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71화 (171/208)

<-- 붉은 분노 -->  테스side.

"표정이 왜 그래요 형?"

"아니, 좀 어색해서."

나는 다시 한 번 크로스 헌터의 소속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뱃지를 단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눈앞의 꼬맹이들도 하나씩 달고 있는 이 뱃지는 며칠 전, 크로스 헌터를 창단식 때 모두 수여받은 물건이었다.

"내가 이런 거창한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

메이플 월드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정체불명의 구조물과 그것에서 소환되는 어둠에 변질된 몬스터의 처리를 위해 여제의 명에 따라 만들어진 집단, 크로스 헌터. 베테랑 모험가들 중 일부만을 엄선해 단원으로 스카웃 중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내가 거기에 들어가게 될줄이야.

내 말에 올리비아는 뭔 생뚱맞은 말을 하냐는 얼굴로 물었다.

"뭘 이런걸로 어색해 해? 테스 오빠라면 그보다 더한 걸 보거나 겪어본적 있을텐데."

"그렇긴 한데, 내가 이렇게 직접 어디에 들어가고 일에 개입한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거든?"

올리비아의 말대로 내가 수 백년을 살면서 오만 것을 다 보고 겪긴했지만 그것들 대부분이 어딘가에서 발생한 사건에 휩쓸린 경우라고. 거의 항상 전쟁에 피해를 입은 민간인A쯤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단체에 들어오고 힘을 써서 적들을 저지하는 입장이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던진 표창들을 회수하고 있던 론도가 툭 말을 내뱉었다.

"이런 적이 8백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니, 헛사셨네요 테스 형."

"론도 너……!"

"진정하세요 테스 오빠."

슈가의 만류에 뚫린 입이라고 막 말하는 론도를 쥐어박기위해 들었던 주먹을 겨우 내렸다. 어우 저놈이 진짜.

"내가 강해진건 최근들어서라고. 그 이전엔 그냥 양민이었는데 뭔 영웅 행세를 하겠냐."

"하지만 테스 오빠의 동생분은 엄청 강하지 않았나요?"

"걔는 어릴때부터 왈가닥이었어. 나랑 걔를 비교하지마."

지금은 한 곳에 정착해서 해적 - 거너와 인파이터들의 스승이라 불리며 성격이 많이 죽었지만 옛날엔 메이플 월드의 모든 바다를 재패할 기세였던 여동생이 떠올랐다. 노틸러스의 방 하나에 죽치고 누워 매일 빈둥거리던 자신을 기어코 내쫓으며 뭐라도 해라고 소리쳐서 어쩔 수 없이 나온거였는데 여기까지 오다니. 몇 년을 살아도 사람 앞길은 알 수가 없어.

"그만 떠들고 아무나 빨리 와서 이거 철거하는데 좀 도와!"

"아아, 알았어. 금방 갈게."

올리비아의 재촉에 나는 무릎을 툭툭 두들기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여신의 정원 한복판에 나타나 변이 몬스터와 친위대를 토해냈던 구조물은, 그것들이 처리됨과 동시에 타오르던 녹색 불꽃이 꺼지며 완전히 활동을 멈춰 언뜻 기괴한 생김새의 식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제 끝난건가요?"

"예? 아 예. 몬스터랑 친위대는 모두 확실하게 처리했습니다."

"그래요……."

멀리서 폭음이 완전히 멎으며 전투가 끝난걸 확인했는지 이 정원의 주인,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막 들어섰다.

"아직 들어오지 마세요 여신님. 땅이 많이 뒤집어져서 다니기에 위험합니다."

"괜찮아요."

내 말에 그녀는 가볍게 지팡이를 툭툭 두들겨 지면에서 약간 떠올랐다.

"그 아이는 어디에 있죠."

"저쪽에요."

론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조금 전에 우리가 쓰러뜨린 변이 몬스터의 사체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검은 털로 뒤덮혀 있었지만 목 주변만은 사자처럼 새하얀 갈기가 나있는 그 짐승은 전체적으로 오르비스에서 서식하는 루이넬과 얼핏 비슷해보였지만 월등히 큰 덩치를 갖고 있었다.

"그 몬스터, 루이넬의 변종으로 보이는데 '아이'라고 칭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 제가 예전에 기르던 애완동물이었습니다."

"애, 애완동물요?"

슈가가 당황하며 물었다. 아닌게 아니라 싸우는 내내 흑안개를 흩뿌려대 시야를 차단시키고 루이넬들을 소환해 속전속결은 커녕 되려 우리를 위험에 몰아넣었던 저 몬스터가 무려 여신의 '애완동물'이라니.

"엘리쟈. 수 백년동안 나를 기다려온 이 아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는지…… 후우."

그녀는 탄식하며 엘리쟈란 몬스터의 사체를 처연하게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신성 마법으로 저것의 숨통을 끊는데 크게 일조했던 슈가가 푹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죄송해요 여신님."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저 할 일을 했을뿐이죠."

구조물에 어떤 기능들이 있는지 아직 전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번의 관찰 끝에 알아낸 기능 중 하나는 바로 어둠으로 변이시킬 몬스터를 그냥 막 삼키는게 아니라 그 주변에서 가장 강력한 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오르비스의 하고많은 몬스터중에 여신의 애완동물이라는 저것이 어둠에 변이된건 우연이 아니란 말이다.

미네르바 여신은 다소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

"한가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이 아이를 정식으로 장례치르고 싶습니다. 시신을 양도해주실 수 있습니까."

"음, 사체이긴 하지만 어둠에 물든거라 장례 전에 해야할게 꽤 많을텐데요."

"부탁드립니다."

"그건 저희말고 상부에 물어보는게……."

"그럼 그쪽과 연락하게 통신을 연결해주시죠."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듣지 못했는데. 어둠에 쩔을대로 쩔은 변이 몬스터의 사체는 기본적으로 모두 불태우라고 지시받았지만 그 몬스터가 고위 인사의 애완동물일 경우에는…… 어째야 하지.

우왕좌왕하던 내 뒤쪽에서 목소리가 쏘아졌다.

"─묻긴 뭘 물어봐요?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인데."

올리비아와 비슷하지만 좀 더 톡 쏘아붙이는듯한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익히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풍성한 금발과 붉은 목도리가 길게 흔들리는 여자가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원칙대로 처리하세요. 괜히 일 늘리지 말고."

"하지만 여신님의 부탁인데……."

"예외는 없어요. 나중에 일터지면 당신이 책임질거에요?"

그건 좀 힘든데. 만약 우리가 사체를 넘긴 후 사건이 터져서 오르비스의 통치자이자 대표인 여신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감당이 안된다.

"안되는겁니까?"

"죄송하지만, 예외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상부와 이야기 할 수도 없나요."

"미네르바 여신님."

여성, 우리와 같은 크로스 헌터 단원 셰릴은 허리를 꼿꼿히 펴고 여신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저 몬스터가 생전에 여신님께 어떤 관계였는지 모르겠으나, 어떤 관계였든 간에 저것은 지금 사체의 상태로도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희 여단에 내려진 변이 몬스터의 사체 처리 방식은 '정순한 마법의 불꽃으로 화장시키는 것'뿐이고요."

"그걸 저희가 할테니 넘겨주실 수……."

"계속 이렇게 미련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시면서 그 말을 저희더러 믿으란겁니까."

"……."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으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거기 비숍!"

"네, 네?!"

안좋은 표정으로 듣고있던 슈가가 그녀의 부름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신성한 불은 쓸 수 있겠죠?"

"그야, 물론이죠."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저것을 태우세요."

"지, 지금 여기서요?"

"그럼 저걸 본부까지 들고 가서 처리하게요? 뜸들이지 말고 당장 움직이세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올리비아가 참다못해 일어났다.

"잠깐! 니가 뭔데 슈가한테 명령질이야?!"

"명령? 무슨 말을 하는거죠."

"상사도 아니고 같은 여단원 주제에 슈가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란말이야!"

"하……."

올리비아의 말에 셰릴은 헛웃음 - 이라기보단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뭐라 더 말하려는 올리비아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셰릴이 더 빨랐다.

"뭔가 단단히 착각한 모양인데, 내가 한 건 명령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알려준거거든요? 오히려 지시받은 일을 하지않은 당신들이 잘못한건데 왜 목소리를 높이는거죠?"

기가 차서. 옆에 있던 론도가 '저거 누구랑 엄청 비슷해보이는데'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이하동문이야. 그러는 사이 올리비아는 얼굴을 붉히며 셰릴과 언성을 높히려고 해 더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

"그만. 거기까지 하라고 둘 다."

"하지만 테스 오빠!"

"셰릴이 틀린 말 하진 않았잖아. 그렇다고 셰릴 니가 잘하지도 않았고."

"내가 뭘요?"

"니가 말하는 뽄새가 사람 속을 박박 긁는거 모르는건 아니지? 원칙이 잘못된건 아니지만 좀 부드럽게 말하던가, 그런식으로 하면 옳은 말이라 해도 듣는 입장은 기분 나빠."

"흥…… 알았어요. 그건 인정하죠. 하지만 상황분별 못한 저쪽도 잘하진 않았잖아요?"

"저 여자가 진짜!"

"진정해 올리비아. 셰릴 너도 내가 방금 말했는데 씹지 말고!"

상성나쁜 두 여자를 어찌어찌 떨어뜨려놓고 타이른 후에야 겨우 상황은 소강되었다. 어째서 이쪽이 몬스터와 친위대를 상대할때보다 더 힘든건지. 그러는 사이 구조물의 철거를 끝낸 론도가 내 어깨에 턱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까 한 말 취소할게요 형. 형의 연륜은 이쪽으로 몰빵되어 있었네요."

"칭찬이냐 욕이냐."

"당연히 전자죠."

저 캣파이트를 멈추다니, 존경스럽네요. 시끄러. 내가 진땀빼는동안 구경만 한 주제에. 여자들 싸움에 끼어드는건 자살짓이라고요. 차마 반박할 수 없어 나는 깊이 한숨을 내쉰 뒤 슈가를 불렀다.

"슈가."

"네 테스 오빠."

"미안하지만 부탁한다."

"알겠어요."

슈가는 지팡이를 챙겨들며 여신에게 걸어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여신님. 여단의 원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저 사체는 여신님께 넘겨드릴 수 없어요."

"후우우…… 역시, 그런가요."

"대신 최대한 편안하게 보내주겠습니다."

뻗어진 지팡이의 끝으로 황금빛 입자가 하나 둘 일어난다 싶더니 순식간에 빛나는 마법진이 펼쳐졌고, 그녀는 그것을 사체를 향해 쏘았다.

"하앗!"

눈부신 빛의 폭발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화장시키라고 했더니 아예 소멸시키는 거냐?! 믿었던 슈가마저 사고를 쳐버리는건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바짝 타들어 갔으나, 빛이 사그라들며 보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체가 사라지고 있는건 맞았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잿더미가 아닌, 반딧불이같은 빛무리로 화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의외네요. 저 비숍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마법을 쓸 줄 알다니."

"저게 무슨 마법인지 알아보겠어?"

"당신이 저한테 그런걸 물어보면 안되잖아요? 카이린님보다 연륜도 넘치시는 분이."

"나이 얘긴 그만하지? 아무튼 대답이나 해줘."

셰릴은 풍성한 금발을 쓸어넘기며 슈가를 힐끗 보았다가 말했다.

"나중에 당사자한테 물어보세요. 저기 시전자가 떡하니 있는데 왜 나한테 물어봐요?"

"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저걸로 사체를 처리했으니 추가적인 정화 작업은 필요없을 것 같고, 당신들도 철거한 구조물 지부에 제출하고 다음 일이나 받으러 가세요."

우린 할 일이 많잖아요? 그래. 많긴 많지. 창단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벌써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열렬하게 들어오고 있으니까.

"너는 뒷처리 안하러 가냐?"

"크로우랑 기사단이 다 한지가 언젠데요. 그러니까 여기 왔죠."

셰릴의 말에 그녀와 함께 페어로 짝지어진 또다른 청년이 떠올랐다. 걔가 왔다면 올리비아 대신 론도랑 한바탕 했을지도 모르겠네. 비슷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상성은 진짜 안맞는다니 묘해.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신님."

"부서진 정원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할테니 걱정마세요."

"고맙습니다. 모두 안녕히 가세요."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씁쓸한 기색이 느껴지는 여신님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크로스 헌터 오르비스 지부에 철거시킨 구조물을 제출한 뒤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

은월side.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검호 그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가 연관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게 정답이다. 현재 블랙윙의 거진 최고 권력자나 다름없는 그의 눈을 피하고 이런 무지막지한 짓을 벌일 수 있는 간 큰 간부따위 없으니까.

그렇다면 왜 이런 짓을 했는가?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가 추궁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루디브리엄의 마족 군단의 움직임이 이상해지고 있어 다시 파견되었으니까.

하기에 나는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아야 했다.

"잠깐 대화 좀 할 수 있는가."

"응? 지금? 나랑?"

프리드의 계약자이자 우리에게 있어서 현명한 조언자이기도 했던 이와 몹시 유사하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금색 눈이 몇 번 깜빡여졌다.

"인형사가 했던 말을 어떻게 생각하지."

"아아, 그거?"

루디브리엄의 비밀 아지트에서 마족들을 감시를 위한 준비를 하다 갑자기 피신해온 인형사에게서 들은 사건의 전말.

'지금 뭘 하고 있는거냐!'

'그, 그냥 다른 군단장이 부탁한 일을 좀 해주고 있는 것 뿐이야! 윗쪽에서 협력해라고 명령이 떨어졌다고!'

'윗쪽? 누구한테서?'

'그런 걸 왜 물어봐? 우리 간부 전원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잖아.'

에레브의 그 사건 전이었다면 오르카의 지시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오르카는 그러는게 불가능하다. 남은건 단 한 명, 검호 그밖에 없는데 그는 이런 짓을 벌일리가 없고, 지시할 리는 더더욱 없는 사람인데 - 스우 건은 어떻게든 해명을 들었다 - 돌아가는 정황자체가 빼도박도 못할 증거이니.

그의 오닉스 드래곤은 꽤나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스터가 크게 잘못했어."

"당신도 이 일에 그가 관련되어 있다고 보나."

"그야 물론이지. 지금 블랙윙에 마스터말고 이런 일을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르티에나 겔리메르 영감은 명령권이 없어."

"정황증거를 제외하고 계약자로서 보기에는 어떤가."

내 물음에 오닉스 드래곤은 다소 인상을 쓰며 답했다.

"으음…… 지금쯤 수습하려고 이리저리 뛰는 중일걸. 우리도 안 걸 이데아 그 여자에게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리 없으니 그녀한테 엄청 쪼였을테고."

"그가 이번 사건을 명령한게 확실하다고 생각하나?"

"응."

"어째서지?"

너무 순순히 인정해서 되려 당황했다. 그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고 부정할거라 생각했는데. 오닉스 드래곤은 작게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나도 마스터가 이런 짓을 명령했을거라 생각하고싶지 않아. 그럴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면─"

"─'제정신일때는' 말이지."

강조되는 말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이번 명령, 제정신으로 내린게 아닐걸. 아니, 마스터 성격이면 맨정신으론 절대 못 해."

"그가 그때와 같은 상태가 되었었다는 말인가?"

오닉스 드래곤의 말에 제작년즈음의 사건이 떠올랐다. 그즈음 노바족은 블랙윙에 잠입하기 전에 이곳 메이플 월드에 대해 한참 배울 때였고, 또 그는 아직 팔의 부상이 낫지않아 재활과 훈련을 병행중이었다. 당시 나는 검호에게 무투를 가르치기도 했지만 나보다 뛰어난 무투가인 세피로트가 있어서 대부분의 훈련은 그가 전담했었는데…… 그러다 일이 터졌지.

어느 때와 똑같았지만 유난히 그날만은 세피로트에게 많이 맞았는지 아니면 도발이 과했는지 그가 끝내 분노로 눈이 뒤집어져서─

떠오르는 기억을 애써 털어내며 나는 다른걸 물었다.

"하지만 그가 그 지경까지 되는건 꽤 힘들지 않나?"

"얼마전에 마스터 뚜껑 열릴만한 사건이 있었잖아. 에레브에서."

"…… 아."

"다행히 진짜 거기까지 치닫진 않았지만 그 직전까지 가서 나한테 감정이 흘러들어왔다고."

그 정도까지 되었던건가. 구출하러 왔을때 별 말 안해서 안심했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닉스 드래곤과 계약자는 한쪽의 감정이 다른 한쪽에게 전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프리드에게 들어보긴 했지만 어지간히 격한게 아니면 그런 일은 드물다고 했는데.

"그때 마스터가 잠깐 에델슈타인에 갔었다는데 거기서 간부들한테 명령을 내렸거나 일을 처리했을거야. 제정신이 아니니까 대충 막 했겠지."

"이성이 거의 날아간 상태인데 일을 처리하는게 가능한가?"

"왜 불가능해? 마스터가 오르카를 조지러 온 줄 모르고 평소처럼 일 처리해달라고 찾아간 간부 - 아마도 르티에한테 이번 협력 건을 듣고 대충 알아서 처리해라고 지시하는건 그 상태의 마스터도 가능한 일인걸. 그 협력에 간부를 전부 보낸거야 스우가 일 터뜨려서 블랙윙 자체가 꼴도 보기 싫어서일거고. 이참에 다 나가죽으라는 생각으로 그랬을걸."

이대로 괜찮은건가. 듣다보니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꽤 일리가 있어서 든 생각이었다. 오닉스 드래곤도 마찬가지인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마스터도 수습하기 위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할거야. 간부들에게 하는 일을 잠시 멈추라거나 뭐 그런거겠지."

"아예 그만두라고 하면 되지않나?"

"블랙윙만의 일이었다면 그게 가능했겠지만 이건 다른 군단장과의 협력이잖아? 이유없이 그만두면 상대쪽에서 항의하거나……."

기지로 쳐들어올 수도 있어. 군단장이라는 족속의 성정상 후자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현재 오르카의 상태가 어떤지 알게 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하아, 이래서 오르카를 옛저녁에 치울 수 있었는데도 냅둔거였는데. 간판이 없어져서 발을 빼기도 어려워졌잖아."

"당신이 보기에 우리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것 같나?"

"내가 보기에?"

오닉스 드래곤은 살짝 머리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가 느리게 말했다.

"일단 우리가 해결하는건 불가능해."

"……."

"아, 오해하지마. 불가능하다는건 방법이 없다는게 아니라 우리가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라는 뜻이야."

"알아듣기 더 힘들어졌다만."

"그런가?"

드래곤은 다 이런가? 최소한 아프리엔은 이렇지 않았던걸로 기억하는데. 오닉스 드래곤은 팔짱을 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아─ 우리는, 아니 블랙윙은 이번 사건의 최소 공범이야. 주모자는 협력을 요청하고 이 일을 계획한 군단장이지만 블랙윙도 일을 벌이는데 만만치않게 한 손 거들었다고. 그런 상황인데 블랙윙이 사건을 해결한다? 이건 앞 뒤가 안맞는, 마치 죽일 대상과 지켜야하는 대상이 같은 그런 경우라고."

"조금 알겠군."

"사건 해결의 주체가 블랙윙이어선 안돼. 연합이나 영웅, 그쯤 되야한다고.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게 보이지않는 도움을 주는 정도여야 해.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했다간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내부 반발이 튀어나와."

노바족이 아닌 원래부터 블랙윙인 멤버들을 말하는거다. 그들의 의견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번의 경우 간부들이 구조물을 설치한만큼 그것을 그르치거나 무용지물로 만드는 명령을 내릴경우, 그것을 잘 따를지는 둘째치고 반발이 장난 아닐테지. 블랙윙 내부에서 소드댄서라는 이름이 굉장히 높은건 사실이나 군단장 윙마스터 오르카에 비하면 어쨌든 한 급수가 낮다.

반발을 없애려면 그가 수장이 되면 되지만…… 그의 성정상 그것만은 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거기까지 가버리면 군단장과 정말 다를바가 없어지니까.

"연합쪽에서 대응을 시작할거야. 그 보기보다 행동력 빠른 여제님이라면 벌써 지역 대표들을 모아 회의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우린 그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힘을 실어줘야 해."

"예를 들면?"

"그 구조물, 겔리메르 영감의 작품이라잖아. 설계도가 기지에 있을테니 그걸 연합에 은근슬쩍 흘려준다던가…… 아참, 넘겨줘도 못 읽겠다. 과학 단체도 같이 조력자로 붙여줘야 할 것 같은데 마땅한 곳이……."

"다른 방법은 또 없나?"

턱을 쓸며 중얼거리던 오닉스 드래곤은 계속된 내 질문에 눈을 샐쭉하게 떴다.

"나라고 뭐든 다 알진 않거든? 우리가 해야하는 것들이 궁금하면 차라리 이데아한테 물어보는 쪽이 더 유용할거니까 나중에 그 여자한테 물어봐."

"그 여자가 머리가 좋긴 하지만 그와 가깝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궁금한건 검호 그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다."

누구보다도 그와 가까운 이 오닉스 드래곤이라면 그거 어떻게 움직일지도 잘 알테니까.

"……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한다음 가장 좋은 방법을 쓸까 말까 망설일거야."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당신도 알거 아니야. 마스터가 생명의 오버시어에게 받아낸 약속."

─단 한 번에 한해서, 메이플 월드를 복원시켜주겠다.

군단장이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그들로 인해 생길 피해를 다 막아낼 수 없다는걸 알고 그 아이에게서 끝끝내 받아낸 약속.

그때 검호는 그 말을 꺼냄과 동시에 오버시어에게 정말 제대로 밟혀 죽을뻔했었지…… 그 남자가 그렇게 허망하게 나가떨어지는 모습은 감히 상상도 못했으나 상대는 자연현상과도 같은 초월자들의 근원인 오버시어였으니.

"사실 그걸 쓸만큼 심각한건 아닌데 꽤 망설이겠지. 이데아가 결국 말리겠지만."

"너는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건가."

"응? 예전에 여기서 일어났던 학살에 비하면 지금 일은 별거 아니잖아?"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루디브리엄 대학살. 8백년 전, 고작 세 명의 군단장이 - 그중에서 특히 사이키커가 거의 단독으로 반나절도 채 되지않아 루디브리엄 성벽을 붉게 물들이고 시체로 언덕을 쌓았다는 점에서 당시 군단장들이 일으킨 수많은 학살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얼마나 잔혹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에.

천만다행으로 그 대학살의 현장에 온 검호가 곧바로 사이키커를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아. 생각해보니 그때도 마스터 정신줄 놓았었네."

"그게 무슨 말이지?"

"눈 뻘겋게 뒤집어지는 스킬. 여기서 처음으로 사용되었었어."

처음으로?

"마스터, 여기 참상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았었거든. 때마침 비명소리가 들려서 뛰어갔다가 사이키커를 만났고, 이성을 날려버린 상태로 그녀와 싸웠어."

"그리고 죽인건가."

"…… 그렇지 뭐."

오닉스 드래곤은 의미없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당시엔 나도 마스터가 왜 그 지경이 된건지 몰랐는데 이제 와서야 알았어. 이성을 놓으면 발동되는 스킬이라니, 뭐야 그게."

"그 스킬을 상당히 안좋게 보나보군."

"당연하잖아!"

예상보다 크게 울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일찍히 저 드래곤이 친 은폐 결계덕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았다.

"그 망할 스킬때문에 마스터는 제대로 화를 못 내! 아무리 속이 끓어도 꾸역꾸역 참아내고 있다고! 조금이라도 정신이 약해져서 이성을 놓았다간 혹여나 발동될까봐 주변 사람들 피해끼치기 싫어서 정당한 분노마저 참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쓰레기 스킬따위를 좋게 볼 수 있어?!'

무슨, 어떻게 고함만으로 몸을 마비시는거지? 용의 울음에 저런 효과가 있다고 프리드에게 얼핏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인간형에서도 해당되는 말이었나?

"정말이지, 그 거지같은 시간의 오버시어는 무슨 생각으로 버서크 계통 스킬을 액티브가 아니라 패시브로 달아두냐고!! 아니 생각이 있긴 했던거야?!"

"잠깐만."

"대가리에 든게 얼마나 없으면 그딴 짓을─"

"앞을 봐라. 마족들이 이동하고 있다."

"무, 뭐?"

한 무리의 마족들이 시계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찰이나 탐색조로 보기엔 풍겨지는 분위기와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금 나서서 저들을 막을거냐 아니면 추적할거냐."

"…… 추적해야지. 누군지 몰라도 저 무리들의 힘으로 봤을때 저기서 막으면 100% 전투로 이어질거야. 그랬다간 시내에 피해가 생겨."

"알겠다."

나는 그의 오닉스 드래곤과 함께 시계탑에 들어가는 마족 무리들을 뒤쫓았다.

***

검호side.

협력에 관한 모든 활동을 임시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후 나는 미스틱 게이트의 설계도를 베리타스에 전달한 뒤 이번 일의 중요 사항들이 쓰여진 간부들이 올린 보고서 중 가장 중요한 서류들만 챙겨서 루타비스로 돌아왔다.

이데아는 일이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니 내가 알아서 해결해라고 말했지만, 정말로 내 독단으로 일을 처리할 경우 왜 아무 말없이 혼자서 다 해버렸냐고 따질게 분명해서 최소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까지는 알려줘야할 필요가 있다.

거기다…… 이번에 한 일이 과연 옳은 거였는지 조언을 들어봐야 한다. 또 잘못된 결정을 한 게 아닌지 가슴 한쪽이 불안했다.

"뭡니까."

"잠시 얘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핑계따윌 대러 왔다면 지져버리고 싶지만…… 이제와서 그런걸 할 사람이 아니죠 당신은."

집무실 의자에 파묻혀 있는 이데아는 언뜻 얼굴이 다소 지쳐있을뿐 별다를게 없어보였지만 잘 보면 평소에는 칼같이 정돈되어있던 머리는 좀 헝클어진데다 옷 매무새도 이리저리 구겨져 있어 그 잠깐사이 얼마나 마음고생 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먼저, 미안하다."

"…… 사과따윌 하러 온거면 저기 들어온 문으로 다시 나가주세요."

"불쾌하겠지만 내가 잘못했으니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해서 한거다."

"하."

비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한 마디를 내뱉은 그녀는 나를 응시하다 의자에서 일어나 손님용 소파에 앉았다.

"당신도 앉으시죠. 이야기를 들어드릴테니."

"그냥 가만히 있지 왜 굳이 자리를 옮기는거냐."

"제가 여기서 당신 말을 들으면 마치 제가 상사같지 않습니까."

나는 더 묻지않고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예전에 키네시스가 반말을 쓴 걸 지적할때도 든 생각이지만 그녀는 상하 지위에 대해 꽤 엄격한 편이었다.

"설마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야할지 몰라 온 건 아닐테고, 제 조언을 듣고자 해서 온겁니까?"

"일단 간부들에게 당장 하고있는걸 멈추라고 명령해뒀다. 그리고 구조물의 설계도를 베리타스에 보내 연합에 합류해서 사태를 수습하는데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잠깐만요. 베리타스의 손을 빌렸다고요?"

찌푸려지는 황록색 눈에 내가 잘못한건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녀가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다 - 벌써부터 그들이 나서기엔, 하지만 구조물의 성질상 어쩔 수 없고 - 내게 물었다.

"문 박사가 뭐라고 조건을 걸지 않았습니까?"

"도와주는 대신 집세를 좀 내려달라고 부탁하기는 했다만."

"그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하도록 하죠. 그것보다 베리타스는 어떤 형태로 연합에 합류할건지 계획을 세웠다나요?"

"아직 듣지 못했다."

"합류의 형태와 이유가 납득될 수 있는게 아니면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일단 그들도 에델슈타인 출신이니 협력의 대가로 에델슈타인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어보라 하는게 좋겠군요."

그녀는 책상에 있던 종이와 펜을 가져와 빠르게 서류를 써내려갔다.

"참, 이번 사건을 벌인 군단장은 누굽니까."

"프라이쉬츠라고 한다."

"……."

어이. 세로 동공 열렸어. 손에 힘을 꽉 줬는지 테이블이 손가락 형태로 움푹 파였다.

"그 망할 총잡이가 또……!"

"진정해라."

"그 자식 목적이 뭐랍니까?!"

"간부들이 올린 보고서에 그의 목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없었, 다고요?"

"뭣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도 가르쳐주지 않고 간부들을 부려먹고 있다는 말이다."

내 말에 그녀는 기가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딴식으로 하면 간부들이 당연히 반발하지 않습니까? 직속 부하도 아니고 다른 곳에서 온 협력자들인데."

"힘이 깡패인거지. 거기다 간부들은 결국 오르카의 부하에 불과한데 놈은 군단장이니까."

자기들 상사랑 같은 급의 인물인데 그럴 깜냥이 있을리가. 심지어 프라이쉬츠는 현재 군단장 최강자인데다 성격도 지랄맞아서 아마 처음 만나자마자 위협 사격같은걸 갈겼을지도 모른다.

"하아, 곤란하게 됐군요. 구체적인 목적을 제대로 알아야 훼방을 놓을 수 있는데."

"일단 겔리메르는 지금 메이플 월드의 혼란 자체가 그가 이 일을 벌인 목적이라고 추측했다."

"그 영감이요? 근거는 뭐죠?"

"그러니까……."

나는 그 영감에게서 들은 말들을 그녀에게 똑같이 말해주었다.

"머리 잘 돌아가는 영감다운 추측이네요. 확실히 일리는 있어요."

"일리가 있다고?"

"이 추측이 맞다면 저희가 할 일도 명확해지네요."

더 이상 혼란이 이어지지 않도록 빠른 시간내에 사건을 해결시켜버리는 것.

"당신의 명령으로 간부들의 행동은 잠시 멈추겠지만 친위대가 나타나는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겁니다. 간부뿐만 아니라 프라이쉬츠의 부하들도 구조물을 설치중일테니까요."

"우리가 나서서─"

"당연히 안됩니다."

어째서?

"명령이 부딪혀요. 한쪽에는 저들에게 협력하라고 명령해놓고 다른 쪽에는 훼방놓으라고 명령하면 두 집단은 반드시 맞닥뜨릴텐데 그때 뭐라고 변명할겁니까? 심지어 두 명령을 내린 사람은 동일 인물인데."

"크."

"유감스럽지만 이 건의 해결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나마 저희가 아니라 연합 아니면 영웅이 되게 해야합니다. 그래야 프라이쉬츠의 의심을 덜 수 있어요."

오르카가 남아있었다면 다른 방법을 써보는게 가능했겠지만 지금 오르카는 내가 아웃시킨 상태. 약해졌다 뭐다 해도 프라이쉬츠와 같은 군단장이라는 간판은 방패막이로 꽤 쓸만했는데 그게 없어지니 여러모로 곤란해졌다.

"만약 프라이쉬츠의 목적이 정말 메이플 월드 각지를 혼란 상태에 빠뜨리는 것이라면, 그것을 일으키는 이유을 빠른 시일내에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목표일테니까."

"예. 이것을 뒤집어서 유추해보면……."

그가 정말로 하고자 하는 것은 메이플 월드가 평화시의 상태일때 쉽게 드러나는 것, 또는 눈에 띄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런 형태의 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 경험상 눈가림 용도일 때가 많습니다. 요컨데 미끼인 셈이죠."

"겔리메르랑 똑같은 생각인가."

"그 영감이랑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게 좀 싫지만 여러가지를 따져봤을때 나오는 결론이 그겁니다. 친위대니 미스틱 게이트니 뭔가 그럴싸해보지만 실속은 전혀 없으니까요. 오히려 이런 일들을 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연합의 주 전력을 마을에 묶어야만 하는 그의 목적이라는게 대체 얼마나 거창하길래 이런 일까지 하는건지 알기 위해선 좀 더 단서가 필요합니다."

저쪽에 정보 요청 해보는게 어떻습니까? 계속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면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싫다고 핑계대보세요. 이데아의 말에 나는 그래보겠다고 답하며 일어나려다 주춤했다.

"…… 안가고 뭐합니까?"

"아니. 생각해보니 지금 상황을 단번에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는데."

차마 말을 못 꺼내겠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무슨 방법을 떠올렸는지 곧바로 눈치챈 이데아는 뾰족하게 눈을 뜨며 단호하게 말했다.

"생명의 오버시어에게 힘을 빌리는건 안됩니다."

"역시, 그런가."

"당신이 그 방법까지 생각한 이유는 알겠지만 - 당신이 일을 저지른 것의 죄책감때문일테죠 - 지금 상황은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버시어의 힘까지 쓸 필요는 없다고요. 그것은 좀 더 나중에, 보다 위급한 일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뒤로 남겨둬야 합니다."

본래 메이플 월드에 큰 피해가 생겼을 때를 위한 보험이었던 봉인석은 모두 그년에게 줘야하므로 쓸 수 없다. 그래서 대신 이 약속을 받아냈지만 단 한 번밖에 못 쓰니 그녀가 가능한한 아끼고 싶은건 당연할 것이다. 이유도 타당했고.

"알았다. 난 이만 에델슈타인으로 가지."

"가서 보고서 확인이랑 결제는 똑바로 하세요. 이번같은 사고 한 번 더 치면 그땐 절대 가만 안둘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그녀의 황록색 눈이 섬뜩할정도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어 만약 또 사고를 쳤다간 내 배때지에 칼이 아니라 마상창을 쑤셔박을 기세였다.

그렇게 나는 그렇게 에델슈타인 기지로 돌아가 간부들이 내 명령을 잘 이행했는지 다른 지역들 상황은 어떤지 계속해서 보고를 받으려 했지지만…… 얼마 않있어 다시 루타비스로 돌아가야 했다.

그녀가 반대한 이유였던 '오버시어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대형 사건'이 기어코 터져버렸기에.

========== 작품 후기 ==========

셰릴과 크로우는 카이린에게서 사격을 배웠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아스카는 은월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 이유야 뭐 설명할 필요도 없고.

드디어 검호의 스킬에 대해 떡밥이... 라기보단 암시가 조금 나왔습니다. 이제서야 나온 이유는 이번 챕터에 사용되기 때문이고. 어떻게, 누구때문에 사용되느냐는 마음껏 상상해주세요.

검호입니다를 봐주시는 독자분들의 성비가 거의 5:5였네요. 성별구분없이 봐주시는거였구나...! 기뻤습니다!

외전 리코멘은 #입니다.

@마카젤로 - 재미있어서 봐주시는 거였군요. 감사합니다!

@루나라피스 - 그렇죠! 재밌으면 좋은겁니다!

@서월마을 - 식겁으로 끝나면 다행이죠. 그보다 더한 것들도 나올텐데.

@슈엘리안 - 은월은 마족 감시를 위해 다시 루디브리엄에 아스카와 함께 파견되었습니다. 물론 이쪽도 사건이 터지겠죠.

@루엔시르온 - 직감A 스킬이 있을지도.

@SourcesMoon - 손이 느려서 그건 무리...

@루서스 - 혼테일 나와봤자 용용탕이 되는 것 밖에...

@오하사 - 그 이전에 하마 이야기를 보고 유체이탈 할걸요.

@유성운 - 그래도 방학엔 1달 1연재만은 안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Legendssj2 - 사실 처음엔 연애 요소같은걸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쓰다보니 지들끼리 이미 썸타고 있더라고요.

@인리연찬 - 검호에 대한 호감이 큰 여자 순위를 말하는 거죠? 1. 파픈스타 2. 아마란스 3. 아리에스 4. (충격받기 전) 아란 일걸요.

@cosy - 요즘 개그가 줄어서 고민인데 재밌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늘연꽃 - 돌아가서 실컷 하길 바랍시다.

@레볼레이션 - 정확히는 썸만 탔죠. 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연애까지 가지 못하고 죽이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고 멘붕한 케이스.

@Sisre - 윗사람은 매일 노는것 같지만 실제론 놀 수가 없다는.

@타루카 - 음, 표현이 어려웠나요? 아니면 설명 위주라서 그런가... 다음부터는 이해하기 쉽게 써보겠습니다.

@ReFrante - 제 경우엔 원작 스토리가 중구난방이니 적당히 짜맞춰도 처음부터 그런거니 대충 볼만해지더라고요.

@라모니아 - 추천 잘 받았습니다~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러분의 코멘과 추천을 받았습니다!

@오무ris - 어... 엄청난 호평 감사합니다. 이 글은 반드시 완결 될겁니다. 큰 줄기와 사건들은 이미 짜여져 있으니까요. 단지 제 손이 느려서...

@랑패키지 - 그래도 이번 방학엔 노력해보겠습니다.

@sanya - 이, 이번 화는 멘탈 나갈 부분이 없었는데?!

@갓타치 - 실제로 제 글에서 미르는 점술가 소질이 매우 높습니다(웃음)

@Eluines - 쉬엄쉬엄 할 수가 없죠. 본인때문에 이지경이 되었으니.

@소담eh - 그나마도 본인이 다 치울 수 없다는걸 알고 좌절.

@대어의예감 - 이 글의 유일한 히로인!

@익재공 - 이러니저러니 해도 버섯들도 몬스터라서 민간인은 쉽게 못 잡습니다.

@레인D레이븐 - 그 해피엔딩을 위함 구름이라 생각합시다.

@이루카이저 - 이번 챕터가 끝나면 휴재하려고 했는데 이런 코멘들을 받으면 휴재를 할 수가 없어여어...

@리아카에린 - 역시나 장문의 코멘...! 케리 아저씨는 여기저기에 하드캐리하는 분이시죠. 그리고 겔리메르가 '으으음...!'했던건 뿌듯해서가 아니라 한참 제네로이드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는중에 일 시키니 침음을 삼킨거. 유렌스 할아버지는 안나옵니다. 전쟁중에 이미 죽었음.

@luckandboy - 택배가 너무 빨라서 허탈할정도. 하루쯤 늦어도 됐는데.

@Blake117 - 저는 크리스마스에 글쓰는 x염색체라죠.

@ㅎr늘ㅂrㄷr - 하렘이 꽤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군요. 하긴.

@적월식 - 남주에 순애는 뭐랄까, 특별하기보단 못해도 평타를 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난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해야할까요.

@sjdjabqh - 이번에는 좀 쉬엄쉬엄 써서 최신화들처럼 분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kaizeth - 요즘 현실 돌아가는 모습이 B급이나 되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책벌레씨 - 일단은?!

@ㅇㅇ군 -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건 알겠지만 그 결론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Yoontlemin - 소프트-하드-소프트라, 좋네요. 정석적이면서도 몰입하기 좋은 구조죠. 그리고 코멘들을 보니 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의 성비는 거의 5:5던데 이 말인즉 제 글도 인기있다는...!

@찬양천사 - 만약 파픈이 그렇게 가버렸는데 검호가 하렘 차렸으면 욕을 바가지가 아니라 수영장급으로 쳐먹었을걸요.

@렘파드 - 반대로 하렘이라도 개연성이 있다면 그럭저럭 볼만하더라고요.

@레시코 - '아, 저 남자는 오르카 그년과 다른 의미로 나를 부려먹겠군'일걸요.

@블랙t - 이 편 볼때도 정주행 끝나자마자 올라왔다면 굉장한 우연일듯.

@칼크래프트 - 검호는 정줄 놓으면 혼자 병크 터뜨리는걸로 안끝납니다.

@x흑란x -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일 많이 보고 또 일을 해주니까요.

@신령각 - 미르의 헛소리를 흘려들을수 없는 이유.

@크리잔 - 감도 감이지만 현실이 너무 판타지라.

@sadgfdfh - 입대... 무사히 다녀오세요.

#서월마을 - 트립퍼 여섯이 모였는데 평화로울리가 없잖아요.

#Blake117 - 핵피엔딩이라, 적절한 합성어다!

#Ratios - 카밀라에게 피카츄 인형을 주면 어떻게 될까.

#레볼레이션 - 시간대가 달라 못 만날 뿐이지 부활은 했잖아요?(웃음)

#Sisre - 개판 안되는게 더 힘듬.

#Legendssj2 - 응? 은월이 군단장으로 취직했다니 그건 무슨 말이죠?

#사람이DA - 이제 3학년이 됩니다...

#원나중독 - 혹자는 윈터코인샵을 연다고 했다가 '이럴수가! 코인샵 물건들이 몬스터에게 도둑맞았어! 적정레벨의 몬스터를 잡아 아이템을 되찾아와줘!'같은 퀘스트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루엔시르온 - 외전에선 너나할것 없이 다 망가지죠. 이때가 아니면 언제 망가뜨리겠습니까.

#Eluines - 적어도 저중에서 타짜 모르는 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어의예감 - 완결까지 최소한 4챕터가 남았는데...

#하양네코 - 제 닉네임을 클릭하면 뜨는 작은 창에 뜰 바로가기 버튼이 있을겁니다. 그걸 누르면 가져요.

#에누마엘리시 - 다소 캐붕됐지만 외전이라 간만에 출현했습니다!

#갓타치 - 트립퍼들의 밑장빼기는 초고속!

#육합 - 그때 제대로 각인되었고, 서서히 감정이 생겼겠죠.

#랑패키지 - 어느 이벤트든 나오는 그놈의 적정레벨 몬스터 사냥...

#소라루 - 동양화 전쟁이 결정되었을때부터 예정된 엔딩.

#오하사 - 놀라긴 할텐데 그보다 놀라운 이야기들이 쭉 이어질터라.

#찬양천사 - 인간은 고사하고 AI보다 못한 정신을 가진 이에게 많은걸 바라면 안됩니다.

#Endogeny - 둘이 뭘 하고 있엇는지는 마음대로 상상해주세요(웃음)

#ReFrante - 당연히 제 기준에서 해피엔딩입니다!

#적현월 - 아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런걸 어쩌겠습니다. 좋은 인맥이라 생각합시다.

#비버는비버비버해 - 외전의 에반은 복흑속성이 대폭 강화되거든요.

#livella - 프리드 닮아서 안줄수가 없음.

#Liber720 - 트립퍼들만 모아놓은거라 출연 없는거.

#칼크래프트 - 인성 망가지기 전의 프라이쉬츠는 괜찮은 성격이었습니다. 검호가 이때의 프라이쉬츠와 만났다면 친구가 됐을걸요.

#SourcesMoon - 개의 신:(코쓱)

#SAUN - 그런데 다른 오버시어였다면 애초에 트립퍼를 데려왔을리가... 아, 이게 더 좋은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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