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독학으로 배웠어요(1)
계속해서 따라오는 게 귀찮기도 했고, 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싶어진 산하가 조금은 긍정적인 뉘앙스로 말했고, 그걸 듣고 난 윤새봄은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네, 정말 하고싶어요."
"이유가 뭔데요? 이유가 타당하면 생각해볼게요."
"어...그게"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쉽사리 대답 못 하는 그녀의 과거를 들춰본 산하.
[2분전, 윤새봄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다.]
쓸모없는 정보에 허탈해진 산하는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일단 이거부터 드시고 천천히 얘기하세요."
"네? 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생각에 잠겨있던 윤새봄이 입을 열었다.
"그게요."
"네."
"간단히만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러세요."
"제가 뒤늦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가 넌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애가 뭘 하겠다고 나서냐며, 조신하게 있다가 시집이나 가래요. 너무 화가 나서 당장 뭐라도 해보겠다고 구인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사장님 음식점 구인광고가 제일 처음 눈에 띄더라고요. 처음엔 면접이나 봐야지 했는데, 여기 음식 먹어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간단히 말한다던 윤새봄은 자신의 처지와 이유를 제법 자세하게 설명했고, 산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꿈이 생겼다는 건가요?"
"네, 말하자면 그런 셈이에요. 막무가내로 따라다녀서 죄송하지만. 저 정말 열심히 잘할 자신 있어요. 그래도 안 된다시면....어쩔 수 없죠."
그 꿈이 뭐냐고까지 물으려던 산하는 묻기를 그만두고 눈앞의 윤새봄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웬 이상한 여자가 나타났냐고 생각했었는데, 대답하는 모양새는 의외로 멀쩡했다.
더불어 그녀의 사정을 듣고 있자니 자신의 지난날이 떠오른 산하.
무너진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또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지만, 그나마 괜찮은 재능이라고는 요리뿐이었다.
그때부터 요리는 꿈이 되었고, 산하의 전부가 되었다.
그 후 시도는 좋다고 생각했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기를 네 번, 지금이 다섯번째 시도였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뜯어 말리기까지 했지만 누구에게나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마련.
사정은 다르지만, 그녀도 어떤 꿈을 위해 달리려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윤새봄이라는 사람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산하는 손을 내밀었다.
"그럼 한번 해봅시다."
혹여 거절당할까 맑은 눈동자만 또르륵 굴리던 그녀가 목련꽃 피어나듯 활짝 웃었다.
"진짜요?"
"네, 그래도 사고 많이 치시면 자를겁니다?"
조금 기죽은 기색이 역력한 윤새봄.
"네....그건 어쩔 수 없죠.."
"언제부터 나올 수 있으세요?"
"내일, 아니 지금 당장이요."
"그건 안 되죠."
"네? 저 놀리시는 거예요?"
"아니요. 보건증부터 발급받아 오세요. 이력서도 간단하게 써오시고요."
"아, 네."
이해했다는 듯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인 윤새봄이 꾸벅 인사하고는 씩씩한 걸음으로 사라져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산하가 피식 웃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사고 많이 치면 안 되는데...'
***
첫 출근한 윤새봄이 활달한 표정으로 산하에게 묻는다.
"사장님, 양파부터 깔까요? 아니면 대파 다듬기?"
"의자부터 내리고 가게 주변 청소 해야죠."
"아..."
"의욕 넘쳐서 보기 좋네요. 새봄 씨 잘해 봅시다."
"네!"
말간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윤새봄이 빗자루를 들고 가게 앞을 쓸기 시작했다. 그 모양새가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저 잘하죠라고 묻는 그녀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여 준 산하.
'불안한데...'
그 후 그녀는 양파를 까던 도중 맵다고 눈물을 질질 흘리기도 하고, 뚝배기를 정리하다가 한 개 깨먹기는 했지만, 산하는 염려했던 것보다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흘러 첫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못 보던 분이 계시네요?"
윤새봄은 자신을 바라보는 손님을 향해 허리를 구십도로 숙여 깍듯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알바하게 된 윤새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과한 인사에 당황한 손님이 함께 허리를 숙였다.
"저,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 모습을 보다못한 산하가 손님을 좌석으로 안내한 후 윤새봄의 어깨를 톡톡친다.
"네?"
산하의 눈짓에 주방 안쪽으로 따라간 그녀가 물었다.
"사장님, 왜요? 저 뭐 잘못했어요?"
"밝고 씩씩하고 다 좋은데, 인사가 너무 과해요."
"아..."
"그냥 고개 정도만 숙이고, 이름은 안 밝혀도 돼요."
"네!"
사회물정을 전혀 모르는 듯한 윤새봄을 어찌할까 걱정하던 산하는 손님이 부르자 얼른 달려갔다.
"어서오세요. 어제 오셨었죠?"
자신을 기억해주는 산하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사내.
"이야, 기억해 주시네요. 사장님 요리 진짜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박박 우겨서 또 찾아왔지 뭡니까."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요샌 회사근처에 평균적인 맛 내는 집도 드물어요. 아참, 사장님 시간 뺏었네. 저희 된장찌개 2인분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손님을 상대하면서도 산하는 윤새봄을 슬쩍 관찰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는 들어서는 손님 자리도 잘 안내하고 항시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표정에 손님들도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아서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주방쪽 일자 테이블이 다 차고 뒤쪽 테이블에 서빙이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였다.
윤새봄이 손님 테이블에 뚝배기를 서빙하다 실수해서 뜨거운 된장찌개 국물이 조금 흘렀다. 하필이면 손님 바지에.
"앗, 뜨거! 아 정말 조심...."
"죄송해요!"
윤새봄의 애처로운 표정과 아름다운 얼굴을 본 남자 손님이 말을 더듬거리더니 이상한 말을 한다.
"했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전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 검정바지라 티도 안나요."
"죄송해요. 제가 일이 서툴러서."
물수건을 내밀며 세탁비를 물어주겠다는 윤새봄의 말에도 한사코 거절하는 손님.
"아니에요. 아닙니다. 이 바지 이거 어차피 오늘만 입고 버릴거였어요."
"야, 그거 어제..."
"어, 호윤아 이거 진짜 맛있지 않냐?"
"어? 어 맛있지."
"식기전에 먹자. 오늘 더 맛있게 보이네. 가서 일 보세요. 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나서던 산하는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사장님, 우리 제육볶음 2인분 주세요."
새로 들어서는 손님의 주문을 받고서야 정신을 차린 산하.
"네, 주문받았습니다."
그때 윤새봄이 산하에게 다가오며 비맞은 참새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장님, 죄송해요. 첫날부터...."
사고뭉치긴 하지만, 그녀에게 사람의 마음 빗장을 열어버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 산하.
"죄송하기는요. 그보단 굉장한 재능이 있으시네요?"
"네? 재능이요?"
"그런게 있어요. 저쪽 밖에 번호표부터 나눠드리세요."
"네? 네!"
혼날 줄로만 알았던 윤새봄은 뜻밖의 대답을 듣자 활짝 웃으며 밖으로 향했다.
이후로도 손님에게 크고 작은 실수를 한 윤새봄은, 손님에게 거친 말 한번 듣지 않았고, 오히려 사과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 광경을 종일 지켜본 산하가 구시렁거렸다.
'이놈의 외모지상주의...'
이날 모든 재료가 떨어지고 마감을 끝낸 산하가 윤새봄에게 말했다.
"새봄 씨."
"네, 사장님. 오늘 실수 많이해서 죄송해요."
"차차 나아지겠죠. 기죽지 마세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새봄 씨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서 괜찮아요."
"네? 치명이요?"
"그런게 있어요. 그럼 얼른 퇴근하세요. 전 뭐 좀 더 할게 있어서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윤새봄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퇴근했다. 그녀를 잠시 배웅한 산하는 식당 내부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카메라를 연결했다.
미션에서 한달만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면 된다고 한 후로, 반주고 뭐고 노래를 막 부르며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지도 어언 일주일.
산하가 그 영상채널에 접속하자 채널명이 보였다.
<마운틴R>
우선 라이브를 녹화해서 올려놓은 영상 아래 댓글부터 확인했다.
- 미쳤다. 오졌다. 지렸다. 듣고 스트레스 받을 사람만 보세요.
- 마운틴? 마운틴 고릴라 줄임말? 노래소리랑 매치되네.
- 이걸 컨텐츠라고? 한심하다 한심해. 우리집 개가 짖어도 이거보단 낫겠다.
- 폐쇄 안하면 신고각.
신비한 능력을 얻기전의 실력보다도 한층 다운된 노래실력 탓에 매일 욕을 먹고있는 산하.
설마 나중에 유명해지기라도 하면 멘탈을 지켜내라는 누군가의 배려인가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산하가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던 찰나.
[백철우의 낡은 마이크 미션을 시작합니다.]
[일정한 방송분량을 채웠습니다. 이제 평범하게 노래 부를 수 있습니다.]
[미션으로 완성한 자기 목소리의 80%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나자 자세히 읽어보던 산하가 투덜거렸다.
'방송분량? 진작 알려주지.'
어쨌거나 이제 욕은 덜 얻어먹겠구나 생각하며 마이크 세팅까지 마친 산하가 라이브 방 제목을 정했다.
<노래 듣고 갈래?>
그 다음 시청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려 멘트를 날렸다.
"아아, 안녕하세요? 강건너, 바다건너 해외로 수출된 가물치보다 끈질긴 마운틴R, 오늘도 어김없이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입모양만 오려낸 커다란 마스크를 쓴 산하가 선그라스 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자마자, 채팅창이 주르륵 올라갔다.
- 성지 방문 1빠.
- 네가 그렇게 음치라며? 좋다, 이 형이 들어줄게.
- 야! 때려쳐. 나 어제 네 노래듣고 고막나갔다. 병원비 내놔.
- 우리 딸이 이제 막 돌 지났는데, 이 방송 듣고 울더라고요. 극혐.
- 야, 날이 가면 좀 나아져야 하는 거 아니냐? 이 형이 충고하는데 당장 보컬트레이너 부터 찾아봐.
- 뭔소리, 보컬트레이너도 포기할 수준임. 야! 너 얼굴 까. 형이랑 맞짱 뜨자.
- 그래도 재밌지 않음? 불타는 방송 의지. 캬!
오히려 노래를 못 부르는 바람에 네티즌들은 구경삼아 잔뜩 모여들었다.
그러다보니 온갖 악플에 이어 채팅창에도 악성 대화가 넘쳐났지만, 산하는 씩 웃기만 했다. 식당을 네 번이나 말아먹는 동안 온갖 진상 손님을 상대했고, 결국에는 폐업을 몇 번이나 했던가.
나이에 비해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저 정도는 간식거리에 불과했다.
"제가 여러분의 소중한 고막을 위해, 독학으로 노래 연습을 조금 더 했습니다. 오늘 부를 노래는요. 백철우님의 다시 떠나도."
- 야! 그건 아니야. 차라리 동요나 불러.
- 독학 같은 소리하네. 고인 모욕 하기 있음? 당장 중지해.
- 어이가 없네. 뭐? 백철우?
- 와 이 아저씨, 백철우 팬카페에서 달려오는 수가 있어요. 하여간에 멘탈 갑이야.
- 저는 세상에 저런일이 프로그램 관계자인데요. 쪽지 좀 보세요.
시청자가 뭐라거나 말거나 산하는 꿋꿋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다시 떠나도...."
산하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채팅방이 잠시 얼어붙은 듯 아무도 말이 없다가 다시금 채팅글이 주르륵 올라가기 시작했다.
- 어? 뭐야. 음치 어디갔어?
- 우리 속인 거 아냐? 야! 말해 봐. 이거 너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 불러주고 있는거지?
- 나름 괜찮은데? 다들 왜 음치라고 함?
- 속았네 속았어. 지금까지 우리 기만한거야?
- 이러니까 또 재미가 없네. 방탈함.
악플 일변도였던 산하의 영상 아래 댓글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
이제 막 가게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던 산하는 발걸음을 듣고 언덕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윤새봄이 씩씩하게 걸어오다 말고 고개를 숙인다.
"사장님 저 왔어요."
"왜 이렇게 일찍와요? 아직 출근시간 아닌데."
"원래 신입은 일찍 다니는거라고 배웠어요."
"누구한테요?"
"그건 비밀이요."
"그냥 정시에 오세요. 이러다 저 악덕업주 소리 듣겠네요."
"생각해 보고요. 얼른 가요."
"장보러 같이 가려고요?"
"네!"
어제 하루는 조금 긴장한 기색이었던 윤새봄은 어느새 익숙해진건지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산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적응력 하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아니에요. 그럼 갑시다."
"그런데 사장님 차 없으세요?"
"차요. 조만간 마련해야죠. 장사 좀 더 잘되면요."
"이것보다 어떻게 더 잘 돼요?"
"글쎄요. 누구때문에 더 잘 될것 같은데요?"
"그게 누군데요?"
"있어요. 얼른 갑시다. 시간 늦겠어요."
"네."
윤새봄과 함께 장을 보고 온 산하는 그녀에게 감자껍질을 벗기라고 지시했다. 실험용 요리에 쓰기 위해서였다. 웬일로 물어보지도 않고 잘 벗기던 그녀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왜요? 다쳤어요?"
"괜찮아요. 손톱 조금 날렸어요."
헤헤 웃으며 손가락을 보여주는 윤새봄의 손가락에 피가 한방울 맺혀있는 걸 본 산하는 말없이 주방 서랍에서 반창고를 꺼냈다.
"이거 붙이고 해요."
무뚝뚝하면서도 은근히 챙겨주는 산하에게 묘한 이끌림을 느낀 윤새봄이 내가 왜 이러냐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왜 그래요?"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약간의 소란과 함께 오전 일과를 모두 끝낸 산하는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렸다. 어제 왔던 남자 손님이 죄다 방문한 게 아닌가. 거기다 지인까지 끌고 왔다.
그 바람에 원래라면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줄이 생겨야 하건만, 초반부터 줄이 생겨버렸다. 그 줄선 손님의 시선은 한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 알바생 천사야 천사."
"마음씨는 얼마나 고운데. 나보고 막막 미안하다고 그러시는데, 내가 더 미안하더라."
"그건 네가 무조건 잘못한 거 맞지. 그런데 왜 이런데서 일 하지?"
"사장님 친척인가? 뭐 아무려면 어떠냐? 좋기만 한데."
"입도 호강하고, 눈도 호강하고, 나 이제 여기 더 자주 와야겠다."
"나도."
대화는 듣지 못했지만, 손님의 표정과 입모양, 과거에서 모든 걸 알아차린 산하가 의미모를 한숨을 푹 내쉬고 윤새봄에게 외쳤다.
"새봄 씨, 그거 다 하고 번호표."
한쪽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은 윤새봄이 활기차게 대답한다.
"네, 사장님. 지금가요."
그녀에게서 번호표를 받아든 남자손님이 좋아 죽으려고 하는 모습을 본 산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후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는데, 신기한건 그 어느 누구도 윤새봄에게 화내는 손님이 드물다는 사실이었다.
***
매일 크고 작은 사고를 치던 윤새봄이 점점 능숙해지던 어느 날, 식당문을 닫자마자 인터넷 방송을 켠 산하.
<노래 듣고 갈래?>
- 사기인가 진실인가. 마운틴 고릴라여 응답하라.
- 믿을수가 없네. 내 음치 돌려줘.
- 음치가 재밌었는데, 굿바이.
- 근데 얘 요즘 방송 왜 이렇게 오래함? 회사 잘렸음?
오늘도 어김없이 댓글을 살펴보고 노래를 시작하려던 산하는 또 하나의 알림을 받았다.
[일정한 방송분량을 채웠습니다. 이제 일반적인 가수에 가깝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 알림을 맞이한 산하는 부르려고 준비했던 노래를 바로 교체했다. 거기에 반주까지 준비하고 멘트를 날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독학으로 노래 연습을 조금 더 해왔거든요. 오늘 부를 노래는 민세욱님의 '홀로 지새우다.' 입니다."
- 더 숨겨놓은 게 있냐?
- 어제보니까 아직 고음불가던데? 숨겼다고 보기에는 너무 리얼...
- 다시 음치의 계절이 돌아오는가. 대환영.
- 이거 3옥타브 도까지 올라가요. 알고 부르려는거임?
- 내 귀야 미안해.
산하는 누가 뭐라거나 말거나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했다.
- 20화에 계속 -