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로라 신전에 머물게 된 용병과 아린은 가끔씩 그들이 하는 실험의 재료를 모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마법사들은 늘 바빴고, 특히 하얀 마법사는 연구의 주축이었기 때문에 자주 만날수도 없었다. 하지만 마르스를 통해 그가 시간이 날 때마다 신전의 옥상에 올라간다는 걸 안 용병은 실험재료를 구해오는 게 끝나면 옥상에 올라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하얀 마법사, 당신은 뭘 추구하길래 사람들이 얼만큼이고 주겠다는 돈과 명예를 버리고 이곳까지 온 거지.」
「……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뭐?」
「만약 신을 믿지 않는다면, 무엇을 믿습니까.」
용병에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하얀 마법사의 눈은 어두운 밤하늘에 드리운 빛의 커튼, 오로라에 향해 있었다.
「누군가는 부를, 누군가는 권력을, 누군가는 명예를 믿고 살아가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부질없어지는 마지막 순간, 당신은 무엇을 믿으며 눈을 감겠습니까?」
언뜻 선문답같은 말을 한 하얀 마법사는 빛의 커튼에서 눈을 떼고 용병을 보았다.
「제가 이곳에서 연구하는 것은 단순한 '힘'이 아닙니다.」
인식의 지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한 지식. 우리를 더 완전한 존재로 만들어주고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 세계를 신의 도시로 보내줄 근원의 지혜.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마법사네.]
"스케일은 좀 많이 큰 것 같지만……."
"저게 대체 무슨 말이야?"
"표현은 화려한데 하나도 못 알아먹겠네."
"사람과 세계 자체를 아예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그노시즘(Gnosticsm:영지주의)의 일종인데 저렇게 확대된 형태는 처음이군."
"웬만해선 발상조차 힘든데 당연하게 입에 담는 걸 보니 자신있어 보이네요."
현존하는 모든 지성체의 영적, 정신적, 육체적인 수준을 향상시키고, 그에 맞춰 물질로 이루어진 현 세계 역시 비물질과 허수가 공존하는 곳까지 끌어올려─
"하여튼 더 나은 형태로 만든다는 뜻이죠?"
"…… 대충 그렇다."
"현재 세계의 상황을 보니 실패한 모양이고요."
"그렇겠지. 애초에 생명의 초월자가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이 세계는 이미─"
말을 하던 루미너스는 그대로 굳었다. 왜 그럽니까? 잘 설명하다 왜 멈추냐고 데몬이 물었지만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생명의 초월자가 말하길, 이 세계는 이미 멸망한 상태다. 초월자의 기준에서 멸망이란 '세계의 발전 가능성이 0이 되어 미래가 소멸밖에 남지 않는 것'이며, 세계의 수명 자체도 검은 마법사가 활동하던 시대까지 가더라도 1000년 밖에 안 남아 있었다.
즉, 하얀 마법사의 저 연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저는, 벽을 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요.」
저 빛의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할 뿐입니다. 그 말을 하는 그의 눈은 아이처럼 순수한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넘고 싶어하는 벽 - '필멸자가 가진 인식의 한계' 너머의 실상을 듣기나마 한 그로선 도저히 바라볼 수가 없었다.
간신히 정리되었던 머릿속이 또다시 헝클어진 루미너스가 목석이 되어버린 사이, 용병과 하얀 마법사의 짤막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중엔 검호에 대한 것도 있었다.
「예전에 엘린 숲에서 당신과 닮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지요. 제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강하면서,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거 혹시 요정 기사를 말하나.」
「아, 알고 있습니까?」
「용병들 사이에선 악명이 높거든. 요정을 잡아 크게 한탕 벌려던 놈들이 그자에게 잘못 걸려 여럿 죽어나갔으니까.」
「그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습니다. 병신을 좀 많이 만들긴 했지만요.」
「…….」
무릎이나 팔꿈치 등 관절 부위가 으스러져 불구가 된 이들을 떠올린 용병은 그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워낙 험한 꼴로 만들어서 본인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본보기 아니냐는 그럴싸한 추측이 떠돌았지.
「그 자의 어디가 나와 닮았나.」
「무뚝뚝하고 말이 드문 점이 꽤 닮았습니다.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것도.」
참, 짧게나마 하는 말이 직설적이라는 것도 있네요. 꼽아보니 의외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평소와 달리 약간 장난스러운 표정에 용병은 하얀 마법사가 그 요정기사란 이를 다른 사람과 달리 대하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페어리에게 그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와 친했나?」
「그에 대해 이야기할만한 페어리라면…… 아마란스인가요? 아뇨, 별로 친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던 지라, 저는 물론 요정들에게도 거리를 두고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왜─」
「아까도 말했듯이 꽤 특이한 사람이었고, 엘린 숲에서 그나마 얼굴을 자주 보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보니.」
하얀 마법사가 엘린 숲에 있었을 때 했던 일은 지금 오로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실험뿐이었기 때문에 요정기사같이 특이한 인간은 여러모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뭣보다 그때 제 실험에 필요한 재료는 대부분 그가 구해다줬거든요. 좀 말도 안되는 것도 있었는데 척척 가져오는 거 보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막 불러보기도 했었습니다. 화도 안 내더라고요.」
「어, 음.」
[잠깐 그 인간을 종처럼 부렸다고?]
"종은 아니고 뭔가, 아니 뭔가가 이미지가 좀 깨진 것 같은데."
"다른 의미로 대단한데."
아란의 얼빠진 중얼거림에 다른 이들도 이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얀 마법사의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요정기사는 어디까지나 그를 싫어하는 인간들이 붙인 멸칭이라, 저와 페어리들은 그를 검호라고 불렀습니다.」
「검호?」
「통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 뭐라고 불러야할까 고민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페어리 족의 수원에서 그가 검무를 추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주변에서 흐르고 있던 물처럼 한 치의 끊어짐없는 유려하기 짝에 없던 검이 쏟아지는 달빛을 조각내는 그 광경은 지금도 눈앞에 생생히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그게 너무 멋져서 만약 그에게 칭호를 붙인다면 검호가 가장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그 뒤로 검호라고 불렀는데 본인도 괜찮았는지 별 말 안 하더라고요.」
"저 사람이 스승님께 검호라는 칭호를 처음으로 붙인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사람은 저 때 이미 그런 칭호가 붙여질만큼 강했던 모양이고.]
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에 놀라는 사이, 용병은 하얀 마법사의 뜻밖의 일면에 놀라고 있었다. 늘 먼 곳을 바라보는 신비로운 현자같았던 하얀 마법사가 어째선지 요정기사 - 검호의 이야기를 할 때면 들뜬 것처럼…… 마치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보물을 자랑하는 아이같아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당황해야 했다.
「정말 그와 안 친했던 거 맞나?」
「예? 예. 이전에도 말했지만 전 그의 이름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째…….」
「개인적으로 제게 큰 충격을 준 사람이라, 그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좀 감정적이 되더군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거의 얘기하지 않는데, 당신은 그와 닮은 부분이 많아 저도 모르게 많이 말하게 되네요.
「용병. 만약 당신에게 제가 추구하는 근원의 지혜가…… 아니, 그냥 저만큼의 힘과 지식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신만큼의……?」
「처음 만났을 때 저한테 그런 말을 하고 싶었잖아요?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힘과 지혜가 있으면서 왜 이런 곳에 틀어박혀 연구나 하고 있냐고요.」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대충 짐작했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진짜 쪽집게처럼 집어내는 그의 모습에 움찔하다 생각에 잠겼다. 만약 내게 하얀 마법사만큼의 힘과 지식이 생긴다면? 당연히 이 끔찍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거 압니까? 세상에는 저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있으면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서 세상을 좋게 만들긴 커녕 오직 사리사욕을 위해 더 안 좋은 상황에 몰아넣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건 질리도록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과 그들은 달라.」
「본질은 그겁니다. '힘이나 지식이 있어도 그것을 옳은 방향으로 쓰는 건 별개의 일이다'.」
"정론이네."
"그리고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힘을 가진 이라고, 현명한 이라고 다 옳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힘과 지식은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그 도구를 쓰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군단장이 있다. 그들은 영웅들만큼이나 강대하고 또 보통 사람들이 모르는 수많은 비의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행한 건 세상의 구제가 아닌 파괴와 유린이었다.
「언젠가 저는 그에게 제가 추구하는 것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순간 피나 불, 보석따위에 비유할 수 없는 선명한 붉은색 눈이── 오직 불신으로 가득 찼다.
『사람 나름이지.』
그건 직구만 아니었을뿐, '너는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는 확언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사람 눈이 삐었나?」
「아니요. 어지간한 시력강화 버프를 쓴 이보다 눈이 좋았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난 용병 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왔지만 너만큼 현명하고 강하면서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는 거의 보지 못했어. 힘을 가졌으면서 약자들을 유린하는 놈이나, 지식이 있으면서 자기 배만 불리는 놈들은 발에 채일 정도로 봤지. 그런데 그놈이 뭘 안 다고……!」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생각해보니 아니더군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저는 어릴때부터 사람에게 신뢰받아 왔습니다. 처음 마법을 배울 때부터 오로라를 만들기까지, 당연히 저라면 해낼 것이라 믿어주었고, 또 알 것이라 생각했으며, 앞으로 해결해줄 거라 강한 신뢰를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그 믿음에 보답해줬거나 하기위해 노력중이고요.
「그런데 그 날, 검호에게 처음으로 '너는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확언을 들은 순간 속으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나의 어느 부분때문에? 되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예. 저도 당연히,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반드시 해내고 말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보인 강한 불신에 믿음의 근거를…… 의심해봐야 했죠.」
나는 근원의 지혜, 궁극의 빛에 언젠가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이' 그 거대한 진리를 사람과 세상을 더 완전하게 만드는데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저는 그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날 하얀 마법사는 맹목적인 믿음이란 진정한 신뢰의 반대편에 있다는 걸 알았다. 당연히 해낼 수 있을거란 확신의 밑바닥은 자신의 생각보다 얕았고, 또 자신만의 것으로 이루어져있지도 않았다. 타인이 보내오는 믿음과 자기자신에게 가지는 신뢰를 구분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의심은 다른 말로 관심, 계속해서 살펴보는 것. 무조건적인 믿음이란 무관심의 다른 말이며, 진정한 신뢰는 언제나 다소의 의심을 포함한다.
「처음 당신이 이 옥상에 올라왔을 때 물었었죠. 부도, 명예도, 권력도 의미없어지는 순간, 당신은 무엇을 믿으며 눈을 감을지.」
사람은 변치않는 것을 믿습니다. 오랜세월동안 찬란히 빛나는 보석을, 영원할 것 같은 찬양을, 만인을 굽히게 만드는 힘을. 왜냐하면, 변하는 것은 기댈 수 없으니까요.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건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일관적이고, 반복적이며 변치않는 -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것에 상관없이 불변하고 절대적인 진리 - 궁극의 빛을 쫓습니다.
그 말을 하는 하얀 마법사는 마치 저 밤하늘에 뜬 달과 별처럼 빛나고 있어, 용병은 더 말하지 않고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의 결말을 거의 알아버린 루미너스는 안타까운 얼굴을 숨기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
용병과 아린이 오로라에 머문지 석 달이 지났다. 용병은 오로라의 마법사들이 하는 실험의 재료들을 구해주고 또 하얀 마법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들과 가까워졌지만, 아린은 아니었다.
「이봐 용병, 아까 비어완이란 사람이 찾던데?」
「그랬나. 이번엔 뭐가 또 부족한 건지.」
「아주 여기 사람 다 됐네. 난 하얀 마법사란 인간 못 믿겠는데.」
「왜 그러는 거냐.」
침대를 뒹굴던 아린은 불퉁한 얼굴로 대꾸했다.
「맨날 어려운 말만 하고, 요즘엔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안 나오잖아. 왠지 마음에 안 들어.」
「…… 금방 갔다오마.」
「쳇.」
용병은 신전의 로비로 나가 비어완을 찾았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도 마스터의 연구를 도와주실려고요?」
「그래. 이번엔 뭘 가져오면 되지.」
「발광 박쥐의 발광 기관에서 나오는 발광 물질입니다. 이 주머니들에 가득 채워주실 정도면 됩니다.」
「용케 혀를 안 씹는군.」
「예?」
「아니다. 금방 갔다오지.」
저 정도는 되야 주문 외울 때 혀를 안 씹는 건가 엉뚱한 생각을 하며 용병은 밖으로 나가 박쥐들을 잡았다. 처음 왔을 땐 길을 잃었지만 지난 석 달 동안 지나다녀 적어도 근방 지리는 확실히 익혔기에 실험 재료들을 모아오는 것도 빨랐다. 그가 용병으로서 해온 일들 중엔 특정한 몬스터의 부위를 구해오라는 것도 있어서 익숙하기도 했고.
「고맙습니다. 저희 연구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별 거 아니다.」
「아직 말단이지만, 이렇게 실험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저희도 마스터가 가진 지식의 반의 반만큼이나마 따라갈 수 있겠지요.」
「노력하다보면 되겠지.」
「하하,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아참, 괜찮으시다면 마르스 님의 부탁도 들어주시겠습니까?」
처음 왔을 때 자신들을 좋게 보지 않았던 마르스는 지금까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거기다.
「너희가 해야할 일을 나한테 미루는 건가.」
「이렇게 도와주시면 두 분 사이가 조금이나마 좋아지실지 어떻게 압니까? 안 그래도 최근 마스터의 연구를 돕는 유일한 사람이 마르스 님 뿐이라, 이런 일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어요.」
「그러고보니 요즘 하얀 마법사가 안 보이는군.」
「한 달 전부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마르스 님의 제외하면 저희도 연구실에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능청스럽게 자기 일을 넘기며 잔해가 든 주머니를 챙겨 실험실로 쏙 들어가는 비어완의 모습에 용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들은 대체. 마침 마르스가 하얀 마법사의 연구실에서 기진맥진한 얼굴로 나오고 있었다.
「…… 무슨 일입니까.」
「비어완에게 맡겼다는 일이 뭐지.」
「이곳의 나무 아래에 자라고 있는 수정의 핵입니다만, 그건 왜 묻는 겁니까.」
「내가 그 대신 할까 하거든.」
「허어, 지금까지 쭉 봐왔지만 당신의 속은 당최 알 수가 없군요. 이곳에 있음으로 당신이 얻는 이득따위 없을텐데…… 저희로서는 나쁠게 없지만요.」
[결국 거절은 안 하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잖아."
당연하지만 용병이 오로라에 받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임금 노동자인 덕이 컸다. 진짜로. 거처와 식사는 제공해줘야 했지만 그가 해주는 일에 비해선 별 거 아니고. 괜히 아린이 여기 사람 다 됐다고 비꼰 게 아니다.
평온의 숲에 살고 있는 건 몬스터와 식물 등도 있었지만 정령도 있었다. 물론 구와르나 스우, 오르카처럼 무지막지하게 강한 이들은 아니고 - 그런 게 흔하면 오히려 문제다 - 이 숲의 조용함과 평온에서 비롯된 정령들이었다. 숲의 나무 아래에 자라난 수정 안에 사는 이 정령들은 평소엔 무해하지만 자신들의 평온을 헤치는 이들에겐 굉장히 화를 냈다.
「─!──!!」
「미안하다.」
「──!─!─!」
「이번에 끝나면 당분간은 안 올 거니까…… 떨어져라. 어디까지나 이걸 가지러 온 거지 너희를 죽이러 온 건 아니다.」
살던 집을 부수고 그 핵을 가져가는 용병의 만행에 평온의 정령들이 격렬히 빛을 뿜어댔지만, 베테랑 전사인 그를 어찌할 순 없었다. 그렇게 정령들을 방해를 받으며 겨우 수정의 핵들을 요구치까지 다 모은 용병은 박쥐보다 더 힘들었다고 생각하며 신전으로 돌아갔다.
「여기 다 모아왔다.」
「이제 오셨습니까? 마침 잘 됐군요.」
「설마 또 시킬 일이 있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하얀 마법사에 대한 호의와 호기심으로 도와주는 것이지만 계속 부려먹히는 것에 기쁨을 느낄만큼 이타적인 이는 절대 아니었기에 반사적으로 뾰족한 말이 나왔다. 다행히 그건 아니라지만 용병의 눈이 그리 곱지 않아 마르스는 잠시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 사실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당신과 함께 왔던 꼬마,」
「아린이다. 석 달 동안 봤으면 이름은 외워줘라.」
「크흠, 아린이 저에게 왔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신경이 쓰여서…….」
「뭐가 말이지.」
아린은 이전에도 마르스를 굉장히 자주 찾아갔었다. 그가 오로라의 마법사 중 하얀 마법사 다음으로 둘째가는 수석 연구원이라는 걸 안 이후부터 그랬다.
「그 아이는 오멘에 대한 증오심이 각별하더군요. 최근엔 마스터의 연구를 돕느라 자주 나오지 못해 덜해졌지만, 그 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절 찾아와서 오멘을 언제 없앨 수 있냐고 물었었는데, 오늘은 며칠동안 연구를 하다 막 나와 지친터라 그 아이가 귀찮게 느껴져서…… 좀 직설적으로 대꾸해버렸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는군요.」
「미안하다면 직접 가서 사과해라.」
「안 그래도 그럴까 했습니다만, 그런 말을 해버린 입장에서 다시 얼굴을 내비치는 건 되려 뻔뻔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여전히 피곤한 상태에선 또 실언이 나올지도 모르고, 혹시 이걸 대신 전해주실 수 있습니까.」
마르스는 깨끗한 종이에 쌓인 색색의 사탕들을 용병에게 내밀었다. 평온의 숲 한복판에서 이런 간식거리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아마 그가 만들었겠지.
「아이들은 단 걸 좋아한다니, 이걸 먹으면 조금 기분이 풀릴 것 같아서 말입니다.」
「…… 그래. 그 아이도 오랜만에 이런 간식을 먹으면 좋아하겠지.」
「그렇습니까. 잘 부탁합니다.」
마법사답게 까칠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잘못은 아는 이였다. 그리 생각하며 용병은 받아든 별사탕을 들고 아린과 함께 쓰는 방으로 향했다. 둘이 쓰는 방임에도 생필품과 옷가지 정도를 제외하면 삭막했지만, 그래도 온기는 있었던 그 방은 어째선지 아무도 없었다.
「꼬마?」
어디에 간 거지? 화장실이라도 갔나 생각할 때 넓은 침대에 못 보던 종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린이 심심하다고 받아와 낙서라도 그리고 정리 안한 건 가 싶었지만 이번엔 그림대신 비뚤비뚤한 글씨들이 적혀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용병에게.
아까 마르스 아저씨한테 들었어.
사실, 오멘같은 건 큰 문제가 아니래.
오로라는 더 큰 진리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글씨가 뭉개졌다) 문제에 신경쓸 수 없다는 거야.
나는 그런 큰 진리같은 게 뭔지 잘 모르겠어. 내 목적은 오멘을 없애는 거야.
아직도 엄마와 아빠가 죽던 날을 생각하면 잠이 안 와.
그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야.
나 혼자서라도 이 근방에서 조사를 시작할까 해.
이 숲에는 저번 달부터 오멘들이 유난히 많이 생기고 있거든.
너무 걱정하지마. 그래도 혹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미리 이야기할게.
그 동안 고마웠어.
아린』
쪽지를 든 손이,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이…… 바보같은 꼬마가!」
들고있던 쪽지와 받아온 사탕이 방바닥에 흩어졌지만, 그는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멀리가진 못했을 거야. 꼬마가 돌아다니기엔 숲은 위험해 그동안 대체로 신전에 있어서 길도 잘 모르고, 걸음도 느리니까. 마르스가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나간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거다. 금방 찾을 수 있어.
앞서 실험재료를 구해준다고 한 차례 정리해둔 덕일까, 앞을 막는 몬스터는 거의 없었다.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무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가정이 들었지만, 다음 순간 어두운 형체가 그를 덮쳤다.
「큭!」
오멘? 언제 이 근처까지 생긴거지? 아린의 쪽지에서 최근들어 오멘이 유난히 많이 생겼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상념은 잠시, 그림자에서 솟구치는 가시와 몽둥이처럼 휘둘러진 진흙같은 팔을 피하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심지어 숫자도 적지 않았다.
「으, 으…….」
그 때 저 편에서 새어나온 희미한 신음소리가 어떤 비명보다 더 크게 들렸다. 용병은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가 난 방향에 득시글거리는 오멘을 향해 검격을 쳐날렸다. 약점은 머리. 날아간 참격은 정확하게 머리를 몸통에서 분리시켰고, 이어서 단검을 투척해 뒤이어 달려드는 것들의 머리에 드러난 핵을 정확히 부쉈다.
신속정확한 처리였지만 다급한 마음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 용병은 숨을 헐떡였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멘의 잔해들을 짓밟고 신음이 들린 곳, 쓰러진 아린을 향해 뛰어가 상태를 살펴보았다. 큰 상처는 없다. 오멘이 가진 어둠에 당해 몸이 좀 쇠약해진것 같지만 그것뿐이다.
「…… 다행이다.」
「용…… 병.」
「정신이 드나?」
「어서, 도망쳐…… 위험해.」
「오멘들은 전부 내가 처리했다. 안심해라.」
「아…… 니야. 여태껏 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오멘이 있었,」
그곳에서, 도망쳐. 아린은 필사적으로 뭐라고 더 말하려 했지만 이내 혼절했다. 꼬마를 업고 오로라로 돌아가는 용병의 모습에 테스는 찜찜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뭘 본 거지 저 녀석?"
"커다란 오멘을 봤다고 했잖아요."
"방금 용병이 해치운 것들은 다 고만고만한 것들이었잖아. 설마 공포에 질려서 잘못 본 건가."
"그건 아닐거야. 죽이고 싶을만큼 미워하는 걸 착각하는 사람은 드물거든."
그렇게 대답했지만 아란 역시 뭔가를 놓치고 있는듯한,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아린은 오로라에 돌아왔지만 오멘의 어둠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탓에 쇠약해져 몸에 열이 올랐다. 감기같은 병과 달리 몸의 기능 전반이 약화된 터라 포션같은 조치도 못 쓰고 상태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오로라의 단원들에게 빛 마법을 받으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이번에 나타난 상당한 숫자의 오멘으로 인해 숲에 언데드 몬스터가 들끓지 않도록 적잖은 수가 신전을 나가 토벌에 나섰다.
「대체 몇 번을 구해줘야 하는 거냐 꼬마녀석.」
악의없는 타박을 하며 아린의 옆에서 상태를 지켜보던 그는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누적된 피로가 긴장이 풀리며 쏟아진 탓이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자던 용병은 창 밖을 두드리는 비바람 소리에 눈을 떴다. 언제부터. 그리고 반사적으로 아린이 누워있는 침대쪽을 보았지만 꼬마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설마…… 불길한 예감에 손을 뻗자 펄펄 끓는 열이 닿았다. 여전히 아프다는 뜻이었으나 이번만은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렸다. 한숨 잔 덕인지 몸도 머리도 좀 개운해졌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 뭘 말하려고 했었지.」
커다란 오멘이 있었다, 그곳에서 도망쳐. 오멘이 나타난 자리에서 빨리 도망치라는 의미였겠지. 정작 꼬마가 말한 커다란 오멘이란 건 보지도 못했지만 이젠 그런 것까지 나타난 건가. 안 그래도 항상 밤인 숲이라 오멘이 많았는데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늘어났다더니 이상한 변종들까지 생긴 모양이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
그 순간, 머릿속에 불이 확 들어오며 흩어져있던 정보들이 조합되었다.
오멘들이 유독 많이 나타나는 평온의 숲.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늘어난 오멘.
저번 달부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하얀 마법사.
하얀 마법사의 흔적을 쫓던 중, 그가 머물렀던 지역에서 나타났던 오멘.
여태껏 보아온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오멘.
그곳에서 도망쳐 용병.
「…… 그럴 리 없어. 하얀 마법사가 그런 짓을.」
그러나 수많은 사선을 넘어오며 갈고닦인 직감은 무심코 넘겼던 정보들도 끄집어냈다.
하얀 마법사가 오로라를 세워 연구를 시작했던 것은 몇 년 전.
평온의 숲에서 오멘이 나타난 것도 몇 년 전.
이상한 일이지. 이 숲에는 본래 그런 몬스터가 없었는데.
숲에 들어오기 전 이곳까지 길 안내를 해주었던 이가 했던 말까지 떠올랐을 때, 그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째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거지? 문득 하얀 마법사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저는 벽을 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요.』
궁극의 빛은 궁극의 어둠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게 이런 뜻이었나?
「억측은 금물이지만…… 그 이상으로 확신이 들고 있어.」
만약 제 추측이 사실이라면 당장이라도 그의 연구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현재 하얀 마법사의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는 이는 그의 연구를 돕고있는 수석 연구원 마르스뿐이다. 용병은 곧바로 로비에 나가 그를 찾았다.
「아, 이제 나오셨군요. 일이 이렇게 되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하지 않았으면─」
「그건 됐고, 묻고 싶은게 있다.」
「예?」
「당장 하얀 마법사를 만날 수 있나.」
그의 말에 마르스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안 될 말입니다! 큼, 마스터는 지금 최후의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들어가면 그분을 방해하는 게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수포가 되버립니다. 굳이 지금 그분을 만나야겠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얀 마법사가 하는 연구와 오멘이 늘어나는 이유, 관련이 있지 않나.」
「무슨……?!」
「나는 여기 오기 전까지 하얀 마법사를 찾기 위해 많은 단서들을 모았었다. 그리고 놈이 있었다는 게 확실한 지역들 모두에서 오멘을 맞닥뜨렸지.」
아리안트, 엘린 숲, 이곳 평온의 숲. 그리고 오멘은 본래 이곳에 있던 자연적인 몬스터가 아니라고 주민들이 입을 모아 말했었다.
「연구를 시작한 날짜와 오멘이 나타나기 시작한 날짜가 비슷한 이유.」
믿을 수 없지만 정보들이 가리키고 있는 사실.
「하얀 마법사가 연구에 박차를 가한 한 달 전부터 급증한 오멘.」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사실이라도, 불가능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결국 진실인 것을.
「대답해라 마르스! 하얀 마법사의 지나친 연구로, 오멘이 생기고 있는 게 아니냐!?」
최대한 침착하게 물어보려 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을수록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분노와 배신감에 목소리가 커졌다. 갑작스런 추궁에 굳어버린 마르스 대신 그의 옆에 있던 비어완이 외쳤다.
「억측은 그만두세요!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나는 네가 아니라 마르스한테 물었다. 당장 반박해봐라.」
「…… 허.」
막힌 둑이 터지듯, 마르스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두 사람과 또 다른 이들은 모두 직감했다.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용병의, 그리고 루미너스의 얼굴이 절망에 물들었다.
「당신이 말한 오멘…… 그것이 마스터가 하고 있는 연구의 부작용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왔던 아이, 아린이 전해주었던 그것의 잔해를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죠.」
「마, 말도 안돼…… 수석 마법사님, 그게 정말입니까?」
「하얀 마법사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오멘 때문에 몇 명의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그걸 알면서, 연구를 계속 했다고?」
마르스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입니다. 빛이 강해지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지금의 혼탁한 세계를 제물삼아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 그게 마스터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고요.」
마법사는 지식에 미쳤다는 세간의 말은 과장이 있을지언정 거짓은 아니다. 그들은 기본적인 뇌구조부터 일반인과 다르니까. 어디까지나 사실을 기반으로 한 편견인 것이다.
그리고 용병은 지금 이 순간만은 그 편견이 한 치의 틀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하다느니 뭐니 사과하고 있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방금 그 말을 내 방에 누워있는 꼬마에게도 할 수 있나.」
「그건─!」
「변명하지마라 위선자! 당장 저 문을 열어!」
열지 않으면 무력으로 열겠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들어 문을 박살낼 기세에 마르스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렇다면 저는 당신을 막을 수 밖에 없습니다.」
「비키지 않겠다면 나 역시 어쩔 수 없다.」
「그만두십시오 둘 다!」
비어완이 둘을 말리려 했지만 말단인 그에게 힘이 있을 리 없었다. 당장이라도 부딪힐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둘을 멈춘 건 문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바깥이 소란스럽군요.」
절대 저곳에서 들려서는 안되는 목소리가, 음산하게 울렸다. 특히 영웅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수 년동안 저 목소리를 들었던 데몬과 그의 기억속에서 이를 들어보았던 에반은 문을 향해 눈을 부릅뜨며 믿을 수 없다고 연신 중얼거렸다.
"설마…… 설마 그럴리가?"
[마스터. 이거, 이거 그.]
"이건 대체……."
그나마 이 목소리를 처음 들어본 나인하트와 테스는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사람의 근본적인 공포를 자극하고 심신을 제압하는 - 마치 심연 깊숙한 곳에 사는 악마의 것 같은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표정이 안 좋아진 건 마찬가지였다.
「하얀 마법사?」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는 성공했고, 동시에 실패했습니다. 금기를 어겨가면서까지 빛의 연구에 매진한 끝에 결국 벽을 넘는데[超越]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아는 온화한 목소리와 마귀의 것 같은 목소리가 지직거리며 겹쳐졌다.
「결국 궁극의 빛 같은 건 없었습니다. 제가 닿지 못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이미 멸망했으니까요. 이미 멸망한 세상에 빛이 있을 리 없죠. 앞서 에레브에서 아이로부터 들었던 충격적인 세계의 진상과 이를 자신들보다 더 일찍 알았다는 두 사람이 떠올랐다. 검호, 그리고─
「…… 그러나 궁극의 어둠은 존재하죠. 이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마스터, 그게 무슨!?」
「당장 비켜라!」
섬뜩한 목소리에 얼어붙어있던 이들 중 용병이 가장 먼저 뛰쳐나가 연구실의 문을 부수고 안에 들어갔다. 마르스와 비어완이 당황하다 뒤를 쫓았고, 방에 들어선 순간 또다시 바닥에 뿌리내린 것처럼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새하얀 머리카락도, 수려한 얼굴도. 그러나 근본적인 부분에서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음을 모두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는, 아니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벽 너머엔 궁극의 빛은 없었지만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 중에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요.」
그러나 어째선지 그는 울고 있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그가 완전히 인간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저는 본래 이곳에 도달할 운명이었습니다. 그렇게 정해져 있었어요. 뭘 해도…… 이렇게 되었을 겁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마스터?」
「어차피 이 세상은 멸망의 미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더 빨리 끝내버리고, 빛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차라리 나은 거겠죠. 지독히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 용병은 설마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무슨, 뭘 알아버린 건지 몰라도 그만둬라. 더 이상 계속하면 안 된다. 아직 늦지않았─」
「─아니요.」
한 때 누구보다도 뛰어난 지성으로 빛나던 푸른 눈이 새빨갛게 불타오르며 그들을 담았다.
이미 늦었어.
「다들 밖으로 도망쳐!!」
마르스의 외침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에 그에게서 터져나온 새카만 어둠의 해일이 그의 수려한 얼굴과 육신을 한 순간에 불사르고, 신전을 휩쓸며 숲 밖으로 번져갔다.
쏟아지는 어둠에 정신을 잃기 직전, 용병은 마치 단말마 같은 - 그러나 너무 작은 환청을 들었다.
더 나은 방법을 못 찾아서 미안해요…….
***
투둑, 빗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에서 들었을 때보다 더 크고 선명한 빗소리였다.
「크…….」
일어나기 위해 손발을 움직이려는 순간 고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어쨌든 몸이 움직였다.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 역시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지. 통증을 호소하는 사지를 애써 움직여 일어난 용병은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 마법사의 연구실. 조명을 대신하던 빛나는 광물들과 수많은 서적, 실험 도구들이 부서지고 깨져 불타고 있었다.
휘청이는 다리에 힘을 줘 바깥에 나오자 마찬가지의, 아니 더한 풍경이 펼쳐졌다. 웅장했던 신전이 반파되어 비가 그대로 쏟아졌고, 사방엔 마르스와 비어완을 포함한 수많은 오로라의 단원들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부상을 입은 채, 아니 이미 죽은 이도 보였다. 그가 기절한 사이 이미 한 차례 전투가 벌어졌던 것이다.
「쿨럭, 쿨럭……!」
「마르스.」
불에 직접 지져진 것처럼 얼굴의 반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마르스가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어쨌든 그의 생존을 확인한 용병은 그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궁극의 빛을 연구하다…… 힘에 잡아먹힌 겁니다.」
아니야. 그가 한 헛소리같은 말들의 진실을 일찍히 전해들었던 이들은 속으로 반박했다. 뼈아픈 사실이지만 틀린 말은 없었다.
「언제부턴가…… 마스터가 금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분의 연구 방법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믿어보고 싶었어요. 그분이 열어줄 미래가 궁금했습니다. 변치않는 진리를 통해 펼쳐질 빛이 도래한, 완전한 세상을…… 어떻게 우리에게 보여줄지, 너무나 기대되고 궁금했어요. 너무 늦어버렸지만요.
「부탁, 입니다. 그분을…… 막아주세요.」
점점 옅어지는 그의 숨소리에 용병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딛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쳐서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자 또 아는 사람이 보였다.
「아, 아…… 앞이 안 보여요. 거기 누구 있습니까. 지금 오고 있는 건 누구죠?」
「나다.」
「용병……? 하하, 하. 살아 있었군요.」
그의 말대로 비어완의 눈가엔 짐승의 손아귀에 뜯긴 것같은 상처가 크게 나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부상들을 입어 살아나긴 힘들 것 같다. 그도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듯 되려 편한 얼굴이 되었다.
「빛의 마법사한테, 빛을 빼앗기고,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인생은 모르겠군요.」
진리보다 더. 미안해 케이트.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 아이에게도. 간신히 말을 끝맺은 비어완은 이내 숨이 멎었다.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그를 쫓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절하지 직전 보았던 어둠이 새카맣게 땅을 물들여 마치 발자국처럼 쭉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길이 정확하다는 증거까지 이정표처럼 놓여 있었다.
「…… 전부 죽여버렸나? 자신을 믿고 따르던 이들을 전부?」
신전에 있던 오로라의 단원뿐만 아니라 숲에 나가있던 오로라 단원들까지 시체가 되어 땅에 나뒹굴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였나. 당신이 말했던 이상은 모두 거짓이었나. 세찬 비바람이 체온을 떨어뜨렸지만 끓어오르는 감정에 도로 덥혀진 몸은 검게 죽은 길을 따라갔다.
그 길은 오직 죽음밖에 없었다. 빛을 추구하던 이들의 시체와, 생기를 빼앗긴 수목과, 그가 흘리고 간듯한 어둠의 덩어리 - 그리고 오멘들이 그를 반겨주었다.
「하, 저거였나.」
아린이 말했던 거대한 오멘이 그를 내려찍기 위해 팔을 들었다. 허나 신속하게 휘둘러진 검이 비대한 팔을 끊어내고, 방향을 꺾어 돌출된 머리의 핵을 부쉈다.
길을 막바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용병은 검게 죽은 길 한복판에 홀로 찬란히 빛나고 있는 빛의 결정을 보았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저것 역시 오멘과 어둠의 덩어리처럼 하얀 마법사가 남기고 간 것임을 알았다.
[뭐야 저건? 어떻게 저런게…….]
보는 것만으로 눈이 정화되는 것 같은 - 그리고 직접 마주 대하고 있는 용병 입장에선 전신에 스며든 어둠을 정화시켜주는 순수한 빛의 힘에 경악했다. 저것은 아마, 하얀 마법사가 떼어놓았을 그 자신의 빛일 것이다.
그러나 용병을 치유시켜준 빛의 조각은 안타깝게도 당장이라도 꺼져버릴듯이 희미하게 점멸했다. 이걸로 끝이라는 것처럼, 하얀 마법사의 최후와 같이.
몸이 나아졌지만 용병은 꺼져가는 빛을 보며 더 가는 것을 망설였다. 이 앞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걸음을 옮길수록 짙어지는 어둠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 하지만 그럴 순 없겠지.」
그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테니.
그는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앞에 무엇이 있든 이 길을 끝까지 걷고야 말리라 결심하며.
「하얀 마법사! 어디에 있나! 어서 나와!」
더 이상 오로라 단원의 시체도, 오멘도 몬스터도 없었다. 하지만 용병은 그가 있는 곳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오랜 전장에서 다져진 경험이, 위기감이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 따라온 거지.」
어둠이 그대로 형상화 된듯한 빛 한 점 없는 새카만 로브, 주변에 부유하고 있는 부서진 사슬파편들, 후드의 안쪽엔 지옥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안광만 떠 있을 뿐, 얼굴이나 몸체는 없었다. 유일한 신체라고는 화려한 금장이 둘러진 소매 밑으로 늘어진 고목처럼 메마른, 시체의 것 같은 손이 전부였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 길을 걸으려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그의 힘에 절대로 대적할 수 없음을. 그 결과따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하얀 마법사…… 아니, 이제 그 이름으론 부를 수 없겠군.」
용병은 한 차례 숨을 고르며 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옥죄이는 것 같은 안광을 마주했다.
「─검은 마법사.」
이후 메이플 월드 모든 사람들이 부르게 될 그 악명을, 그는 처음으로 입에 담았다. 하얀 마법사 - 이제는 검은 마법사가 된 존재는 물끄러미 그를 내려다 보더니 킬킬거렸다.
「그래…… 그랬군. 그래서 그는 나를 불신했던 거였어. 내가 이리 될 줄 처음부터 알았으니 믿지 못했던 거야. 크, 크큭, 하하하!」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어둠이 진동하며 숲을 뒤흔들었다. 여파만으로 속을 헤집는 힘에 용병은 입벽을 씹어 정신을 다잡으며 간신히 검을 겨누었다. 그 위태로운 모습에 검은 마법사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꺼져라. 지금 돌아가면 쫓지 않을테니.」
「웃기지 마라. 도망칠 생각따위 여기 오면서 버렸다.」
「상대따위 안 될 텐데도?」
「그래.」
두렵고, 두렵고, 두렵다.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망설임은 사라졌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너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새겨주지.」
「…… 그럼 증명해보아라.」
그대의 행동이 의미없지 않다는 것을.
마치 모든 것에 종언을 고하는듯한 검은 빗속을 향해, 용병은 주저없이 몸을 날렸다.
***
항상 밤이 내려와 고요했던 평온의 숲은 다른 의미로 어둠에 물들어 죽어갔다. 수많은 거목과 희미하게 빛을 발하던 수정들은 새카맣게 물들어 썩어갔고, 대부분의 몬스터들마저 어둠을 감당하지 못해 폭주하거나 기괴하게 뒤틀렸다.
그 중심 속에 용병은 마지막 숨을 토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더 이상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죽은 건가? 눈앞도 점점 흐려진다.
그는 떠돌이 용병이다.
돌이켜보면,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인생이었다.
해가 저물고 바람이 옷깃을 저미는 어느 날에, 제 주검도 어딘가에 낙엽처럼 뒹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으로, 나는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하얀 마법사. 아니, 검은 마법사.
후대의 누군가는 부디 저 악마를 막아주기를.
「이봐 용병! 정신차려! 죽지 마!」
……하하. 다행이다 꼬마, 살아 있었구나.
오로라 단원들과 검은 마법사의 전투로 무너진 신전에서 무사하고, 열까지 내려 여기까지 와주다니. 신이 내게 마지막으로 주는 기적일까.
「나보고는 목숨을 아끼라며! 상대가 강한 걸 알면 목숨을 버리지 말라며! 왜 바보처럼 쫓아가?!」
그럴 이유가 있었다고 답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좀 전의 말이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꼬마의 목소리도 점점 아득하게 흐려졌다. 감기려는 눈을 어떻게든 떠 꼬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으려는 순간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비가 그쳤군.
「용병……? 죽으면 안돼! 용병! 날 두고 가지마!! 용병──!!」
그래서일까. 더 이상 춥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하얀 마법사는 빛의 초월자가 되며 수많은 사실들을 알았다. 그 중엔 자신이 처음부터 빛의 초월자가 될 운명이라는 것도 있었다. 자신이 뭘 어떻게 해도, 처음부터 이를 알고 거부하려 발버둥쳤어도 결국 빛의 초월자가 되었을 것이란 걸.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무엇을 계기로든 초월자가 됐을 걸 알아버렸다.
... 굳이 금기를 저지르지 않아도 그는 벽을 넘을 수 있었다. 자격이, 그런 결과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섯 번 되감겨 여섯번째가 되는 시간대 중 그가 빛의 초월자가 되는 걸 피한 미래는 없었다.
이는 하얀 마법사의 정신에 크리티컬로 꽂힌 진실 중 하나다.
인게임에서 루미너스는 오로라의 비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검마가 초대 오로라 마스터라는 걸 알게되지만, 본편에선 현실 보정으로 비보의 상당수가 8백 년 동안 파손, 분실 등으로 사라져 진실을 몰랐다. 그리고 이걸 보고 한꺼번에 알게 되었다.
@bcyu0217 - 저때 사람치고 인생역경 없었던 이 없다죠. 그리고 검호의 책을 본 이들의 반응은 차차 나올겁니다.
@아유헝그리 - Q&A 편의 답변들을 참고해주세요!
@Ratios - 끝을 알 수 없는 책→수십권 가량의 책으로 압축.
@검은짱돌 - 다음편에 나올 겁니다!
@kjjin100587 - 일단 Q&A 편에서 받았던 질문들은 제외하고 대답해드리자면
1. 누구는 직접 죽일거고, 또 누구는 본인이 죽이지 않아도 연합에 넘기는 식으로 처리할 거다.
2. 지금도 사투리지만 나이를 먹어 말이 점잖아졌다. 마음이 편해지면 예전처럼 나오곤 한다.
3. 현 시점에선 검호가 이긴다.
4. 미래의 문은 본편에서 모험가들이 조사중이지만 내용 진행에 크게 중요하지 않아 부각되지 않을 거다.
5. 소울웨폰, 슈피겔만, 몬스터파크 모두 안 나옴. 마이스터 빌은 헤네시스에 있지만 내용 진행에 전혀 상관없으므로 안 나옴.
6. 메이플2는 현재 스토리 개편하며 1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바뀌었다. 오버시어 이상의 상위 존재는 설령 있더라도 작중 나올 일은 절대 없으며, 각 차원의 여신들은 오버시어보다 한참 아래다. 에르다는 나올 일 없다.
7. 데미안 때 넘어간 건 세피로트와 생오버의 힘을 빌려 아주 짧은 시간동안 됐던 거다.(이걸로 설정구멍 메꾸기)
@Accelerlater - 일단 루미너스 멘탈은 확실히 박살남.
@AbViaLectea - 그리고 온 다음 화!
@노란우산s - 와! 대학 입학 하셨어요? 즐거운 캠퍼스 생활 되길 바랍니다!
@몽롱한표정 - 둘은 어디까지나 조연이라~
@푸르고큰소나무 - 겁나 좋은 조합. 참고로 본편에서 가장 환상적인 검사+마법사 조합은 검호+아스카와 검호+하마...
@눈꽃의꿈 - 메이플 월드의 일만 기록되서 라테일 세계의 일은 안 나옵니다~ 다만 라테일 검호가 본편에 정말 짧게 나올지도.
@Legendssj2 - 그리고 검호 초반을 본다.
@이루카이저 - 사실 잘 기억 안 날때도 있는데 그러면 재탕합니다.
@KRamiya - 그리고 본 책은 하얀 마법사. 결말은 멘붕 대잔치였습니다.
@psyga315 - 영웅즈 중에서 루미너스가 주인공 격이라죠? ㅋㅋㅋ
@생명체는꿈을꾼다 - 이번엔 좀 많이 써왔어요~
@NnKightRun - 검호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mmo0522 - 현실이 바빠서...
@빙구날동 - 이번에 올린 2편은 사실 인게임 하얀 마법사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거라 용량이 늘어나서... 별로 재미 없을지도.
@토아루 - 몇 번 정주행 하셨나요?
@레볼레이션 - 그리고 이어진 하얀마법사&용병 이야기.
@레시코 - 루미너스가 말했듯 검호의 책이 아니더라도 현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만 알면 되니까요. 프리드가 본 책이라면 보통 책일리는 없으니 적어도 상황개선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판단으로 다 본 거.
@찬양천사 - 참고로 트립퍼들의 책은 어지간해선 생기기 힘듭니다. 메이플 월드의 존재가 아니라서.
@육합 - 현재의 검호는 어지간해선 파워업이 더 힘듭니다.
@책벌레씨 - 탄산과 당! 탄산과 당! 이번에 쓴 편도 탄산 3캔과 초콜릿 파워로 썼습니다.
@팩토리알 - 1달 좀 넘게 표지로 썼네요. 제가 생각하는 생오버와 굉장히 가까워서 기뻤습니다.
@Skyhappiness - 사실 영웅즈 입장에선 좀 억울하기도 할 걸요.
@J스티카 - 그리고 온 건 100키바.
@드라몬 - 검호 이야기는 프리드 다음!
@소라노아카시 - 본편 진행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하진 않거든요.
@연참학개론 - 파픈스타 이야기는 의외로 이데아 편 때 나올 겁니다.
@ReFrante - 좀 돌아가는 거지만 아는 것도 많아지니까... 그 알게 되는게 좋은건지는 제쳐두고요(웃음)
@Faceless - 그것도 나옵니다. 사실 데몬도 내심 찾아보고 싶지만 뭐가 중요한지 알기때문에 본인 욕심을 참는 거죠.
@칼크래프트 - 데몬뿐만 아니라 다 환장할듯.
@갓타치 - 그냥 예쁜 개객끼1이죠. 2는 이놈의 쌍둥이 남매고.
@Blake117 - 그래도 크리티아스와 얽힌게 많이 없어서 좀 낫지만! 어쨌든 루프물 찍는 중이라 정신적으로 지치는중입니다.
@타키타키타 - 프리드 편 때 조금 알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