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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무기로 공격해도 버티는 상대에게 갑자기 맨손 공격을 퍼붓는다?
보는 맛이 있긴 했다.
마치 수준 높은 복싱 경기를 보는 듯, 재호의 폭풍 같은 펀치 세례는 화려했으니까.
하지만 그런다고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마기 중첩?
그것도 제대로 된 유효타가 들어갔을 때나 효과가 있다는 게 이미 시범 리그에서 확인되었다.
대부분의 공격은 커다란 방패에 막히고 있는데, 대체 황재호는 뭘 노리고 그런 공격법을 택한 것인가?
쾅쾅― 쾅쾅쾅―!
빈틈없이 쏟아지는 펀치에 수민은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제, 젠장! 반격 타이밍은커녕, 중심이 뒤로 계속 밀려!’
뉴월드는 현실적인 게임이었다.
맨손 주먹질이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다고 해도, 머리와 어깨를 이용해 수민을 밀어붙이니 몸이 점점 뒤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수민도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었고, 어떻게든 다시 거리를 더 벌려야 했다.
하지만 재호는 그럴 틈을 주지 않고 무식할 정도로 딱 붙어 주먹을 휘둘렀다.
‘이, 이 자식……!!!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줄 알아?!!’
그 집요한 공격은 수민의 인내심을 차근차근 갉아 먹었고, 결국엔 폭발하도록 만들었다.
“흐아아아압!!!”
모기처럼 괴롭히는 재호를 떨쳐내기 위해 수민이 선택한 스킬은.
“<라그나로크>!!”
강력한 광범위 벼락 폭격 스킬.
MK 내부 연습 경기에서 이미 재호에게 한번 보인 적 있는 스킬이었다.
‘두표 형이 조사해 준 자료에도 자세히 적혀 있었지.’
재호는 씩 미소 지었다.
근거리 딜탱이지만, 생각보다 초근거리 기술은 그리 많지 않은 수민.
주로 사용하는 건 돌진형이거나 중근거리에 해당하는 스킬들.
게다가 제압 스킬들 역시 전통적인 탱커들과 달리, 돌진 이후 이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초 근거리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수민도 알고 있으며, 그런 상황을 카운터 치기 위한 스킬이 바로 <라그나로크>라는 주변 포격 스킬이었다.
시전자 중심에서부터 시작되는 강력한 번개 폭풍은 제대로 맞았다간 데미지는 물론, 일시적인 경직도 발생했다.
더 무서운 건 단발성 스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수민의 공격에도 번개 속성이 부여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나빴다.
재호가 이렇게 집요하게 초근접전을 이어간 이유가 바로 <라그나로크>를 쓰도록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
<라그나로크>를 시전하기 위해선 두 팔을 쫙 펼치는 사전 동작이 무조건 들어갔다.
즉, 수민의 전방이 완전히 무방비로 된다는 것!
콰악―!!!
“?!!”
방패에 가려졌던 수민의 몸이 드러나자 재호는 타오바오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시 파운딩을 시도했고, 완벽하게 걸렸다.
쿠당탕―!!
“뭐, 뭐하는 거야?!!!”
역시나 크게 당황한 수민.
격투기 코치는 이런 식으로 싸움을 걸어올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었다.
물론 코치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
대체 누가 이런 식으로 본격적인 격투기를 벌일 거라고 예상을 하겠는가?!
라고 똑같은 생각을 했던 타오바오가 그렇게 탈락을 했었다.
―아아! 깔끔하게 들어갔어요!!! 황재호 선수의 파운딩!!
―사실 제대로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저 정도의 체급 차이를 극복하고 벗어나는 게 어렵거든요?
―게다가 이수민 선수는 추가로 얻은 모든 능력치를 민첩과 체력에 투자를 했어요. 베이스는 힘 스텟이 주력이긴 하지만 황재호 선수와 크게 차이 나는 수준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결국 기술에 의해 갈리겠죠!
갑작스레 격투기 해설로 바뀌어 버렸다.
관객과 시청자들은 상상도 못 한 전개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과연 이수민은 어떻게 이 위기를 탈출할 것인가……!!
* * *
과정.
수민은 신나게 얻어맞았고.
결과.
추했다.
바닥에 누운 채로 마운틴 포지션을 잡힌 수민은 재호에게 무방비로 얻어맞았다.
바닥에 누운 그는 어떻게 반격을 해야 할 것인지 계속 헤맸고, 그 사이 마기 중첩은 계속 쌓여갔다.
결국 수민을 구해준 건 CUSA의 팀원들…….
일대일을 먼저 선언해 놓고선 스스로 깨트려 버린 것이다.
CUSA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패배할 거란 가설은 두지 않고 있었으니까.
상대보다 레벨이 10은 더 높으니 곤란함이 있을지언정, 이기긴 할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틀어졌고, 수민이 탈락하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CUSA의 최전방 딜탱 포지션이었고, 특히 최고로 위험한 일성 플라워즈에게 점수를 주면서 탈락하는 것은…….
“수민! 뒤에 빠져서 회복해!!”
“지금이 기회야! 알시아를 노려!!”
분명 수많은 이들이 손가락질하겠지만 애초에 일대일 승부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
CUSA는 떳떳했다.
사건이 급박하게 흐르자 골든 리트리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장판이 된 이상, 그 속에서 그들도 이득을 챙겨야 했으니.
“저 치사한 놈들!!”
“제가 싹 다 불태워 버리겠습니다!!!”
일성 플라워즈도 움직이려는 순간.
철그럭―
재호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 던졌다.
대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쇠사슬 앞치마…….
동시에 웬 쇠사슬로 묶인 글러브를 꺼내 장착하기까지.
카앙―
이어 양팔을 쫙 벌리더니 방금 착용한 글러브의 사슬을 끊어버렸다.
“??”
“???”
모두가 의문을 가졌으나, 재호의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성공했다!’
쇠사슬 앞치마에 달려 있던 <일상 속 체력단련> 효과.
[<일상 속 체력단련> : 연속 착용 시간당, 무게에 영향을 받는 모든 능력치가 1%씩 누적됩니다. 착용 해제 시, 5분간 누적된 모든 능력치가 적용됩니다.(극히 낮은 확률로 버프 두 배 적용)]
착용을 해제하며 모든 능력치 버프는 총 21%가 적용되었다.
그 상태에서 사슬 장갑에 달린 <해방> 옵션을 위해 쇠사슬 끊기를 시도했고.
[<구속의 사슬 장급>이 해방되었습니다.]
[5분간, 공격력이 1.5배 증가합니다.]
재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챙겨 왔던 <코페이 왕실 반지>도 착용했으니.
[<미친 황제를 위하여> : 이 반지를 착용하면 모든 공격력이 20% 증가하나, 체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앞서 받은 모든 버프의 제한 시간은 5분.
그 5분을 극대화시키는 데 있어 왕실 반지는 최적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강해졌느냐?
글쎄…….
하지만 재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이제 이 5분 동안 최대한 많은 적들을 처리해야 했다.
위험 부담이 커서 최후의 전투에나 쓰려고 했으나, 몰매 맞을 상황이었으니 아낄 필요가 없었다.
쩌엉!!!
“컥?!!!”
손에 든 화염창을 가장 앞에 있던 CUSA 선수에게 휘두르자 그는 비명을 토하며 크게 휘청거렸다.
“미, 미친!!! 사실 이 녀석들도 레벨업하고 온 거 아냐?!!”
“음? 레벨업?”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발언.
“알시아님!!!”
그때, 일성 플라워즈 동료들도 전장에 합류했다.
“야! 작전은?”
다키스트의 질문.
“너흰 저쪽 팀을 상대해!”
재호는 골든 리트리버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 그게 작전이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사만다는 일말의 의문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레드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였다.
<불의 화신>
콰르르르르―!!!!
공성전 당시, 불꽃삐추란 별명을 얻게 해 주었던 바로 그 스킬!
온몸이 불길에 휩싸이더니 거대한 불의 거인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자, 잠깐만! 너 그거 쓰면 죽는 거 아냐?!”
재호가 당황하며 물었다.
“하하!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몽땅 쓸어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 벌써부터…… 아니다. 그냥 최대한 뽕 뽑아!!”
<불의 화신>은 모든 생명력을 5초간 불태우는 자폭 스킬.
괜히 이러쿵저러쿵 딴죽를 걸며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화르르륵―!!!!
레드가 손을 휘저을 때마다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스킬은 몇 배나 더 강화되어 적들을 유린했다.
“으아악!!!”
“저게 뭐야?! 피해!!”
한몫 챙기기 위해 다가왔던 골든 리트리버 팀은 압도적인 레드의 존재감에 뒷걸음질 쳤다.
“<블랙필드>!”
레드에게 한눈이 팔린 상대에게 다키스트의 광역 시야 방해 마법이 제대로 적중했고, 눈이 가려진 골든 리트리버 팀에게 쏟아진 레드의 불꽃.
그리고 5초…….
“뒤를…… 부탁합…….”
파스스―
레드는 전신의 불이 꺼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골든 리트리버 팀은 이미 미디움으로 적절하게 구워진 상태였으니까.
그들을 향해 다키스트와 사만다가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그리고 재호도 꼰대와 함께 홀로 CUSA에 맞섰다.
“건방진 놈!!! 혼자서 우릴 상대한다고?!!”
“안 될 건 어디 있어?”
“후회하게 해 주마!! <대분화>!!”
콰아아앙―!!!!
재호 발아래의 땅이 뒤집어지며 화염이 거세기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재호는 스킬을 어렵지 않게 피한 뒤, 창을 내질렀다.
아무런 스킬도 없는 단순 찌르기.
하지만 거기에 담긴 위력은 말이 안 나올 정도!
‘평타 공격이 이런 건 말도 말이 안 되는 거 아냐?!’
전면에서 싸워야 할 수민은 회복 중이기에 메인 딜러들이 재호에게 노출된 상황.
이미 몇 번이나 입증되었듯, 논타겟 스킬을 재호에게 정확히 맞추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어지간한 건 몽땅 피해 버리니 어떻게든 잡아 세워야 했으나…….
콰앙―!!!
“크헉?!”
결국 재호의 펀치에 얻어맞은 CUSA의 마법사 선수는 아찔한 충격에 휘청거렸다.
‘매, 맨 주먹이 왜 이렇게 세?! 수민은 이런 걸 맞으면서 버텼던 건가?!’
클래스 차이와 현재 재호의 공격력 증폭 상태 등을 고려하면 비교 불가였으나, 그렇게 세세히 따질 정신은 없었다.
“힐!!”
재호에게 일격을 당한 마법사의 외침에 힐러는 즉시 회복 마법을 시전했다.
화아앗!!
성스러운 빛이 마법사의 머리 위에서 쏘아져 내려오는 순간.
콱―!!
“?!”
“아, 아니?!!”
마법사의 멱살을 잡은 재호가 그 광채 속에서 끄집어냈다.
힐 타겟팅마저 뒤집어 버리는 재호의 대응에 상대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론상 불가능한 건 아니었으나… 말 그대로 이론상 가능할 것 같은 행동들을 즉석에서 보여주는 재호.
전문적인 피지컬 훈련을 받은 선수들인데도 대응이 불가능했다.
피융―!!!
마법사를 끌고 두들겨 패는 재호에게 궁수의 화살이 쏘아졌다.
“아, 안 돼!!! 그건……!!!”
동료가 쏜 화살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힐러는 직감했다.
그리고 직감 그대로의 일이 일어났고.
푸욱―!!!
“커억?!!”
재호는 마법사를 멱살 채 들어 올려 방패로 사용해 버렸다.
그리고 마법사의 머리에 적중당한 화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 치사한 놈!!!”
“음? 누가 누구보고 치사하다는 거야?”
재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마법사를 패대기쳤다.
그러곤 화염창을 그의 가슴에 찔러 넣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마기 중첩까지 되어 증폭된 데미지를 물몸 마법사가 버티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
―보, 보셨습니까? 일성 플라워즈의 슈타이저, 엠마 선수와 다른 마법사 선수의 차이점을!!!
해설자가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상대가 저렇게 근접했을 때, 보통의 마법사들은 제대로 대응을 하는 게 어렵습니다! 저게 정상이에요!! 하지만 일성 플라워즈의 선수들은 근접 전투에도 거침이 없었죠!! 만약 방금 탈락한 로이더 선수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했을까요?
―이건 뭐…….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리고 황재호 선수는 피지컬은 역시나 대단합니다. 아무리 최전방에서 싸워줘야 할 이수민 선수가 빠졌다지만 홀로 CUSA 팀을 상대하다니요?
―원래라면 최전방에서 이수민 선수가 황재호 선수와 육탄전을 벌이는 사이, 로이더 선수의 광역 마법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가야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대일 대결의 후폭풍으로 이수민 선수는 전장에서 잠시 이탈을 했고, 황재호 선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로이더 선수를 노렸습니다. 이건 철저하게 CUSA 팀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 있었다는 증거죠.
“젠장!!!! 수민!!!! 아직이야?!!”
CUSA는 급해졌다.
아니, 어쩌면 이미 늦은 걸지도 몰랐다.
마법사이자 재호를 묶기 위한 핵심 전력인 로이더가 탈락해 버렸으니.
“……됐어! 충분히 싸울 만큼 회복이 됐어!!”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으나, 수민은 다시 전장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마침 재호 역시 화염창의 스킬 쿨타임이 돌아왔고.
<다발 투창>
능력치 및 공격력이 어마어마하게 뻥튀기 된 지금, 수십 개의 화염창이 CUSA를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쭉쭉 떨어지는 생명력 수치.
하지만 수민에 비하면 나머지 둘은 양반이었다.
[<마기 중독> : 58]
[<마기 중첩>으로 인해 <파이라의 지옥불 화염장창>의 공격력이 58% 증가합니다.]
파운딩 당했을 때…… 좀 많이 얻어맞았던 수민은 정말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으니까.
꽃만 키우는데 너무 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