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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종유화]
[관찰 진행률 : 100%]
[깊은 동굴 속, 극히 희박한 확률로 피어나는 신비의 꽃입니다.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며, 많은 전문가들조차 재배하지 못한 꽃입니다.(더 보기)]
[(중략)]
[*효능]
[1. 어둠 속에서 모든 전투 능력치가 20% 증가합니다.]
[2. <별빛향기>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별빛향기> : 발광종유화의 향기에 취한 상대가 5초간, 완벽한 암흑에 빠집니다. 암흑에 빠진 상대는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하며, 1번 효능이 적용됩니다.(재사용 대기시간 : 5분)]
작정하고 퍼센트를 올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재호는 불과 하루만에 100%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아무래도 전문가인 자연인의 가르침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차마 말로 못 할 다양한 괴작들과 상당수의 발광종유화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제법 요긴하게 사용이 되었다.
―넌 정말 대단한 요리사다! 이토록 거인족 입맛에 딱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낼 줄 알다니!
바로 실패한 온갖 물건(?)들이 몽땅 자연인의 입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덕분에 그와의 호감도도 거의 절정을 향하고 있었고.
‘그래도 아직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어.’
바로 발광종유화를 재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단 점이었다.
이 예민하기 짝이 없는 꽃은 햇빛, 혹은 달빛이라도 맞았다간 픽 죽어 버렸다.
오로지 이 습하고 어두컴컴한 동굴 속, 종유석을 타고 흐르는 수분만이 녀석을 살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환경을 엘리시아 쪽에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거기까지 옮기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인벤토리에서조차 빛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건 먹는 걸로만 만들 수밖에 없겠군.’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옵션이라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자연인! 넌 이걸 재배하는 법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했지?”
재호는 광산을 떠나기 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물론이다! 걱정하지 말고 맡겨만 둬라. 필요 이상으로 많은 꽃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재배할 수 있으니까.
흉악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연인의 확언은 마치 거울을 보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좋아. 그럼 이곳은 네게 맡겨 놓도록 하지.”
―알았다.
“아,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광산으로 사람도 보낼지도 모르니까.”
꼭 드워프가 아니더라도, 이 광산을 가만히 놀려두는 건 아쉬웠다.
드워프들이 사용하던 광산이라면 분명 질 좋은 광물들이 많았을 테니까.
―다시 이 광산이 광부들로 북적인다면 나야말로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재호는 마침내 광산, 그리고 엠베이 숲을 나섰다.
사만다…… 그리고 엘프들과 함께.
* * *
테일러에게 납치를 당했던 완식은 예상했던 대로 금방 감옥에서 풀려났다.
어차피 게임 시스템상, 완식을 불곰 길드 쪽에서 계속 잡아둘 수도 없었으며, 비인도적이고 가학적인 행위는 더더욱 불가능했다.
완식은 그저 감옥에서 시간만 죽치다 나온 꼴.
―메이, 나야.
완식은 제일 먼저 메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어? 팡팡이 이제 출소했니?
이젠 서로 편하게 말을 할 정도로 친해진 사이!
물론, 완식은 저 ‘팡팡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알시아님은 알아? 지금 화원으로 돌아오는 중이라던데.
―아니. 그 자식은 보나마나 나 귓속말 차단해 놨을 텐데. 그보다 엘프들은 뭐래? 나 갑자기 사라진 거 이유 제대로 설명했지?
다른 것보다 힘들게 쌓아 올린 엘프 호감도가 초기화될까 두려운 완식이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
툭―
그 순간, 마주 오던 상대와 어깨가 가볍게 부딪힌 완식.
“어어어억!!! 아이고야! 나 죽는다!!!”
“??!”
난데없이 상대가 하늘을 붕 날아 자빠지는 것을 시작으로…….
“내가 봤어! 저 인간이 소매치기 하는 거 내가 봤다고!”
“나도 봤어! 저 인간이 골목에서 퍽치기 하는 거!”
“어? 어제 우리 집에 들었던 도둑도 저렇게 생겼어!”
뻔히 보이는 발연기들이 사방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는 완식은 ‘설마?’ 했다.
‘불곰 새끼들 이렇게 졸렬한 방식으로 발목 잡는다고?!’
의심과 동시에 재빨리 도주를 시도했으나…… 이곳은 불곰국.
플레이어뿐 아니라, NPC들인 경비대 역시 불곰 길드의 편이었다.
―@$*^[email protected]&!!!
―팡팡아?
―이 쪼잔한 새끼들!!!!
200 레벨 초반 대의 플레이어가 경비대의 추격을 깔끔하게 따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다시 감옥에 갇힌 완식.
그를 향해 불곰 길드의 간부가 찾아와 한껏 비웃음을 흘렸다.
“넌 여기서 영원히 못 빠져나가.”
“야이 미친놈들아! 알시아 그 자식은 나 귓속말도 차단해 놨다고! 애초에 부른다고 올 자식도 아니고!!!”
완식이 억울함을 가득 담아 소리쳤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뭐, 어차피 상관없어. 테일러가 책임지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겠다고 나섰으니.”
“잘도 되겠다. 걔 주변에 엘프 보디가드들이 몇 명인데.”
“후후……. 허세 부려도 소용없다. 이미 알시아가 엘프 없이 단독으로 길을 나섰다는 정보는 얻었으니.”
“?!!!”
불곰 길드 역시 재호가 현재 오톨크 지역에 있다는 걸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엘리시아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도!
* * *
테일러는 재호에게 자신의 필살 스킬인 <악인의 올가미>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체 게임을 어떻게 해 왔기에 랭커 암살자인 자신보다도 높은 악명을 보유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납치가 목적이 아니었다.
바로 암살!
그리고 그 장면을 개인 방송으로 생중계할 계획이었다.
처참하게 당하고, 불곰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더군다나 이미 사전 조사를 통해, 이번에는 엘프들이 없는 것도 확인했다.
기껏해야 엘리시아 화원의 사천왕 중 한 명과 방송인 하나.
‘어떻게 당하는지도 모른 채, 쓰러지게 될 거다.’
테일러는 자신만만했다.
‘아, 저기 보이는군.’
마침내, 모래 언덕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알시아!
하지만 알시아 눈에는 결코 자신의 모습이 보일 수 없었다.
<환각둔갑>
눈으로는 결코 알아볼 수 없는 완벽한 둔갑술.
그것을 통해 선인장으로 변한 테일러는 바로 생방송을 시작했다.
미리 켜 놓지 않은 이유는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moth : 뭐임? 무슨 방송임?
―eapa12 : 웬 사막? 잠깐…… 저거 알시아 아닌가?
―coff : 헐? 설마 알시아한테 복수하려는 거임? 겁나 졸렬하네.
―qorhvk : 졸렬은 무슨. 암살자가 암살하는 게 무슨 문제임?
―akdntm : 애초에 불곰이랑 엘리시아는 서로 죽일 수밖에 없는 사이니 노상관.
랭커답게 순식간에 늘어난 시청자 수.
그리고 그들 모두가 테일러가 노리는 게 뭔지 알아챘다.
알시아를 암살하…….
‘?’
재호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던 테일러.
헌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그는 움찔했다.
언덕 너머, 재호의 뒤에 한 무리의 사람들…… 아니, 엘프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qnfrha : 와…… 테일러 패기 쩌네. 저 상황에서 암살하는 거?
―clzls :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저거 자세히 보면 죄다 엘프들임!!
―EjrqhRdl : 헐? ㄹㅇ이네 ㅋㅋㅋㅋ 와! 테일러 이거 암살 성공하면 나 집 팔아서 도네한다!
채팅창은 말 그대로 불이 붙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테일러는 식은땀으로 등이 흥건해진 상황.
‘이, 이 새끼들!!!! 분명 엘프들 없다고 했잖아!!!!’
길드 정보원을 통해 확인한 정보였다.
엘프는 단 한 명도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왜 눈앞에 수십 명의 엘프들이 있는 것인가!!!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있었으나…… 미치지 않은 이상 재호를 죽이겠다고 나설 수 없었다.
근처도 가 보지 못한 채, 자신이 죽을 게 뻔했으니까!
‘지난번 레벨 다운도 아직 복구 못 했는데 또 다운되면 골치 아프다고!!!’
체면은 둘째 문제.
일단은 살아야 한다!
그런데…….
‘왜 자꾸 여길 보는 거지?!’
* * *
테일러가 연신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재호.
하지만 시선은 선인장으로 변한 테일러에게 계속 고정되어 있었다.
이유인 즉…….
[<금고 털이범> 칭호로 인해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하였습니다.]
‘어쩌면 브레잘의 비밀 금고일지도 모르겠는데?’
페르마 사막에서 발견한 비밀 장소라면 아주 가능성이 높…….
―잠깐!
그때, 재호를 따르던 징징이가 외쳤다.
―저건 진짜 선인장이 아니다!
“뭐?”
[<생기의 정령>이 ‘맞다. 순수한 생령이 아닌, 불순함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상당히 높은 악의가 느껴지는 게 수상하다!
서로 상극인 두 정령이 서로 합치된 반응을 보이자 재호는 모종삽을 꺼내 들었다.
척―
“제가 활로 먼저 쏘아 보겠습니다!”
엘프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융―!!
푸욱―!
“쿫……!!”
선인장을 뚫어 버리는 순간, 나지막이 들려온 신음 소리!
“방금 뭐 들리지 않았어?”
재호의 물음에 사만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테일러는 여전히 버텼다.
자신은 선인장이라고 연신 외면서…….
푹―
“엇? 선인장이 떨리는데요?”
푹푹―
“선인장에서 붉은 물이 나옵니다!”
“한 번 더 쏴 볼까요?”
울컥!!
결국 테일러는 폭발했다.
이대로 있다간 죽을 때까지 화살이 꽂힐 것 같았으니까.
펑―!!
작은 폭발과 함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테일러는 빠르게 반대로 튀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한번 모른 척하고 가 주면 안 되냐?!!!!”
과연 암살자다운 민첩함!
“어? 저 사람은…….”
재호는 테일러를 곧장 알아보았다.
“어떻게 합니까, 알시아님?”
엘프들이 재호의 지시를 기다렸다.
그들이야 테일러를 본 적이 없으니 상대가 적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
“일단…… 산 채로 잡자.”
보나마나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온 것일 테니까.
‘그리고 저놈이 완식을 납치했다고 했었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 * *
아무리 랭커라고 한들, 엘프의 화살을 연달아 맞은 이상 무사히 도망가는 건 힘들었다.
결국 얼마 걸리지 않아 엘프들에게 붙잡혀 끌려온 테일러는 재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 개자식…….”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테일러의 모습에 재호는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욕을 들어야 하냐? 먼저 건드린 건 너희들인데.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뉴월드에서야 서로 죽고 죽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 안 당연해.”
재호는 딱 잘라 말했고,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난 꽃집을 하려고 시작한 거라고. 그런데 갑자기 싸움을 걸어오지 않나, 사람을 납치하지 않나.”
“웃기는 소리!! 꽃집을 한다는 놈이 나라는 왜 세우고 최초의 왕은 왜 가져간 거냐!!!!”
“주는데 어쩌란 거야?”
“……뭐?”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테일러는 말문이 막혔다.
단순히 꽃집을 하려고 뉴월드를 시작했다고?
그리고 꽃집을 차리는 과정에서 왕이 되고 나라를 세운다고?
지금까지 게임을 해 왔지만 그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한 테일러였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너희 같은 인종차별자들이야 맨날 사람이나 죽이고 다녔으니 모르겠지.”
“흥! 그건 네놈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 정도로 높은 악명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닐 터!!!!”
“아…… 그건…….”
재호는 속이 쓰라렸다.
“닥쳐라!!! 감히 알시아님을 모독하려는 것이냐?!!”
그때 듣고만 있던 엘프들이 발끈하며 나섰다.
아주 두툼한 콩깍지가 씐 그들의 눈엔 재호의 악명은 완벽하게 필터링이 되고 있었다.
“워워, 너희가 참아. 어차피 이 자식들은 말로 해서 안 들을 놈들이야.”
재호는 엘프들을 진정시켰다.
“이대로 엘리시아로 끌고 가서 가두어 둬. 인질 거래에 써야 하니까. 아, 그거도 네가 했지?”
재호의 표정에서 측은함이 드러났다.
“너도 안타깝네. 납치 잘못해서 여기까지 또 혼자 쫓겨 온 모양이야?”
“뭐……?”
테일러는 자존심이 팍 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랭커인 자신이 길드의 눈치에 떠밀려 여기에 왔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난…… 우웁!!!”
하지만 엘프들이 그의 입을 막아 버린 탓에 더 이상의 발언은 허락되지 않았다.
꽃만 키우는데 너무 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