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 외전 --> (캐붕 주의)
신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올해에는 원하는게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빌었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목표를 다짐했으며, 다른 누군가는 이번 해에도 평화가 이어지도록 기도했다.
그리고 어딘가에 사는 누군가는─.
"썩을."
욕을 내뱉고 있었다.
"왜 그러는거야 검호?"
"메이플 월드에서 또 한 살을 더 먹어버렸다."
"아……."
파픈스타는 탄식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이유였다.
망할 시간의 오버시어때문에 메이플 월드에 트립된지 어언 10여년, 그는 20대의 청춘을 군단장, 몬스터와 푸닥거리하는데 다 보내고 이제 30대에 접어들기 직전이 되었다. 아직 앞자리 수는 안바뀌었지만 상당히 아슬아슬한 나이인게 사실이다.
"기, 기운내 검호! 곧 돌아갈 수 있을거야! 본편 진도가 이번 챕터를 기점으로 중후반에 접어드니까 완결까지 얼마 안남았다고!"
"글쎄. 작가가 올해로 3학년이라 취업준비를 해야해서 연재속도가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질 것 같다는데."
1달에 1번 연재조차 못하게 될지도 몰라. 현실성이 넘쳐흐르는 말에 파픈스타는 팔을 감싸안으며 몸을 떨었다. 맙소사 그럼 우리는 언제 돌아가는거야. 절망하는 그들을 본 프라이쉬츠가 뭐 그리 고민하냐는 얼굴로 말했다.
"그냥 다 포기해. 그럼 편해질걸."
"넌 좀 닥쳐."
따끈따끈한 전기장판이 깔린 솜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는 백수 자식에게 그런 말 듣고싶지 않아. 면전에다 닥치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프라이쉬츠는 머리만 내놓은 상태로 계속 말했다.
"어차피 돌아가봤자 수능에 면접에, 대학 들어가서도 니가 생각했던 캠퍼스 생활이랑은 거리가 꽤 있을거고, 남자인이상 군대까지 가야하잖아. 거기다 군대 이후엔 또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를……."
"뭘 그렇게 상세하게 잘 아는거야."
"내가 취준생이었거든."
스펙 만들기 더럽게 힘들어. 조별과제 죽어버렸으면. 눈앞의 놈이 지구에서 구체적으로 뭐했는지까지 몰랐던 검호는 그의 말에 쩍 굳어버렸다.
"맙소사 취준생이 어쩌다 그런 인간말종이 된거야."
"3류 드라마같은 일을 당하면 그렇게 돼."
"그러고보니 나도 당신 과거는 못 들어봤는데 당신의 시간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파픈스타의 물음에 프라이쉬츠는 이불 속에 쏙 들어가며 말했다.
"스포일러야. 어차피 본편에서 다 나올 예정이고."
"젠장."
"나 이제 잔다."
말 지지리도 안듣는 군단장들을 끌고 어떻게든 계획 진행하느라 과로사 직전이었던 그는 그렇게 잠들었다.
쿨쿨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약간의 침묵이 깔렸으나 파픈스타는 그 침묵을 부수기 위해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참 검호! 이제 신년이니까 떡국 먹자!"
"미안하지만 그건 좀……."
안그래도 나이 하나 더 먹은 것때문에 기운빠지는데 그 한 살 더 늘었다는 것의 대표적인 음식까지 먹고싶지 않았다. 떡국을 안먹는다고 나이를 안먹는건 아니지만 기분이란게 있다.
그의 거절에 파픈스타가 눈을 글썽이며 말했다.
"내가 만든건데?"
"……."
"메이플 월드 재료를 쓴거라 지구에서 먹던거랑 완전히 똑같다고는 못하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려고 노력했는데…… 정말 안먹을거야?"
"아니 그게."
"알았어. 안그래도 나이 먹은게 싫을텐데 떡국까지 먹으면 기분나쁘겠지. 내가 생각 못했네. 그래도 만든거니까 버릴 수는 없으니 나 혼자 먹을게."
"잠깐, 잠깐만! 먹을게! 생각해보니까 메이플 월드에서 신년 떡국 먹어본 적이 없었어! 나도 오랜만에 먹고싶어!"
"정말?"
기다렸다는듯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걸렸다! 는 걸 직감했지만 '그럼 가져올게~'라고 팔랑팔랑 나가는 그녀를 붙잡을 순 없었다. 이불 안쪽에서 잠긴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너 평생 잡혀살겠구나."
"이미 잡혀있어. 그리고 그녀랑 계속 같이 있을수만 있다면 머리끄댕이 잡힌채 질질 끌려가도 상관없어."
"얼마나 중증인거냐."
"얼마든간에 너랑은 상관없잖아. 신경 꺼."
"그놈의 사랑이 뭐라고. 아무튼 잘해봐라."
방에는 다시 코고는 소리만 작게 울렸다. 친하지도 않은 남자 둘이 방에 있어봤자 대화가 제대로 이어질리 없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조용해진 가운데 파픈스타가 돌아올때까지 검호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기다리고 있었겠지만 예상 밖의, 아니 이쯤에서 나오는게 당연한 우리들의 분위기 브레이커가 등장했다.
"형씨! 나 왔어!"
"…… 아 그래."
"오다가 내가 끝내주는걸 받아왔지! 어때? 궁금하지 않아?"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검호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세피로트는 후후, 웃으며 들고있던 천과 봉투로 쌓인 것을 주섬주섬 열었다.
"짜잔~! 노바족 요리사에게 부탁해서 받아왔어. 이른바 메이플 월드식 떡국! 어때? 재료가 다르다보니 완전히 같진 않지만 이 세계에서 지구 요리를 먹는거─ 표정이 왜 그래?"
"니놈 진짜……!"
"이렇게까지 타이밍 나쁜건 힘든데."
한심스럽다는 프라이쉬츠의 목소리에 무슨 뜻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피로트를 쥐어박아 쫓아내기 위해 검호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또다시 문이 열렸다.
"가져왔어 검호~ 내려놓게 상 좀 펴줄 수 있……."
그리고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각자가 들고 있는 물건과 상황을 파악한 두 사람의 사이에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세피로트는 굳어버렸고 파픈스타는 표정은 변하지 않았으나 방출된 마력에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감과 동시에 그릇들이 담긴 쟁반이 떨리며 달각거리는 소리만이 공포스럽게 울렸다.
"세피로트."
"으, 응?"
"그거 들고 잠깐 나가있어줄래?"
"왜……?"
"묻지말고. 그냥 나가있어줘."
"알겠습니다!"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쿠구구구……! 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당장이라도 눈보라를 일으킬 것처럼 요동치는 마력에 세피로트는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퍼뜩 방 밖으로 나갔다.
'쫓겨났군.'
'쫓겨났어.'
들어오자마자 반강제로 나오게 된 세피로트는 얌전히 방문 밖에 쪼그려 앉아 그녀에 의해 급속냉각된 떡국을 옆에 둔채 음침하게 버섯을 재배해야했고, 몇 분 후 이불뭉치가 밖으로 나왔다.
"…… 너는 왜."
"니놈이랑 마찬가지의 이유지 뭐. 여기서 쳐잘거면 다른 방에서 자란다.
어차피 말 안했어도 나올 생각이었지만. 둘의 애정행각을 라이브로 구경할 마음이 전혀 없는 프라이쉬츠였기에 그녀의 축객령에 별다른 불만없이 그냥 나가주었고, 그렇게 두 사람을 내보낸 파픈스타는 드디어 검호와 단 둘이 방에 남으며 작가의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염장질을 시작했다. 진짜 쓰기 싫을정도로.
결코 귀찮아서 안쓰는게 아니다. 파픈스타가 검호에게 숟가락 내밀며 '아앙~'같은걸 해서 기분은 좋은데 뭔가 쪽팔리고 받아먹기엔 어색해서 머뭇거리다 2차 권유에 결국 먹어주는 그런 장면같은걸 시작으로 해서 이 뒤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한편 복도에 이불펴고 잘 것 같았던 프라이쉬츠는 그릇을 가리키며 물었다.
"근데 이거 나 먹어도 되냐?"
"응?"
"출출해. 저 여자때문에 식긴했지만 데우면 되겠지."
"너 먹으라고 가져온거 아니거든……!"
"그래그래 저 여자 주려고 가져온거겠지. 그런데 쫓겨났잖아. 버리기엔 뭐하고 니놈 혼자 먹으면 엄청 비참해보이니까 친히 먹어주겠다는데 불만이냐."
당연히 불만이지! 내가 니놈 주려고 이걸 받아온줄 알아?!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으나 그럴 기운도 없었다.
"마음대로 해……."
"그럼 이거 나 먹는다."
세피로트는 이불을 뒤집어쓴 프라이쉬츠가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가는걸 멍하니 지켜보다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대로 두었으면 복도에 방치되어 버섯이 재배되는 인간 그루터기가 되었겠으나 신이, 아니 오버시어가 그렇게 둘 생각은 없었는지 여러 발소리가 다가왔다.
"오빠 여기서 뭐해?"
"사이키커?"
"거기 계속 있지말고 좀 비키지 그래."
외전이라 제정신으로 나온 사이키커와 외전에서만 출연하는 하이랜더였다. 어째선지 두 사람은 각자 상자와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아참, 가게에서 귤사왔는데 먹을래?"
"귤……?"
"겨울엔 귤이잖아."
상자를 열어 귤을 하나 내밀어주는 사이키커의 모습에 세피로트의 청록색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게 몇 년만의 호의인지.
"고마워어어어─!"
"히익?!"
"뭐하는거야 이 사람이? 야! 애한테서 떨어져!"
검호와 마찬가지로 보정없이 순 STR 2000이 넘는 하이랜더에 의해 세피로트는 사이키커에게서 떨어져나갔지만, 그래도 다시 고맙다며 달라붙다가 로리콘으로 오해받아 항변해야했다는 후문. 받은 귤은 썩힐 수 없으므로 결국 훌쩍거리며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너희는 왜 온거야?"
"신년이니까 윷놀이 하러."
하이랜더는 꾸러미 속에서 잘 깎인 나무막대 4개를 꺼내보였다. 세피로트가 태클 걸었다.
"그건 신정(1월 1일)이 아니라 설날때 하는거잖아."
"알게 뭐야. 그냥 하는거지."
"오빠도 같이 할래요?"
"아 물론."
마침 할 일도 없었는데.
"저 방에 그 두 사람도 있는거지? 부르러 간다."
"잠깐만 지금 둘은─"
세피로트의 말을 흘려넘기며 거침없이 방문을 열어제낀 하이랜더는 펼쳐진 풍경에 경악했다.
"야 이것들이 뭐하는거야!?"
"넌 또 왜 온건데!!"
"아이스 스토옴─!"
하이랜더는 그의 머리를 뚫어버릴 기세로 던져진 검을 고개를 꺾어 겨우 피하기 무섭게 날아드는 얼음덩이들을 십자가로 막아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방과 그 건너편 벽이 모두 반파되었지만 그런것 따위야.
"왜 신년부터 니놈이 오는거냐! 그것도 하필 이때에!"
"니들이 그러고 있을줄 누가 알았을 것 같냐?!"
"너도 예전에 애인 있었잖아! 분위기 파악을 하라고!"
"그 애인 지금 시간 되감기면서 TS당했거든? 심지어 날 기억도 못해 임마!"
"그냥 닥치고 다시 얼음 속에나 들어가!"
얼음에 넣기는 커녕 얼음꼬치로 만들어버리려는지 파픈스타는 고드름 다발을 날려댔지만 하이랜더는 그걸 지적할 수 없었다.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한다던데 서리가 아니라 블리자드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뭘 하고 있었길래 저러는걸까?"
"몰라. 알고싶지 않아."
사이키커는 울적하게 중얼거리는 세피로트를 토닥였다. 뭔지 모르겠는데 기운내세요. 응…….
잠시 후, 두 사람은 어느정도 진정한 뒤에 윷놀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데?"
"급조한 외전에 무슨 개연성을 기대하는거냐."
"야! 제4의 벽 부서지는 소리 안나게 해라!"
그렇게 트립퍼들은 한데모여 윷놀이를 하게 되었고, 시작에 앞서 간단한 제비뽑기로 팀을 나눴다.
"왜 다른 팀이 된거야……."
"확률로 따지면 2분의 1이잖아. 뭘 새삼스럽게."
"50%나 되면서 왜 갈린거냐고!"
"작가가 니네 둘 더이상 붙어있으면 커플짓하니까 그거 묘사하기 싫대."
"본인이 솔로라 연인 묘사하는게 힘든거면서 왜 그 피해가 우리한테까지 오냐고! 심지어 니들이랑 같은 편인건 또 뭐야?!"
프라이쉬츠와 하이랜더는 나란히 띠꺼운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이? 프라이쉬츠는 그의 어깨를 콱 잡으며 물었다.
"야 솔직히 말해봐. 너 우리중에 저 여자빼고 친한 사람 있냐?"
"…… 세피로트?"
"농담하지 말고."
"없는데."
"그럼 저 여자를 제외한 누구든 같은 팀이 되면 불만 나왔겠네. 이제 입 좀 다물어."
이쪽의 분위기는 살벌했고.
"오랜만에 같은 팀이 됐네 푸 쨩!"
"저기, 되도록이면 그 호칭으로 부르지는……."
"우리 잘하자! 이기면 결말만은 괜찮게 써준데!"
"오 진짜?!"
저쪽은 어찌됐든 화기애애 해 보였다.
"윷놀이 규칙은 다 알고 있으니까 생략하고, 바로 윷을 던지겠습니다아─!"
"제일 우울해하더니 혼자 신났네."
"본편에서 답이 없으니 결말이라도 좋게 바꾸려는거겠지."
"근데 진짜 우리 결말들이 어떻게 될까?"
"작가가 자칭 해피엔딩 추구자라는데 믿겨져야 말이지."
"자자, 던집니다! 던진다고!"
세피로트는 소리치며 '힘껏' 윷을 던졌다.
그리고 폭음과 함께 윷이 내던져진 바닥이 박살났다.
""…….""
"어라?"
"미…… 친 놈아!! 힘 조절 할 줄 모르냐!"
"우리 중에 STR 스텟이 제일 낮은 저 여자도 아란을 넘겨! 격투가인 니가 윷을 그렇게 던지면 바닥이 버티겠냐고!"
"그, 그런데 바닥은 둘째치고 윷은 어째서 멀쩡한거야?"
검호가 바닥에 박힌 윷의 튼튼함에 경악하는 사이 하이랜더는 윷을 뽑아다 쓱 흝어보고는 말했다.
"세계수 재질이다."
"쓸데없어! 윷따위에 세계수를 쓰지마!"
"참신한 고인드립이네."
"그렇게 따지면 나침반따위에 세계수를 쓴건 어떻고?"
이후 파픈스타가 마법으로 어찌어찌 부서진 바닥을 고친 뒤 윷놀이를 이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처음부터 다시하고, 이번엔 내가 던진다."
하이랜더는 윷을 십자형태로 교차해서 잡으며 말했다.
"왜 저렇게 잡는거래?"
"저렇게 잡아서 던지면 윷이나 모가 잘 나온다는 미신이 있거든."
"그냥 저게 멋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걸지도 모르고."
뒤에서 툭툭 나오는 말들에 하이랜더의 마빡에 핏대가 올라왔다. 저것들이 같은 팀이라고.
"후으읍……."
그는 십자형태로 잡은 윷을 들어올리며 심호흡했다. 그 모습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한 프라이쉬츠가 무어라 말하려고 일어나려 했지만, 한 발 늦었다.
"으랴──!!"
스파이럴 서먼! 하이랜더의 주된 뎀딜기가 발동되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어떻게 윷따위로 스킬이 발동되는건데?!"
"누가 저거 좀 멈춰!"
"꺄악!"
풍차수리검마냥 돌아가던 윷은 사이키커가 염동력으로 간신히 멈췄다고 한다.
"왜 윷으로 스킬을 쓴거냐 니놈!"
"훗."
중2 스러운 콧웃음을 치며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스킬 쓰지 말라는 규칙 없었다고! 난 이 윷놀이에서 이겨 내 결말을 좋게 만들거다!"
""…….""
"어쨌든 모가 나왔으니 다섯 칸 간다~"
공공의 적2 가 탄생했다. 1이 누군지는 설명하지 않겠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라 모두가 스킬을 쓰기 시작하면서 윷판은 순식간에 막장으로 치달았다.
"모 나와라 모!"
"염동력 쓰지마!"
"'윷 나와라!'"
"찬트로 현실 조작하지도 말라고!"
본편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나오지 않았던 전력전개를 마음껏 발휘한 그들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 염동력, 찬트, 스킬난사는 기본에 절정은 시간 가속을 쓴 프라이쉬츠가 돌가루를 손가락으로 튕겨 윷 하나하나를 맞춰 조작하는 거였다 - 결국 혼파망으로 끝났다.
"야 우리 그냥 다른거 하자."
"뭘 해? 무슨 게임이든 간에 우리 힘이면 반칙이 나온다고."
"적어도 윷놀이보다는 반칙을 좀 못할 수 있는걸로 해야지."
"어떤거?"
검호는 하이랜더가 가져왔던 꾸러미에 끼어있는 것을 꺼내들었다. 바로!
"한국인 6명이 모였으니 동양화 전쟁이다!"
"…… 맙소사 검호, 도박은 안돼."
"오, 그거 좋네."
"나 화투 칠 줄 모르는데 오빠?"
"내가 가르쳐 줄게."
유일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낸 파픈스타는 돈을 걸고 하는게 아니니까 괜찮다는 그의 설득에 겨우 찬성쪽으로 돌아섰고, 그렇게 6명의 트립퍼는 동양화 전쟁을 시작했다.
한편, 바깥에서는.
"괜히 온거 같아 미르"
[그러게.]
"저렇게 떠들썩하게 노시는줄 알았으면 걱정하지 않았을텐데."
신년 인사를 하러 온 에반은 여러모로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 외의 트립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긴장했는데 저리 시끄럽게 노는걸 보니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하?"
"방금 내 패하고 저 흰머리 패를 밑에서 뺐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증거있냐?"
"증거? 증거 있지!"
정말 즐겁게 노는 중인…….
"내 십자가 가져와! 저 총잡이 자식 손목 찍어버릴테니까!"
[신년 인사는 다음에 하자 마스터.]
"응."
트립퍼라는 사람들의 놀이, 뭔지는 몰라도 보고싶지 않았다.
"오늘은 됐고 설날때 와서 인사하고 새뱃돈이나 받자."
[응. 6명이나 있으니까 수입도 좋을거야.]
"근데 그때까지 누구하나 안죽을까 몰라. 본편 상황이 살벌하던데."
[그럼 영웅즈한테 가지 뭐. 특히 그 은월이라는 사람은 마스터한테 돈 잘 줄걸.]
"아 그 사람은 확실히 그래보이더라. 그런데 그분은 가난하지 않나?"
[2부 들어서 블랙윙 정규직으로 취직 했으니까 월급 쎄게 받을거야. 사치부리는 성격도 아니니까 대부분 쌓아놓았을걸.]
"그거 기대되네."
그닥 순수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트립퍼들의 집에서 몸을 돌렸다. 그들의 뒤로 괴성이 울렸다.
"사쿠라네?"
"사쿠라야?"
"내가 봤어! 저 씨X 총잡이 놈이 밑장 빼는거 똑똑히 봤다고!"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거 안배웠어? 뭐해! 저놈 십자가로 손목 안찍고!"
이윽고 총성과 폭음이 울리며 집이 무너졌지만 에반과 미르 두 사람 모두 신경쓰지 않고 갈길 갔다고 한다.
========== 작품 후기 ==========
크리스마스 외전 다음이 신년 외전이라니.
참고로 저 개판 꼴난 화투의 승자는 의외로 세피로트.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egendssj2 - 그래도 꽤 개그스럽게 쓰려고 한겁니다.
@livella - 만약 본편 스토리였다면 이후 검은 마법사를 만난 직후 '앗! 크리스마스 때 스승님한테 깔렸던 그 분!'이라고 외침으로 장내를 혼돈의 카오스로 만들어 버릴걸요.
@cosy - 검호는 마법적 재능이 전무한 대신 항마력이 굉장히 높은 편이거든요.
@루엔시르온 - 그래서 등장시켰습니다.
@리아카에린 - 검호의 돈은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잡은 몬스터 부산물 처리하며 번 것+ 퀘스트 완료로 받은 사례금. 푹 잘때쯤에야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설정상 검호는 잘생겼다기보단 예쁘다 쪽의 미인입니다. 단지 분위기가... 그리고 검호의 체중은 일의 자리 수에서 반올림했을때 110kg이 됩니다.
@Ratios - 거짓말처럼 무리했다고 합니다.
@Sisre - 한없이 진지한 두 사람이 만나면 그저 개그가 되버리는.
@랑패키지 - 그래도 추석 이벤트처럼 재료가 다양하지 않아서 다행.
@SAUN - 아직 검마의 최대 망가짐 이벤트는 안나왔습니다. 나중에 차원의 도서관때 나오겠지만요(웃음)
@마키사랑 - 꿈도 꾸지않고 푹 잤다는 설정이었는데 님의 코멘을 보고나니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적현월 - 그쪽으로 가면 히로인이 없는데요?!
@서월마을 - 써야하는 본편대신 외전만 주구장창 쓰고있는 작가였습니다. 죄송합니다.
@mmo0522 - 최강의 얀데레가 완성됨.
@갓타치 - 본편 아니라고 여지없이 망가지는 우리의 검마였습니다.
@오레상 - 제가 ts를 안좋아해서...
@루서스 - 검호와 깊은 인연을 가진건 몇 안되는데 말이죠.
@SourcesMoon - 최종보스에게 소리치는 에반의 패기.
@Blake117 - 가끔씩 나와줘야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죠.
@Eluines - 아스카와 미르 크기 묘사가 잘못되어서 수정했습니다. 아스카가 더 작지만 크기 조절 했다는 설정.
@찬양천사 - 처음부터 없어지만서도!
@대어의예감 - 그래서 간만에 출연시켰습니다.
@라모니아 - 이번 챕터에서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ReFrante - 검마는 아마란스가 아직도 살아있는걸 모르니까 그러려니 합시다.
@이엘드레이크 - 정신없이 쓰니까 어떻게든 써지더군요.
@Endogeny - 다소 의외일 수 있는 조합이지만 쓰다보니 괜찮다고 느껴졌습니다.
@책벌레씨 - 응? 어떤 단어의 초성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