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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만 키우는데 너무 강함-372화 (372/641)

372화

우현이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 상황을 걱정했던 재호.

하지만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해결이 되었다.

“뭐?! 우현이 네가 그 황재호랑 같이 일한다고?”

“이 녀석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말이라면 무조건 해야지!”

생각보다 재호의 이름은 상당한 신뢰의 증표로 작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무서운 얼굴이긴 해도 매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다 보니 이제 중장년층에선 듬직한 이미지로 각인이 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성 플라워즈 쪽으로 안마의자 같은, 어르신을 타깃으로 한 상품의 홍보 의뢰도 간간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

어쨌든 그렇게 해결이 되어 금방 집으로 최신형 캡슐이 배송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지옥의 레벨업 트레이닝.

일단 재호는 엘리시아 화원으로 찾아온 그를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 쪽에 합류시켰다.

그들은 지난번 디노스 섬에서 무리한 배팅으로 떡락해 버린 후, 레벨 복구를 위해 한참 열심이었기에 우현이 같이 움직이기에 딱 좋았다.

‘레벨 차이가 좀 나도 그럭저럭 괜찮겠지.’

마음 같아서는 디노스 섬으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려웠다.

적어도 빅썬더의 템포에 맞출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

물론 현재 재호의 레벨을 생각하면 웃긴 소리였지만…….

하지만 빅썬더가 재호는 인정해도 우현의 경우엔 아니기에 재호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순 없었다.

우현의 레벨이 300 가까이 될 때, 한번 슬쩍 제안해 볼 생각.

‘뭐, 리그 시작 전에는 안 될 이야기지만.’

우현이 출전하는 건 리그 중반쯤은 되어야 할 것으로 재호는 예상 중이었다.

그렇게 모든 건 순조로웠다.

새로운 팀원의 정보가 먼저 인터넷에 퍼지며 약간의 이슈가 있었으나, 곧 탈락 통보와 함께 합격자 공식 발표가 되면서 다시 잠잠해졌으니 문제도 아니었다.

이대로 리그까지 순항하나 싶었으나… 곧 이상한 이야기들이 커뮤니티에 돌기 시작했다.

-일성 플라워즈에 새로 들어온 서우현. 걔 좀 이상한 놈이라던데?

└뭐임?

└사생활 좀 지저분하고 싸가지 겁나 없다던데?

└뭔 근거도 없는 헛소리를 당당하게 하냐?

└ㄴㄴ리얼임. 나 서우현 걔랑 같은 학과였는데 재수 더럽게 없는 스타일임.

└서우현 쟤 말투 개 띠껍고 선배들한테도 막말하고 그래서 전부 다 피하고 다님.

-야, 오늘 내내 서우현 이야기만 오지게 나오는데 그래서 뭐가 문제임? 그냥 인성 나쁘다는 거? 게임하는데 그게 문제될 거 있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듣기론 애들 괴롭히기도 했다던데?

└서우현 고등학교 때 유명했음. 애들 패고 다님ㅇㅇ

-이거 이상하지 않음? 갑자기 서우현 관련해서 글이 너무 막 올라오는데 경쟁 팀에서 견제하는 거 아님? 안 그래도 플라워즈 한국 팀원 모자라서 뽑은 거잖아.

└멍청이냐? 견제할 거였으면 김진아도 건드렸겠지. 어차피 한 명만 더 있어도 충분한데.

└ㅇㅇ위에 놈이 설명해 놨네. 출전 자격 미달시켜서 팀 박살 내려는 거였으면 두 명은 건드렸을 거임. 이건 서우현한테 진짜 뭔가 있다는 소리임.

-근데 서우현 가만 보면 인상 좀 별로긴 별로지 않음?

└ㅇㅇ나 주변에서 관상 좀 본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쟤 빼박 양아치 상임.

└관상은 지랄. 너네들 눈깔 죄다 어떻게 된 거 아니냐? 딱 봐도 빵셔틀 상인데?

└사람은 외모만 봐선 알 수 없는 거임

└미친놈아. 그럴 거면 관상이니 양아치 상이니 소리를 하지 말았어야지!

바로 우현의 과거사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

팀 쪽에선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예민한 문제였기에 바로 본인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다.

“사실이 아니에요!”

우현은 당연히 억울해했고 두표는 난처해졌다.

그로서는 우현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애초에 팀원이 된 지도 며칠 안 된 탓에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 일단 법무팀과 의논해서 입장문을 준비하긴 하는데……. 루머에 대해 따로 조사하는 건 그쪽에서 조금 꺼리는 것 같더라고.

재호와의 통화에서 두표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재호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황이니 그냥 서우현의 팀 합류를 없던 일로 하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란 거겠지.’

하지만 재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때 잠깐 마주쳤던 사람하고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절대 아냐.’

우현을 처음 볼 당시, 윤경과 마찰이 일었던 것 같은 분위기에서 재호가 나타났었다.

재호의 눈으로 봤을 때 그 당시에 보이던 우현의 태도는 인터넷에 떠도는 그런 스타일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날 그가 게임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대충 들었기에 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악의적으로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는 건데 문제는…….’

이 루머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

단순히 우현을 향한 악감정인지, 아니면 일성 플라워즈 흠집 내기인지…….

‘어쩌면 날 향한 걸지도 모르고.’

만약 후자의 두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우현을 내보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에게 더 휘둘릴 여지만 남기는 것일 뿐.

-그렇게 들으니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하다.

재호의 우려를 들은 두표도 잠시 생각하더니 동의했다.

-그럼 일단은 수사 요청을 넣고 기다려 보자. 나도 막 들어온 신입을 확인도 않고 내쫓고 싶진 않으니까.

단 결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터.

그건 곧 리그 코앞에서 결판이 난다는 뜻이었다.

-만약 일이 잘 안되면 너도 이번 리그는 경기 빡세게 뛰어야 한다?

“하하, 물론이죠.”

그럴 일은 없다고 믿고 있기에 재호는 순순히 대답했다.

* * *

일성 플라워즈의 대회 준비는 단순했다.

본 서버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 규정 탓에 무작정 팀 연습에만 몰두하는 건 어리석은 짓.

그보다는 캐릭터를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만드는 게 낫다는 게 대부분 팀의 분석이었고, 일성 플라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체 연습은 일주일에 세 번, 딱 두 시간.

그마저도 대회용 맵을 분석하고 그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건 서로의 기량을 철저히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재호는 특히나 바빴는데, 개인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분주한 다른 선수들과는 이유가 달랐다.

바로 팀원들을 위한 맞춤 꽃템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괜히 이것저것 섞어서 복잡하게 가기보다는 한 가지 옵션만이라도 확실히 챙기자.”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한 재호.

먼저 작업에 들어간 건 사만다를 위한 꽃목걸이였다.

재료는 퐁퐁화를 쓰고 줄은 월화수 섬유를 이용해 내구성을 챙겼다.

‘최근 알게 된 바로는 월화수가 다른 식생과 접붙이기에도 거부 반응이 상당히 낮지.’

괜히 귀한 목재가 아니었다.

만약 재호가 꽃템을 만드는 데 월화수를 마구 쓰고 있단 사실을 알면 대륙의 여러 전문가가 거품을 물 일이었다.

그렇게 시험 삼아 만들어 낸 샘플 하나.

[퐁퐁 목걸이]

[등급 : 고급]

[퐁퐁화로 만든 고급 목걸이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다가온다면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효과 : 1. 폭발형 공격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2. <꽃가루 발화> : 반경 10미터 이내에 꽃가루를 흩날려 작은 불씨에도 폭발합니다. 꽃가루는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밀집될수록 위력이 증가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 그 자체.

‘이 정도로도 효과를 톡톡히 보긴 하겠지만 아쉬워.’

기존 장신구와 중복으로 착용 가능하다는 것이 꽃템의 가장 큰 장점.

‘하지만 그 정도가 끝. 효율을 더 끌어낼 수 있어야 해.’

그렇다고 해도 꽃템끼리의 중복 착용은 별로 추천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너무 과도한 합성 제작 혹은 섞어 착용의 부작용이 어떤지 과거 레드를 통해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폭주할 수도 있지.’

꽃템을 주렁주렁 달고 스킬을 사용하다 불꽃 자체가 되어 버렸던 레드.

그 이후로 그의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단 의심을 늘 품고 있었다.

“흠흠, 잡생각은 그만하고 다시 만들어 보자.”

다시 퐁퐁화를 꺼내 작업을 반복하기 시작한 재호.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전설 등급이 뜨긴 했지만 재호는 멈추지 않았다.

‘좀 더 기준치를 높게 잡고…….’

사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꽃템 제작 능력이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재호.

여전히 높은 품질과 만족도, 인기를 자랑하고 있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에서는 본 서버와 똑같은 옵션으로 싸우기로 된 상황.’

시범 리그에서 상대했을 때보다 더 강해진 적들을 만나게 될 터라 더 뛰어난 아이템이 필요했다.

‘전설 등급 위로는 만들 수 없나?’

신화 등급이 존재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상, 제작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재호가 가진 모든 신화 등급 아이템들은 모두 세계관에 오랜 시간 존재한 물건들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제작 클래스들도 전설이 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던데.’

어쩌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확인되지 않은 것에 욕심내기보다는 더 높은 세부 옵션이 뜨는 걸 목표로…….’

[<일깨우는 꽃꽂이>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

반복 작업하다 보니 어느새 오른 스킬 레벨.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큰 깨달음을 얻어 <일깨우는 꽃꽂이>가 <절정의 꽃꽂이> 스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견습 꽃꽂이 아티스트> 칭호가 <중급 꽃꽂이 아티스트> 칭호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절정?!”

처음으로 달아 보는 스킬 접두어.

하지만 기쁜 와중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더 많이 사용한 스킬들도 많은데 왜 이게 제일 먼저 된 거지?”

사용 빈도를 따지면 고속 성장이나 조경사, 플로리스트 등의 스킬이 더 높았다.

그럼에도 꽃꽂이 스킬이 먼저 절정 접두어를 달게 된 상황.

“그러고 보면 스킬 레벨도 99가 아니었는데?”

정확한 스킬 레벨이 기억나진 않았으나 대략 80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99레벨이었다면 자신이 몰랐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갑자기 스킬 업그레이드가 발생한 상황.

-아, 그거?

역시 물어볼 만한 사람이라면 겜잘알 완식이 제일 만만했다.

-극도로 낮은 확률로 스킬 점핑 승급이 일어날 수도 있어. 평소 사용이 잦은 데다 집중 숙련도도 높으면 그런 경우가 있다는데 많진 않아.

그 말에 의하면 다른 스킬과 꽃꽂이의 결정적 차이는 집중 숙련도.

아무 생각 없이 넓은 화원을 돌며 관리를 하는 행위와 제대로 집중해 꽃꽂이를 하는 행위엔 엄연히 차이점이 있었다.

아마도 거기서 쌓이는 숙련도의 차이가 스킬의 돌발 업그레이드를 불러 온 모양이었다.

-근데 빌어먹을! 생각해 보니 재수 없네? 1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절정 스킬을 그런 식으로 얻었다고? 운빨X망겜 수준!

분개하는 완식의 귓속말은 뒤로하고서 재호는 갱신된 스킬 정보를 살폈다.

[<절정의 꽃꽂이> lv.1]

[이제 당신은 눈을 감고서도 꽃꽂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장인이 되었습니다.]

[꽃꽂이 숙련도가 201% 증가합니다.]

[전설 등급의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10%로 고정됩니다.]

[각 꽃의 고유효과 두 가지를 결과물에 부여할 수 있습니다.]

“와! 이, 이건…….”

다른 옵션보다 더 눈길을 끄는 마지막 옵션.

원래 일반 효과의 경우엔 여러 꽃을 섞어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유효과는 딱 한 가지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방금 스킬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그 제약이 풀려 버린 것이다.

두 꽃의 고유 옵션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단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포션 제작하던 중, 연금술 스킬을 얻으면서 알게 되었었지.’

[<연금술> 스킬 레벨이 부족하여 한 가지 특수 효과만 부여 가능합니다.]

당시 연금술 스킬을 얻으면서 함께 떠올랐던 알림.

아직 능력을 얻지 못했을 뿐, 어쩌면 꽃꽂이에서도 비슷한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사실로 확인이 되었다.

앞으로 만들어질 꽃템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세 가지를 섞은 건 안 되겠지?”

살짝 욕심을 내 보았지만.

-또 애꿎은 피해자 만들 생각은 말아라.

꼰대의 일침에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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