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79화 (179/208)

<--  -->  검호side.

선택이 잘못되기 시작한 건 노바족과 그녀 중, 그녀를 포기해버린 때부터였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럽기만 한 그 선택을 실행해버린 직후, 천운으로 깨어난 그녀와 재회를 약속하고 또 한 점의 원망도 내비치지 않았다면 그때 완전히 무너져내렸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후회할 선택따위는 하지 않자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이후에 터진 세계의 진실들은 겨우 굳은 결심을 박살내버릴만큼 충격적이었고, 아스카가 손을 내밀어주기 전까지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틀어박혀있었다. 그 손을 잡아서야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최악만은 면할 방법을 찾아나섰다.

헌데, 그 모든 일들을 겪은 당시의 나는 과연 똑바로 판단이 가능했던 상태였나?

미치지만 않았을뿐이지 절대 정상은 아니었을텐데?

그런 상태에서 내린 선택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이었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를.'

최악만은 피하고 싶었다. 옛저녁에 죽은 이 세계가 자멸하며 그 위에 살고있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끔찍한 미래만은 어떻게든 막어야 했고, 그 다음엔 그란디스와 메이플 월드, 나를 비롯한 트립퍼들이 봉인에서 해방된 그년의 굶주림을 채우는 식사거리로 전락하는 꼴만큼은 면해야 했다.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선택지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정말 그랬을까?

설령 당시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기회들이 정말 단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나?

만약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면, 하다못해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눈꼽만큼도 느끼지 못했나?

'그럴리가, 없잖아.'

위화감은 분명 느끼고 있었다. 머리로 깨닫지 못했더라도 심리적인 거부감은 간간히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버렸다. ……추구하는 것과 하고있는 일이 정반대인데 대체 뭘 합리화해버린건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했다. 그것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왜 상황이 변해도 차악의 선택만 반복해버린거야?

선택해야 하는 건 '차악'이 아니라 '최선'이잖아!

그 최선이 안될 때 차선을 택하고, 차선마저 안될 때 차선의 차선을. 그렇게 하나씩 불가능한 것들을 제외되고 마지막에 남은게 최악과 차악뿐일 때─ 그때 비로소 차악을 택해야 한다. 그게 맞는거다.

그런데…… 최악의 가정에 사로잡혀서 그 기본적인 것을 잊어버렸다.

두려워서, 내 결정 하나에 모든게 좌우된다는 상황에 뇌가 마비되서, 딱 하나를 잃어버렸는데 그 하나가 너무 소중해서, 그 상실감과 충격이 너무 아파 고통을 삼키기도 버거워서.

아아, 아, 난, 나는─

그 날의 악몽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어.

시야도, 마음도 그때로부터 변하지 않았던거야.

그래서 그런 선택들을 반복해버렸어.

나서야 할 때와 아닐 때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죄지은 것도 아닌데 전부 숨어다니게 된 이유가 뭐지? 시오버의 현 상태에 대한 정보가 적들에게 흘러들어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사태에 눈이 멀어, 반대로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다른 것들을 좀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대체 나한테 무슨 권리가 있다고 그런 걸 마구 결정해버린거야! 내가 그들 당사자도 아닌데, 말이 좋아 어쩔 수 없다지 '죽는 것보다는 다치는게 낫잖아요? 당신들 시설이랑 물건도 좀 부서지겠지만 어쨌든 죽지는 않을거고, 나중에 몰래 지원해줄테니 우리들 정체 숨기게 눈가림 용으로 대신 당해줘요'를 태연하게 저지른거냐고!!

차악이 최악보다 나은 건 피해가 덜하다는 것 뿐인데, 모두 죽느니 중상을 입더라도 사는 쪽이 낫다는 이유로 겪지 않아도 되는 -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들을 방치하거나 일으켰고 그중 상당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고한 이들을 덮쳤다.

방식이 과격하고 좀 위험하더라도 그 결과가 무엇보다 좋다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딴 방식을 써서 나온 결과가 제대로 된 것일 리 없는데.

거기다 이번 일은…….

'이래선 저놈이랑 마스터중에 누가 더 심한건지 구분이 안된다고!'

어떤 의미로는 내가 생각했던 최악보다 더하다. 정말 떨어질대로 떨어졌구나. 예전에 스우가 했던 조롱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하하! 생각해보니 그놈 어둠의 정령이라 사람 어두운 면 알아채는데에 도가 텄었지? 빈말이 아니었던거야. 데미안을 나무랄 것도 없이, 나도 그놈과 똑같은 꼬라지로 긴 시간을 헛돌고 있었어.

심지어 나 하나뿐만이 아니라 나를 믿고 함께해준 이들까지 같이 떨어졌다. 지금은 모두에게 잊혀졌지만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던 영웅인 유에가 언제부터 인질극에 태연해지고, 노바의 수호자라 불리는 이데아는 적이라곤 하나 타인의 목숨을 팔아넘기는데 망설임이 없어졌으며, 그래도 성투사라 추앙받기까지 한 세피로트는 이런 나에게 동조하는 놈이 되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는 줄 모르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일들을 하나 둘씩 늘렸고, 정신을 차렸을 땐 해서는 안되는 일까지 아무렇지않게 저지르고 있었다.

무엇이 정답이었을까? 어떤 것이 최선이었지?

답을 알 수 없는 와중에 확실한 건, 내가 틀렸다는 사실 뿐이었다.

***

side out.

병실에서 나온 네 사람은 한동안 누구 한 명도 입을 열지 않고 침묵했다. 닫힌 문 너머로 끝내 자괴감어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던 이가 피토하듯이 내뱉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맺혀 울리고 있었기에.

"…… 이거, 어째야 할지."

가장 먼저 정신을 추스른 이데아는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깨달을거라고 예상했지만 왜 하필 지금인걸까요…… 이유는 알겠지만 곤란해졌습니다. 이래서야 앞으로 의견을 듣는 건 고사하고 향후 전력이 될지조차 의심스러워졌군요."

그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계산하고 어느정도 결론을 내린 그녀는 몰려오는 두통에 인상을 썼다. 상황이 개판인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 도움은 커녕 짐짝이 되버렸다. 아니, 짐이면 다행이지 향후 어떻게 또 변할지 알 수 없는 걸 감안하면 돌아설 가능성마저 없잖아 있다.

그녀의 중얼거림에 간신히 유에가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이데아 당신─."

"이렇게 된 이상 당장 코앞의 일들부터 처리해야겠습니다. 은월. 당신은 일단 윗층에 옮겨둔 그 네 마리의 상태를 보고와주세요."

"이미 노바족들이 감시하고 있지 않았나?"

"그 네 마리는 특별하잖습니까. 그 지경이 되어도 살아있는 것들인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다 여차하면 때려눕혀야 하는데, 약화되었어도 그정도 힘을 제압할 강자는 그를 제외하면 얼마 없잖아요. 또 지상쪽 상황도 계속 알아야하니 당신이 제일 적합합니다. 위로 올라가주세요."

지극히 논리적인, 그러나 은근히 강요하는 투의 말에 은월은 미심쩍다는 눈으로 이데아를 응시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었고, 지금 그가 검호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도 뭘 해야할지 몰랐기에 다른 거라도 해야했다.

은월은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잠시 망설이며 닫힌 문과 이데아의 모습을 몇 번 번갈아 보다 끝내 몸을 돌렸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본 이데아는 뒤이어 다른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사실상 넋이 나간 오닉스 드래곤은 뭘 어떻게 할 것도 없고…….

"당신. 지금은 그에게 찾아가지 않는 편이 좋을겁니다."

"…… 마스터를."

"아무리 당신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그에게는 무슨 말과 행동이든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다분하니까요. 차라리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멸이든 극복이든. 굳이 뒷말을 첨언하지않은 그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풀썩 주저앉는 아스카에게서 등을 돌리며 품에서 통신기를 꺼내들어 부하들에게 그가 있는 병실을 포함한 인근 복도에 출입금지를 지시했다.

"그리고 세피로트."

"뭔데."

"전 이제 그 마족 군단장을 살피러 갈 건데, 호위를 부탁해도 될까요."

"아아."

평소와는 달리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세피로트는 낮은 목소리로 대꾸하며 느리게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빠르지도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환자들이 가득 찬 병실들이 늘어진 복도를 지날 땐 건성으로나마 그들에게 반응을 해야했기에 알맹이없는 인사를 내뱉었지만, 데미안이 있는 병실 겸 격리실로 내려가는 통로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때마다 발소리가 줄어들더니 이내 발없는 유령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조용히 미끄러지듯이 이동했다.

걷는 내내 그의 머릿속은 제 더벅머리처럼 지저분하게 헝클어지고 있었다. 설마, 그럴리가, 하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되는데. 이게 만약 사실이면 우리는, 형씨는─?

통로의 반이상을 지나서야 심란한 속을 어느정도 진정시킨 세피로트는 주변의 인적이 거의 없음을 확인하고 뚝 걸음을 멈췄다.

"거기 서 이데아."

"뭡니까."

"모르는 척 시치미 떼지 마."

그의 손끝에서 검녹색 기류가 위협적으로 피어올랐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폭풍우를 맞는 숲처럼 거친 감정으로 일렁이는 청록색 눈이 그녀의 뒷모습을 망막에 가뒀다.

"내가 아는 이데아라는 여자는 절대 멍청한 사람이 아닌데."

노바족 제일의 책사. 눈앞의 여자에게 붙여진 그 칭호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세피로트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될 걸 당신이 '몰랐다'는 게 난 상상이 안되거든."

그리고 이 의문은 상상조차 하기싫은 가정으로 이어진다.

"당신, 형씨의 선택이 틀렸다는 걸 알고 있었어?"

끝내 입밖으로 나온 그의 질문에, 그녀는 흠칫한다던가 하는 식상한 반응따위 없이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침묵이 유지된 것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그 몇 초동안 그의 손안에 식은땀이 찼고, 이내 들릴락말락한 작은 한숨이 차갑게 공기중에 번졌다.

그녀는 느리게 상반신을 틀어 비스듬히 고개를 돌렸다.

"설마요."

세피로트는 이런 미친듯한 상황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인간같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을 보았다.

"제가 그렇게 멍청할 리 없잖습니까."

그것은 정말 얼음마녀 그 자체라고 봐도 좋을 모습이었다.

세피로트는 전신의 혈액이 한 순간 얼어붙었다가 증발할 기세로 폭발하듯이 끓어올라 뇌를 뒤집는 생경한 감각에 어떠한 생각조차 못하고 자리에서 튀어나가 검녹색 기류가 휘몰아치는 손으로 그녀의 멱살을 쥐어뜯듯이 잡아당겼다.

"제정신이야……?! 무슨 생각으로 이딴 짓을 벌인거냐고!!"

부정따위가 아니었다. 스스로가 멍청한 이가 아니라고 - 모르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했으니까.

어째서 좀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자신마저 이상함을 느낄정도면 당연히 그녀 역시 그보다 일찍 알아차렸을텐데, 그럼에도 그녀는 침묵한 걸 넘어 아예 부추기고 있었다.

대체 왜?

"이제는 당신까지 분노로 머리가 어떻게 된겁니까. 참, 곤란한 일들만 생기는군요."

끝없이 흔들리는 눈으로 겨우 마주본 황록색 눈은, 아무런 동요없이 보석처럼 차갑고 딱딱하기만 했다.

이 여자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던거지.

"불만이 많아보이는데, 나는 그의 부탁을 그대로 들어주었습니다. 영웅들과 연합, 군단장 측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봉인석을 빼돌릴 수 있는 방법과 기반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를 보조하기 위해 동족들을 설득해 이 일에 나서게 했습니다. 또한 그의 요구사항대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도 항상 메이플 월드의 주민들의 안전까지 지키기 위해 부하들을 배치시켰죠. 뭐가 문제인겁니까?"

일이 이렇게 된 건 결국 그의 잘못된 선택과 실수로 일어난 변수들 때문이잖습니까. 저의 계획대로만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겹치고 겹쳐서 이 지경이 된 건데 저한테 왜 화내는 겁니까.

그 침착한 설명에 세피로트는 이런 기이할정도로 냉정한 모습 자체가 그녀의 뒤틀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절대 냉정하게 있을 수 없다.

"뭐가 잘못됐냐고?! 당신이 해야할 일은 형씨의 부탁을 들어주기만 하는게 아니잖아! 형씨가 한 선택이 잘못됐으면 그걸 지적하고 고쳐줘야하는데, 그걸 전혀 하지 않았으면서 뭐가 문제냐고 묻는거야 지금!?"

"그걸 왜 고쳐줘야 합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뒷통수를 모닝스타로 쳐맞은듯한 충격에 그의 눈이 멍청하게 떠졌다.

"지금 방법이 더 좋은데 굳이 지적할 이유가 없잖아요."

"…… 뭐?"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안전성은 이 방법이 더 좋았습니다. 저희측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안전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어지는 말에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덜덜 떨리며 이내 앞섶을 놓아버렸다. 까치발 상태로 공중에 붕 떠있던 그녀는 땅에 내려오며 툭툭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제서야 세피로트는 그녀를 수식하는 칭호 중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노바의 수호자.

메이플 월드나 인간의 수호자가 아닌, '노바'의 수호자!!

그란디스 출신이자 인간이 아닌 그녀에게 메이플 월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라는 말 자체가 환상적인 넌센스인 것이다!! 하물며 종족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수호자라면 더더욱! 오히려 메이플 월드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떠넘겨 자신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 그러고도 남는다!

그는 가쁜 숨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당신은 형씨가 무엇을 원해서 그런 부탁을 했는지 알았을 거 아니야?! 그런데 왜, 형씨한테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어서 이렇게 만든거야?"

"글쎄요."

고형물처럼 굳어있던 그녀의 눈이 처음으로 이채를 띄었다.

"아주 없다고 단언하지는 못하겠군요. 하지만 그것때문에 이런 형태로 진행시켰냐고 묻는다면 단연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이걸 택한 이유는 그의 부탁과 저희의 피해를 최소화시킨다는 조건이 들어맞는 방안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니까요."

이데아가 그를 미워할 이유가 있을 수 있나? 노바족들을 인력으로 쓰는 것? 그건 그녀가 동의한 부분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잠깐 설마?

"그런데 아까부터 말하는 걸로 보아 당신도 그의 선택이 틀렸다는 걸 예전부터 눈치챘던 것 같은데, 당신은 왜 좀 더 빨리 지적하지 않은거죠?"

"그, 그건."

스스로 깨달을거라 생각했다. 다소 늦더라도 위화감정도는 느낄테고,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눈치채고 알려주겠지 하는 안일한 판단을 했다.

멍청하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충격으로 겨우 정신 잡고 있는 사람이 퍽이나 잘 깨닫겠다!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고 알려줘? 그 주변 사람들이란게 짝사랑하는 여자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없어 다른 사람한테 사주할만큼 지친 놈이랑 존재의 시간이 지워지며 모두에게 잊혀져 미치기 일보직전인 놈, 자기 종족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막말로 다른 세계가 망해도 별 상관없다는 마인드의 여자인데 이중에서 대체 누가 뭘 지적해?!

누구 하나 멀쩡한 놈이 없었다. 모두가 어디 하나 망가져 있는데 퍽이나 잘도 굴러가겠다.

"당신 설마 파픈스타님을 죽인 그가 미워서 알면서 방치한 건가요?"

"…… 닥쳐."

본인이 부탁했으면서 대단한 책임전가네요. 입으로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의 어조에 깔린 한심함이 그녀의 생각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겼다.

"뭐, 됐습니다. 거기다 제가 말하지 않은 이유는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 계획을 바꾸었을 때 일어날 위험을 저희가 감당할 수 없어서이기도 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가 우리를 구하기 위해 썼던 방법을 기억하고 있겠죠?"

기억하고말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자신은 너무 막 나갔다는 결론밖에 안나오는 방법이었다. 오랜 전쟁과 자신으로 인한 그녀의 처참한 지경에 스스로 답을 낼 수 없이 그에게 모두 떠넘겨버렸으니까. 요즘엔 만약 그에게 좀 더 여유를 줬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 있다.

"그는 우리를 구하기 위해 그녀를 죽였습니다. 그 자신은 누구보다도 그녀를 구하고 싶었으면서, 생면부지의 우리를 구하는 걸 택했죠."

"그걸 알면서 왜─!"

"왜 저희를 택했을까요."

분명 그녀가 훨씬 더 소중했을텐데.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정도인데 왜 그랬을까.

"답은 간단합니다. 저희가 다수였기 때문이죠."

"……."

"그녀는 한 사람이고, 저희는 여럿이었습니다. 누구를 구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그는 '좀 더 많은 쪽'을 택한 겁니다. 다른게 없어요."

때문에 구함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든다. '우리가 다수가 아닌 소수였다면 우리를 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바족의 수가 지금의 반이었다면, 10분의 1이었다면, 5명이었다면, 1명이었다면─ 그는 과연 그녀와 우리중에 우리를 택했을까? 우리를 포기하고 그녀에게 가지 않았을까? 우리가 죽은 것에 죄책감은 느끼겠지만, 단지 그것뿐으로 남지 않을까.

"상황을 바꿔서 가정해보죠. 만약 메이플 월드 전체의 사람과 노바족,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고 다른 한쪽은 불가피하게 희생시켜야 한다면 그는 어느 쪽을 구할까요."

"그, 건."

"답은 나와있습니다. 선례를 비추어 볼 때 더 많은 쪽 - 메이플 월드 전체의 사람들이겠죠."

경각심이 들었다. 그들은 선택받은 다수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버려질 수 있는 소수가 되었다. 상황이 바뀐 것이다.

"그 판단 자체는 욕하지 않겠습니다. 산술적으로, 전략적으로 볼 때 그쪽이 옳고 저희가 그 논리에 따라 구해졌으니까요. 하지만…… 만약의 경우 버려질지도 모르는 패가 된 건 아찔하더군요."

그렇기에 판도를 직접 짰다. 어떻게 해도 다수가 될 수 없다면 버릴 수 없는 소수가 되기로. 물건으로 치자면 움직이는데 빠뜨릴 수 없는 핵심 부품과 같은 존재가 되어 포기한다는 선택지 자체를 없앤 것이다.

"저는 저희 종족을 위해 그 상황만은 막아야 했습니다. 확실하게, 제대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까?"

"……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손톱 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쥐어진 세피로트의 손이 휘둘러졌다.

짜아악──!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를 찢어갈랐다.

"끄, 흐윽……?!"

"당신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 됐잖아!! 왜 최악의 경우만 상정하는 건데! 그런 상황 자체가 안 닥치도록 형씨와 노력해야 하는게 당신 역할이면서 멋대로 상상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밀어붙였으면서 누굴 탓하는거야 지금!?"

뺨을 후려친 따귀는 단순히 고개를 돌아가게하는 걸 넘어 몸이 고꾸라뜨리고 일시적으로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그녀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대로 쏟아지는 그의 속사포를 모조리 들어야 했다.

"형씨라면 메이플 월드 전체의 사람과 노바족 중 어느 쪽을 구할거냐고? 당연히 둘 다잖아! 그때 그 선택을 한 이후로 형씨가 얼마나 후회했는데, 옆에서 그걸 다 봤으면서 그딴 결론이 나올 수 있어?!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형씨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그딴 선택지를 내민 놈과 싸워 모가지를 따버릴거라고!!"

모든 선택과 책임을 떠넘길정도로 의지가 꺾인 그였지만 그렇기때문에 검호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저 남자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결과가 예상치 못한 변수와 형씨의 실수들 때문이라고? 웃기지마! 당신이 이 판을 짰잖아! 제때제때 나섰으면 되는 일을 당신이 몸사리며 뒤에 숨어서 방치한 결과물들이 합체된 걸 누구 탓으로 돌리는 거야!"

합리적인 이유? 만약을 대비해서? 까고 있네! 결국 자기들이 다치기 싫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방패막이 삼았다는 거잖아!

"다 떠나서 하나만 생각해보라고! 그 사람이, 검호라는 남자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을 희생시킬 인물로 보여?!"

그런 인간이었으면 여기까지 뱅뱅 돌아올리 없다. 무엇보다 간단한 선택지를 제일 먼저 배제하고 이런 고생스러운 일을 자처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 빌어먹을 전쟁은 끝났잖아!! 형씨가! 오버시어가 완전히 끝냈다고! 그런데 왜 그때에서 사고방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거야!! 노바족만 무사하면 장땡이라는 빌어먹을 생각 좀 버려! 상황이 변했잖아!"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십 수년동안 이어진 제른 다르모어와의 전쟁에서 너무 많은 걸 잃고, 잃어서, 그때의 시간 - 망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왜 사람을 믿지 않는 거야! 왜 그를 똑바로 보지 않는 거냐고!!"

말을 듣는 내내 가슴 속에서 요동치던 감정을 마침내 언어로 토해낸 그는 일그러지는 시야에 인상을 썼다. 눈물따위는 때문이 아니었다. 머리가 돌아버릴정도로 들끓는 열은 눈물샘마저 말리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아, 이성이 날아가는 분노라는게 이런 거구나. 형씨가 이런 기분이었어. 뿌득 이를 간 그는 그녀에게서 매몰차게 몸을 돌렸다. 붉은 머플러가 타오르는 불꽃처럼 흔들렸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중얼거리며 격정적인 발걸음을 옮기던 세피로트는 멍청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있는 소년의 존재를 뒤늦게 깨달았다.

"뭐야."

"저, 저는 그, 일부러가 아니라 어쩌다가…… 스승님을 찾다가 소리가 들려서."

하! 노골적으로 혀를 차듯 비웃음을 흘리는 그의 모습에 소년의 눈이 떨렸다. 이 남자가 이러는 모습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상할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마치 본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처럼.

"여기서 나가."

"예…… 예?"

"이곳에 너한테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따위 없으니까."

짐승이 털을 정리하듯 제 더벅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긴 그는 그대로 소년를 무시하고 이곳까지 왔던 통로로 다시 되돌아갔다.

소년은 자리에 못박힌 것처럼 서서 세피로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겨우 고개를 돌려 맞은 뺨을 감싸쥔 채 망연자실한 얼굴로 아직도 복도 한복판에 주저앉아있는 이데아를 본 뒤, 잠시 망설이다 그가 간 통로로 향했다.

***

제논과 미르를 따라 영웅들이 슬리피우드에 오고, 뒤이어 연합의 조사대가 파견되어 조사를 실시한지 사흘이 되었다.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아?"

"위치를 특정하는 걸 말하는 거냐, 기지에 침투하는 걸 말하는 거냐."

"둘 다."

몇 시간동안 이어진 조사대 회의가 막 끝나자마자 아란의 질문을 받은 루미너스는 피로를 애써 털어내며 지팡이를 짚었다.

"위치는 이미 알아냈다. 문제는 들어가는 방법이지."

"어느 정도길래 루미너스 니가 문제라는 거야?"

"인정하기 싫지만 나와 여기 마법사까지 다 동원해도 일주일 안에 푸는 건 솔직히 힘들다."

"그 정도야?"

아란은 마법사가 아니었지만 제 동료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힘들다고 말할정도면 보통의 사람에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설마 프리드 급 마법사가 저쪽에 있는 건 아니지……?"

"그놈같은 천재가 세상에 또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든 알려졌겠지. 지금 기지 침투가 늦어지는 이유는 거기를 감싸고 있는 결계를 뚫는게 힘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힘들다는 겁니까."

데몬의 질문에 루미너스는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썼다. 그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줄 친절함따윈 없지만 다른 동료들도 있었다.

"비유하자면, 이곳의 결계는 우리가 처음보는 타입의 자물쇠다. 그래서 열기 힘들다."

"그런겁니까."

"그런거다."

"…… 너희끼리 고개 끄덕이지 말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비유를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주억이는 제논과 달리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표정인 메르세데스를 본 루미너스는 근처의 나무둥치에 앉은 뒤 설명을 시작했다.

"단순히 복잡하고 어려운게 아니라, 우리가 - 인간이 쓰는 마법과는 다른 체계의 마법으로 쳐진 결계다. 마치 요정과 마족의 마법처럼."

"다른 종족의 마법같다면…… 그러고보니 블랙윙의 용의 후예란 놈들은 인간이 아니었지?"

"그들의 마법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십중팔구 그럴거다."

"허 참, 이런 곳에 놈들 기지가 있다니."

빅토리아 아일랜드 한복판에 블랙윙 최고 무력단체인 용의 후예들의 기지가 있다는 사실에 기도 안 찼다. 블랙윙 기지인건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의 - 정찰이나 정보 모으기, 특수 작전 등 - 기지인 줄은 몰랐는데 최고 무력단체의 기지란 말은 여차하면 그 무력을 투입할 목적이라는 뜻이다.

"거기다 앞서 마족 군단의 일부까지 이곳에 왔다하니, 지금 그곳의 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어 결계를 뚫는다 해도 침투하는 건 솔직하게 말해서 힘들다."

"역시 그렇겠죠."

[그럼 여기서 가만히 손빨고 있으란 거야?!]

싸움의 기본은 적을 아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 확실한 것은 저 기지에 있을 이들이 마족 군단 일부와 용의 후예인데, 둘 다 현재 군단장 휘하 군단들 중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다. 그리고 그런 놈들의 숫자와 병력 구성, 상태, 기지의 구조도 모르고 무작정 쳐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다. 거기까지 말하려고 한 루미너스는 지금의 미르에게는 그 긴 설명은 귀에 박힐 리 없다는 걸 깨닫고 말을 고쳤다.

"물론 가만히 있지도 않을거다. 최소한 결계에 구멍을 뚫거나 혹은 침투로 확보는 해야하니까. 빅토리아 아일랜드 한가운데에 블랙윙 기지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손빨고 있을 리 없지않나."

[그게 언제쯤 가능한데.]

"가능한 한 일주일 내로 당겨보도록 노력할거다."

"그 정도로? 그렇게 무리해도 괜찮아?"

"이번엔 좀 촉박하게 일을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

"뭔가 문제가 생겼습니까."

그가 무리해서까지 일을 해야할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파악한 데몬이 재빨리 물었다. 에반의 구출과 블랙윙 토벌은 당연한 것이니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상황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그가 일정을 무리하게 당긴다면 그것들 외 다른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어쨌든 전직 군단장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루미너스는 데몬의 말에 또 무슨 일이 생긴거냐며 긴장하는 기색인 이들을 쭉 보았다.

"내 가정이지만 어쩌면 저곳에 심각한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어떤거길래 심각하다는 말까지 하는거야?"

"…… 저 기지에 대륙 이동 포탈이 있을 가능성."

그의 말이 고막을 통해 들어와 뇌로 이해하는 과정이 그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신들이 뭘 들은건가 하는 의문부터 변수의 심각성에 경악하는 일련의 장면에 루미너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상상만해도 최악이지. 문제는 이 최악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거고.

"잠깐만, 만약 그러면, 아니 이미 그 이상한 구조물을 만든 곳이니까 불가능할 리는 없지만 그게 진짜 여기 있으면……!"

"생각해봐라. 이미 슬리피우드 주민들에게 수소문해봤지만 요 몇 년간 블랙윙을 추정되는 수상한 무리들은 목격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놈들은 어떤 방법으로 주민들에게 들키지지 않고 이곳 지하에 기지를 만들 수 있었겠나."

"당신은 그들이 포탈을 통해 몰래 이동해왔다고 추측하는 겁니까."

"그래."

"그, 그래도 놈들이 만든 그 포탈의 이동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잖아? 대륙 이동까지 너무 과한 추측같─"

"놈들에게 대륙 이동이 가능한 수단이 있는 건 확실하다. 이미 목격자 증언을 얻었으니까."

그는 헤네시스에서 들은 구조된 이계인들의 경험담들을 종합, 정리하면서 나온 결론을 이야기해주었다.

"놈은 물리적으로 절대 1시간안에 오갈 수 없는 루디브리엄과 엘나스, 그 외 지역들까지 다 가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조했다. 너희가 생각하기에 능력 외에는 볼 게 없는 그놈이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해냈을 것 같나."

"확실히 그게 사실이면 포탈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군요. 거기다 그런 포탈이라면 사람뿐만 아니라 물자까지 대량 수송이 가능할테니."

"혹시 몰라 리엔에서 설치한 포탈의 이용자 목록을 얻어봤지만 놈의 이름은 없었다. 그럼 답은 뻔하지."

"…… 유감이네."

좀 마음에 든 애였는데. 아란은 혀를 차며 폴암을 고쳐잡아 어깨에 걸쳤다.

"포탈이 있을거라 가정한다면 기지에 침투하는 건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상상이상의 병력이 있을수도 있고, 아무것도 없을수도 있으니까."

"당신은 어느쪽이라 생각하죠."

"개인적으로 후자는 아니라고 본다."

루미너스의 주변에서 부유하고 있던 오브가 서서히 빛을 뿌렸다. 제논은 측정되는 마력의 수치가 올라가는 것에 그가 단순히 불을 밝힌게 아니라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 걸 알았다.

"지금 저쪽이 너무 조용해. 이상할정도로."

[조용하다면 일찌감치 우리가 온 거 눈치채고 몸을 뺀 게 아닐까?]

"왜 몸을 빼지? 구체적인 숫자는 몰라도 드러난 것만 봐도 병력의 우위는 저쪽에 있다. 도망치고 자시고, 제때 기습 타이밍만 잡으면 조사대따위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을텐데 그러지않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나."

"당신들 때문이거나, 내부 문제가 있다는 거겠죠."

숱한 경험을 떠올리며 바로 답을 내놓은 데몬이 말을 이었다.

"주민들에게 들은 마족 무리의 규모만 봐도 지금 여기있는 조사대를 처리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서지 않는 건 영웅인 당신들과 저의 존재를 알아챘다는 뜻. 그들의 전력이 조사대는 몰라도 저와 당신들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라고 추측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내부적인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포탈이라는 변수가 있는데도 조용한 건 이상하다. 대륙 단위의 이동이 가능하다면 한 지역 내의 이동이 불가능할 리 없고, 정면전이 불가능하다 해도 적절한 곳에 포탈을 설치해 치고빠지는 식으로 게릴라를 벌여 서서히 말려죽이거나 후퇴하게 만들게 할 수도 있다. 당장 슬리피우드는 마력 밀집지역이라 체력 소모가 심하고 정교한 마법이 어려워 장기전이 되면 이쪽이 불리해진다.

그런데 그러지않고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건 능력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 뜻. 그렇다면 그 문제는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것일 확률이 높다.

"제 생각에는 두 집단 사이에 알력다툼이 생긴게 아닐까 합니다만."

"하아?"

"앞서 제논과 에반이 그의 공격에 마족 무리들이 심하게 부상당한 것을 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용의 후예와 마족 군단이 싸우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걸 겁니다."

"어째서? 같은 편이잖아?"

"니놈들은 어디까지 콩가루인거냐."

8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나아지질 않았잖아. 결국 내부분열이라는 말에 영웅들부터 제논, 미르까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군단장들은 통수가 유구한 전통이구나.]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통수맞고 통수때린 사람이 하는 말이라 신빙성따위 눈꼽만큼도 없는데.]

"……."

데몬은 이 입터진 드래곤을 셉터로 한 대 패고싶은 충동을 참기 위해 심호흡을 수 차례 해야했다.

"후우……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군단장들은 당신들처럼 끈끈한 동료 의식같은 게 전혀 없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공격하는 행위는 우리로선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다."

군단장끼리 으르렁거리는 건 실제로 싸울 때도 여러 번 봤으니까. 힐라와 오르카, 아카이럼과 데몬 등.

"앞으로 할 말을 이해하는데 필요하니 간단히 설명하자면, 군단장은 같은 진영에 있을 뿐 기본적으로 서로서로 경쟁 관계입니다."

"뭘 경쟁할게 있다고?"

"당연히 공을 세우는거죠."

그리고 그들이 세우는 공이란 메이플 월드를 얼마나 파괴하고 사람들을 죽이는가다. 거기까지 깨달은 영웅들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하나라도 더 많은 전공을 세워야 검은 마법사에게 인정받고 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같은 진영임에도 서로 치고박고 싸운 겁니다."

"그런 것 치고는 좀 심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번 싸움의 경우 현재 상황도 고려해야합니다. 현 시대에 와서 메이플 월드를 가장 크게 흔들어놓은 군단이 어디였죠?"

"당연히 블랙윙이지."

봉인석의 대부분을 탈취하고, 에레브를 2번이나 뒤흔들어 현 시대에 부활한 군단들 중 가장 크게 악명을 떨치는 중이니까. 사실상 지금 상황을 만드는게 절대적인 역할을 했을 이들이다.

"그럼 저쪽 입장에서 봅시다. 저렇게 큰 공을 세운 이들을 다른 군단들은 어떻게 보겠습니까."

"놈들 입장에선 경쟁 상대가 잘나가는 것일테니…… 아."

"물론 요 최근들어 다른 군단들도 움직이고 있지만 여태껏 블랙윙이 한 일들에 비할 순 없습니다. 저희들을 시작부터 불리하게 만든 밑바탕을 저들이 깔았으니까요. 거기다 그 이상한 구조물을 설치하며 뒷공작을 벌이고 있고─"

[경력자답게 자세하네. 그래서 결론은?]

미르가 데몬의 말을 또 끊어먹었다.

"…… '니들 작작 나대고 우리도 이제 좀 활약하자'는 새로운 마족 군단장의 항의일 겁니다. 신규 멤버인만큼 눈에 띄어야 하는데 블랙윙들이 더 조명되니 조급한 마음에 그들의 기지에 쳐들어간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진짜 그딴 이유로 싸우는 거였나 니놈들."

"들으면 들을수록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드는데."

[어쨌든 콩가루라는 거잖아. 막장 집단.]

데몬의 얼굴이 싸하게 굳었다. 군단장따위 옛저녁에 그만뒀다고 반박하는 것은 저들에게 더 말해봐야 안 들어먹을테니 입만 아플 뿐이고, 그보다 더 짜증나는 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응? 아, 악, 악! 아악! 잠깐, 야 너 뭐하는 거야!]

"비늘에 때가 끼어서 말이죠. 어디서 굴러먹은 건지 새카맣기 그지없습니다."

[내 몸은 원래 까매!!]

앗 하는 사이에 제논에게서 드래곤을 빼낸 데몬은 미르의 얼굴을 - 특히 입가를 - 꼬집어댔다. 진짜 하는 말 하나하나가 아카이럼과 다른 의미로 신경을 벅벅 긁어댄다. 어리다고 봐주는 것도 한 두번이지. 메르세데스가 그를 제지하기위해 나서려 했지만 루미너스가 막았다. 이번엔 내버려둬라. 저놈은 좀 더 혼나서 개념을 머리에 박아야 해.

당연히 도와줄거라고 생각했던 영웅들이 손놓고 구경하며 데몬에게서 들은 얘기들을 주고받는 사이, 제논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미르를 돌려받기 위해 그에게 매달려야 했다.

"저놈 말대로라면 지금 저쪽이 조용한 이유가 마족측과 싸우는 중이라 이쪽에 신경을 못 쓴다는 거야?"

"아니. 지금쯤이면 이미 승패는 갈렸을거다."

"분명 검호가 이겼을 거야."

그 사람이 진다는 건 상상도 안되니까. 아란은 눈을 내리깔았다.

"나도 그가 이겼을거라고 보는데…… 그쯤하고 이제 그만해라!"

"뭡니까."

[으그그극─! 이 홍 나아아아아(이 손 놔아아아)!]

"알겠습니다."

"미르!"

제논은 황급히 데몬이 던지다시피 놓은 미르를 받았다.

"왜 부른 겁니까."

"니가 봤을 때 분명 그가 마족무리들을 이겼음에도 조용한 이유로는 뭐가 있을 것 같지."

"승패와는 별개로 싸움의 결과 병력 손실이 크다던가, 의외로 그가 부상을 입었다던가 하는 게 있겠죠. 후자는 별로 가능성이 없으니 전자쪽인 것 같습니다만."

그가 가진 무지막지한 자가회복기때문에 간신히 부상을 입혀도 족족 자리에서 재생을 끝내버리는 걸 몇 번이나 본 데몬이었다. 그렇기에 검호가 부상으로 골골거린다는 건 애초에 가능성에서 제외시켰다.

"아무래도 이곳 기지에 쳐들어온 마족들 중에 새로 영입되었을 군단장도 있는 것 같으니까요."

"흠?!"

"뭐라고?"

"아니,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까."

검호라는 남자가 자연재해에 맞먹는 힘을 쓸 정도의 상대라면, 당연히 최소 군단장 급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하나가 아닐 수도 있지만 목격된 군단 무리는 마족뿐이니 마족 군단장만 추측이 가능하죠. 정말 그 한 명뿐이라면 그 마족 군단장은 의외로 꽤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일거라 보지?"

"못해도 전성기의 저 정도는 될 겁니다."

영웅들의 표정이 쩍 굳었다. 8백년 전 전성기의 데몬과 죽도록 싸웠던만큼 그때의 그가 얼마나 강했는지 당사자 다음으로 잘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마족 군단장이 최소한 그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말은 악몽과도 같았다.

"이유는…… 안 물어도 알겠군. 당시의 니놈도 그를 이기는 건 무리였으니까."

"예. 당신들도 알겠지만 그때도 저는 그와의 1:1은 되도록 피했고, 가능한 한 매그너스나 구와르와 합공하는 식으로 상대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싸움에서 그가 이번처럼 힘을 쓴 적은 단언컨데 단 한 번도 없었죠."

"뭔가 다른 방법으로 몰려서 그랬을 가능성은 없어?"

데몬은 메르세데스에게 들리지 않게 속으로 콧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그가 이 정도로 힘을 써야할만큼 몰아넣는 수단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전성기의 저만큼 위협적인 것이라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어…… 그, 그렇지."

"제가 유추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저 기지에 직접 들어가고 나면 알 수 있겠죠."

거기까지 말한 데몬은 느리게 고개를 돌려 고요한 습지를 보았다. 분명 수많은 이들이 있을텐데 너무도 조용한 그 습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것 같기도 했고, 수많은 비명을 집어삼켜 침묵시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에반side.

뭐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거지? 한 걸음이라도 빨리 가야하는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양 다리를 두툼하게 감고 있는 붕대때문만은 절대 아닐 것이다.

'왜 사람을 믿지 않는 거야! 왜 그를 똑바로 보지 않는 거냐고!!'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실이었고, 지하로 떨어졌다는 사실과 복도를 오가는 수많은 용의 후예들에 이곳이 그토록 찾아다녔던 블랙윙 기지라는 걸 알고 탈출하려했는데, 사람들이 덜 다니는 틈에 슬쩍 나오기 직전에 어째 심상치않은 분위기로 지나가는 롯뜨 씨와 이데아라는 여자를 봐버렸던게 문제였다.

용의 후예의 책사와 롯뜨 씨가 여기에 있다면, 스승님도 여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뒤쫓아갔는데.

'다 떠나서 하나만 생각해보라고! 그 사람이, 검호라는 남자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을 희생시킬 인물로 보여?!'

분명 이데아라는 여자한테 하는 말이었을텐데 왜 나한테 소리치는 것처럼 느껴졌던 걸까.

그들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모른다. 들키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린 건 물론 많이 회복되지도 않은 마력을 박박 긁어다 은신 마법을 쓰는데 집중하느라 대화는 거의 듣지 못했으니. 거의 확실하게 추측할 수 있는 건 스승님과 관련된 결코 좋지않은 주제였을 거라는 것. 그리고 이데아라는 여자는 스승님을 믿지 않아 무슨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가.'

'이곳에 너한테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따위 없으니까.'

롯뜨 씨가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더 어이없는 건 그런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실실 웃는 모습따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는 거. 어느쪽이 진짜인 걸까 그 사람은.

그리고 그런 맹수같은 표정으로 나가라는 말을 면전에서 들었는데도 스승님을 찾아 돌아다니는 나도 별로 정상은 아닐거다.

'엄마한테 말하면 죽겠네.'

위험하니까 안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그걸 또 부득부득 가겠다고 설득해서 나왔는데, 나온지 일주일도 안되서 이렇게 다친 꼴로 블랙윙 기지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걸 알면 영영 집밖으로 못 나오게 할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감으로 쿵쾅거리던 심장이 좀 진정되었다. 블랙윙보다 엄마가 더 무섭다니.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두 사람을 쫓아가느라 정작 스승님이 있는 곳과 멀어졌다는 사실은 돌아다니는 용의 후예들의 말을 엿들으며 알았다. 믿을 수 없게도 스승님은 현재 병실에 있단다. 그분이 침대에 드러누울만큼 다쳤다는 것도 경악스러운데 그렇게 만든 사람이 마족 군단장이라는 사실에 턱이 빠져 올라오는 비명을 손으로 입을 막아 간신히 삼켰다.

스승님이 있는 병실은 의외로 쉽게 알아냈다. 무슨 일인지 이데아라는 여자가 직접 그 일대에 출입금지 지시를 내려 반대로 의료인과 환자로 북적이는 와중에 사람이 없는 복도를 찾으면 됐으니까.

그렇게 돌아다닌 끝에 찾아낸 곳은.

"아스카…… 씨?"

"……."

마지막으로 보았던 에레브에서의 그 압도적인 모습과는 백만광년 쯤 거리가 있을 처량한 모습으로 한 병실 맞은편 벽에 기대어 웅크리고 있는 아스카 씨를 보고 또 굳어버렸다.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스승님의 상태가 심각한걸까? 하지만 만약 그런거면 여기 이러고 있지않고 같이 있었을텐데.

몸을 흔들어 깨울까 손을 뻗어보았다가 뚝 멈췄다. 만약 정신을 차리고 날 붙잡는다면, 용의 후예들에게 넘긴다면…… 아니, 그러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은데 정말 만에 하나 그러면…….

나는 한참 망설인 끝에 결국 아스카 씨에게서 떨어졌다. 미안해요. 아마 닿지않을 사과를 하며 그의 맞은편에 있는 병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여기에 스승님이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하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정작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한다는게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이번만큼은 엄마를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껴졌다.

일단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상상해보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승님이 나를 보실거고, 내가 여기까지 온 것에 당황하겠지. 십중팔구 왜, 어떻게 왔냐고 물어볼거다. 당신을 만나러 고생고생하며 왔다고 맞받아지고 주도권을 잡아보자. 뭣때문에 이 일을 벌였는지 알고 싶어서 그랬다고 말하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그건, 많이 무서울지도.

현실성은 그리 없었지만 그런 상상을 해보니 긴장이 좀 가셨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 없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실례, 할게요."

간신히 지핀 용기로 두어번 노크를 하고,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문고리를 돌려 병실에 들어섰다.

그 안에서, 나는 앞서 한 상상들을 모조리 능가하는 몰골의 그분을 보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이데아에 대한 복선은 있었습니다. 스우가 말한 '어둠을 품은 사람'에 세피로트와 이데아가 함께 꼽혔고, 아군임에도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들이(인간같지 않은 냉정함, 냉혈동물) 반복되었는데다 세피로트와 은월은 뭔가 이상하게 되가는 걸 눈치채는데 그녀만은 검호를 부추겼죠. 거기다 직위상 검호와 가장 가까운데 불협화음도 적잖아 나고. 결정적으로 데몬의 '다른 차원의 존재이므로 우선순위가 다르다'라는 말에 키네시스뿐만 아니라 이데아도 포함.

본편에선 검호 시점만 전개해서 스킵됐지만 파픈스타와 제른 다르모어가 외부인에 의해 처리되어 전쟁이 끝나버렸을때 이데아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사실 검호나 이데아나 비슷한 이유로 망가진 케이스입니다. 소중한 걸 잃어서, 너무 많이 잃어서 아프고, 아프고, 아파서 그 상처에 묶여버려 다른 걸 못 보게된 사람들.

세피로트는 그래도 전우라고 이데아를 때릴때 굉장히 약하게 쳤습니다. 작정하고 때렸으면 목이 최소 3바퀴는 돌아갔거나 머리가 뜯겨나갔을 겁니다.

@월하만향 - 위키에 제 글 항목이 생긴다면 기쁘겠지만 솔직히 완결의 그날까지 가망성이 있을까요(쓴웃음).

@Kzkey - 엥? 그렇게 보였나요?

@러비현 - 노바족의 의료기술은 세계 제이이이이일!!

@Legendssj2 - 사실 이번에 프라이쉬츠가 아군이 되고 파픈이 살아 무사히 재회하는 외전을 써볼까 생각해봤는데... 끝이 너무 허망해서 독자님들 산치를 핀치시킬까봐 안썼습니다.

@로퓔랜 - 검호는 영웅즈와 심리적 거리감이 끝내주게 멀어서 무리!

@서월마을 - 전투씬 쓰는법 = 실제 해당 전투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트 한다(...)

@류동지 - 사실 초기본은 저것보다 더했는데 그걸 다 쓰면 데미안이 너무 불쌍해져서 액기스만 뽑아다 쓴게 본편이라죠.

@jkkumuj - 넹! 뜰에 원본이 올라와있으니 보고싶으면 보세요.

@Skytwice - 레전드급이라니... 과분하신 말입니다.

@잉여잉여잉여몬 - 에반은 바로 본편 출현했습니다. 얘 비중이 많아요.

@좀비라스 - 예. 살아있는데 얘 몸이고 멘탈이고... 과연 검호 제자(?)

@로렐라인 - 그리고 이번 편에 검호는 더 비참해졌습니다.

@털쒸 - 앞으로 나올 레전드 스킬이라면... 2개정도 더 있습니다. 사실 쓸만한 사람도 이제 검호 빼면 2명밖에 없고.

@리아카에린 - 스킬 이름 안 외치는건 전적으로 제 취향. 아니 실전에서 0.1초 단위로 파바박 싸우는데 그런거 외칠 시간이 어디었어?!

@Yoontlemin -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만, 그것을 보는 입장에선 어떻겠는가를 생각하면서 계속 고칩니다.

@사_tk - 칭찬 감사합니다!!

@Ratios - 저기는 시간에 대한 지배권이 대부분 오버시어한테 있어서.

@르틴 - 진짜 불꽃길.

@AbViaLectea - 검호:...똥이면 다행이지.

@늘근이 - 그거 아닙니다. 트립퍼는 유령이 될 수 없어요.

@wlgns414 - 눈앞에서 마스터가 중상입고 추락하는 걸 봤는데 이성 유지하는게 이상한거. 이번편은 그래도 아직 숨이 붙어있고 블랙윙들이 구조한게 거의 확실해서 어찌어찌 정신 다잡았습니다.

@에니네 - 트립퍼들은 그 육체 특성상 유령은 물론 그 비슷한 것도 못 됩니다.

@jmu12 - 완결까지 달릴겁니다!

@socns - 이번 챕터 갈등이 해결될쯤에 힐링이 될겁니다.

@끝의유무 - (회피)

@ReFrante - 검호의 잘못은 간단했습니다. 상황이 변해도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만을 반복한 것. 차악말고 더 나은 것을 택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왔는데도요.

@발푸르기스의밤 - 답:죽고싶은 심정.

@Endogeny - 오늘 편안히 자고 내일 기운차게 살아갈 의지로 충만했겠죠. 좀 더 많이 웃고.

@노란우산s - 그런 이대로 적겠습니다~

@레볼레이션 - 노바족 의료기술이 쩔어서 다행히 강철 타이틀은 안달았습니다.

@유한의뫼비우스 - 쟤들 이전까지 주력으로 하던 사업이 포션이었다는 걸 알아주세요. 추가로 치료 마법도 전쟁통에 잘 발달했음.

@갓타치 - 참 등장인물이고 독자분들이고 멘탈이 남아나지 않는군요!(뻔뻔)

@대어의예감 - 트립퍼 공통 패시브가 구르기랍니다.

@책벌레씨 - 에반 파트에 좀 더 묘사할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환경 복원 팀이 갈라진 땅 메우다 에반 발견해서 주위에 널브러져 있던 팔다리도 주워다 어찌어찌 고쳐준거.

@네임0306 - 몸이 굴렀으니 이번엔 정신이!

@Linener - 말 그대로 죽을 위기! 였습니다.

@Blake117 - 발견이 늦었으면 과다출혈 사망각이었음.

@루엔시르온 - 모를걸요.

@킴마령 - 이번엔 좀 빨리오려고 노력했습니다(훌쩍)

@블루히카리 - 잘린 사지 붙인지 얼마 되지않아 아직 감각이 둔하지만 붕대때문에 그런갑다 생각중.

@미카츠키아이코 - 지금은 생존이 확인됐지만 이 뒤에 과연 괜찮을까.

@Raseuna - 그거 맞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노코멘트.

@J스티카 - 참고로 방학되어도 연재주기 빨라지지 않아요...

@하양네코 - 앞으로 전투씬은 빼놓고 싶어도 뺄 수 없는 것들이라 작가의 머리는 대폭발!

@칼크래프트 - 아... 심리묘사 그거 순수하게 전투 진행만으로는 박진감이 안 살아서 심리묘사까지 스까불릿한건데.

@arays - 망각 버프 먹었으면 레알 모든 것을 썰어버릴 스킬이 됐을텐데.

@육합 - 트립퍼 무기의 시간정지를 건 사람은 시오버죠. 그리고 검호에게 시간 가속 능력을 준 것도 시오버고요. 어느쪽 힘이 더 강할까요?

@마도사지망생 - 제가 생각하는 전투씬이란 단순히 싸우는게 아니라 갈등, 위기를 터뜨리는 장면임과 동시에 그 인물들의 힘을 확실하게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거든요. 동시에 그 후의 일에 영향을 끼치기까지 하니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뻵쎫뗇쌻 - 그거 무리.

@잉여무침 - 한 화 한 화 분량은 늘었지만 연재 주기가...(먼산)

@tpfkvldpf - 메이플 월드엔 괴수급 제비가 없어서 무리!

@Harye - 드디어 만났지만...!

@건전한독자 - 검호: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왜 이러고 살겠나.

@kaizeth - 반댑니다.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회수했다는거. 얘들 기본적으로 유능해요.

@소라루 - 네. 세피로트가 지워줬습니다.

@브리디온 - 그야 제가 상상한 장면을 독자분들이 최대한 비슷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설명과 표현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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