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76화 (176/208)

<-- 붉은 분노 -->  side out.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버프를 두른 두 트립퍼가 격돌하며 공간이 부서져나갈듯이 뒤흔들렸다. 한 쪽은 난입한 불청객을 치우기 위해, 다른 한 쪽은 그를 멈추기 위해.

"당장 비켜라!!"

"음,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안되서 말이야."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호시탐탐 저를 물어뜯으려 드는 노을빛 쌍검을 세피로트는 바람을 타는 깃털처럼 피해냈다. 평상시였다면 한참 전에 큐브 스테이크가 되었겠는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을 틈같은 건 없었기에 세피로트는 전신에 올올이 곤두선 감각을 따라 검로를 예측하며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아닌 건 신속하게 너클로 쳐냈다.

지난 2년 간 검호의 재활 훈련의 주된 대련 상대였던 그는 다른 누구보다 검호가 어떻게 싸우는지 잘 알고 있었다. 상상 이상의 넓은 범위를 자랑하는 검격과 100m를 순간이동 급으로 주파하는 엄청난 속도. 그리고 저 자신이 가르친 하체 위주의 격투기까지.

'뚜렷한 약점이란게 없지.'

거리를 벌려봤자 앗 하는 사이에 날아온 검기에 썰리거나 한 두 걸음만에 따라잡히고, 그렇다고 가까이 있자니 저 인간은 자신 못지않게 근거리 특화인 전사다.

굳이 약점을 꼽자면 철저히 전사라서 마법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것 정도인데, 이마저도 무식하게 높은 항마력으로 상당부분 커버하는데다 자신은 마법사가 아니니 의미없는 사실이고.

"이 잡것이……!"

"아아, 그래도 벌레 취급은 안 해줘서 다행이네."

불과 몇 분 전에 버러지취급 당하다 진짜 발 아래의 개미처럼 자근자근 밟힌 루타비스 4인방과 데미안을 떠올린 그는 귀신같이 목을 노려오는 검을 재빨리 녹옥의 염주로 막아냈다. 트립퍼의 무기는 기본적으로 파괴 불가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이 얼마나 강하게 휘두르든 결코 부서지지 않았고, 이를 거꾸로 활용해 지금처럼 방어구로 쓸 수도 있었다.

'라고 해도, 내 무기는 너클이라 면적이 좁아서 힘들지만.'

파픈스타의 기타는 준 방패처럼 활용할 수 있었는데. 거기다 부서지지만 않을 뿐이지 충격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검을 막아낸 팔이 꽤 얼얼했다.

'그렇다고 맞을 수도 없고.'

노을빛 쌍검에 넘실거리는 붉은 검기가 무엇인지 아는 세피로트는 이를 악물며 회피를 이었다. 저 검에 한 번이라도 유효타가 터지면 그걸로 끝이다. 입은 상처가 크든 작든 순식간에 악화시켜서 못 쓰게 만들테니까. 제 시간의 힘을 쓰면 무효화시킬 수는 있지만 그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그 모습을 저 남자가 얌전히 구경하고 있을 리 없다.

종합하자면 현 세계 최강의 검사를 상대로, 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근접전에서, 그의 검에 상처하나 입지 않고 싸워야 한다는 건데─ X발 이게 말이야 똥이야.

…… 응. 닥치고 해야겠지. 되든 안되든 무조건.

'견제는, 여기까지.'

숨을 고를 틈조차 주지않고 몰아치는 검의 난무에 그는 더 이상 몸을 빼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상태 확인도 이쯤이면 충분하고, 그의 풀 버프 모드는 처음 보는지라 제가 알고있는 전투법과 많이 달라졌나 우려했는데 다행히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세피로트는 회피를 위해 뒤로 빼두었던 다리에 힘을 실어 순식간에 무게중심을 바꾼 뒤 최단의 경로로 무릎차기를 날렸다. 갑자기 돌변한 그의 움직임에 광전사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빠악─!

"크……?!"

"이제부터 도망 안 치고 끈덕지게 붙어줄게 형씨."

결국 제가 쓸 공략법은 하나다. 스스로가 가장 잘하는 걸로 밀어붙이는 것.

아무리 이성을 잃은 광전사라 해도, 사람인 이상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 뇌가 흔들리고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상대는 칭호 그대로 검[劒]의 정점[豪]이지만─

"이쪽도 맨손 격투 하나만큼은 자신있어서 말이지."

그가 균형을 다잡기 전에 세피로트는 거리를 단숨에 좁혀 호랑이 발톱처럼 날을 세운 손으로 그의 오른 손목을 쥐어뜯다시피 낚아채 잡아당겼고, 동시에 로우킥으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며 다른 손으론 수도를 만들어 목을 노렸다.

당연하지만 상대는 이 상황에 마냥 끌려갈 이가 아니었다.

"이 새끼가!"

일시적이지만 뇌진탕 상태일텐데도 왼손의 검이 섬뜩한 반월을 그리며 쳐올라왔다. 상반신을 단숨에 토막내버릴 그 기세에 세피로트는 신속하게 손을 거두며 몸을 틀어야했고, 아슬아슬하게 머플러와 앞머리가 잘려나가는 광경에 마른 침을 삼키기도 전에 검의 궤적이 꺾이며 그의 머리를 노렸다.

간발의 차로 염주가 검을 쳐냈을 때, 두 남자는 서로를 쓰러뜨리는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접근한다.'

'떨어뜨린다.'

동시에 반대의 답을 도출해낸 둘은 곧장 행동을 개시했다.

그는 신속하게 땅을 박차 자리에서 몸을 빼려했고, 세피로트는 그런 그에게 맹호와 같이 달려들었다. 그림만 놓고 보면 도망치는 쪽은 그였고, 쫓는 쪽은 세피로트였지만 실상은 정 반대였으니.

세피로트는 그에게 검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간격을 주었다간 순식간에 제 몸이 채썰릴 걸 알기에 죽지않기 위해 어떻게든 지근거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이었고, 그는 저 거치적거리는 방해물을 치우려면 꽤 큰 공격이 필요했기에 거리를 벌리려는 거였다.

'30cm라도 떨어지면 죽는다.'

최선의 방어가 인파이트라는 지독한 아이러니에 몸서리치며 그는 연격을 이었다. 망할 기동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하반신을 집중적으로 노리며, 검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할 정도로 근접해 주먹을 날렸다. 목적이 어떻든 권격의 위력만은 살점이 뜯겨나가는 수준이었기에, 그는 무릎차기를 비껴맞은 턱의 통증을 억누르고 속으로 이를 갈며 퍼부어지는 주먹을 막아냈다.

세피로트가 이데아와 다른 이들에게 백 날을 쪼이는 허당이긴하지만 어쨌든 단독으로 수 년동안 제른 다르모어의 군단에게서 판테온을 지켜온 성투사이자 초 근접전 - 인파이트의 대가였다. 거기다,

"당신한테 격투기 가르친게 누군데 발길질이야?!"

"쯧!"

그에게 발차기 위주의 격투기를 가르쳐 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는 정강이를 쪼갤 기세로 내리찍히는 구두를 피하며 그대로 미들킥을 이었다. 하지만 그새 뇌진탕을 회복했는지 이번엔 힘을 줘 맞받아쳤고, 검과 염주를 든 양 손이 무수한 잔상들을 수놓으며 얽혀들었다.

백금의 안개와 적색 검기, 일대의 지반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힘이 두 사람의 근육이 수축하고 팽창할 때마다 터져나오며 부딪혔고, 그 여파에 루타비스가 태풍 앞의 유리창처럼 깨져나가는 광경을 이데아와 은월은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힐끔힐끔 보았다.

"저게 두 사람의 전력이군요."

"…… 저 정도였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해 아예 뒤로 빠졌지만, 부상자들을 구조하며 틈틈히 싸움이 어떻게 되가는지 확인하던 둘은 여태까지의 접전은 준비 운동이었다는 양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에 질린 얼굴이 되었다. 저게 인간이냐.

"그보다 저 사람, 생각보다 잘 싸우네요. 운 좋으면 이길지도……."

"아니. 그런 일은 없다."

단칼에 떨어지는 아이의 부정에 이데아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어째서입니까?"

"이길 마음이 처음부터 없으니까. 팔다리 2개쯤 잘리고 쳐박힐거다."

"저런."

그래도 죽지는 않는다니 다행이네요. 말은 다행이라 하면서 표정도 목소리도 별 변화가 없어, 은월은 이데아를 지긋히 바라보다 시선을 의식한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눈을 뗐다. 그녀는 뭐냐고 물어보려 했으나 막 부상자들을 판테온에 옮기고 온 다른 부하들에 의해 끊겼다.

"이데아 님. 펜릴 님이 대성당에 더 이상 부상자들을 수용하는 건 무리라고 합니다."

"약재는 충분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답니다."

"……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사람들을 의료동으로 옮기십시오."

"그래도 괜찮습니까?"

마족들이 쳐들어오고 그가 날뛰며 루타비스는 무너지기 직전이 되었지만, 정확히는 루타비스 전체가 아니라 바깥과 이어진 중앙동만 그런거였다. 중앙동과 이어진 4개의 다른 동들에는 아직 피해가 가지 않았다. 허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가 장소인만큼 싸움의 여파가 언제 그쪽에까지 갈지 몰라 부상자들을 보낼 수 없었는데, 상황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어졌다.

"괜찮습니다. 이제 저들의 힘은 이곳을 벗어나지 않을테니."

그녀는 두 전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드리워진 푸른색의 얇은 커튼같은 보호막을 눈에 담았다. 신경써서 보지않으면 있는지도 잘 알 수 없는 희미한 막이었지만 저것을 만든 이는 다름아닌 생명의 오버시어였다. 그녀는 아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흥."

착각하지 말라는 대꾸조차 하지않고 콧방귀만 뀐 아이는 전투에서 눈을 돌려 디멘션 게이트, 그 너머를 응시했다.

"이제는 힘도 거의 없을텐데 참 용쓰는군."

"누가 말입니까?"

"아니, 사랑이라는게 대체 뭐길래 저리 제 살 깎아먹는건가 싶어서."

"예……예─?!"

예상치도 못한, 아니 감히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이의 사랑타령에 이데아의 무표정이 와장창 깨졌다. 저 오버시어가 이 상황에 갑자기 뭔 소리야. 왜 별 말 없이 도와주는가 했는데 그새 미쳐서 그랬던건가.

"관은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될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됐고, 니 일이나 마저 해라. 겨우 구한 부상자들이 사망자가 되기 전에."

혼돈의 카오스가 되었던 그녀의 머릿속은 그 말에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해하는게 불가능한 오버시어의 심기보다 코앞의 일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각자가 해야하는 일을 하는 동안, 보호막의 안쪽에 있으나 전투에는 끼어들지 않은 한 드래곤 역시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했다.

"크흐으…… 윽?"

"입 열지마. 상처 벌어지니까."

말만 놓고보면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실상 목소리에서부터 진득한 살기가 묻어나오고 있었기에 데미안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감은 건지 뜬 건지조차 모호했던 컴컴한 시야에 은은한 녹빛이 스며들었다. 힘겹게 눈을 굴리자 따뜻한 치유의 빛과는 반대로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드래곤이 보였다.

"눈깔 치워."

"…… 어, 째서."

"너 좋으라고 고쳐주는거 아니야. 마스터 아니었으면 내가 널 죽였어."

빈말이 아니라 아스카는 정말로 데미안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검호에게서 전해져오는 살의와 분노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치유의 빛이 아닌 작열하는 섬광을 수 백 번이고 쏘아 이 빌어먹을 반마족을 시체 한 점 남기지 않고 없애고픈 충동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겨우겨우 참는 중이었다.

계약자를 돕지않고 오히려 그를 위해 자신을 고쳐준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데미안의 외안이 의구심을 띄었다. 그 눈빛을 읽은 아스카는 까득! 크게 이를 갈았다. 인간에 비해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그런데 니놈이 여기서 죽어버리면, 나중에…… 나중에 제정신으로 돌아온 마스터가 분명 후회하겠지."

"……?"

후회? 누가? 지금 나 죽이지 못해 미쳐날뛰는 저 광전사가?

"니놈을 제 손으로 죽인 걸 깨달으면, 마스터는 니가 얼마나 잘못했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테니."

데미안이 메이플 월드를 위협하는 군단장이며, 루타비스를 습격했고, 수 많은 노바족들을 다치게 한데다 심지어 생명의 은인인 그녀를 모욕한 개자식임에도 말이다.

저 중 몇 개만 해당되어도 쳐맞아 죽을 이유로 충분한데, 모조리 저지른 그를 지금 여기서 죽인다해도 뭐라할 사람따위 없다. 이데아도, 세피로트도, 은월도 모두 그럴만 했다고 납득해줄 것이다.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하고 감사를 표하는 이도 있을 거다.

하지만 당사자인 검호만은 그러지 않겠지. 누구보다도 그의 가까이에 있기에 아스카는 한 치의 의심없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죽지 않게 해주는 거야."

내가 쓸 수 있는 마법을 다 써서라도. 데미안은 찰나지간 저를 노려보고 있는 황금색 눈과 마주쳤지만, 격정적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그 눈에서 제 모습은 제대로 비쳐지지 않았다. 계속 그를 보고 있다간 더이상 살의를 못 참을거라 생각한 드래곤은 매몰차게 고개를 돌리며 으적으적 씹어버릴 기세로 중얼거렸다.

"니놈이 이딴 짓을 벌일 줄 알았다면 그때 구해주는게 아니었어."

먼 옛날,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린걸까.

"구하는게…… 아니었다고."

드래곤은 손등에 힘줄이 도드라질만큼 세게 주먹을 움켜쥐며 잘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말과는 반대로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빛은 어지간한 비숍의 힐링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데미안의 중상을 고쳐갔다.

그는 감히 무어라 말을 꺼낼 수 없어 눈을 내리깔고 침묵하다 저만치에서 잔상마저 흐릿하게 보일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하나, 아니 둘. 한 덩어리로 보일만큼 엉켜있는 그것들이 크게 부딪히며 뭔가가 터져나왔─

"─뒤!!"

"뭐? 으, 크윽?!"

데미안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검기와 권격의 파편을 그제서야 알아챈 아스카는 황급히 방어 마법을 썼고, 아슬아슬하게 먼저 펼쳐진 보호막이 둘을 감싸기 무섭게 폭력의 파편이 방벽을 강타했다.

보호막으로 직격타는 막아냈지만 후속 여파까진 걸러내지 못했기에 데미안은 그걸 그대로 뒤집어 써야했고 - 상태가 상태인만큼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 - 회전초마냥 땅을 몇 바퀴 굴렀다. 겨우 나아졌다 싶은 상처들이 다시 벌어져 고통에 신음하던 그는 간신히 눈을 떴다.

눈꽃처럼 떨어져내리는 새하얀 파편들이 하나뿐인 망막을 가득 채웠다.

"아 씨…… 망할."

보호막을 침과 동시에 몸을 날려 자신보다 더 앞에서 충격의 여파를 고스란히 뒤집어 쓴 드래곤이 흉측하게 갈라져 핏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피부를 감싸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적당히 좀 하란 말이야…… 시간끌기따위 하면 안된다고 말했는데 저 인간은 왜……!"

데미안은 씨근덕거리며 상처를 재생시켜가는 드래곤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질 줄은 몰랐다. 마스터를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그 살기는 진심이었기에, 실수라며 은근슬쩍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깨진 눈꽃 조각들 속에서 등을 덮을만큼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풍성하게 흔들리는 광경이 어딘가 눈에 익었다.

어떤 공격에서든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말하며, 그 말을 몸소 실천하듯 제 앞에 서서 든든한 등을 내보였던 어른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니다'.

만신창이가 되어서도 꿋꿋이 일어나 저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써 웃던 얼굴이 있었─

"잠깐, 당신……?"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기괴한 절삭음이 울리며 붉은 선이 루타비스를 반으로 갈랐다.

***

에반side.

제논, 루티와 함께 슬리피우드로 향하는 마족 무리를 쫓아간 나는 뒤늦게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아무리 그들을 쫓아간다해도 우리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이게 대체……."

"흔적 분석. 혈흔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위협용으로 만들었을거라고 추정됩니다. 더불어 사람과 함께 다수의 몬스터의 흔적도 섞여있습니다."

[아니 그건 눈 달려있으면 다 알 수 있는 거잖아. 뭘 거창하게 말하는 거야?]

겨우 도착한 슬리피우드는 이미 마족들이 지나가며 한바탕 헤집어진 후였다. 건물이 반파되거나 불이 나진 않았지만, 입구부터 경비병이 쓰러져 있었는데다 마을엔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어디로 간거지?"

[혹시 다 죽인게 아닐까.]

"그, 그런!!"

"그건 아닐겁니다. 만약 이 마을의 구성원들이 모두 죽었다면 이곳 지하 전체에 피냄새가 진동했을테니까요."

하지만 피냄새는 조금도 없었다. 주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조차 없을만큼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과 위협용으로 추정되는 검흔, 그들이 타고 온 조류형 몬스터들이 지나가며 떨어진 깃털들이 전부일 뿐.

"추적 마법을 쓰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마법이 만능이긴한데 이 상태로는 무리야.]

"거기다 슬리피우드도 마력 밀집 지역이고……."

예전에 아란 누나와 함께 이곳의 블랙윙 아지트를 토벌하기 위해 와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페리온 유적 발굴지에 밀집된 마력이 짙은 안개와 같다면, 이곳의 마력은 질척한 늪과 같아 함부로 막 돌아다녔다간 쥐도새도 모르게 기력이 뚝뚝 떨어져 어느 순간 꽥 쓰러진다. 몬스터들 한복판에서! 그래서 누나와 함께 여기 왔을 땐 빙빙 돌아가는거 없이 누나의 감만 믿고 바로 아지트를 찾아 습격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무슨 방법이 있어?"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되잖습니까."

"그 주민들이 어디에 있다고?"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제논은 곧장 어떤 건물을 향해 척척 걸어갔다.

똑똑!

"실례합니다. 안에 있는 거 알고 있으니 잠시 나와주세요."

…… 응?

"숨 죽여도 소용없습니다. 제 눈에는 열 감지와 적외선 기능이 있어 이 건물 안에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 똑똑히 보이니까요."

쟤 눈은 대체 뭘로 되있는 걸까. 열 감지는 알아들었는데 적외선은 또 뭐야. 몇 번 더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제논은 문 손잡이를 콱 잡았다.

"경고합니다. 지금부터 건물 내에 진입하기 위해 물리적 수단을 사용할테니,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문에서 3m이상 떨어져주시길 바랍니다."

"안돼 그만둬!!"

안에서 누군가 허겁지겁 뛰어와 덜컹! 문을 막는 소리가 들렸다.

"왜 다시 온거야?! 크리슈라마 님으로는 모자랐던 거냐!"

"오해입니다. 저는 근처를 지나가던 제네……."

"모험가라고 해 제논."

"응. 모험가입니다."

"웃기지마! 다 들릴정도로 말했으면서 무슨 모험가 타령이야!"

뭐하는거지 저 둘. 옆에서 미르가 '덤앤 더머냐'고 중얼거렸다.

"저희는 방금 마족 무리들이 이곳 슬리피우드로 향하는 것을 보고 여기 왔습니다. 혹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목격하셨습니까."

"…… 마족?"

"다수의 조류형 몬스터를 이끌고 있는 푸른 피부의 사람들입니다. 혹시 피부를 보지 못했다면 그들이 입고 있던게 후드가 달린 붉은 제복이었는지 기억합니까."

대답은 없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나무문에 나있는 작은 창에 경계심어린 눈이 천천히 다가왔다.

"정말 놈들이 아니군……."

"그들을 보셨나요?"

"하, 방금 전에 마을을 뒤엎고 가버린 놈들을 잊어버리면 백치지."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는 창칼을 들이밀며 인근 지도랑 안내자를 내놓으라고 해서 방금 주민 한 명이 끌려갔다. 거부하려고 했는데 놈들 대장으로 보이는 자식이 무서워서 주저앉은 내 아들을 인질로 잡아 협박했고, 어쩔 수 없이 크리슈라마 님께서 안내역을 자처하셨지. 그놈들이 간 이후엔 다들 숨거나 도망쳤다.

아까 제논이 말한 건물 안의 사람들은 마족 무리들을 피해 숨은 슬리피우드의 주민들인 모양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하나도 안 보였구나.

그보다 놈들이 우리보다 몇 시간 더 빨리 왔다고 이 지경이 된거지? 조금만 생각해도 마족 놈들이 멀쩡한 마을 하나를 뒤흔드는데엔 2시간이 채 안 걸렸다는 결론이 나왔다. 뒤를 밟는 것을 들키면 안되서 일부러 속도를 줄였던건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초고속으로 올 걸. 후회심이 뭉클뭉클 올라왔다.

[그래서 마족들은 어디로 갔어?]

"너희같은 꼬맹이들이 뭣때문에 그런걸 묻는지는 몰라도, 알려줄 생각없다. 놈들은 위험해."

"알아요."

그런데 그래도 가야하거든요. 작은 창문 너머의 눈이 무슨 개소리를 하냐고 찡그려졌다.

"다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으니 그냥 들어주세요. 저희는 놈들이 슬리피우드로 향하는 걸 페리온에서부터 보고 쫓아왔어요. 제가 어려보일테지만 전 연합에 소속된 마법사라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잘 알거든요?"

메이플 월드를 위협하는 군단장 휘하의 군단 - 의 일부. 전부도 아니고 지극히 일부일 것이다. 마족 군단은 루디브리엄에서 시그너스 기사단과 모험가들, 그곳들 병사들과 함께 간혈적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들었으니까.

"그래서 놈들이 큰 일을 벌이기 전에, 벌어져도 어떤 일인가 사람들에게 알려야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요. 아저씨는 위험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위험이 빅토리아 아일랜드 전역에 퍼지기 전엔 막아야하니까요."

[직접 상대할 생각도 처음부터 없고 말이지.]

"…… 아니 그건 솔직히 무리고."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모를까, 일부뿐이라 해도 진짜 군단장의 군단에게 영웅도 아닌 내가 덤비는 건 자살행위다. 거기다 만에 하나 여기 온 마족 무리 중에 군단장이 포함되어 있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해. 에레브에서 루미너스 씨가 말했던 '니가 그 마녀를 상대하면 장담컨데 5분도 못 버티고~'만 떠올려도 답이 나오잖아.

아저씨는 어이없다는 투로 되물었다.

"그럼 더더욱 안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건 아니죠."

무섭다고 도망치거나 포기하면, 마족 놈들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어떻게 알고 또 그들이 이곳에서 저지른 일보다 더 큰 사건을 일으켰을 때 누가 막아.

"그러니까 알려주세요. 안내까지는 무리인거 아니까 최소한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라도."

사실 마족 무리가 어디로 갔는지는 슬리피우드 한복판을 쭉 가로지르는 발자국의 길로 매우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길의 끝은 마을의 밖. 온갖 종류의 드레이크와 식물형 몬스터가 득시글거리는 위험지역에 아무런 정보없이 무작정 뛰어들 수 없다. 때문에 최소한 목적지를 알아야 한다.

내 말을 다 들은 아저씨는 인상을 쓰며 나를 한참 보다가 겨우 입을 여셨다.

"…… 알았다."

"아! 감사합니─"

드드드드……! 갑자기 몸을 흔드는 진동에 감사는 채 이어지지 못했다. 뭐지? 설마 지진? 하필 지하에 있는데! 황급히 부양 마법으로 몸을 띄우며 방어 마법을 펼쳐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저씨 최근에 여기서 지진이 일어났었어요?!"

"그, 그런 일 없었어!"

"그럼 갑자기 왜?"

계속되는 진동에 건물 안에서 비명소리와 소란이 터져나오더니 굳게 닫혀있던 문이 쾅 열리며 주민들이 뛰쳐나왔다. 잠깐만요! 그, 한 분씩, 다른 사람이 깔리면 안되니까 침착하게! 시끄러 꼬맹이가! 이러다 건물이랑 천장이 무너져서 다 죽으면 책임질거야?! 그, 그래도!

장내가 아비규환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아, 이럴 땐 어떡해야……! 위급 상황에 사람들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상황이 닥치니 온통 혼란스러워져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 대신 미르가 움직였다.

쿵!! 일대의 땅이 한 차례 더 흔들렸다. 지진이 아닌 다른 이유로.

[모두 잠깐 진정해달라고. 내 마스터가 말하고 있잖아.]

지면을 후려쳐 움푹 꺼뜨린 꼬리가 철퇴처럼 느긋하게 흔들렸다. 지상으로 도망치는데 사력을 다하던 주민들도 미르의 위협에 멈췄다. 아니 굳어버렸다고 해야하나? 미르가 펼친 마력장이 그들을 띄워버렸으니까.

[이제 말해봐 마스터. 조용해졌으니까 이번엔 들어줄거야.]

"아…… 어, 응."

얘 성장한게 맞을까. 전보다 더 이상해진 것 같아. 나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들을 겨우 이겨내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두 줄로 서서 침착하게, 앞과 뒤의 사람들을 밀치거나 넘어뜨리지 않도록 살피면서 대피하세요. 떨어지는 낙하물에 맞지 않도록 팔로 머리를 가리면서요. 긴급 상황인만큼 침착해야해요."

"알았, 으니까 이제 좀 내려주겠니?"

"네. 미르, 부양 마법 풀고 대신 보호 마법 걸어드려."

[오케이~]

미르는 주민들을 땅에 내려놓으며 대신 노란 빛을 머리 위로 흩뿌렸다. 저 정도면 두 세번까지는 괜찮겠지. 땅에 내려온 주민들이 미르의 시선 아래 빠르게 줄을 서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쭉 바라보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이보게 자네!"

"아, 아저씨 아직 안가셨어요? 지진이 다시 심해지기 전에 빨리 가세요!"

얼굴은 못 봤지만 목소리가 아까까지 대화했던 아저씨였다. 거의 다 까진 머리에 전형적인 아저씨 체형. 이런 분이셨구나. 그런데 아저씨는 바로 달려가지않고 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아까 자네가 물어본 거 말이야, 그놈들은 습지 지역으로 갔어! 안개가 낀 곳이니까 찾기 쉬울거네."

"네, 네?"

"그럼 이만 가겠네!"

아저씨는 후다닥 주민들을 뒤따라 지상으로 가셨다. 어찌나 빨랐는지 감사 인사는 끝까지 못했다.

[우와. 그래도 마지막에 제대로 알려주셨네.]

"그러게."

"그럼 이제 찾으러 가면 되겠군요."

"이번 지진은 명백하게 인위적인 것이니까."

뭐? 그걸 어떻게 알아낸거야?

"에반은 아까 그 사람이랑 한참 대화하느라 못 봤겠지만, 우리는 마족들이 간 방향을 분석하고 있었거든."

"그러다 갑자기 저 멀리서 어떤 잔상이 솟구치는걸 보았습니다."

"잔상?"

"예."

오싹한 붉은색의 잔상이.

나는 다함께 아저씨가 가르쳐준 안개 낀 습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 제논과 루티가 습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 계속 대화를 이었다.

"아마 마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지진을 일으켰을겁니다."

"그런게 가능해?"

이런 규모로 일을 벌이는 건 마법 외에는 불가능할텐데. 제논은 한 번에 공중을 2번씩 박차는 기예를 펼치며 이동중에 말을 이었다.

"에반. 만약 누군가가 지진을 일으키는 마법을 썼을 때, 당신은 그걸 감지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그 정도로 큰 규모의 마법이라면 시전 전에 모여드는 마력부터 장난 아니라고."

"그럼 좀 전의 지진에서 그런게 느껴졌습니까."

"그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제논이 말하지 않았으면 인위적으로 일으킨거라고 알지도 못했을거다.

"설령 에반 당신이 느끼지 못했더라도 드래곤까지 눈치 못 채는 건 이상하죠. 답은 하납니다."

"어떤 물리적인 수단을 써서 지진을 일으켰다는 거지."

"잠깐 그럼, 지금 그런 수준의 전사가 마족 중에 있다는 거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지진까지 일으킬 수 있을만큼 강한 전사는 군단장밖에 없을거라고! 설마, 설마 진짜 그 마족 무리중에 군단장이 있는거야? 최악의 가정에 머릿속이 새하얘져 비행하다 떨어질 뻔 했다.

내 말에 시종일관 무표정에 가까웠던 제논은 다소 곤혹스러운 기색이 되었다.

"…… 전 폭탄같은 걸 말한건데요. 무슨 생각으로 일개 전사가 지진을 일으켰을거라 생각한겁니까."

"아?"

[마스터는 무지막지하게 강한 전사들을 많이 봤거든. 그래서 그런걸거야.]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아니 그렇잖아! 가까이에서 본 전사들이 아란 누나랑 데몬 씨, 루미너스 씨(?), 거기다 스승님인데 전부 엄청 강한 분들이잖…….

"습기가 올라갑니다. 곧 도착할테니 정신차리세요 에반."

"으응."

"진동도 심해지고 있어. 진앙지가 가까운 모양이야."

나와 미르는 비행중이고, 제논은 공중기동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진동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할 수 없었지만 눈에 보이는 일대가 온통 흔들리고 있어 확실히 진앙지가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다.

[왠지 그 안개 습지라는 곳이 진앙지인 것 같은데.]

"그거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입니다.

안개가 끼어있었지만 기이할정도로 깔끔하게 갈라진 땅은 눈이 아프도록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풍경의 터무니없음도 있었고, 일대에 널브러진 사람들 때문도 있었다.

뭔가에 의해 몸 일부가 잘려나간 그들은,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마족이었기에.

"뭐, 가 어떻게……?"

"…… 예상 밖이군요 이건."

속이 울렁거렸다. 대체 무엇에 당한건지 쓰러져 바르작거리는 마족들의 잘려나간 신체 단면이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더 그랬다.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지독하게 악의적이다.

나는 쓰러져있는 마족들 중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이에게 다가가보았다. 혹시 공격받을지 모르니 방어 마법을 추가로 둘렀다.

"저기, 정신차리고 있나요? 말할 수 있어요?"

"도망…… 쳐야, 빨리……."

"무슨 일이 벌어진거죠? 당신들은 왜 이러고 있는거에요?"

"그분을…… 구해, 구해야……."

틀렸다. 말은 하지만 눈이 풀려있다.

"거기 그 사람은 아마 고통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걸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절단 부위는 크지않지만 상처의 악화가 심하니까요. 그보다 악화 정도가 모두 제각각인데, 어떤 저주인지 알겠습니까."

"으음……."

정말 싫었지만 나는 눈앞의 마족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거야. 사념만 읽고나면 바로 손을 떼─

한 순간 붉은색이 눈앞을 뒤덮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그 붉은색은 제논의 표현대로 오싹할뿐만 아니라 숨이 턱 막힐정도로 강한 악의를 발산했고,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사라졌다. 마치 내가 잘못 보았다는 것처럼. 붉은 차양막이 쳐졌다가 걷힌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깨닫지 못했다.

'어.'

왜 미르와 제논이 경악한 얼굴로 뛰어오는지.

왜 두르고 있던 보호 마법들이 모조리 부서졌는지.

왜 몸이 떨어지고 있는지.

붉은색에 터져나온 틈 사이로 추락하며, 내 의식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

side out.

치열하면서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두 전사의 전황이 변한 것은 빈틈이 생기면서부터였다. 귀신같이 급소를 노려오는 검을 쳐내며 사정범위 안쪽으로 파고들려던 세피로트의 무릎이 덜컥, 꺾인 순간 둘은 각자 동요하면서도 직감적으로 원인을 깨달았다.

답은 체력의 저하였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양측 모두 전력을 발휘하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않고 부딪혔기에 체력이 격렬하게 소모되었고, 자가 회복기로도 틀어막는게 불가능한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특히 세피로트의 경우 다치지 않기 위해 완전회피와 방어에 사력을 다해야 했기에 더 그랬다.

세피로트는 다급히 관절에 힘을 주어 균형을 잡았지만 그는 그 짧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몸을 빼 기회를 엿보던 지금까지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오직 이때만을 기다린 맹수처럼 돌진해 회피에 필요한 콤마 단위의 시간마저 빼앗으며 최속의 공격을 가했다.

공방을 벌이던 두 인영이 기어코 떨어져나갔다.

"하, 하하…… 망했네 진짜."

휘청이며 착지한 세피로트는 헛웃음과 한숨 사이의 무언가를 흘리며 다리쪽에서 밀려오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거의 눈 깜빡이는 속도로 가해진 일격은 재봉틀 급으로 정밀한 찌르기였고, 검에 관통당한 다리는 피를 콸콸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허벅지 부근이라니. 늦으면 출혈과다로 죽는 부위라고.

거기다 다친지 1초도 안 지났는데 악화가 시작되고 있다. 기계로 만든 것 같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깔끔한 관통상을 중심으로 근육이 뻣뻣하게 마비되는 것이 생생히 느껴지고 있으니.

한편, 마침내 그와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한 광전사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한 차례 검을 털어낸 뒤 자세를 잡았다.

불길처럼 일렁이던 붉은 검기는 서서히 줄어들며 종이 한 장에 가까운 두께만이 코팅되듯 검을 덮었다. 기세가 약해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이 아플정도로 강렬한 색을 자랑하며 한 줄기의 선으로 집약되었다.

'뭔지는 몰라도 위험하다.'

저것이 지금까지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름을 본능이 요란하게 경고를 울렸다. 아니, 일격에 나를 해치우는게 목표니까 약한 공격을 쓸 리가 없잖아! 세피로트는 앞 뒤 신경쓰길 포기하고 다치지 않은 쪽 다리에 힘을 실어 크게 도약했다.

5m. 다행히 시전에 시간이 걸리는지 꽤 가까워졌음에도 그는 곧바로 대응하지 않았다.

3m. 검을 쳐내기 위해 팔을 드는게 보일텐데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1m. 돌연 그가 웃었다.

'웃어?'

정수리에 벼락이 떨어지는 충격과 함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나 가까운데, 1m 안쪽에 들어올때까지 그는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검도 그대로인─

아니 잠깐만, 그대로라니?

저 인간이 내가 가까이 올때까지 가만히 있을 리 없잖아?

상처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찰나를 무한히 길게 잡아당긴 것 같은 시간 속에서, 그는 세피로트의 모든 움직임을 관찰하고 한 발 늦게 움직였으면서 초월적인 반응 속도로 선공을 빼앗았다.

키이이이잉──!

기괴한 절삭음과 함께 붉은 궤적에 있던 모든 것이 잘려나갔다.

"무슨, 뭔, 대체 뭡니까 이게?!"

"…… 이거까지 쓰다니."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 공격 중에서 거의 정점에 있는건데. 그들의 공격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아이가 쳐놓은 푸른 보호막이 붉은 궤적에 무참히 찢겨나가 너덜너덜해진 광경에 이데아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버시어가 만든 걸 부수다니?!

"현실부정 하지마라. 저 공격이 뭐였는지 눈치채지 않았나."

"하지만, 하지만 저 사람은……!"

"저놈 정도의 힘이면 충분히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공간 절단이라는 것은. 아이의 확인사살에 이데아는 입을 다물었다.

범위내에 있는 모든 대상을 거리와 강도를 무시하고 모두 절단해버리는 참격. 책사임과 동시에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한 그녀는 공간 절단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허나 그렇기에, 마법사가 아닌 전사가, 오직 일신의 힘만으로 공간을 베어갈라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건 단순히 영웅의 범주를 넘어서 신화나 전설의 영역에 드는 위업이니까.

이데아가 가출하려는 정신을 부여잡는 사이, 아이는 찢겨나간 푸른 보호막을 없애고 대신 저들의 공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법칙을 만듬으로 조치를 취했다.

"흥."

그래도 그런 정신나간 공격을 하는데 아무 반동이 없는 건 아니었는지 그의 양팔은 후들거리고 있었다. 허나 또다시 모여드는 녹빛이 찢겨나간 근육과 금이 간 뼈를 고쳐나갔다.

비장의 일격이 공간 절단일 줄은 몰랐으나 어쨌든 무지막지한 위력일 것만은 확신한 세피로트는, 검끝과 팔의 움직임만으로 궤적을 유추해 다친 다리로 온몸을 내던져 정수리부터 수직으로 양단되는 대신 오른쪽 팔다리만 잘려나간 것으로 끝났다.

땅에 쳐박힌 그를 사뿐히 짓밟으며 신음을 무시한 광전사는 목표를 향해 걸어가 손을 뻗었다.

"더럽게 질긴 목숨이구나."

"이, 미친 자식이……!"

"정말 잡초같아."

한 손으로 잡초를 뽑아내는 것처럼 데미안의 머리를 끄잡아당겨 들어올린 그는 다른 손으로 서서히 검을 들었다.

"질긴 주제에 쓸모가 없다는 것까지 어찌 이리 똑같을까."

그러니까 없애주지.

외눈에 차오르는 공포를 감상하며, 그는 과일을 수확하듯 데미안의 목을 내려쳤다.

타격음과 함께 선혈이 비산했다.

***

검에 갈라진 살에서 핏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완전히 뼈를 자르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박힌 검이 파르르 떨릴때마다 검신과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바닥을 적셔갔다.

광전사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 왜?"

분노에 물들어 피아 구분도 못하는 눈은, 데미안의 목을 자르려는 검에 뛰어든 이만큼은 알아보았다.

방어 마법과 비늘을 두른 팔로 어떻게든 제 검을 막아내고 있는 - 영혼의 동반자.

"이제 그만해줘 마스터."

슬픈 색으로 물든 황금안이 간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멈추면 돼. 아직은, 아직은 늦지 않았어."

"어째서?"

"그야─"

어째서 니가 날 막는 건데?

아스카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사람은 알아보았지만 여전히 이성은 없는 그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왜 그놈을 감싸는 거야?"

그 개자식을, 루타비스를 습격하고 그녀를 모욕한 군단장을.

오히려 날 도와줘야하는 니가, 왜 그놈을 지키려는건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큼은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거 아니야?

석화되다시피 했던 얼굴이 쩍 갈라졌다.

"…… 편?"

"설마 그 새끼가 그새 너한테 무슨 짓을,"

"웃기지마!!"

아스카는 손등에 반쯤 박힌 검을 쳐내며 그대로 팔을 크게 휘둘러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퍼억──! 너무나 정확하게 들어간 클린 히트에 그의 목이 반쯤 돌아가며 몸이 밀려났다.

"이이이이…… 바보 마스터가아아아아─!!"

미친 상태임에도 여러모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일격에 그가 벙찐 사이, 아스카는 울분을 터뜨리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아챘고, 그대로 피가 철철 흐르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어 두 번째로 얼굴을 후려갈겼다.

"내가, 내가 왜 저 새끼를 살렸는데! 마스터만 아니었으면 아주 으깨버리고 싶은 놈을 내가 왜 살렸겠냐고?! 마스터만 아니었으면 내가 저놈 시체 한 점 안 남기고 처리했어!! 그런데 뭐? 왜 지키냐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꼬리로 그를 쓰러뜨려 위에 올라타면서도 드래곤은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편? 편이라고? 내가 마스터말고 대체 누구 편이겠어! 어?! 마스터 말고 누굴 편들겠냐고! 그딴 건 있을 수 없다는거 알잖아─!"

귓청이 떨어져나가는 수준의 포효였다. 심지어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기다 이게 대체 뭐야? 왜 또 정신을 놓아버린거냐고! 그것도 저번보다 더 심하게!"

"이, 건."

"아무리 죽이고 싶을만큼 화났더라도 이 지경까지 가면 안되잖아!! 이래선 저놈이랑 마스터중에 누가 더 심한건지 구분이 안된다고!"

뜨거운 물방울이 떨어져내렸다.

"사람 베면서 웃지마! 고통을 주는 걸 즐기지 말라고!"

말 하나하나가 처절하게 이어졌다.

"누군가를 헤치고 괴롭히는 걸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지 말란 말이야! 그런 건 하면 안되는 일이잖아! 해선 안되는 일이라고 마스터가 말하던 일들이라고!!"

멱살을 잡고 주먹질하던 손을 덜덜 떨며 멈췄다. 이젠 누구의 감정인지 알 수 없는 울분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런 건…… 이런 건……!"

채 다 삼켜지지 않은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 무섭단 말이야."

누구보다도 가까운 이의 절박감과 공포가 깃든 그 말에, 그는 뒷통수가 산산조각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질척한 붉은색에 뒤덮힌 시야때문에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그는, 그제서야 눈앞의 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의 동반자는 한 번도 본 적 없고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처럼 오열하고 있었다.

눈을 깜빡일때마다 흰자를 물들인 붉은색이 가장자리로 몰리며 두 줄기의 선이 되어 피눈물처럼 밖으로 흘러내렸고, 뻥 뚫린 구멍에서 선명한 제 색이 차올랐다.

추락한 의식이 떠오르고 또 가라앉았다.

"이제, 큽, 이제 그만해줘 마스터어어어…… 후으, 흐허어엉……."

붉은색이 완전히 걷히며 그는 더더욱 눈앞의 이가 어떤 표정인지, 주위가 어떻게 되었는지, 자신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비명을 지르고 싶을만큼 똑똑히 알아버렸다.

그는 차마 사람들을 볼 수 없어 고개를 떨궜다.

할 수 있는 말은, 해야하는 말은 딱 하나였다.

"…… 미안해."

퍼뜩 고개를 든 아스카가 붙잡기도 전에 그는 몸을 일으켰다. 걸어나오는 저를 보고 반사적으로 마법을 쓰려는 이데아를 향해 말했다.

"뒷처리 부탁한다."

"예……?"

그녀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디멘션 게이트를 향해 가더니 그는 그대로 판테온으로 넘어가버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수많은 사람들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멍청하게 디멘션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이 밑도 끝도 없이 나버린 결말아닌 결말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이데아는 크게 짝! 짝! 박수를 쳤다. 시선은 곧장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자 여러분."

별명 그대로 얼음마녀와 같은 모습으로 그녀는 말했다.

"뒷처리합시다."

어찌됐든 결국 그들이 해야할 일이었기에.

***

등이 기대어진 얼음문에서 전해지는 냉기가 소름끼치도록 차갑다. 그러나 그런 차가움에도 들끓는 속은 전혀 가라앉혀지지 않았다.

겁에 질린 어린아이처럼 둥글게 몸을 웅크리며, 좀 전의 일들을 생각했다. 유감스럽게도 처음 그때처럼 잊어버린 기억은 한 조각도 없었다. 정말 단 하나도.

오히려 몇 번이고 이 문짝에 머리를 박아 죽고 싶을만큼 선명해 더더욱 몸을 말았다.

'나는, 정말.'

무슨 짓을 벌인거야…….

========== 작품 후기 ==========

붉은 분노 챕터 종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길어져서 원래 이번 챕터에 넣으려 했던 시오버의 예언 2개는 다음 챕터에서 쓸게요. 다음 챕터는 '그 손 안에 있는 것'입니다.

덧붙여서 팔다리 한 쌍씩 동강난 세피로트의 경우

"야, 다 끝났다. 잘린거 붙여놨으니까 일어나라."

"……."

"내 말 씹냐."

"…… 나 그냥 이대로 냅둬줘."

대체 내 노력은 뭐였던거야. 여기 흙 따뜻하니까 좀 누워 있을래. 꿍얼거리는 세피로트를 내려다보던 아이는 땅을 툭 발로 찼다. 흙모래가 일어나 세피로트를 덮어주었다.

"그래. 잘 자라."

"……."

이렇게 됐습니다. 잘 잤다고 합니다.

중간고사가 막 끝나서 기력이 없습니다. 오타나 기타등등은 넘어가주세요.

외전 리코멘은 #입니다.

@에니네 - 덧붙여서 설명부분도 데미안을 서술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검호였다는 식으로 썼죠. 알아차리셨는지 모르겠지만.

@wltns920 - 끼어들기엔 전투의 급이 높았습니다.

@류동지 - 아아아... 휴가가, 휴가가 짤리셨군요...

@마셜리 - 반대입니다. 아스카의 수정펀치(다수)에 정신을 차림.

@알사탕은데구르르 - 좀 있으면 어떻게든 힐링될거임(웃음)

@Ratios - 클로저스 만우절이 대박이었죠.

@에익스 - 전투씬 쓸때마다 세피로트처럼 제 멘탈이 갈리는건 안비밀.

@wlgns414 - 파픈의 시간회귀 말고는 없어영.

@개문 - 결말은 당연히 좋지 않았습니다...

@공공일이일이 - 못 이겨요. 제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Yoontlemin - 얀데레는 노!!

@소설이조아요 - 사실 저 장면은 예전부터 꼭 넣기로 하고 미리 써둔거거든요.

@브라디온 - 프라이쉬츠하고는 많이 다르죠.

@패러디좋아 - 어떻게든 복구시킬겁니다. 어떻게든.

@stella - 다음 챕터만 끝나면 꽃길 열릴겁니다.

@Liber720 - 그정도까진 안갔... 을까?

@노란우산s - 나가서 싸웠다면 슬리피우드 무너졌을걸요.

@Legendssj2 - 세피로트는 그저 안습 개그캐입니다.

@이시싯 - 뎀뻥 버프가 몇 개인지 세어보세요.

@아벨류트 - 파인애플 수확!

@Blake117 - 저런 무지막지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여태까지 안쓴겁니다.

@육합 - 현실을 반영한거에요. 메이플에서 공반 못보고 스킬 쓰면 바로 비석 떨구잖아요.

@darkniszero - 인생이 인페르노 난이도라 그래요.

@루엔시르온 - 불꽃길!

@달빛조각사만세 - 감지를 넘어서 여러 사람들이 목격할만큼 엄청난 여파를 뿌렸습니다.

@로렐라인 - 솔직히 그때 하마가 안죽은건 행운이었음.

@이년아 - 아스카의 분량은 다음이 본격적입니다.

@SourcesMoon - 매번 오랜만입니다...

@오무ris - 메이플 월드는 사실 쿠크다스인가봐요(진실)

@socool2 - 저도 제가 이걸 이렇게 길게 쓸 줄은 몰랐음.

@사흘뒤 - 대신 다른걸 부숴먹었음.

@갓타치 - 전투씬과 감정선! 어느것도 묘사를 줄일 수가 없다!(푸컭)

@by문귀 - 건필하고 있습니다!

@재워 -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끝날겁니다.

@대어의예감 - 저런 개그캐가 하나라도 있으니 분위기가 밝아지죠(화목)

@Sisre - 이것이야말로 유열.

@슈엘리안 - 그러나 파픈은 갔습니다. 아아 우리의 힐링캐 파픈은 갔습니다.

@레볼레이션 - 희망이 있다면 더이상 육체적으로는 안 구른다는 것?

@서희대감 - 주인공을 검호로 선택했을때 '버서커 스킬은 현실적으로 쓰자'고 결심한지라.

@l초코빙수 - 달리말하면 이성이 있을땐 그냥 다 참아버린다는거.

@익재공 - 데미안이니까 저렇게 화냈던거죠. 다른 군단장이었으면 레드 레이지가 아니라 버서커 드라이브로 끝났을거임.

@창공의보석 - 이미 걸려있습니다. 거기다 인내심이 정신병 수준이 된 건 덤.

@책벌레씨 - 해피엔딩이에요. 진짜.

@x흑란x - 스스로에게 한 것도 맞을걸요.

@ReFrante - 데미안 쉴드러가 없도록 일부러 악행과 폭언을 먼저 보여준겁니다.

@칼크래프트 - 미친 사람이 하는 말인데 모조리 팩트라는게 함정.

@으히히ㅎ - 저도 구글링하다 가져온거라.

@찬양천사 - 하이랜더가 검호보다 강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둘 다 풀버프 상태일때를 비교하면 하이랜더는 검호보다 스펙이 낮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체력과 방어력이 우수하고, 광전사가 된 검호를 상대로 장기전을 펼쳐 먼저 나가떨어지게 하는게 가능할정도로 경험이 풍부함. 풀버프 모드가 더 안정적인 건 덤. 그래서 하이랜더가 검호보다 위로 쳐지는겁니다.

@Harye - 검호의 딜이 미쳐날뛰는 것 뿐.

@랑패키지 - 카벨은 두 방 아니었음. 턱을 날리고(1), 머리를 내리찍고(2), 바닥에 처박은 뒤(3), 난무(4~?)를 한거니까요. 아 카블퀸은 두 방 맞고.

@wltns920 - 사실 트립퍼들이 많이 사기긴 하지만 그중에서 검호는 최상위권의 강자라 더 그런 면이 있음.

@월하만향 - 정신줄 끊어지는게 당연했던 상황.

@차가운도시의낙타 - 그건 아직입니다.

#서월마을 - 하지만 둘이 친구가 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죠.

#로렐라인 - 저것도 전부가 아니라는게 함정. 그 뒤에 일이 가관입니다.

#루엔시르온 - 뭐, 본인 힘이니 어디 쓰든 본인 마음대로라지만요.

#적현월 - 완전히 켜진건 아니고 반쯤 켜진거지만ㅋㅋ

#Legendssj2 - 트립퍼들은 유령이 못되서 무리.

#Yoontlemin - 사실 저때 둘은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인적없는 곳에 유일하게 같은 인간이라 어떻게든 가까워질 수 밖에 없었거든요.

#대어의예감 - 그래야 스토리가 진행되니까요.

#sanya - 음,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열심히 키우세요!

#Ratios - 저때 검호가 마신 술이 최소 10병이 넘어간다는.

#책벌레씨 - (주춤주춤)

#l초코빙수 - 시작부터 막장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제일 이지 모드였을 때.

#Nasoo - 자, 에필로그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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