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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억……!]
정수리에 마하를 직격당한 벨룸의 고개가 수직으로 꺾였다. 입 안 가득 고였던 유황불이 줄줄 흘러내리며 땅을 녹였지만 아란은 사냥에 나선 맹수처럼 땅를 박차 벨룸의 머리 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제야 날 부르다니, 느려터졌잖아 주인!]
"미안. 널 써야할만한 적이 지금까지 없었거든."
그녀의 손이 닿은 순간 집채만한 크기였던 마하는 순식간에 평범한 폴암의 사이즈로 줄어들었다. 손안에 번지는 냉기에 절로 눈꼬리를 휜 그녀는 비틀거리며 머리를 들어올리는 벨룸을 보며 자세를 잡았다.
[호오, 꽤 강한 놈인데? 거의 군단장 급이야.]
"죽이면 안 돼. 살려둬야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 정도야 쉽지!]
평범한 폴암을 들어도 강한 그녀지만 마하를 든 순간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배 이상 뛰어오른다. 그 이유가 8백년 만에 루타비스에서 펼쳐졌다.
마하의 도끼날에 차가운 얼음빛이 맺히며 무시무시한 냉기와 함께 눈보라의 결계가 일대를 장악했다.
[기물의 힘따윌 빌리다니, 네년!]
"옛날에 군단장 놈들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그놈들에게 한 내 대답도 모두 같았고."
팔을 타고 올라오는 황금빛 영기(靈氣)가 그녀에게 끊임없이 활력을 제공해주며 힘을 증폭시켰다.
"뭔 무기를 쓰든 쳐죽이기만 하면 그만이야!!"
콰아아앙──!! 새파란 참격이 반원을 그리며 벨룸을 내려쳤다. 가히 산을 쪼개고도 남을 일격에 거체가 땅에 처박히며 동굴은 무너질듯이 뒤흔들렸고, 몰아치는 눈보라에 흘러넘친 용암마저 굳었다.
[죽이면 안된다며? 내가 타점 빗겨내지 않았으면 저거 머리 쪼갤 뻔 했잖아!]
"네가 안 했어도 마지막에 힘 빼려 했거든?"
[얼씨구. 간만에 힘이 넘쳐서 완전 텐션올리고 휘둘렀으면서.]
"시끄러."
마하는 자아을 가진 무기이기에 스스로 주인의 공격을 정확하고 강력하게 보정시켜줄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선 지금처럼 고의로 빗맞추게 할 수도 있다. 거기다 각종 디버프를 해제시켜주고 강력한 버프를 걸어주는 건 물론, 결계를 펼쳐 주인에게 최적의 전투 환경까지 만들어 줄 수 있다. 그야말로 최강의 무기다운 성능인 것이다.
8백 년간 리엔에서 축적시킨 냉기를 다 발산하겠다는 양 벨룸을 사실상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으면서 눈보라가 그치지 않아 한쪽 뿔이 부서진 벨룸의 몸 위로 빠르게 눈이 쌓였다.
"야. 정신차리고 있는 거 아니까 묻는 말에 대답해. 검호가 어땠었길래 광전사니 뭐니 지껄였던 거야?"
[이년이…….]
[괜히 시간끌지말고 말해라. 내 주인은 성질 급해서 늦으면 남은 뿔 하나도 잘라버릴 거니까.]
[무기고 주인이고 시건방지기 짝에 없구나!!]
포효와 함께 벨룸은 땅 아래에 파묻혀있던 꼬리를 움직여 아란이 서 있던 땅을 무너뜨리고 녹색 번개를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회심의 공격은 아란이 직접 나설 것도 없이 마하가 눈보라의 결계와 극심한 냉기로 벼락의 경로를 비틀고 위력을 경감시켰고, 그 사이 그녀는 재빨리 얼음으로 발판을 만들어 자세를 잡았다.
"이 새끼가, 좀 빨리 끝내려 했더니."
제대로 밟아줘야 묻는대로 대답하겠구나.
아란은 도끼날보다 더 시퍼런 눈을 치켜뜨며 동굴을 장악한 눈보라의 결계를 응축시켰다. 마하의 끝에 집중된 눈보라는 짐승의 울부짖음같은 거친 바람소리를 토해냈고, 설산같은 거체와 빙하를 벼려낸듯한 얼음 발톱과 이빨을 가진 흡사 신화 속에 나올법한 늑대로 화했다.
"이거 쳐맞고 멀쩡하면 그 반마족 새끼급이라고 인정해주마!"
마하와 함께 휘둘러진 눈보라의 환수가 벨룸을 내리찍었다.
***
에반side.
마지막 기억까지 본 뒤 우리는 거울에서 나왔다. 반사적으로 침대쪽을 보니 데몬 씨는 무슨 안 좋은 꿈을 꾸는지 인상을 쓴 채 주무시고 계셨다.
"…… 뭔가 굉장히 지치네."
"이번 일로 정신적 피로가 뭔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여제님한테 보고는 나중에 드릴 거지 마스터?]
"응. 지금은 좀 쉬고 싶어"
데몬 씨가 누워계신 침대 근처에 대충 주저앉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깃털이랑 구름무늬네.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에레브답구나.
"스승님은 왜 영웅이 되셨을까?"
"예?"
"그토록 집에, 원래 세계에 돌아가고싶어 하셨으면서 왜 영웅이라 불릴만큼 메이플 월드 사람들을 구했고, 군단장과 검은 마법사랑 싸우신 거지?"
그건 스승님 자신에게 득이 되는 행동이 전혀 아니었을텐데.
"본인에게 물어본 적 없습니까?"
"스승님이랑 같이 다녔을 때 난 그분이 이렇게 대단한 영웅인 줄 몰랐어."
[뭔가 굉장한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세계를 구한 영웅이라곤 상상도 못 했지.]
"옛날 이야기는 잘 안 하셨어."
왜 과거를 거의 말하지 않았는지 지금은 알 것 같다. 현 시대 기준으로 검은 마법사와의 전쟁은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봉인에서 막 깨어나신 스승님에게는 불과 며칠 전 일이었을 테니. 그 때의 끔찍했던 나날을 떠올리기도 싫었던 거다.
"생각해보니까 스승님, 눈을 뜨니 8백 년이란 시간이 지난 건데 어딜 가도 거의 당황하지 않으셨네."
스승님 입장에서 8백 년 전이나 후나 결국 다른 세계니 그랬던 거다. 오히려 편의성이나 각 지역들의 상황 등의 면에서 살기 좋고 평화로운 지금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아란 누나나 팬텀 씨는 변해버린 세계의 모습에 이래저래 당황하고 놀랐는데.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금은 그런 일들을 하고 계신 걸까……?"
많은 의문이 풀렸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의문들이 차올랐다. 상자 속의 상자처럼, 가지고 있던 조각들을 겨우 맞췄더니 모자란 조각들이 뭔지 선명하게 보인 것이다.
팬텀 씨가 말했듯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승님이 메이플 월드에 온 그 날부터 지금까지 쭉 원래 세계로 돌아가길 원하는 건 팬텀 씨가 말한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이루는 방법은 완전히 변했다. 과거엔 어땠는지 몰라도 사람들을 구하는 형태에서 현재의 거대하고 알 수 없는 형태로. 그 편이 빨라서든, 편해서든, 안정적이어서든. 마땅한 이유가 있으니까 변했을 거란 말이다.
결국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스승님은 왜 저렇게 변했는가'.
'그란디스에서의 일때문이 분명한데.'
파픈스타를 만나러 그란디스에 간 2년 동안, 아니 소드 댄서로 활동 시작한 기간을 제외하면 나와 헤어진지 몇 달가량의 짧은 시간안에 스승님은 저렇게 변해버릴 정도로 큰 사건을 겪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아스카 씨와 파픈스타란 사람과 함께인 스승님에게 그만한 시련? 격렬한 사건? 같은 게 뭐 있지?
'일단 노바족은 검은 마법사와 비슷한 게 자신들의 세계에도 있었다고 했으니까 그거 관련일까? 검은 마법사같은 존재와 그란디스에서 싸웠다면…… 싸우는 게 아니더라도 그만한 존재면 스승님을 고난에 빠뜨릴 순 있겠네.'
근데 이러면 그 파픈스타란 군단장이 무지막지한 힐러인 게 걸린다. 데몬 씨의 기억에서 군단 단위의 힐링을 펑펑 써재끼던 그 여자라면 동료인 스승님을 큰 고통? 사건? 에서 그런 모습이 되도록 내버려뒀을 리가 없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데몬 씨의 기억에서 본 것만으로도 그녀의 실력이 얼마나 굉장한지 알았기에 더더욱 지금 상황이 이상했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들던 무렵, 데몬 씨가 일어났다.
"크……."
"아, 일어나셨어요?"
"꿈자리가, 꽤 사납군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누르며 일어난 데몬 씨는 몇 분 동안 인상을 쓴 채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이마와 눈가를 감싼 채 두통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원하는 건 알아냈습니까?"
"네. 확실하게 알아냈어요."
"다행이군요."
[무슨 꿈을 꿨길래 그런 얼굴이야?]
"여러분이 본 제 기억들을 꿈으로 꿨습니다."
순간 피가 차갑게 식었다.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부분부분 봤습니다. 참 많은 기억들을 둘러보셨더군요."
"그, 그게."
"탓하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그의 목적을 알기 위해 필요한 행위였고, 저도 이렇게 꿈으로 꿀 걸 하인즈 씨에게 들었으니까요."
두통이 어느정도 가라앉았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데몬 씨가 느리게 침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에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쳤다.
"…… 과거를 알게되니 제가 두렵습니까 에반."
"그건,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각오했으니까요."
당신이 제게 호의를 보인 건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몰랐기 때문이었으니, 알게 된 지금 꺼리는 건 이상한 게 아니죠. 오히려 그런 짓을 저지른 저를 잘 대해주는 것이 이상했던 거니까요. 흩어지는 연기처럼 흐리게 웃은 데몬 씨는 걸어둔 옷을 챙겨입고 방 밖으로 나서려 했다.
그를 붙잡아야 한다. 이대로 혼자 보내기엔 뭔가, 뭔가가 이건 아니다.
"자……잠깐만요! 더 물어볼 게 있어요!"
"…… 뭡니까."
왜 하필, 군단장이 되셨던 거죠?
문고리를 잡고 막 나가려던 데몬 씨가 스르륵 고개를 돌렸다. 산 사람이 삐그덕 관절을 돌렸다기보다 유령이 이쪽을 바라보는 그런 느낌의, 마치 죽은 시체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가족을 위해서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심장을 잃어버린 이가 말했다.
"같은 반마족임에도 약하게 태어난 동생과, 인간주제에 순혈 마족과 결혼해 피를 더럽혔다고 핍박받는 어머니를 위해."
그 동기는 정말 순수했지만.
"힘을 길러 가족을 지키려 했는데, 지킬 수만 있었지 차별하는 환경 자체를 바꿀 순 없더군요."
너무 순수해서 다른 것을 허용하지 못했다.
데몬 씨의 가족은 자식들이 반마족이란 이유로 이주한 마을에서까지 차별당해 결국 리프레 중심이 아닌 외곽쪽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동생과 함께 중심가에 심부름을 갔다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동생이 한 마을 청년에게 심하게 맞았는데, 당연히 자신은 그 청년을 보복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 청년은 마족에게 애인을 잃은 이였다고.
"그로부터 며칠 뒤 그 자를 만났습니다. 자신의 손을 잡으면 어떤 종족이든 차별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차별받는 것에 질렸다. 아무리 힘을 길러도 가족을 완벽하게 지킬 수 없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바꿔야만 사는 게 좀 괜찮아질텐데, 그만한 힘도 없다.
그리고 눈앞의 이 자는, 힘이 있다.
"그래서 군단장이 됐습니다."
그를 따르면 가족이 더 살기좋은 세상으로 바뀔 거라는 희망으로.
"…… 결국 다 허상이었지만요."
"그, 렇다면!"
왜 지금은 연합에 있는 거죠?
데몬 씨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가 보여주는 이상은 모두 가짜입니다.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간단히 소원을 들어주는 것 같지만, 그가 내주는 것들은 전부 이용하기 편하게 옭아매는 사슬일 뿐이죠."
힐라의 영생, 반 레온의 힘, 윙마스터의 육체처럼.
"그리고 쓸모가 다하면, 그냥 버립니다."
자신과 같이.
"원하는 걸 다 손에 넣은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가장 소중한 걸 잃을 뿐."
그게 검은 마법사를 따르는 이의 말로입니다.
"저는 저같은 이가 나오는 걸 막을 겁니다."
혹여나 그가 내미는 눈부신 이상과 끝모를 힘에 홀려 손을 잡는 이가 나오지 않도록, 자신같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가 더 생기지 않도록.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과오를 바로잡고 복수하기 위해.
"충분한 대답이 됐습니까?"
"…… 네."
데몬 씨의 과거들을 보고 헝클어졌던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솔직히, 방금 전까지 무서웠어요. 그 많은 기억들을 봤는데 데몬 씨에 대해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봤으면서 몰랐다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의 데몬 씨라는 사람에 대해서 몰랐단 말이에요."
궁금했던 걸 다 들은 지금은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데몬 씨를 똑바로 보았다.
"데몬 씨가 옛날에 굉장히 많은 잘못들을 저지른 걸 알았어요. 그리고 이젠 그것들을 모두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게 의심할나위 없는 진심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러니까 믿어요."
절대 예전처럼 될 리도, 연합을 배신할 리도, 과오를 반복할 리도 없는 것을.
내 말에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문고리를 잡은 채 멍하니 날 보는 데몬 씨에게 다가가 빈 손을 잡았다.
"같이 시그너스 여제님에게 보고하러 가요."
"아…… 알겠습니다."
"미르, 제논! 너희도 따라와!"
[알았어 마스터~]
내 마스터 대단하지? 그치? 정말 대단하네요. 뒤에서 둘이 뭐라고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 복도에선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되려 내가 더 시끄럽다고 미르에게 지적받아야 했지만.
***
아란side.
"하아아……."
폐부에서 쏟아지는 숨이 뜨겁다. 간만에 버프 잔뜩 쓰고 날뛰었으니 어쩔 수 없나. 그나마 사방이 눈과 얼음에 뒤덮혀 있어 아드레날린에 달궈진 몸은 빠르게 식어갔다.
[진짜 질기네 저 뱀새끼.]
"꼴에 생명의 초월자 힘 갖고 있단 거지 뭐."
마하를 짚고 몸을 일으켜 놈의 가까이에 갔다. 전신이 돌인 놈이라 생사파악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는데 바위 마디 틈 사이로 붉은 용암빛같은 것들이 희미하게 비치는 게 일단 숨은 붙어있는 모양이다. 허, 펜릴을 맞고 살아있다니. 그거 맞고 멀쩡히 일어났던 군단장은 진짜 그 반마족 새끼뿐이었는데. 다른 놈들도 직격은 피하려 했던 거라고.
'근데 이 상태면 대답을 듣긴 힘들 것 같은데.'
젠장 역시 너무 텐션 올렸나. 포션이라도 하나 부어줘야하나 망설일 때 갑자기 발치에 왠 나무 열쇠같은 게 뚝 떨어졌다. 뭐지? 함정같은 건가.
[가져가라.]
"흐응, 용케 정신 차리고 있었네."
[봉인을 해제시킬 열쇠다. 우리가 패배했다고 판단되는 상태가 될 때 저절로 나타나게 해뒀지.]
그 말에 잽싸게 열쇠를 주워 코트 주머니 안에 넣었다.
"말하는 거 보니 의외로 멀쩡한가봐?"
[니년 눈깔은 썩은 슬라임 눈깔인 모양이군.]
한 번 더 펜릴 날릴까. 마하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마하가 작게 '여기서 더 치면 진짜 죽어 망할 주인'이라며 안 움직이려고 땅에 박혔다. 이놈을 먼저 후려야하나.
"어쨌든 입을 살았으니 묻는 말에 대답은 되겠네. 아까 그를 광전사라 부른 이유가 뭐야?"
[우리가 이곳을 습격했을 때 뒤늦게 나타난 그 남자가 부상당한 자신의 부하들을 보고 미친듯이 날뛰었기 때문이지.]
"겨우 그걸로?"
[우리로 인한 피해보다 그가 날뛰며 일으킨 피해가 훨씬 더하다면 이해하겠나.]
그건…….
[니년이 아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본 그는 최악이자 최강의 광전사였다.]
다친 부하들이 널려있다는 사실마저 잊고 미쳐날뛰다 끝내 자신을 말리려던 동료마저 베어넘긴 광전사. 도무지 믿을 수 없었지만 내 직감은 놈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알렸다.
여태껏 틀린 적 없는 직감인데 그럼에도 검호 그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대체 네년이 아는 그가 어떤 사람이길래 그딴 얼굴인 거냐.]
"영웅…… 이었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의 의지로, 사리사욕따위 내세우지 않고 오직 정의를 위해 -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군단장과 싸우고, 검은 마법사와 대적했으며, 우리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 동화 속의 영웅이 아닌 현실의 사람이. 믿을 수 없을만큼 강할뿐만 아니라 청렴하고 고결했던 '이상적인 영웅'. 그게 내가 아는 검호였다.
[……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그래. 지금 그는 변했으니까─"
[아니. 처음부터 네년은 그 남자를 잘못 봤던 거다.]
"뭐야?"
몸 곳곳에 서리가 끼고 고드름이 박힌 놈이 몸을 일으켰다. 미친 벌써 회복했어!?
[네년이 지금의 그 남자를 모르는 건 과거의 그도 잘 몰랐기때문 아닌가. 그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보이는 대로 믿었을 뿐. 이제와서 알려는 것 자체가 그 자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영웅적인 행위를 했는지 예전엔 알려하지 않아서겠지.]
"네놈이 뭘 안다고!"
[그 말대로 나도 그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그저 주군의 새로운 협력자이며, 수틀리면 끔찍한 광전사로 돌변한다는 것만 알 뿐. 하지만 네년이 말한 이상적인 영웅따위 절대 아니라고 단언해주마.]
그는 인간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는 수많은 인간 중 하나.
머리 위로 떨어진 놈의 말이 뇌를 내리찍은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놈의 거체가 빛에 휘감겨 어딘가로 사라지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이 완전히 식어 마하가 시끄럽게 소리칠 때까지 계속.
[야 주인! 언제까지 멍때릴 거야?! 그 새끼 한참 전에 갔다고!]
"…… 씨발."
[딴 놈들도 지금쯤 끝났을테니까 빨리 가. 그 뱀새끼 말따위─]
"흘려넘길 수 있을 리 없잖아!"
적인데, 그와 대면한지 한 달도 안될 놈이 나보다 더 정확하게 그를 꿰뚫고 있는 현실이 참담했다. 그래. 참담하단 말이다.
무릉에서 처음 검호를 만나고, 수 년동안 그와 수련한 뒤 영웅으로서 또 몇 년을 보며 그야말로 이상적인 영웅이자 무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알던 모든 것들이 부정당했다.
난 여태껏 대체 누굴 보고 있었던 걸까? 내가 보았던 것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지? 의심이 켜켜히 쌓여갈 때 왜 이렇게 진정되지 않는지, 머릿속이 끊임없이 헝클어지는지 깨달았다.
'나는 그를 따라가고만 있었구나.'
이상적인 영웅이자 무인.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지만 최대한 닮고싶은 사람. 완벽한 롤모델이자 목표였던 그가 사실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걸 알아버려서……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빌어먹을 지렁이 새끼. 꼴에 통찰력은 좋다 이거지?"
무릉에서 한참 수련할 무렵의 나는 막연히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형상은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검호가 나타났다. 상상도 못한 힘과 타인의 곤경을 외면하지 않는 올곧은 무인인 그를 본 순간 저 사람을 목표로 삼자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며 그를 더 알아가기 보단 그의 행동과 말을 멋대로 이것저것 덧붙이고 판단했다.
그래. 놈의 말대로 보고싶은 대로 보고, 보이는 대로 믿었던 거다.
그는 이상적인 영웅까진 아니었어도 어느정돈 선했고, 또 그 진가는 몰랐지만 무지막지한 강자였으며, 자신에 대해 그다지…… 알리지 않았으니까.
"동경은 이해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했나…… 누가 지껄였는지 참 정확하네."
[어울리지 않게 뭘 중얼대는 거야?]
"…… 가끔은 사색에 잠기게 해줘."
[됐고, 여기서 잘 거 아니면 빨리 좀 돌아가자.]
이놈이 진짜. 확 홍주옥 뽑아다 던지고 가버릴까보다.
지렁이가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포탈을 타고 공동으로 나왔는데 동료들이 아무도 안 보였다. 뭐야 아직도 못 끝냈어? 한 명쯤은 먼저 끝냈을 줄 알았는데.
"돌아오셨습니까 아란 님! 어디 다치신 곳은─"
[날 썼는데 상처따위 남을 리 없잖아.]
"무기가 말을?"
"내 무기의 정령인 마하야. 얘를 쓰면 다 좋은데 주변이 남아나질 않아서 너희한테 오지말라고 했던 거고."
[내탓으로 돌리지 말지? 눈보라의 결계는 전투 환경 조성용일 뿐이지 그거에 미친듯이 날뛰는 건 주인, 악!]
간만에 불렀다고 8백 년 동안 쌓인 말들을 다 쏟아낼 기세라 도끼면을 주먹으로 후려쳐 조용히 시켰다. 그렇게 몇 분 지나니 루미너스와 병사들이 돌아왔다.
"2등 축하해~ 근데 그놈 모가지 비틀어 오진 않았네."
"프리드와 아카이럼 급은 아니지만 시간의 마법을 써서 꽤 까다로웠다."
"닭대가리 주제에 시간 마법을?"
"생긴 것만 닭이지 머리까지 조류는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그러면 마법을 쓸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가볍게 농담 좀 한 건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쳐서 얼굴 펴라고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크, 둘은 아직인가."
"곧 올 거야. 너도 열쇠 챙겼어?"
"챙겼다. 처치하면 저절로 봉인이 약해질 거라더니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뭔가 보여주는 식이란 느낌이지."
일부러 목소리를 줄여 루미너스와 함께 귀환해 의료팀에게 치료받고 있는 병사들 쪽을 슬쩍 보았다. 저놈들 챙기느라 늦었던 모양이네. 시간 마법이 굉장한 건 맞지만 프리드와 아카이럼을 상대하며 대처법을 익힌 그가 늦은 이유라면 그거밖에 없다.
뒤이어 팬텀과 메르세데스가 비슷한 간격으로 돌아왔다.
"하아! 여러모로 피곤한 여왕님이었어."
"고생 좀 했나봐 팬텀?"
"말도 마. 인격이 바뀔때마다 공격 방식도 바뀌어서 대응책 짜올리는 게 얼마나 귀찮았는데."
그래도 마지막엔 화려하게 장미에 파묻어줬지만. 열쇠를 흔들며 씩 웃는 모습이 어째선지 얄미워보였다.
"메르 넌 어땠……!"
"망할 삐에로 새끼! 다음에 만나면 실밥 다 째서 솜 터뜨려버릴 거야!"
엄청 안 좋았던 모양이네. 대충 들어보니 그 삐에로가 분신술이라던지 피해 전가같은 걸 써서 그녀를 꽤나 골려먹었다고 한다. 메르의 단순한 성격상 트릭키한 전법을 쓰는 적은 상성이 나쁘지. 둘과 함께 귀환한 다른 병사들도 모두 의료팀에 넘기려고 했는데, 손이 모자라다고 비명을 질러대 루미너스랑 팬텀이 회복마법을 뿌렸다.
적당히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생명의 샘 앞에 갔다.
"과연. 봉인의 수호자를 처치해야 핵이 드러나는 형태인가."
"저거에 열쇠를 꽂으면 되는 거지?"
"그래. 메르세데스, 물의 정령을 불러─"
"내가 갈게. 잠깐 숨 참기만 하면 되는데 정령까지 부를 필요 없잖아."
"…… 알았다. 그럼 아란 네가 해라."
동료들에게 열쇠를 받아 샘 안에 뛰어들었다.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아름다운 푸른색이 원근감마저 망가뜨렸는지 샘의 수심은 밖에서 봤을 때보다 더 깊었다.
'당신이 정말로 전지하다면.'
생명의 초월자를 묶고 있는 나무줄기에 이전엔 없었던 룬이 새겨진 혹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루미너스의 말에 따르면 저게 봉인의 핵이겠지. 그것에 열쇠를 갖다대자 스르륵 꽂혔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줘.'
[그건 네가 알아서 해라. 왜 나한테 그런 귀찮은 부탁을 하는 거냐.]
"부그릅?!"
[열쇠나 마저 꽂아라.]
자자, 잠깐만 방금 텔레파시, 아니 그 전에 내 생각을 읽었어!? 실수로 놓칠뻔한 열쇠를 황급히 다시잡아 룬에 꽂으려고 했는데 손이 떨렸다. 전지한 초월자라니까 독심술도 가능한 건가? 그런 거겠지? 마지막 한 개까지 열쇠를 꽂자 탁한 자주색 가지가 파삭, 부서졌다.
나는 봉인당한동안 지쳤는지 풀려났음에도 움직이질 않는 초월자를 들고 샘 밖으로 나왔다.
"푸후! 뭔 일 없었지?"
"네가 봉인을 해제한 순간 이 공동에 펼쳐진 어떤 마법진도 해제되었다. 못 봤나?"
"전혀."
루미너스는 '대충 알람 마법과 비슷했는데'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봉인이 풀리면 저쪽에 알림때리는 마법같은게 있었나보네. 물 밖에 나와서도 땅에 내려오지 않고 내 손에 들려있던 생명의 초월자는 물에 들어가기 전에 땅에 꽂아놓은 마하를 보았다.
"좋은 무기군."
"마하? 당연히 좋지."
"잠시 들어가도 되겠어."
"뭐?"
생명의 초월자는 갑자기 푸른 빛으로 흩어져 마하에 스며들었다. 놀랄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야 너 뭐야!! 빨리 안 꺼져?!]
[난 당분간 여기 있을테니 나를 어딘가에 데려가고 싶으면 이대로 옮겨라.]
[이건 내 몸이라고!]
[시끄럽다.]
후우웅─ 물결처럼 일어난 푸른 빛이 마하를 꽉 움켜쥐듯이 휘감았다. 저, 저놈이……!
[안 부서진다.]
"젠장 역시 다 읽잖아!"
[내가 그런 것도 못할 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주요 인물 이송이란 면에서 편해졌으니 이대로 에레브에 가줄 수 있나 아란."
마하를 드는 건 나 말곤 무리다. 어차피 이놈 데리고 여제님한테 가야하고.
이후 루미너스와 메르는 추가 조사를 위해 빈 아지트에 남았고, 나와 팬텀은 상태가 심각한 부상자등을 포함한 병사들과 함께 에레브로 돌아갔다.
***
side out.
에반과 데몬은 시그너스 여제에게 검호의 목적이 본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알려줬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때문에 두 번째 방법, 페어리 퀸 아마란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슬슬 페어리 족의 영역도 복구되었을텐데 그녀는 '다소 준비가 필요하다'며 뜸을 들였다.
아란과 팬텀, 영웅들이 슬리피우드 아지트에서 구출해낸 생명의 초월자(?)가 에레브에 온 건 그 무렵이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생명의 초월자가 검호와 노바족과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그를 노린 마족에게 봉인당했다가 - 이 부분은 루미너스가 추측이라 쓰고 자작이라 읽는 수를 쓴 거다 - 영웅에게 구출되었다는 사실에 연합은 드디어 꽤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축했다. 실상을 아는 이들은 쓴웃음을 지어야 했지만.
"이 안에 생명의 초월자가 있다고요……?"
"그래 여제님. 근데 이놈 뭘 하기 엄청 귀찮아해서 나오긴 커녕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할지 모르겠어."
8백 년 전에도 검은 마법사와 군단장이 활개칠 때 아무것도 안 했던 것도 그냥 존나 귀찮아서였다고. 아란은 마하에 둘러진 은은한 푸른 빛을 노려보았다. 오는 동안 여러 질문들을 해봤는데 대답도 거의 안 하고, 여기 있다는 증거로 빛만 내고있는 생명의 초월자가 뭔 수로 마하까지 침묵시켜 그녀의 짜증을 더욱 치솟게 했다.
그녀가 저거 어떻게 꺼내나 주먹을 쥐락펴락하는 사이 에반과 미르가 마하에 서린 푸른 빛을 신기하게 볼 때, 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또 보는구나.]
"어?"
"저놈이 먼저 말했어?"
마하에 서려있던 푸른 빛이 안개처럼 뭉쳐지며 아이의 형상이 되었다. 머리카락은 길게 땋아져 목도리처럼 돌돌 감겼고, 흰색의 넓은 천이 옷 대신 몸에 둘러졌다. 성별을 알 수 없는 외양의 아이는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절대 인간이 아님을 직감케하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에반은 자신을 향한 푸른 시선에 당황하며 되물었다.
"방금 저한테 말씀하신 건가요?"
"그래. 이번이 두번째군."
[당신 마스터랑 만난 적 있어?]
저렇게 눈에 띄는 이를 한 번이라도 만났으면 잊을리가 없는데.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널 처음 본 건 나중의 일이다."
…… 뭐라는 거지. 나중이라는 단어의 뜻이 바뀐 건가 생각했지만 이어지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너의 기준으로 날 처음 만난 건 지금이지만 내 기준으론 이미 만났었고, 그건 현재 시점으로 보면 나중의 일이다. 그래서 지금이 두 번째 보는 거지. 내가 널 처음 봤을 때 넌 날 한 번 봤었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짧은 대화였지만 시그너스와 에반은 벌써부터 이 생명의 초월자의 화법이 답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 그건 에반 군에게 나중에 자세히 설명 해주시고, 조금 늦었지만 인사드리겠습니다. 메이플 월드의 황제이자 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시그너스라고 합니다."
"인계자구나 너."
"네?"
"마침 잘됐네. 어차피 이번 일 끝나면 없앨 시스템이었는데 자질구레한 설명하기 귀찮으니 그냥 앞당겨서 깨워주지."
그 편이 이해하기 편할 거고, 그놈한테도 도움이 될 테니. 아이는 손 안에 날카로운 청록색 빛조각을 몇 개 만들어 그대로 시그너스 여제에게 박아넣으려 했다. 느닷없는 돌발행동에 근처에 있던 데몬이 재빨리 시그너스의 앞을 막아섰다.
"잠시만요. 뭘 하려는 겁니까."
"저 인계자의 힘을 깨울 거다. 그게 편해."
"그 전에 검호 그 사람이 당신을 통해 저희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는 사실들과 생명의 초월자면서 왜 8백 년 전에는 아무것도 안 했는지, 인계자라는 건 또 뭔지 하나하나 말해주는 게 순서 아닙니까."
아이는 잔뜩 긴장한 데몬을 보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놈 덕에 운이 좋아진 놈이구나."
"제 말에 대답해주십시오."
"…… 그래. 어차피 할 일이긴 했지."
손안의 빛조각을 꺼뜨린 아이는 갑자기 의자 형태로 자란 나무줄기에 앉아 발을 까딱였다. 반사적으로 막아서긴 했지만 찰나지간 검은 마법사를 대면했을 때보다 더한 압박감을 느낀 데몬은 심호흡을 하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일단, 당신은 언제─"
"예전에 그놈이 날 구해줬다. 그래서 보답으로 간단한 거 몇 가질 도와줬고, 지금은 그놈 하는 일 구경중이지."
질문을 다 하지도 않았는데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잠시 굳었지만 곧 상대가 거의 전지한 초월자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독심술은 기본 중의 기본일 게 당연하다.
"이놈들한테 들었으면서 왜 당황하는 거냐."
"듣긴 들었는데 막상 보니 좀,"
"왜 아무것도 안 했는지는 저 여자한테 들어라. 같은 말 반복하기 싫으니까."
"그냥 귀찮은 거잖아! 사람이 죽어나가도, 세상이 불타도 자기랑 전혀 상관없으니까 신경 끄고 있었다는 게 말이야!?"
원흉인 검은 마법사는 논외로 두고 륀느 여신은 자신의 미래가 고정되어 뭘 하든 바꿀 수 없다는 이유나마 있었다. 그런데 이놈은! 아이는 경악하는 이들의 시선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콧웃음쳤다.
"이제 세계에 묶여있지도 않고, 그나마 조금 만들었던 것도 사실상 전부 사라졌다. 그런데 오랫동안 날 묶었던 세계따위를 위해 뭔가를 해야할 이유따위가 있을 것 같나?"
"생명의 초월자잖아!!"
"내가 원해서 이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
아이는 의자에 팔걸이를 만들어 턱을 굈다.
"생명이라는 감투도 다른 둘에게 빛과 시간이란 영역이 넘겨지고 남는 게 나한테 떨어졌던 거다. 그리고 난 갇혀있는 동안 수 억 년동안 착취당하며 세계를 유지시켰어. 풀려난 뒤에 화풀이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기지 그래."
다른 하나는 멸망 못 시켜서 안달난 마당인데. 누구라고 콕 찝어 말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검은 마법사라고 지레짐작했다. 거기다 착취당했다니? 초월자라는 건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계를 지탱하는 기둥 아니었나? 그런 이들의 생각을 읽은 아이는 인상을 쓰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는 게 없군. 그나마 용의 후예는 우리가 뭔지 알기라도 했는데."
"중요한 건 결국 당신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아무것도 안 할 거라는 거 아닙니까."
"잘 알아들었구나."
생명의 초월자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던 시그너스는 연이은 폭탄에 일전의 협상 이후로 또 머리가 멍해지는 충격을 겪어야 했다.
"대체…… 당신은……."
"그러니 미리 말하는데 나한테 세계를 구해야 한다느니, 생명을 관장하니까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마라. 내겐 그래야 할 이유도, 마음도 없으니까."
연합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훤히 내려다보고 한 경고였다. 슬리피우드 아지트에서부터 저 말을 듣고 속이 터졌지만 아주 확인사살을 찍어주는 아이의 모습에 아란은 더 화를 내기보단 조용히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 왜 네놈같은 게 초월자인 거야."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불만이라면 네가 아는 그놈 말을 빌려서 대답해주마."
힘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아. 그냥 힘일 뿐이지. 그 힘으로 저지른 일에만 책임이 따를 뿐. 데몬과 그의 기억을 보았던 에반의 눈이 작게 떨렸다. 아이는 짧은 다리를 꼬아 제 발 뒷꿈치로 다른 발의 발등을 툭툭 쳤다.
"정 기적을 원한다면…… 그래. 아주 못해줄 건 없지."
"그게 정말입니까?"
"하지만 인계자. 내 힘을 빌리면 항상 그에 따른 반작용이 생긴다."
죽어가던 이를 살려내면 또다시 죽음에 이를만큼의 사고를, 도시를 구한다면 그 도시가 무너질 위기를. 기적의 크기가 클수록 반작용도 커진다.
"네가 원하는 대로 빛의 대리자를 처치하는 것도, 그 수하들의 습격을 온전히 막아내는 것도 나는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그 기적에 상응하는 재앙들이 찾아온다. 그래도 내게 빌테냐."
시그너스는 입을 다물었다. 저게 사실이라면 그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은 임시 대책밖에 안 된다.
"얼마 전에 그놈도 분에 넘치는 부탁을 했다가 뼈저리게 대가를 치뤘지. 그리고 네가 내게 하려는 부탁은 그놈 이상의 것이다. 너는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나."
"…… 아니요. 만약 저 혼자만 그 재앙을 받는 거라면 고려했을지도 모르지만,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그건 아닌 것 같군요. 전 제가 지켜야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내모는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넌 그놈과 달리 똑똑하구나."
아이는 처음으로 옅게 웃었다. 그것뿐이었는데 인간은 커녕 사람으로 보이지 않던 얼굴에 온화한 빛이 감돌었다.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짐을 감지한 나인하트는 겨우 용건을 꺼냈다.
"그렇다면 생명의 초월자님. 당신은 그분 옆에서─"
"예전엔 날 풀어준 보답으로 몇 번 직접 도와줬지만 지금은 그 분수에 안 맞는 부탁 들어준 걸 빼면 거의 없다. 굳이 꼽자면 몇몇 질문에 대답한 거 정도가 있겠지."
무엇을 도왔나, 정말 구경만 했나 같은 질문을 하려 했는데 이번에도 대답이 먼저 돌아왔다.
[무슨 질문?]
"'이 방법을 통해 이것이 가능합니까?', '이걸 쓰면 이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여기에 이걸 하면 됩니까?'같은 거. 난 그놈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내의 답들을 전부 아니까 놈들에겐 이것도 도움이라면 도움이었겠지. 근데 어느순간부터 상세한 이유따위 묻지않고 예 아니오의 대답만 요구하더군."
전지한 초월자를 두고 스무고개 답맞추기 용도로 썼다는 사실에 기가 찰 법도 했지만, 앞서 들었던 아이의 끔찍한 화법은 Yes/No 이상의 대답을 요구하는 쪽이 속터지다 못해 제 가슴 두들기다 흉골을 박살낼 지경이라 그들도 저거보다 좋은 방법은 못 찾았던 모양이다. 이어지는 말이 그 추측에 확신을 불어넣어줬다.
"몇 번 자세히 대답해줬는데 '전지하면 뭐해 언어능력이 쓰레긴데. 들어봤자 알 수 없는 말이 대부분이잖아!'라고 지껄였지. 난 우리중에서 꽤 말을 잘하는 편인데 말이야."
"검은 마법사와 륀느 여신도 뜬구름 잡는듯한 말을 좀 하긴 했지만 당신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저게 잘하는 거면 못하는 건 대체 어느정도냐!? 다른 두 초월자를 만나본 데몬이 그들을 대신해 항변(?)해주었다. 어쨌든 초월자들이 특이한 화법을 쓰는 건 사실이다.
"그럼 아까부터 여제님을 인계자라고,"
"이 애의 후손 중 하나가 초월자가 될 운명이다. 너는 그 운명과 힘을 인계해주는 역할이지. 하지만 그 시스템은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없앨 거라 그냥 앞당겨서 널 반 초월자로 각성시키려 한 거다."
질문이 세 번쯤 잘리니 이젠 그냥 생각만으로 물어도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 그 생각마저 읽은 아이는 흥, 콧김을 내뱉었다.
"시건방진 발상이구나."
"시, 실례했습니다."
"저를 반 초월자로 만들어주신다 함은, 연합을 도와주신다는 말입니까?"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더 설명하기 귀찮으니 그냥 알아서 이해하라는 거다. 반쪽짜리라도 초월자가 되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이니까."
겨우 그런 이유로 되는 거냐는 말이 목끝까지 올라왔다.
"알아들었으면 지금 당장 해줄까?"
"잠깐만요. 생각할 시간을……."
"어차피 이번 일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영구적으로 반 초월자로 있진 않아."
['이번 일'이란 건 또 뭐야?]
"쟤가 반 초월자가 되면 들을 수 있을 거다. 나도 설명해줄 수 있긴 한데 너희들이 원하는만큼 정확하고 구체적일 거라곤 못하겠군."
이해력 좋은 그 여자도 내 말은 반이나마 겨우 알아들었으니까. 사람들은 아마 이데아일 거라 추측했다. 저 개판인 화법을 반씩이나 이해하다니 역시 책사 자리를 그냥 딴 게 아니구나.
"그래서 결국 검호 그 사람이 당신을 통해 반드시 전하려는 게 뭡니까?"
"생명의 관위를 쓰고 있는 내 입으로 보증시켜달라더군. 자기가 말하면 안 믿을 확률이 높다나."
감히 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보증인 취급하다니. 용건때문에 가야하는게 아니었으면 절대 안 들어줬다. 아이는 툴툴거리면서도 검호가 부탁한 말을 꺼냈다.
"이 세계는 빛의 대리인, 너희가 검은 마법사라고 부르는 놈에 의해 절대 멸망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그놈의 예측이 아니라 거의 전지한 나의 눈으로도 이건 확언해줄 수 있다."
"그가…… 지금도 검은 마법사를 막으려는 거야?"
"그 이유도 있고,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아이의 확언에 사람들 특히 시그너스와 아란, 나인하트는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불안감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며 그 자리에 안도감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생명이 죽든 세계가 망하든 지지리 도움도 안되는 초월자라지만 그런 방관자의 입장에서 내려준 답이기에 더 신뢰성이 넘쳤다. 아무 상관없는 이조차 장담해줄만큼 분명한 사실이란 뜻이니까.
"그놈은 어떻게든 빛의 대리인와 결판을 내려하니 너희는 이 세계의 사람들을 지키고 놈의 하수인들을 처치하는데 협력해달라고 하더라."
"군단장 말입니까."
"빛의 대리인과 결판내기 전에 전부 처치하는게 목표라나. 그 여자 성향때문에 번거롭게 됐지."
[부탁인데 사람이나 사건 말할 때 대명사 말고 고유명사 좀 써주면 안될까.]
누구랑 뭘 말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저게 화법이 개판인 이유의 3할은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아이를 만난 이후 쭉 얼굴이 펴지지 않았던 나인하트는 한시름 덜은 표정으로 물었다.
"헌데 절대 멸망할 리 없다고 확답해주시는……?"
아이는 이번에도 역시나 질문을 다 듣지않고 안도하는 이들에게 시큰둥히 대꾸했다.
"그야 이미 멸망했는데 또 멸망할 리 없잖아."
========== 작품 후기 ==========
이번 편을 쓸 때 썩 좋지않은 상태였던 터라 좀 막 써버린 느낌이네요...
오버시어들에게 씌워진 빛, 시간, 생명이란 감투는 세계가 그들에게 대충 어울리는 것들을 씌운 겁니다. 본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어요. 그들이 원래 무엇이었는지는 더 후반에 나오겠지만 이들의 힘을 빌리면 그 본질이 조금씩 비칩니다. 본문처럼 생오버는 힘의 규모에 따른 반작용이 있고, 시오버는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연마의 과정이 필요하며, 빛오버는 무엇이든 결말을 확정지어버립니다.
너무 많이 늦어버렸네요... 이유는 많지만 근래 들어서 저는 취업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형편이 썩 좋지않아 빨리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데 제 스펙은 어디가서 자랑할 게 못 되는 터라. 거기다 중간고사에 발표... 그런고로 이제 검호입니da는 월간 연재도 못하고 완전 비정기 연재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간만에 왔는데 또 좋지 않은 소식이네요. 매번 기다리시는 독자분들 모두 정말 죄송합니다.
@축배를들어라 - 아프리엔의 1.3배 정도.
@Skytwice - 결정적으로 깨달은 건 파픈스타와의 결전 이후입니다. 이 뒤로 양팔을 다치며 약해졌지만, 재활과정에서 자신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자세히 듣게 됐거든요. 그리고 숙련도는 80에서 소숫점 단위로 올랐습니다.
@유퓨 - 오히려 돌아가면 메이플이랑 라테일 쳐다도 안 볼 걸요.
@레볼레이션 - 그 전에 1부 리메이크 해야되요. 그리고 부제목이 저것인 이유는 에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많은 사실들을 알고 고통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요녀석이 - 어찌보면 제대로 값을 치른겁니다. 타인의 목숨과 소중한 것들을 빼앗았으니 자신의 소중한 걸 잃은거죠.
@검은짱돌 - 제로는 막바지에나 얼굴 내비칠 수 있겠습니다.
@서월마을 - 그래도 머리좋고 검호에 대해 좀 안다는 거죠.
@단풍대공 - 진심 황선영님이나 다시 모셔왔으면.
@AbViaLectea - 에반은 이 글에서 드문 성장형 캐릭터입니다. 고로 성장하기 위해 굴러야되요!
@찬양천사 - 만약 그랬다면 시오버는 아마 3번째 쯤에 문제 파악했을지도. 그리고 검호는 그것들 외에 몇몇 대가도 받아갈 겁니다.
@레시코 - 당연하죠. 근데 오버시어에게 공감능력이 생길만큼의 사념은 최소 수십억년이 필요합니다.
@이루카이저 - 봤는데도 이해가 안가는 신박한 스토리! 저딴걸 검마님 스토리라고 내놓은 거냐!
@Cooler - 비정기 연재로 갈거라 이제 장담을 못하겠네요. 앞으로 남은 챕터가 최소한 넷인데.
@Ratios - 의도가 뭔지도 이젠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판테옴 - 이젠 월 주기도 아닙니다.
@moonreader - 그래도 10월 가기 전에 오긴 했네요...
@어떻하니 - 좀 더 현실에 집중해야겠습니다.
@KRamiya - 생오버는 직구 아님 마구밖에 못 던집니다. 변화구? 완곡표현? 그게 뭐죠?
@mmo0522 - 제에에발 141되라!
@Jeay - 스포일러 할게요. 검마 죽어요(소근)
@Skyhappiness - 아픈 부분 중 하나죠.
@여의요요 - 그야말로 지난 10년간 메이플이 쌓아온 스토리를 시궁창에 쳐넣은. 그래놓고 제른 다르모어냐!!
@Belcidoct - 검마 정리하고 끝납니다. 제른 다르모어? 모르는 아이네요(웃음)
@Legendssj2 - 오버시어라는 걸 모르고 또 만났는데 말해주질 않아서 초월자로 생각중. 사실 노바족이 오버시어를 아는 것부터 이상한 거에요.
@로렐라인 - 넥슨에 취직하고 싶다(주륵)
@드라몬 - 당시 편을 보면 알겠지만 정답은 '저때 이미 검호는 데몬이 군단장이 될 걸 알고 행동한 것'입니다.
@ㅎr늘ㅂrㄷr - 검호의 본명은 중성적입니다. 근데 본인은 여자이름 같다고 생각해서 더 남자같은 검호란 호칭을 사용했는데 그걸 10년 넘게 사실상 이름으로 쓸 줄은 본인도 몰랐겠죠.
@공적소년 - 원작에선 오버시어가 아직 본격적으로 출연 안했으니까요.
@Blake117 - 이런 말 막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진심 제가 써도 저런 결말은 안 냅니다.
@ㅇ크레온 - 이번엔 11월이 오기 전에 올렸다!!
@랴누 - 죄송합니다 현직 군단장은 모두 죽어요.
@ㅡ릿 - 그 이전에 에르다에 대한 언급부터 거의 없을겁니다. 본편에 누가 5차스킬 쓰면 그건 1.본능적으로 에르다를 쓴 거거나(데몬) 2. 설정 바뀌어서 5차 스킬이 아니거나(아란) 일 겁니다.
@신세계의신U - 리얼에 치이는 중입니다...
@마늘마느리 - 그 편 썼을 때 제른 다르모어까지 진행하긴 싫어서 바로 나가리시킨 건데 막상 원작에서 이런 식으로 꺼내들 줄은 몰랐네요.
@bcyu0217 - '모든' 진실은 힘들겁니다. 내일 세상이 망할지도 모른다는데 누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어찌 압니까. 당장 현실만 해도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하면 뭐든 저지를 사람이 많은데.
@이슬고둥 - 생오버의 힘을 약~간 빌린 건 사실입니다. 육수 뽑은 건 아니에요!
@쿄방 - 테네브리스 스토리가 가면 갈 수록 중간에 그만둔 걸 다행이라 생각하게 하는...
@노란우산s - 무슨 나루토여 뭐여
@브라디온 - 안보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책벌레씨 - 그리 생각해주셔서 감사하지만 현실에 치인고로 연재 사정이...
@마셜리 - 아직 어려서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고 변화가 쉽습니다.
@쌀벼르 - 힌트:차원의 도서관
@소라노아카시 - 영웅들은 당연하고 모험가와 에레브 쪽 사람도 갈 예정입니다.
@KnightDream - 전 이전에 제가 뭐라 썼는지 찾아봐야해서 가끔씩 정주행을 해야ㅎㅎㅎ 그래서 초반부 볼 때마다 리메이크 하고 말리라!! 결심합니다.
@가을청월 - 무슨 스토리를 미완성으로 내놓고 있는건지.
@생명체는꿈을꾼다 - 당근빠따 구르기죠!
@리아카에린 - 아란은 원래도 영웅급이지만 마하를 든 순간 전력이 배 이상 상승합니다. 그래서 템빨이라는 욕도 (군단장에게)들었지만 그런 거에 절대 신경 안 쓰는 여자라... 검호는 원래 세계 돌아가서 메이플이나 라테일이나 쳐다도 안보고 롤이나 할 겁니다. 가끔씩 옵치하고요.
@ReFrante - 그리고 이젠 더이상 월간연재 할 여력도 없어진터라, 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오겠습니다.
@당분만세 - 옛날에 아마란스가 프리드 오해 풀어줬을 겁니다.
@미카츠키아이코 - 예... 드디어 왔습니다.
@안재형 - 이번 편은 선물이 됐을지 모르겠네요.
@검은짱돌 - 어찌보면 검호때문에 영향받아서 인간성이 남아버린 결과니까요.
@에크튀르크 - 부디 좋은 곳 가셨기를.
@이름일껄 - 그리 가실 분이 아니었는데!
@J스티카 - 11월 오기 전에 왔습니다...
@코로미 - 저도 오고 싶었어요!!
@최박하 - 이번 편은 용량이 좀 딸리지만 봐주세요...
@갓타치 - 현실에 이리저리 치여서 이번 편은 좀 부실합니다... 제성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