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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15화 (15/445)

15화 라디오를 켜라(3)

낯선 스튜디오의 분위기와 신기한 장비에 조금 긴장했던 산하는, 가방 지퍼를 살짝 열어 마이크에 손이 닿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몸이 이완됨을 느꼈다.

곧장 멜로디에 맞춰 허밍을 내뱉기 시작한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꽤 듣기좋으면서도 적절한 허밍은, 정숙을 유지중이던 게스트중 누군가의 감탄사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흔들림없는 산하의 허밍은 계속되었고, 이어서 독백과도 같은 노래가 시작되었다.

"지치고 힘든 그대여, 어깨를 펴고......"

부드럽고 솜사탕같은 음성이 마치 누군가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듯, 아주 따뜻한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디제이를 비롯해 이창난과 배연수, 심지어 산하를 섭외했던 송나희 조차도 입을 떡 벌렸다.

모창 대회를 거치는동안 수많은 백철우의 팬이 산하의 노래를 들었고, 그 바람에 과거와의 연결고리가 한층 단단해진 탓이었다.

팬 카페 반응도 순식간에 달라졌다.

- 미쳤...

- 제육 도랐맨.

- 오, 제법인데. 힐링된다.

- 으, 좋다. 좋아. 녹는다.

- 아까 말 취소. 사랑한다 제육볶음.

- 오늘부터 저랑 1일.

- 좋다. 오늘 야식은 제육볶음이다.

그 시간 산하의 노래를 듣고있던 닉네임 처루처럼은 허망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나던 행인이 이상한 표정의 그를 흘깃거렸다.

'이건 사기야...'

***

노량진 학원 건물 중 한곳에서 걸어나온 조연우는 허공을 향해 한숨을 내뱉었다. 벌써 공시생으로 살아온 날이 5년째였다.

처음에는 2년만 해보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미련이 남아서 지금에 이르렀다.

'제길...'

처지는 안 좋은데 배는 계속 고프니 더 한숨이 나왔다.

결국 친구와 함께 편의점에 들러 라면을 후루룩 삼키고는 스마트폰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오후 9시.

"너 안 먹고 뭐해? 내가 먹는다?"

"시꺼, 가만 있어봐. 토너먼트 할 시간이야."

"토너먼트? 뭔 소리? 빨리먹고 가서 공부나 하자. 우리 이번에는 합격해야지?"

"알았어. 이거만 듣고, 요새 라디오에서 모창가수 프로그램 하는 거 하나 있거든. 내 유일한 낙이다."

"촌스럽게 무슨 라디오냐?"

"뭐 어때? 재밌기만 한데."

"많이 들어라. 이 형님이 다 먹는다."

옆에서 조연우의 말상대를 하던 친구는 어느새 남의 삼각김밥을 입안에 욱여넣고 있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걸 지켜본 조연우가 불만을 토해낸다.

"아우 이 돼지시끼야."

"그러게 누가 한눈팔래? 아 배불러. 야 대신에 내가 음료수 쏜다. 오케이?"

"오케이! 빨리 사와. 나 라디오 좀 들을게. 벌써 시작했겠네."

스마트폰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이어폰을 꽂은 조연우가 스피커폰을 통해 라디오를 들었다. 곧 치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지치고 힘든 그대여, 어깨를 펴고......"

처음엔 노래 잘 부르는구나 하던 조연우는.

들을수록 가슴 전체로 와닿는 어루만짐에, 눈물 한방울을 떨구고 말았다.

"어? 야 너 왜 울어?"

일부러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인 조연우가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젠장, 눈에 뭐 들어갔어."

"난 또 놀랐네. 야 근데 이거 뭐냐? 노래 좋다."

"백철우의 '기운내라 그대여' 라고, 모창대회에서 부르는 노래."

"그래? 백철우가 누구야, 나중에 한번 들어봐야겠다. 야 이거만 먹고 빨리 가자. 한 장이라도 더 봐야지."

"그래, 올해는 2차 뚫는다."

왠지 마음이 단단해짐을 느낀 조연우는 이름모를 모창 가수 제육볶음에게 마음깊이 고마워 했다.

***

같은 시각, 산하의 본가.

박상태는 노래를 들으며 오래전에 받았던 고통과 상처가 왠지 모르게 다독여지는 느낌을 받았다. 급기야는 인정하고 말았다.

"얘는 산하보다 훨씬 잘 부르네. 인정. 최고다 최고."

매번 구박하면서도, 내심은 산하를 아픈손가락처럼 여기는 그였기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아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하지만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현실과 조금 다르기에, 박상태는 자신의 아들임에도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 산하인지 알아채지는 못했다.

그저 자주듣던 백철우의 노래라서 그런가보다 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순희가 입을 열었다.

"여보, 그거 노래 좋네. 녹음 했어요?"

"벌써 다 끝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녹음 좀 할걸. 백철우 원곡이랑 느낌이 살짝 다르긴 한데, 좋네."

"엄마, 아빠 라디오 다시듣기 있어요."

"그래? 그거 잘 됐다."

***

라디오 방송에서 마지막까지 힐링스러운 목소리를 뽑아낸 산하가 낡은 마이크에서 손을 떼고 조정실을 바라보았다.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온 송나희에게 잘 했느냐고 눈빛으로 물어보는 중이었다.

그 눈빛을 받은 송나희는 아무런 대꾸없이 입만 헤 벌리고 있었다.

'뭐야...'

분명 이상없이 불렀는데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산하가 디제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쪽도 마찬가지로 표정이 이상하고, 코미디언 이창난과 아나운서 배연수도 이상했다.

꼭 저번 동네노래자랑 방송녹화에서 봤던 방청객의 태도였다. 그래서 과거를 들춰보았다.

[3분전, 배연수는 산하의 노래에 감동했다.]

[10분전, 송나희는 간식으로 찰떡을 먹을까,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고민했다.]

[5분전, 이창난은 머리가 간지러웠지만 꾹 참았다.]

디제이는 그 와중에도 프로정신을 발휘해 멘트를 날렸다.

"애청자 여러분, 정말 감동적이죠? 저도 너무 좋아서 음미하고 싶었는데, 디제이가 뭔지... 그럼 잠시 광고 듣고 돌아오겠습니다."

도일식품의 광고가 흘러나오자마자 산하가 입을 열었다.

"저 이제 가도 될까요?"

광고시간을 확인하던 디제이.

"산하 씨."

"네?"

"정말 붕어빵이네요."

"붕어빵이요?"

"백철우 선생님이랑 정말 비슷하다고요. 이 노래 감히 따라할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지금 여기 자유게시판에 팬들 난리났습니다. 대체 모창가수 제육볶음이 누구냐고. 여기 글 올라오는 거 보이시죠?"

디제이가 모니터를 돌려서 보여주자 산하가 싱긋 웃는다.

"다행이네요. 다들 말이 없으셔서 방송에 문제 생겼나 했습니다."

"그럴리가요. 절대 절대 아닙니다. 진짜 잘 부르셨어요. 이거 아무래도 우승은 확정난게 아닌가 싶어요."

"그럴리가요. 아무튼 이제 가도 되는거죠? 바쁜일이 있어서요."

"네? 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결승전에서 뵐게요."

"아직 확정 난것도 아닌데요."

"전 이미 결과 나온 것 같은데요. 아무튼 조심히 가세요."

문을 열고 조정실로 들어선 산하가 송나희와 피디에게 꾸벅 인사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산하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송나희가 산하의 옷소매를 얼른 붙든다.

"잠깐만요."

"네?"

"숨기셨던 거죠?"

"뭘요?"

"노래솜씨요. 왜 갈수록 더 좋아져요? 정말 깜빡 속았네."

"아닌데..."

"아니기는요. 제가 이 귀로 똑똑하게 4강전까지 들었거든요? 오늘이 최고였어요."

"그거 칭찬하신거죠? 감사합니다."

"이러면 더 탐이 나는데..."

"네? 뭐라고 하셨어요. 작아서 못 들었어요."

"모르셔도 돼요."

곁에 서 있던 한정규 피디는 송나희가 계속해서 산하와 대화하는 바람에 입만 뻐끔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송 작가 나도 애기 좀 하자."

"하세요. 누가 말렸나요."

"이것봐. 송 작가 들어올때랑 나갈때 너무 다른 거 알아?"

"제가요? 아닌데."

"아니기는, 아무튼 산하 씨 정말 멋졌습니다. 언젠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한번 뵀으면 해요. 여기 제 명함 받으세요."

"오호라..."

송나희가 비아냥인지 감탄인지 헛갈리는 소리를 내뱉었다.

"송 작가, 또 왜?"

"피디님 명함 잘 안나눠 주시잖아요? 수상해요?"

"수상하기는, 산하 씨 그럼 살펴가세요."

"네, 그럼 결승 확정되면 연락주세요. 그때 뵙겠습니다."

방송국을 빠져 나온 산하는 달이 뜬 밤하늘을 보며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실패만 거듭하던 삶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며칠 후.

압도적인 점수차로 제육볶음과 처루처럼이 결승전에 올라선 뒤로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방송당일이 되었다.

거실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던 박상태가 벽시계를 보더니 손뼉을 쳤다.

"우리 딸, 얼른 라디오 켜. 오늘 결승전이다. 처루처럼이냐, 제육볶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빠 아주 푹 빠지셨네요."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던 장순희가 고개를 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네 아빠 백철우한테 꽂힌지가 어언 몇십년이다. 하루 이틀 일이니?"

"하긴."

엄마의 말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윤정이 라디오를 켰다.

"애청자 여러분, 오늘이 대망의 결승전 날인데요. 이거 어떡하죠? 아쉬운 소식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게스트 중 한명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을 받았다.

"대체 무슨 일인데요?"

"안타깝게도 처루처럼님이 기권을 선언하셨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전승으로 제육볶음님이 최종 우승자가 되는데요. 지금 이 자리에 제육볶음님이 나와 계십니다. 소감 한말씀 해주시죠?"

"그게 조금 얼떨떨하네요. 처루처럼님이 기권하시는 바람에 제가 어부지리로 상을 타게 된건 아닌지."

"처루처럼님께는 죄송하지만, 사실 객관적인 지표로 볼때 애청자분과 심사위원님들께 압도적인 점수를 얻으셨습니다. 그러니 어부지리는 아닌 셈이죠."

"감사합니다."

"감사는 오히려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 백철우 선생님의 팬 모두가 해야할 것 같네요. 제육볶음님, 준비하신 결승전 노래 한번 들어볼까요? 오늘 부르실 노래는 뭐죠?"

"네, 오늘 준비한 노래는 백철우님의 강물이 흘러 입니다."

"캬, 그것도 명곡이죠. 그럼 최종우승자 제육볶음님이 준비하신 노래 듣고 다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방송을 듣던 산하의 아버지 박상태가 혀를 찼다.

"처루처럼도 꽤 하긴 했는데, 제육볶음이 너무했지. 그런데 딸,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아니냐?"

"글쎄요? 그나저나 이제 아빠 덕후생활도 끝?"

"아쉽게도 그렇지, 딸, 이거만 듣고 꺼."

"응, 아빠."

강물이 정말 눈앞에 굽이쳐 흐르는 것만 같은 산하의 노래가 한참 흘러나왔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디제이가 멘트를 날린다.

"캬,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자 이제 이름을 밝힐 시간입니다. 최종 우승자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박산하라고 합니다."

"네, 박산하 씨, 소환하라, 추억의 가수. 우승 축하드립니다. 우승상품은 최고급 양문형 냉장고, 직접 쓰실건가요?"

"아니요. 부모님 선물로 드렸으면 합니다."

"그렇군요. 효자시네요. 자, 그럼 광고 듣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오디오 전원버튼에 손을 가져가던 윤정이 그대로 얼어버렸고, 장순희가 가져온 과일을 씹어먹던 박상태도 굳어버렸다.

오로지 장순희만 싱글벙글 웃는 중이었다.

"우리 아들 우승할수도 있다더니 진짜네."

삐거덕대며 고개를 돌린 박상태가 장순희에게 항의하듯 묻는다.

"뭐야? 저거 정말 산하야? 당신 알고 있었어?"

"으이구 이 양반아. 어떻게 아들 목소리도 몰라요? 윤정이 너도!"

"아니, 이게 말이 돼? 동네노래자랑은 저 정도 실력 아니었다고."

"안 될건 또 뭐래요? 그새 실력이 늘었나보죠."

"그건 말이 안 되는데..."

"난, 오빤 줄 다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 한..."

"박윤정!"

"아, 알았어. 그래도 어렴풋이 느끼긴 했단 말이야."

"당신이랑 윤정이 산하 오면 사과해요. 이런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뭘 사과해. 제놈이 거길 나가면 재깍재깍 애비한테 먼저 알려줘야지."

"사이가 좋아야 재깍재깍 얘기하죠. 윤정이 너는 톡 보지도 않았다며?"

"....어 또 장난치는 줄 알고 안 봤는데."

그때 박상태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인지를 확인하던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 진짜."

"누군데 그래요?"

"있어. 자랑쟁이 장호라고. 밤중에 웬 전화야."

"아, 그 사람..."

"망할 놈."

탁자 위에 휴대폰을 뒤집어 놓으려던 박상태가 갑자기 손을 멈추며 씩 웃더니 소파에 기대며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어, 장호냐. 밤중에 왜?"

"백철우 모창 우승자 노래 들었냐?"

"너도 그거 듣냐?"

"우리 시절엔 다들 좋아했잖아. 규태가 알려주던데, 진짜 잘 하더라. 그런데 박산하면 네 아들 이름이랑 똑 같네."

또 은근히 염장지르려고 전화했다는 걸 알아챈 박상태가 우울한 척 대답했다.

"그렇지 뭐..."

"쯧, 네 아들 요즘 뭐해? 또 식당에만 매달려있어? 우리 아들은 이번에 공무원 합격 할 것 같다는데."

"축하한다."

"뭘 아직 합격은 아닌데. 그나저나 산하 어떻게 좀 해야하는 거 아니냐?"

"어휴, 요새는 무슨 노래를 하겠다고 뛰어다니더라고. 못말리는 놈이야. 자식을 이길수가 없어요."

"노래? 큰일이네. 변변찮은 실력으로는 밥도 못 먹고 살잖아. 얼른 정신 좀 차려야 할텐데.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하고, 그러다 마흔되고 오십되지."

"그래도 그냥 제 하고싶은 거, 노래나 하라고 할 생각이야."

"진심이야? 박상태 미친거 아니지? 너까지 그럼 어떡해? 너라도 정신줄 단단히 잡고 있어야지."

걱정해주는 척 하며 사람속을 뒤집어놓곤 하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박상태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뭘 미쳐, 오늘 우승도 했는데."

잠시 침묵이 흐르던 휴대폰에서 의문이 튀어나왔다.

"뭐라고?"

"오늘 우승한 박산하가 내 아들이잖아. 어때 잘 부르지? 내 핏줄 어디 안 간다니까."

"뭐!? 다시 말해봐."

"그 박산하가 내 아들 박산하라고. 이만 끊는다. 친구 다음에 보자고."

"야! 야! 박상태!"

친구가 부르거나 말거나 통화를 종료한 박상태는 왠지 모를 뿌듯함에 씩 웃었고, 장순희는 그런 남편의 유치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같은 시각 인터넷 카페에서는.

- 우리 부전승이니까 내기는 무효로 합시다. 정당한 우승이 아님.

- 옳소. 무조건 무효.

- 와, 이 미꾸라지들.

- 뭐요? 미꾸라지라고 해도 좋아. 취소.

- 압도적인 실력때문인데, 왜 무효? 빨리 약속들 지켜요.

- 난 바빠서 이만...

***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끝낸 산하는 언제나처럼 일상을 이어갔다. 달라진거라곤 손님이 조금 더 늘었다는 것과 연락도 안 받던 윤정이 먼저 톡을 보내왔다는 것.

[야! 박산하! 대답하라고!]

[오빠, 오빠오빠! 대답해. 아 빨리.]

자신을 오빠라고 호칭하자 그제야 대답하는 산하.

[왜.]

[와, 이 능구렁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네. 그거 진짜 오빠야?]

[어.]

[아 좀! 길게 말해.]

[진짜야.]

[내가 미쳐, 자세히 얘기 좀 해보라고.]

[나중에.]

[야!]

여동생의 다급한 태도에 킥킥 웃어대던 산하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 발신자를 확인했다.

'송 작가?

- 16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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