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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만 키우는데 너무 강함-359화 (359/641)

359화

예상 못 한 가족 상봉.

그저께 저녁에도 함께 식사를 했지만 게임 내에서 마주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흠흠…….”

“음.”

그 어색한 분위기에 괜히 민망해진 테일러, 심지어 빅썬더도 슬금슬금 뒷걸음질 칠 정도.

꼭 어린 시절 친구 집에서 놀던 중, 친구의 부모님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재호의 가족들을 본 그들은 하나 이상한 것을 느꼈다.

분명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보면 우람이 더 무서운 게 당연한데, 이상할 정도로 은혜의 압박감이 남달랐던 것이다.

‘알시아의 어머니가… 실세로군.’

감이 좋은 빅썬더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쩔쩔매는 반응을 보니 명백했다.

한편 이 만남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점에 집중하는 이가 있었다.

‘알시아 대왕……!’

다름 아닌 요세프.

원래부터 재호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코앞에서 본 재호 탓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요세프는 말칸트의 혈족이었으니 결코 흔한 감정을 가질 리 없었다.

즉 이것이 이성을 향한 애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못 본 사이에 더 강해졌군! 게다가 분명 좀 전의 모습은 드래곤!’

대륙 역사에 손꼽힐 영웅이자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강자.

그런 존재를 향한 선망과 호승심이 그녀를 자극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호에겐 천만다행이게도 요세프는 말칸트처럼 막무가내로 싸우자고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정말 아쉽다! 그대가 말칸트 오라버니의 둘도 없는 친우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싸움을 걸었으리라.

그렇게 일행들의 호기심과 관심 가득한 시선에 부담을 느낀 일가족은 잠시 자리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나… 부자가 둘이서 도둑질을 하는 꼴이란…….”

대충의 사정을 듣곤 어처구니없어 하는 은혜의 반응.

우람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도, 도둑질이라니. 그보다 이리로 오고 있었으면 말이라도 해 주지 그랬어?”

“일일이 말하면서 게임을 할까?”

투덕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엄마는 투차르로 가는 중이라고요?”

“뭐, 내가 가는 거라기보다는 요세프가 가는 거지.”

재호는 난처한 얼굴로 힐끔 요세프를 살폈다.

흠-칫.

순간 자신을 계속 응시하던 요세프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한 재호가 움찔했다.

‘마… 말칸트 대왕하고 진짜 닮았네.’

신분이나 출생을 생각하면 강한 것도 비슷할 것 같았다.

‘어쨌든 문제는 문제인데…….’

요세프가 투차르로 가는 이유는 보나마나 아트리우스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륙 반대편의 깡촌으로 향할 리가 없었다.

허나 아직 아트리우스에 통제할 수 없는 고위 NPC가 가는 건 위험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탑 연합의 마법사들도 아직 갈 수 없도록 막고 있는 상황이거늘…….

“목적은 뭐래요?”

“목적? 그냥 내가 보기엔 싸우고 싶어서인 것 같은데?”

“…….”

그럼 그렇지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인어들과 한바탕 해 보겠다는 거면 절대 안 되는데…….’

불안해하는 재호와는 달리.

“흠흠, 그러면 그… 가는 길은 같은 방향인 건가?”

묘하게 들뜬 것 같은 우람이 물었다.

“그럼 이참에 텔레포트로 가지 말고 도보로 이동하는 게 어떠냐?”

“네? 왜요?”

갑작스러운 우람의 제안에 재호가 되물었다.

“거 아무래도… 원래 네 엄마랑 같이 게임을 하려던 거였는데 일이 좀 꼬였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같이 좀 하면 어떨까 싶은 거지. 한 달 뒤면 난 또 바다로 나가야 하니…….”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 우람의 모습에 재호는 질색했다.

그러나 은혜는 영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해적질을 하는 걸 보니 아주 신난 것 같던데?”

“으응? 해, 해적질이라니. 해적들을 상대로 정의 구현한 거라고! 그 과정에서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보물들을 조금… 아!”

그 순간,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우람.

“보물! 보물은 어떻게 된 거냐, 재호야!”

워낙 급작스러운 사태가 벌어져 다들 까먹고 있었지만 이곳을 찾은 이유는 귀족들이 들고 튄 보물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있어야 조우조에게 의뢰한 대형 범선의 건조 잔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

“역시… 실패한 거냐?”

절망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나 폭풍이 일으킨 폭발의 규모를 보면 그곳에 있던 보물들은 몽땅 사라지거나, 아니면 지하 깊숙한 곳에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후후…….”

의미심장한 재호의 웃음.

“음?! 서, 설마?”

우람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저 난장판 속에서 챙겨 왔다고?!”

“맘브!”

재호는 맘브를 부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이제 꺼내도 돼!”

“꾸에엑-”

저 뒤에 있던 맘브가 갑자기 입을 벌리곤 바닥을 향해 양 볼을 꾹꾹 눌러 댔다.

와르르르-

“헉?! 뭐, 뭐야?! 갑자기 왜 토해?”

바로 옆에 있던 테일러는 기겁하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것들이 토사물이 아니라 황금들이란 걸 깨닫곤 눈이 튀어나올 저도로 커졌다.

“서, 설마 이게 전부……?!”

“맘브!”

우람도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돌아온 맘브의 얼굴이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니 설마 양 볼에 보물을 넣고 있었을 줄이야!

“그런데…….”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좀 적은 것 같은데…….”

“이게 전부냐, 재호야?”

당연히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재호의 인벤토리에는 더 있을 것이며, 설마하니 치사하게 모른 척 입을 닦진 않을 거라고…….

“그게 다예요.”

“응?”

당황한 우람.

“야! 말도 안 돼! 이거 마차 한 대 분량이 겨우 될까 말까인 것 같은데?”

테일러도 믿을 수 없다며 소리쳤다.

지하로 내려가기 전에 확인한 짐마차만 해도 9대였는데, 고작 이것뿐일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정말로 그게 전부였다.

심지어는…….

“거기서 나눠 가져야 해…….”

재호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벤토리에 직접 챙긴 보물들은 탈출 과정에서 드래곤 변신 비용으로 몽땅 사라졌다.

심지어는 그 걸로도 모자라 원금마저도 손실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다신 안 쓴다.’

재호는 이 끔찍한 효율의 드래곤 변신 스킬을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고 맹세했다.

* * *

불곰국 터에서 발생한 사태는 금방 룬가 왕국까지 전해졌다.

해당 영역을 룬과 왕국의 영토로 흡수하려는 그들이었으니 인근의 안전 지역에 경계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위치에서 발생한 이상 사태는 룬가 왕국으로 바로 전해졌으나, 이미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건 건 룬가 왕실 마법회였다.

그곳을 책임지고 관리하던 그들은 이미 진작부터 어떠한 문제가 생겼음을 확인하고 나선 것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급히 달리는 마차 행렬.

그 안에는 모두 마법사들이 타고 있었다.

장거리 텔레포트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고위 마법사라곤 무무만이 유일했기에 이것이 가장 빠른 이동 방법이었다.

“곧 도착합니다!”

멀리 보이는 특유의 어두운 하늘.

헌데 곧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구구구-

미세하게 진동하는 대지.

그리고 갑자기 하늘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마차의 창을 통해 상황을 살피는 마법사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현상을 살폈다.

“혹시… 무무만 님이 성공한 것 아닐까요?”

누군가 제시한 조심스러운 추측.

“허어!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요.”

무무만의 주도 하에 진행하던 위대한 실험.

그것은 무무만 한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닌 룬가 왕국 마법회의 새로운 미래까지 달린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무무만을 대마법사이자 마법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

혹자는 무무만에게만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무무만에겐 자격이 있었다.

학회의 어떤 마법사도 엄두조차 못낸 위험하고도 위대한 일에 스스로 몸을 내던졌으니.

“만약 그렇다면 정녕 우리 마법회의 큰 복…….”

콰아아앙-!!

그 순간, 불곰국 폐허 쪽에서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폭음에 말들이 펄쩍 날뛰었다.

히이이잉-

마치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는 듯한 반응.

그 이유는 마법사들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서서히 걷히는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

그 빛을 받으며 거대하고 웅장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거리가 멀기에 정확히 확인할 순 없으나… 양옆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날개는 분명…….

“드, 드래곤?!!”

“블랙 드래곤 오기크! 주, 죽은 것이 아니었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분명 이 세상에서 사라진 오기크가 왜 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단 말인가?

헌데 그 위용도 잠시.

지상으로 빠르게 내리꽂히던 그것은 급속도로 작아지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 무무만 님과 관련이 있는 게 확실할까요?”

불안해진 마법사들.

이젠 저곳으로 가는 것조차 두려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확인을 해 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더욱이 저 장소는 평범한 병사들은 갈 수 없었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기사나 자신들과 같은 마법사여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장소.

“가 봅시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그들은 통제되지 않는 말을 간신히 진정시킨 뒤 속도를 높였다.

* * *

재호 일행은 보물을 각자의 인벤토리로 나눠 챙겨 넣은 뒤, 슬슬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볼일도 없었고 계속 머물러 봐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룬가 왕국과 마찰을 일으킬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근데 다른 보상은 없어?”

문득 궁금해 하며 묻는 테일러.

“으응? 갑자기 왜?”

재호가 움찔하며 그를 돌아봤다.

“아니, 전설급 NPC면 당연히 뭔가 있을 거 아냐. 혹시 드랍 된 거 없나 싶어서.”

“그게 이 보물들인데?”

재호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했다.

그런 재호를 보는 은혜의 눈은 가늘어졌으니…….

“흠흠.”

은혜의 헛기침에 재호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마치 ‘난 널 거짓말쟁이로 키우지 않았다.’라는 의미가 담긴 듯했으니.

“그래? 하긴 이 정도 보물이면 그럴 법도 하다… 라고 할 줄 알았냐?”

“?!”

당연히 속을 거라 생각했던 테일러가 반박하자 재호는 당황했다.

“너무한 거 아니냐? 물론 저 아래에서 네가 무무만하고 마지막까지 싸운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그 전에 함께 싸운 우리의 노력도 있잖아!”

“테일러…….”

“네가 가장 큰 지분을 가지는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한테까지 숨기는 건 섭섭하다!”

그간의 설움이 터져 나온 듯, 속사포처럼 쏟아 내는 테일러의 모습에 재호는 살짝 미안해졌다.

자신이 테일러를 부려 먹은 건 사실이었고, 그만큼 테일러도 이득을 챙겨 가긴 했지만 사람 마음이란 그렇게 계산적으로 되는 게 아니었으니.

“그래. 미안하다.”

재호는 테일러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무무만의 유품들을 공개하고자 했다.

헌데 테일러의 반응이 이상했다.

“어차피 나눌 수 없는 건데 뭐.”

“응?”

“그냥 나는 이야기해 주길 바라는 거야. 역시 그 원숭이가 또 다른 보상이지?”

테일러가 가리키는 건 재호의 어깨에 자리 잡고 앉은 알드리온.

“그 말하는 원숭이가 무무만한테서 나온 거 아냐? 그런 위험한 마법사한테서 나온 거면 대단한 소환수라도 되나?”

“…….”

무무만과의 연관성이라곤 조금도 없는데,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멍청한…….”

그 모습에 알드리온도 충격을 받고 중얼거렸다.

“응? 아냐?”

의아한 얼굴로 재호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이건 알드리온이야.”

“알드리온? 드래곤?”

알드리온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테일로도 알고 있었다.

“어……? 그러고 보니 이목구비가 녀석이랑 닮았… 헉?! 이 원숭이가 드래곤이라고?! 어, 어쩐지 멋지더라!”

테일러의 안색이 단숨에 창백해졌다.

드래곤 앞에서 외모 평가를 했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는 재호는…….

‘보상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 없겠네.’

테일러가 제대로 헛다리를 짚어 준 덕분에 무무만의 유품들은 공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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