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74화 (174/208)

<--  -->  검호side.

놈이 저 멀리 쳐 날아갔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하고 생각하자 방금 내가 검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알았다.

팔이 가볍다. 양손에 검과 무언가를 들고 있는데 어떤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팔뿐만 아니라 전신이 지나칠 정도로 가볍다. 이성이 떨어져 나가며 드러난 썩은 구멍에서 콸콸 쏟아져나온 무언가가 심장이 뛸 때마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전달되었고, 몸은 활력이 도는 걸 넘어 당장이라도 힘을 발산하지 않으면 터져 죽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힘이 넘쳐흘렀다.

새빨갛게 젖은 뇌는 어서 이 힘을 쓰라고 종용했다.

그것의 이름은 분노였다.

"아, 하하……!"

질척한 붉은색으로 물든 시야에 오직 하나의 대상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제 검기 하나 못 막고 벽에 처박힌, 배은망덕한 걸 넘어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반마족 놈.

"이것밖에 안 되는 주제에─"

놈의 코앞까지 가는데 한 걸음이면 족했고.

"그딴 망발을 지껄여!!"

상 하반신을 분리시키는 데엔 크게 횡으로 베기만 하면 됐다

고, 생각했는데.

"……! …, ……!"

황급히 몸을 내던져 겨우 피한 자주색 벌레가 왱알거렸다. 호? 날개도 없는 주제에 잘도 도망쳤네. 꼴에 8백 년 묵었다 이거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잡것들이 허겁지겁 달려오는게 느껴졌다. 뭐라고 짖어대는건지 모르겠지만, 알 필요도 없지. 검을 가볍게 돌려 나를 향해 뻗어지던 것을 후두둑 잘라냈다.

"형 놈이고 동생 놈이고."

하는 짓이 쌍으로 지랄맞은걸 보니 유전인 모양이지? 니놈 어머니는 굉장히 정상적이고 좋은 분이었는데 왜 그분과는 전혀 안 닮았을까.

"…과 …… 어머니…… 지마!"

"개소리 따위 안 들려."

구둣발로 놈의 상처를 힘껏 짓밟아 뭉갰다. 참 이상하지. 피부는 퍼런 주제에 피는 빨갛고, 피에 젖어가는데 구두는 왜 더 까매질까.

지치지도 않고 계속 바르작거리는 벌레를 고정시키기 위해 검을 들었다. 어디다 박아 고정해야 잠잠해지려나?

고통에 일그러진 외눈이 보였다.

카앙!

"가만히 있어. 겸사겸사 이 쓸모없는 걸 없애줄 테니까."

"…, ……!"

"생명의 은인도 못 본 눈 따위, 장식밖에 더 되나?"

하나뿐이지만 그 하나가 제 기능을 못 하니 없애도 달라질 건 없겠지. 식겁하며 어떻게든 막으려고 대검을 드는 놈의 꼬락서니에 상처를 밟고 있던 발에 힘을 더 실었다. 움찔움찔거리는 모양새가 내동댕이쳐진 지렁이같아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진짜 지렁이가 튀어나왔다.

[……께 ……라!]

땅에서 솟구친 지렁이때문에 시계(視界)가 뒤집히고 몸이 공중에 붕 떠버렸다는 사실은 신경 쓸 거리가 전혀 못 되었다. 놈을 죽이는데 다른 벌레한테 방해받았다는 것, 그게 중요했다.

이 버러지가.

"어딜 주제모르고 끼어드는 거야─!!"

뇌를 거칠 필요도 없이 척수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지렁이 새끼 주제에 드래곤마냥 불을 뿜으려는 주둥이를 박살 내 닥치게하고

머리를 내리찍어 땅에 쳐박은 다음

쓸데없이 큰 덩치에 빠짐없이 칼자국을 새겨주기까지 수 초면 충분했다.

이렇게 쉬운데 왜 아까는 못했을까? 뭔가 형언하기 힘든 표정이 된 놈의 멍청한 얼굴을 잘 보기 위해 반파된 지렁이를 한 대 더 후려갈겨 옆에다 치웠다.

"거기 장난감들."

지렁이가 고물이 되는 걸 생방송으로 보았을 호러 장난감 특대 사이즈같은 것들이 움찔했다.

"니놈들도 덤빌거냐?"

용기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벌레는 없었다. 아깝네. 만약 하나라도 있었으면 다 같이 목을 뽑아서 완전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눈을 굴려 황망한 표정인 얼간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제 죽여버리…….

아니지. 당장 죽이는 건 너무 쉽잖아?

그녀 덕에 산 주제에, 그녀를 죽이겠다는 개잡소리를 지껄인 이놈을 한 방에 죽이는 건 너무 자비로운 것 같아. 좀 더 아프게, 고통에 몸부림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상상은 더더욱 한 적 없는 고문 방법들이 우수수 떠올랐다. 그러나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이 손에 든 검을 버틸 수 있을만큼 저것이 강하지 않았기에.

그때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사람을 상처입힐 수 있는 건,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아하.

"니가 날 이렇게 정성껏 엿먹여줬으니, 나도 니놈한테 재미있는걸 알려주지."

"……?"

뭐라고 뻐끔거리는 놈의 잡초같은 머리를 끄잡아 당겨 코앞에서 친절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검은 마법사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없어."

고통과 충격에 반쯤 흐려진 눈에 서서히 초점이 잡히고, 풀린 동공이 경악으로 쪼그라들며 꿈틀거리는 핏발이 서는 일련의 과정이 붉은 시야내에서 신기할정도로 생생하게 보였다.

나는 재차 말해주었다.

"초월자라 하더라도 죽은 이를 살리는건 불가능해."

빛의 초월자든, 시간의 초월자든, 생명의 초월자든. 그 누구라도 말이야.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리던 후두가 턱 멈추고, 시퍼런 피부가 멍이 든 것처럼 푸르딩딩해지더니, 한 박자 늦게 목젖이 보일정도로 크게 입이 벌어지는 놈의 변화를 기분좋게 감상했다. 뭐라고 외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격한 부정이겠지.

8백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노력해온게 사실 다 장대한 헛고생에 불과했다는 사실의 부정.

"그 놈이 직접 제 입으로 불가능하다고 했거든."

다른 놈도 아니고 당사자에게 들었다고. '초월자라 해도 죽은 자를 살리는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이야. 하하! 들리지는 않지만 계속 꽥꽥거리는 놈을 머리째 당겨 땅에 박았다. 좀 쳐박혀 있어. 잡초대가리니까 땅에 심어지면 지능이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내 말을 믿기 싫나?"

흙투성이 얼굴이 오기와 절박함으로 가득 찼다.

자근자근 짓밟아버리기 딱 좋은 모양으로.

"그런데 어쩌지? 만약 그놈이, 초월자란 것들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면 니놈 이전에 내가 먼저 찾아갔을거다."

─그래. 그랬을거다.

"륀느든, 알리샤든, 검은 마법사든…… 초월자가 누군가를 부활시킬 수 있었다면 설령 그놈이라도 찾아가서 개처럼 빌었어! 뭐든 할테니까 제발 그녀를 살려달라고!"

허나 이 세계에서 완전한 사자(死者) 부활이 가능한 존재는 오버시어만이 유일했고, 그들 중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까 이 주둥이로 지껄였었지. 그녀를 죽이고 싶다고 말이야."

유감스럽게도 어쩌냐.

그녀는 이미 죽었어. 약 2년 전에.

내 손에.

놈의 눈이 뽑아버리기 좋은 크기로 부릅 떠졌다.

"…, …?!"

"난 정말로 그녀를 구하고 싶었거든."

무슨 수를 써서든 살리고 싶었는데, 살려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나랑 일면식도 없었던 노바족을 구할 방법은 있으면서 어째선지 그녀 하나만은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래서 죽여야 했다.

가슴속의 썩은 구멍에서 붉은색이 쉼없이 흘러넘쳤다.

"그랬는데."

감히 니가, 니놈이. 다른 놈도 아니고 내 무리한 부탁을 들어줬던 그녀 덕에 목숨 부지한 새끼가 그녀에게 복수하겠다고 지껄여?

그때 그녀는 니놈 어머니를 살리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어. 썩을 뱀영감과 총잡이 자식 때문에 빈사지경까지 가서 어쩔 수 없이 도망쳐야 했던 걸 자기 잘못이라 여기며 자책했던 사람이었다고. 심지어 그때 도망쳤던 이유도, 너 새끼가 정신줄 놓고 폭주해서였는데─.

아아. 벌써부터 절망하지마.

내가 겪어봤는데, 바닥엔 항상 더한 바닥이 있더라고.

난 너를 더 추락할 곳도 없는 밑바닥에 쳐박은 다음 죽이고 싶어.

***

side out.

검호가 팽개치고 가며 방치된 이데아는 혼절한 상태였지만, 계속된 진동과 폭음에 어쩔 수 없이 정신을 차려야 했다.

"흐, 으으……."

"이데아 님!"

"정신이 드십니까?"

"머리…… 울립니다. 소리, 낮추시, 죠."

뺨에서부터 시작되어 전신을 갉아먹던 통증은 어느새 잦아들어 있었다. 노바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상체를 일으킨 그녀는 곧 제 말이 의미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귀가 떨어져나갈 폭음과 붕괴음이 쉼없이 울리고 있었으니까.

마족들이 쳐들어오며 개판이 되었던 루타비스가, 차라리 그 개판이 훨씬 더 나았을거란 생각이 들만큼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하하! 표정이 아주 가관이야. 근데 어쩌냐? 내 말은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이거든!"

"닥쳐, 닥쳐, 닥쳐, 닥치라고오오오─!!"

세 차원 통틀어 손가락에 꼽힐 최상위권의 두 전사가 부딪히는 여파에 루타비스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이마저도 노바족들이 마법으로 이곳 공동을 강화했기에 아직까지 형태나마 유지하고 있는거지, 그게 없었다면 무너져도 한참 전에 무너졌을 것이다.

그의 손에 들린 노을빛의 쌍검이 각자 다른 검로를 그리며 철저하게 데미안을 농락하고 있었다. 하나는 기괴한 움직임으로 마족의 공격을 완벽하게 흘려냈고, 다른 하나는 손안의 나비를 짜부러뜨리듯이 그를 가지고 놀았다.

"내 말을 믿기 싫나? 내 말보다 그 같잖은 개소리를 지껄여준 놈들을 더 믿고 싶나?"

푸하핫! 노골적인 비웃음에 이데아는 괴리감을 느꼈다. 반파되다시피 한 벽과 천장의 파편들이 계속해서 떨어지는데다 두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 잘 안 보였으나, 적어도 지금의 그가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쯤은 눈치 못 채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때 큰 격돌음과 함께 엉켜있던 두 사람 중 하나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녀는 인상을 쓰며 파편들 한복판에 떨어진 쪽이 데미안임을 알아보았다.

"누가 그딴 걸 진실이라고 알려줬는지 모르겠지만, 뭐 십중팔구 아카이럼 아니면 프라이쉬츠겠지. 안 그래?"

자욱한 흙먼지 너머로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 저 사람은 누구지.

앞 뒤 정황만 봐도 그임이 확실했음에도, 이데아는 바보같이 누구냐고 물어볼 뻔 했다. 입고 있는 옷과 양 손에 들려진 검은 물론 얼굴까지 모두 그가 맞았음에도.

다른 점은 딱 하나. 새빨갛게 물든 흰자와 구멍이 뻥 뚫린듯한 검은자의 눈 뿐이었는데.

"니놈 두개골 속에 회백색 단백질 덩어리가 있으면 좀 굴려봐라. 그 자식들이 어떤 놈들인지."

저 인간이 저렇게 웃는 사람이었나.

아니 그 이전에 저걸 웃는거라 할 수 있을까.

"그 놈들이, 니 복수 도와주겠다고 이것저것 다 알려줄만큼 친절하고 인간미 넘치는 놈들이라 생각하나?"

오히려 복수하겠다고 펄펄 날뛰는 니놈을 어디다 써먹으면 좋을까 생각하며 표정하나 안바꾸고 이빨까고도 남을, 아니 그게 훨씬 더 당연한 것들이라고 보는데 난. 만약 진심으로 그놈들을 믿었다면 니놈 눈깔은 옛저녁에 까마귀한테 줘 파먹혔던거라 생각하고 특별히 안뽑아줄 수도 있어.

말의 내용과는 달리 유쾌하기 짝에 없는 어조에 이데아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정말로…… 정말로 그가 맞나?

"이데아 님. 저희 이제 어째야 하죠?"

"…… 글쎄요. 여길 버리고 판테온으로 대피할까요."

빈말이 아니라 여기 더 있다간 저 둘의 싸움에 휩쓸려 죽거나, 붕괴되어가는 루타비스에 파묻혀 죽거나, 후일 쳐들어올 연합에 당하거나 셋 중 하나일 것 같았다. 데미안의 절규를 귓등으로 흘리며 이데아는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상황은 이 지경이었지만 노바족은 기적적으로 대부분 무사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전장에서 굴렀던 베테랑들이라 제 한 몸 지키는데 능했으니까.

"정말이지 니놈 형새끼와 하는 짓이 아주 판박이야! 똑똑한 척 다 하더니 속은 것도 모르고 놈들에게 이용당하는 그 꼴이!"

"그 입 다물라고!!"

"지금 니놈 꼬락서니를 니 형이 보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놈이 자길 배척하고 경멸하는 영웅들이 득시글거리는 연합에 계속 남아있는건 자기같은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인데, 죽은 줄 알았던 제 동생놈이 군단장이 되어 이 짓 벌이고 있는걸 보면 아주 굉장한 반응이 나오겠어!"

"닥, 쳐어어어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나뿐인 동생놈이 제 흑역사를 그대로 밟고 있는 꼴이니까!!"

폭소를 터뜨리며 무작정 달려드는 데미안을 유연하게 막아내는 그의 모습에 이데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기어코 그 스킬이 발동된 것 같은데 어째 상태가 그때보다 더 심하다. 저번에는 그래도 입은 다물고 있었는데.

"저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무얼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희가 끼어들어봤자 개죽음밖에 안될텐데."

아닌게 아니라 예전에 그가 우연히 버서커 상태가 됐을때도 노바족이 한 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검기 범위만 수 백 미터에, 한 걸음에 수십 미터를 단거리 순간이동 속도로 뛰어다니는 광전사를 무슨 방법으로 상대하라는 건가? 심지어 미친 주제에 검술은 제정신일때보다 더 강해진 인간을.

"거기다 말이지─ 설령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기적이 일어나서 니놈 어머니가 살아난다 치자. 과연 살아난 니 어머니가 널 예전처럼 대해줄까?"

"뭣……?!"

독사처럼 내질러진 검이 데미안의 어깨와 복부를 파고들어 헤집었다. 고통에 신음할새도 없이 검은 구둣발은 순식간에 그의 턱과 관자놀이를 걷어차 뇌를 뒤흔들었고, 오금을 걷어차 쓰러뜨린 뒤 데미안의 목을 콱 짓밟았다.

그는 굉장히 즐겁게 웃으며 발아래 깔린 이를 내려다보았다.

"자식새끼란 놈이 자길 죽인 것들과 같은 족속이 되어 사람들을 헤치고 다니는걸 알면, 아무리 부모라도 곱게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아는 니 어머니는 굉장히 다정하고 상냥한 분이었지만, 동시에 정상인의 부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셨지.

"안아주기는 고사하고 싸대기 쳐맞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라고! 아하하!"

"───!!"

괴성을 내지르며 불가사이한 괴력을 발휘해 달려드는 데미안을 보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린 그는 제자리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힘을 흘려내며 돌진하는 그의 명치에 구둣발을 쑤셔박았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잘게 퍼졌다.

"니놈은 정말 뇌가 없나? 아니면 뇌 대신 신경다발만 들어차있나?"

어떻게 도발하는 족족 다 걸려서 달려드는지. 일부러 그럴 말만 골라서 했지만 말 한 마디 할때마다 반응을 보이는게 읽기 쉬워도 너무 쉽다고. 데미안을 조롱해대는 그의 모습에 이데아는 미간에 깊은 골을 파며 찡그렸다.

"이데아 님."

"압니다. 허나 지금 나서기엔 저 둘이 여전히 위험하니 부상자들의 구조를 먼저 하세요. 그러다 기회가 생기는대로 판테온으로 이동합니다."

"알겠습니다."

냉혈안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녀는 데미안이나 그를 걱정할 처지가 조금도 못 되었기에 광전사로 전락한 그가 이참에 데미안을 처리한 뒤 멈춰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게 노바족에게 그나마 나은 결과니까.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도 슬슬 그가 마족을 죽일 것으로 보였기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큰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뼈와 살이 난자당하는 피륙음이 고막을 흔들었다.

"…… 응?"

쌕쌕 바람빠지는 느낌의 멍청한 의문을 내뱉은 이는 그녀가 아니었다.

시궁쥐를 괴롭히는 호랑이의 입장에 있던 그였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 그 잠깐 사이에 저 마족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그의 전신은 무언가에 끔찍하게 난자되어 시뻘건 속을 훤히 드러내며 피와 장기조각을 후두둑 쏟아내고 있었다.

[어떤가요? 빼앗으려다 빼앗긴 느낌이.]

[킥킥, 그것도 멍청하게 스스로의 공격에 의해서 말이지!]

함께 울리는 고혹적인 목소리와 희열을 품은 목소리에 이데아는 어째서 그가 그 잠깐 사이에 저리 되었는지 깨달았다. 공격 반사. 그렇다면 앞서 들린 유리가 깨지는듯한 파열음은 공격 반사 마법이 부서지는 소리였던건가?

그들의 말대로 스스로의 공격에 피떡이 된 그는 꽤 충격을 받았는지 바로 움직이지 않고 멍한 얼굴로 자리에 서있었다. 얼굴의 반이 피에 흠뻑 젖어 바로 못 알아봤는데, 그의 한쪽 눈이 으깨져 빈 구멍에서 잔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를 지키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해야하는가 고민하던 이데아의 생각은 뒤이은 목소리에 잘렸다.

[…… 뭔가요 당신?]

[이제와서 겁이라도 먹은 것이냐?]

[안타깝게도 실성이라도 한걸까요.]

조금씩 흔들리던 그의 어깨가 서서히 크게 요동쳤다.

"푸흐, 후흐흐, 아, 하하하하……! 맙소사, 이게 뭐야……?!"

어디까지 실성한걸까.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제 피에 흠뻑 젖어 앞을 가리는 긴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넘겨 핏방울을 사방에 튀긴 그는 부분부분 장기가 보일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제 몸을 보지도 않고 데미안을 지키기 위해 모여든 세 존재를 응시했다.

이거야 원.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 생각해서 무시했는데, 자기들이 얼마나 거슬리는 존재들인지 이렇게 온몸을 바쳐 알려주다니.

구석에 쳐박혀 숨도 쉬지않고 찌그러져 있었으면 그래도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피가 튀지않은 쪽의 얼굴에 찢어지는 미소가 걸리는걸 확인한 이데아는, 다음 순간 뿌드득─! 뼈가 꺾이는 생생한 소리를 들었다.

마족 군단장을 지키기 위해 모여들었던 이들 중 거대한 여왕의 형상을 한 존재가 그의 손아귀에 산채로 목이 부러지며 그대로 반파된 벽으로 집어던져지는 걸 봤을 땐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로.

블러디 퀸을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침묵시키며 착지한 그의 몸에 녹색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반딧불처럼 하나 둘 상처부위에 달라붙던 그것은 빠르게 늘어나 타오르는 불꽃처럼 격럴하게 빛을 뿌리며 상처들을 잡아먹었고, 말도 안되는 속도로 그의 몸을 감쪽같이 재생시켰다. 여기저기에 묻은 아직 식지도 않은 피가 그대로이지 않았다면 조금전까지 반 시체에 가까운 상태였다는 걸 믿을 수 없을정도로 깔끔하게.

경이롭다 못해 악몽에 가까운 재생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누더기가 되었던 블랙윙 제복 위로 어디선가 사락사락 천조각이 모여들며 그의 본래 옷을 만들고 있었다.

양 손의 쌍검에 걸린 노을빛은 방울져 떨어지지않을까 생각될만큼 농밀하게 짙어져갔다.

"다같이 뒈져버려 버러지들."

이윽고 검끝에서 피어난 폭풍보다 난폭하고 바늘보다 섬세한 검의 광연(狂演)이 위태롭게 유지되던 루타비스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

손 쓸 틈도 없이 밀어닥친 재앙에 가까운 압도적인 폭력에 이데아는 손을 놓아버렸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그녀를 덮칠 것 같았던 죽음은 다가오지 않았다.

"…… 루타비스에 위험한 놈이 습격해왔다고 해서 허겁지겁 뛰어왔는데 말이지."

그 위험하다는 놈이 설마 형씨였어? 어째 식은땀이 떨어지는듯한 목소리에 그녀는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길게 흔들리는 붉은 머플러가 눈앞에 가득 차있었다.

"─세피로트."

"이데아 당신이 겁에 질릴 정도라니, 하기사 형씨가 저 지경이 된 걸 보면 납득이 가면서도."

감사의 마음을 빠르게 증발시키는 그의 말에 이데아는 벙쪄있던 얼굴을 재빨리 냉정한 표정으로 고치며 전면에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칼바람에 마구 날리는 흰 더벅머리에게 쏘아붙였다.

"더럽게 늦은 인간이 할 소리가 아닙니다만."

"아…… 그래도 구해준 사람인데 좀 좋게 말해주면 안될까?"

"그래도 늦은건 맞잖습니까."

끄응. 그야 그렇지만. 앓는 소리를 내는 세피로트의 근처에서 함께 검격의 여파를 막아내던 은월이 파리한 안색으로 물었다.

"수다는 그쯤하고 이제 우리가 뭘 해야하는지 뭐라도 알려줄 수 있나."

"나한테 물어봤자 무슨 방법이 나올리가─"

"너는 기대조차 안했다. 이데아 당신에게 물어본거다."

"마스, 마스터, 마스터가…… 후으으…… 흐끅!"

아스카는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주륵주륵 쏟아내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에게서 전해져오는 온갖 감정의 해일과 마구 용솟음치는 스스로의 감정이 뒤섞여가 이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그런 와중에 노바족을 지키기위해 대규모 마법까지 쓰니 정신을 차리기도 버거운 것이다.

그런 아스카의 상태를 알아챈 이데아는 파삭파삭 굳어가는 뇌를 바삐 굴렸다. 안 그래도 루타비스가 붕괴 직전인데 저 오닉스 드래곤까지 맛이 가면 대형사고를 넘어 자연재해 수준이 되버린다. 하지만 절망적이게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말리는건 고사하고 칼날의 회오리에서 새어나오는 여파를 막아내는데 급급했으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루타비스를 통째로 갈아버릴 기세로 몰아치던 폭풍은 서서히 멎어갔다.

천장과 벽이 무너지며 쏟아졌던 파편은 광폭한 검 아래에 가루 수준으로 부스러져 탁하게 공기중을 떠돌았고, 그 황폐함의 중심에 이 살풍경을 만든 장본인 한 사람만 서있었다.

"이봐아─. 숨은 붙어 있냐 얼간아?"

조금 전의 그와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않은 처참한 지경의 데미안을 유쾌하게 밟으면서.

"정신줄 놓지 않은거 알고 있다? 일부러 딱 그 정도로 다졌으니 연기해도 소용없어."

거리가 꽤 있었지만 이데아와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희미한 신음소리를 들었다.

"그 잡것들 말고도 다른 부하? 아무튼 그런게 더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안보여서 말이지. 어디 있는지 말해볼래?"

저번에 그놈을 만났을때 니 부하들은 그냥 부하가 아니라 광신도나 팬클럽같다고 했었거든. 확실히 그 셋? 넷? 되는 잡것들을 보니 좀 멍청할정도로 충성스럽다는 건 확실히 알았어. 가볍게 만져준 것 가지고 그놈들이 왁 들고 일어났으니까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될 것 같아서 말이야.

그가 태연하게 하고 있는 말이 남은 제 부하들을 죽이고 그 과정도 보여주겠다는 뜻이란 걸 알아들은 데미안은 - 어차피 제대로 말하는게 불가능했지만 - 입을 꾹 다물었다. 설령 죽더라도 대답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에 그는 눈꼬리를 휘었다.

자기가 말하지 않으면 무사할거라고 믿는 저 생각을 완전히 박살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의 몸 위로 붉은 아지랑이가 일렁이더니 나뭇가지 혹은 혈관처럼 번져나갔다.

"좀 멀리 있는데 그래."

그는 갑자기 고개를 꺾어 반쯤 무너진 천장, 아니 루타비스의 바깥을 향해 올려다보았다.

네 보스들과 함께 쳐들어왔던 다른 마족들의 경우, 상당수는 지금 루타비스에 남아있었지만 일부는 그가 날뛴 여파로 루타비스가 붕괴되어가자 지상으로 황급히 도망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 이들은 죄다 정신을 잃었거나 빈사지경이 되어 그의 감지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들이 걸렸다.

그는 들고있던 쌍검 중 한 자루를 데미안의 복부를 푹! 관통해 땅에 깊이 꽂아넣었다.

"다 끌고올테니까 그때까지 가만히 있어라. 니놈이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 다져줄테니."

"이, 미친 새끼가……!"

"하아?"

살의에 반응한 검의 문자가 빛나며 철그럭철그럭 요란하게 뱃속을 마구 휘저었다. 장기가 썰려나가는 생생한 고통에 갈라진 목구멍에서 비명과 피가 쏟아졌다.

그 모습을 샐쭉한 눈으로 보던 그는 남은 하나의 검으로 자세를 잡았다.

"마음이 바뀌었다. 여기서 보여주지."

그의 발아래에 푸른 발판이 만들어졌다.

쿠웅──! 지진에 가까운 진각에 발판이 깨져나가며 붉은 잔영들이 천장을 가르며 지상을 향해 쏘아졌다.

참격을 넘어 저격이라 칭해 마땅한 그 행위에 입을 다물려고 했던 데미안은 멍청히 입을 벌리며 그를 보았다.

"너…… 니놈……!"

"아아, 역시 너무 멀었나?"

평지였다면 쉽게 맞출 수 있었을텐데 보이지도 않는 곳을 향해 수직으로, 감에 의지해 날리는거다 보니 명중률이 뚝 떨어졌다. 기껏해야 입구 근처에서 얼쩡이던 것들 몇 명 맞았을까.

뭐, 과시용으로는 적당했지만.

"그래도 몇 번만 더 날리면 끝나겠네."

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검을 휘둘러 붉은 잔영들을 또다시 날렸다. 얼마나 두들겨맞았는지 모르는 천장에 또다시 긴 검흔들이 쫙 새겨졌다.

보이지도 않는 저 위에서 제 부하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대로 있다간 다 잃어버린다. 아니, 벌써 잃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부하도, 소원도, 복수도. 순식간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버렸잖아.

그의 말들을 모두 거짓이라 치부하고 싶은데, 미치광이가 되었다고 해서 저 작자가 거짓을 말할 것 같지가 않아.

그런데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건 속고 이용당한 내 잘못이라는 뜻이 된다. 가장 고통스러운건 그게 진실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거고.

"얼굴이 아~주 가관인데 너?"

그의 표현 그대로 혼이 빠져나가기 직전인 그 얼굴은 어딘가 익숙했다. 이걸 어디서 봤더라?

"아하하…… 지금 니놈이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볼까?"

그는 데미안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째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거지?'"

찢어진 미소를 그리고 있던 입이 일부러 과장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왜 하필 나였을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새까맣게 죽은 남자의 눈이 떨렸고.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투둑, 물방울이 떨어졌다.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해?'"

뺨을 타고 흐르는 그것은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웠으며.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눈물과 함께 녹아내린 표정 아래로 드러난건 웃는건지 우는건지 알 수 없는, 극도로 일그러진 고통스러운 얼굴.

"정말… 왜, 왜 나였을까……."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하고많은 사람중에 내가 이런 꼴을 당해햐 하는 거야.

제 속을 그대로 읽은 것 같은 그의 말에 멱살을 잡힌 데미안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마가 부딪힐 것처럼 바짝 붙은 그에게서 떨어지는 눈물과 실성한 웃음소리에 그제서야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자신과 그의 표정이 똑같다는 것을.

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일을 겪은 불쌍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걸.

"하! 하하, 하……! 하, 하으, 우, 흐윽……."

정신나간 웃음소리는 어느새 완전히 울음으로 바뀌었고, 절대 무너지지않을 것 같았던 그는 풀썩 주저앉으며 제 가슴팍을 잡고있던 손을 스르륵 놓았다. 마침내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이건만 데미안은 검을 뽑아 도망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

둘의 전장에서 멀찍히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있던 세피로트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 저런 사람이랑 어떻게 싸우란거야."

몇 초전까지 미쳐 날뛰었을 때가 나아보이는건 기분탓만은 아닐 것이다.

지구에 있었을때부터 자원봉사자로서 수많은 사람을 봐왔던 세피로트는 지금의 그가 어떤 상태인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저거, 여태까지 쭉 참아왔던 정신적인 상처가 전부 터져버린 상태다.

─그가 이 세계로 트립당한 이후로 괴롭지 않았을리가 없지.

─분명 죽고싶을만큼 괴로웠을테지만, 어떻게든 '참고' '견뎠을' 것이다.

─하지만 참아왔다는 말인 즉, 어쨌든 '아프다'는 뜻이잖아?

"나 안하면 안될까."

"당장 가라고 했다 흰머리."

단칼에 떨어진 아이의 서슬푸른 명령에 세피로트는 앓는 신음을 흘렸다. 유감스럽게도 그에겐 거부권이 없었다. 이 자리에 그와 싸움이라는게 가능한 사람은 그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필사적으로 썩어문드러진 상처를 내보이며 더이상 자신은 고통을 견딜 수 없다고, 그러니까 제발 그만하게 해달라고 눈물 흘리며 호소하는 사람이랑 싸우라고?

농담이지?

"농담 아닙니다. 당신이 나서서 저걸 말릴 수 있으면 굉장히 수지맞는 일 아닙니까."

"죽지만 않는다 뿐이지 중상은 기본에 못해도 팔다리가 날아갈게 뻔하잖아!"

"그럼 더더욱 다행이군요. 죽는 것도 아니고 당신 팔다리 몇 개로 저 재앙을 멈출 수 있다면 차라리 싼값이죠."

철저하다 못해 질릴정도로 냉정한 손익계산에 세피로트의 이마에 핏대가 올라왔다.

"─내 팔이야! 내 다리라고! 싸우는건 난데 왜 당신이 내 사지를 절찬 바겐세일 하는거야?!"

"시끄러워. 입닥쳐."

호기로웠던 반항은 아이의 말에 무자비하게 제압되었다.

"어차피 니놈이 끼어들면 바로 태세변환할거다. 지금은 잠깐 다른 감정이 넘치는 상태일뿐이니까."

"그, 그거 분노의 방향이 난입한 나로 바뀔거라는 말로 들리는데."

"전혀 아니다. 저놈의 타겟은 어디까지나 저 얼간이야. 중간에 끼어든 니놈은 걸리적거리는 돌로밖에 못 볼거다."

저 지경까지 가면서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까 너무하다.

"단지 그 돌이 좀 크니까 앞서 끼어들었던 놈들과 싸웠던 때보다 힘을 더 쓰겠지."

"생물도 아닌거야 나……?"

"대충 가는 길에 떨어진 낙석쯤으로 볼거다."

들으면 들을수록 때려치우고 싶은데. 세피로트는 망연히 거미줄처럼 쫙쫙 금이 간 천장을 보다 한숨을 푹 내쉰 뒤 전신에 힘을 끌어올렸다.

갈색 피부 위로 흰빛의 호랑이 줄무늬같은 것이 떠올랐다. 이어서 심장에서부터 금빛과 녹빛의 실타래가 혈관을 따라 퍼졌고, 염주와 비슷한 너클에는 평소의 검녹색 기류대신 빛나는 백금색 안개가 일었다.

트립퍼로서 모든 힘을 끌어올린 상태, 풀 버프(Full Buff) 모드가 된 것이다.

"하아…… 근데 이렇게 해도 난 검 든 형씨한테는 무조건 진단 말이야."

"누가 이기라고 했냐. 니가 질거란건 이미 알고있으니까 가서 시간이나 끌라고. 거기 너도 그만 짜고 빨리 일어나!"

"난, 나는 마스터를, 마스터를 해칠 수 없……!"

"그럼 저놈이 죽게 될 걸 손놓고 구경할거냐."

데미안을 말하는게 아니었다.

"원래 저 상태는 오래 유지할 수 있는게 아니야. 해서도 안되고. 그런데 너랑 계약하면서 마력통이 무식하게 커져서 유지 시간도 길어져버렸어. 지금은 괜찮아보일지 몰라도 더 시간 끌었다간 나중에 기술 풀리자마자 반동때문에 죽을거다."

"그건 안돼─!!"

"그럼 빨리 가 이 멍청아!"

척추를 부술 기세로 아스카의 등 발로 차 떠밀어낸 아이는 홱 고개를 돌려 세피로트를 노려보았다.

"나, 난 내 발로 갈테니까 때리지 마."

"말만 하지말고 당장 가라."

"…… 알겠습니다."

대답하면서도 세피로트는 싫은 티를 팍팍내며 어쩔 수 없이 아스카를 뒤따라 그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는 사이 어느정도 진정된건지 - 저걸 진정이라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 그는 잡고있는 검을 천천히 들고 있었다. 그대로 데미안의 목을 날려버릴 생각이라는걸 눈치챈 세피로트는 다리에 힘을 주어 크게 땅을 박차 달려들었다.

녹옥의 염주가 노을빛 검을 쳐냈다.

"귀찮겠지만 형씨, 2라운드 시작이야."

광전사의 눈이 일그러졌다.

========== 작품 후기 ==========

왜 하필 나였을까

어째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걸까

……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을 리 없잖아.

이번 화의 검호는 여태까지의 화 중에서 가장 많이 웃고,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요.

개강하자마자 조별 과제, MT, 다시 조별 과제... 죽겠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3월이 훅 가서 4월 되기 전에 어떻게든 써서 올립니다. 퀄리티는 구린 것 같지만.

이번화 작품 설정에 검호의 버프에 대한 설정을 올렸으니 보실 분은 보세요.

@류동지 - 제 생각이지만 데미안 군단은 부유한 것 같지는 않아요. 죄다 마스테리아에서 도망친 반마족들인데 돈이 많을리가.

@Sisre - 팩트폭력!

@소망eh - 광전사 검호는 적이든 아군이든 답이 없어요.

@라모니아 - 통수는 아직 멀었습니다.

@발푸르기스의밤 - 그냥 죽이는건 너무 쉬워서 마구 괴롭히다 죽이려는 중.

@창공의보석 - 확실하게 말할게요. 이제 검호는 더 안죽습니다.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좀 있어도.

@라이노아 - 루타비스 4인방 다 쳐발리고 본인도 죽기 직전.

@알사탕은데구르르 - 4월 되기 전에 겨우 왔습니다.

@니미이런 - 오랜만의 리코멘이라 무슨 질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설명해주세요...

@루엔시르온 - 근데 솔직히 맞을 짓 했음.

@노란우산s - 1달에 한 편 올리기도 힘드네요.

@찬양천사 - 세피로트가 늦었으면 진짜 데/미안이 됐을텐데.

@밤일 - 어찌나 바쁜지 정신 차리니 4월이 코앞.

@TheLastLife - 그건 어쩌면 세피로트가 될지도.

@육합 - 그래서 멈추러 두 사람이 가는 중.

@이시싯 - 차원의 도서관때 데몬 멘탈 터지기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칼크래프트 - 너무 나댔음.

@서월마을 - 전력이 되면 강해지는 것도 있지만 역시 정신이 맛이 감.

@익설트 - 이성이 날아가서 감정에만 휘둘림.

@로젠The오르텐시아 - ㄴㄴ 흑콰가 아니라 폭주.

@Eluines - 희한한건 정줄을 놓았는데 하는 말은 죄다 맞는 말. 검호라서 그럴지도.

@Harye - 검호의 멘탈은 프롤로그부터 지금까지 착실하게 박살나고 있었습니다.

@대어의예감 - 루타비스 붕괴 직전에 지상까지 검격을 마구 날림.

@개문 - 진짜 멘붕은 이 뒤인데?ㅋ

@랑패키지 - 그리고 거짓말처럼 3월 말에 왔습니다...

@Ratios - 이데아는 돈에 민감합니다.

@l초코빙수 - 조작된 기억을 고쳐주고자 손수 팩트를 알려준 친절한 검호.

@Jeger - 스토리를 이리 짠 저는 또 다음화에 전투씬을 쓰러갑니다. 망할.

@mmo0522 - 걱정마세요 안죽어요.

@네임0306 - 부모형제 없이 고생해가며 커서 많이 삐뚤어짐.

@적현월 - 8백살 넘게 먹었는데 아직도 철이 없다니.

@도쿄바니아 - 고기반죽으로 만들었다는.

@Legendssj2 - 세피로트와 아스카는 솔직하게 데미안을 살리고싶지 않습니다.

@진달래X - 이데아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좌절거북이 - 1달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 대학 라이프는 어떠신지? 전 죽을 맛입니다 하하.

@천궁사월 - 라테일 강화는 참...

@SourcesMoon - 올때마다 오랜만인 것 같아요...(우울)

@Blake117 - 에반과 제논은 루타비스쪽 해결되는대로 또 등장? 할겁니다.

@라이어트래빗 - 생오버한테 주고 부활시켜달라고 부탁했음.

@뻵쎫뗇쌻 - 그거 무리.

@ReFrante - 본인도 그거 이제 때려치고 싶어함.

@책벌레씨 - 검호한테 빌어도 모자랄판.

@오무ris - 처참하게 발렸습니다. 풀 버프 상태의 검호가 너무 강했음.

@레인D레이븐 - 에잇. 죽일까 말까.

@인생따위야 - 거짓말처럼 과제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레볼레이션 - 예. 여기가 그 유명한 월간 연재를 하는 곳입니다.

@AbViaLectea - 고로 검호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오버시어 봉인 풀기를 포기하거나 지구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음.

@에누마엘리시 - 그나마 데미안이니 뭔가 버틴다거나 막아내는게 가능했지 다른 놈이었으면 평타맞고 쥬금.

@갓타치 - 겨우 왔습니다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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