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호입니DA-188화 (188/208)

<-- 만우절 외전:진실 혹은 거짓 --> (스포일러가 0.00001%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기 싫으신 분은 뒤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은 우리는 마침내 그곳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과거 프리드가 직접 찾아냈다는 세상 모든 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곳 - 차원의 도서관에.

"정말 여기에 세상 모든 정보가 다 있는 거에요?"

"예에 그렇습니다. 이곳은 메이플 월드가 탄생한 이래 태어난 모든 생명들의 이야기가 다 있으니까요."

[대단하긴 한데 우리가 원하는 걸 찾는 건 엄청 힘들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렇죠. 하지만 찾고자 하는 이야기를 말씀해주신다면 저와 리타가 찾아드릴 수 있습니다."

"하아아…… 그거 정말 다행인 말이네."

사방에 펼쳐진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높이 올려진 책장과 그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들에 헤쓱하게 질려있던 아란 누나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랜만의 방문객이니 성심성의껏 찾아드리겠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원하시는지?"

"제 스승님에 관한 책이요!"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마스터…… 아, 알아듣나? 여기 사서라면 왠지 될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소년 군의 스승이라는 분의 이름정도는 말해주셔야죠."

"여, 역시 그런가."

왠지 이 경이로운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제 스승님은 검호라는 분이에요."

"죄송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모릅니다. 이 메이플 월드 역사 통틀어서 검호라 불리었던 이가 얼마나 많은데요."

[가장 최근에 검호라고 불린 사람인데.]

"최근이 언제죠? 근 5천 년 내입니까?"

하, 하하. 이런 곳을 관리하시는 분답게 시간 감각도 바깥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시구나.

"그냥 이름을 말씀해주시죠. 동명이인이 있다해도 다 모아놓으면 그중에 분명 있을테니."

"그런데 제가 스승님 이름은 몰라서…… 잠깐만요."

나는 탈레스 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영웅들이 있는 쪽에 크게 물었다.

"저기─ 혹시 여러분 중에 스승님 이름을 아시는 분 있나요?"

당연히 누군가는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걸 봤을 때, 나는 직감했다. 그들 중 누구도 스승님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소년 군?"

"혹……시. 이름을 모르면, 그, 찾을 수 없나요?"

"그렇죠. 이곳에 기록되는 이야기는 매우 많기때문에 특정한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찾으려면 최소한 그의 이름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조차 모르면 찾을 수 없어요."

관장님의 말에 머릿속이 새하얘져갔다.

세상 모든 정보가 있다는 곳에 왔는데 스승님의 이야기를 찾을 방법이 없다.

동료라는 이들도, 제자인 나도.

그나마 가까웠던 사람들 중 그의 이름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 남자는 크리티아스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였다. 완벽한 외부인. 단순히 이곳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정장 차림으로 돌아다녀서가 아니라, 분위기부터 일반인과 확연히 달랐다.

마치 양들 사이의 늑대나 정어리떼 가운데의 상어처럼, 아무것도 하고있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다가가선 안된다는 불길함을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그의 뒤를 밟았다. 멍청하게, 그동안의 경험은 어디다 팔아먹고 미르와 영웅들을 먼저 불러야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건지.

미행에 나선지 얼마 지나지않아 불길한 감은 맞아버렸다.

"너는 뭐냐."

창백한 금발 사이로 메마른 연홍색 눈이 나를 응시했다. 시선이 닿은 것 뿐인데 흡사 총구가 머리에 겨누어진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한 마디라도 잘못하면 큰일이 날 거라고 본능이 경고했지만, 공포에 혀가 마비되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대로 세 사람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았던 천장의 파편들은 단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급하게 방어막을 쳤던 루미너스와 팬텀이 눈을 떠 상황을 파악해보기도 전에, 그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팬텀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어린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소년의 목소리에 눈을 뜬 그들은 자신들의 위로 무너진 천장의 파편들이 둥둥 떠있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가 누구인지도.

"초월석을 노리러 온 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다 건물 무너뜨리는 건 대체 어디 상식이야?"

늘 여유로웠던 키네시스의 표정은 험악하게 구겨져 있었다.

파편들을 들어올리고 있는 무형의 힘이 서서히 몸집을 불렸다. 그대로 영웅들의 머리를 내려쳐 땅에 파묻을 기세로.

"오랜만이야 치킨 오빠~!"

떨리고있던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확 높아졌다.

"나 눈을 떠보니 여기인 거 있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서 일단 빨간 사자한테 와봤는데 영 도움이 안되더라고~"

발랄하기 짝에 없는 어조와 급격한 표정변화, 거기다 그 내용에 다른 이들의 표정은 죄다 경악일색이 되었다.

"그러니까, 여기 좀 와주라. 응? 나 오랜만에 치킨 오빠 만나고 싶어!"

말을 끝맺는 그녀의 눈은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듯이 위태로웠다.

세피로트는 은월을 자신의 뒤로 밀쳐보내며 너클을 쥔 두 주먹을 들었다. 그대로 넘어질뻔한 은월은 급히 자세를 잡으며 그를 보았다.

"너……!"

"어차피 당장 저놈이랑 싸울 수 있는 건 나 뿐이잖아. 괜히 돕겠다고 오지랖 부리지 마."

당신은 해야할 일이 있잖아. 나따윌 돕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저놈은 니가─!"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지. 나도 알아."

느리게 걸어오는 놈이 든 거대한 십자가의 칼날이 땅에 질질 끌리며 크리스탈 바닥에 긴 흠을 남겼다.

"저놈은 최강인 걸."

새하얀 신관 모자에 늘어진 끈 장식의 구슬들이 서로 부딪히며 짤랑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시간벌이 정도는 할 수 있어."

자아따위 없이 사냥개로 전락한 놈에게 한 방에 당할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아.

루미너스와 쌍둥이처럼 흡사하게 생긴 하얀 신사는 키네시스를 향해 빙긋 웃어보였다.

그들이 있는 곳이 물리법칙이 무시되는 싱크홀의 밑바닥이었고, 어느 시점부터 그 내부에선 재가 실린 거센 바람이 끝없이 휘몰아치고 있음에도 하얀 신사는 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듯한 모양새였다.

"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알 필요 없습니다."

"나도 저쪽에서 나름 여러가질 알았어. 왜 하필 내가 기폭제였는지, 무너진 벽이 왜 고쳐지지 않는지, 또 이대로 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까지."

그럼에도 알 수 없었다. 저 하얀 신사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기에 이런 대참사를 일으켰는지.

"너는 뭘 원하는 거야?"

하얀 신사는 꽤나 정겨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번엔 제대로 답해주기로 했다.

"저는 벽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뭐?"

"그 벽을 넘으면, 세상을 보다 완벽하게 이끌 수 있는 지혜와 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수많은 노력을 하고 끝내는 해선 안되는 짓까지 해가며 넘은 벽 뒤에 있던 것은─…….

"그게 어쨌다고?"

"생각을 달리 했습니다."

나의 힘으로 이 상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가능한 존재의 힘을 빌리자.

이 세계에 살아가는 이들의 인지의 영역[壁] 바깥에 있는, 자신을 대리인으로 선택한 이의 힘을 써서 세계에 진정한 빛을 가져오자.

마치 꿈을 그리는듯한 소년처럼, 그러면서 한편으론 오아시스 없는 사막을 믿음만으로 찾아헤메는 이처럼 현실감없는 모습에 키네시스는 오싹함을 느꼈다. 분명 저 하얀 신사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고 또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던 정당한 이유라고 생각해?"

"예? 아, 하하…… 제 오랜 친우에게 들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하네요."

그도 저런 말을 하며 저의 원대한 계획에 동참하길 거부했었다. 그것이 너무나 아쉬웠지만, 그런 이였기에 안심했다.

"아까 알 필요 없다고 했던 이유를 알려드리죠."

하얀 신사는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행동에 키네시스 역시 그가 시선을 던진 쪽을 보았다가 눈을 흡 떴다.

한 쌍의 붉은 원반형태의 구체가 둥둥 떠 있었다. 그 주변으로 재가 실린 바람이 끊임없이 불었고, 그 소리는 마치 새의 울음소리처럼 시끄러웠다.

"이제 곧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잿더미로 이루어진 새가 그 형상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만우절 외전으로 월간 연재에 답답하신 분들을 위한 향후 진행될 에피소드의 극히! 일부분을 잘라왔습니다. 이중 어떤 게 실제 본편일지는 비밀입니다. 어쩌면 다 뻥일지도 모르고요(웃음).

사실 만우절 기념으로 제목을 장문 라노벨형으로 바꾸고(대충 '자고 일어났더니 세계최강 검사가 되었으므로 하렘을 건설하려고 합니다!' 같은)작품 소개도 지뢰 삘나는 식으로 하려 했는데 선작 떨어질 것 같아서 이걸로 대체.

4월에는 과에서 자격증을 따야해서 본편 올리는 게 많이 늦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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