? 기사단원 분들하고는 갑옷도 다르고 해서─."
…… 의외로 통찰력이 뛰어나군. 짧은 시간안에 저런 식으로 간파할줄은 생각 못했다. 보통의 하인이 아닐거라는 예상에 무게가 더해졌지만, 겁에 질린 어리버리한 얼굴을 보니 어쩌면 리엔에서 온 견습 마법사 같은걸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했다.
"좀 더 늦으면 밤공기가 서늘해질테니 얼른 돌아가세요."
"걱정해주시는건 고맙지만 전 튼튼해서 감기같은거에 안걸려요."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가 큽니다."
"윽."
키에 대한 부분이 역린이었는지 밝은 표정이 단숨에 찌그러졌다. 하지만 티어보다 작다고 소년 군.
"그, 그러는 형은 안자요?"
"저는 돌아간 뒤에 좀 더 일하고나서 잘겁니다."
"성녀님을 호위하는게 힘든가봐요."
"예에. 하지만 이번 청문회만 잘 되면 더이상 이런 식으로 고생하진 않겠죠."
힐라의 계획을 제대로 망치면 당분간 에레브의 경비도 강화될거고, 군단장들도 조금은 잠잠해질테니. 그리고 내가 이런 고생을 할 일도 없겠지.
"에레브의 사람인 소년에겐 저희가 좋게 보일 수 없겠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 뒤면 달라질겁니다."
최대한 에레브에 피해없이 일을 끝낼테니.
나는 투구를 챙겨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
세피로트side.
"으, 추워."
"엄살피우지 마라."
"나 민소매 차림이라고."
거기다 아무리 트립퍼라도 추위랑 더위는 느끼고. 나는 늘어진 목도리로 팔을 감았다.
"여기는 어디야?"
"니 알아서 짐작해봐라."
"얼음이 널려있는걸 보면 엘나스나 리엔일 것 같지만,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데다 사람이 아예 없으니…… 혹시 설귀도야?"
생명의 오버시어는 대꾸하지 않고 맨발로 소복소복 눈을 밟으며 얼음 동굴에 쳐진 각종 마법을 무시하며 걸어갔다. 정답인 모양이다.
"여기에 뭘 하려고 무려 직접 온거야?"
"비참하게 삶을 이어가는 아이의 생명을 거둬주기 위해서."
그래도 이 몸은 그 종족의 신이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 무덤덤하게 말하는 아이의 얼굴은 인간과 거리가 멀었다. 인간이 아니니 당연하겠지만.
"아니 잠깐만, 그 아이라는거 설마─?"
"니 짐작 맞으니 더 말하지 마라."
미친. 그래도 생명의 오버시어는 그 둘에 비하면 좀 낫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다 미쳐있어.
"예전에 이미 말했던걸로 아는데. 내가 이 세상의 생명들에게 평등하게 주는건 푸대접과 죽음뿐이라고."
살아도 산 것 같지않는 삶만을 이어간다면, 그것을 끊어주는 것 역시 이 몸의 도리지. 납득하기 힘든 말을 하던 아이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얼음 동굴의 끝에서 시체처럼 잠들어있는 거대한 오닉스 드래곤 - 아프리엔의 앞에 도착했다.
========== 작품 후기 ==========
이전 화에서 힐라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데 왜 눈치채지 못하느냐... 라는 식의 코멘이 많이 보였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독자분들은 힐라가 누구고 뭘 꾸미는지 다 알고 있지만, 작중 내 인물들은 안그렇거든요.
먼저 인게임에서 스우가 전쟁으로 역사 조작했다는 설정을 떠올려주세요. 작중 내의 흔한 주민 1, 2는 힐라는 물론 군단장이란게 뭔지 모르는게 대다수입니다. 애초에 현 시점에서 그들에 대해 아는 이들이 수 백년을 산 이들(아마란스, 신수, 헬레나, 미네르바)이나 그 당시를 살았던 이들(영웅즈, 전 군단장들), 극 소수의 지식인들(나인하트, 리린, 에반)뿐인걸요. 그런 사람들이 나왔다고 개나소나 군단장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대륙 회의때마저 그들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나인하트가 한참 설명했었다고 본편에서 나왔었는데...
@산들바람eh - 아니요. 검호에게 죽임당한 기억이 떠올라서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오빠라고 부를뻔한건 프렌즈에서의 습관때문.
@Legendssj2 - 정주행 다시 해보세요~
@제레프 - 그리고 검호는 만나러 갔습니다.
@ㅇㅇ군 - 진짜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저때는 정말 평화로웠던거임.
@음야음야 - 처음엔 히로인으로 기획했는데 이후 조연으로 변경했음.
@Ratios - 사건은 힐라가 일으키지만 사고는 스우가 칠겁니다.
@Sisre - 간만에 출연했죠 하하.
@홈리스 - 최종보스인데!
@sadgfdfh - 술은 어떻게든 소비될겁니다.
@적현월 - 그건 ng외전.
@Jaiha - 그 균열들 마법사 협회와 노바족들이 거의 다 수습했습니다.
@Pote - ... 나중에 고인드립까지 당할 예정인데 어떻게 보실려고.
@루서스 - 아는 사람은 의심합니다만, 물증이 없습니다.
@갓타치 - 먹고 취해서 깽판칠거임. 나~~중에.
@류동지 - Richard, Rodrigo, Rudorph, Richmond 정도?
@밤일 - 이런저런 사정으로 흩어졌는데 흩어진곳에서 모두 문제가...
@Blake117 - 에, 사실 루시드 죽이려고 했는데 이번에 업데이트 된 루시드 스토리 보고 살릴까 망설이는중.
@익재공 - 참고로 작중 하마는 취하면 이성이 날아간다는 설정.
@Ascaron - 틈틈히 출연했지만 분량은... 안습.
@앙스럽네 - 얀데레 포즈가 몹시 귀엽더라고요.
@대어의예감 - 꿈 얘기가 나왔을때부터 짐작했어야죠.
@땅콩양갱 - 나중에 차원의 도서관 에피때 나 공개될거임.
@Yoontlemin - 루시드 도트 팬이 손본게 더 낫더라고요(눈물). 그래도 일러는 예뻤음!
@칼크래프트 - 카이저의 아이덴티티 투구.
@노란우산s - 저도 이거 쓰고있지만 정작 메이플은 영상만 보고 있다는... 루시드는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레헬른 브금이 괜찮으니 렙 되시면 접속해보세요.
@Eluines - 이후에도 꿈 관련으로 나올 예정인 루시드양.
@레시코 - 꿈에서 만났지 현실에서는 아직... 이지만 만나러 간 검호.
@키하라스티카 - 죄송합니다. 이번엔 분량이 좀 적지만 빨리 올렸음.
@인리연찬 - 완결되면?
@랑패키지 - 그래서 이번건 빨리 썼어요! 수강신청 망해서 정신이 메롱할때 쓴거라 퀄리티는 낮지만.
@sonage - 로리인데 그 가슴이라고?!
@x흑란x - 다같이 모여있는데 서로서로 꿍꿍이가 다르다는게 함정.
@ReFrante - 육체적인 고통은 솔직히 이제 의미없으니까 정신을 집중 공격!
@건전한독자 - 소등!
@황창이 - 아직 멀었어요. 챕터 3개는 더 써야해서 이 기세로 쓰면 200화 넘어도 완결될까 의문.
@올블랙메인쿤 - 파픈이 있으면 되지만 파픈은 이제 없잖아? 안될거야.
@책벌레씨 - 적절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