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손 안에 있는 것 --> side out.
이데아가 던진 충격적인 질문에 누구 하나 대답은 커녕 온몸이 얼어버려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부유력을 잃었을 섬이 떠있을 수 있는 이유. 마력 외에 섬을 들어올릴 수 있을만큼 강력한 힘…… 몇몇은 직감적으로 그런 짓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떠올렸지만 차마 말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랬다간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이 불안감이 현실로 변해버릴 것 같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루미너스는 피끓는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웃, 기지 마라……! 니년 말대로, 용의 포효가 강력한 마나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때문에 하늘섬이 떨어질 수 있다면, 옛저녁에 오르비스나 다른 하늘섬들이 남아나지 않았을 거다!"
마나 브레이크 현상으로 부서지는 건 '모든' 마력 흐름이 아니라 '인위적인' 마력 흐름이다. 마법사의 마법과 아이템에 걸린 마법, 전사들이 사용하는 마력을 이용한 스킬들이나 해당되지 하늘섬같은 자연물은 마나 브레이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루미너스의 말대로 그게 가능했으면 메이플 월드의 하늘섬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데아는 시전하려던 마법이 부서진 고통을 참으며 몇 초 만에 바로 제 말의 헛점을 찾아 지적하는 루미너스의 명철한 두뇌에 감탄하는 한편 비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일반적인 하늘섬에나 해당되는 사실이죠. 여기 에레브가 어디 보통의 하늘섬이던가요?"
"그건─"
"황제의 혈통을 이은 이가 있어야만 부유력을 가지게 되고, 혈통을 이은 이가 없으면 서서히 가라앉는다. 에레브가 왜 그런지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까?"
알 리가 있나. 본래 이 사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하는 건 여제 당사자여야 하건만 군단장들의 8백년 간 지속적인 역사 조작으로 에레브 역시 자신들의 역사를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반면 힐라의 청문회 작전 당시 여제의 혈통과 에레브에 대해 어느정도 조사했던 이데아는 빙긋 웃어보였다.
"당신들이 황제의 혈통이라 부르는 핏줄에는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매우 특별한 마력 인자가 내제되어 있습니다. 이 마력 인자가 일정 이상의 질과 양을 넘기면 특수한 파장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에레브의 마력 흐름과 결합되어 부유력을 만드는 식이죠."
마치 거대한 기계장치에서 빠져버린 작지만 중요한 톱니바퀴를 대체하듯이, 황제라는 존재자체가 에레브의 부유력을 만드는 마력 흐름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의 마법사들도 황제의 마력 파장이 특이하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황제가 되는데엔 단순히 핏줄을 이었을뿐만 아니라 이 마력 인자를 일정이상 보유해야하는 조건이 필요할 겁니다. 당신을 여제의 자리에 올린 나인하트가 이리 말했었다죠?"
시그너스만이 현 시점에서 유일한, 그리고 가장 강력한 여제의 혈통을 가지고 있다고.
"그건 단순히 여제님이 황제의 혈통을 이은 유일한 후손이란 의미가 아니라, 에레브를 띄울 수 있을만큼의 마력 인자를 가진 이라는 의미였을 겁니다."
"…… 그런."
"뭐, 정작 나인하트 그 남자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진 몰랐을 거에요. 그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엔 혈통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가 필요하고, 그것까지 확실하게 충족되어야 황제가 될 수 있다─ 이 정도가 전부였겠죠. 알았으면 분명 당신에게 알려줬을테니."
아무리 역사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리엔이라도 당시 왕족과 귀족 사이에서만 비밀리로 전해졌던 사실까지 알 리 없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모르면서 어떻게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를 찾아 여제로 올린 게 대단한 거다.
"추측컨데 최초로 에레브를 띄운 사람은 실상을 모르는 이들에겐 기적을 일으킨 신인같은 걸로 칭송받았을 겁니다. 겉으로만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가라앉던 섬을 다시 띄운 걸로 보였을테고, 그로 인해 추종자같은게 생겼을지도 모르죠."
그게 메이플 월드의 황제의 기원이 되었을지도? 이데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첨언했지만 연합측 이들은 웃을 수 없었다.
"말이 길어졌네요. 하여튼 중요한 건 이겁니다. 에레브는 여타의 하늘섬과는 달리 인간의 마력이 있어야만 작동하는 마도구와 같으며, 그렇기때문에 마나 브레이크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배경 설명이 끝났으니 이제 앞서 낸 문제의 정답을 공개할 시간이다.
"카이저."
"여기 있습니다."
카이저는 서류가방에서 작은 리모콘과 반구 형태의 기계장치 하나를 꺼내 리모콘은 이데아에게, 기계장치는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
"걱정마세요 공격용은 아니니까."
여유롭게 말을 이으며 이데아는 삑- 리모콘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반구형 기계장치 - 홀로그램 영사기에서 뿜어져나온 옅은 푸른 빛이 에레브의 하부 전경을 그렸다. 사람들이 있는 상부도 아니고 하부따윌 왜 비추는지 의아해하는 이도 있었지만, 일찍히 이데아의 질문이 던져진 순간 불길한 답을 떠올렸던 이들은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빌었다.
그 바램은 가차없이 박살났지만.
"야 이 미친 놈들아─!!"
"…… 망할, 역시 저놈이었나."
옆에 여제가 있는데도 욕을 내뱉는 아란과 루미너스에게 주의를 주는 이는 없었다. 다들 하나같이 얼굴색이 창백하게 질려 굳어버리거나 비명이 나오려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으니까.
뒤집힌 삼각뿔같은 에레브의 하부 끝자락에 한 쌍의 소년 소녀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연합측이 잘 아는 이들이었다.
[썩을, 썩을, 썩을, XX, XXX, XX.]
[흐, 우으으…….]
화면 안에는 이마에 주륵주륵 흐르는 식은땀을 닦지도 않고 쉴새없이 쌍욕을 중얼거리는 키네시스와 양 팔을 으스러뜨릴듯이 잔뜩 감싸며 다친 짐승마냥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사이키커, 그들에게서 뻗어나온 반투명한 기류와 사슬에 휘감긴 에레브의 하부 전경이 실시간으로 나왔다.
마나 브레이크을 당하고도 큰 타격이 없거나 멀쩡히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많지 않다. 마력과 관련없는 기계류나 순수한 신체능력, 자연의 힘 그 자체인 정령 그리고─ 염동력.
연합측 이들은 현재 에레브가 고작 단 두 명의 염동력자에 의해 하늘에 떠있다는 까마득한 사실을 맞닥뜨려야 했다.
"그새 입에 걸레라도 물었습니까?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고운 말 쓰세요."
[닥쳐 이 마녀─!! 내가 지금 욕 안 나오게 생겼어?! 확 떨어뜨려버린다!]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이데아를 노려보는 키네시스의 회색 눈은 실핏줄이 잔뜩 올라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뻗어나온 반투명한 기류가 크게 출렁이며 쿠르르릉……! 불길한 땅울림이 올라왔다. 앉아있는 의자를 흔드는 진동에도 이데아는 콧웃음을 쳤다.
"제 등에 있는 건 장식으로 보이는지?"
노바족은 용의 후예답게 기본적으로 날개를 가진 종족이다. 이데아 역시 마나 브레이크를 피해가지 못해 변신 마법으로 감춰두었던 피막의 날개가 드러난 상태였기에 키네시스도 그녀의 날개를 잘 볼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물론이고 검호측 이들 중 키네시스가 섬을 떨어뜨린다고 그대로 추락할 이는 한 명도 없다.
"그러니 똑바로 좀 하십시오. 엄살은 그만 피우고."
[엄사알~? 엄살이라고?! 댁 눈엔 이게 그냥 엄살로 보여?! 지금 실시간으로 두개골이랑 뇌가 두 쪽으로 쪼개지는 것 같다고!!]
"두개골은 넘어가고 뇌는 원래 두 갭니다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아아─!!]
급기야 괴성을 내지르는 키네시스의 모습에 연합측 이들의 심장은 더욱 쫄깃해졌다. 아니 지금 섬을 들고있는 애 속을 볶아서 어쩌겠다는 거야 저 여자는. 불규칙적으로 요동치는 반투명한 기류를 간신히 유지하며 키네시스는 소리쳤다.
[여기가 상공 몇 피트인지 알아!? 얼어죽을 것 같은데 이 차림으로 던져놓는 건 뭔 정신이냐고!]
"그건 염동력으로 해결 가능하잖아요? 방어막만 두르면 냉기 차단할 수 있다고 제 입으로 말했으면서 무슨……."
[이걸 들고 있는데 그럴 정신력이 남아있겠냐─!]
참고로 키네시스는 셔츠에 바지가 전부였다. 패딩은 물론이고 가디건조차 안 걸치고 있어 소년은 입술이 파리하게 질린 채 대기권 이상 높이에서 산소부족과 추위에 정신력을 갉아먹히고 있었다.
"그래서 둘이 같이 붙여줬잖습니까. 사실 둘도 필요없고 한 명이면 족한데 혼자선 절대 못하겠다고 징징대서 해줬건만 그마저도 안된다고 하면 그건 그냥 당신의 역량부족인 거죠. 두 명이라 부담도 반으로 줄었으면서 그 난리피우는 걸 엄살이 아니면 뭐라고 합니까."
[반으로! 안 줄었으니까! 이러지!!]
"…… 예?"
최후의 단말마처럼 비명지르듯 절규한 키네시스는 염동력을 유지하기 버거운지 말을 더 잇지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침묵했다. 정면에서 쏟아지는 경악의 시선들과 뒷목을 타고 흐르는 싸한 불길함에 이데아는 퍼뜩 사이키커쪽을 보았다.
"사이키커? 정신차리고 있습니까? 제 말이 들리나요?"
[저기, 저기, 있잖아, 그러니까.]
어찌어찌 말은 하는 사이키커의 모습에 안도하려는 찰나, 막 고개를 든 소녀의 모습에 이데아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얼굴은 눈물콧물 범벅이었고, 탁한 회색 눈 안엔 정체불명의 보라색 선이 마구 뒤엉키며 꼬이고 있었다.
[나, 나 그, 그그그 옛날에, 땅을 저, 저 이 섬만큼 들었던 적이, 있었,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정신이 날아갈 것처럼 보이는 소녀는 필사적으로 문장을 만들었다.
[그때 그, 그렇게까지 될 줄 모르고, 큽, 너무 놀라서……! 아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되버릴 줄 몰랐어요! 구하려고, 구할, 구하고 싶었는데 못해서어어……!]
시간의 오버시어가 세계를 되감으며 없던 일이 되었다지만, 찰나의 실수로 벌어진 대참사는 사이키커의 뇌리에 잊을 수 없는 악몽 중 하나로 새겨져 그녀로 하여금 두 번 다시 사람이 서 있는 땅을 염동력으로 띄울 수 없게 했다. 심지어 미쳐있었던 때조차 그것만은 못했다.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하며 실신해버릴 것 같은 소녀의 모습에 이데아는 일시정지 버튼이 눌려진 화면마냥 멈춘 상태로 눈만 깜빡거렸다.
"키네시스 군. 앞으로 몇 분 더 유지 가능합니까."
[5분! 아니아니 잠깐만 3분도 무리!]
아까 마나 브레이크가 못해도 10분은 유지된다고 하지 않았나. 미르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이 회의장에 조용히 울렸다.
설마 이데아의 비장의 패라는 게 에레브를 떨어뜨리고 봉인석을 강탈하려는 거였는지 연합측 이들이 의심할 때, 일을 벌인 당사자는 이 초유의 사태에 반쯤 벙찐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 이건 몰랐는데."
모라구요?
소리없는 경악이 적아 불문하고 장내 사람들의 고막을 뚫고 뇌를 후두려깠다. 그러나 이데아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키커는 몇 년 간 유혈낭자하게 미쳐있던만큼 기억이 엉망진창이었고, 때문에 머릿속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는데다 함부로 뇌에 손 썼다간 다시 미칠지도 몰라 대략적인 과거만 읽고 끝냈었는데 저런 디테일한 트라우마까지 알았을리가 있나!
[당신, 나가 죽어…….]
미칠듯한 정적 속에서 키네시스의 꺼져가는 목소리가 처량하게 흩어진 순간, 섬이 기울었다.
***
연이은 충격적인 사실들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이들은 많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은 이 초유의 사태에 빠르게 대응했다. 성질은 달랐지만 어쨌든 그들은 '예상치못한 사고'에 익숙했으므로.
가장 먼저 은월은 회의장 밖으로 굴러 넘어지는 걸 막기 위해 정령들을 불러내 땅을 쭉 일으켜 벽을 만들었다. 이어서 검호가 테이블을 절묘하게 내려쳐 땅에 박아 고정시키며 넘어지려는 이데아의 허리를 감싸 붙잡았고, 카이저와 세피로트는 고정된 테이블을 난간삼아 균형을 잡았다.
인원 대부분이 전사직이라 즉각 대응한 검호측과는 달리 마법사가 3명에 비전투인원까지 있는 연합측은 손이 모자랐다. 아란은 시그너스와 하인즈를, 데몬은 에반과 지그문트를, 루미너스는 지그문트가 간신히 붙잡았다.
"뭔, 마법사가 이렇게 무거운 거에요?"
"육체적인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까."
"어쨌든 대충은 무사해 보이는군요."
저거 혹시 자기가 잡기 싫어서 일부러 손 안 쓴 게 아닐까. 그, 그건 아니겠지. 데몬 씨 손은 두 개 뿐이라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고. 소근소근 작게 속닥거렸지만 조금만 귀 기울이면 다 들렸기에 루미너스는 샤이닝 로드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며 데몬을 노려보았다. 당연히 얼굴에 철판을 깐 데몬은 루미너스의 살의넘치는 시선에도 태연한 표정이었다.
한편 검호는 테이블을 내려치며 챙겼던 홀로그램 영사기를 다시 켰다.
"괜찮나."
[너, 이번 일 끝나자마자 바로, 우리 세계 안과 좀 가라.]
"괜찮나보네."
[이비인후과도 꼭 가고.]
무리하게 염동력을 썼는지 기어코 한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피눈물을 흘리는 키네시스가 이를 갈았다. 결국 기절해버린 사이키커는 대기하고 있던 엔젤릭버스터가 받았고, 키네시스는 아스카의 등 위에 주저앉아 간신히 염동력을 유지중이었다.
"떨어진 사람은?"
[없어. 좀 기울어지긴 했지만…… 후욱, 이 정도 경사로는 좀 넘어질 순 있어도 섬 밖으로까지 떨어지지 않아.]
"알았다. 그를 도와줘 아스카."
[오케이~]
통상의 마나 브레이크와 달리 용의 포효로 일어난 마나 브레이크의 경우 그 포효를 내지른 드래곤만은 예외적으로 마력을 운용하는게 가능하다. 그 사실을 보여주듯 오닉스 드래곤은 대답과 함께 푸른 마력의 가지를 뻗어 당장이라도 흩어질 것 같은 반투명한 기류 위에 마력을 덧씌워 섬의 하부를 온전히 감쌌다.
[진작 이렇게 좀 해달라고…….]
"아니 이론적으론 너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놈의 이론 타령! 사람이 안된다고 하면 좀 들어!!]
미, 미안하다. 사과는 됐으니까 빨리 끝내기나 해! 이 짓 더 못 해먹겠으니까. 아스카가 손을 썼으니 더이상의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거라 판단한 검호는 영사기를 껐다.
"이데아."
"뭐라 말할지 알겠는데 일단 팔부터 풀어주겠습니까. 움직이기 힘듭니다."
넘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지만 어찌나 꽉 안았는지 고개만 들면 그의 얼굴을 닿을만큼 가까이 붙어버린 이데아는 괜히 부담스러워 애써 고개를 돌린 상태였다. 검호도 더 잡고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녀의 허리를 감고있던 팔을 풀었다.
"그런데 이데아, 방금 잡아보니까 의외로 살이 있던─."
"닥쳐요!!"
"이데아 님.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뜬금없이 명치를 훅 치고들어오는 말에 이데아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상황과 장소가 심히 안 좋았지만 어쨌든 여자에게 살은 민감한 문제인 고로. 예상밖의 격한 반응에 검호 역시 당황했다.
"아니 비하하는 게 아니라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잡아보니 좀 있어서 약간 놀란 거다."
"누구때문에 그런 게 생겼는데요! 누구 씨가 허구헌날 사고쳐서 뒷처리 하느라 책상머리에 눌러앉아 삼시세끼 해결하고 밖엔 나가지도 않았으니 뱃살이 붙는 게 당연하잖아요! 예전에는 그런 거 없었거든요?! 오히려 평균 이하였습니다!"
…… 내가 말한 건 뱃살이 아니라 허리살이었는데.
나름 오해를 정정하고자 한 말이었지만 졸지에 스스로 자폭해버린 꼴이 된 이데아의 온 몸이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마나 브레이크만 아니었으면 양 뿔에 스파크가 튀는 걸 넘어 그에게 번개를 퍼부었을 것이다. 통하진 않았겠지만.
"이데아? 그, 미안하니까 컥!"
"제 군살이 불만이시면 당신이 잘하면 됩니다! 일이 잘 풀리면 제가 야근할 일도, 서류 처리하느라 운동할 시간도 못 낼 리도, 식사 시간마저 아까워 패스트푸드만 먹을 리도 없을테니까요! 이참에 돌아가는대로 이번 일에 관한 서류들을 당신이 대신하는 것도 좋겠네요! 저도 오랜만에 좀 움직이게!!"
"잠깐만, 숨 막히는데 일단 넥타이부터 좀."
번개처럼 구두 굽으로 제 발등을 찍어 경직시킨다음 붉은 넥타이를 확 잡아당겨 상체를 끌고와 면전에다 말을 쏘아붙이는 이데아의 모습에 검호는 다른 의미로 식은땀이 났다. 내가 친 사고가 어, 참, 많기는 하네. 새삼 충동적으로 행동했다가 피본 과거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걸 수습한게 죄다 그녀였다는 사실 역시 떠올랐다.
반쯤 목이 졸린채 쉴새없이 퍼부어지는 잔소리와 불평불만에 뭐라 반박하지 않는 검호의 모습에 각자의 부상 여부와 회의장 바깥의 상황을 확인하려던 연합측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 아란과 루미너스, 데몬은 지금 자신들이 환각을 보고있나 몇 번이나 눈을 비볐다.
마나 브레이크로 몸 크기를 줄여주던 뱃지가 고장나 최근 성장해 꽤 커져버린 거체로 돌아와버린 미르는 굉장히 기가 찬다는 얼굴로 검호와 이데아를 보았다.
[검호 저 사람 저런 걸 순순히 듣는 성격이었어?]
"글…… 쎄."
[자기들끼리 꽁트 찍느라 우린 완전 뒷전으로 보이는데 지금 공격하면 먹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좀 힘들지 않을─?"
에반이 두 사람을 애써 외면하며 은월과 세피로트 쪽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은월은 여우 형상의 불의 정령을 허공을 향해 쏘았다.
퍼엉! 붉은 불꽃이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나중에 돌아가서 마저 해라. 지금은 할 일이 남아있지 않나."
"아니 이게 중요하지 않다니요!"
"지금 우리는 물론 저들까지 포함해서 당신 살따위에 관심있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이렇게 과잉반응 해봤자 무의미한 기력 소모밖에 안 되지. 그럴바엔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만."
무신경, 무관심, 무감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자신이 뭐 잘못 말한 게 있냐고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든 은월의 모습에 이데아는 한 손으로 조용히 제 얼굴을 덮었다.
왜 같이 온 남자들이 다 저 모양인가. 면면은 물론 능력까지 화려한 인간들이 어째서 이런 부분에선 끔찍하게 무지한가. 섬세하게 알아주는 건 절대 바라지도 않고 기대도 안 하니까 남들만큼만, 최소한 이런 자리에서 대놓고 저딴 소리를 지껄이지 않는 수준이면 되는데 왜……!
"기, 기운내세요 이데아님."
"…… 카이저."
"군살에 관한 건 절대 동족에게 알리지 않겠습니다!"
"에라이!!"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으로 카이저의 등짝을 후려친 - 순간 카이저의 허리가 수직으로 꺾였다 - 이데아는 거친 숨을 고르며 은월이 불꽃을 쏘아올렸던 하늘을 보았다. 정확히는 불꽃이 터지자마자 에레브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한 무리의 구름 속을.
"은월. 벽이나 마저 일으키시죠. 아까보다 높고 두텁게."
"알겠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은월을 땅의 정령들로 기울어진 쪽에만 세웠던 흙벽을 더 일으켜 회의장 전체를 감쌌고, 높이와 두께 역시 늘렸다. 마치 회의장과 바깥을 차단시키려는 듯한 행동에 아란은 곧장 폴암을 휘둘러 벽을 부수려 했다.
"이까짓 흙더미!"
"안 하는게 좋을 겁니다. 그건 단순히 당신들을 가두기 위한 게 아니라─"
하늘에서 큰 폭음이 울렸다. 소리의 발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공기를 뚫는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정확히 벽의 바깥쪽에 떨어지며 폭발했고, 옅은 보라색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저것을 막아내기 위한 거거든요."
화학탄이 뭔지는 알고 있죠? 섣불리 벽 밖으로 나갔다간 한참 퍼지고 있는 마비 가스를 흡입하고 쓰러질 겁니다. 전 수호자가 만든 거라 효과가 굉장하거든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구름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비행선은 계속 포격을 가했고, 은월은 바람의 정령으로 가스가 벽을 넘어오지 않도록 조치했다.
"저희 포병과 관측병은 모두 베테랑이라 이 거리에서 실수따위 저지르지 않으니 걱정마시길."
당연히 사전에 대륙 회의를 염탐하며 구해놓은 에레브의 좌표를 관측병들에게 지급해둬서 내보이는 자신감이다. 벽 내부에서야 고의로 벽을 부수지 않는 이상 가스에 당하지도 않겠지만, 작금의 사태에 여제의 안위를 확인하고자 허겁지겁 회의장에 달려오는 이들은 바로 쓰러질 것이다.
마법사들이 멀쩡하면 모를까 마나 브레이크로 마법이 무력화된 지금, 무턱대고 벽을 부쉈다간 이쪽 사람들만 당한다는 사실에 아란은 당장 이데아에게 폴암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이를 득득 갈았다. 바깥으로 나가 원군을 데려오자는 가정은 생각할 가치도 없이 기각. 바깥에 퍼진 가스량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퍼부어진 포탄들을 봤을 때 절대 적지 않을 거고, 정화 마법도 없는데 가스 속을 무사히 뚫고 나오는 건 무리다.
반면 노바족처럼 날개도 있고 독 내성도 최고 수준인 데몬은 자신의 몸을 믿고 벽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날라오거나 비행선을 공격해보는 시도를 깔끔히 포기했다. 자신보다 강한 전사만 둘에 대등해보이는 이가 하나. 날아올라도 따라올 이가 둘. 어떻게 된 게 저쪽 구성은 하나같이 강력한 전사가 대부분이라 마법을 못 쓰게 됐는데도 전력이 거의 반감되지 않았─…….
"설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습니까."
"무슨 말입니까?"
"하지만 그건 당신들이, 아니 그보다 근본적으로 저흴……."
데몬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검호와 이데아를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화학탄을 쏜 건 앞서 멀리 보냈던 이상한 비행선, 협상을 위해 왔다는 이들은 블랙윙 고위직이지만 전사들이 대부분. 거기다 마나 브레이크에도 상관없이 힘을 쓸 수 있는 이들과 도구까지.
작금의 상황 자체가 저들이 앞서 내걸었던 협상이란 타이틀은 장식이었고, 이런 짓을 할 계획이었음을 뒷받침하기 충분했다. 허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계획을 세운 이유다.
"대체 저희에게 전하려는 것이 뭐길래 이런 난리가 필요한 겁니까?"
***
생각해보면 이상한 부분은 의외로 많았다.
당장 인원구성부터 이데아를 제외하면 협상에 일가견 있는 이가 아무도 없고, 심지어 포커페이스조차 제대로 못 만드는 이를 협상에 들인 건 암만 봐도 정상적인 인선이 아니다. 물론 연합도 어린 소년인 에반을 테이블에 앉히긴 했지만 나름 필요가 있어서 그랬는데 저쪽은 인선뿐만 아니라 이데아를 빼면 자기들이 만든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 작정이었다면 최적의 구성이다. 무기를 들지 않아도, 스킬을 못 써도 맨손으로 숨쉬듯이 사람 하나 제압할 수 있는 전사가 다섯. 저들 중 가장 떨어져 보이는 이데아조차 어지간한 전사 전직관 이상이니 상대적으로 약할뿐 강자인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짓을 했는가? 이는 저들이 이렇게까지 해가며 만든 현 상황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각 세력의 영향력있는 이들을 한데 모아 외부와 차단, 고립시키고 동시에 어떤 대항도 할 수 없도록 무력화시킨다. 그 뒤에 하는 일은 다르지만 대체로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이유는 하나다.
"대외적으로 절대 알려져서는 안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죠."
"대~정답입니다. 긴 설명 안 해도 되서 정말 좋네요."
아까와는 달리 과장스럽지 않은 박수를 친 이데아는 데몬의 통찰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역시 전 군단장, 상황 판단 능력이 아주 비상하다.
"여기에 대외적, 그러니까 당신들이 이러는 걸 알아선 안되는 사람엔 보통의 연합원뿐만 아니라 군단장과 검은 마법사도 포함될 수 있죠. 개인적으로 당신들이 이런 짓을 해서까지 저희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걸 알리고 싶지 않은 쪽은 이쪽인 것 같습니다만."
"경력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그녀의 맞장구에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알았으나, 그렇기에 더 기가차고 어이없어진 데몬은 여전히 이해를 못한 것 같은 - 또는 믿지를 못하는 - 이들을 위해 풀어 설명했다.
"그러니까 저들은…… 군단장를 포함한 적들에게 알려져선 안되는 무언가를 저희에게 알리기 위해 이런 식으로 접촉했다는…… 뜻입니다."
[뭔데 그게? 아니 진짜 뭐냐고 그거?]
"굳이 협상이라는 자리를 만든 것도 정보를 들을 자격이 있는 각 세력의 고위급 인사들을 모으기 위해서였고…… 과시하듯이 힘을 보인 것도 정보 전달을 한다는 걸 감추기 위해서…… 로 보입니다."
말을 이으면서도 데몬은 이데아를 힐끔힐끔 보았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거 맞다고 확인을 해줬지만 그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들의 진의가 고위인사 납치, 세뇌가 아니라 정보전달이라고 유추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런게 목적이었면 이런 귀찮은 자리따위 만들 필요없이 적당히 혼자 있을 때 잡아 하나하나 처리하지 뭐하러 굳이 한 자리에 모으겠어. 이것저것 소거하면 결국 남는 건 기밀정보 전달같은 거다.
시그너스는 처음부터 저들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에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으로 자리에 섰다.
"…… 당신들의 목적이 봉인석이 맞긴 했습니까."
"그건 맞다."
어찌됐든 에레브의 봉인석 회수는 반드시 해야하니까. 단지 다른 할 일들도 있었을 뿐. 검호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시그너스의 눈을 피하지 않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세 가지 목적으로 여기에 왔다. 첫 번째는 에레브의 봉인석 회수, 두 번째는 너희가 우리를 얼마나 아느냐를 파악하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너희에게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확인하는 거였다."
확인 결과 이대로 연합을 냅뒀다간 사람들의 위해서 행동하다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대형사고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니 진짜 협박용이었다 해도 에델슈타인의 발전소와 시설들 전부 파괴하겠다는 발상은 그의 어이를 차원의 벽을 뚫고 미우미우 저편으로 날려보내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어이가 날아간 건 연합측도 마찬가지였다.
[알려줘? 뭐를? 대체 그게 뭔데 이 난리를 피운 거야?]
"또 거짓 정보따위 흘려서 함정에 빠뜨릴 작정이었던 거겠지 니놈들은!!"
"당신들의 오해를 정정시켜주고 싶지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일방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그냥 듣기만 하세요."
마나 브레이크의 남은 유지 시간은 약 10분. 마법 사용이 다시 가능해지며 마비 가스를 뚫고 모험가와 기사단이 회의장에 당도하기까지 요점만 전해야 한다.
"일단 본론에 앞서 시그너스 여제님. 좀 전에 저희를 협박하기 위해서였다지만 그 발전소와 시설을 파괴하겠다는 발상은 몹시 위험했습니다."
"무엇이─"
"발전소는 둘째치고 시설의 대다수는 블랙윙이 여태껏 모아온 에델슈타인의 에너지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그걸 다 날려버렸다간 모아놓은 에너지가 폭주해 레벤 광산 아지트는 물론이고 에델슈타인 대륙째로 날아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우리도 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있는데…… 실제론 할 마음이 거의 없었겠지만, 경솔했다."
"만약이라도 저희가 어디 한 번 해보라고 버팅겼다간 어찌 됐을지. 들으면서 참 가슴떨렸답니다."
소리치려던 지그문트와 시그너스가 나란히 경악하는 걸 뒤로하고 검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에반."
"예, 예?"
"왜 니가 여기 있는 거냐."
"…… 네?"
나름 참고있었지만 눈썹 끝이 좀 올라가 화나보이는 얼굴이 된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회복되었다지만 중상을 입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애를 이런 데려오다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시그너스 여제."
"그건 에반 군이 슬리피우드 건으로,"
"그렇다면 차라리 영웅을 한 명 더 데려오거나 제논을 데려오지 그랬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자기 감정도 절제할 줄 모르는 아이를 협상이라는 자리에 데려온 건 명백한 실책이다. 아무리 중요한 증인이라도─"
[마스터를 다치게 한 원흉이 뭐래?]
기습적으로 후두를 맞은 사람처럼 큽, 신음을 삼키며 잠시 침묵한 그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때의 일은 나의 잘못이 맞지만 애초에 위험한 지역에 별다른 준비없이 들어온 쪽도 만만치않게 문제가 많다는 걸 모르나. 그건 용기가 아니라 명백한 만용,"
[마스터 그때 당신이 날린 검기에 당해서 팔이랑 다리가 썰렸었거든?]
"…… 뭐?"
순간 뇌의 퓨즈가 끊겼다. 찰나지간 그의 눈 안에서 붉은 실선이 퍼지는 모습에 세피로트는 재빨리 검호의 등을 퍽! 내리쳤다.
"나랑 의료진이 완벽하게 고쳤었으니까 지금은 괜찮아 형씨."
"정…… 말로?"
"보고서 안 봤어?"
당연히 봤다. 그러나 상세한 부상 부위까진 안 적혀 있었다. 그가 날뛴 여파가 지상까지 번져 마족를 쫓아왔다가 이에 휩쓸려 중상을 입은 채 발견된 에반을 치료시켰다는 내용이 전부였으니까. 이후 계획을 바꾸며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아져 자세히 묻지도 못했다. 만약 의료진이 에반이 검호의 제자였다는 걸 알았다면 더 자세히 적었겠지만 거기까지 알았을 리가.
[무관심하네. 스승이면서.]
"크……!"
"저, 저는 제가 원해서 이 자리에 온 거에요! 스승님을 만나서, 알고 싶기 때문에 온 거라고요!"
에반은 검호의 명치에 팩트를 꽂아넣어 스플래시 대미지를 먹이고 있던 미르를 급히 막았다. 얘가 왜 연합의 히든 카드 비슷한 게 되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계속 냅두면 뭔가 다른 의미로 스승님이 망가질 것 같다.
'거기다 스승님, 뭔가 예전에 비해서 감정을 잘 드러내시는데…… 그래서 더 알기 쉽고.'
아닌게 아니라 이런 자리만 아니었으면 당장 제 앞에 뛰어와 잘렸었다는 팔다리를 확인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좀 전까지 위압감 넘치던 모습 도꼬?
"있잖아 루미너스. 사실 우리 꿈꾸고 있는게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마력로가 욱씬거리는 걸 보니 현실인 것 같다."
"사람, 어떻게든 변한다죠."
계속 황당한 일을 겪다보니 놀라는 것도 지쳐 이젠 그냥 허허로워진 아란과 루미너스였다. 데몬은 본인이 급변했던 장본인이다보니 머리가 아프면서도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저 사람도 무슨 큰 사건 겪어서 변했나보지 뭐.
"그때 그, 슬리피우드 기지에서 스승님을 만났었는데 당신들이 제 기억을 지웠잖아요! 왜 그랬어요?"
"날 만났다고?"
"조우했던 건 맞습니다. 그게 저 소년의 기억을 지운 결정적인 이유였고요."
난 그런 기억 없는데. 그때 당신은 의식이 좀…… 그랬잖아요. 아, 그때였나. 검호는 당시 자신이 몸상태도 상태였지만 정신적으로 나락에 떨어지다시피 했었던 걸 떠올렸다.
"미안하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 뭐라고요?"
"마족 군단장과 싸운 직후 부상으로 잠시 상태가 꽤 안 좋았었는데, 너는 그때 나를 만났던 모양이다. 당시 부상때문에 의식이 모호했던 터라 기억이 없다."
한 점의 거짓없는, 정말 기억이 안 나 미안한 얼굴이라 쇼크를 받은 에반이 더듬더듬 다시 물어보려 했으나 다른 이가 움직이는게 더 빨랐다.
콰직! 테이블 모서리가 쿠키조각처럼 쪼개졌다. 3번째 수난을 겪는 테이블이 이젠 안쓰러울 지경이다.
"딴소리 그만하고 본론이 뭐냐. 그것만 말해라."
여전히 마법은 못 쓰지만 나름 고통에 익숙해져 어느정도 몸을 움직이는게 가능해진 루미너스가 형형히 빛나는 푸른 오른눈으로 검호를 보았다.
"너희가 우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것과 이런 짓을 한다는 걸 알아선 안되는 놈들. 그리고 알려져서는 안되는 이유까지. 시간없다고 한 건 너희 아니었나."
"미안 미안~ 일단 굳이 이런 짓을 한 이유부터 알려줄게. 우린 아직 너희와 적으로, 그게 아니더라도 호의적인 관계로 비춰져선 안되거든."
괜히 한통속으로 보였다간 그놈이 직접 날아와 여길 빵! 다 쓸어버릴 수 있고. 10분도 안 걸릴 걸? 세피로트의 양 손으로 손가락 총을 쏘는 시늉에 몇몇 이들은 반사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렸다.
"프라이쉬츠가 뭘,"
"최소한 둘. 안전선은 셋. 요주의 인물인 그놈을 처리한다면 둘도 좋고. 그게 안된 상태에서는 차라리 지금처럼 적대관계인 편이 너희에게 안전할 거야."
연합뿐만 아니라 블랙윙, 아니 용의 후예 역시 군단장을 적대시하고 있다. 세피로트는 그 사실을 못박아주었다.
"다음은 이데아 당신이 해줘."
"멋대로 나서버리고선 한다는 말이…… 나중에 얘기합시다. 그럼 왜 이런 걸 알려주냐면, 저희 노바족은 당신들 연합, 더 크게 보자면 메이플 월드와 적대시할 마음은 없기 때문입니다. 괜히 다른 차원에서까지 싸우고 싶지 않거든요."
아까전에도 말했다시피 저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고향 그란디스을 구하는 겁니다. 전쟁은 너무 오래 겪어서 지긋지긋하고, 가능하다면 상부상조하고 싶어요?
"웃기지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아, 아란 누나?"
"백 번 양보해서 너희가 정말 우리를 적대시할 마음이 없다고 치자. 그런데 지금 니놈들이 하는 일이 뭐지? 자기들 세계 구하겠다고 우리 세계를 지키고 있던 봉인석들을 모조리 훔쳐가는 거잖아!"
언행불일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과 행동, 그 결과를 지적하고 있었다.
"본심이야 어쨌든 니놈들이 하는 일은 우리 세계를 위협하고 있지. 거기다 그걸 멈출 생각따위 없고, 타협도 안된다. 그럼 적이지. 내 말이 틀렸나?"
진심따위 의미없다. 중요한 건 직접 하고있는 행위와 결과다. 냉정할정도로 칼같이 끊어내며 고한 아란은 서슬푸른 냉기를 뿌리는 폴암을 겨누었다. 코앞에 들이밀어진 창날에 이데아는 난감한 기색이 되었다. 이래서 영웅은 상대하기 싫다니까.
흔히 영웅이라 불리는 인종이 역경을 헤쳐오며 쌓아온 가치관과 정의, 판단은 그 자체로 상당한 무게가 있다. 당장 자신들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를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갈팡질팡했던 시그너스가 아란의 말에 듣고보니…… 라는 얼굴로 변한 것만 봐도 꽤나 설득된 모양새다.
고로 영웅의 주장은 같은 영웅의 말로 맞받아쳐야 한다.
"끝까지 들어라. 그렇기때문에 너희가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어디의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겐가. 자네들이 하고 있는 일? 군단장의 계략? 납득가지 않는 이유라면 자네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 간에 그녀의 말대로 적으로 볼 수 밖에 없네. 구차한 사연이 죄를 정당화해주지 않아."
"당연히 메이플 월드의 상황입니다. 지금 메이플 월드는 당신들이 아는 것 이상으로 처참하니까요."
바람의 정령으로 가스가 벽 안으로 넘어오지 않게 하며 동시에 벽 밖의 기사단과 모험가들의 동태를 살피던 은월이 조용히 말했다.
"너희때문에 처참해진 건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이 아니라, 근본적인 부분을 말하는 겁니다."
카이저가 손목시계로 마나 브레이크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대꾸했다.
"저희의 세계 그란디스는 붕괴되던 중 메이플 월드와 통로가 뚫렸고, 차원의 벽 사건으로 키네시스 소년의 세계 역시 메이플 월드와 이어졌습니다. 두 세계와 합쳐지는 중인 이 메이플 월드란 차원은 과연 어떤 상태일 것 같습니까?"
"그건……."
"하나 더. 저희 노바족이 살기 위해서,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란디스를 구하는게 아니었습니다."
까짓거 그냥 연결되버린 메이플 월드로 이주하면 그만이었죠. 여기 종족도 엄청 다양해서 원래 있었던 종족이라고 적당히 위장하기도 쉽고. 실제로 결정적인 증거가 들어오기 전까지 그들은 노바족이 용족의 변종이나 알려지지않은 종족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왜였을 것 같습니까."
"검은 마법사때문에……?"
"저희와 전쟁을 했던 종족에도 이 세계의 검은 마법사와 비슷한 존재가 있었습니다. 좀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강대한 적이 있다는 게 이주를 포기할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어떤 적이든 코앞까지 다가온 세계 멸망보단 나으니까요."
오히려 그 적과 함께 싸워주는 걸로 손쉽게 정착에 대한 도움을 받아낼 수도 있었을텐데 그것도 포기했습니다. 거듭된 부정과 앞서 한 말의 문맥으로 볼 때 정답의 대략적인 윤곽을 짐작한 이들은 설마하는 불안감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는 이들 역시 있었다. 카이저는 그들의 면면을 흝어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의미로 메이플 월드는 그란디스보다 질이 나쁘다. 최소한 그란디스는 '멸망해가고 있다'는게 피부에 와닿기라도 했는데, 여긴 그런 것조차 없이 평화롭기만 하니. 수 백년 간 전쟁도, 큰 분쟁도 없었던 이들에게 너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완전히 썩어문드러졌다는 걸 어떻게 믿게 할까.
그는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2분 30초 남았습니다."
"벌써?"
"영양가 없는 대화로 대부분의 시간을 써버렸잖습니까. 빨리 마무리 해주세요."
아무렇지않게 검호를 디스한 카이저는 제 할 말 다했기에 얌전히 입다물고 남은 시간을 카운트했다. 최종적인 공을 넘겨받은 검호는 일어날 준비를 하며 시그너스 여제와 눈을 맞췄다.
"검은 마법사가 왜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는지 알아내라. 그런 다음에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든 말든 어떻게 할 지 정해라. 적어도 너희가 지금 이대로 계속 행동하는 건 좋지 않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예상밖의 존재에, 그리고 그 의미에 진지하게 듣고있던 시그너스와 연합측 이들은 하나같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우리가 그런 걸 굳이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심지어 그 존재와 직접 싸우기까지 했던, 영웅이었던 당신이 놈의 사연따윌 알아보라는 말을 하는 저의가 뭡니까."
다른 때였으면 좀 돌려 말했겠지만 심기불편한 상태에서 나오는 말은 절제되지 않아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호는 어째 제 말투가 그년과 닮아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완곡하게 돌리면서 최대한 이해가 되도록 말을 골랐다.
"시그너스 여제. 너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세계와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확신하나."
"당연한 것을 왜 묻습니까."
"만에 하나, 아니라면 어쩔거지."
"그럴 리가─"
"모두를 위한다고 한 행동이 알고보니 제 무덤으로 달려가는 짓이었고, 세계를 구하려던 노력이 사실 세계 멸망에 일조되었다면 믿을 수 있나."
말이 되는 소릴 하라고 쏘아붙이려 했으나, 한없이 진지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붉은 시선에 시그너스는 입을 다물었다. 상대는 왜인지 몰라도 저런 상태가 되었으나 어쨌든 최강의 검사이자 가장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영웅. 거기다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가며 전하는 말이 아주 빈말이나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최소한, 들을 가치가 0일리는 없다.
머리의 열을 식히며 나름 진정한 것 같은 시그너스에게 검호는 말을 마저 이었다.
"…… 검은 마법사는 그 모습이 되기 전엔 젊은 나이에 현자라고까지 불린 대마법사였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를 지탱하는 초월자 중 한 명이지. 그런 놈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데엔 그에 따른 이유가 있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게 무슨 말이냐!? 아니 거기다 니놈이 그걸 어떻게……!"
[초월자라는 게 뭔데?]
"지금 소리친 놈과 영웅들에게 물어봐라. 잘 대답해줄 거다."
당황하며 일어난 루미너스를 가리킨 그는 시그너스를 다시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인상을 쓰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냥 다 말해주면 되는 것을 왜 이런 식으로 번거롭게 알려주는 겁니까."
"그러면 당신들의 행동이 급변할 거고, 연합의 동태가 갑자기 이상해진 이유를 알아낸 그놈이 당신들을 빵! 해버릴 거거든."
"거기다 질문의 답을 알게되면 저희의 행동이 바뀔 거라고 확신하고 있군요."
"당신은 메이플 월드의 황제니까요. 변하지 않을 리 없죠."
"뭣보다 시간이 없다."
매우 의심스러우나 아주 흘려들어서도 안되는 말들. 그 중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실들만 선별하며 시그너스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런 짓까지 해가며 저희에게 이 사실들을 전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모르면 후회하니까."
의구심이 떠오른 시그너스에게 검호는 쓰디쓴 표정을 지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사람들을, 세계를 위해 한 일들이 사실 장대한 삽질에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하는 짓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는 건 정말…… 내 빈약한 어휘력으론 다 표현못할 정도로 비참하거든."
그게 상황이 진행될대로 진행되어 돌이킬 수도 없다는 것까지 알게 되면 더더욱.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득하게 묻어나오는 감정에 시그너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건 경험담이다. 허투루로 넘겨서는 안 된다.
"질문의 답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슬리피우드 아지트에 있는 그것을 데려가고, 페어리 퀸 아마란스에게 가봐라. 충분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어떤지 알만한 단서는 당신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믿기 힘들만큼 터무니없을 뿐이죠."
아지트에 마족들이 있긴 하지만 적당히 상대하면 그것을 내줄 거고, 페어리 퀸은 프리드와 함께했고 그의 유산도 지키고 있으니 거기에 가는 방법도 알 겁니다. 검호측 이들은 재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이제 봉인석을 주길 바란다."
"…… 좋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알려주시죠. 이것까지 가져감으로 모든 봉인석을 손에 넣어서 어쩔 계획입니까."
시그너스의 질문에 검호는 이데아를 힐끗 보았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고, 허락을 받은 그는 답해주었다.
"하나로 만들 거다.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그…… 게 무슨?"
"질문은 하나였지않나. 이걸로 끝내지."
봉인석을 받아든 검호는 바로 카이저에게 가방을 넘겼고, 그는 곧장 날개를 펼쳐 상공에 떠있는 비행선을 향해 날아올랐다. 뒤이어 은월이 바람의 정령으로 몸을 띄웠고, 세피로트와 검호는 그조차도 필요없이 그냥 땅을 박차 선체 위까지 뛰어올랐다. 둘이 도약한 자리는 움푹 꺼졌다.
헌데 어째선지 이데아는 날개까지 폈으면서 바로 날아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남아 시그너스와 연합측 이들을 빙 둘러보았다. 카이저의 날개보다 더 길고 폭이 좁은 비룡의 것 같은 날개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렸다.
"설마 또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뇨. 새삼 이렇게 보니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만약 저희가 좀 더 무지했다면 그가 아니라 당신들과 손을 잡아 저희 세계를 구하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는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죠.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니. 하지만 재미만 따지면 그보다 당신들과 있는 쪽이 더 즐거웠을 것 같네요.
"요지가 뭡니까."
"없습니다. 시덥지않은 상상일뿐이죠."
그와 손잡은 순간 이루어질 수 없게 된, 그에 의해 진실을 몰랐으면 맞이했을 미래. 그녀는 가볍게 땅을 박차 날아가다 중간에 뚝 멈췄다. 그러고보니 하나를 빼먹었다.
"참, 여제님. 마지막으로 하나 알려드릴게 있습니다."
"필요없으니 얼른 꺼지시죠!"
"아까 전에 에레브에 마나 브레이크가 통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 말인데─"
그거 거짓말입니다.
========== 작품 후기 ==========
석화 저주의 시동어마냥 불유쾌한 진실이 정수리부터 끼얹어져 전신에 콸콸 쏟아지며 시그너스와 주위 사람들을 쩌저적 굳게 만들었다.
"청문회 건으로 급하게 에레브와 황제의 혈통에 대해 조사하며 여러 가설들을 세웠었거든요. 마력 인자가 어쩌고 하는 건 유력 가설 중 하나였습니다. 진실은 저희도 모릅니다."
"당, 신들 정마아아알──!!"
"진실이 뭔지는 여러분이 알아봐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이번처럼 상대의 그럴싸한 말에 속아넘어가지 않죠.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을 가장 잘 아는 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만약 그것에 대해 적이 더 잘 알고 있다면 그건 더이상 손 안의 유용한 물건이 아닌─ 언제 제 손을 뚫고 나오는 무기가 될 지 모르거든요."
지금처럼, 그리고 저희가 옛날에 배신자 매그너스에게 당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데아는 다시 날개짓 해 갑판 위로 올라갔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태운 비행선은 푸른 마력을 흩뿌리며 에레브 상공을 벗어났다.
***
이번 편 진짜 개판으로 써버렸다... 중간고사랑 자격증 시험 나가 죽어라...
키네시스가 한 일:고고도에서도 안 지워지는 특수 분장하고 존나 상태 안좋은 척 하며 염력으로 섬 좀 흔들고 잠깐 영상 끊겼을 때 피눈물약 넣고 2차 연기한 거(…) 이데아는 속으로 검호 이 인간은 왜 저 어린애보다 연기실력이 안좋은지 깠습니다.
영웅즈에 비해 데몬이 상황파악을 잘하는 이유는 데몬의 유능함도 있지만 시각의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영웅즈는 '저걸 어떻게 막고 해결하는가'를 먼저 떠올리지만, 데몬은 '저건 무엇을 목적으로 일어났고 이러이러한 걸 노릴거다'를 떠올립니다. 이는 사건을 해결하는 이(영웅)와 사건을 일으키는 이(군단장)의 입장 차이에서 오는 거라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 챕터는 '앎의 고통'으로, 에반의 시점이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쓸데없지만 뜰에 자잘한 설정들을 묶어 올렸습니다. 몰라도 본편을 보는데엔 별 지장 없지만, 궁금하신 분은 가서 보세요.
외전 편 리코멘은 #입니다.
@Raseuna - 군단장들에게 연합과 노바족(블랙윙)이 적대관계로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아직까지 오르카가 실각되고 검호가 실세라는 사실은 전달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뽀록나겠죠.
@류동지 - 카벨룸 난이도에 연합 광광 울어욧!
@로퓔랜 - 피를 토하진 않고 피눈물(웃음) 흘렸습니다.
@밤일 - 그래서 드래곤은 마법사에게 천적에 가까운 종족입니다만, 사실 저정도로 강한 드래곤 피어는 흔하지 않습니다. 아스카니까 저정도죠.
@레볼레이션 - 그리고 5월되기 전에 겨우 왔다고 한다.
@Sisre - 다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까줬습니다.
@이루카이저 - 옥의 티가 있습니다. 이데아는 B컵이라 표지처럼 빵빵하진 않아요(소근)
@토끼슬라임 - 옙! 감사합니다!
@Ratios - 아무상관없지만 페그오에서 바토리를 뽑아 열심히 사용하는 동생이 떠올랐습니다.
@DIO루가 - 예전에 설정으로 언급했지만 키네시스는 순수 잠재력만 볼때 트립퍼급까지 성장할 수 있습니다.
@Skyhappiness - 아니 이데아도 실제로 터뜨릴 확률은 적다는 걸 바로 눈치깠지만 대놓고 튕겼다가 만에 하나 진짜 저지르면 엿되는거 알고 빨리 꼬리내려준 겁니다.
@월하만향 - 는 실상 쇼였습니다. 그래도 섬을 흔들 출력이긴 하지만!
@k52023 - 누가누가 더 좆되는가의 싸움.
@랴누 - 다행히 흔들리기만 했답니다.
@수평선의늪 - 레알 울었음. 누가 노조 좀 만들어줬으면 하고 빌었다고 함.
@미카츠키아이코 - 염동력은 심플하면서 강력하죠.
@노란우산s - 드는 건 구라였지만 방한복 안 준건 진짜였다고 합니다.
@찬양천사 - 저도 종종 라테일 로딩중 일러볼때마다 그런 느낌 들어요.
@Blake117 - 듀오보다 여제님께 애도를.
@sanya -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거라고요~?
@AmaryIIis - 저는 쓰면서 다시는 이런 협상편따위 쓰지 말자고 맹세했는데...
@생명체는꿈을꾼다 - 재탕하시는 분들 많아?!
@적현월 - 사실 낚시였습니다!
@LittleBiber - 법사만큼은 아니지만 전사들도 스킬은 못써요? 순수 힘으로 섬 박살내려면 완전체 아리아 여제님 정도 데려와야 함.
@이름일껄 - 거기에 +아스카.
@칼크래프트 - 노바족은 현재의 모습이 되면서 드래곤 피어나 등등은 못 쓰게 되었지만, 그 흔적은 이리저리 남아있습니다. 특히 이데아는 비룡의 후예라 울음소리로 약간의 경직을 일으킬 수 있음.
@Liber720 - 비행정은 앞서 멀리 보내뒀죠! 이런 짓을 할테니 사전에 범위내에서 빼둔 거였습니다.
@드라몬 - 자고로 거짓말은 크게 칠수록 잘 먹힙니다.
@밤일 - 그리고 에레브는...(웃음)
@킴마령 - 매번 늦어서 죄송합니다. 4월은 시험의 달이었습니다.
@책벌레씨 - 그러면서 데몬이 묘하게 상황판단이 빠른 이유:이런 짓을 저지르던 입장이었다.
@ReFrante - 세세하게 조금씩 상황 납득시켜가며 알려줄 예정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시간낭비를 해버려서 그냥 지식있는 곳과 사람을 알려주고 종료.
@니벨샤니 - 넵! 에레브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마력이지 인위적인 마력이 아닙니다. 즉 처음부터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J스티카 - 마나 브레이크는 어떤 형태로 일으켰나에 따라 다르지만, 용의 포효로 일어난 마나 브레이크는 일정 시간동안 유지되다 서서히 되돌아오는 형태입니다.
@Legendssj2 - 그래서 바로 지적한겁니다. 나중에라도 레지스탕스가 레벤광산 기지를 습격할때 조심하지 않으면 본인들 자살하는 꼴이 되거든요.
@Faceless - 정작 사이키커는 다신 사람이 선 땅을 못 들게 되었지만요!
@마셜리 - 이번 편 요약:(검호측)제발 너희 알고 행동해라. 우린 너희랑 싸울 마음은 없지만 상황상 아직 적으로 보여야 해서 이러는 거고, 니들 세계 진짜 상태 안좋으니까 여기서 자세히 안 다음에 행동해줘 응?
@대해원 - 무지는 죄입니다(폭소)
@mmo0522 - 심플 이즈 베스트!
@갓타치 - 협박은 자고로 배짱입니다.
@망한필력 - 그리고 다음 챕터는 엿먹은 연합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주가 되겠습니다.
@AbViaLectea - 이데아:저희는 평화주의자에요?
@닝겐노히페리온 - 본부와의 교신을 끊었습니다.
@디자울 - 거기까지 멀리 갈 필요가 없었거나, 개척할 필요가 없었거나겠죠.
#루키오 - 아스카를 초반부터 붙여준 이유가 검호의 멘탈케어 때문이었습니다. 아스카와 파픈이 없는 미래요? 대신 프라이쉬츠랑 검마와 친구가 됩니다(진짜로)...
#snowday - 이미 누가 먼저 들을지는 정해놨습니다. 누군지는 노코멘트!
#생크림맛생크림 - 글쎄요. 하이랜더가 사랑했던 건 여자에 자신과 함께했던 여은월이지 현재의 남은월이 아닌지라.
#레볼레이션 - 한 반정도는 거짓말입니다.
#생명체는꿈을꾼다 - 하이랜더 나오는데요?
#디자울 - 그 바람으로 형상을 만든건데요!? 겨우 나왔는데 허무하게 없애지 말아주세요!(절박)
#XxCDCxX - 주※ 동명이인 가능성.
#kaizeth - 그것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나중에 본편에서 나올겁니다.
#Sisre - 향후 챕터들은 뭐든간에 다 멘탈 갈려요.
#검은짱돌 - 힌트를 드리자면, 프리드는 은월에 관한 책을 찾다 덤으로 검호의 책도 찾은 겁니다.
#Legendssj2 - 하이랜더의 출연자체는 진짜에요!
#Ratios - 라테일 등장인물은 출연예정 없습니다.
#ReFrante - 그렇지만 정말 못찾으면 내용 진행이 안되겠죠?
#AbViaLectea - 세계+빛오버 입장에서 개꿀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